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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을 향해 달리다 - 기억과 대면한 기록들
세라 폴리 지음, 이재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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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이자 작가, 감독인 세라 폴리의 자전적 에세이이다. 그녀가 뇌진탕을 겪은 이후 의사와의 상담에서 들었던 말을 차용한 제목이 바로 <위험을 향해 달리다> 이다. 세라 폴리가 엮은 여섯 개의 에세이를 보고 있자면, 이렇게 세상이 잔인할 수 있나 싶다. 한 번만 겪어도 엄청나게 아플 일들을 삶에서 여러 차례 겪으며 성장한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학대, 성폭력, 가지고 있는 질병 등 그녀를 막아서게 할 것들은 삶에 수도 없이 내재되어 있었지만 그녀는 달랐다. 좌절하고 무너지기보다는 그녀가 겪은 '위험'을 향해 스스로 달리기를 선택한 것이다. 이 아픔을 숨기는 것보다 책으로 발간해 다시 한번 달리기를 시작한 그녀의 이야기는 삶에 있어서 숱한 상처를 안고 가는 현대인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 괜찮을 거라는 말보다 사실 나도 이런 사람이라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그녀의 용기. 압도적인 문장들 속에서 우리는 한번 더 아픔을 딛고 일어서 달릴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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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비평 203호 - 2024.봄
창작과비평 편집부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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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비평 2024년 봄호>, 따뜻해지는 날씨와 함께 찾아온 계간지이다. 페이지를 넘기며 알게 된 건 수록된 글들이 상당히 다채롭고, 또 솔직하며 독창적이라는 것이다. 현 정부의 문제점을 짚는 논단부터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시각. 문학적으로는 시, 소설, 희곡, 그에 대한 평론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글들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았다. 책을 일일이 구해서 읽는 것이란 쉽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이렇게 한 권으로 많은 사람의 시각을 공유받을 수 있다니! 정말 신선하고 좋은 경험이었다.

내가 감히 평가하기에도 너무나 훌륭하고 좋은 글들이 많았지만, 많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건 대학생 부문의 <봄에 나는 것들> 이라는 소설과 성해나 작가의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 이다.

전자는 이별에 대한 슬픔을 봄의 소재를 사용하여 담담히 풀어내는데, 책의 전반에서 우울감을 크게 표출하는 것도 아니고 이별이 적나라하게 묘사된 것이 아님에도 어느새 주인공들에게 몰입하고 있었다. 여운이 상당한 소설이다. 봄은 새로운 것을 맞이하기도 하지만 겨울을 보내 준다는 쓸쓸함도 한 편에 있다고 늘 생각했는데, 봄에 느끼는 다채로운 감정을 이렇게 잘 표현할 수 있다니 신기했다.

후자는 한 영화감독을 너무나 사랑하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그를 따라 다니는 구설수에도 불구하고 골수들만 모인다는 '길티 클럽'에 가입하여 팬 활동을 지속할 정도로 감독을 사랑한다. 하지만 결국 깨닫는다, 이상한 죄의식과 자신의 사랑에 대해서. 때로는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도.

위 두 작품을 포함해 좋은 시들도 굉장히 많고, 문학 작품에 대한 평론은 날카롭고 또 설득력이 있다. 읽으며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지는 경험도 할 수 있었다. 계간지의 매력이 이렇게 극대화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읽는 내내 즐거운 시간이었다. 점점 완연해지는 봄을 창비와 함께 해 보시기를 바란다.

*본 리뷰는 서평단으로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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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레드카펫 네오픽션 ON시리즈 20
김청귤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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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귤 시대의 시작이라는 말에 극히 공감한다. 누군가는 말해야 하지만 다루기는 어려운 주제, 그 중심에서 김청귤 작가는 우리에게 연대의 손을 내민다. 이 책은 세상의 모든 소녀들과 언니들과 여왕들에게 바치는 위로이자 연대이다.

총 6개의 소설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에서, 우리는 너무나도 익숙하고 사실적이라 아프기도 한 일들과 마주쳐야 한다. 생리대의 크기를 몸무게로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경찰, 여성의 꿈보다 대를 잇는 것을 중요시하는 사회. 좋아한다는 명목으로 스토킹하는 아르바이트생과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한집에 있는 것도 편히 보여 주지 못하는 레즈비언 등등. 이미 우리의 사회에 직면한 문제를 작가는 소설을 통해 아주 날카롭게 지적한다.

물론 마법소녀나 미세먼지 인간 등 픽션적인 요소가 가미된 스토리가 전반이기는 하지만, 결국 그 소설 속에서 작가가 알리고자 하는 현 사회의 문제는 아마 모두가 다 알게 될 것이다. 특히 여성 독자라면 더 공감하기 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설 속에서 여성들은 스스로를 찢어내며 투쟁한다. 가만히, 그리고 얌전히 있기를 바라는 사회에 보기 좋게 소리를 내지르며 피를 흩뿌린다. 그렇게 만들어낸 레드카펫을 보란 듯이 걸어가는 이 작품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준다. 꼭 나 혼자가 아니어도 된다고, 나를 돕는 또 다른 '여성'과 함께 나아가 보자고. 그렇게 말해 주는 듯했다.

다정은 체력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나도 조금 더 다정하고, 조금 더 신경 쓰고. 더 많은 사람과 함께 연대하기 위해서 건강하고 싶다. 그러니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조금 더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그렇게 하루를 살아가기를! 김청귤 작가의 작품과 함께 나도 응원하고 싶다. 앞으로 내가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하는지, 절대 남의 일이 아닌 이런 이야기들을 어떻게 극복해갈지. 정말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던 유익한 시간이었다.

*본 리뷰는 서평단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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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의 언어, 판결의 속살 - 판사란 무엇이며, 판결이란 무엇인가
손호영 지음 / 동아시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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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99 가을 들녘에는 황금물결이 일고, 집집마다 감나무엔 빨간 감이 익어간다. 홀로 사는 칠십 노인을 집에서 쫓아내 달라고 요구하는 원고의 소장에서는 찬바람이 일고 ……. 이 사건에서 따뜻한 가슴만이 피고들의 편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차가운 머리도 그들의 편에 함께 서 있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이다.

위의 문장이 판결문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나를 포함해서 꽤 놀란 독자들이 많을 듯하다. 그렇게 딱딱하고 어려워 보이는 법정에서 이런 문장이 나오다니. 저자는 실제로 이 판결문을 시인에 빗대어 간결하고 정확한 어조로 무언가를 전하고자 하는 것이 판사와 참 닮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 책은 법과 판결이 가지는 편견에 맞서 우리가 왜 그래야 하는지, 법은 왜 그래야 했는지. 다루고 있는 수많은 사건들의 판결문과 배경지식, 그리고 판결이 이루어진 과정까지 세 가지 파트로 나누어 많은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일반 시민들이 법에 대해 가지는 편견과 법감정을 현직 판사도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때문에 과거에 왜 그랬고, 현재 자신들은 왜 이렇게 판결하고 있으며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되는지에 대해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오히려 담담한 어조로 전하는 판결들을 읽으니 어렵다는 생각보다 한 편의 문학을 읽은 듯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관심은 있지만 법이 어려워 망설이던 분들, 혹은 이 책 구매를 고민하시는 분들. 이미 이런 분야에 대해서 지평이 넓으신 분들 모두 이 책을 읽은 후에는 나처럼 만족감을 느끼실 거라고 생각한다. 판사의 언어를 이렇게까지 쉽고 친근하게 설명해 줄 수 있을까? 많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특히 이런 사회적 분야는 국민의 관심이 커질수록 더 나은 판결이 나올 수밖에 없으니까!

*본 리뷰는 서평단으로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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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한가운데 - 개정판
주얼 지음 / 이스트엔드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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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여름의 한가운데'는 사랑과 후회, 그리고 지나간 시간에 대한 그리움 등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지만 언제나 익숙해질 수 없는 감정들에 대해서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 다섯 편이 일관적으로 같은 이야기거나, 비슷한 세계관을 공유하는 것도 아니지만 결국 사랑과 만남 뒤에 오는 가지각색의 후회들을 표면적으로 잘 보여 주고 있다.

모두에게 애틋한 시절은 있지 않을까? 나이가 어떻게 됐든 사람과의 만남은 태어나면서부터 이루어지니까. 가족, 친구, 연인을 넘어 사회생활까지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만남에서 오는 사소한 후회부터 돌이킬 수 없는 그 시절에 대한 선택까지 사람은 참 다양하게 후회하고 아파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그 후회도 전부 새로운 길로 나아가려고 한다는 것을, 너무 오래 매몰되지만 않는다면 가끔 뒤를 돌아보며 '그때 그랬었지'하고 웃어넘길 수 있게 되는 것도 충분히 잘하고 있는 일이라고 나를 위로해 주는 듯한 소설이었다. 특히 단편 [월간 윤종신]에서 "특별한 이유란 게 있을까, 그냥, 시간이 흘렀고, 변하지 않는 건 없으니까."라는 대사가 있다. 이게 이 소설을 관통하는 가장 핵심적인 문장인 것 같다.

가장 추천하고 싶은 단편은 '멋진하루' 그리고 '수면 아래에서'이다. '멋진하루'에서 주인공은 동창 결혼식에서 만나는 전 남자친구의 코를 납작하게 해 주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지만 일이 꼬이고 꼬여 결국 비웃음만 사게 된 후 남이 아닌 나를 위한 하루를 결심하게 된다. 지나간 인연을 의식해서, 그보다 내가 뒤처지는 것 같아서. 그런 질투와 후회보다 자기자신을 사랑하며 나아가는 게 더 좋다는 것을 깨달은 주인공을 볼 때, 나도 쾌감이 일었다.

'수면 아래에서'는 학창 시절 사랑이 아닌 듯 사랑이었던 은정과의 관계를 회상하는 수겸의 이야기이다. 은정과는 모종의 이유로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되었지만, 나이가 들고 삶에 찌들어 무력해지고 무감각해진 하루에 그때의 추억과 그 시절을 돌아보는 일이 수겸에게는 하나의 원동력이 된다는 사실이 인상깊었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여름의 한가운데를 만나 볼 수 있는 소설! 나와 우리의 삶에 잘 맞닿아 있어 읽는 내내 같이 웃기도 울기도 할 수 있었다.



*본 리뷰는 서평단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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