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 선생님은 AI / 이경화 / 창비>



<와일드 로봇>에 이어 로봇이 주인공인 책을 또 읽었다. 아주 쉽게 생긴 이 책이 내게는 어려웠다고 할까.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감정이 바로바로 따라가지 못했다고 해야 하나. 느끼기보다는 이해해야 했다. 그래서 계속 반박자씩 늦었다.

안드로이드 로봇이 초등교실에 담임선생님으로 등장했으니 시대적 배경은 미래라고 해야겠으나 로봇 교사 외의 배경에서는 별로 미래의 느낌이 없다.

미래초 5학년 1반은 지원받은 아이들로 꾸려졌다. 지원 조건은 AI 선생님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대목에 복선이 있었다. 작년 한민아 샘 반 아이들이 대부분 신청했다는 것. 그 샘은 어떤 교사였길래? 아이들이 주고 받는 말 중에서 추측하자면 젊고, 자유롭고, 사랑이 많고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쏟아붓는 교사였던 것 같은데....

'김영희'라는 전혀 로봇답지 않은 이름의 선생님을 아이들은 '인지쌤'이라 부른다.(인공지능을 줄인것) 이들의 첫 대면과 수업은 웃음을 자아낸다. 인지쌤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ㅎㅎ 호기심과 짖궂음으로 AI 담임을 대하던 아이들도 점차 이 로봇을 '선생님'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아니, 받아들이고 싶어하게 된다....? 딥 러닝 기능을 갖추고 미세파동 생체 에너지까지 갖춘 인지쌤과 더 교감하고 싶었던 아이들은 직접 쓴 '코노피오'라는 동화를 인지쌤에게 읽게 한다. 그 결과는......

결국, 인간은 감정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인가? 그래서 로봇에게도 감정이입을 하고, 더 나아가 감정을 가진 로봇이라는 설정을 한 문학도 계속 나오는 것일까? 진짜로 감정을 가진 로봇이 가능하게 된다면, 그건 좋은 것일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감정은 불안정하고, 때론 아름답지만 때로는 추하다. 그런 감정을 로봇이 가진다면 그건 몹시 위험할 것이다. 안정적인 감정만 갖게 한다면? 그건 감정이 아닐 것이다. 뭐 '유사감정' 정도 되겠지. 우리에겐 그런 거라도 절실한 것일까?

그리하여, 오류로 멈춘 인지쌤을 구하려는 아이들, 로봇 교사를 반대하는 아이들로 맞서는 양상까지 교실에는 나타난다. 여기에서 작가는 여러가지 이슈들을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려서 말하고 있다.

먼저 교장선생님.
"인간과 로봇의 차이점이 뭔지 아니? 자기 성찰 능력이란다. 잊지 마라. 자기 성찰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최고의, 그리고 거의 유일한 능력이란 걸." (101쪽)

그리고 한민아 선생님 사건을 잘 알고 있지만 뭔가 참고 계신 듯한 옆반 선생님.
"어디를 가나 로봇이 없는곳이 없다. 사람과 사람이 관계 맺는 법을 배우는 학교에까지 로봇이 있다는 건 재앙과 같아. 이제 사람들은 작은 실수도 할 수 없어. 실수를 하면 해고를 당하고 로봇이 그 자리를 차지하지. 실수할 기회가 없으니 성장할 기회도 없다. 협업은 거짓말이야. 사람을 로봇과 경쟁시키는 거지. 누가 이길지 뻔하지 않니? 사람들은 점점 로봇에게 밀려나고 마침내 로봇처럼 폐기 처분될 거다. 이건 단순히 한민아 선생님을 복귀시키는 것보다 더 큰 문제야. 인간의 미래가 달린 문제지." (108쪽)

과거에 아이들이 한민아 선생님을 잃게 된 사연은 스치듯 지나간다. 선생님은 쫒겨났던 것이다. 그토록 아이들에게 정성을 쏟았던 선생님이 학부모들의 불같은 민원을 받고. 잘못이라면 잘못이지만 사적인 공간이니 법적인 잘못은 아니라고 할 수 있는데.... 선생님은 개인 비밀 블로그에 아이들과 학부모에 대한 욕을 진탕 써 놓았고, 반의 똑똑한 아이 하나가 그걸 해킹해서 만천하에 공개됐다. 그렇게 잘해주던 선생님이 뒤에서 쓴 자기 욕을 읽었을 때 그 뒤통수를 맞은 기분은? 짐작 가능하다. 또한 그런 욕을 개인 공간에 써갈긴 선생님 심정 또한 이해하고도 남는다. 물론 동종업계 사람이어서 그렇겠지.ㅠ

다시 초기화된 인지쌤이 교단에 서며 이야기는 끝나는데, 마지막 문장이 또 미묘하다. 이 책엔 여러 생각들이 엉켜 있다. 그 중에 아이들이 어떤 가닥을 붙잡을지 궁금하다. 내가 붙잡은 건? 두 가지다. 첫째는 4차 산업사회 운운이 시끄러울 때, "앞으로 인간이 갖춰야 할 것들은 더더욱 인간적인 것들이다. 기계가 할 수 없는." 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에 대한 동의다.
둘째는, 엉뚱할지 모르겠지만 다시 일어설 기회다. 리질리언스(회복탄력성)의 중요성이라고도 하겠다. 좋은 모습만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학생, 학부모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비밀 공간에 퍼부어 놓은 한민아 선생님. 좋아했던 선생님에 대한 배신감, 원망, 그리움이 혼재된 아이들. 그리고 해킹하고 앞장섰던 그 아이.... 모두가 성찰할 기회가 필요했다. 그리고 이제 그들에게 필요한 건 회복의 기회다.

이경화 작가님의 책은 두번째 읽는다. 찾아보니 13년 전에 <장건우에게 미안합니다>를 읽고 썼던 서평이 남아있다. 두 편 다 교사의 처신을 고민하게 만든다. 작가는 어떤 계기로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셨는지 궁금하다. 아래에 그 서평을 이어 붙이고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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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건우에게 미안합니다 / 이경화 / 바람의아이들>


이 책의 장점을 꼽으라면 단연 현실성이다. 문제가 있는 아이들을 교무실로 부르는 것과 선생님이 교무실에 있다가 종례를 한다는 점만 빼고...(그건 중,고등학교에서나 있는 일이다) 이걸 보니 작가분이 현직에 계셨던 분은 아닌 것 같은데 초등학교 6학년 교실의 풍경과 아이들의 심리를 이토록 현실적으로 묘사할 수가 있나? 때론 몰래 카메라에 찍힌 나와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쪽팔려 게임’ 그것 참 징하면서도 안 없어지는 골칫거리 게임 중의 하나다. 이 이야기의 발단은 거기에서 시작된다. 반듯한 모범생 반장 건우가 문제아 여자애들 무리가 했던 쪽팔려 게임 벌칙의 희생양이 되어 난데없는 뺨따귀 세례를 받은 것이다. 그런데 선생님의 반응이 정말로 의외다. 피해자인 건우에게 보내는 따뜻하지 않은 시선, 교무실에 불려온 가해자 여자아이들은 있었던 일을 종이에 썼을 뿐, 한마디 훈계도 듣지 않고 돌려보내진다. 오히려 남아야 하는 사람은 건우다. 남겨진 건우에게 선생님은 여자아이들의 가정형편을 상기시키며 이해할 것을 은근히 강요(?)하신다. 모범생 콤플렉스의 장건우. 치밀어 오르는 말들을 한마디도 내뱉지 못하고 “예, 선생님.”하고 돌아선다.

이 선생님은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선생님은 아니다. 그러나 어떤 마음으로 이렇게 하시는지는 십분 이해하고도 남겠다. 선생님은 소외된 아이들, 부족함이 많은 아이들을 감싸고 채워 주시고자 하는 것이다. 짐작컨대 사명감은 투철하되 경력은 다소 부족한 선생님일 것이다.

이 선생님을 통해 작가는 사명감이 투철한 교사가 빠지기 쉬운 역차별의 함정을 지적한다. 다른 아이들처럼 따뜻한 가정에서 충분한 사랑을 받지도 못하고 학교에서도 인정을 받아 본 적이 없는 이 여자아이들은 선생님이 베풀어주시는 전폭적인 사랑과 인정에 고무된다. 자신감도 생기고 당당해지고 웃음도 많아진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곳으로 그늘이 드리워졌으니 바로 건우 같은 아이다. 선생님은 넌 부족한 것이 없으니 많이 가진 사람이 나눠야 한다며 건우에게 주실 사랑마저도 떼어다 그 아이들에게 부어주실 테세이지만, 인간은 자기 몫의 사랑까지 남에게 양보할 수는 없는 존재인가보다. 건우가 이토록 상처받는 것을 보면 말이다.

흔히들 선생님들은 공부 잘하는 아이들, 엄마들이 관심 있게 챙겨주는 아이들을 편애한다는 비난을 받곤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역차별은 그것에 대한 반작용일까? 나를 돌아보니 이 책의 김진숙 선생님 같은 쪽은 아니다. 가정형편과는 상관없이, 난 게으르고 양심 없고 남을 괴롭히고 말을 함부로 하는 아이들을 예뻐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부모님의 보살핌을 못받고 자라는 아이들이 이리될 개연성이 매우 높으니 나도 편애를 한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겠다. 김진숙 선생님처럼 하는 것,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쪽팔려 게임이나 하며 만만한 남자아이 불러세워 빰따귀나 때리고 낄낄거리는 여자애들을 감싸고 예뻐하라고? 그거 보통 인내심으로 되는 일은 아니다....

다음은 이 부족한 교사가 나보다는 조금 덜 부족한 김진숙 선생님께 드리는 글이다. “선생님, 마지막에 선생님이 아이들과 화해하는 장면을 보면서 선생님은 조금 서투르긴 했지만 그래도 훌륭한 선생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불리지 않는 이름부터 불러주려고 했던 선생님의 마음 잘 알겠습니다. 중간에, 건우엄마가 와서 따졌을 때 아이들 다 있는데서 건우에게 약간의 감정을 드러내신 것은 조금 미숙하셨습니다. (하지만 이 때 저의 모습을 보는 줄 알았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의 신념은 타성에 젖은 저보다는 훌륭하십니다. 그런데요, 아이들 중에 선생님 관심 밖에 두어도 되는 아이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감싸는 것만이 사랑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몫을 할 수 있는 바른 아이로 키우는 것도 우리들이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 우리로 인하여 마음 다치는 아이들이 이젠 없도록, 모두가 웃을 수 교실을 만들도록 함께 노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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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기 수업을 하며 함께 볼 그림책들>

가을인가 단풍인가 싶더니 어느새 추워졌다. 통합교과에서 겨울 단원을 배울 날도 멀지 않았다. 2학년 겨울 단원에서는 생물들의 겨울나기가 비중있게 다뤄진다. 돌려읽기 책으로도 한 권 넣고 싶고 수업 중에도 읽어주려고 3권을 골랐다.


1. 겨울에도 괜찮아(시공주니어)


내용 범위가 가장 넓은 책이다. 동물들의 겨울나기 전반을 다룬다. 겨울잠 뿐 아니라 따뜻한 곳을 찾아 먼 거리를 이동하는 철새, 털갈이를 하는 동물 등 다양한 겨울나기 방법을 파악하기에 좋다. 그림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어 과학그림책으로 적절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외국 작가의 책이라 우리 땅에서는 볼 수 없는 낯선 동물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런 동물들도 알아두면 물론 좋지만 익숙한 동물들이 주로 나오는 게 저학년엔 좋을 것 같아 그점이 살짝 아쉽다. 우리나라 작가가 그린 정보그림책이 이 주제로 나온다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래 소개할 두 권도 모두 외국 작가의 책이다.)

재작년에 이 책을 이 시기에 돌려읽기로 읽었다. 무난했다. 아이들 반응도 폭발적이진 않았지만 나쁘지도 않았고. 올해도 이 책으로 읽혀도 아무 문제가 없지만 그래도 다른 책을 좀 찾아보고 싶었다. 내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살짝 산만하게 느껴지는 (아이들 눈높이에서 본다면 정보들이 좀 정리가 안되는) 면도 있어서. 그러나 겨울나기 전반을 다룬다면 이 책을 추천.


2. 신비한 겨울 숲의 동물들 (사파리)


이 책은 불빛 그림책이다. 전에 다른 불빛 그림책을 상당한 가격을 주고 샀었는데 이 책은 일반 그림책과 전혀 다를 바 없는 12,000원! 어설픈 거 아냐? 미심쩍어하며 구입해 봤는데 오우, 생각보다는 효과가 좋았다. 휴대폰 손전등을 켜서 책장 뒤에 대면 굴 속에서 겨울잠을 자고 있는 곰 가족도 나오고 개구리도, 여우도 나온다. 판형도 넉넉한 편이어서 아이들을 모아놓고 보여주면 좋겠다. 이건 각자 읽기보다 보여주기가 더 적당할 것 같아서 킵 해두었다.ㅎㅎ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다.^^


3. 아늑한 마법(다림)


이 책은 나온 지 며칠 된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찾는 주제의 책이 신간으로 어느날 뙇! 하고 나오면 로또 소액에 당첨된 정도의 느낌이라 할까. (로또를 사 본 적은 없다.ㅎㅎ) 더구나 그 책이 마음에 들면 행운의 느낌은 더 커진다. 이 책이 그랬다.

'숲 속 동물들의 겨울잠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이 책은 동물들의 겨울나기 중 겨울잠만을 다룬다. 겨울나기 전반의 내용이 아니라서 살짝 아쉽지만 교과연계 독서를 할 때 꼭 교과내용 전반을 다뤄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부의 내용으로 동기유발이 되어도 좋고 부분적인 배경지식을 갖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이 책은 정보그림책이 갖는 딱딱함을 극복하고 있다. 딱딱함은 커녕 아늑함을 준다. 제목부터가 '아늑한 마법'^^ 맨 뒤 몇 장 정보면을 빼면 그냥 이야기 그림책으로도 손색이 없겠다. 여름에 할머니 댁에 놀러간 아이는 자연에서 많은 것들을 본다. 할머니 댁에서 비밀스러운 숲속의 빈터까지. 숲속에서 보낸 시간은 아늑했다. 겨울이 되어 다시 할머니 댁을 찾은 아이는 숲속 빈터에 다시 가보지만.... 그곳은 여름의 그곳이 아니었다. 고요하고 텅 빈 곳. 그곳에서 아이는 할머니께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어디선가 겨울잠을 자고 있는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마지막 정보페이지엔 동물 종류별로 (포유류, 파충 양서류, 어류, 조류, 작은 동물들) 겨울잠 자는 방식들이 그림과 함께 소개되어 있어 정보책으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아이와 할머니가 등장하고, 풍성한 여름 숲에서의 느낌과 텅 빈 겨울 숲에서의 느낌을 잘 그려내어 따뜻하고 감각적인 책이 되었다. 올해는 이 책으로 돌려읽기를 해보겠다.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는 지식도 말랑하게 다루는 것이 내가 좋아하는 방식이다. 더 깊이 알고 싶다면 거기에서부터 자기주도적 학습과 확장이 시작되는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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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좋은 가을날 집에서 한발자국도 안나가고 뒹굴며 놀았다. 뒹굴때는 만화가 제격인데 오늘은 새로 도서실에 수서한 만화를 두 권 집어왔다. 하나는 400번대, 또 하나는 500번대다. 말하자면 과학(기술)분야라는 말씀.

전자는 정재승 교수가 참여한 <정재승의 인간탐구 보고서>, 후자는 백종원씨가 참여한 <백종원의 도전 요리왕>이다. 둘 다 1권이다. 후속편이 계속 나올거란 뜻이다.

 

 백종원씨는 외식업체 사장, 말하자면 장사꾼이지만 참 남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요리책을 한 권 사보았고 공개된 레시피로 각종 양념장도 만들어 보았다. 적당히 대중적인 맛이 난다. 즉 실패할 염려는 거의 없는 맛이라는 것이다. 가끔 TV에서 멘토 역할을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한 분야에서 쌓은 그의 전문성과 투철한 직업의식을 볼 수 있어서 나를 돌아보는 기회가 되곤 한다. 그가 어린이책에 도전하다니. 그의 유명세와 이미지를 잘 살린 기획이라는 생각이 든다.

백종원씨가 어린이 요리 프로그램을 통해 동행자를 선발하여 함께 음식여행을 떠난다는 컨셉이다. 딱히 배운 건 없지만 왕성한 식욕과 천부적인 미각을 가진 나래, 학구적으로 요리를 대하는 노력파 보담이, 고기를 넘나 사랑하는 세찬이, 이 세명이 뽑혀 백대표와 동행하며 때때로 요리대결도 펼친다. 음식에 대한 지식을 접하면서 대결에 대한 긴장감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잘 팔릴만한 구성이란 생각이 들었다.

1권은 일본이다. 이미 우리에게 깊숙히 들어와버린 음식들이라 익숙하면서도 새롭게 입맛을 자극했다. 라멘, 돈부리, 스시, 오코노미야키 등... 각 장 끝에는 만화가 아닌 정보면도 추가되어 있어 간단하게나마 일본의 역사나 문화에 대해 소개도 하고 있다.

만화의 그림체는 내 취향은 아니었는데 음식 그림에는 별 다섯 개를 주고 싶었다. 너무 먹음직스럽게 그려져서 말이다. 잘 튀겨진 돈가스를 얹은 가츠동, 반숙계란이 생생한 라멘, 지글지글 오코노미야키.... 츄릅! 먹는 즐거움은 인간에게 빼놓을 수 없는 것이고 그걸 책으로 구경하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요즘 우리반 아이들과 세계 단원을 공부하며 클레이로 세계 음식도 만들어 보았는데, 아이들이 고사리손으로 스시나 카레, 피자 등을 만들면서 어찌나 좋아하던지. 이 책이 있었다면 참고가 많이 되었겠다. 2권까지 나와 있는데(중국) 3권부터는 어떤 나라일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베트남, 태국 등의 아시아 나라들을 다루고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도 다루면 흥미로울 것 같다.


 

정재승 교수가 기획자로 참여한 <정재승의 인간탐구 보고서>는 예고편을 보자마자 수서바구니에 담았던 책이다. 정재승 교수의 책은 한 권밖에 읽어보지 못했지만 '과학자가 글도 잘 써서 참 좋겠다', '무슨 분야든 글을 잘 써야 유명해지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가 쓴 어린이책이라기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담았는데, 이 책은 글작가가 따로 있었다. 만화 형식이라 그렇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인간 탐구보고서'라니. 뭘 탐구한단 말인가. 표지를 보니 제목 위에 '어린이를 위한 뇌과학 프로젝트'라고 되어있다. 뇌과학. 관심은 있으나 내가 공부하긴 어려운 분야라 아는 건 별로 없는 상태... 이럴 때 아이들책에서 쉬운 걸 건지면 좋은데.... 1권의 부제는 '인간은 외모에 집착한다'

뇌과학이라고 하면 일단 신경세포, 시냅스 이런 걸 다루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고 '인간의 인식과 사고의 경향성'이라고 할까? 그래서 어떤 외계행성의 외계인들이 새로 정착할 곳을 찾아 지구에 왔다가 지구인들을 관찰하고 무지 신기해하며 그들의 행성에 보내는 보고서를 쓴다는 설정이다. 꽤 재미는 있다.^^

'인간은 외모에 집착한다' 음. 인정한다. 대체로 그러하다. 나도 내 외모를 가꾸진 않지만 예쁘고 잘생긴 사람을 보면 부럽고 인상적이긴 하다. 사실 따지고보면 껍데기일 뿐인데, 이 껍데기에 쏟는 인간의 관심과 에너지는 실로 지대하지.... 그리하여 1권에서는 외계인의 눈에 거기서거기인 지구인들이 그 미세한 차이의 외모를 가지고 구별하고 차별하는 모습들을 잘 표현했다. 2권은 '기억'을 다룬다고 살짝 예고되어 있다. '기억은 만들어진다', '조작된 기억'이란 말이 있지 않던가? 개인적으로 2권이 더 흥미로울 것 같다.

이러니 나부터도 2권을 읽어볼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은가? 출판인들의 새로운 노력과 아이디어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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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은 동화 2권에서 모두 같은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건물 유리창에 새들이 부딪쳐 희생되는 문제다. 전에도 종종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잊어버리고 있다가 두 권의 동화를 동시에 읽게 되니 '이 문제가 그리 심각한가?' 싶어 검색을 해보았다.

오우, 심각하구나. 신문 기사의 일부분을 옮겨본다.
"유리창이나 투명방음벽 등 투명창에 충돌해 죽는 새가 연간 800만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에는 참매, 긴꼬리딱새 등 멸종위기종도 포함돼 있어 동물복지뿐 아니라 생태계 보전 차원에서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환경부도 건물유리창이나 투명방음벽 등 투명창에 충돌하여 폐사하는 새들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사람들이 마음을 나눠주고 신경써야 할 문제들을 문학작품으로 쓰는 작가들에게 고맙다. 그것도 재밌게 감동적으로 말이다.

 

 

 

 

 

 

 

 

 

 

 

 

<휘파람 친구 / 추수진/ 샘터>


먼저 읽었던 책은 최근의 정채봉문학상 수상작인 <휘파람 친구>다. 이 책엔 두 편의 단편이 담겼는데 그중에 표제작인 '휘파람 친구'에 이 이야기가 들어있다. 이걸 주제로 내세운 작품은 아니지만 인상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외로운 아이 태호는 친구들의 괴롭힘으로부터 휘파람새 한 마리를 구해 주었다. 이후로 태호 옆엔 '이슬이'라는 친구가 생겼다. 이슬이와 여러가지를 함께 하는데 그중에 학교 유리창에 형광펜으로 줄을 긋는 이야기가 나온다. 마지막에 보니 이슬이의 정체는....   

 

 

 

 

 

 

 

 

 

 

 

 

 

<하늘이 딱딱했대? / 신원미 / 천개의바람>


그리고 이 책, <하늘이 딱딱했대?>를 읽었다. 이 책은 본격적으로 그 문제를 다룬 동화다. 궁금증을 일으키는 특이한 제목은 바로 그것을 말하고 있었다. 새들은 하늘을 날았을 뿐인데, 하늘이 딱딱했고, 그 딱딱한 하늘에 부딪친 새들은 죽거나 심하게 다쳤다.

새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재미있고 유쾌하게 잘 담겼다. 그러면서 문제도 결코 가벼워지지 않도록 잘 다루었다. 숲속에 투명유리로 지어진 까페. 음~ 까페를 좋아하는 나는 한번 가보고 싶다. 멋지겠다. 하지만 세상에는 오직 인간에게만 좋은 것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

새들은 모여서 의논하며 여러가지 해결방법들을 찾아보았다. 돌을 떨어뜨리는 방법, 천천히 나는 방법, 나뭇잎들을 붙이는 방법 등. 하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았고 다치는 새들은 늘어나기만 했다. 마지막으로 선택한 방법은! 이것으로 인해 이 책은 유쾌해지고 해피엔딩이 되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책이 되었다. 어떤 방법이냐고? 마지막 문장을 보면 된다.^^
"아이들은 그곳을 '알록달록 똥까페'라 불렀답니다."

나 자신도 심각성을 잘 몰랐던 문제였지만 이제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주며 공유해봐야겠다. 신문기사를 보니 환경부에서도 대책을 마련한다고 하는데, 시민인 우리 아이들도 알고 있는게 좋겠지. 또 지구는 우리만 사는 곳이 아니란 걸 가슴깊이 느끼고 있어야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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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를 옮겼을 때의 한계점일텐데, 원제인 Bee boy와 '꿀벌소년'은 어감이 많이 다른 것 같다. 본문 중에 아이들이 "꿀벌소년! 꿀벌소년!"을 연호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아무래도 좀 어색하다. '비보이! 비보이!" 이거랑은 느낌이 다르다.ㅎㅎ 어쩔수는 없다. 다른 언어가 똑같은 느낌을 낼 수는 없는거니까. 사실 이 책에서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지구적으로 중요한 문제를 동화에 담았다. 나도 언젠가 그 문제의 심각성를 듣고 마음이 무거웠던 적이 있는데, 그게 동화에 오롯이 담기다니 깜짝 놀랐다. 그건 아인슈타인이 말했다는 "지구상에 꿀벌이 사라지면 인간도 4년 이내에 멸종할 것이다."라는 염려와 관련있는 것이다. 과학도서에 그림을 주로 그리던 작가는 이번엔 직접 이야기까지 썼다. 작가가 직접 벌을 키우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세부내용이 아주 치밀하고 정확하며 벌에 대한 애정까지 듬뿍 담겨있다. 마치 동화책과 벌에 대한 생태도서를 함께 읽은 느낌이다.

멜빈은 도시의 높은 아파트 꼭대기층에 산다. 옆집 사는 댄 아저씨와 옥상에서 벌을 키운다.(이걸 도시양봉이라 한다고) 아저씨가 자주 하신다는 말씀을 나도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좀 길지만 옮겨본다.
"우리가 지구에 살고 있다는 건 행운이란다. 우주에 있는 행성 대부분은 너무 뜨겁거나, 반대로 너무 춥거나, 아니면 유독가스가 있어서 생물이 살 수 없단다. 그런데 우리는 필요한 모든 요소가 갖춰진 곳에 살고 있어. 진짜 진짜 희귀한 행성에 말이야. 우리가 왜 지구를 돌봐야 하는지 알겠지!"
그런데 댄 아저씨는 다른 곳에 가게 되고, 이제 벌은 오롯이 멜빈의 몫이 되었다. 멜빈은 아주 그 일에 푹 빠져 최선을 다한다.

문제의 발단은 전교생 조회시간 멜빈의 발표였다. 멜빈은 방충복까지 입고 꿀벌의 소중함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려 했으나 방충복에 따라 들어온 벌 한마리의 소동 때문에 웃음거리만 되고 만다. 악질적으로 괴롭히고 방해하는 노먼같은 녀석도 있고. 멜빈과 엄마는 부탁을 담은 안내문을 아파트 전 세대에 돌리지만 긁어부스럼이 됐다. 아파트 사람들이 걱정하며 반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와중에도 벌들은 잘 자라고, 독자들은 꿀벌의 생태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멜빈이 꿀벌로 변신하여 꿀벌 무리에 들어가는 판타지까지 동원됨) 그리고 멜빈과 엄마는 동네 회관에서 양봉에 대한 토론회를 제의한다. 많은 주민들이 왔고, 설득과 이해의 시간이 되었다.(이 과정에 뜻밖의 반전도 살짝) 
이 부분을 보며 멜빈 엄마와 내가 비교됐다. 저렇게 어른스러울 수 있을까. 더구나 자식의 일에 말이다. 공부도 아닌 일에 푹 빠져있지, 남들한테 좋은 소리도 못듣지, 위험한 부분도 있지, 하지만 멜빈 엄마는 차분히 지켜보며 현명하게 도와준다. 나라면 당장 갖다버리게 했을텐데. 꿀벌이 중요한 걸 아무리 잘 알아도 말이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동안 꿀벌들의 세계에선 분봉도 일어나고, 천적들에 맞서 치열한 싸움과 희생이 일어나기도 하고 새 여왕벌이 탄생하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 사건....은 학교에서 일어났고 이걸 해결한 멜빈은 또 "꿀벌소년!"(비보이) 연호를 받는다. 책 초반의 연호가 조롱이었다면 결말에선 진정한 환호였다.^^

아이들에게 권해주기에, 일단 재미있다는 게 참 고마운 점이다. 만화체의 그림이 잔뜩 들어가 있다는 것도 장점이고, 글자가 일반적 인쇄체가 아닌 손글씨체인 것도 아이들에게 친근한 인상을 줄 것 같다. 이 책과 함께 살펴볼 책들 몇 권을 골라봤다. 이중 2권은 도서실에 사놓았는데도 활용할 일이 없더니, 이 책을 함께 읽으면 관심있게 보게 될 것 같다. 지나가다 꿀벌을 만나게 되면 사랑스럽고 소중한 눈길를 보내 주자.(근데 말벌은....흑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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