막손이 두부 - 제1회 비룡소 역사동화상 수상작 일공일삼 107
모세영 지음, 강전희 그림 / 비룡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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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손이 두부가 뭘까 생각했다. 막손이는 이름인거 같은데 두부는 뭘까? 설마 먹는 두부는 아니겠지? 했는데 그 두부가 맞았다. 역사동화에 웬 두부? 궁금증이 생긴다.

 

비룡소 역사동화상 1회 수상작이라고 한다. 얼마전에 읽었던 <백제 최후의 날>도 비룡소 수상작이라고 했는데? 아마도 공동 수상인가 보다. 하긴 한 권만 상을 받으라는 법은 없지. 좋은 작품이 많았나보다 라고 혼자 짐작을 해본다. 역사동화의 장이 많이 넓어졌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시대적 배경은 임진왜란 이후의 조선시대인데 공간적 배경은 놀랍게도 일본이다. 두부라는 소재도 그렇고, 이 책은 역사동화 꽤 많이 찾아본 내 눈에도 아주 새로웠다. 역사적 상상력을 가미하더라도 역사적 사실은 정확히 들어가야 하는데 제대로 공부하고 쓰신 거 맞겠지? 라는 걱정을 살짝 해보는 순간 작가님 약력에 역사를 전공했다고 되어있어서 믿고 읽어보았다.

 

막손이는 일본 도공촌의 도래인중의 막내다. 도래인이란 일본에 끌려온 조선사람들을 말한다. 더 이전 시대부터 이 도래인들이 일본에 우수한 문화를 전해 주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막손이네는 진주 도공촌에서 끌려온 팀이었다. 그중 명장인 막손이 아버지는 바다를 건너오는 도중 돌아가셨다. 아비를 잃고 머나먼 남의 나라에 던져진 막손이. 남아있는 어른들이 보살펴주려 하지만 힘없는 그들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결국 막손이는 관리 무사의 눈밖에 나고 어느 하급무사네 집의 노비로 들어가게 된다.

 

등장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드라마적인 요소를 아주 잘 갖추었다.

역경에 던져진 어린 주인공 (막손이)

천진하게 주인공과 친구가 되어주고 심지어 위기에서 도와주는 아이들 (아키라, 료코)

주인공을 들들 볶고 심보가 고약하지만 주인공 없으면 안되기에 심하게는 못하는 인물 (주인집 신지 부인)

이웃집의 착한 여인 (이에무라 부인)

타국에서 만나는 사연 많은 고국의 어른 (호인 아재)

 

여기에 최대 악역으로는 도공촌의 조선 사람들과 막손이를 괴롭히는 비열한 악당 (하급무사 겐조)

아무 힘없는 도래인 아이가 이 악역을 물리치고 이긴다는 건 말이 안되지? 그래서 더 큰 악을 활용하여 악을 이긴다?

겐조만큼 비열해 보이지는 않지만 거악인 인물 (상급무사 가와치)

 

이와같이 동화지만 등장인물들이 다양하고 사건들도 꽤나 긴박하다. 솔직히 어린아이들이 도모하기에는 지나치게 위험하며 정교함을 요하는 일이라 어른인 내 눈에는 약간 비현실적으로 보이긴 했지만, 이야기에 그런 게 없기는 힘들지 않겠나? 어린이 독자들이 가슴 졸이며 읽을 수 있을 만큼 흥미진진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좋았던 것은 심사평에서 조선과 일본이라는 빤한 경계를 뛰어넘는 결말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일본인 전체를 악당으로 설정해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느 집단이나 그 안에 선인과 악인이 공존한다. 집단이 어떤 잘못을 하더라도 그 구성원 전체를 미워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 면에서 뻔하고 단순한 인물 설정을 하지 않은 것은 큰 장점으로 느껴졌다. 마음에 안 든다는 독자도 있을 수 있겠지만.....

 

두부라는 음식. 지금은 너무 흔해서 별 느낌도 없는 음식이지만.... 한 음식 안에 들어있는 역사도 만만치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새로운 시각으로 역사를 비춰주고 거기에 긴박감과 흥미로움도 곁들여준 이 책. 아이들에게 권해주면 대부분 성공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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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순이가 기다립니다 초승달문고 47
윤성은 지음, 경혜원 그림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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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이라는 노래가 버림받은 반려동물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얘길 들었다. 잘못 안 걸수도 있다. 하지만 듣는 사람 귀에 그렇게 들린다면 그런 거지 뭐.

다시 돌아올 거라고 했잖아
잠깐이면 될 거라고 했잖아
여기 서 있으라 말했었잖아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물끄러미 선 채 해가 저물고
웅크리고 앉아 밤이 깊어도
결국 너는 나타나지 않잖아
거짓말, 음, 거짓말

이 책의 금순이가 바로 저 노래가사와 같다. 금순이는 갈색 푸들이다. '언니'가 놀이터 벤치에서 "금순이, 기다려." 해놓고는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어제도 오늘도 놀이터 벤치를 지킨다.

유기된 반려동물의 이야기는 요즘 동화에서 꽤 단골소재인데도 이 책의 느낌은 기시감이 전혀 없고 완전히 새로웠다. 빨간 새(마법사 할머니) 때문인가? 할머니는 금순이를 여자아이로 변신시켜 주었다. 딱 하루동안.

외로운 금순이는 놀이터에서 또다른 외로운 아이 '사랑이'를 만난다. 사랑이는 스스럼없이 금순이를 언니라고 부른다. 다행히 사랑이는 버려져 외로운 게 아니고 고깃집을 하는 부모님이 너무 바쁘셔서 그렇다. 순수한 사랑이와 순수할 수밖에 없는 금순이는 금세 친해져 즐겁게 논다.

사랑이 부모님이 고깃집을 한다는 설정은 찰떡이자 웃음코드이기도 하다. 금순이가 개니까 상상 가능하잖아? 우리집 개 밥그릇에 닭가슴살이라도 찢어서 놓아줄라치면 개는 '기다려' 라는 말에 꼼짝을 못하면서도 안절부절한다. 그러다가 '뚝' 떨어뜨리는 침 한방울. 그 생각이 나서 한참 웃었다. 다행이다. '언니'는 가버리고 오지 않지만 이렇게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어서.

금순이가 사랑이와 함께 냄새로 탐색해 '언니'와 함께 살던 연립주택을 찾아내는 장면, 거기서 '언니'가 트럭에 짐을 싣고 이사가버렸다는 사실을 알게되는 장면, 둘이 공놀이하는 장면 등이 모두 재미있다. 모든 장면에서 금순이가 개라는 것이 드러나지만 사랑이는 알아채지 못한다. 당연하지, 누가 짐작할 수 있겠어? 그래서 어린이 독자들은 더 재미를 느끼며 읽을 것 같다. 독자만 알고있는 이 상황에 대해.^^

독자들이 알고 있는 것이 또 있다. 이 행복이 하루짜리라는 것. 금순이는 다시 개로 돌아가야 한다. 같이 놀던 언니를 잃은 사랑이의 외로움은 또 어째? 하지만 이 책의 결말을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의 재미는 반전에 있는 것이 아니고 공감과 흐뭇함에 있다.

언젠가 난 개를 '기다리는 동물' 이라고 칭한 적이 있다. 한곳을 꼼짝않고 바라보는 그 뒷모습이 마음 아파서. 하지만 기다리는 존재가 개만은 아니겠지.
"누군가를 기다리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에요." (78쪽)

기다리는 숙명을 피할 수 없는 바, 작가는 나름 해피엔딩을 제시했다. 그건 '함께 기다리는 것'이다.
"혼자 기다리는 건 쓸쓸하지만 함께 기다리는 건 꽤나 든든하거든요." (93쪽)
이게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다. 그리고 제목은 '금순이가 기다립니다'. 잘 엮어낸 한 편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저학년부터 중학년까지 추천해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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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멧 : 계절이 지나간 자리 - 2021 볼로냐 라가치 미들그레이드 코믹 부문 대상작 스토리잉크 2
이사벨라 치엘리 지음, 노에미 마르실리 그림, 이세진 옮김, 배정애 손글씨 / 웅진주니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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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을 읽는 것보다 그림을 읽는 일이 나에게는 훨씬 어렵다. 그래서 그림없는 그림책들을 보면 한 번에 해석이 되지 않는다. 아마도 선생인 내가 아이들보다 못하는 일 중에 하나가 아닌가 한다. 이 책은 심지어 100쪽이 넘는 만화이니 오죽하랴. 글자가 하나도 없진 않고 가끔 말주머니도 나오는데, 대부분의 장면을 그림으로만 이해해야 한다. 그건 나한테는 너무 고난이도의 작업이다.^^

 

한번 읽고 잘 모르겠어서 인터넷서점의 책 소개를 읽어보고 다시 읽으니 이제야 좀 알겠다.ㅎㅎ 해석에 급급하지 않고 읽어야 이 책에 스민 감정을 느낄 수가 있다. 그러니 이 책은 여러번 읽어야 하는 책이다. 책모임에서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단순한 펜선에 색연필 채색의 그림이 내용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취향에 따라 느낌이 다르겠지만 나는 이런 그림체도 좋다. 이 책은 볼로냐 라가치상 대상을 받은 작품이라고 한다. 도서관에서 빌려왔는데 제목보다도 아마 수상작 마크를 보고 집어들었던 것 같다. 처음에 뭔 소린지 모를 때 바로 내려놓지 않은 건 좋은 작품이라니까 끝까지 읽어보자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렇게 남들의 안목에 기대는 마음이 나한테도 있다. 수상작 프리미엄이 그런 거겠지.^^;;;

 

내용이 이해되니 느껴지는 감정들이 있다. 기억 저편에 묻어두었던 감정들. 외로움이기도 하고, 쓸쓸함이기도 하고, 설렘, 기대, 즐거움, 안타까움, 슬픔이기도 하고 때로는 그리움이기도 한 그 감정들. 그때는 이름조차 붙이지 못하고 감정인지 뭔지도 몰랐던 감정들. 나에게는 어느정도 과거형인 감정들. 아이들에게는 현재형일 수도 있겠지. 아이들이 그 섬세한 감정의 진동을 느끼면서 자랐으면 좋겠다. 조금 아프고 눈물겹더라도. 너무 많이 말하지 말고 조용히 느끼는 시간도 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럴 때 이 책이 함께해도 참 좋을 것 같다.

 

어느 널따란 캠핑장에 루시라는 소녀가 엄마(아마도?)와 함께 머무른다. 게임장에서 인형뽑기로 강아지를 뽑고 싶어하지만 번번이 실패하는 루시. 주변에 물놀이하는 소녀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물에 떠다니는 페트병 하나를 주워 끈을 매달아 자신의 강아지라고 한다. ‘메멧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주고서.

 

로망은 거칠고 장난이 심한 아이로 보인다. 친구 한 명이 비디오카메라를 가져오자 그걸로 중세시대 영화를 찍자고 제안한다. 그러려면 마녀 역할을 할 여자애가 필요하다. 그때 딱 눈에 들어온 아이가 루시! 내가 봐도 그럴 것 같긴 하다. 긴 머리에 혼자 겉도는 좀 이상한 아이. 로망은 루시에게 다가가지만 서툴게 실랑이하다 루시의 긴 머리를 잡아당기게 된다. 놀랍게도 그 금발은 가발이었고, 루시의 짧은 맨머리는 정확한 설명은 없지만 뭔가 사정이 많은 아이임을 짐작하게 한다.

 

그렇게 마음과는 달리 못되게 굴던 로망은 루시가 인형뽑기에 실패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 모아두었던 동전을 꺼내고 밤을 기다리는 로망. 다음날 아침 루시의 텐트 앞에 동전이 놓여있고 루시는 드디어 바라던 강아지 인형을 뽑아 즐거워한다. 그런데 돌아와보니 엄마가 텐트를 접고 있는게 아닌가. 떠날 때가 된 것이다. 루시는 방금 뽑은 강아지 인형을 안고 달린다. 로망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강아지 인형을 옆에 두고 돌아선다. 로망은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하며 강아지 인형을 발로 밀쳐버리지만, 세면대에서 손을 씻으며 들썩이는 아이의 어깨에서 너무 큰 아쉬움과 슬픔이 느껴진다. 로망은 무엇을 느꼈던 걸까? 전에 아무렇지도 않게 풀숲에 집어던졌던 고양이 사체를 굳이 다시 찾아내어, 곱게 묻어준다. 그리고 돌아서 걸어가는 로망의 품에는 그 강아지 인형이.....

 

뒷표지에는 왔던 때처럼 오토바이에 텐트와 간단한 짐을 싣고 떠나는 루시네의 뒷모습이 비쳐진다. 이들은 이제 또 어디로 가는 걸까? 다시 만날 일은 아마도 없겠지? 그들의 모습은 서로에게 흔적으로만 남겠지. ‘계절이 지나간 자리..... 배경이 캠핑장인 것도 우리 인생을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잠시 머무는 곳, 떠나야 하는 곳, 만남과 이별이 있는 곳.

 

아이들의 계절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것이 이처럼 슬픔과 아쉬움일지언정, 상처와 악몽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때로는 두렵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렇게 외로움 속에서도 서로 마음을 나누며 성장한다고 이 책은 말해 주는 것 같다. 끌고 다니던 메멧을 손에서 놓는 날. 그날을 아이가 훌쩍 성장하는 날이라고 해석해도 될까. 물에 떠내려가던 메멧은 어떤 의미일까. 다른 분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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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이야기와 노래가 있는 교실놀이 - 백창우 선생님과 함께 어린이 삶을 노래하다 교실 속 살아 있는 문화예술교육 3
백창우.이호재.한승모 지음 / 푸른칠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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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홍보를 접하고 많은 선생님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이 조합 무엇? 어린이세상에 머물며 수많은 곡을 만들고 부르신 백창우 선생님, 초등이 자랑하는 작곡가이자 공연기획가인 이호재 선생님, 아카펠라 하면 바로 떠오르는 음악교육의 대가 한승모 선생님이 한곳에 모이다니? 이들이 공저한 책이 나온다니 실화인가?

소문난 집에 먹을 것 없다는 말도 있기에 흥분하지 않고 책을 펼쳤는데... 우와 여긴 진짜 맛집이 맞습니다. 좋은 시, 좋은 노래, 좋은 활동, 좋은 수업이 함께 있었다.

여기 실린 곡들은 모두 백창우 선생님의 곡이다. (이호재 선생님도 왕성한 작곡활동을 하시지만 이 책에서는 백창우 선생님의 곡을 지도하는 교사의 입장에서만 서술함) 장별로 10곡씩 3장 총 30곡의 노래와 그에 따른 활동, 지도 팁 등을 담았다.

2학년을 맡았을 때, 백창우 아저씨네 노래창고 음반을 사서 여러 곡들을 아이들과 함께 부르며 지냈던 적이 있다. 책에 실린 곡들을 보니 그때 보았던 곡들도 있지만 낯선 곡들도 꽤 보인다. 특히 정유경, 송선미, 안진영, 김개미 등의 동시들에 붙인 곡들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오, 내가 잊고 있던 사이에도 노래들은 꾸준히 나왔었구나. 저학년이 아니어도 지도할 곡이 충분히 많은데, 그동안 코로나로 음악활동이 위축된 탓도 있고, 나의 관심이 줄어든 이유도 있어서 꽤 오래 잊고 지냈다. 이 책을 읽으니 즐거움과 기대감이 다시 모락모락 올라오는 느낌이 든다.

이 책에서 제시된 수업은 노래만 가르치고 끝나는 것이 아니고 음악적 깊이를 더해가는 활동, 나아가 음악교과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활동으로 나아가게 되어있다. 노래 악보 뿐 아니라 악기연주로 이끌 수 있는 편곡 악보가 실려 있어서 너무 좋았다. 음악적 전문성이 뛰어난 저자들의 강점이 유감없이 발휘된 부분이다. 예를들면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17쪽) 같은 쉬운 곡은 실로폰 2중주로 편곡되어 2학년 수업에서 해볼 수 있겠고, '내 길을 갈 거야'(78쪽) 라는 악보는 시플랫 음의 운지를 배운 4학년부터 연주할 수 있겠다. '누굴 보고 있나요'(127쪽)도 화음을 느껴볼 수 있는 2중주 편곡으로 되어있다.

실로폰이나 리코더같이 일반적으로 보급된 악기 말고 칼림바나 붐웨커 연주를 할 수 있는 악보도 실려있다. 칼림바는 살짝 만져보았는데 붐웨커는 한번도 못해봐서 매우 궁금하다. 학교에 악기를 구입할 수 있다면 꼭 배워서 해보고 싶다. 아, 컵타와 카주도 살짝 나온다.

악기 외에도 음악의 여러가지 요소들, 박자와 리듬, 셈여림, 화음, 돌림노래, 음악기호 등등도 수록곡들을 통해서 지도할 수 있게 되어있다. 음악교과서와 병행하여 함께 사용할 부교재 겸 지도서로서 손색이 없겠다.

한가지 씁쓸하게 느낀 것이 있다. 격세지감을 느꼈다고 해야하나... 세상이 하도 험악하게 변하다보니, 나의 순수했던 시절 느꼈던 가사의 느낌이 지금은 좀 다르게 다가온다. 예를들면 '나혼자 자라겠어요' 같은 가사. 예전엔 좋아했는데 지금은 "뭐라고?" 순간 눈꼬리가 올라가는 느낌이 든다. '삐딱 삐딱' 이라는 곡도 마찬가지다. 굳이 이런 가사를 지도하고 싶지는 않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이 솥뚜껑 보고 놀라는 거지 뭐.... 아이들은 이미 넘치도록 삐딱하고 넘치도록 제멋대로 자라고 있으니까 굳이 그걸 장려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앞서말한 격세지감이란 그런 뜻이다.

이런 개인적인 감정이 살짝 있기는 하지만 어차피 모든 곡을 다 지도할 수는 없으니 문제될 것은 없다. 각자 마음에 드는 곡들만 골라 지도해도 충분하다. 음악적 활동의 범위를 넘는 각종 놀이활동들도 두 분 선생님들의 다년간의 경험과 노하우가 반영되어 보면 볼수록 감탄스럽고 무릎을 치게 된다. 오 이건 정말 어렵지도 않고 재미있고 의미도 있는데 이런 생각을 못했었네~ 하는 활동들.

지난 토요일 교사들의 집회에서 마무리곡으로 '꿈꾸지 않으면'을 불렀다. 그동안 묵묵히 앉아만 있다가 "배운다는 건" 하고 한소절을 내뱉는 순간 바로 눈물이 흘렀다. 노래란 그런 것이다. 내 마음의 버튼과 연결되어 있는 것. 아이들과 그런 노래를 많이 부르고 싶다. 교사들이 가장 힘든 시기에 나온 이 책이 많은 교사들에게 희망과 설렘을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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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덩이에 빠졌어! 돌개바람 56
김미애 지음, 다나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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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고 재미난 저학년 동화 한 편을 읽었다. 저마다 개성이 있으면서도 살짝씩은 모두 허당이고 우리와 많이 다른 것 같지 않아 친근한 4명의 친구들이 나온다. 아기여우, 아기토끼, 아기돼지, 아기곰이다.

엄청 착한 주인공도 없고 그렇다고 악역도 없고 의인도 없지만 이들은 함께 위기에서 벗어난다. 그 위기는 제목에 나온 '구덩이'다. 네 친구가 소풍을 가는 길에 모두 구덩이에 빠진다. 여우와 토끼가 빠진 건 그런가보다 했는데, 다음에 등장한 돼지는 친구들을 꺼내주기는 커녕 "벌써 노는 중이야? 나도!!" 하면서 스스로 뛰어들었지 뭔가! 마지막 곰한테 기대를 걸어보았지만 곰 역시 허당이야. 넝쿨을 내려뜨려 친구들을 끌어올리려다 자기가 굴러떨어져 버렸어! 결국 네 친구 모두 커다란 구덩이 속에 빠지고 만다.

모두의 키를 넘는 깊은 구덩이에서 어떻게 나갈 수 있을까? 이 안에서 보이는 친구들의 모습이 평범하면서 귀엽고 아주 훌륭하진 않지만 나쁘지도 않다. 무심코 하나 갖고 있던 사탕을 입에 넣은 곰. 혼자만 먹는다는 친구들의 눈총에 어리둥절. 곧이어 돼지의 머리 위로 떨어진 알밤 한 개. 그걸 네 조각으로 쪼개긴 했지만 제일 큰 건 자기가 먹고 제일 작은 건 곰을 주네. 하지만 나눠먹은 게 어디야. 그정도면 훌륭하다.^^

그런데 더 큰 위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금세 구덩이에 물이 차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여우가 빠져나갈 방법을 찾았다! 가벼운 토끼, 여우 순서로 먼저 빠져나갔다. 돼지와 곰이 남았는데, 이때 곰이 돼지를 내보내 준다. 마지막 남은 곰은 내보내줄 친구가 없다. 이제 빠져나간 세 친구들의 차례다. 셋은 힘과 지혜를 합해 곰을 구해낸다. 네 친구는 깔끔쟁이 여우네 집에 가서 깨끗이 씻고 차를 마시고 함께 곤한 잠에 빠져든다.
"엉망진창 소풍이었어. 하지만 같이 있어서 참 좋았어."

특별한 능력을 가진 주인공 없이 좀 어설픈 친구들이 협력하여 위기를 극복하는 이야기가 귀엽고 흐뭇해서 좋았다. 어린이들은 마지막 친구까지 구덩이에 빠져버리는 장면에서 탄식을, 물이 차오르는 장면에서 위기감을, 곰까지 무사히 빠져나올 때 안도감을 느끼겠다. 다 읽기전 구덩이에서 탈출하는 방법이나 곰을 구해내는 방법에 대해 자유롭게 발표해본 후 나머지를 읽어도 재미나겠다. 저학년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것 같고, 어른이 읽어도 읽는 맛이 있다.

내가 만나는 아이들도 이랬으면 좋겠다.
적당히 허당이고,
처음엔 몰랐더라도 가르쳐주면 배우고,
엄청나게 헌신적이진 않아도 친구의 어려움을 외면하진 않고,
힘든 일 앞에서는 같은 목표로 협력하는,
각기 다르면서 하나같이 귀여운
함께 있어 좋은
아이들.
원래 아이들은 대체로 이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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