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걷기여행 걷기여행 시리즈
조앤 티트마시 지음, 정현진 옮김 / 터치아트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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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넓은 세상만큼이나 아름답고, 신기하며 낭만적인 곳들이 참 많다.

베네치아가 바로 그런 곳들 가운데 하나이다. 베네치아는 세익스피어 원작 <베니스의 상인> 속 무대가 되는 곳이기도 하다. 베니스가 곧 베네치아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기억하고 여행을 한다. 나 역시도 아직 유럽의 문턱을 넘어 보지 못했지만, 향후 유럽여행을 가게 된 다면 꼭 방문해 보고 싶은 곳이 바로 이곳이다. 베네치아는 가고 싶은 곳이니 만큼 관심 또한 많다. <베네치아 걷기여행>이란 책을 처음 봤을 때 눈에 확 들어왔고, 표지를 처음 봤을 때 느낌도 매우 좋았다. 그 느낌을 단 하나의 단어로 표현해 보라면, “끌림”끌림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책은 책장을 넘길 때마다 가슴 두근거리는 설레임과 함께 감탄이 쏟아져 나온다.

 

 

베네치아는 다들 잘 알다시피 이탈리아 최고의 수상(水上)도시, 물 위 낭만의 도시로 꼽힌다. 물 위에 떠 있는 배와 같은 느낌의 도시가 베네치아 일 것이다. 하지만 이 수상(水上)의 낭만 도시를 제대로 여행하려면, 비싼 곤돌라나 수상 택시를 이용하는 것 보다는 걷는 게 제격이란다. 그리고 실제로도 베네치아에는 환상적인 걷기 코스가 무수히 많단다. 어디서 시작하고 끝을 맺던 간에 수상 버스 바포레토가 효율적으로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기에 때문에 굳이 곤돌라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 수상택시는 무지하게 비싸단다.

 


베네치아는 예술, 문화의 도시답게 도시 곳곳이 박물관, 유물관, 미술관과도 같은 곳이다.

그래서 베네치아 어디를 가든 유서 깊고, 진귀하면서도 흥미로운 건축물과 건축유산들을 만날 수 있다. 산 마르코 광장,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대성당, 아카데미아 미술관, 산타 마리아 델라 비지타치오네 성당, 제수아티 성당 등등 그래서 이곳 여행은 다른 곳 여행과는 다르게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부지런히 발품을 많이 팔 필요가 있다. 즉 걸어서 탐험해야만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이 베네치아다.

 

<베네치아 걷기여행>을 보면, 실제로 베네치아에 가지 않고도 마치 실제로 이곳에 와서 여행을 하는 듯 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것이 이 책의 장점이면서 동시에 매력인 듯 하다. 그리고 실제로 베네치아에 가서도 이 책만 있다면, 큰 문제와 어려움 없이 이곳을 여행할 수 있을 정도로 구성과 내용이 알차고 잘 되어 있다. 즉, 거리 모양과 건물 생김새 만으로도 현재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 지도보다 훨씬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보니깐, 역시 실제로 가서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렬하게 들었다. 오랜만에 만난 예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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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 행복한 꿈 사용설명서
하지원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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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촬영은 다모에서 종사관이 채옥의 다친 팔을 치료해준느 장면이다.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 하늘처럼 맑고, 그 아끼는 마음이 바다처럼 깊었던 두 사람. 그러나 신분의 차이로 더 이상 다가갈 수도, 표현할 수도 없는, 슬픈 운명의 두 사람. 그 두 사람의 마음이 드러나는 애틋한 메로 신이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넌 내 수하이기 전에 누이나 다름없다. 날 아프게 하지 마라.”

 

 

헐리우드에 ‘안젤리나 졸리나 밀라요요 비치 같은 액션 배우가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안젤리나 졸리와 밀라요요비치를 합쳐놓은 안젤리나 비치같은 배우 하지원이 있다.

그녀의 작품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다 인정할 정도로 그녀는 진정한 대한민국 최고의 장르를 불문하는 열정파 연기파 배우다. 영화 <바보>와 <내 사랑 내 곁에>에서는 아름다운 사랑을, <다모>와 <시크릿 가든>, <7광구>에서는 액션을, 영화 <형사>와 드라마 <다모>에서는 사극을 열연했다. 팔방미인 하지원은 멜로면 멜로, 사극이면 사극, 액션이면 액션 할 것 없이 모든 장르의 연기를 완벽하게 다 소화해 낼 수 있는 배우다.

 

 

따르릉... 따르릉... 한 통의 전화, 연예 기획사의 매니저인데, 사진관에 걸려 있는 사진을 봤다며 회사로 한번 찾아오라고 했다. 기획사에선 별다른 설명이나 이렇다 할 제안도 없었다. 연습생 언니 오빠들 연기 연습하는 걸 보고 싶으면 토요일마다 사무실에 나오라고 했다. 배우가 되고 싶지만 무엇을 해야 할 줄 몰라서 그 사람의 말만 그대로 따랐다. 토요일마다 한 주도 빠뜨리지 않고 출근 도장을 찍었다. 고3이었지만 공부고 뭐고 오로지 토요일 연습실, 딱 그것만 보였다. 버스를 세 번이나 갈아타고 간 연습실에서는 아무도 내게 연기를 가르쳐 주지 않았다. 서운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연습실에서 얻을 수 있는 대본은 모조리 챙겨왔고, 그렇게 들고 온 대본을 보면서 집에서 혼자 연기 연습을 했다. 연습실에서 보고 들었던 걸 떠올리면서...

 

 

"보기보다 깡이 있네?"

 

그녀의 매력이 가장 돋보였던 작품은 역시 전국에 폐인 열풍을 불어 닥치게 하면서 <모래시계>에 이어 많은 남성들을 브라운관 앞으로 끌어들였던 <다모>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원은 조선 포도청의 여형사 역을 완벽하게 소화 내어 다모 흥행의 일등 공신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작품을 보면서 그녀의 매력과 아름다움에 푹 빠져들었고, 광팬이 되어 버렸다. 나는 다모 폐인 중에서도 열렬한 채옥 폐인이었다. 만약 다모에 하지원이 아닌 다른 여배우가 출연 했더라면, 이런 흥행과 돌풍은 절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하지원 하면 빼 놓을 수 없는 작품이 1000만 관객 돌파라는 국민영화. 바로 해운대이다. 한국의 영화사를 100년 정도로 봤을 때, 1000만 돌파 관객 영화는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드물다. 그만큼 1000만 돌파가 어렵다는 말이다. 그런데 1000만 돌파 영화 속에 그녀가 있다. <해운대>의 꽃, 영화 <해운대>에서 그녀가 빠졌다면 과연 1000만이라는 관객을 돌파해 낼 수가 있었을까? 나는 당연히 불가능 했을 것으로 본다. 해운대 관객의 반은 그녀의 팬이기 때문이다. 스크린에서 마지막으로 본 영화가 <코리아>였는데, 역시 하지원이었다. 그녀는 영화 <코리아> 속에서 실제 올림픽 경기 보다 더 큰 감동을 선물해 주었다. 이 영화는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대단히 재밌게 잘 본 작품이다. 대한민국에 하지원만큼 예쁘고 열정적이며 노력하는 배우가 있을까싶다. 대한민국에 졸리가 아닌, 밀라요요 비치가 아닌 배우 하지원이 있어 너무 행복하고 기쁘다. 하지원은 그냥 하루 아침에 뚝딱 탄생한 배우가 아니었다. 그녀는 철저한 노력파 배우였던 것이다. “하면 내가 못할 것 같아?” 하지원은 바로 그런 배우다. 항상 미리미리 준비하고 노력하는 빛나는 배우, 나를 포함한 수많은 그녀의 팬들이 그녀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배우 하지원은 볼 때마다 언제나 늘 참 밝고 씩씩하다. 그래서 그녀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고 기운이 생겨나며 행복해진다. 더하여 미모 또한 여신급이 아닌가? 배우 하지원을 나에게 있어서 보석 같은 배우다.

 

 

하지원을 너무나 좋아해서 그녀가 주연한 작품은 다모폐인을 만들어 내며 폭발적인 사랑과 인기를 받았던 <다모>, 인어공주 길라임으로 국민적 신드롬을 일으켰던 <시크릿 가든>, 1000만 영화 <해운대>, 감동의 신작 <코리아> 등에 이르기까지 드라마와 영화를 가리지 않고 거진 다 보았다. 하지만, 그저 열정적이고, 항상 꾸준한 노력을 하는 배우 정도로만 알고 있을 뿐 그녀의 팬이면서도 정작 그녀에 대해 아는 게 참 없었다. <지금 이 순간>을 통해서 또 다른 하지원을 만났다. <지금 이 순간> 속에 담겨 있는 하지원을 통해 오늘의 빛나는 자리에 있기까지 그녀의 고단했던 연기 인생을 엿볼 수 있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순탄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고난과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무엇 하나 쉽게 이루어지는 게 없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이 꼭 하나 있다면, 책 속에 실려 있는 그녀의 사진들이 컬러가 아니라 흑백이라서 많이 아쉬웠다. 흑백이 아닌 선명한 컬러 사진이었다면 책의 가치가 훨씬 더 빛났을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지금 이 순간>은 국민 여배우로 거듭나고 있는 하지원이 그리울 때, 갑자기 그녀가 보고 싶을 때 보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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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못된 남자 - 고성국의 대선리뷰
고성국 지음 / 정은문고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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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미래와 앞날이 달려 있는 18대 대통령 선거가 두 달 반 남짓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우리들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고, 나라를 이끌어 나갈 대통령. 아무나 되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옛 말에 “家貧則思賢妻(가빈즉사현처) 國亂則思良相(국난즉사양상)”이란 말이 있다.

“집이 가난할 때에는 어진 아내를 생각하고, 나라에 난리가 있을 때에는 어진 재상을 생각한다”는 뜻이다. 현처(賢妻), 현명한 아내만이 집안에 고통과 어려움, 우환, 위기의 순간이 닥쳐왔을 때 현명하게 슬기롭게 이겨 나갈 수가 있다. 지금 대한민국이 딱 그렇다. 어진 재상이 아니라, 어진 대통령, 자신이 아닌 국민을 생각하는 대통령, 그런 대통령과 함께 국민만을 생각하고 국민만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국회의원들이 간절하게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시기인 만큼 훌륭한 인물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국회의원은 배지를 다는 순간 대통령을 생각한다. 우리나라에는 최소한 300명 가까운 잠재적 대권주자가 있는 셈이다.(19면)

 

정주영, 문국현 이들은 내가 하면 더 잘할 것 같다는 적극적인 동기로 정치를 시작한다. 시작은 적극적인데, 문제는 ‘대통령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별 고민이 없다는 점이다. 정치가 직업이 아닌 탓에 대통령으로 가는 복잡한 정치과정에 대해 잘 모른다.(20면)

 

1992년 정주영은 ‘경제대통령, 통일대통령’을 슬로건으로 내세웠지만, 패배했다.

2007년 이명박 기업 CEO를 대통령으로 만든 결과와 대가는?

 

이회창, 두 번의 대세를 모두 놓치다.

아름다운 원칙을 내세웠던 이회창은 1997년 김대중을 상대로 패배했고, 2002년 노무현을 상대로 패배했다. 두 번 모두 가족 문제로 무너졌다.(64면)

 

5·16쿠데타 설계자 김종필

김종필이 이끄는 육사 8기생과 박정희는 손을 잡고 5·16쿠데타를 일으켰다. 8기생들은 혁명의 주체세력은 자신들이고 박정희는 어디까지나 얼굴마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8기생들의 판단 착오였다. 8기생들은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박정희의 적수가 못 되었다.

박정희는 쿠데타가 성공하자 “1963년 민정이양하고 군으로 돌아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는 군으로 돌아가는 대신 대통령선거에 출마한다. 이 때 김종필은 한 번 참는다. 그런데 1967년 박정희가 대통령을 또 하겠다고 나선다. 김종필은 갈등하지만 다시 한 번 참는다. 당시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 임기는 4년 중임제였다. 박정희에게 더 이상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3선 개헌을 놓고 김종필은 고민하다가 또 주저않는다.……김종필은 3선개헌도, 유신헌법도 막지 못하고 주저앉았다.(99~116면)

 

지금까지 우리나라에는 총 17번의 대통령 선거가 있었고, 10명의 대통령이 나라가 다스렸다. 17번의 대선을 치르는 동안, 많은 후보들이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통령이 못된 남자>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에 도전했지만, 대통령이 되지 못했던 이들의 이야기이다. 한번쯤 들어보았을 만한 인물도 있고, 그렇지 못한 낯선 인물도 있을 것이다. 김구, 안재홍, 조봉암, 이시영, 조병옥, 김창숙, 백낙준, 윤보선, 오재영,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정주영, 박찬종, 백기완, 이회창, 이인제, 권영길, 정동영, 문국현 등이 바로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대략 60여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들 후보들은 각각 대선마다 도전했다가 고배의 쓴 잔을 마셨다. 물론 이 중에 김영삼, 김대중 후보는 몇 번의 도전과 실패 끝에 끝내는 대통령에 당선되기도 하였다.

2012년 12월 19일 대선을 앞두고 있다 보니, 자연 대선후보에 대해 부쩍 관심이 많아졌다. 후보들은 많고 당선자는 한 명 뿐이니, 과연 누가 대통령이 될 지 주목된다.

<대통령이 못된 남자>는 처음 접했을 때, 책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들. 이 책을 통해서 패배의 요인을 분석하여 잘못된 점들을 제대로 정정하고 개선한다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비결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8대 대선에 도전한 후보들이 어떻게 하면 패배하지 않고 당선될 수 있을지, 이 책을 통해서 지금의 대선 후보들을 가늠해 보는 것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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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 왕이 된 남자
이주호.황조윤 지음 / 걷는나무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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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광해를 만나다.

흥행 1위, 예매 1위. 개봉 26일 만에 800만 관객 돌파.

영화도 소설도 모두 다 재미있는 “광해, 왕이 된 남자” 소설로 먼저 만나다.

지난 추석 연휴동안 손에 꼭 끼고 있었던 책이 “광해 왕이 된 남자”였다.

귀성길 버스 안에서도, 지하철 안에서도 책을 펼칠 수 있는 곳, 자투리 시간만 허락되면 어김없이 광해를 읽었다. 원래는 영화로 먼저 보려고 찜 해 두었었는데, 여타의 사정으로 보지 못하고 있다가 추석 전에 다행히 책이 배송되어 와서 연휴를 함께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다 아는 이야기. 하지만 그 다 아는 이야기의 알맹이 실체는 전혀 달랐다.

진짜 왕보다 더 왕 같은 가짜 왕 하선,

진짜 왕보다 더 백성들을 생각하고,

진짜 왕보다 더 뜨거운 마음을 가졌던 가짜 임금 하선.

진짜 왕보다 더 조선을 아끼고 사랑했으며 그 조선을 지키고자 했던 가짜 임금 하선과

비운의 대문장가이면서 풍운아였던 홍길동전의 저자 교산 허균. 

그들이 꿈꾸었던 조선, 그들이 만들고자 했던 조선은 어떤 나라였을까? 

 

하선 曰 : 오늘은 전하께서 안 보이십니다.

허균 曰 : 편찮으시다.

하선 曰 : 아니, 어디가???

허균 曰 : 당분간 네가 대역을 해 줘야겠다.

하선 曰 : 얼마동안이나?

허균 曰 : 열흘이다.

 

그가 다스렸던 15일 간의 조선은?

폭군이 아닌 탁월한 외교 전문가로 평가받는 광해는 진짜 광해가 아닌 또 다른 광해였던 것이다.

소설은 실록에서 사라진 15일간의 기록에서 두 명의 광해를 만나게 해 준다.

 

 

진짜 임금 광해

“마셔라”

열다섯 나이의 사월이 떨리는 손을 내밀어 국그릇을 잡았다.

“빨리 마셔라. 마시지 않고 뭘 하느냐!”

“죽여 주시옵소서.”

“너희들 입에도 못 넣을, 독이 든 음식을 감히 과인에게!”

광해의 머리속에는 오로지 한 생각만이 남았다.

……

“유정호야말로 충신이지. 강직한 내 처남. 유정호 정도는 내주어야지. 그래야 저들도 내 말을 들을 것 아니오.”

허균은 변해 버린 광해를 바라보았다. 세자 시절, 전장을 누비며 다치고, 배곯고 피폐해진 백성들을 성심으로 돕고 이끌었던 광해는 사라졌다. 오로지 백성을 해치는 자들을 향해 말을 달렸고, 검을 휘둘렀고, 백성을 먼저 생각했던 강직한 세자는 어좌에 오르면서 죽어버렸다.

 

 

가짜 임금 하선

하선이 튕겨나듯 용상에서 일어섰다.

“뭐요? 이 땅이 오랑캐에게 짓밟혀도 상관이 없다고? 이런 찢어 죽일!”

박충서의 시선과 하선의 시선이 공중에서 부딪혔다. 절대 피하지 않는 하선을 보며 박충서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정전은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냉랭했다.

“그깟 사대의 명분이 무엇이오. 대체 무엇이길래 2만 명의 백성을 사지로 내몰면서 눈도 깜빡하지 않는 것이오? 조선의 관리라면, 백성들이 부모라 칭하는 왕이라면 그리 해서는 안 됩니다.……그대들이 무엇이기에, 사대가 무엇이기에 귀하디 귀한 목숨을 빼앗으려 하는 것이오! 과인은 그들을 살려야겠소.”

하선이 독을 품은 눈빛으로 대신들을 훑어보며 말했다.

“그대들이 죽고 못 사는 사대의 예보다 내 나라, 내 백성이 열 갑접, 백 갑절은 더 소중하오!”

허균은 대신들과 하선을 보았다. 일국의 왕이라 칭해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는 용상 위의 주상을 보았다.… 하선의 노한 얼굴만을 보았다.

 

아무도 믿을 수 없었던 진짜 왕.

진짜 왕보다 더 백성들을 아끼고 사랑했던 가짜 왕.

 

“네 놈이 사월이를 죽였다.”

“아니옵니다. 전하 이건 모략이옵니다.”

“네 놈이 수라에 독을 타라 시켰던 기미나인의 이름이 사월이다.”

 

허균은 하선의 등을 보며 생각했다. 사월이 대신 죽은 것은 하선이 왕이라서가 아니었다. 하선이 자신의 궁박한 사정을 살펴주고 어미의 소식을 대신 알아봐 주라고 마음을 써 줬기 때문이었다. 사람을 사람답게 봐 주는 하선이었기에 능히 대신 죽을 각오를 한 것이었다.

눈 앞의 하선, 이자는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 사실에 분노하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을 대신해서 죽은 사월이 가여워 분노하고 있는 것이었다.

만약 진짜 주상께서 이 상황에 처했다면 어떤 이유로 분노하셨을까. 왕인 자신을 죽이려 했기에 분노하시지 않았을까. 사월의 존재 따윈 전혀 관심도 두지 않으셨을 것이다.

 

“이석영!! 자네가 누구를 위해 개처럼 뛰는지 여기 있는 모두가 알고 있다. 조선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 그 이름을 대라.”

“모르옵니다.”

“아니다! 모른다! 억울하다! 네놈의 입에서 언제까지 그 소리가 나오는가 보자.”

 

 

진짜 왕이 되고 싶은가?

“국문을 멈추십시오.”

“임금을 독살하려 한 자요. 어찌 국문을 멈추라 하시오?”

허균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호통쳤다.

“네가 진짜 임금인 줄 아느냐! 지금 조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하는 소리냐? 육조와 의정부, 양사까지 모든 중요 기관의 대신들이 박충서와 손을 잡았다.”

“그만 용포를 벗고 궁을 떠나게.”

하선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갈 수 없소. 내 이제까지 천한 것으로 비루하게 살았지만 지금은 아니오. 사월이를 죽인 자를 벌하지 않고는 한 발자국도 못 나가겠소!”

하선은 임금이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들만 골라 하는 자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하선은 좋은 임금의 자질을 가지고 있었다. 백성을 위하는 마음이 누구보다 컸고, 명으로 파병하는 문제에서 보았듯이 외교적인 자질도 갖추고 있었다. 한 번 마음먹은 것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뚝심도 있었다. 이런 하선을 자신이 옆에서 보좌해 준다면 어떨까. 더러운 피는 자신의 손에 묻히고 백성을 위한 선정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주변을 만들어 준다면 어떨까. 신분제의 폐해에 갇힌 인재들에게도 조정의 문을 열어 능력 있는 관리들이 많아진다면 어떨까. 허균이 결심한 듯 눈을 떴다.

“임금이 되고 싶소? 사월이라는 아이의 복수를 하고 싶다면, 백성들의 고혈을 짜는 저들을 용서치 못하겠다면, 백성을 하늘처럼 섬기는 왕이 되겠다면, 그것이 그대가 꿈꾸는 왕이라면, 그 꿈을 내가 이뤄 드리리다.”

 

꼭 닮은 진짜 왕 광해와 가짜 왕 하선

광해군 8년 끊임없이 독살과 죽음의 위협을 느끼던 광해는 자신의 대역이 필요했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천민 광대로 살아가는 하선이었다. 너무나 닮은 외모. 놀란 것은 광해뿐 아니라 하선도 마찬가지였다.

 

“따라 해 보아라. ‘게 아무도 없느냐.’”

“따라 해 보아라. ‘게 아무도 없느냐.’”

 

일순간 정적이 편전을 가득 메웠다. 하선이 얼른 고개를 조아렸다. 삭막한 침묵을 깨트린 것은 광해의 호쾌한 웃음소리였다.

 

“제법이구나”

 

 

광해 8년... 역사에서 사라진 15일간

이병헌, 한효주 주연의 광해, 개봉하면 볼려고 딱 찜해 두고 있었는데, 책 출간과 동시에 영화가 개봉 되면서 책으로 먼저 만나게 되었다. 펼쳐 드는 순간, 책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최근 역사학계에서는 광해군에 대해서 새로운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분이 “광해군”을 지은 한명기 교수인데, 그는 광해군이란 인물에 대해서 완전 새롭게 인식하였다. 광해군은 연산군과는 달리 폭군(暴君)도, 암군(暗君)도, 혼군(昏君)도 아니었고, 그는 어지러운 시대, 중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의 정세와 흐름을 정확하게 읽고 그 어지러운 세상에서 조선(朝鮮)을 반석에 세울 수 있었던 탁월한 외교 정치적 감각을 가지고 있었던 군주였다고 말이다. 그런데 한명기 교수가 주장했던 그 광해는 소설에서 진짜 광해가 아닌 가짜 광해 하선이었던 것이다. 기막힌 픽션과 역사 반전이 아닐 수 없다.

 

광해 8년, 1616년 2월 28일... “숨겨야 할 일들은 조보(朝報)에 내지 말라 이르다.”

역사에서 사라진 15일간의 기록... 그 때 조선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광해, 왕이 된 만자... 소설로 먼저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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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가 이길 수 있다 - 2030 멘토, 대통령만들기 시나리오
이건범 엮음 / 정은문고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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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안철수가 진보다.

방송, 신문 뿐만 아니라 여기 저기 곳곳에서 안철수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기성 정당후보를 제치고 시민운동가 출신의 박원순 변호사가 시장으로 당선된 데에는 안철수의 아름다운 양보와 함께 지지가 있었다. 착한 성공으로 청년의 멘토가 된 안철수가 박원순의 손을 들어준 순간, 그는 당선되었다. 사실 안철수에게는 서울시장보다 더 큰 목표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안철수는 대선에 출마한다 안한다는 소문과 억측만이 무성한 상태에서 쉽게 대선출마 선언을 하는 대신,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을 출간하게 된다.

이 책은 출간 직후 불티나게 팔린 듯 하다.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카페에서 이 책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을 숱하게 보았기 때문이다.

도대체 그의 생각이 무엇이기에, <안철수의 생각>은 출간되자마자 60만부 판매라는 진 기록을 세우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국민들은 관심을 가졌던 것일까?

 

해리曰: 책을 보기 전에 힐링캠프를 시청했는데, 거기에 보면 웃긴 이야기 몇 개 나오잖아. “공부 못했어요. 성적표에 수는 내 이름밖에 없었다.” 뭐 그런 이야기 나오잖아. 거기 나와서 한 재미있는 이야기는 몽땅 이 책에 다 있더라고. 안철수는 힐링캠프에 나와서 다른 이야기 안 했어. 책에 있는 이야기 그대로 한 거야.

 

늦둥이曰: 나도 책을 보고 그날 우연히 힐링캠프를 봤는데, 책에 있는 것 그대로더라고.…… <안철수의 생각>를 난 출마선언이라고 읽었거든.

 

안철수. 2012년 12월 19일 대통령 선거를 90여일 정도 앞둔 어느 날, 그는 드디어 출사표를 던졌다.

 

안철수가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안철수식으로 해야 한다.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공개강연, 토론 등으로 100번이 아닌, 1000번쯤 국민들을 만나서 그들의 고통과 어려움, 사정들을 진지하게 들어주며 그런 국민들과 찰떡처럼 결합을 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하여 안철수식의 정치가 도입되어야 한다.

 

2030은 압도적으로 안철수를 지지하고 5060은 박근혜인데...

40대는? 이번 대선의 준거점은 역시 40대...

 

이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서울대 83학번 운동권 동기 40대 8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자칭 글 쓰는 한량으로 자처하는 저자, 사업하다 망한 반백수, 박사학위 받고 사회운동하다 뒤늦게 결혼해 코흘리개 둘을 키우는 늦둥이, 사대를 나왔지만 전과 때문에 학원강사를 하다가 뒤늦게 학교로 들어간 선상님, 학부모들이 이름도 잘 모르는 대학 교수 냉면, 돈 못 버는 변호사 추풍, 과거 청년운동 했던 낙엽, 그리고 추론 능력은 탁월하지만 기억력이 매우 약한 해리...

이들이 모여서 안철수 없이 안철수의 생각을 이야기 나누며 안철수의 생각을 정리해서 바람직한 안철수를 만들었고, 그 내용을 그대로 옮겨 책으로 출간한 것이 바로 <안철수가 이길 수 있다>이다. 이 시대 최고의 지성 안철수, 국민 대표 멘토 안철수, 안철수 대세론이란 말에 걸맞게 요즘 국민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가지는 인물이 안철수 후보가 아닐까 생각한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고,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 낸 안철수 교수!! 학자에서 정치가로 그의 대선을 향한 행보!!, 2012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안철수가 과연 이길 수 있을까?

이 책은 ‘안철수가 될 것 같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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