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책과 함께 휴일을 뒹굴다 - 옛이야기 고르기>

우리반 다음차 돌려읽기에 옛이야기책을 한 권 넣으려고 찾는 중이다. 4년전 2학년을 할 때는 <무서운 호랑이들의 가슴 찡한 이야기>로 진행을 했었다. 호랑이는 맹수이면서도 우리 민족에게 친근한 동물인데다가 다양한 캐릭터로 옛이야기에 등장을 해서 아이들과 이야기할 거리가 많았다. 근데 그새 책값이 많이 올라 14000원이나 한다.... 책을 사주시는거에 모두 동의를 하셨지만 만원이 넘는 책을 안내하기가 좀 그렇다.... 그래서 다른 책들을 좀 찾아보았다.












옛이야기에서 서정오 선생님만한 전문가는 드물겠기에, 서정오 선생님 책 중심으로 찾아보았다. 보리에서 나온 시리즈가 대표적인데 이 책들은 작품이 좋은거에 비해 아이들의 선호도가 현저히 낮다. 아쉽게도 아이들
은 책내용 외적인 것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글씨만 가득한 책들은 고학년 아이들도 일단 외면하고 본다. 그림이 있어도 약간만 있고 그나마 흑백이면 마찬가지 취급을 받는다.^^;;; 그래서
 아쉽지만 이 시리즈는 패스.










<똥 뒤집어 쓴 도깨비>도 무척 좋은데 그건 3학년 돌려읽기를 할 때 사용했었고, 그 목록과 자료를 현재 사용하고 계신 샘들도 계셔서 패스.





다음으로 찾아본 책이 <서 근 콩, 닷 근 팥>이었다. 2015년에 나온 책이다. 이 책은 특별하게도 아이들이 매우 좋아할만한 요소가 들어있는데, 그것은 바로 '수수께끼'다. 옛이야기에는 주인공이 역경에 처하고 수수께끼를 풀어 그 역경을 탈출하는 설정이 많이 나오지 않는가? 그런데 이렇게 한 권에 가득 모을만큼 많은지는 몰랐다. 얼마전에 우리반 장기자랑을 했는데 그때 수수께끼를 준비해온 친구가 아주 인기있었다. 특히 이 2학년 또래의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 같다.
수수께끼 이야기를 이렇게나 모은 것도 신기한데 석 장으로 분류도 해놓았다. 1장 초롱초롱 슬기놀이, 2장 알쏭달쏭 셈놀이, 3장 재미있는 말놀이 이렇게 말이다. 1장에서는 앞에서 말한 역경을 수수께끼를 풀어 헤쳐나가는 주인공들이 주로 등장한다. 도깨비와의 수수께끼 대결에서 이긴 아낙 이야기(도깨비 수수께끼), 아내를 빼앗길 위기를 벗어난 남편 이야기(세 가지 수수께끼), 옥에 갇힌 아버지를 수수께끼를 풀어 구한 딸 이야기(아버지를 구한 딸) 등...




2장 알쏭달쏭 셈놀이는 말 그대로 셈을 해서 푸는 수수께끼다. 이 부분을 보면서 특히 놀랍고 새로웠다. 이런 수수께끼는 그동안 읽었던 옛이야기에서는 거의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건 수수께끼라기보다는 그냥 수학문제였다.ㅎㅎ 예전 수학교과서에는 '여러가지 문제'라는 단원이 있었잖은가? 딱 거기 나오는 문제들이었다. "저희는 형제인데, 제 나이에서 한 살을 빼어 동생을 주면 우리는 동갑이 되고, 동생 나이에서 한 살을 빼어 제가 가지면 제 나이가 동생 나이의 곱절이 됩니다. 저희 나이는 몇 살이겠습니까?"
이전 수학교과서의 특징은 스토리텔링이었는데 그 취지는 무척 좋으나 어거지로 끼워맞춘 스토리텔링은 아이들의 코웃음을 유발하고 오히려 수업의 흐름을 방해했다. 모든 차시에 어거지로 스토리텔링을 쑤셔넣으려 하지 말고 이렇게 자연스럽게 연계될때만 활용하면 좋지 않겠는가? 옛이야기보다 더 훌륭한 스토리텔링이 어디 있을까? 잘 기억했다가 꼭 써먹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3장 재미있는 말놀이 부분도 교과와 연계하기에 쉽다. 저학년 국어교과서에는 같은 주제의 단원도 있다. 저번 장기자랑때 보니 아이들이 내는 수수께끼가 대부분 이 말놀이 수수께끼 범주에 들어가는 것들이었다. 그러니 아이들이 더욱 좋아하겠다.^^

가격도 만원이라 할인가격이 9000원이니 적당하다. 단 분량이 저학년에게는 좀 많다.(115쪽) 이정도를 넘어서는 독서능력을 가진 아이들도 있지만 중간 이하 아이들은 아직도 느리다. 어찌됐든 재미있으면 읽겠지?^^


또하나 찾아본 책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만 냥짜리 이야기>였다. 위의 책보다 쪽수도 적고(103쪽) 글씨도 크고 자간도 넓어 2학년이라면 충분히 읽겠다. 이 책에는 다섯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무식하고 욕심많은 사또가 어리석게 자기 욕심에 넘어가는 이야기(달을 산 사또)도 있고, 모르는 이 없는 인기 옛이야기 '방귀쟁이 며느리'도 있다. 현명한 원님의 송사이야기(옹기장수 송사풀기)도 있고 표제작인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만 냥짜리 이야기'는 얌체같은 부자 정승의 금덩이를 남루하고 재치있는 이야기꾼이 차지하게 되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다른 옛이야기책과 뭔가 다른데? 라는 느낌이 드는데, 대부분의 옛이야기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입말체로 쓰여졌다면, 이 책은 판소리체로 쓰여졌기 때문이다. "옛날옛적 갓날갓적 지리산 산자락에 한 고을이 있었는데, 이 고을에 본디 있던 사또가 갈려 가고 새 사또가 갈려 왔겠다. 갈려 온 새 사또로 말하면 겉은 멀쩡해도 속은 숙맥이라 하는 짓이 똑 이렇구나.~"

이게 어른이 보기에는 참 재밌는데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어려울 수도 있겠다. 그리고 판소리의 장점인 휘몰아치듯 내뱉는 사설은 글로 표현되었을 때 호흡이 너무 길어서 조금 숨이 가쁘기도 하다.^^

어쨌든 두 책이 모두 맘에 든다. 둘 중 뭘로 골라야 하나? 고민할 필요가 뭐 있어? 내일이라도 당장 한편씩 골라 읽어주고 "어느 책으로 하고 싶어?"라고 물어보는거지. 이렇게 나의 책바구니에 재미있는 옛이야기 책이 하나 추가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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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었는데 오늘은 리뷰대신 질문을 해보고자 한다. 제목도 <질문수업>이잖아?
대답은 천천히 생각해 봐야지.

1. 저자도 많이 언급을 하셨지만 질문을 만들고 고르고 다루는 활동에 드는 시간과 효율성 문제입니다. 어떤 때는 차시내용이 너무 많아 폭포수처럼 쏟아내거나 달려도 시간이 부족할 때 있잖아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역시 선택과 집중, 재구성으로 해결할 문제일까요?

2. 아이들의 질문도 갈고 닦아야 하겠죠? 사실 아이들의 질문이란게 형편이 없잖아요. 한때 책읽고 독서퀴즈를 아이들 손에 맡겨봤더니 그 수준하고는.... 그때 '그래, 이래서 니네는 학생이고 나는 선생이지. 앓느니 죽지. 내가 낸다.'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 책에 보면 아이들의 질문의 수준을 판단하거나 비판하면 안된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한숨 나오는 수준의 질문이 나올것이 뻔하고, 그러다보면 수업의 성취기준과 연결이 너무 안되고, 그런 질문들과 씨름하다 시간이 흘러가면 '에잇 말처럼 되지 않는구나 관두자' 이렇게 될 가능성이 많아 보입니다. 교사의 순발력이 뛰어나서 빨리 연결을 시켜준다면 모르겠지만 그러지 못할 때...(내가 그런 교사^^;;)
처음에 조금만 헤매다 보면 교사도 학생도 제 궤도에 오르게 되는지요?

3. 수업에 채택된 질문 외에 나머지 질문들은 어떻게 하나요? 과감히 버리나요?

4. 학생이 제시한 질문에 대한 답을 교사가 모를 때 어떻게 하시나요?(지식적 질문일 때)

5. 소규모의 대화(주로 짝대화)가 매우 중요한 방식인데 이걸 꺼리는 아이들이 많은 분위기이면 어떻게 하나요? 멀리 갈 것도 없이 제가 그런 사람이거든요. 연수 가서 짝이랑 얘기하라거나 모둠원들끼리 이야기 나누라고 하면 너무 싫어요.ㅠ
그리고 학급에 비호감이 극심하여 아이들이 꺼리는 아이, 학습능력이 현저히 부족해 대화수준이 도저히 안맞는 아이들이 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음은 실천해 볼 것들을 정리해 본다.

1. 질문공책 활용
- 나는 공책을 많이 만들진 않고, 고학년은 배움공책(수업시간에 씀), 복습공책(집에서 복습하며 써옴) 2권을 사용한다. 저학년은 복습공책은 안쓰고 배움공책만 쓴다. 배움공책도 사실 안쓰는 날이 많아 학년말 되면 흐지부지 되곤 한다. 공책을 좀더 잘 활용하고 질문공책의 기능도 추가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공책쓰는 형식도 효과적으로 정하여 지도하면 좋겠다.

2. 대화짝 정할때 다양한 방식 활용
- 읽다보니 이 책에 많은 방식이 나와 있었다. 바닥에 앉는 방식은 나처럼 형식화된 인간에게는 좀 참기 어려운 방식이다. 책상을 벗어나지 않되 다양한 짝을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만나는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작년에 우리 모임 선배님이 알려주신 '신나는 이야기나라' 대형(그 샘의 작명임)이 그 중 가장 효과적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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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파트에는 질문수업에서의 글쓰기에 대해 다루었고 그 내용 중에는 독서(함께읽기)에 대한 내용도 짧지만 들어 있었다. 내가 작년에 교육청 공모 1인 연구로 그동안 해오던 독서지도에 대한 보고서를 썼는데, 한계점과 보완해야 할 점으로 '역동성'을 들었다. 그 역동성을 보충해 줄 방법이 어쩌면 여기에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읽은 책의 느낌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질문을 만들고, 모두가 입을 열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하는 것. 올해는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도전해 봐야겠다. 부딪쳐서 깨지면 깨지는 거고 뭐.^^

시작은 질문이었는데 마무리는 서평 비슷하게 되고 있네.^^ 이 책의 저자는 수석교사다. 하브루타 수업방식을 널리 전파하고 모범을 보이시는 수석님인 듯하다. 주제는 하브루타이지만 수업 전반에 대한 저자의 내공이 곳곳에서 보인다. 교사가 배우고 익히는 것은 이토록 중요하다. 개학도 낼모레인데 참 부담스러운 책을 읽었다. 정신차리고 개학준비 하라구요? 네네~ 내일까지만 쉬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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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천부적 권리를 일컫는 말로 '인권'이 있다. 동물의 권리를 일컫는 말도 있던가? 동물권? 검색을 해보니 그런 말이 있기는 하구나. 시사상식사전의 풀이를 옮겨본다.

동물권 : 1970년대 후반 철학자 피터 싱어가 '동물도 지각,감각을 가지고 있으므로 보호받기 위한 도덕적 권리를 가진다'고 주장한 개념이다. 피터 싱어는 1973년 저서 <동물 해방>에서 '모든 생명은 소중하며, 인간 이외의 동물도 고통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생명체' 라고 서술했다. 또 동물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동물도 적절한 서식 환경에 맞춰 살아갈 수 있어야 하며 인간의 유용성 여부에 따라 그 가치가 결정되지 않는다고 본다.

이와같이 동물권이라는 말은 엄연히 존재하나 이 말이 사용되는 건 거의 보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동물들에게도 권리가 있다는 생각 자체를 잘 하지 않는다. 인간은 동물을 이용하니까.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 그들은 이용당하는 존재니까. 권리를 따진다는건 불편한 일일 것이다. 골치아파질 게 뻔한 생각은 아예 안하는게 편하니까.

그러나 조류독감 사태의 결과로 두배 넘게 치솟은 계란의 가격표를 보면서 비로소 우리는 뭔가 잘못되어 왔다는 것을 실감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전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공장식 축산이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 공장식 사육을 당하고 있는 동물들이 태어나서 죽기까지 얼마나 고통만을 당하는지 생각해 보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나도 그 중의 한사람이다. 언제나처럼 학교도서관 서가를 훑다가 <달빛도시 동물들의 권리투쟁기>라는 제목에 눈이 번쩍 뜨였다. 바로 대출해 읽어보니 작가는 마치 이런 일을 예견이라도 했던 것처럼 공장식 사육에서 비롯된 동물들의 동물권 투쟁을 재미있는 동화로 만들어 놓았다. 재미있다는 말이 미안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라 뭔가 다른 형용사가 필요할 것 같지만.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밥 딜런의 이 말을 인용했다. "만약 개가 말을 한다면 소유에서 오는 온갖 즐거움은 사라질 것이다."
이 책은 이 가정에서 출발했다. 농장의 돼지들이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돼지들은 울분을 쏟아놓았고 마침내 자유를 찾아 탈출했다. 뒤이어 다른 동물들도 투쟁에 합류하는데, 이 과정에서 공장식 축산 뿐 아니라 동물실험 문제, 동물원 문제, 유기동물 문제 등 동물권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총체적으로 나온다. 1년 반 전에 나온 책인데 이제야 눈에 띄어 읽게 됐다. 정말 중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간담이 서늘했다. 우린 뭔가를 해야 한다. 이대로는 안된다. 근데 내가 뭘 할 수 있나 생각을 해봤다.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으니 유기할 일은 없고, 동물원을 없애는 데는 적극 찬성이고.... 근데 고기를 먹지 말라고 하거나 아주아주 비싸지니 옛날처럼 명절에나 먹어라 한다면? 앗 그건 좀 힘들 것 같다.ㅠ 축산 형태를 바꾸면 공간 효율은 떨어지니 지금만큼 비싼 계란값은 감수해라 한다면 쫌 괴롭지만 받아들일 수는 있을 것 같고.... 이정도인데, 실제로는 아마도 더 많은 문제들이 파생될 것이다. 동물을 이용물로 삼아온 인간의 생활패턴은 너무도 뿌리깊고 견고해서, 동물과의 공존을 모색하는 것은 지금의 방식을 많이 포기해야 가능할 것이다. 그래도 조금씩 해나가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전에 모임에서 선배 선생님이 가져와 읽어주셨던 그림책이 생각났다. 그때는 이런 주제로 받아들이지 않았었는데 읽다보니 딱 연결이 되었다.(연결의 유연성은 그림책의 최대 장점이다) 이 책의 코믹, 유쾌, 압축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탁탁 톡톡 음매~ 젖소가 편지를 쓴대요> 라는 그림책이다. 그림책에서 동물이 말을 하는 건 얘깃거리도 못되므로 여기선 젖소들이 타자를 친다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주인인 브라운 아저씨가 헛간에 둔 낡은 타자기로 젖소들은 자신들의 불편함에 대한 요구를 하기 시작한다. 버티던 아저씨는 동물들이 우유도 달걀도 주지 않고 파업을 하자 어쩔 수 없이 타협을 한다. 동물들의 타자치기는 점점 번져가 마지막엔 메신저 역할을 하던 오리까지 타자를 치게 되는데 그 요구인 즉, "연못은 너무 심심해요. 다이빙대를 만들어 주세요." 였다. 아저씨는 이걸 어떻게 했을까? 야, 보자보자 하니까 이젠 눈에 뵈는 게 없어? 뻥!! 이랬을까?
마지막 장면은 다이빙대에서 연못으로 풍덩 뛰어들어가는 오리의 궁둥이다. 우와~ 명장면이다. 그리고 명작이다.

사전의 정의를 다시 보자. '동물도 적절한 서식 환경에 맞춰 살아갈 수 있어야 하며'
내가 육식을 포기 못하듯 인간이 한순간에 동물들의 천국을 만들 수는 없겠지만, 이 점을 최대한 염두에 두어야겠고 동물권에 대한 목소리도 점점 높아져야 하겠다. 이 두 권의 책을 아이들과 꼭 읽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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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 연구부장인 언니가 요즘 연수를 받고 와서 머리 복잡해 한다. 그 중의 한 내용이 4차 산업 시대의 도래에 대한 것이다. 이로 인해 현재의 직업 중 상당수가 없어질 것이며 현시대에 중시하는 역량들이 그시대에는 쓸모없는 것들이 될 것이라 한다. 기계와 로봇이 그 기능을 대신할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교육이라는 게 학생들이 장래 살아갈 역량을 키우는 측면이 강하므로 이런 논의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문제는 정확한 전망이다. 미래를 정확히 전망해야 필요한 교육의 내용이 나올 것이다. 그런데 이게 참 어렵다. 어떤 이는 과학기술 발전의 장밋빛 꿈을 가지고 공상과학소설을 쓰는가 하면 어떤 이는 과도한 개발로 이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인류가 가야할 어둡고 괴로운 길에 대해 얘기한다. 통역기가 발전해 외국어능력 같은 것도 필요없고 각종기능은 로봇이 대신하니 창의력, 상상력, 협업능력 등을 키우는 교육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도 보았다.















이런 시대에 나온 이 동화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때는 2055년. 승모네 가족에게 특별한 일이 닥친다. 99년에 냉동인간상태에 들어간 증조할아버지가 깨어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할아버지가 깨어나 새로운 세상과 맞닥뜨리며 겪는 에피소드들이 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 내용은 '과학상상화대회' 그림 내용의 총집합이라 하면 되겠다.
- 아빠의 직장은 달기지. 형은 우주항해사 훈련중
- 식사는 우주식(튜브식) 아니면 분자요리(식재료 없이 맛과 영양만 살린 요리)
- 가족도 각자의 생활, 필요한 경우에는 홀로그램으로 집합, 함께 식사를 하거나 스킨십을 하거나 하진 않음
- 자동변기가 알아서 장운동을 시키고 변을 뽑아 처리함. 똥 눈다는 개념이 없음(이것을 할아버지가 제일 못견뎌함)
- 잠은 수면기에 들어가 시간조절하면 딱 시간에 맞추어 숙면하게 해 줌
- 옷은 첨단 센서를 갖춘 위생복으로 자동 소독과 감염예방이 됨
- 하늘을 나는 무인자동차
- 출석을 하는 학교는 없음(이 대목 애들이 좋아하겠다)
- 노동에 해당되는 모든 일들을 곳곳에서 로봇이 하고 있음
- 모든 것은 첨단화 되어 있어 언제나 최적의 상태를 자동적으로 유지하도록 시스템화 되어 있음

승모는 이러한 세상에 할아버지를 안내하고 적응시키는 임무를 맡는다. 할아버지는 모든게 인공적이고 사람의 정이 의미없는 이 세상이 참 마음에 들지 않는데.... 여러 곳을 안내받던 할아버지의 눈에 띈 곳이 있다. 승모네가 사는 과학도시 바깥에는 과학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자연지대가 있었던 것이다. 할아버지의 고집으로 승모와 할아버지는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디지털 세상을 맹신하고 자연지대를 경멸하던 승모의 생각에도 약간의 틈이 생기기 시작한다.

결국 할아버지는 과학도시의 시민칩을 사양하고 자연지대로 가는 선택을 하며, 가족들도 모두 그 선택을 존중한다. 이렇게 작가는 미래 디지털세상의 장밋빛 꿈에 일침을 가하며 경고를 보낸다.













생각해보니 이러한 주제의식은 이미 오래전에 나왔었다. 권정생 선생님의 마지막 작품 <랑랑별 때때롱>이다. 이 작품은 랑랑별에 사는 때때롱 가족과 지구의 새달이 가족이 교신을 하게 되면서 시작한다. 나중에는 새달이 일행이 랑랑별로 가게 되는데 그 별의 모습은.... 자연이 맑고 아름답던 우리 부모님 세대의 지구 모습과 거의 비슷했다. 그러나 때때롱 할머니의 수수께끼 같은 말, '500년 동안....'
일행은 할머니가 주신 도깨비옷을 입고 500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하는데, 놀랍게도 랑랑별의 그 과거는 위의 책 <디지털보이>가 보여주는 지구의 미래였던 것이다. 인간성이 상실되고 과학기술만이 발전된.... 500년이 걸려 랑랑별이 간신히 회복시킨 세상은 바로 우리가 어린시절 살던 그 세상이었다. 이 결말을 읽었을 때 결이 고운 권정생 님의 문장 속에 숨겨진 힘을 느끼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다시 4차 산업과 교육으로 돌아와서, 우리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지금 가르치고 있는 것들은 대부분 휴지조각이 될 뿐이니, SW교육에 매진해야 하는가? 자동통역기와 번역기가 완벽한 작업을 해줄텐데 영어단어 따위를 뭐하러 외우냐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는가? 인간성 상실에 대비해서 인성교육과 더불어사는 능력을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은 이 맥락에서 가능한 얘긴가?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를 갖는 나는 이런 논의 자체가 불편한 게 사실이다. 내가 랑랑별이 500년 걸려 회복한 세상에 갈채를 보내는 것은 내가 디지털 세상에서 뒤떨어질 게 뻔해서인지도 모른다. 이런 내가 미래의 디지털보이들을 가르친다? 말이 안되는 일이다. 그럼 나는 이제 손을 놓는게 맞는 건가?

진정 그러하다면 놓아야겠지. 그러나 놓을 때 놓더라고 묻고 싶고 듣고 싶다. "이미 브레이크 밟기엔 늦었으니 우리는 조만간 저기에 처박히게 될 겁니다" 라는 미래전망 말고, 진정 우리가 추구하는 미래는 어떤 모습인지, 거기에서 교육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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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동화 두 권이 우연히 비슷한 소재를 담고 있었다. 아동학대와 방임, 그리고 아이들이 보육원에 가는 상황까지....














<해피버스데이 투 미 / 신운선 / 문학과지성사>

이 책의 화자는 아이다. 남매 중에 누나다. 아빠는 집을 나갔고 엄마는 남매를 돌보지 않는다. 며칠씩 안들어오기도 하고 들어와도 잠만 잔다. 늘 술에 절어 있다. 보다못한 동네 주민들의 신고로 복지사들이 방문을 했고, 아이들을 일시보호소로 보냈다. 기간 중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음 코스는 보육원이다. 













<우주비행사 동주 / 김소연 / 별숲>

이 책의 화자는 복지센터에 근무하는 미술치료 선생님이다. 선생님은 동주라는 아이의 치료와 상담을 맡게 되는데 엄마는 이혼과 함께 떠났고, 아빠는 몇년 키우다 아이를 할머니에게 맡겼으며, 몇 번 생활비를 보내다 그마저도 끊고 잠적했다. 이 할머니도 위 책의 엄마처럼 알콜중독이다. 더 심한 것은 술을 마시면 울분이 폭발해 아이를 개 패듯 팬다. 이 상황을 알게된 상담사 선생님들은 아이의 보육원 행을 추진한다.


두 작품 모두에서 아이들의 공통된 반응은 보육원 행에 극렬히 저항한다는 것이다. 비록 돌보지는 못해도 엄마 아빠가 있는데, 할머니도 있는데.... 아이들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것을 한편으로는 알면서도 강력히 부인하고 싶어한다. 이 아이들에게 보육원이란 세상의 끝에 이르러서야 가는 곳이다. 즉, 세상 모두가 나를 버렸을 때 말이다. 아이들은 그 누구라도 한명은 나를 버리지 않았다고 믿으려 한다. 동주는 자신을 패는 할머니가 바로 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 그냥 아빠가 오기만을 기다렸어요. 나는 그 때 세상에 아니, 우주에 나 혼자 남은 줄 알았어요. 정말 무서웠어요. 할머니가 날 때리는 거 참을 수 있어요. 하지만 날 버리는 건 참을 수 없어요."


위 책의 누나 유진이는 몇 년 전에 갔던 할머니댁을 떠올린다. 할머니가 있는데 왜 보육원에 가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유진이는 하루의 탈출을 감행해 시골에 있는 할머니집까지 간다. 하지만 그 집에는 다른 가족이 살고 있다. 할머니는 돌아가셨던 것이다.....ㅠㅠ


이리하여 두 동화 모두 주인공들이 보육원에 가게 되는 상황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누군가가(예를 들면 상담사 선생님이라든지, 할머니 집에 새로 이사온 가족이라든지) 그들의 상황을 딱하게 여겨 대신 부모가 되어준다든지, 그런 건 없다. 그들은 주어진 현실에 직면해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무진장 딱하고 안타깝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무식한 말이지만, 죽으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뭔가 붙잡을 것, 희망을 가질 것이 있을 것이다. 다시 찾아올 엄마 혹은 아빠일 수도 있고 스스로에게서 보이는 가능성일 수도 있고 함께 삶을 나누는 이들의 작은 사랑일 수도 있다.


두번째 책의 상담 선생님은 동주와의 관계에서 감정에 빠지지 않으려 애를 쓴다. 이 적절함이 그를 프로로 보이게 했다. 이 모습에 비추어 나를 볼 때, 나는 교사 초년생일 때 너무 감정 과잉이었다. 도와주고 싶어 눈물 가득한 눈으로 동동거렸으나 결국 아무 도움도 되지 못했다. 지금의 나는 감정부족이다. 선을 정확히 긋고 사적 영역 안에는 절대 들여놓지 않는다. 그게 피차를 위해서 좋은 일이라고 생각을 한다. 둘 중에 하나 선택을 하라면 난 초보일 때의 감정과잉보다는 지금을 선택하겠으나, 그게 꼭 좋지만도 않다. 감정이 빠진 껍데기에는 진정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 둘의 조화가 잘 되어야 진정한 선생이다.


동화의 소재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내가 하루에 잡은 동화 두 편이 너무 흡사한 이야기였다는 것은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올해들어 접한 가슴아픈 이야기만도 한 둘이 아니었다. 현실은 동화보다 더 참혹한 경우가 많다. 그 아이들이 보육원이든 어디든 극한 상황만은 벗어났으면 좋았을 것을... 그랬다면 어떻게든 꿈을 꿀 수는 있었을 것을.... 이 두 권의 책은 살아가는 이유나 힘을 어떻게든 찾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응원한다. 건강한 사회에서는 이것이 충분히 가능할 테고, 그것이 우리가 건강한 사회를 바라고 노력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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