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상해서 그랬어! 푸른숲 어린이 문학 3
정연철 지음, 조미자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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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무게가.... 청소년 소설에 가까운 고학년 동화다. 아이들의 상황과, 심리와 행동이 아주 현실에 가까우면서도 현실보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슬픔이 느껴져서다. 나의 모자란 성품으로는 그렇다. 이 사람들을 현실에서 내 학생으로, 내 가족으로 만난다면 나는 슬픔보다 화가 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을 걱정하고 슬퍼하는 감정보다 짜증내고 답답해하는 감정이 앞서서 괴로워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경상도 산골의 한 마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세 편의 연작이다. 제일 먼저 시골집에 맡겨진 진수 진희 남매가 나온다. 자신도 추스르기 힘든 부모는 몇년째 아이들을 보러오지도 못한다. 여름방학이 되었지만 즐거운 계획이 있을 리 만무. 그곳 민박집에 빚쟁이들에게 쫓긴(쫄딱 망한) 뚱뚱보 가족이 들어온다. 서로 놀리고 골탕먹이고 원수같던 아이들이 슬금슬금 같이 노는 장면이 짠하다. 그리고 어느새 채워진 마음의 자리가 또 비워질까 걱정하는 아이의 마음이 느껴져 먹먹하다. 한 사람의 소중함을 이 북적이는 도시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을지.

뚱보가족은 떠나고 개학이 되었다. 두번째 작품엔 진수를 힘들게 하는 까칠녀석 기열이가 나온다. 심한 아토피를 앓고 있고 그때문에 서울에서 공기좋은 이곳 외갓집으로 왔다고 하지만 기열이는 알고 있다. 부모님이 이혼 위기라는 것을. 이녀석은 마음의 아픔을 온갖 못된 짓과 못된 말로 풀어낸다. 그럴수록 주변 사람들은 싫어하고 아이는 더욱 악에 받치고 악순환이다. 마음의 상처가 눈에 보여 손을 뻗어도 고슴도치를 건드리면 내 손에 피가 나게 마련이니.... 이런 아이가 있으면 참 힘들다. 다행히 작품 속의 선생님은 여유있는 베테랑이셨다. 아 나는 자신이 없는데....

세번째 작품에선 여자 어른이 민박집에 찾아온다. 그녀는 20년 전 마을을 떠났던 미숙이였다. 순간순간 잘못된 선택들이 모여 만신창이가 된 그녀. 핏덩이 같은 딸을 어머니께 맡기고 떠돈지도 몇 년. 고향에 돌아와서 만난 짠한 아이들이 그옛날 소꿉친구들의 자녀들인 걸 알게 되면서 마음이 복잡해진다. 이집을 봐도 저집을 봐도 상처 없는 집이 없다. "어찌 사는 게 다 이 모양 이 꼴인지."(169쪽) 그녀는 딸을 찾아 한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까?

이 책의 중요한 장치 두 가지가 있다. 외로운 진수가 시간을 보내는 방법인 나무 조각. 정표로 주고 받은 물건이며 각 장의 제목이기도 하다. 1장은 나무 배, 2장은 나무 물고기, 3장은 나무 새. (나무 새는 진수가 아닌 기열이가 깎아서 미숙 아줌마 떠날 때 줬다.)
또 하나는 개울물. 신비의 약효가 있는 것도 아니건만 언제나 그 자리에 한결같은 개울물은 이들을 어루만져주고 맑아지게 해주고, 그제야 정신들어 나를 보게 해주고 기분까지 나아지게 해준다.

작가의 말에 나온 '개울물'이라는 동시에 작가의 메시지가 담긴 듯하다.

깨진 돌
뾰족뾰족한 돌
울퉁불퉁한 돌

돌돌,
보드랍게
어루만지며 가네.

누구에게나 개울물만은 늘 거기에 그대로 있으면 좋겠다. 돌아갈 곳은 있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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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오디션 살림어린이 숲 창작 동화 (살림 5.6학년 창작 동화) 20
한영미 지음, 박현주 그림 / 살림어린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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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오디션 / 한영미 / 살림어린이>

이 책도 꽤나 의미심장하네. 키워드는 '경쟁' 이라고 하겠는데, 경쟁을 꼭 필요한 것으로도, 절대악으로도 보지 않는 새로운 시각이 의미있다. 경쟁에 찌들어 말라가는 아이들의 현실을 고발하는 동화는 이미 많이 봤으니까.

이 책을 알게 된 건 강남도서관에서 보내주는 토달자(토론의 달인되자) 자료에서였다. 신청하면 담당자 메일로 보내주고 그걸 받아서 우리학교 선생님들께 배포해야 된다. 요즘 공공도서관의 행사나 자료들은 모두 질이 높다. 작년 토달자 자료들은 딱히 선택하고픈 책이 없어서 그냥 받아만 두었는데, 올해 첫 자료에서 다룬 이 책이 왠지 끌려서 읽어보았더니 꽤 맘에 드는 작품이다. 주인공 으뜸이가 5학년. 5학년에게 딱 맞겠고 위아래로 한학년 정도 넘나들 수 있겠다. 활용하게 되면 토론자료도 꼼꼼히 읽어봐야겠다.

으뜸이는 성격상 경쟁에 취약하다. 경쟁을 즐기는 승부사들도 있지만 경쟁상황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끼는 으뜸이같은 사람들도 있다. 나도 으뜸이 쪽에 가깝다. 되도록 경쟁상황에 나를 담그지 않는 편이다. 경기나 게임 같은 것도 좋아하지 않아서, 연수때 강사님이 짝게임 같은 걸 시키면 속으로 좀 짜증난다. 그럴 땐 2:1정도로 내가 지는게 편하다.(단 3:0은 좀 그렇다.^^;;;) 내가 살아오며 지나온 경쟁의 상황은 대입과 임용 정도가 있겠다. 어쩌다보니 지나왔는데, 다시 그자리로 돌아가는 건 사양하겠다. 이후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는 절대 눈돌리지 않고 살금살금 살아왔다. 앞으로는 더더욱 없을 거라 예상한다. 아 그거슨... 도전이 없다는 뜻일까?

이 책의 으뜸이는 나보다 훨씬 더 예민하다. 매일 단어시험을 봐서 왕관을 씌워주는 영어학원은 진작 때려치웠고, 반편성고사를 봐서 결과를 복도에 게시하는 수학학원도 때려치울 판이다. 그나마 좋아서 다니는 구민회관 독서교실에서도 자꾸 퀴즈대회 같은 것을 해서 으뜸이를 힘들게 한다. 여기서, 교사들이 동기부여를 목적으로 경쟁식 활동을 할 때 신나서 참여하는 아이들의 그늘에서 달갑지 않거나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겠다. 이면은 상당히 다른 경우가 많으며, 따져보면 조심해야 할 것들이 참 많다.

이러한 으뜸이의 거울이자 성인판으로 등장하는 조연은 외삼촌이다. 동네 수퍼를 하다 대형마트가 들어온다는 소식에 지레 장사를 접고 빚쟁이들에 쫓기는 외삼촌은 엄마와 외할머니의 애물단지다. 허구한날 대형마트 핑계를 대며 뭘 하려고 하질 않는다.

그리고 바쁜 엄마를 대신해서 으뜸이의 마음을 채워주는 존재는 외할머니다. 손주 봐준 공 없다고, 요즘은 점점 할머니들도 자기 삶을 찾는 추세지만, 집집마다 이런 할머니가 계시다면 아이들의 결핍은 훨씬 줄어들 것 같다. (음 그치만 나는 나중에 손자한테 이런 할머니가 되어주진 못할거다.ㅠ)

으뜸이에게도 하고 싶은 것은 있다. 독서교실 수업으로 연극을 하게 되었는데 주인공 역할을 하고 싶다. 하지만 이 역시 경쟁자가 몰려 오디션을 하게 되자 절망하는 으뜸이. 원하는 마음만큼 아쉬움도 크지만 그래도 포기하려 하는데.....

작가는 경쟁 중의 극단인 '오디션'이라는 소재를 통해 "모든 일에 경쟁할 필요는 없어. 하지만 정말 너희들이 원하는 일이 다가오면 그땐 한번 도전해 봐. 실패하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도 늦지 않아. 미리부터 포기하지는 마" 라는 말을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오디션 경쟁자였던 준희를 통해 최선을 다해 준비하되 결과에 기꺼이 승복하는 성숙한 모습도 보여준다.

크고작은 욕망들이 인간을 지배한다. 남의 욕망에 짓눌려 나의 욕망을 잊은 사람도 있고, 이룰 수 없는 현실 때문에 고개를 돌린 사람도 있고, 욕망을 주체못해 추한 몰골로 주변을 괴롭히는 사람도 있으며 큰 욕망의 불길을 용케 잘 다루어 주변까지 비춰주는 사람도 있다. 욕망을 이루려 애쓰는 것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며 그 과정에 경쟁이 있더라도 해볼만한 도전이다. 페어플레이 정신만 있다면 말이다. 그리고 타인에게 박수를 보내줄 준비가 되어 있다면.

음 그러고보니 나의 인생은 참 도전없는 인생이었네. 뭐 그것도 썩 나쁘지는 않았다. 스릴없고 좀 심심했긴 하지만 그게 좋으면 그렇게 사는 거다. 아이들도 마찬가지. 다만 선택에 책임 지기. 포기하지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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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할머니 집 - 제10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 웅진책마을 90
강경숙 지음, 이나래 그림 / 웅진주니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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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정말.... 세상은 넓고 작가는 많구나. 이런 작가가 있었다니.... 입은 웃는데 눈물이 고인다. 아무 상관도 없는 타인을 웃고 울릴 수 있는 작가. 작가님들을 존경합니다.ㅠㅠ

웅진주니어 문학상 수상작이라고 많이 뜨길래 학교도서실에 수서를 하고 책이 들어오자마자 손에 잡았다. 수상작이라 해도 맘에 들어오지 않는 작품이 어쩌다 있긴 하지만 그래도 좋은 작품을 보는 눈은 다들 비슷한 것 같다.

일단 읽는 맛이 좋다. 주인공 자매가 불타오르는 한여름 거리를 걸을 때 내 미간이 찌푸려지고, 그러다 들이키는 찬물 한 모금에 내 속도 시원하다. 지치도록 걷다 찾아들어간 식당에서 먹는 음식맛의 묘사는 또 얼마나 맛나고 찰진지, 걷는 길에서 만난 어른들의 경상도 사투리는 또 얼마나 친근하고 구수한지. 하루종일 걷다 겨우 얻은 초라한 잠자리에서 미끄러지듯 잠으로 빨려들어가는 그 순간은 얼마나 공감되는지.

원양어선 선장으로 소수민족의 공격을 받고 실종된 아빠, 돌아가신 것도 살아계신 것도 아닌 아빠를 생각하다 마음의 병이 난 동생(이 아이가 화자다), 동생을 지켜주려 눈물겹게 노력하는 듬직한 언니. 이 가족 이야기가 찰진 글맛 속에서도 눈물로 비집고 나온다.

걸어서 할머니 집. 제목 그대로의 이야기다. 이번 항해가 끝나면 할머니 집까지 걸어서 가자고 아빠는 약속했지만, 그 항해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시름의 심연에 빠져 죽을 것 같은 동생을 보다못한 언니는 자매 도보여행을 제안하고 둘은 떠난다. 부산에서 합천까지의 그 먼 길을. 나는 경상도를 거의 안가봐서 자매가 지나간 길과 지명에 익숙하진 않지만, 작가는 정말 걸어보셨나보다 이길을... 그렇지 않고서 이리 실감나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 후기에 보니 이 이야기는 작가가 실제 만나본 아이들의 이야기인 것 같다.
"인생의 느닷없는 발길질은 아이들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앉아서 가만히 당하지 않고 길 위로 나선 건 최선이었고 다행이었다.
걷고 걷고 또 걷고, 그저 걷기만 했는데 뭔가가 일어났다.
여름날의 그 길을 떠올리면 걸음걸음 애틋하고 길목마다 그리워 마음에 불이 켜진다."

이제 훌쩍 커졌을 그 아이들은 잘 살고 있겠지. 걷는다고 밥이 나오는 것도 쌀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그 끔찍한 한여름 땡볕길을 엿새나 걸은 그 자매는 이제 살아갈 힘을 자기들 안에서 끌어올렸겠지.
걷는 길에 차가운 물 한 병, 밥 한 그릇, 수박 한 덩이 주시며 장하다 짠하다 해주셨던 어른들 감사합니다. 저도 누군가가 제 앞에 그런 모습으로 오게 되면 이리 맞을게요.

할머니 삼대가 사시는 집에 하룻밤 묵어간 얘기가 젤 훈훈하고 재미났다. 곱고 착하게 늙어가는 귀여운 할머니들께 "시장을 반찬으로 묵어" 하는 밥한그릇을 얻어먹고 자매는 어디서도 안해봤던 막노래 막춤 리사이틀을 펼쳤는데 할머니들의 반응.ㅎㅎ
"아따, 애기들이 재주도 좋네. 덕분에 얼매나 재미졌는지 몰러."
배우지 못하시고 시골에서 손바닥만한 밭 일구며 사시는 이런 할머니들이 서울에서 배웠다며 돈번다고 골몰하며 사는 나보다 백배는 세상에 존일 하시며 사시는 거다.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니 유명해지겠다고 발싸심하지 말자. 부디.ㅠ

로드킬당한 고라니의 시신 앞에서 동생이 오열하는 장면은 이야기의 슬픔이 분출되는 부분이다. 가슴이 먹먹한 장면.
그리고 드디어 당도한 할머니 집을 바라보는 장면. 달라진 건 뻣뻣해진 다리와 꼬질꼬질한 얼굴밖에 없지만, 희망이 차오른다.

고학년을 맡으면 학급 아이들과 같이 한 번 읽고 싶은 책이다. 누군가에겐 위로를, 누군가에겐 힘을 줄 수 있는 책이다. 그리고 재미는 기본으로 장착.

세상에 이야기는 이렇게 끊임없이 나오는구나.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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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바꾸는 작지만 확실한 행동
시릴 디옹 외 지음, 코스튐 트루아 피에스 그림, 권지현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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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시릴 디옹의 <내일-지속가능한 미래를 찾아 떠나는 루와 파블로의 세계 여행>책을 아주 감탄하며 읽었다. 동명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먼저 만들어지고 나온 책이라고 해서 수업자료로 적합할 것 같아 영화를 찾아보았지만 국내 개봉도 되지 않았고 구할 수도 없었다. 1년 쯤 후에 나온 이 책 역시 좋다. 영화가 또 생각나서 다시 검색해보았더니 한 달 쯤 전에 개봉이 되었다. 근데 상영관 찾기가 어렵다. 딱 한 군데 있긴 한데 내가 볼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그래도 개봉이 되었으니 이후 영화파일을 구할 방법은 있겠다 싶다. 


이 책은 그림이 늘어나고 글은 짧아졌다. 훨씬 함축적인 문장에 동일한 주제를 담았다고 느꼈다. 거기에다가 좀더 느껴지는 것은 환경 문제 뿐 아니라 삶과 행복에 대한 철학과 방향성까지 담았다는 것이다. 가만히 음미해보면 그럴 수 밖에 없다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지구가 쓰레기로 뒤덮이고 몸살을 앓는 것은 인류가 삶의 방향을 잘못 잡은 것과 무관하지 않으니까. 


돈이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어 버린 삶, 소유와 소비로 만족을 얻는 삶,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하거나 사랑하는 것과는 동떨어진 삶....... 우리의 이런 모습이 환경을 파괴했고, 이 파괴를 멈추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는 것이 눈에 보이는 지금도 우리는 브레이크를 밟지 못하고 있다. 이 작가의 일련의 책들은 이런 우리의 모습에 안타까운 경종을 울린다.


나는 작가가 지적한 '두려움'이라는 말에 집중했다. 

"두려움은 인간의 감정 가운데 가장 강력한 감정일 거예요.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많아요.

......하지만 우리 안에 두려움이 가득 차면 두려움이 우리의 행동을 지배해요......" 

"우리는 가난이 두려워서 좋아하지 않는 일을 참고 해요.

우리는 부족할까 봐 두려워서 물건과 먹을거리, 돈을 계속해서 쌓아놓아요.

우리는 야생동물, 질병, 태풍, 추위가 두려워서 자연을 파괴하고, 고립된 공간에 공원을 만들어 자연을 가두고, 시멘트로 만들어진 도시에 살아요."

"우리는 두려움 때문에 이 세상을 전쟁터로 만들고

거대한 공사장으로 만들어요."  


그렇다. 두려움 때문에.... 이것은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하지만 작가는 두려움에서 벗어날 좋은 방법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사랑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하는 것"이다.

몹시 이상적이고 뜬구름 잡는 소리 같기도 하지만, 작은 부리로 산불을 끄던 벌새의 이야기, 또 "개미가 힘을 합치면 코끼리도 들어 올릴 수 있다."는 속담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방법임을 알려준다.


결국 인류는 '불편함'과 '적은 소유'라는 과거로 돌아가는 두려움을 극복해야만 미래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선택만이 있을 뿐이다. 어떤 두려움이 더욱 강력하게 나의 행동을 지배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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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학교는 싫어요! - 대변초등학교 아이들의 학교 이름 바꾸기 대작전 내가 바꾸는 세상 4
김하연 지음, 이갑규 그림 / 초록개구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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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년 사회 3(2)단원 '지역 문제와 주민 참여' 관련하여 아이들과 함께 읽을 책을 고르고 있다. 초록개구리 출판사의 '내가 바꾸는 세상' 시리즈 중 한 권이면 어떤 책이든 적당할 것 같다. 그래도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이면 더 좋겠다 생각하던 중에 이 책이 나와서 얼른 구입해 보았다. 보고 나니 이 책으로 거의 마음이 굳어진다. 주민참여에 대한 책으로는 시리즈의 다른 책들 중 더 적합한 주제가 있지만 아이들의 심금(?)을 울리기에는 이 책이 가장 좋겠다. 함께 읽으며 아이들 사이에서 화제가 될 것 같다. 너무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서. 더구나 똥 이야기라서.ㅎㅎ


시리즈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도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다. 학교 이름 때문에 놀림과 스트레스를 받던 아이들이 어른들과 힘을 합해 학교 이름을 바꾼 사례다. 학교 이름이 대변 초등학교. 요즘 애들 말로 "이거 실화냐?"다. 아이들한테 말해줘야겠다. "이거 실화야!"^^


이름이 좀 듣기 민망하거나 웃긴 학교가 종종 있지만 이건 그 중 최강이 아닌가? 이 학교의 학생들은 여러가지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현장학습 가는 버스 유리창엔 교명을 크게 써 붙이게 되어 있는데 그걸 보고 웃는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 괴롭고, 학교별 행사 때 학교가 소개되면 어김없이 좌중은 폭소를 터뜨린다. 웃는 사람 입장에서야 재미있겠지만 당사자들은...? 또 소속학교를 밝혀야 할 상황이 많은데 누구도 그냥 들어넘기는 법이 없으니 아이들 입장에서는 정말 적지 않은 스트레스였을 것 같다. (나라도 무심히 들어 넘기지 못하고 어머나, 정말? 등의 반응을 보였을 것 같으니....)


아이들 입장에서 가장 참지 못하겠는 것은 '놀림'이었다. 조롱과 수치심은 인간이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 중의 하나인데 아이들은 특히 더하다. 이 책의 사례에서 보면 학교대항 축구경기에서 상대팀의 놀림에 평정심을 잃은 선수들은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대패하고 말았으며, 뮤지컬 발표회에 참여한 아이들은 시작부터 주눅이 들어 제대로 기량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무대를 내려와야 했다. 


그러던 중 전교어린이 부회장 선거에 입후보한 승재의 후보연설에서 이 문제가 처음 수면으로 떠오른다. "학교 이름을 바꾸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라는 공약이 등장한 것이다. 그 공약에 공감한 많은 아이들이 승재를 뽑아주었다. 이후 승재를 비롯한 전교어린이 회장단, 그리고 담임선생님과 교장선생님까지 힘을 합쳐 교명 변경을 이루어내기까지의 과정이 이 책의 내용이다.


교명 변경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대변초는 54년의 역사와 전통을 마을과 함께 해온 학교였기에 졸업생들과 지역주민의 의견도 중요했다. 다행히 동창회장님이 아이들 편이 되어주었으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교육청에서 제시한 절차도 꽤나 복잡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하나하나 이루어 나갔다. 수많은 서명을 받아내고 편지를 쓰고 인터뷰를 하고.... 교명 변경 허가를 받은 후에는 새로운 이름을 정하기 위한 투표를 하고.... 결국 아이들은 대변 대신 용암초등학교라는 새로운 학교 이름을 얻게 되었다.


교사이고 어른인 나도 이렇게 뭘 바꾸려는 시도를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교명 하나 바꾸는 게 이렇게 복잡한 일인지 잘 몰랐다. 무엇이든 유지되어 오던 것을 바꾸는 것은 쉽지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불편하거나 괴로워도 참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용기가 없어서, 총대 메기가 귀찮아서, 연대가 어려워서, 설득할 힘이 없어서.... 등등 여러가지 이유로....


이 책은 아이들 독자 입장에서는 정말 깜짝 놀랄만한 대변초등학교라는 이름을 소재로, 우리 주변의 불편함을 합법적인 절차에 의해서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이 단원을 통해서 시리즈의 다른 책들(우리가 박물관을 바꿨어요, 안전지도로 우리 동네를 바꿨어요 등)을 집필하신 배성호 선생님 같은 수업을 해보고 싶으나 나에겐 역량이 부족하고.... 이 책과 함께 아이들과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는 해보려고 한다. 그러다가 우리에게도 할 일이 생긴다면 용기를 내 볼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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