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서관 책동무 - 비밀글자를 지킨 아이들 파란자전거 역사동화 9
김영주 지음, 정지윤 그림 / 파란자전거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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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동화가 다채로워져 이젠 챙겨 읽기 힘들다. 작가도 출판사도 저변이 넓어졌다. 파란자전거 역사동화 시리즈도 이 책이 9번째다. 작가님 성함은 익숙한데, 같은 이름의 작가님들이 많은 듯하다.^^;;; 이 작가님은 비문학과 학습동화 등을 내셨고 역사동화는 처음이신 것 같은데, 아주 새롭고 재미있었다. 어린이들이 중간에 놓지 않고 끝까지 흥미롭게 읽을 역사동화를 골라 담는다면 이 책을 넣어도 좋겠다.

부끄럽지만 교서관에 대해서 잘 몰라서 검색해 보았더니 다음과 같이 나온다.
- 교서감 또는 교서관은 조선 태조 1년에 만들어져 당시 책을 만들고 관리하며 제사를 관장하고, 축하전문을 보내는 것을 관장하는 기관으로 설립 당시에는 교서감이었다. 태종 대에 그 이름을 교서관으로 고쳤다가 정조 5년(1782년)에 규장각과 함께 통합시켜 규장각을 내각, 교서관을 외각으로 불렀다.

책을 관리하는 기관인 '교서관'에 '책동무'가 제목으로 엮였으니, 책이 중요한 소재일 것이라고 짐작이 가능하다. 그런데 한글창제까지 포함되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그게 들어가면서 이야기의 폭이 넓어지고 긴장감이 높아졌다.

거기에 당시의 신분제도도 중요한 소재가 된다. 주인공 지성은 어머니가 관노비, 아버지는 가난으로 막다른 곳에 몰렸던 평민이었다. 말하자면 지성의 신분도 천민인 것이다. 알다시피 그시대에 신분의 벽을 넘는다는 건 하늘의 별따기와 같았다. 그런데 드물게 그 벽을 넘은 사람들이 있었고, 이 책은 그 인물을 모델로 했다. 바로 교서관의 대호군 어르신이다. 이분이 지성의 재주를 유난히 아끼고 이끌어 주었는데 그의 원래 신분은 천민이었다고 했다. 매우 중요하고도 출중한 재주를 가져서 발탁된 경우이다. 읽다보니 '장영실'과 겹쳤다. 이 책은 역사동화 중 실존했던 역사인물을 등장시키지 않은 종류에 속한다. 세종대왕이 있지만 직접 나오진 않는다. 신분의 벽을 뛰어넘었고 왕의 뜻을 받들어 한글 반포에 힘을 다하는 인물 대호군에게서는 일면 장영실이 보이고, (정확히 겹치진 않음) 사사건건 못마땅해하고 방해하는 최교리에게선 당시 한글창제를 반대하던 양반들이 겹쳐진다. 그러나 모두 작가가 창조한 새로운 인물들이다.

인물 설정은 악역과 선역이 확연히 구분되는 전형적인 설정이긴 하다. 하지만 서사의 긴장감을 높이고 주인공을 응원하는데 필요한 설정이기도 했다. 남이 잘되는 걸 배아파하고 질투하는 심술 가득한 사람, 기득권이 조금이라도 흔들릴까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여기에서 매우 나쁜 역할로 표현된다.(최교리나 덕구 등) 반면 신분에 맞지 않는 재능을 가졌지만 그 꿈을 포기하지 않은 주인공 지성과, 처음에는 좀 괴롭혔지만 뒤끝없이 협력해준 친구 천달, 지성이 꿈을 쫒는데 모델이 되어준 글선생 선경 등은 역경을 뚫고 자리를 잡는 인물로 나온다. 어린이들이 바라보며 응원할 만한 인물들이라 하겠다. '글'과 '책"을 그토록 소중히 여기며 목숨 걸고 지키는 것을 요즘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 공감에 다가가기 좀더 쉬울 것이다.^^;;;)

한글창제와 반포를 배경으로 한 훌륭한 역사동화들이 이미 있지만, 이 책도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한 좋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전작들과 함께 읽어볼 수 있다면 더욱 입체적인 감상이 될 것이다. 역사수업을 하는 5학년이 가장 적당할 것 같고 4,6학년 정도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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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을 들어줘 닥터 별냥 1 고민을 들어줘 닥터 별냥 1
이지음 지음, 문채빈 그림 / 꿈터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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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사장님> 작가님의 세 번째 책이다. 강남사장님도 고양이였고 이번 닥터 별냥도 역시 고양이다. 같은 고양이라도 캐릭터는 다르다. 강남사장님이 산전수전 다 겪은 입체적인 캐릭터였다면 이번 닥터별냥은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냥 고양이의 전형적인 캐릭터면서 새침함과 쿨함보다는 따뜻함이 더 많다는 느낌인데, 이 책이 1권이니 계속 읽다보면 드러나겠지.

 

판타지로 들어가는 마법의 통로, 꼭 필요한 아이들 눈에만 띄는 그 통로, 그곳에 들어간 아이들이 자신의 고민을 해결하고 현실세계로 돌아오는 이야기는 흔하다. 하지만 같은 이야기구조라도 어떤 내용을 담느냐에 따라서 다 다르게 느껴지니 이야기는 무한히 창조될 수 있는 것 같다. 이 책에서 그곳은 닥터 별냥과 뇽뇽 간호사가 있는 별난 보건실이다. 보건실 하면 생각나는 곳? 배경은 학교다. 판타지의 통로를 발견하는 아이들은 학교가 가기 싫은아이들이다.

 

나는 조금 긴장했다. 마음이 상하면 어쩌나 해서.... 작가님에게도 학교를 악마화 하는 시각이 있으신가... 학교를 교도소에, 교사를 간수에 비유하는 사람들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무조건 불행하리라는 확신을 갖고 있는 듯하다. 알지도 못하면서.... 학교에 와서야 비로소 인정받고, 학교에 와서야 비로소 균형잡힌 식단으로 밥을 먹고, 학교에 와서야 비로소 마음껏 친구들과 활동하는 아이들도 많아요. 공교육의 숨통을 끊어놓으면 가장 불쌍해지는 존재들이 누구인지 알아요? 공교육을 깔아뭉개는 것으로 자신의 지적 우월을 과시하려는 인간들. 그러면서 자신들이 꽤나 의식있는 줄 착각하는 인간들. 이제 교육을 할래야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으니 속이 시원하십니까? 이걸 일으키는데 오랜 진통이 있을텐데 당신들은 발 쏙 빼고 모른척 하겠죠? 그래도 상관없는데 제발 입방정은 떨지 말아요. 고생을 해도 우리가 할거니까 나불대지라도 말라고!

 

(죄송합니다. 요즘 속상해서...) 다행히도 나의 걱정은 기우였다. 작가님은 학교에 가기 싫은아이들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 봐주었다. 근원이 녹으면 현상도 사라지는 법이다. 그러니 당장 파르르하는 것보다 침착하고 여유있게 살피는 태도가 필요하다.

 

세 아이의 이야기를 담았다. 첫 번째 봄이 편에서 닥터 별냥은 이렇게 말한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아주아주 커져서 학교 가는 게 싫어지기까지 하면 더 잘하고 싶어 병에 걸린 거야. 그런데 이건 착한 욕심이라 누구나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는 병이지. 한번 이 병을 앓을 때마다 어린이는 쑥쑥 자란단다.”

1학년 봄이는 중간놀이 시간에 운동화 끈을 못 묶어서 쩔쩔맨다. 선생님한테 묶어달라고 하지만 선생님은 스스로! 잘해요!” 라는 구호를 강조하시다 마지막에 묶어주신다. 내일부터는 끈 없는 신발 신고 오라고 말씀하시면서. 하지만 봄이는 끈 있는 운동화가 멋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포기하기 싫다. 그렇지만 끈 묶는 건 맘대로 안되고. 그 욕심의 간격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별난 보건실에 다녀온 봄이는 이렇게 달라졌다.

- 주문을 외우고 나니 조급하던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봄이는 한 번만 더 해보고, 안되면 내일부터 끈 없는 신발을 신고 오기로 했어요. 집에서 좀더 연습하고, 나중에 끈 있는 운동화를 신어도 괜찮으니까요.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노는 게 중요하지 않겠어요? (38~39)

얼마나 상식적인가? 작가님 감사합니다.^^;;;

 

두 번째 준서 편이 가장 긴장되었다. 제목이 [가만히가 너무 힘들어요] 딱 그 간수 얘기를 하려는 건가 싶어서... 아니, 일단 착석은 해야 수업이 되지 그걸 부정하면 어쩌라고?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별난 보건실에는 마음이 들리는 스피커가 있는데 준서의 가슴에 청진기를 대자 이런 소리가 흘러나왔다.

사실은 학교에 가기 싫은 게 아니라 노는 것도, 가만히 있는 것도 둘 다 잘하는 아이가 되고 싶어요.”

닥터 별냥의 치료는 놀아주는 것이었다. 아주 땀이 한바가지 나올 정도로. 준서가 헉헉대며 그만 놀자고 할 때까지. 처방전에 적어준 마법의 주문은 노는 시간을 만들어라.”였다.

노는 시간이 부족한 아이들이 많다. 그렇다고 수업시간에 이걸 다 채워줄 수는 없다. 우리 어릴 때는 학교 끝나고 아이들과 누구 집엔가 모여 숙제를 해치운 후에 우르르 나가서 저녁 먹으라고 부를 때까지 뛰어놀았다. 시대가 바뀌었는데 옛날 얘기를 하면 뭐하겠냐만, 아이들의 놀이는 학교와 부모, 사회가 모두 제공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몸으로 놀다보면 조금씩 다치는 일은 생기기 마련이다. 이것에 너무 민감하면 놀이를 안시키는 방법 밖에는 없다. 놀이 시간에 줄넘기하다 혼자 넘어져 다친 부모가 그 담임한테 가한 모욕과 긴 시간동안의 마음고생을 옆에서 지켜보고 나니 대체 원하는 게 뭔가? 놀리지 말라는 거구나 하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학교에 따뜻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요구하면 안 된다.

 

세 번째 담희 편의 제목은 울보는 싫어요이다. 닥터 별냥은 이런 말을 해준다.

많이 울어본 아이는 우는 아이 옆에 있어 주라고 눈물샘이 깊은 거였어. 담희는 울기의 달인이었던 거야. 함께 울어주는 아이는 울기의 달인이거든.”

처방전에 적힌 마법의 주문은 이렇다.

울어도 괜찮아.

함께 울어 주는 건 더더욱 괜찮아.”

앞으로도 담희는 계속 울보일 수 있겠지만, 마음속에 두려움은 사라질 것 같다.

 

이렇게 세 아이의 이야기로 1권이 구성되었다. 계속 나올 모양인데 2권부터는 또 어떤 고민을 가진 아이들이 나올까? 아이들의 고민이라도 그 종류와 깊이가 다양하다. 그것들을 세심하게, 재미나게, 울다가 웃을 수 있게 그려내 주시면 좋겠다. 힐링을 표방하지 않아도 아이들의 마음에 위로를 주는 시리즈가 되길 바라며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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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궁극 : 서평 잘 쓰는 법 - 읽는 독서에서 쓰는 독서로 더행의 독서의 궁극 시리즈 1
조현행 지음 / 생애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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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글쓰기 강의를 많이 하시는 분인 것 같다. 글쓰기 강의는 어떤 걸까 궁금하기도 하고 나도 한번 받아보고 싶은데 퇴직이나 하면 가능하려나? 근데 안할 가능성이 많다. 고치라는 게 많을거 같아서... "아몰라 그냥 꼴리는대로 쓸래! 내가 뭐 작가가 될 것도 아니고." 이럴 것 같아서.ㅎㅎ

 

그래도 동네 도서관 신간코너에 진열된 이 책을 보고 궁금해서 한번 빌려와 봤다. 두꺼웠으면 도로 내려놓았을 확률이 큰데 150여 쪽의 얇은 분량이라 읽기가 가능했다. 내가 쓰는 글이란 게 페북에 쓰는 신변잡기를 빼면 알라딘 서재에 올리는 리뷰가 유일해서 이 책이 더 눈에 띄었던 것 같다. <서평 잘 쓰는 법>

 

책 리뷰는 꽤 많이 쓴 편이다. 서재에 올린 것만 800편이 넘었으니까 그 전에 정리 안해놨던 것까지 합하면 1000편은 썼을거다. 학기중엔 주1편 정도, 방학중엔 주말빼고 거의 매일 쓴다. 근데 내가 쓰는 건 대부분 서평은 아니고 독후감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도 서두에 독후감, 서평, 비평을 구분하여 정의해 놓았는데 읽어보니 역시 그렇다. 칼로 끊듯이 딱 구분할 수는 없는데, 서평에 가깝게 쓸때도 있지만 독후감인 경우가 더 많다. 이 책이 서평에 대해 설명하는 문장을 옮겨보면 이렇다.

- 서평은 책의 내용과 함께 책이 지니는 의미와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글이다.

- 주관적인 견해가 여러사람의 공감을 얻고 그들의 설득을 이끌어 내도록 객관적인 근거를 갖춘 글이 서평이다. (18~19쪽)

 

독후감이든 서평이든 그게 나한테 중요하진 않다. ‘이제부턴 독후감이 아닌 서평을 써야지!’ 라고 결심할 필요도 없고. 나에게 리뷰는 독서의 기록인데, 그걸 일기장이 아닌 공개된 곳에 쓰는 것일 뿐이다. 쓰는 김에 잘 쓸 수 있다면 더 좋고. 이 책을 읽으면 독후감이든 서평이든 독서기록 전반에 도움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읽어봤다.

 

이 책은 총 6부로 되어있는데, 서평쓰기를 5단계로 나누어 설명한다. 1부는 '왜 서평쓰기인가'이다. 서평을 쓰는 행위 자체의 가치를 역설한다. '독서의 궁극'이라는 제목이 여기서 나왔다. 즉 독서는 쓰기까지 이르러야 완성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매우 동의한다. 내가 리뷰를 쓰고 축적하기 시작한 이유도 이것이다. 쓴 책과 안 쓴 책이 너무 달라서. 안 쓴 책은 입 속에 넣은 솜사탕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일정기간 지나고 보면 말할 것이 하나도 남지 않는다. 물론 쓴 책도 오래 지난 다음 보면 "내가 이런 글을 썼다고?" 할 때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흔적은 남아있어 복원이 가능하다.

 

2부부터는 본격적으로 방법에 대한 지도가 나온다.

1단계 : 기본 다지기

이 기본이 낭독과 필사라고 하셔서 좀 좌절.... 한번도 안해본 방법이라... 필사할 시간이 어딨어... 근데 이것도 핑계겠지. 전체 필사는 무리라도, 좋은 대목을 필사하는 정도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2단계 : 읽기

책을 읽어야 서평을 쓸 수 있으니 당연한 단계라 하겠다. 여기선 3단계 읽기법을 제시한다.

1단계 글의 내용을 파악하면서 가볍게 읽기

2단계 밑줄 그으면서 읽기

3단계 밑줄 그은 부분을 노트에 옮게 적기 (발췌-서평을 쓰기 위한 전 작업)

이렇게 읽으면 그야말로 정독이 되겠다. 나는 한 번 읽기도 급급한데...^^;;; 주로 어린이책 서평을 쓰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 좀 어려운 책을 읽을 때는 꼭 발췌하며 읽어야겠다.

발췌까지 해놓았으면 다음 단계는 자신의 생각, 견해를 만들어가는 연습이다. 발췌한 내용 밑에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적어본다. 이렇게 하면 기본 내용은 거의 만들어지는 셈이다. 여기까지는 의식하든 안하든 해왔던 과정인데, 다음 내용이 새로웠다. 바로 질문 만들기’.

- 좋은 서평에는 서평가의 질문이 반드시 담겨있다. 따라서 서평쓰기에서 중요한 것은 책을 통해 문제를 설정하는 능력 즉, 질문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질문과 해석이 빠진 서평은 공허하다. 어떤 의미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73)

이건 하기도 하고 안하기도 했던 것 같다. 의식해볼 필요가 있겠다. 서평을 쓴다는 것은 나의 해석을 펼치는 과정이고 해석이라는 건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중요한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는 해석의 툴도 제시하는데, 읽는다고 바로 되는 건 아니지만 상당히 참고할 만한 지침이었다.

 

3단계 : 쓰기

위와 같이 의미있게 읽었으면 이제 쓰기를 시작한다. 저자는 일단 자존심과 부담의 경계를 넘어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나는 그 단계는 넘었으니 다음 내용을 보자면 구조와 문장, 독창성에 대해서 나온다.

그중 구조는 지시대로 연습하면 어느정도 익숙해지는 영역인 것 같다. 그다음 문장과 독창성은.... 잘 모르겠다. 이건 선천적인 부분이 큰 것 같다. 음악도 운동도 소질이라는 것이 있듯이 이것도 소질의 분야가 아닌가 싶다. 찰진 문장을 원래 잘 구사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 이건 참 부러운 일이지. 하지만 악기 전공자가 되지는 못해도 친구들과 모여서 앙상블 정도는 할 수 있듯이 어느 정도까지는 노력하면 이를 수 있지 않을까. 좋은 작품을 많이 읽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내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독창성이었는데, 서평에서 독창성이란 해석의 독창성이다. 서평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바로 나름대로의 해석, 그리고 그것을 설득력있게 잘 표현하는 일인 것 같다. 나머지는 부차적이거나 형식에 해당된다. 나는 그동안 해석을 잘 해왔던가? ... 앞으로 쓸 때는 요걸 특히 염두에 두어야겠다.

 

4단계 : 퇴고하기

저자는 퇴고의 중요성을 매우 높게 본다. 글쓰는 분들은 공통적으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다. 이 면에서 보면 나는 빵점...? 난 쓰면 바로 업로드한다. 나중에 오타 정도 발견하면 고칠까, 거의 고치지 않는다. 나의 리뷰가 늘 거기서 거기인 것은 이 퇴고를 안하기 때문일까?

 

5단계 : 분석하기

저자가 잘 쓴 서평으로 보는 기준(서평 분석 방법)이 나와있다. 책의 내용을 알기 쉽게 잘 전달했는가 책이 가진 의미와 가치를 밝혔는가 서평가의 독창적인 해석이 있는가. 타당한 기준이라고 본다. 나는 꼭 서평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지만 염두에 두고 내 리뷰를 읽어보겠다.

 

마지막으로 독서를 자신을 알아가는 행위로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에 대체로 동의한다. 나는 실용적인 목적으로 책을 읽는 경향이 강하다. 실용성+재미라고 할까? 내가 초등교사면서 동화책을 주로 읽는 이유가 이것이다. 그런데 걱정이 하나 있다. 퇴직하면 뭘 읽지? 내가 읽기는 할까? 리뷰를 쓸까?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딱히 써먹을 일 없는 책을 꾸준히 천천히 읽는 것도 좋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퇴직하면 이 책을 다시 한번 살펴보고 제 2의 독서인생을 살아야겠다.

 

(퇴고는 못하고, 쓴 걸 다시 한번 읽어보니 이 글은 확실히 서평이 아니구나. 완전 개인적 얘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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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천재들도 너 만큼 산만했단다 뇌과학자가 쓰는 육아서 2
김의철.이준호.곽서연 지음 / 프리윌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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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울만큼 배웠다는 분들이 이렇게 사기를 치십니까. 해로운 사람들 같으니.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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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 쓴 비밀 쪽지 - 제11회 열린아동문학상 수상작 사과밭 문학 톡 4
임정진 지음, 하루치 그림 / 그린애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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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이라고 예상하며 책을 펼쳤는데 6편의 단편이 담긴 동화집이었다. 소재는 모두 입양’(한국인의 해외입양)이었다. 이런 책도 나올 만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작가님이 쓰시느라 고생하셨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실화 바탕인 작품이 많았고, 실화에서 실마리를 얻은 작품도 있다. 그만큼 사연을 접하셨다는 얘기니까, 금방 되는 작업은 아니었을 거라 짐작한다. 페친 중에 노선주 라는 분이 계신데, 두 번째 단편을 읽다가 이분이 떠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작가의 말과 뒷표지 추천사에 나오시네! 여기에서 뵙게 되어 반가웠다. 프랑스에서 한글학교 교장을 하고 계신 분이고, 학생들과 요리수업도 하시던데, 작가님과 친밀하신가보다. 이분과 연관있어 보이는 내용들이 많았다. 좋은 역할을 많이 하셨다고 생각된다.

 

고아수출국이라는 부끄러운 이름이 있었을 정도로 우리나라는 해외입양을 많이 시켰던 나라다. (지금도 없지는 않은 것 같다) 양부모가 어떤 사람인가는 천차만별이겠지만, 인격이 훌륭한 분들인 경우엔 친부모보다 훨씬 나은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보조금을 타먹으려고 입양을 이용하거나, 입양해놓고 학대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존경스럽다. 어떻게 그런 마음을 먹을 수 있지. 친자식과도 갈등할 때가 있는데.... 그래서 훌륭하게 자란 입양자녀들을 보면 잘됐다. 운이 참 좋았어.’라고 단순히 생각했다. 그들 마음 한구석에 지울 수 없는 상처와 그리움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내가 양부모 사랑 받고 부족함 없이 잘 자랐다면 난 굳이 친부모 따위는 찾을 것 같지 않고 고국? 그런게 뭐 중요해? 라고 생각하는게 내 성격이라서..... 하지만 그게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표제작인 [비행기에서 쓴 비밀 쪽지]의 마티아스도 그렇게 잘 자란 사람이다. 장성하여 자식도 있는 그는 양부모댁의 창고에서 오래 묵었던 자신의 상자를 정리하러 방문한다. 아들과 함께 상자를 정리하다 발견한 작은 쪽지. 거기엔 한글로 쓴 자필 메모가 적혀 있었다. 이제는 다 잊어버려 해석도 할 수 없는 한글. 그 쪽지 내용이 무슨 뜻일지 독자마저도 살짝 긴장하게 되는데..... 건너건너 연결된 한글학교 선생님이 번역해 주신 내용은 이러했다.

나는 한국 사람입니다.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되어 다시 한국에 오겠읍니다.”

막막하고 긴장된 비행길에서 그걸 썼을 9살 소년의 마음을 생각하니 먹먹하다. 친부모를 찾아보고 싶다는 마티아스의 말에 가족 모두가 찬성한다. 좋은 사람들과 만나 매우 행복한 입양 케이스다.

 

두 번째 [귀로 만든 수프]에서 한글학교의 요리수업 장면이 나온다. 이 책에서 내가 눈물 찔끔 했던 작품이 바로 이 두 번째 이야기다. 눈물 포인트는 음식인가... 화자는 프랑스의 한글학교 선생님이다. 그의 요리교실에 한국인 입양청년이 들어왔다. 그는 희미하게 기억나는 한국 음식이 먹고 싶다고 했는데, “귀가 들어간 수프라고 설명을 했다. , 순대국? 선생님도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셔서 검색하여 보여주었는데 청년은 고개를 저었다. 그럼 대체 뭘까? 이야기지만 너무 궁금했다. 선생님은 한국에 있는 엄마한테 전화를 건다. 역시 엄마는 해결사야! 엄마는 그게 수제비라는 것을 단박에 떠올린다. 아 맞다. 수제비. 그시절 가난한 사람들이 밥대신 먹던 음식. 그걸 아이는 하얗고 말랑말랑한 귀라고 기억했구나. 그는 울면서 수제비를 먹었다.

이거 맞아요. 엄마가 매일 끓여 주던 거예요. 저는 이게 귀라고 생각했어요. 프랑스에 와서 늘 이 귀 수프 생각을 했어요. 엄마는 왜 나에게 귀 수프를 끓여 주었을까. 그 생각 많이 했어요. 엄마 얼굴도 생각 안 나지만 엄마를 만난 거 같아요. 지금.”

음식의 추억은 이토록 강렬한 것 같다. 만약 나라면 엄마의 어떤 음식을 기억할까. 우리 아이들은 나의 어떤 음식을 기억할까. 이 청년은 수제비를 끓여주던 엄마를 만났을까. 그 만남이 행복했기를 아주 많이 바란다.

 

[아까시꽃을 먹고]에도 먹는 기억이 담겨 있는데 그건 음식은 아니고 꽃이다. 아카시아가 많이 피어있던 고아원에서 아이들이 따먹던 꽃. 그만큼 배가 고팠던 아이들. 그 고아원에 있던 아이가 지금은 씩씩한 루디아 이모. 자전거 여행을 하다 아카시아 꽃의 추억이 떠올라 한국방문을 했지만.... 가진 정보가 워낙 없어 친부모를 찾을 수는 없었는데, 방문단 중에 같은 추억을 공유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 희미한 기억의 장소에 같이 있었던 사람! 친부모를 찾은 것만큼이나 감격스러웠을 것 같다. 이 루디아 이모의 가족들도 다 좋은 사람들이다. 화자인 이 조카를 포함해서. 그래서 내년에 한국에 아까시꽃이 필 때 다시 가봐야겠다고 말하는 씩씩한 루디아가 자라난 것 아닐까.

 

[서 있는 아이]의 양부모에게는 고마웠다. 양부모가 된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단번에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그 인내심... 그래서 내가 못한다는 것이야.... 하지만 그들은 낯선 땅에 보내진 소녀의 두려움을 이해하고 기다려주었다. 다행이고 고마웠다.

 

[나는 어디로 가나]는 이 책에서 가장 어둡고 괴로운 작품이었다. 행복한 입양도 있지만 이처럼 불행한 입양은 또 얼마나 많았을까 생각하니 슬프다.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불행에 아주 멀리 내던져진 아이들은 얼마나 외롭고 고통스럽고 막막했을까. 이런 비극이 이제 안생겼으면 좋겠다.

 

[그대를 위해 촛불을 밝힙니다]는 거의 실화인 것 같은데, 한 사진작가가 작업 중 느낀 점이 있어 입양인 응원 프로젝트같은 것을 기획하는데 그 응원의 방법이 옛날 어머니들이 물 떠놓고 하던 기도 같은 것이었다. 그걸 작업 때문에 자주 만나던 만신들에게 의뢰를 했는데 신청자가 아주 많고 반응도 좋았다는 이야기였다.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 나를 위해 빌어주는 사람의 존재는 이렇게 중요하구나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마지막 작품에서 우리나라 해외입양인들의 숫자가 나오는데 무려 16만명....? 입양 자체는 나무랄 것이 아니고 가족의 한 형태일 뿐이지만 이젠 해외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나라 안에서 다 품을 수 있게 되면 좋겠다. 그리고 해외에 있는 입양인들, 모두 있는 곳에서 행복하시길 빈다. 6학년 국어교과서 마지막 단원에 피부색깔=꿀색이라는 영화가 나온다. 원격수업을 하던 때여서 아이들의 반응을 생생하게 보진 못했지만, 아이들이 이해하기엔 어렵지 않나 걱정하면서 진행했는데 생각보다는 잘 감상했던 기억이 난다. 특히 이쪽에도 저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것 같은, 어디에서나 이방인인 것 같은 이질감과 외로움을 이해해 주는 학생들이 있어서 기특했었다. 그 때 이 책이 있었다면 두 편 정도 골라서 영화랑 병행하여 진행했을텐데, 그러면 이해의 폭이 더 넓어졌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과  읽고 생각해볼 만한 소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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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진 2023-11-01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https://youtu.be/T0Tp4KBoyCU?si=U86MVEpveyN1qxaO
단편영화로 보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