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신료 전쟁 - 세계화, 제국주의, 주식회사를 탄생시킨 향신료 탐욕사
최광용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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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대 역사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미디어에서 세계사, 한국사를 다루고 있다. 작게는 개개인의 유튜브 채널부터 시작해서 크게는 티비에 나오는 예능까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세계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또 알아가고자 하는 듯하다.

그런 열풍에 새로운 바람이 되어 줄 책이 바로 이 <향신료 전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사의 흐름을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아주 다양하다, 인물을 통해, 크고 작은 사건을 통해, 혹은 전쟁을 통해서도 설명할 수 있겠지만 이 책은 모든 세계사를 설명하는 핵심 요소로 "향신료"를 선택했다.

나에게 향신료라고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역시 카레가루나 홍차와 같은 것들이다. 이외에도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강황, 시나몬, 커리 등의 재료가 세계를 뒤흔드는 근간이 되었다니, 책의 간단한 소개를 읽으면서부터 작가님이 서술하시는 세계사의 방향이 상당히 기대가 되었고 흥미로웠다.

과거는 지금보다 향신료가 더더욱 귀한 시대였으므로, 후추 한 알이 진주 한 알과 맞먹을 정도로 상당한 가치를 지녔다. 그렇기 때문에 향신료에 대한 재고와 권리를 선점하는 국가가 곧 경제적인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는 것이었고, 때문에 이를 발견하고 습득하기 위한 국가, 인물 간의 경쟁이 '전쟁'으로까지 발발되어 향신료의 등장과 판매의 흐름에 따라 국가들이 어떠한 움직임을 취했는지가 쉽고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또한 이러한 흐름의 긍정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향신료 강국이었던 아시아들이 어떻게 이 전쟁에서 살아남았는지, 강대국들이 향신료를 얻기 위해 일삼은 약탈이나 침략 등의 아픈 역사 또한 함께 기록하여 결국 국가적인 경쟁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은 어떻게 공존하는지까지 설명해 주는 친절하고 사려깊은 책이라고 느꼈다.

우리가 지금 향신료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기까지의 과정이 어떠했는지, 딱딱한 단어가 아닌 작가님만의 경험을 녹여낸 문장으로 읽다 보면 어느새 나는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향신료의 향을 타고 도달해있는 기분이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과거, 알고 넘어가야 할 역사의 흐름을 달콤한 향신료와 함께 파악해 보는 것은 어떨까?

갓 내린 홍차와 함께 세계사의 이면을 읽어 보고 싶으신 분들께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

<해당 리뷰는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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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상점 TURN 2
강민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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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이름이 기억되는 글을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한 마디에 마음에 오래 남는다. 소설 속 <식물, 상점>을 운영하는 유희는 모종의 사건을 이유로 고향에서 벗어나 이곳에 가게를 열었다. sns로 입소문을 타고 점점 상승세에 오른 이 상점의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바로 '살인'을 의뢰하는 여성들이 다다른다는 것이다.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 교제 폭력, 스토킹, 몰래카메라 등등 소설 속 누군가를 죽이기 원하는 여성들은 온갖 범죄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 그리고 이러한 범죄는 절대 과거형이 아님을 우리는 모두 알 수 있다. 지금도 달에 몇 건씩 뜨는 교제 살인 기사나 소위 말하는 <단톡방> 사건 등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아직도 만연한 지금 적어도 강민영 작가의 소설 속에서 여성들은 그러한 범죄의 표적이 되어 무기력하게 죽어나가지 않는다.

소설 속에서 제시되는 다양한 폭력의 형태가 절대 허구가 아님을 이 책을 펼치는 여성들은 모두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누군가를 간절히 죽이고 싶은 그 마음을 한 번쯤은 떠올리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우리를 대변해 유희는 소설 속에서 그 모든 근원들을 제거하고 여성들을 자유롭게 만들어 준다. 분명 지금 이 세상 어딘가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고통받고 있을 많은 여성들에게 유희와 같은 존재가 나타나길. 그래서 그들이 꼭 자유로워지길, 그렇게 바라게 되는 소설이었다.

살인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지만 분명 이 소설은 꼬집고자 하는 사회적 문제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입밖으로 내기에는 어렵고, 질타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이야기를 세상에 내보인 작가에게 이제는 독자들이 연대할 때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우리 모두의 <식물, 상점>이 되어 더이상 아파하는 여성들이 없기를.


*본 리뷰는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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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속 지느러미 TURN 1
조예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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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 러브 좀비, 내가 처음 접한 조예은의 소설집 속 눅눅하고 축축한 곳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끔찍함에 끝도 없이 빠져들었다. 입속 지느러미는 그와 궤를 같이 하는 작품 가장 깊은 곳에 자리잡은 작품이 아닐까 싶다. <초대>의 날카로움과 <습지의 사랑> 의 눅눅함이 공존하는 조예은 세계관 속 가장 깊은 곳에서 인어의 입속 지느러미를 하염없이 쫓는 선형을 따르다 보면 단숨의 소설의 마지막에 다다른다.

우리는 무언가를 간절이 원하게 되는 날이 온다. 그 가치가 크든 작든, 그건 당사자에게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저 내가 그걸 갖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뭘 하면 내 손에 그것이 들어올지 하염없이 골몰하게 되면 사람은 때로 그릇된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때 받는 손가락질이 과연 고통스러울까?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행위가 잘못되든 아니든, 그것을 달성했을 때의 성취감이 앞서게 된다면 그건 그 사람에게 끔찍함일까 성취감일까.

정말 날것 그대로의 조예은 작가를 보여 주는 듯한 소설이었다. 최근 읽은 따뜻해지는 분위기의 조예은 소설을 와장창 깨버리는 아주 파격적이고 서늘한 소설. 이제 여름이고, 우리를 기다리는 장마가 있다. 세이렌, 장마, 죽음, 그리고 노래.... 축축함을 담은 이 소설이 더없이 어울리는 계절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여름, 우리도 세이렌의 노랫소리에 귀기울일 수 있다면. 과연 그 노랫소리는 저주가 될까 쾌락이 될까.


*해당 리뷰는 출판사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게시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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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 소설Y
조은오 지음 / 창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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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 은 철저한 개인 분리 사회인 중앙에서 살던 07이 사람을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동경하여 외곽이라는 지역으로 떠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매끄러운 흐름 속에서 적당한 반전, 그리고 주인공들의 갈등, 제시하는 주제 의식 등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지금도 각자의 버블에 살고 있을 것이다. 내 버블 속에 누굴 들이고 무엇을 감출 것이며 버블의 크기를 늘릴지 줄일지는 온전히 나의 선택이다. 내 선택을 좌우하는 외부적 상황과 역경 등은 반드시 존재하겠지만 (주인공들에게도 그랬던 것처럼) 결국 나의 버블을 만들고 깨트리고 재건하고 이룰 수 있는 건 정말 나 자신뿐이기 때문에. 과연 내가 어떤 버블에서 어떤 생활을 하고 싶은지 우리는 아마 평생 이것을 고민하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버블은 거기 있을 것이니까. 때로는 부딪히고 넘어지고 고민하며 버블 속에 머물러도 된다고. 그렇게 말해 주는 이 소설이 참 따뜻하다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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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혼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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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훈의 소설은 어렵고 또 친절하다. 새로운 개념을 창조해 독자들에게 그 기원과 의미에 대해서 설명해 주지만, 사실 전반이 없이 새로운 개념을 맞닥뜨리게 된 독자의 입장에서는 그가 제시하는 것들이 낯설게 느껴진다. 하지만 배명훈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 낯섦과 모름까지 그의 문장을 쫓다 보면 온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친절한 문장을 건넨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그렇다.

이 소설 <청혼>도 처음에는 우주를 건너는 단순한 로맨스일 것이라고 생각했으니다...... 가장 메인 주제는 우주 전쟁이었다. 우주를 떠도는 나와 여전히 지구에 있는 네가 서로 사랑하고 있음에도 17분 44초가 지나서야 답을 들을 수 있는 갑갑한 상황에 놓여 있는 이유. 그게 바로 우주 전쟁이기 때문에. 그래서 두 사람의 서사나 사랑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우주 전쟁의 양상이나 함선의 기능 등 그쪽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진 듯하다.

하지만 그 이유는 결국 내가 너를 사랑해서, 너에게 바로 달려갈 수 없는 이유를 최대한 구체적이고 주관적이게 나의 시선으로 설명하는 '편지' 형식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독자인 내가 소설 속 주인공에게 편지를 받는 것처럼. 나를 끊임없이 설득시키고 또 이해시킨다. 우리의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고, 내가 비록 이런 상황에 있어도.

우주의 간극을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아무리 인간이 용을 써도 내가 죽기 전까지 우주의 단 5 퍼센트라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하지만 그 무수한 장벽과 공간을 넘어 누군가를 사랑하는 힘. 그 사랑은 우리 모두가 가질 수 있고 또 나눌 수 있는 힘이니까. 언젠가 내가 우주를 떠돌게 되는 날이 오더라도, 내가 사랑하는 이가 우주를 떠돌게 되는 날이 오더라도. 그래도 여전히 사랑할 것이다. 늘 그랬듯이, '청혼'을 건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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