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위 열리는 날 - 학교 폭력 예방 동화
김문주 지음, 박세영 그림 / 예림당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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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런 동화가 나오는구나. 그래, 나올 때도 되었다. (최근작 아니고 나온지 1년이 좀 넘은 책)

이 문제는 복잡하여 어디서부터 말해야할지 모르겠다. 언제부터인가 학교폭력을 당하는 아이들의 피해가 많이 보도되었다. 그 중에는 스스로 생명을 버리는 아이들까지 생겼다. 그 아이들이 참고 견뎠던 고통은 듣기만 해도 분노를 일으킨다. 친구를 그토록 괴롭힌 아이들에게 잘못을 일깨우고 그 책임을 지게 해야되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그래서 생겼을 것이다. 학폭법이라는 것은. 그리고 학교에서는 학폭예방교육이 강화되었고 해마다 학폭실태조사를 진행하고 학폭신고절차 등을 안내한다. 분명히 필요해서 생겼을 것이다. 그런데 실상은....

학폭법과 그에 따른 절차로 피해자는 적절한 보호를, 가해자는 잘못을 뉘우치는 합당한 벌을 받고 교육적으로 잘 해결된 사례가 어느정도 있는지 알고 싶다. 실제는 학폭 절차가 시작되면 이미 그곳에 교육은 없다. 담임은 손을 떼어야 하고 화해 권유는 사건무마 시도로 비난받게 된다. 부모들의 감정싸움으로 골은 더욱 깊어지고 양쪽 모두 판결에 만족하지 못하고 학교에 화를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학교는 양쪽에서 팔을 잡아당기는 능지처참의 꼴이 되어버린다. 학교만 그렇겠는가? 치유되지 못한 채 고착되어버린 아이들의 상처는. 그리고 그 관계는......

이 책의 세 여학생은 모델을 한다는 약간 공주과의 나리를 평소 좋게 보지 않던 터에, 피구 경기에 과몰입한 나머지 실수연발인 나리를 심한 말로 몰아붙이게 된다. 그거 너무나 잘못한 거다. 잘못을 돌아봐야 하고 진심을 다해 사과해야 된다. 그런데 분노한 나리 아빠는 학교에 찾아와 공포분위기를 조성했고, 경찰서 신고, 학폭위 제소, 학폭위 판결 미흡하다며 교육청 제소, 마침내 형사고발까지 갈 데까지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와중에 괴로워하는 가해자 부모들, 힘들어하는 담임과 학교 담당자들, 그리고 상처가 더욱 깊어지는 나리와 세 친구의 모습이 안타깝게 펼쳐진다. 책에서는 여러 사건 끝에 서로의 상처와 눈물을 보게 되고 잘 마무리되며 끝났지만..... 실제로 학폭이란 도마 위에 일단 올라선 이상 이런 결말은 너무 어려운 것이다.

고민이 많다. 학교는 일단 피해자를 우선적으로 도와야 할 것이다. 그리고 흔치는 않지만 정말 악질적인 가해자도 없지는 않다. 이런 아이들에겐 인실을 보여줘야 한다고도 나는 생각하는 편이다 솔직히. 하지만 이런 경우보다는 가해 피해가 서로 얽혀 있는 경우도 많고 먼저 피해자 코스프레를 잽싸게 소리 높여 하는 쪽이 상대방을 가해자로 만들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징계에 불복하고 이를 갈며 원한 관계로 가는 경우, 아이들끼리는 벌써 같이 노는데 어른들의 감정 해소가 안되어 교사의 교육력을 아이들에게 쓰지 못하게 계속 뒷덜미를 잡는 경우도 있다. 예방 차원에서 학교는 아이들에게 "아주 작은 행동도 상대방이 느끼기에 따라 폭력이 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가르치는데 그 말을 꼬투리 삼아 종결될 사안을 한도 끝도 없이 오래 끌고 가기도 한다. 결국 가장 큰 피해는 아이들이 보게 된다.

식견이 높지 못한 나는 어떻게 해야 이 판이 고쳐질 거라고 단언하진 못하겠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학폭법은 개정이 필요하고 아이들 사이의 문제는 회복의 과정을 우선적으로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법은 그 다음이다. 이 책이 아주 널리 읽히고 있진 않은거 같은데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들은 한 번 쯤 읽고 지혜를 모아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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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보 개 광칠이 좋은책어린이 고학년문고 5
유순희 지음, 장선환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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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순희 작가님의 신간이 나오면 꼭 챙겨 본다. <지우개 따먹기 법칙>과 <우주호텔>이 자주 언급되고 읽히는 것을 보면 서로다른 취향들 가운데에서도 공통적으로 느끼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유순희 님의 책에선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그 안에서 인물들 간에 서로 마주보는 시선도 따뜻하다. 이 책도 그렇다.

알렉산더라는 늠름한 이름의 개가, 주인이 이민가는 바람에 사촌누나인 정순 씨 집에 떠맡겨지면서 광칠이라는 아무 이름에 관리 안되는 생활 가운데 비만견이 되어버린다. 박주혜 작가의 <변신 돼지>라는 책에서는 돼지가 어때서? 라며 뚱보를 감싸는데 이 책은 그러지 않는다. 조롱하고 비난하진 않지만 자신을 관리하지 않는 것은 곧 자존감 부족과 우울로 이어지고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해칠 수 있음을 정확히 보여준다.

자칫 비만인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는 내용은 아닐까? 아니면 주변의 관리 잘되는 아이들이 그들을 더 한심하게 바라보는 것은 아닐까? 라는 걱정을 살짝 할 수 있다. 하지만 서사가 워낙 흥미진진하고 재밌으니 그런 생각에 그리 집중하지는 않겠지 라고도 생각해본다. 나자신이 맘에 안드는 상태에서 탈출하기는 쉽지 않다. 뻘밭 속을 헤매듯 묵직한 발걸음은 한없이 나를 아래로 끌어내린다. 그런 상태를 탈출할 상큼한 도전의식은 필요한거다.

광칠이가 알렉산더였을 때, 주인은 개와 함께 마라톤 대회에 출전했고 늘 열심히 운동을 시켰다. 당시 광칠이는 날렵했고 활력이 넘쳤다. 하지만 정순 씨 집에 온 이후 하루종일 집에 엎드려 있거나 담장 밑에서 등산객들이 던져주는 간식을 받아먹어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비둔해져버렸다. 타고난 것도 중요하지만 환경과 상황이 존재를 얼마나 좌우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어떤 아이를 생각한다. 그 아이는 지금 그 자리에 놓이고 싶어서 놓인 게 아니다. 그렇다면 아이를 미워하기보다 적절한 탈출구를 함께 찾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정순 씨네 역시 뚱보가족이다. 남편 홍구 씨, 아들 현빈이까지 움직이기 싫어하는 생활스타일에 날마다 족발 등의 야식을 먹는다. 세상에, 딱 나잖아. 나도 이 좋은 봄날에도 휴일에 집에서 뒹구는데. 족발은 아니지만 거의 하루식사를 저녁에 몰아서 먹는데. 아직까지는 정상범위내의 체중이 나오지만 곧 과체중의 계단을 밟을 기세다. (그래도 강아지 산책에는 신경 쓴다.) 엎친데덮친 격으로 홍구 씨의 실직, 정순씨의 전화상담원 취업, 정순씨의 강요에 의한 홍구 씨의 공무원시험 준비.... 등이 가족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자신의 모습에 자괴감을 느끼고, 바꿀 수 없는 현실에 답답해하던 광칠이는 어느날부터 이상행동을 한다. 동물병원에 데려간 가족들은 '우울증' 이라는 수의사의 설명을 듣는다. 그때부터 가족이 함께 변하는 이야기다. 작가는 '꿈'을 이야기한다. 달리고 싶다는 광칠이의 꿈을.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정순 씨 가족의 꿈을.
또 하나는 가족의(공동체의) 유대다. 이제 가족은 서로의 꿈을 격려하고 돕는다. 가망없고 의미없던 공무원시험의 길을 벗어나서 새로운 길에 도전하는 아빠의 노력에 모두 박수를 보낸다.

그 가족의 일원으로 광칠이도 당당히 자리잡는다. 엉겁결에 떠맡아 언제든 다른 곳에 보내려고 일부러 정을 주지 않던 정순 씨는 고객의 욕설과 모독에 지쳐 퇴근한 어느날 광칠이가 준 위로에 눈물을 흘린다. 방황하던 홍구 씨가 혼자 화내다 제풀에 지쳐 눈물을 흘릴 때 광칠이는 그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핥아주었다.
-홍구 씨는 내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쓸쓸하게 웃었다.
"내 눈물 닦아주는 건 너밖에 없구나."-
(아참, 이 책의 화자는 광칠이다.)
현빈이 또한 친구들 사이에서 자신감을 얻어가는 이야기를 광칠이한테 털어놓으며 기쁨을 나눈다.
친한 친구 한명이 자신이 가장 깊은 슬픔을 겪을 때 가장 큰 위로를 반려견에게서 받았다는 고백을 한 적 있다. 천방지축 우리집 땡칠이는 언제 철이 들어 가족을 사려깊게 위로할지 모르겠지만... 천지분간 못하는 와중에서도 나름 위로는 된다. 집에 주로 혼자 계신 아버님도 그러신 것 같다. 나를 반길 이, 이놈 말고 누가 있으랴.^^;;;;;

이제 가족의 뚱뚱함은 더이상 거론되지 않는다. 달리는 게 꿈인 광칠이 빼고. 그러니 <변신돼지>의 메시지와 이 책의 메시지가 대립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내 모습을 내가 사랑할 수 있는가이다. 꿈꾸고 도전하는 일에 나 스스로가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가이다.

이 책은 정말 재밌다.(내가 개엄마가 되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이 재밌게 읽으면서 혹시라도 내가 걱정하는 일말의 상처를 받지 말고, 작가의 메시지만 쪼옥 빨아들이면 좋을 것 같다. 뚱뚱해서, 혹은 키작아서, 혹은 머리가 안좋아서, 무엇을 잘 못해서 주저앉은 아이들아! 이 책 재밌게 읽고 다리에 한 번 힘을 주어 봐! 일어나서 발을 떼어 봐! 주변에 응원해주는 사람이 꼭 있을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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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맞혀 봐! 곤충 가면 놀이 - 2021 책날개 선정, 2019 책날개 선정, 학교도서관저널 선정, 2019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 바람그림책 68
안은영 지음 / 천개의바람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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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획 정말 참신하다. 곤충, 그리고 평소에 주목하지 못했던 곤충의 얼굴(가면), 그리고 퀴즈.
"누구일까? (책장을 넘기고) 누구네!!" 하는 컨셉의 그림책은 흔한 편이지만 그래도 볼 때마다 흥미롭다. 세상 궁금한 거, 호기심 없는 나도 어느새 혼자서 퀴즈를 맞히며 책장을 넘기고 있으니 아이들은 오죽할까 싶다.^^

평소 곤충의 모습은 주로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으로 관찰된다. 곤충과 정면으로 마주할 일이 있었던가?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세상의 새로운 모습 한 자락을 우리에게 펼쳐준다고 볼 수 있겠다.

본문에 12종, 마지막 면에 18종이 추가로 소개된다. 본문 12종 중 내가 맞힌 건 개미, 사마귀, 꿀벌, 메뚜기, 거미 정도다. 그것도 가면 자체보다도 옆에 쓰여있는 정보를 보고 알아맞힌 것이다. 그러다 생각났는데, 아이들에 이 책을 보여줄 때 1)그림만 보여주고 맞히게 한다. 2)못 맞히면 옆면의 힌트를 읽어준다 3)그래도 못맞히면 다음장을 넘겨 정답을 확인한다 이런 순서로 보여주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아이들은 무척 다양하다. 우리반엔 곤충덕후가 있다. 장수하늘소 정도는 기본이고 타란튤라도 키운다고 했던가? 지나가는 말이라도 곤충에 대한 말이 나오면 우리는 이 아이의 덫에 걸리는 거나 마찬가지다. 아이는 신이 나서 곤충사랑을 역설하고 우리는 재밌어도 했다가 꺅 비명도 질렀다가 하면서 아이의 덕후질에 웬만큼 동조를 해준다.^^

또 한 아이는 곤충 공포증이 있는 아이다. 덕후랑 친한 남학생인데, 전에 '고민'에 대해서 글을 쓸때 "친구들이 곤충으로 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고 써서 따로 조용히 불러 상황을 물어본 적도 있다. 그 아이가 곤충을 무서워하는 게 재밌어서 친구들이 책읽다가 곤충 나오면 일부러 펼쳐서 보여주고 그러는데 그게 너무 무섭고 싫다는 것이다. 나도 덕후보다는 공포증에 가까우니 이해가 가기도 한다.^^;;;

이런 상반된 취향이 공존하는 곳이 교실. 그렇지만 이 책 정도면 그 격차를 확 줄이고 함께 활동할 수 있겠다. 퀴즈도 풀고 가면도 만들어 활동하면서 무관심했거나 잘 몰랐던 모습을 세세히 살피고 그 특징을 발견하다 보면 대상에 대한 특별한 애착이 생길수도....

작가의 이력을 보니 우리반 곤충덕후보다 더한 분이다. 거의 동물에 관련된 책을 만드셨는데 주로 곤충, 또는 양서류 파충류 등 선호도가 낮은 동물들을 다루었다. 자연과 생태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 책의 제작과정도 한 장 한 장 아주 세심한 작업이 이루어진 것 같다. 그림책은 예술일 뿐 아니라 그 안에 제작자들의 세월과 노력이 집약되어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한다. 그 노력이 보람있으면 좋겠다. 인기예감이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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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자판기 큰곰자리 38
이기규 지음, 강은옥 그림 / 책읽는곰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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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규 선생님은 책을 참 많이 쓰셨다. 인권교육으로 유명하신 분인데 교육에 대한 책보다도 거의 동화를 쓰신다. 짐작컨대 본인의 신념을 동화 안에 녹여내려는 것 아닐까 한다. 그런데 동화는 신념(주제)만 가지고는 안 된다. 이야기는 움직여야 하고 살아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재미있어야 하니까. 선생님은 인권활동을 하시면서도 동화 공부를 많이 하신걸까 아니면 타고난 이야기꾼인 걸까 궁금하다. 이기규 선생님 책에 리뷰는 처음 써본다.^^

이 책은 세 편이 실린 단편집이다. 첫번째 작품 <계단 뱀>에는 학생인권에 대한 저자의 시각이 담긴 것 같다. 준후네 학교에는 곳곳에 뱀이 산다. 교문 뱀, 계단 뱀, 복도 뱀, 교실 뱀 등. 이들에 대한 소문도 흉흉하다. 친구들은 대부분 뱀을 무서워한다. 그러나 준후는 달랐다. 절대 지지 않겠다는 듯이 눈을 부릅뜨고 뱀을 노려본다. 뱀은 준후를 위협하고 겁을 주지만 지후는 끝까지 버틸 뿐 아니라 마지막엔 뱀을 꽉 깨물어 쫓아버리기까지 했다.

여기에서 뱀은 학교 권력을 형상화한 것이라 해석된다. 근데 읽다가 약간 기분이 꿀꿀해졌다. 교실 뱀은 "모두 가림판 세워! 셋 셀 때까지 손 머리에 올려! 두 눈 꼭 감아! 안 그러면 모두 꿀꺽 삼켜 버릴 거야."
"무조건 하라면 해! 안 그러면 네 시험지를 빵점으로 만들어 버릴 거야."
계단 뱀은 "꼬맹이들은 중앙 계단을 이용할 수 없어. 그게 바로 법이야!"
요즘 이러는 학교는 거의 없을텐데.... 아이들을 집어 삼킬 기세의 교사는 또 얼마나 있다고... (집어삼켜지지 않으면 그저 감사한데 나는) 교사권력이 이렇게 아이가 맞서 싸워 물리칠 권력이 못되는 거 교사라면 다 아실텐데 이렇게 묘사된 것이 조금 아쉽다. 오히려 꼭 필요한 최소한의 권위를 세우는데도 고군분투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작가가 말하려는 것은 따로 있다. 준후는 복도 뱀을 만났다. 복도에서 100미터 달리기를 하려는 준후에게 복도 뱀은 아주 친절하고 부드러운 소리로 복도에서 뛰면 안된다고 일러주었다. 왜?라고 묻는 준후에게 다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조용히 설명한다. 그래도 뛰면 깨물거냐는 질문에는
"아니, 난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네가 다칠까봐 정말 걱정이 될 거야."
준후는 뱀의 친절한 눈빛이 '맘에 들어서'
"좋아! 그럼 뛰지 않을게. 이제 됐지?" 라고 한다.
에고 상전이 따로 없구나....ㅎㅎ 눈빛이 맘에 안들면 뛰어도 되나?ㅋㅋ 그러다 다치면 누가 책임지나? 공공장소는 학교 복도 뿐이 아닐 터, 앞으로 사회에서 지켜야 할 질서와 에티켓은 누가 가르치나?
물론, 같은 것을 가르쳐도 고압적인 태도가 아니라 아이가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하며 가르치라는 작가의 의도는 충분히 알겠다. 그래도 아이와 뱀이 대결하는 이런 구도는 별로 공감되지 않는다. 뭐 나만 그런 거겠지.ㅎㅎ

두번째 작품은 표제작인 <옛날 옛적 자판기>다. 두견산에 소풍을 갔던 준영이와 호야는 고장난 자판기 앞에서 빵을 먹고 봉지를 아무데나 버렸다가 커다란 집게를 든 꼬부랑 할아버지를 만나 옛날 이야기를 듣는다. 옛날옛날 큰스님과 지내던 동자승이 요술 샘물을 마시고 변신술을 쓰게 됐는데, 변신술로 사람들을 괴롭힌다는 소문을 듣고 큰스님이 동자승을 잡으러 왔다. 이리저리 피하던 동자승은 마지막에 대추나무가 되었는데 그와 동시에 대추나무는 벼락을 맞았다는 이야기.
할아버지는 이어서 두 번째 이야기도 들려준다. 몇백년 후, 그 옹달샘이 있던 자리에 자판기가 세워졌다. 어찌어찌하여 그 자판기에서 나온 음료수를 먹으면 변신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은 구름처럼 몰려든다. 이제 그 사람들은 뭐가 되었을까? 한방에 가장 좋은 것이 되려고 머리를 쥐어짠 사람들이 마침내 된 것은? 그리고 그 최후는?
옛이야기 방식에 현대인들의 문제까지 담았다. 생각할 것이 많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마지막 작품은 <그슨대가 보이나요?> 그슨대가 무엇일까 제목을 보며 궁금했다. 사람들의 화를 먹고 사는 요괴라고 한다. 까만 그림자의 형상으로 나타난다. 하늘이와 상민이는 싸워서 화를 내고 그슨대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각 사람들마다의 그슨대가 있고 그게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것도 알게 된다. 화의 원인을 찾아 해결하면 작아지는 것도, 화를 못내고 가슴 속에 쌓아도 커진다는 사실도.... 그런데 교실 안 그슨대의 상황을 관찰하던 두 아이는 가장 큰 원인을 발견했다. 그건 선생님이 모둠별 보상으로 사용하시는 막대사탕이었다. 어느날 교실에 몰래 들어가 창밖으로 사탕 통을 뒤집어버리고 미소짓는 결말이 오카다 준의 <스티커 별>을 연상시킨다. 화의 다스림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결말이 정말 의외다. 선생님들 사이에 있는 보상에 대한 의견 중 가장 부정적인 쪽이 아닐까 한다. 분노요괴의 원인이 막대사탕으로 귀결되니 말이다. 하지만 일부에게만 주어지는 보상이 전체 협력을 해치는 건 교사라면 누구나 체감해봤을 터이다. 우리 교실에 츄파춥스 통 같은 건 없지만(비타민 한 봉지는 있다^^;;) 뭐든 미션을 만들어 전체에게 같이 주며 격려하는 방식을 취하려고 한다. 이런 방식을 교사들끼리 고민하고 공유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안면은 없지만 존경하는 동료교사이자 학교 후배인 저자의 책에 너무 실례되는 리뷰를 남긴 건 아닌지 모르겠다. 저자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나도 깨어있으려 애쓰겠다. 다음 작품은 어떻게 구상하고 계실지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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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행성 보고서 큰숲동화 9
유승희 지음, 윤봉선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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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미치겠다. 이 책은 또 뭐냐.^^ 유승희 작가는 '콩팥풀 삼총사'로 내게 인상적인 작가라 이 책을 발견하고 당장 주문했는데, 이건 뭐 웃기고 엉뚱하고 어이없는 새로운 차원의 상상력이다.

이 작가가 주변인이라면 난 싫을 것 같다. 미술 전공이고 유학까지 다녀왔으며 그림작가로 활약했는데 언제부턴가는 동화도 쓰게 되었다는.... 세상은 공평하다고 누가 그랬던가. 한가지만 뛰어나도 족할텐데 세상 참 너무하네.ㅎㅎ

외계생명체와 발달된 과학을 다뤘으면서도 이 책의 상상력은 초반에는 참 태평하며 발랄하다. 우주선에 탑승했던 외계인 셋이 사고로 지구에 불시착한다. 그들은 지구보다 훨씬 더 앞선 문명을 가진 나끄 행성에서 왔다. 함장 뽈라와 항해사 루까, 그리고 우리치 박사. 이렇게 생명체 셋과 인공지능 쮸비가 지구에서 겪는 이야기다. 박사는 지구인에 대한 자료를 분석하고는 흥미를 느껴 귀환을 미루고 근접관찰을 결심한다. 그가 알아내는 인류에 대한 정보들이 흥미롭다.
"역사의 대부분이 거의 전쟁이야."
"문학작품이나 철학 사상을 살펴보면 꽤 고결한 면도 있기는 한데...."
"폭력이 있지만 희생과 협력에 대한 수많은 기록들이 또 그만큼 있단 말이지."

폭발의 충격으로 셋의 탈출정은 링크가 끊어져 함장 뽈라만 다른 곳에 떨어졌다. 그곳은 박사장의 재활용센터(고물상). 박사장과 함께 지내게 되면서 함장은 인간의 인간적 성품을 제대로 체험한다. 다른곳에 떨어진 나머지 둘은 인간의 비인간적 성품을 체험.... 모든 기능이 탑재된 털을 깎이고, 언론에 보도되어 구경거리가 되고, 결국은 우주항공센터에 잡혀가는....

아참, 외계생명체의 생김새에 대한 상상력이 참 중요한데 이 책에선 그 설정이 정말 너무 무성의하달까?ㅎㅎ 지구의 한 동물종, 개와 같은 모습이었던 것이다. 물론 외양만 그런 것이다. 인간을 보고 "뭐야, 다른 생물체를 포식하는 종족인 거야?" 라며 놀라는데, 그들은 광합성을 통해 스스로 생존하는 생명체라 한다.^^ 세포조직과 내부 기관이 전혀 다른 것은 물론이고.

함장 뽈라가 나를 만났다면 훨씬 쿨하고 밋밋하게 지구를 떠날 수 있었을 텐데(물론 그러면 기승전결이 성립되지 않아 이야기가 되지 않음), 무뚝뚝하지만 의리있고, 우직하지만 정이 깊고, 무관심한듯 오지랖 넓은 박사장을 만나서 여러가지 감정 체험을 하고 이야기의 클라이막스를 가슴 졸이게 만들어낸 후에 자기들 별로 돌아간다. 발달한 문명의 그들은 지구인에게 남아있는 그들에 대한 모든 기억을 지우고 떠났다. 그들에 대한 흔적은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기억 한조각마저도.

마지막장, 에필로그에선 나끄 별로 돌아간 우리치 박사의 보고서 내용이 나온다. 그 보고서는 엄청 욕을 먹는다. "이런 보고서가 어디 있소? 이런 하나마나한 보고서는 안 가 보고 여기서 써도 되겠소!"
그 보고서의 제목인 즉 이렇다. "말기 화석 문화와 지구인 생태 - 원시 문명의 역동성"
그 내용은.... 내가 아무리 스포에 개의치 않고 리뷰를 쓰는 스타일이지만 이건 참겠다.ㅎㅎ 세상에 딱 떨어지는게 뭐 그리 있으랴. 중요한 일일수록 규정하긴 힘든 법.^^

외계인의 눈을 빌어 인간을 바라본 작가는 이렇게 말하나마나한 메시지를 엉뚱한 상상력 안에 선명히 남겼다. 만화영화나 연극으로 각색해도 재밌지 않을까 라는 문외한의 의견을 남겨본다. 다음으로 작가의 최근작 <불편한 이웃>을 조만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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