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조금씩 자라는 아이들 - 초등 교사 천경호의 학교 이야기
천경호 지음 / 이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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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이 날이 갈수록 어려워진다. 아이들의 실수는 혼내면 안되고 교사의 실수는 나를 갈아마셔도 입이 열개라도 할말 없는 일이며 학부모의 실수는 아님말고 하면 끝이다.^^;;; 학폭도 담임교체도 병가도 한번 겪어보지 않은 내가 이런 소릴 하면 안되지만, 어쨌든 교사의 입지가 좁아지고 손발이 묶인 것은 내가 당해보지 않아도 느낄 수가 있다. 올해 수업중이나 쉬는시간에 아이들이 살짝 삐거나 긁히는 상처가 몇번 났었는데 그때 나의 대처를 보고 보건교사님이 안쓰러운 눈길을 보내셨다. "그렇게까지 하셔야 되는군요..." 그렇다. 나는 그렇게까지 한다. 아이들을 걱정하는 마음도 물론 있지만 그보다 기저에 깔린 것은 나에 대한 보호본능이다. 나는 공격당하고 싶지 않다. 나를 공격하는 대상을 사랑할 인성을 갖추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안심한 상태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 불안한 상태에서는 아이들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요즘 교사의 입지는 불안하고 위태하다.

이 마당에 공교육과 교사의 역할, 아이들에 대한 신뢰와 성장을 끈질기게 말하는 교사가 있다. <리질리언스>를 쓰신 천경호 선생님이다. 그 책을 쓰신 후 선생님은 페이스북에 거의 매일 교실이야기나 교육에 대한 단상을 올리셨는데 글을 읽다보면 공감, 감탄, 때로는 밤고구마 물없이 삼킨 답답함, 이후엔 이해, 존경 뭐 이런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떠오르곤 했다. 날마다 올리신 그 글들은 여러가지 상황이었지만 일관성이 있었다. 바로 <리질리언스>가 교실에 실현되는 과정이었다. 그 글들이 묶여 이렇게 또 한권의 책이 되었다. 기억나는 글 중 책에 없는 것도 있다. 말하자면 추려서 엮었다는 뜻이 되겠는데, 한 사람의 꾸준한 글쓰기가 이렇게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힘을 갖게 되는 과정도 놀라웠다.

페이스북의 글들은 일회성이고 그룹짓기 힘든 것에 비해 책을 보니 주제별로 묶은 구성이 아주 좋았다. 1부 [내가 만난 아이들]에선 아이들과의 만남을 다룬다. 교사와 친구들을 힘들게 하는 각양각색의 아이들이 나온다. 아이와의 문답을 그대로 실은 경우도 있다. 이게 좀 매뉴얼로 머리속에 들어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아이의 문제행동을 볼 때 나는 표정과 말투부터 변한다. 하수 중에 하수라고 하겠다.;;;; 저자의 대화에서 보면 비난 금지, 감정은 들어주기, 바른 행동은 지도하기, 옳은 선택을 하도록 돕기 등의 원칙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과정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신뢰'다. 아이가 바른 것을 선택할 수 있다는 신뢰. 선을 추구할 수 있다는 신뢰. 실제로 우리는 무수히 뒤통수를 맞았고 저자 또한 그러했지만 그 신뢰만큼은 끝까지 붙잡아야 한다. 그것이 리질리언스의 기본이며, 우리가 저버린 아이들은 사회의 불안요인으로 되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2부 [교사는 마지막 둑]에서는 저자의 교사관을 볼 수 있다. 그것은 참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내가 서 있어야 할 의미를 주는 것이라 감사하기도 하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성숙한 어른이 필요하다'는 말에 공감한다. 아 그건 내가 성숙한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자나.... 성숙한 주변인의 필요성은 경험상 정말 절실하다. 그래서 '환경'을 따지는 것이다....ㅠ 하지만 주변에 정말정말 없다면 최후로 교사라도 되어주어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둑'이라는 제목을 뽑았나보다. 그 둑이 무너지는(혹은 무너뜨리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지만....

3부 [내가 깃들고 싶은 교실]에서는 리질리언스를 키워주기 위해 저자가 교실에서 실천하고 있는 것들을 소개했다. <리질리언스>책에도 나왔지만 이 책에서 더욱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책읽어주기와 온책읽기는 나도 심혈을 기울여 하고 있는 활동이라 위안이 되었다. 칭찬과 감사 나누기는 늘 하다가 흐지부지 되었다가 올해는 꾸준히 밀고 나가고는 있지만 항상 회의가 든다. 주 1시간씩 할애해서 이걸 하고 있는데 그럴 가치가 있는거야? 칭찬할 점 찾기는 왜저렇게 못하고 감사는 왜 만날 똑같은 소리만 하는거야? '원래 그렇다'는 저자의 말씀에 조금 안심이 된다. 원래! 인간은 비난이 앞서고 원래! 인간은 남의 장점보다 단점을 찾아 자신을 돋보이려는 존재다. 그저 꾸준함 외에 왕도는 없구나. 저자는 특히 감사를 가르치는 것의 중요함을 역설한다. 젊었을 때 나는 이걸 낯간지럽다고 생각했었는지 구태의연하다고 생각했었는지 본인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 생각하고 넘어갔던 것 같다. 하지만 감사함을 모르는 무지몽매한 모습에선 분개를 했었지. 가르치지도 않고 말이다.^^;;; 저자가 중요시하는 덕목들을 보면 좀 고전적인(?) 가치라는 느낌이 드는데 나는 그게 신뢰가 간다. 살아갈수록 더욱 그렇다. 그 외 학교폭력교육보다 '우정을 가르치는 교육'에도 크게 공감한다.

4부 [교사가 할 일을 제대로 하게 하라]가 따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보고 저자에게도 출판사에게도 고마움을 느꼈다. 저자는 이를 위해 교원단체에서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간혹 자기 할 일도 제대로 안하는 폭탄교사도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책은 별도고 교사가 수업과 생활지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방과후, 돌봄, 학폭 등 온갖 사회적 요구들을 학교로 밀어던져 결국 교사의 업무가 되게 하는 일들을 중단하고 개선해야 한다. 교사도 전문성을 위해 부단히 연구하고 노력해야 함은 물론이다.

천경호 선생님을 보며 든든함을 느끼는 건 그가 가진 '확신' 때문이다. 때로는 그의 확신에 빌붙어 나도 좀 당당해져보고 싶다. 요즘같은 교사불신-교사공격-교사자학-소극적 교육활동으로 이어지는 시대에 우리의 일에 대한 의미와 확신을 갖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도전하는 자세는 많은 이들에게 힘을 준다. 나는 소극적일 뿐 아니라 살짝 비관적인 자세도 갖고 있어서 남은 건 '월급값 정신' 뿐이라(사실 월급값 정신만 똑때기 지키기도 어려움) 그거 하나로 어찌어찌 명퇴까지 버텨보자 하고 있는지라 때로 저자의 말씀이 '공자님 말씀' 같이 들릴 때도 있다. 그러나 저자의 주장은 단순히 당위만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 그가 애써 공부하고 있는 학문(긍정심리학)에 기반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교실에서 이 가능성을 실현하고 있다. 이것의 어려운 점은 이론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 기다림과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저자는 이론가임과 동시에 타고난 실천가다. 성질급한 나는 글만 읽어도 벌써 혈압이 오를 때가....^^;;; 그러나 기다림과 인내가 그저 막연한 것일 때보다 확신에 근거한 것일 때는 조금 더 버틸 힘이 생길 것이다. 이 책이 나에게, 또 여러 선생님들께 그 힘을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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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 말꼬리 잡기 101 키워드 톡톡 시리즈 3
김종상 지음, 송영훈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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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때 잘했던 과목 중 하나가 한문이다. 그런데 뭐든 안쓰면 녹스는 법인가.... 지금은 쉬운 한자도 막상 쓰려면 헷갈리고 읽기도 많이 까먹었구나 느낀다. 고사성어는 학교에서 다 배우진 않았지만 그정도는 상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상을 보니 모르는게 많다는 걸 얼마전에 깨달았다.

사실 고사성어를 남발하는 걸 좋아하진 않는다. 사람마다 말하기나 글쓰기에 개인적 특징이 있겠지만 난 유식한 말을 쓸 일이 별로 없어서인지 고사성어를 사용하는 화법은 거의 쓰지 않는다. 아주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표현이라면 모를까 다른 표현이 있는데 굳이 갖다 쓸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잘못 썼다가는 안쓰느니만 못한 사태가 벌어지기도 하고 말이다.-_- 그렇더라도 일단 알기는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모르면서 필요없다 하는 건 여우의 신포도가 될 테니까. 고사성어는 일종의 관용적 표현인데 위에도 언급했듯이 꼭 필요한 곳에 사용하면 매우 경제적이면서 효율적인 표현이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대상이 이해한다는 전제 하에) 그러던 차에 서평도서 중 이 제목이 보여 이때다 하고 신청했다.

목차를 쭉 훑어보니 음.... 각오한 대로 모르거나 긴가민가 하는 사자성어들이 꽤나 눈에 띈다. 이 책이 초등용인 걸 감안하면 부끄러운 수준이다.ㅎㅎ 잘되었다. 이김에 101개는 확실히 알아두자.

가나다순의 사전식 배열로 되어있어 모르는 사자성어가 나왔을 때 찾아보기 좋겠다. 펼친화면 두 쪽에 하나씩의 사자성어가 소개되어 있는데 왼쪽 페이지에는 한자풀이가, 오른쪽 페이지에는 유래된 이야기나 사용예시 이야기가 들어있다. 간단하고 효율적인 구성이라 생각된다. 고사성어의 고리타분한 느낌을 극복하고자 왼쪽면 하단에 해시태그를 넣은 정성이 귀엽게(?) 느껴졌다.ㅎㅎ

이 책을 아이들이 앉은자리에서 통독을 하기는 어렵겠다. 아이들 관심사와 독서스타일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번에 읽기보다 조금씩 여러번 읽는 것이 익히기에는 더 좋을 것 같다. 학급에 보면 아이들마다 특별히 관심 갖는 분야가 있다. 역사, 과학, 속담 등등.... 그런 경우에 그 분야에선 또래 수준을 훨씬 넘는 지식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이 책도 그래서 전학년 대상이 될 수 있겠다. 가족과 함께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내가 장담하는데 부모님 중에도 이거 다 아시는 분은 드물다. 함께 웃으며 익히면 가족 분위기도 좋아지겠다. 내가 방금 딸한테 문제를 냈다.
"계란유골이 무슨 뜻이게?"
"계란에 뼈가 있다...? 음... 있을 수 없는 일이란 뜻인가?"
"땡! 틀렸어."
"엇, 뭐지? 들어보긴 했는데!"
이런 식이다.ㅎㅎ

아이들도 언어표현의 여러 도구들을 갖는게 좋다. 남의 표현을 이해하는 데도 필요하고. 읽으라고 들이댈 것까진 없지만 오며가며 익히고 모를때 찾아볼 수 있도록 교실에 한권 비치해 두면 좋겠다. 유용한 학급문고 한 권이 생겼네. 감사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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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온다, 나노봇 와이즈만 미래과학 2
김성화.권수진 지음, 김영수 그림 / 와이즈만BOOKs(와이즈만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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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분 콤비 저자의 책을 접한지 15년이 넘었다. <과학자와 놀자>가 시작이었다. 그때 어린이 비문학 도서들의 수준이 이렇게 높아지고 있구나 하고 놀랐다. 그 책은 15년이 넘게 지난 지금 봐도 내용이나 디자인이나 모두 처지지 않는다. 이후로도 두 분은 과학, 수학 방면에서 다양한 어린이책을 썼다. 모두 공저로. 아주아주 부럽다. 평생 작업을 같이하는 소울메이트가 있다는 점. 또 자신이 공부한 것을 이렇게 글로 풀어낼 역량과 기회가 있다는 점. 난 평생 내 안에 이야기가 고여 본 적이 없어서 창작은 생각도 못하지만 내가 가진 지식을 아이들 눈높이로 써내는 작업은 해보고 싶다. 근데 뭐 딱히 가진 지식이 있어야 말이지.^^;; 그런 의미에서 같은대학에서 과학을 전공한 두 친구가 다양한 어린이 과학책을 쓰며 함께 나이들어 간다는게 참 좋아보인다.

뿐만아니라 이분들의 책은 아주 재밌기조차 하다. 주로 대화체로 구성되어 있는데 귀에 쏙쏙 들어오게 설명을 잘해줄 뿐만 아니라 문장들이 감각적이기까지 해서 정보책 특유의 딱딱함과 지루함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웃기는 캐릭터가 나와 좌충우돌 호들갑을 떨지 않아도 문장만으로 충분히 그렇다. 그게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가장 쉽게 설명하는 미래과학책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원자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이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원자로 되어있다. 그런데 그 종류는 그리 많지 않다. 과학자들이 찾아낸 원자들은 총 92개. 원소기호를 보니 주기율표를 외우던 고1 화학시간이 기억났다. 머리 잘 돌아갈 때 열심히 좀 외워둘 걸.... 거의 다 까먹었다.^^;;;

원자가 결합하여 분자가 된다. 분자들이 이렇게저렇게 모여 세상 모든 것들을 이룬다. 놀라운 것은 배열만 다를 뿐이지 이루고 있는 원자는 다 거기서거기라는 것. 자연은 이것들을 조립하여 무수한 물질과 생명체를 만들어낸다. 과학자들의 연구로 긴 세월에 걸쳐 인간은 이런 원리를 파악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생각한다. 인간이 이것을 할 수는 없을까?

문제는 분자의 크기가 너무나 작다는 것이다. 표현하기 어려운 이 작은 크기의 단위에 우리는 '나노'를 붙인다. 멀지 않은 미래에 '나노봇'이 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드디어 이 책의 제목인 '나노봇'이야기가 나왔다. 좀더 실감나게 표현하면 '분자 조립 기계'가 되겠다. 이어서 매우 중요한 원자인 탄소의 이야기로 들어가서 버키볼, 그래핀을 설명하는데 내겐 생소한 내용이었다.(이처럼 어린이책에도 내가 모르는 내용이 많다) 이어서 미래과학책에서 많이 본 '탄소나노튜브'가 나온다. 이게 가능해지면 우주엘리베이터를 만들 수 있다고? 헉, 상상력이 부족해서인가, 난 실감이 안 나는데.....

유사 이래로 과학은 이전 세대에서 상상만 하던 것을 현실로 이루어냈으며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그러니 사람들이 상상하고 있는(나는 아직 잘 못하고 있는...;;;) 나노봇도 어느새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건 인류의 복일까, 재앙일까?

이 책에선 좋은소식, 나쁜소식이란 소제목으로 소개하고 있다. '나쁜소식'은 얼마나 끔찍한지 '그레이 구 시나리오'라 불린다. 나의 부정적인 성향은 아무래도 이쪽으로 기우는데.... '좋은소식'을 봐도 그게 그렇게 좋은 소식인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껏 인간이 한 짓 치고 그리 잘한 짓을 못봐서 자연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고 국으로 가만있는게 가장 잘하는 짓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옛날보다 지금이 살기 좋은 건 사실 아닌가 싶기도 하고....

내가 어떻게 생각하든간에 될 일은 되고 안될 일은 안되겠지 뭐. 어쨌든 궁금하긴 하다. 다음 세대의 세상이 어떠할지. 이 책은 여러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 그에 대한 적절한 설명도 해주는 좋은 정보책이다. 가렵게 해주고 긁어준달까? 아주 시원함. 무엇보다 재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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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있어서 멸종했습니다 -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멸종 동물 도감 이유가 있어서 멸종했습니다
마루야마 다카시 지음, 사토 마사노리 외 그림, 곽범신 옮김, 이마이즈미 다다아키 외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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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쪽 이론에 약한 내겐 초등고학년 대상의 과학책이 딱이다. 어려운 책은 새삼스럽게 골아프고 이정도가 나한테는 적당하다. 그런데 내가 여러번 말한 바 있지만 초딩책이라고 무시하지 말자. 다 아는 내용일 거라고 속단하지도 말고. 내가 몰랐던 내용들도 많고, 신선한 정보도 많다.(저만 그렇다면 죄송해요.^^;;;) 몇년전에 과학전담을 1년 했었는데 아이들 과학책을 보면서 그림도 스캔하고 내용도 참고해서 수업자료 만드는게 아주 즐거운 일이었다. 아~ 그때가 그립다. 오랜만에 다시 과학책을 집어들었다.

그림으로 가득차 있고 설명은 얼마 되지 않는 이 책도 내게는 꽤 재미있었고 몰랐던 많은 정보를 제공해주었다. 구성만 봐도 흥미진진해서 읽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일단 해당 동물이 큰 그림으로 나오고 그 동물이 '자기소개'를 한다. (물론 자신들이 멸종한 이유를 중심으로) 그외 기본정보와 해설이 간단하게 나오고 오른쪽 하단에 연대표가 있어 그 동물의 서식연대를 표시해준다. 이런 식으로 펼친화면 두 쪽에 한 종류씩의 멸종동물이 소개되어 있다.

멸종이라 하면 아주 슬프고 인간의 무분별함과 이기심이 불러온 참극이라는 인식이 있다. 물론 그런 면도 많지만, 이 책의 '멸종이유 베스트 3'에서 3위를 차지할 뿐이며 비율도 낮다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지구 때문에' 라고 한다. 즉 피할 수도 대비할 수도 없었던 자연의 힘 때문이었던 것이다. (현대에 와서 인간 요인이 늘어나고 있으니 그 원인을 간과해서는 물론 안될 것이지만)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의 서술은 심각하지 않고 익살스럽다. 동물들의 자기소개는 동물 특징에 맞추어 말투도 제각각 다르다. 번역서이니 그 익살을 느끼게 번역한 역자의 능력도 높이 사야할 듯.

목차구성도 웃기다.
1. 방심해서 멸종
2. 해도 너무해서 멸종
3. 솜씨가 영 꽝이라서 멸종
4. 운이 나빠서 멸종
5. 멸종할 것 같았지만 멸종하지 않은 동물

[1.방심해서 멸종]에서 알고 있었던 건 도도새 정도... 이 장에선 주로 천적이 없어 적에 대한 대처없이 편히 살아가던 동물들이 뜻하지 않던 일로 몰살된 경우다. 도도새 외에 스텔러바다소, 스티븐스섬 굴뚝새, 자이언트 모아 등등.
[2.해도 너무해서 멸종] 이 장에서는 처음 보는 동물들이 너무 많았다. 턱이 지나치게 발달했던 플라티벨로돈, 뿔이 지나치게 컸던 큰뿔사슴, 너무 덩치가 컸던 뱀 티타노보아 등등이다.
[3.솜씨가 영 꽝이라서 멸종] 뭔가 우수하지 못한 기능 때문에 멸종한 경우다. 메갈로돈이나 자이언트 펭귄 등이 나왔는데 네안데르탈인이 나온 것은 의외였다. 상상력이 부족해서 멸종했다나. 이것도 저자의 상상력이 아닐지.^^
[4.운이 나빠서 멸종] 그나마 이 장에 아는 동물이 가장 많이 나왔다. 티라노사우르스! 운석이 떨어져서...(이때 많은 생물종이 함께 멸종) 매머드, 삼엽충, 스테고사우르스 등.
[5.멸종할 것 같았지만 멸종하지 않은 동물] 오리너구리, 실러캔스, 주머니쥐 등이 살아남은 이유는.... 뭐 본인들이 어째서라기보단 운이 좋아서...? 이 책에 의하면 멸종과 생존에 어떤 법칙이 있진 않다. 그건 지구가 하는 일이다. 말하자면 운명이다...? 인간은 어떨까? 아직까진 번성하고 있다만, 소멸을 향해서 가고 있는 것일까? 막을 방법은 있을까?

이 책을 포함하여 재미있는 과학책들이 무수히 나와있다. 스스로 찾아읽는 아이라면 벌써 상당한 관심과 지식을 갖추었을 것이고, 아직 아니라면 부모나 교사가 가까이 두고 슬쩍 권해 주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상에 재밌는게 이렇게 많은데 나만 모르고 지나가면 원통하고 억울하잖아.ㅎㅎ 이렇게 해서 아이들이 평생독자, 자기주도적 학습자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맘만 먹으면 컨텐츠는 널린 세상이라구~ 건전한 관심과 방향성이 중요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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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손잡고 갈래? 문지아이들 150
이인호 지음, 윤미숙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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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님의 책 두 권 중 나중에 나온 <팔씨름>을 작년에 먼저 읽었고, 첫 책을 오늘 읽음으로 완독을 한 셈이다. 독자마다 느낌과 취향이 다르겠지만 나는 이분의 작품이 아주 마음에 든다. 가볍지 않지만 한없이 무겁지도 않고, 유머가 있지만 경박하진 않고, 희망적이지만 고민도 있고. 새털같은 가벼움도 극단의 긴장도 싫어하는 나의 성향 때문인가. 이정도가 딱 좋아 라는 느낌. 물론 개인적인 느낌이다. 4편 모두 하나같이 어려운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극적인 상황 반전도 없지만 그 안에서 자생력이 자라는 것을 엿보게되어 안심이 된다고 할까.

4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책의 제목을 담은 표제작은 없다. 말하자면 제목은 전체의 주제를 아우르는 셈이다. "우리, 손잡고 갈래?"

[계단]의 주인공 근호는 아빠 공장이 부도가 나서 달동네로 이사했다. 엘리베이터가 일상인 사회에서 '계단'은 내몰린 환경을 대표한다. 짐짓 아무렇지 않은듯 학교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걸 유지하기 위해선 거짓말을 밥먹듯 해야한다. 무너져버린 아빠의 모습은 근호를 더 비참하게 한다. 그곳에, 근호네보다 더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집에 나은이가 살고 있다. 느려터진 멍청이로 통하는 나은이에 대한 재발견. 근호네가 찾은 작고 소박한 희망.
(나은이가 내겐 너무 매력적. 실제로 보고싶다. 우리반에 있다면 더욱 좋을듯^^)

[3할 3푼 3리]에서 동주의 환경은 그리 나쁘지 않다. 야구에 푹 빠진 평범한 초딩이다. 어느날 앞집에 엄마 친구네가 이사왔다. 그집 아들 승재가 문제다. 공부벌레 책벌레. 말그대로 '엄친아'. 얘 때문에 동주의 팔자좋던 생활도 끝나고 방과후 시간은 학원들로 채워졌다. 승재를 보는 동주의 눈이 티꺼울 수밖에 없지 않겠나? 하지만 동주는 승재의 고통을 보고 말았다. 좁고 깊은 수렁에서 혼자 빠져나오긴 힘든 법이다. 고통의 신음도 잘 지르지 못하다가 곪고 썩은 후에야 폭발하게 된다. 그 직전에 동주를 만난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그리고 야구도.
(근데 작가님, 공 10개에서 3개를 치면 3할 아니에요? 3할 3푼 3리는 9개에서 3개를 쳤을 때의 타율이죠. 그게 거슬려서 몰입에 방해되었어요. 가능하면 고쳐주세요.^^;;;)

[내일의 할 일] 남매의 상황이 가장 아프다. 엄마의 장례식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 이야기의 시작이니 말이다. 하지만 남은 이들은 살아야 한다. 엄마가 없어도 배는 고프고, 밥이 넘어가고, 그렇게 살아진다. 예전처럼 티격대면서도 서로에 대한 책임감을 더 느끼는 남매. 특히 남동생(서준)이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놓는 '내일의 할 일'에 나도 미소짓고 하늘에 계신 엄마도 활짝 웃을 듯하다.

마지막 [비밀번호]에서 지환이는 어릴적 입은 화상으로 큰 흉터가 남아있다. 그런게 약점이 되어 외톨이가 된다는게 참 슬프지만 우리 사회가 아직도 그렇다... 그런 지환이 앞에 불쑥 나타나 친구가 된 현택이. 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현택이에겐 미심쩍은 면이 많은데.... 비밀번호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긴장감을 주지만 동시에 가슴이 찡한 애틋함도 준다. 현택이의 상처는, 그럼에도 그 아이가 끝까지 지키려고 했던 것은.....

난 이 책이 딱 좋다고 했지만 그건 어쩌면 비겁한 취향인지도 모른다. 여기까지만 보겠어. 희망이 있는 데까지만. 인간성이 남아있는 데까지만. 다 잃지는 않은 사람들의 모습까지만. 하지만 세상에는 다 잃은 사람도, 갈데까지 간 사람도, 차마 입에 올릴 수도 없는 참혹한 일들도 많다는 사실을 알고있다. 그걸 부정하지는 않으면서 그래도 이런 책을 아이들과 같이 읽고 싶다. 아이들이 환경에 매몰되어 자신을 망가뜨리고 주변을 파괴하면서 행복을 포기하고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손잡고 갈래?" 내미는 손도, 잡는 손도 용기가 필요하다. 아니 어느쪽이 먼저랄 것 없이 누구나 내밀고 잡아야 할 것이다. 그게 우리를 살릴 거라고 많은 이들이 힘주어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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