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서문
버크.베카리아.니체 외 27인 지음, 장정일 엮음 / 열림원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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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의 위대한 서문

 

지금까지 읽은 책 가운데 오래 마음에 남거나 특별하다고 생각한 서문을 모아 위대한 서문을 펴낸다. 이 서른 권의 책에서 뽑은 서른 편의 서문은 내가 쓴 것이 아니다.서문은 저자가 자신의 책 첫 부분에 붙이는 간략한 글이다. 제목이 압축 파일이라면 서문은 그것을 푸는 암호다.서문을 되새김질해서 얻는 즐거움 가은데 하나는, 서문과 본문 사이에 생긴 모순 혹은 미해결을 감지하는 것이다. 서문은 책의 작은 우주다.(5~13)

책을 좋아하다 보니, 거의 매주 시내 교보문고나 영풍문고를 방문하게 되는 것 같다. 서점에 가면 우선은 관심 분야의 신간 서적을 살펴보며 구입할 책을 고르게 되는데, 독자들마다 책을 고르고 선택하는 기준이 모두 다를 것이다. 나 또한 책을 구입할 때 나름의 기준이 있다. 우선은 책 제목을 살펴본다. 그러고 나서 저자의 약력과 이력에 대해 꼼꼼하게 살펴보며, 출판사가 어디인지를 확인 한 후, 책의 서문과 목차를 훑어본다. 좋은 책은 이미 서문에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서문이 좋은 책은 내용도 좋고, 반대로 내용이 좋은 책은 서문 역시도 좋다. 가끔은 책의 서문이나 저자의 특이한 이력 때문에 책의 내용을 들춰보기도 한다. 역사학자 이희진이 쓴 <식민사학과 한국고대사>란 제목이 책이 있는데, 일제 식민지사학이 한국 고대사에 미친 영향과 한국고대사에 청산되지 못한 일제식민사의 잔재를 찾아보고 그것을 통해 대한민국사회의 병리현상을 살펴보는 게 주된 내용이다. 식민사학은 어떻게 아직까지도 강단을 장악하고 있는가. 그들은 무엇 때문에 식민사학에 그토록 집착하는가. 식민사학은 역사를 어떻게 조작했는가?”하는 게 책의 핵심 내용인데, 이 책에 대한 관심은 저자의 약력에 소개되어 있는 특이한 내용 때문이었다. 자연과학을 전공하려 들어갔던 대학에서 인문학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제 발로 역사학으로 전공을 바꾼 저자는 고대한일관계사 분야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다가 대한민국의 고대사연구자들이 얼마나 일본의 연구에 의지하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고 뭘 모르던 시절, 함부로 입을 놀려서는 안 되는 미천한 신분을 깨닫지 못하고 알고 있는 내용을 여기저기 발설한 죄로 지금까지 왕따를 당하고 있다라고 하는 게 주된 내용이었는데, 내가 모르는 세계에 대한 여담 이야기가 나름 흥미로웠다.

허우범 작가의 <삼국지기행>도 비슷한 경우인데, 이 책에 대한 관심도 순전히 책의 서머리에서 비롯되었다. 작가는 요즘 아이들 표현을 빌리자면, 소위 삼국지에 푹 빠진 삼국지 덕후라 할 수 있을 터인데, 그는 삼국지 매니아답게 젊은 시절부터 <삼국지>를 수차례 읽었을 뿐만 아니라 <삼국지>가 인정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진수의 정사<삼국지>는 물론, 소설에 해당하는 <삼국지연의>와 원나라 때 출판된 <삼국지평화>까지 수없이 탐독하였고, <삼국지>에 관해 치밀한 주를 단 <배송지주>와 양신의 <삼국회요>등 책 제목도 생소한 이런 책들까지도 아주 세밀하게 살펴보았다고 한다. 그렇게 삼국지에 빠져 지내다 보니, 삼국지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고픈 마음이 들어 마침내 결심을 하고는 실제로 7년에 걸쳐 중국 곳곳의 삼국지 현장을 누비며 우리나라 최초의 삼국지 현장답사기를 펴내게 되는데, 서머리의 내용만으로도 저자의 삼국지에 대한 열정이 어느정도 되는지 충분히 짐작하고 가늠할 수있었다. 사실 이런 뜨거운 열정을 가진 작가의 책이라면, 그 내용은 다시 말해 무엇 하겠는가? 근래 영화 개봉과 함께 덩달아 인기가 높아진 웹툰 만화가 있는데, <신과 함께>이다. 사실 이 책도 영화 개봉 영향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긴 했지만, 읽어볼 마음을 먹은 건, 우연히 도서관에서 발견한 이 책의 독특한 저자 이력 때문이다. 주호민, 81년생, 2005년 애니메이션과에 다니다가 휴학하고 군대에 갔다 오니 학과가 없어져버렸다. 홧김에 학교를 때려치우고 군대 경험을 만화로 그려 <>이라 이름 붙이고 인터넷에 올렸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만화가가 되어 있더란다. 책 표지 저자의 이력 부분을 읽는데, 그 이력이 무척이나 재밌고 사실적이어서 결국 이 책을 다 읽게 되었다.

장정일의 위대한 서문을 읽다보니, 나 또한 책과 관련된 이런 에피소드가 생각이 나서 횡성수설 해 보았다. 명저의 서문은 역시 명저의 서문다웠다. 서문의 말처럼 서문은 여러차례 되새김질해서 읽을 가치가 있는 글임에 분명하다. 서문을 읽으면서 서문만을 모아 서문모음집을 펴낸 그의 발상이 놀라웠다. 위대한 서문을 읽는 순간, 이미 30편의 책을 읽은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명저의 서문이 궁금하다면, 이 책은 충분히 일독의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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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2041
로버트 스원.길 리빌 지음, 안진환 옮김, W재단 / 한국경제신문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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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2041

 

탐험이나 모험 이야기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남극이나 북극, 사람들의 발이 닿지 않은 미지의 세계를 찾아 탐험하거나 모험하는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 대단히 흥미롭고 짜릿한 쾌감, 희열 등을 맛 보게 해 준다. 남극, 듣기는 많이 들었지만, 관련 서적이나 영상 등의 자료를 본 기억은 드물다. 그저 몹시 추운 곳이라는 일반적인 상식만 알고 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남극은 도대체 얼마나 추울까? 오늘 서울의 기온이 영하 8도라고 한다. 목티를 입고 두터운 패딩을 입고 목도리로 목과 얼굴을 칭칭 감았는데도 틈새를 타고 피부에 닿는 바람과 추위가 매섭기 그지없다. 겨우 영하8도인데 말이다. 반면, 남극의 평균 기온은 영하 28~30도 라고 한다. 영하 28~30도의 기온이면 도대체 얼마나 추운 걸까? 오늘 서울의 기온보다 3~4배 정도 더 춥다는 이야기인데,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

남극, 말로만 들었지. 사실 아는 게 거의 없다. , 빙하, 얼음이 가득하고 지구상에서 가장 춥다는 것, 그리고 그 맹추위 속에서 팽권이 산다는 정도가 나의 남극에 대한 앎의 전부다.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남극의 기후 변화가 향후 지구의 온도와 환경재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남극에 대해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세상은 불과 100년 만에 너무나도 심하게 변해 버렸다. 과거에 비해 엄청 편리한 세상이 되었지만 그에 동반하여 환경 또한 무서울 정도로 훼손되고 파괴되었다. 환경학자들의 경고에 의하면, 더 이상의 무분별한 환경 파괴와 훼손은 지진과 홍수, 화산폭발, 폭염, 해일 등의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자연재해를 불러 올 수 있다고 하였다. 현재 남극은 지구에서 유일하게 그 환경이 파괴되지 않고 그나마 잘 보존된 곳이다. 이는 세계 7번째 대륙인 남극을 보호하기 위해 남극조약체제(ATS)1959년 처음 체결된 이후 과학적 연구만 허용하고 군사적, 상업적 목적의 탐사는 금지함으로써 남극대륙을 보호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2041년이 되면, 이 국제 조약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다. 문제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남극과 북극 할 것 없이 지금 현재도 빙하가 계속 녹아내리고 해수면이 상승하고 지구 전체의 기온이 올라간다는데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강대국들은 빙하가 녹건 말건 관계없이 오로지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무분별한 개발전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더 이상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남극의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와 훼손을 막아야 할 것이다. <남극2041>은 남극의 실태와 남극을 살리기 위한 모험가 로버트 스원의 남극 탐험에 관한 이야기로 남극 전반에 관한 다양한 정보와 에피소드를 알 수 있다. 로버트 스완은 남극점과 북극점을 모두 걸어서 정복한 최초의 인간이다. 책을 읽으면서 남극 탐험에 관한 스콧의 뜨거운 열정에 깊은 감명을 받기도 하였다. 객관적인 사실이나 역사적 기록을 찾으려면 반드시 누군가는 대영도서관으로 직접 가서 찾아야 했고, 그런 자료조사 작업은 주중 업무시간의 상당부분이 소요되었다. 기술 부족이 극복해야 할 난관 중 하나였다면 자금은 또 다른 문제였고, 남극 탐험에 도움을 줄 적합한 사람을 찾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였다.(106) 사실 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몇 번 해보고 안 되는 그만두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스콧은 한 번 마음 먹은 일은 꼭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 하나로 꾸준히 새로운 방법을 찾고 모색하는 그런 자세가 매우 좋았다. 사실 그의 남극탐험은 무모와 불가능한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거듭 방법을 찾았고, 끝내 도전을 했고 남극을 걸어서 다녀왔다. 스콧은 여전히 남극 대륙에 머물며 남극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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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로 망한 조직, 한비자로 살린다 - 논어적 조직의 문제는 한비자가 해답이다!
모리야 아쓰시 지음, 하진수 옮김 / 시그마북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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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로 망한 조직, 한비자로 살린다

 

제목부터 강렬하다. 논어로 망한 조직, 한비자로 살린다. 유가의 바이블이 공자의 어록이 담긴 논어와, 제가백가 중 법가의 바이블로 알려진 한비자. 마치 공자의 논어와 한비의 한비자의 진지한 이론 진검 대결처럼 느껴진다.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흥미로운 제목도 제목이지만, 한 권의 책으로 논어와 한비자의 핵심 내용들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사실 너무 바쁜 세상 속에서 한 권도 책조차 제대로 읽을 여유가 없는데, 동양 고전 정수로 널리 알려진 논어와 한비자를 한 권 책으로 읽을 수 있다니, 어찌 구미가 당기지 않겠는가? 이 책은 컨셉이 대단히 참신한 것 같다. 일반 고전 책들처럼 단순한 명구 나열이나 서술이 아닌, 유가와 법가 이론의 날선 대립이 매우 흥미진진하게 서술되어 있기 때문이다. 공자와 한비자의 조직관을 한 문장으로 나타낸 구절이 있는데,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논어- 무엇보다도 사람과 신용으로 관계를 맺어야 원활한 조직을 만들 수 있다.

한비자- 사람을 신용할 수 없으므로 배신이 불가능하게 제도를 구축해야 원활한 조직을 만들 수 있다.(30)

 

유가의 <논어>는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에 있어서 인간의 도덕, 덕치, 관대한 정치, 인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반해 법가의 <한비자>에는 조직에 속한 인간이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처세를 해야 하는지에 관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바꿔 말하면 한비자는 개인적인 측면에서 조직 내에서 살아 남기위한 다양한 방편이 마련되어 있는 매우 유용한 고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춘추전국시대 한비자가 살았던 시대가 바로 난세였고, 한비 또한 출사를 해서 벼슬에 뜻이 있었다. 그리고 한비의 법가사상을 본 진시황은 한비자의 이론에 매혹되어 실제로 그를 불러보고자 하였으나 당시 실세였던 이사는 한비가 등용되어 진시황의 총애를 받게 되면, 자신의 지위가 위태로울 것을 염려해 한비를 제거해 버린다. 만약 한비가 죽지 않고 진나라에 출사를 해서 진시황제를 보필했더라면, 중국의 역사는 또 어떻게 변했을지 모를 일이다.

 

공자의 가르침을 받드는 유가는 학문으로 법률을 혼란시킨다. 협객은 무력으로 금령을 망가트린다. 그런데도 군주까지 그 두 사람을 예우한다. 이것이야말로 세상이 어지러워지는 원인이다.(한비자, 오두편, 128)

유자가 말했다. 부모를 소중히 여기고 어른을 공경하는 사람이 윗사람에게 거스를 리가 없다. 윗사람에게 거스르지 않는 사람이 조직이 질서를 어지럽힐 리가 없다.(논어, 216)

 

유가와 법가, 사실 어느 하나가 맞고 틀리다고 할 수가 없다. 사실 사상이론은 서로 충돌하기 보다는 절충하는 것이 좋다. 실제 조직에서 두 이론 중 하나만을 고집한다면, 탈이 날 수 밖에 없다. 세상에 제자백가와 같이 수많은 학파의 다양한 이론이 존재하는 것은 싸우고 따지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부족하고 모자라는 부분을 채우고 보완하기 위해서다. 제자백가의 이론은 이론만을 보면, 모두가 다 훌륭하지만, 그 속에는 또 다른 문제점과 단점들이 있게 마련이다.

 

<한비자>법치<논어>덕치어느 한쪽만 사용했다가는 얼마되지 않아 문제에 부딪히게 되고 말 것이다. 둘 다 훌륭하지만 분명 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현대 기업들의 문제들은 덕치에만 치중되어 발생한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법치와 덕치는 상호보완적이라고 할 수 있다. <논어>의 대립 명제로 <한비자>가 나타난 만큼 덕치의 단점은 법치로 보완할 수 있고, 반대로 법치의 단점은 덕치로 보완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을 운영함에 있어서는 법치와 덕치의 균형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장점은 다른 여타의 책들처럼 단순한 고전 명구 풀이에 그치지 않고, 적절한 사례를 통해 고전의 내용을 현대적 시각과 의미로 재해석 한데 있다. 특히 저자의 명쾌한 해석과 풀이는 어려운 고전의 내용을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 놓았다. 고전은 배우는 게 아니라, 고전에서 배워야 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夫治法之至明者, 任數不任人

다스리는 자는 법에 맡기고, 사람에게 맡기지 않는다.(한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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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그 다음, - 그러니까 괜찮아, 이건 네 인생이야
박성호 지음 / 북하우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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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그 다음

 

제목이 참, 딱히 뭐라고 한 마디로 책의 내용을 정의하기 어렵다. 일반적인 책들은 제목을 보고, 대략 책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짐작이 간다. 하지만 이 책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면 왜 제목에 바나나가 들어가 있고, ‘그 다음이란 말이 있는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니깐 괜찮아, 이건 네 인생이야어쩜 이 책의 진짜 제목은 부제처럼 있는 이 글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최후의 등산, 이제 모든 준비가 끝이 났다. 농장에서 얻은 건 세계일주를 할 수 있는 여행 경비 뿐만이 아니었다. 어느 새 나는 인생 최고의 체력을 갖게 되었다. 그동안 매일 새벽에 일어나 하루 종일 농장 일을 했던 터라 7킬로그램짜리 배낭은 메도 멘 것 같지 않았다. 정말 모든 조건이 완벽했다. 이제 세계 일주를 향해 마을 밖으로 걸어가니만 하면 될 일이었다.(129)

 

TV에서도 이 청년의 이야기가 방송되었다고 하는데, 나는 미처 챙겨 보지 못했다. 책을 통해 본 이 책의 저자인 박성호 작가는 참으로 대담하고 용감한 청년임에 틀림없었다.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딸랑 비행기 표 하나만 들고 호주 바나나농장으로 워킹홀리데이 떠났고, 그곳에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인생 최고의 행복을 느꼈을 뿐만 아니라 바나나농장에서 1년 정도 노동을 해서 1,000만 원 가량의 돈을 모아 다시 1년간 전 세계 6대륙 90여 개 도시를 여행했다. 그의 이야기가 특별했다. 청춘이라면, 청년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이런 모험을, 도전을 꿈꿔보지만 감히 실행으로 옮기는 이들은 거의 없다. 하지만 과감하게 박성호는 했다.

대한민국 서울에서 태어나 사교육 1번지 대치동에서 정해진 코스를 밟으며 세계 창의력올림피아드 한국 대표 출전,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수석 졸업 등 남들이 부러워하는 스펙, 취업 등 미래가 보장되는 쉽고 탄탄한 길을 마다하고 굳이 호주의 바나나 농장으로 간 이유가 뭘까? 그의 이력을 보니, 학력, 스펙도 화려한데, 도대체 뭐가 부족하고 아쉬워서 고생길을 자처했을까?

아프리카 세렝케티에서 텐트 치고 자는 것, 하지만 상상만 했던 그 일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나의 가능성은 사실 엄청나게 클 수도 있겠다는 생각, 어쩌면 내가 앞으로 생각지도 못했던 어마어마한 일을 해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

내 꿈은 내가 아닌 것으로 오염되었기 때문, 내 안에 나답지 않은 모습들이 많다. 사실 그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202)

 

그래 그것이었구나. 책을 읽으면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사실 지금 많은 청춘들이, 청년들이 취업이라는 오직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내달리는데, 과연 모두가 달리는 그 길 끝에 진짜 자신이 만족하는 삶과 꿈이 있을까 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책 표지의 색깔을 보면, 온통 초록색인데,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고 한다. 역시 바나나와 관련이 있는데, 농장의 바나나는 노랗게 익기 전에 출하된다. 바나나는 금방 익기 때문에, 만약 노란색일 때 출하하면 마트에 도착하자마자 물러지고 썩어버리기 된다. 그래서 바나나 농장에는 온통 초록색 바나나밖에 없단다. 그래서 바나나 농장에서 일을 하면서도 몰래 실컷 먹을 수도 없었다고 한다. 이 책은 많은 청년, 학생, 학부모들이 보면 여러므로 유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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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 읽는 법 - 하나를 알면 열이 보이는 감상의 기술
이종수 지음 / 유유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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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 읽는 법

 

지난 주말 TV에서 영화 관련 프로를 보다가 <역모>라는 제목의 사극 액션 영화 예고편을 보았다. 조선시대 관련 이야기라면 뭐든 좋아하다 보니, 이인좌와 영조의 대결, 영조를 지키려는 조선 제일검의 이야기에 자연스레 관심이 갔고, 개봉을 하고 나면 극장에 보러가야지 생각하고 있다가 마침 1129일 마지막 수요일이 영화가 할인되는 문화의 날이고 해서 보러 갔는데, 어찌된 일인지 이 영화를 상영하는 관이 하나도 없었다. 미리 검색을 해 보지 않고 간 게 불찰이긴 하지만, 설마 지난 주에 개봉 된 영화가 상영 1주일 만에 스크린에서 사라지리라고는 생각지 못했기에 다소 황당했다. 예고편으로 봤을 때는 굉장히 재밌어 보였는데, 뭔가 이유가 있겠지 하고는 할 수 없이 오리엔트 특급살인인가 하는 영화를 볼 수 밖에 없었다. 역사와 관련된 거라면 영화든, 사극 드라마이든, 책이든, 그림이든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 조선시대 역사를 공부하다 보니, 조선 시대과 관련된 거라면 가리지 않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특히 요즘은 옛 그림과 과거 유물, 유산에도 관심과 흥미가 많아져서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1년에 서너 번은 찾게 되는 것 같다. 책에서 보았던 유적, 유물 자료들을 실제로 보기 위함이다. 그런데 막상 가보면 덩그러니 제목이나 이름표만 붙어 있을 뿐, 작품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나 언급이 없는 경우가 많다. 작품을 보면서 스스로 고민하고 그 내용을 짐작 내지 상상해서 읽어 내는 수밖에 없는데, 과연 내 해석이, 내가 보는 관점이 맞는지 틀린지 검증과 확인을 할 수 없다는 점이 그저 답답할 뿐이다. 가끔은 무지하게 좋은 작품 같은데, 뭔가 내용이 잘 전달되지 않고, 맥락이 잘 잡히지 않는 그런 작품을 만날 때도 있다. 그런 작품을 대할때면 정말 답답하기 짝이 없는데, 옆에 물어 볼 사람도 없고 하니, 혼자 한 숨만 쉬다가 오기도 했다. 그리고 개중에는 뭐가 뭔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저 남들이 좋다고 하니깐 덩달아서 저도 좋다고 하는 이들이 종종 보았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황당하지 그지 없다. 우리 속담에 남이 장에 간다고 하니 거름 지고 나선다는 것이 있는데, 따지고 보면, 딱 그짝이다.

도대체 옛 그림은 어떻게 보아야 잘 보았다는 소리를 들을까? 그림에 관심이 있거나 조예가 있는 분들이라면 자주 이런 고민들을 할 것 같다. 간절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고민이 들던 시점에 만나게 된 책이 바로 <옛 그림 읽는 법>이다. 이 책에는 그림을 보는 법에 대한 저자의 이론과 분석 사례가 적절히 병행되어 있어 매우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읽으면서 기억에 남는 내용은 겸재의 양필법이었는데, 겸재의 양필법은 이제까지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새로운 이야기였다. 새삼 겸재선생에 대해서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한 손에 붓 두 자루 쥐고 그리는 양필법(兩筆法). 신필의 경지에 들지 않고는 도저히 그려낼 수 없는 경지가 아니겠는가? 문득 고교 시절 빡빡이 숙제를 하기 위해 한 손에 볼펜 두 자리를 쥐고 숙제를 하던 본 경험은 있지만, 한 손에 붓 두 자루를 그림을 그린다. 아무튼 놀라웠다. 겸재의 그림이 단순히 막연하게 높은 경지에 오른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사실 그림을 잘 보기 위해서는 자세하게 보고, 꼼꼼하게 보고, 여러 작품을 두루 많이 보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많이 자세하게 꼼꼼하게 보다보면 자연스럽게 내공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림 보는 방법 또한 미술사학 전공자가 아닌 다음에야 누가 그렸고, 무엇을 그렸고, 왜 그렸고, 어떻게 그렸는지 정도만 알면 될 것 같다. 굳이 구도가 어떻고, 색상이 어떻고, 필묵이 어떻고 하는 이런 내용들은 전문가나 전공자들이 따질 일이다. 그림의 내용과 스토리를 알고 이해하는데, 이런 것들까지는 몰라도 될 것 같다. 물론 알면 좋겠지만 말이다. 사실 그림 감상의 핵심 내용은 이 속에 다 들어 있다. 우리가 어떤 분야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공부를 하는 이유는 알면 아는 만큼 보다 잘 보이기 때문이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그냥 막연하게 그림을 보면 남는 것이 없다. 그림을 그린 작가가 누구이고, 어떤 연유로 그림을 그리게 되었는지 사연을 알고 나면, 그 그림이 전과 같이 보이지 않고, 전혀 새롭게 다시 보일 것이다. 이 책은 평소 옛 그림의 내용을 꿰뚫어 보고 싶었던 이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실제로 책을 읽다 보면 마치 교양 미술사학 교재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옛 그림을 주마간산 격이 아닌, 찬찬히 제대로 감상하는 방법을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매우 유용한 책이 될 것 같다. 이번 주말에 어디 옛 그림 전시하는 미술관이 있으면 그 곳으로 행보를 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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