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을 보다 3 - 이미지와 스토리텔링의 조선사 여행, 숙종~순종 조선왕조실록을 보다 3
박찬영 지음 / 리베르스쿨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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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을 보다> 시리즈는 책 소개의 말처럼 그야말로 조선사 보물 창고라는 표현이 아주 적절하고 어울린다. 책 속에 수록되어 있는 다양한 그림, 지도, 사진, 가계도 등은 본문의 내용을 보다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세 권의 책 속에 조선왕조 500년 그리고 근대의 모습까지도 고스란히 다 담겨져 있다. 책의 내용 또한 대단히 쉽게 되어 있는데, 책의 독자층을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고르게 맞추려는 의도에서 모든 내용들을 풀어 놓아 이해가 쉽다. 사실 전문용어, 한자말 등의 역사용어는 전공자가 아닌 이들에게는 낯서고 어렵다. 그런데 초등학생 뿐만 아니라 다양한 독자층을 배려하여 이 용어들을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 왕조실록이란 텍스트는 정작 재위 당시 조선의 왕들은 볼 수 없는 책이었다. 실록은 사관이 직필사관의 원칙에 따라 있는 사실을 그대로 기록하였는데, 혹시나 왕이 자신에 대해 안 좋게 쓴 기록을 보게 되면, 이를 왜곡하고 훼손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왕이라 하더라도 실록만큼은 절대로 볼 수 없도록 엄격하게 법으로 규정을 해 놓았다. 그런데 조선시대 만인지상의 지위에 있었던 왕도 보지 못한, 볼 수 없었던 그 기록을 지금 우리는 자유롭게 보고 있으니, 아 이 얼마나 아이러니하고 통쾌한가?

<조선왕조실록을 보다> 3권은 조선중기에서 후기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 즉 조선후기에서 대한제국 시대까지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3권은 숙종실록부터 시작되는데, 숙종은 내가 알기로 참으로 대단한 임금이다. 숙종은 백성들의 삶을 직접 보기 위해 암행이나 미행도 많이 다녔고 또 김만중이 지은 소설 사씨남정기의 롤모델이 되기도 하였다. 숙종은 아버지 현종의 뒤를 이어 14살 어린 나이에 즉위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대비의 수렴청정도 받지 않고 바로 정치 10단 아니 정치 고수의 노련한 신하들을 좌우에 벌려 두고 친정을 시작했다. 단종과 비교해 보면, 그가 얼마나 노련한 정치가였는지 대번에 짐작할 수 있다. 물론 단종은 숙종보다 2살이 어린 나이인 12살에 즉위했지만, 12살이나 14살은 지금 우리 아이들 기준으로 봤을 때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1년으로 둘 다 어린 소년이기는 매 한가지다. 숙종은 어린 나이였음에도 노련한 중신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카리스마를 내 뿜으면 조정을 이끌어 나갔다. 숙종의 재위기간은 무려 46년간 이어지는데, 많은 업적을 남긴 반면, 스캔들 또한 대단했었다. 장희빈과 무수리 최씨, 두 인물 모두 숙종시대 계통과 관련해서 대단히 중요한 인물이다. 장희빈은 인현왕후와의 대결에서 패한 후, 지아비인 숙종으로부터 사약을 받아 자신이 친아들인 세자(훗날 경종)가 보는 앞에서 죽었다. 장희빈의 아들은 숙종의 뒤를 이어 조선의 왕이 되는데, 그가 바로 경종이다. 하지만, 경종은 어머니의 죽음과 관련된 충격 때문에 정사를 제대로 펴지 못했고, 이 사건 때문에 심적으로도 또한 대단히 큰 충격을 받아서였는지 석연치 않은 병증으로 일찍 세상을 떴다. 경종의 뒤를 이어 그의 배다른 동생, 무수리 출신의 숙빈 최씨의 아들인 연잉군이 왕위에 오르게 되는데, 등극 과정에서 문제가 좀 있었다. 암튼 그가 바로 조선 최고의 재위기간을 자랑하는 영조이다. 영조는 어머니의 신분 때문에 재위기간 내내 엄청난 콤플렉스에 시달려야 했다. 그리고 자신의 자리는 노론에 의해 얻어진 거나 다름없었기에 당색이 골수 노론에 가까웠다. 하지만, 여기서 또 다른 비극이 시작되었으니, 아버지와 당색이 서로 달랐던 영조의 아들 사도세자는 왕이 되어보지 못하고 영조에 의해 뒤주에 갇혀 8일만에 굶어죽었다. 그러나 사도세자의 불꽃이 완전히 꺼졌던 것이 아니었다. 영조의 손자이면서, 사도세자의 아들이 우여곡절 끝에 즉위하였으니, 그가 바로 정조인데, 그는 즉위식에서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라고 선포를 하였다. 조선은 정조가 재위하면서 비로소 다양한 문물을 받아들이게 되는데, 정조는 조선의 르네상스를 연 임금으로 평가 받게 된다. 정조 이후 조선은 급속도로 무너지게 되는데, 그 배경에는 60년 세도정치의 부정부패가 있었다.

고종 이후, 근대로 이어지는 개화기는 불과 100년 전의 일이다. 사실 우리와 가까운 시대이고 현재의 오늘이 있게 하는데 결정적인 시기였기 때문에 더 잘 그리고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상은 그렇지만 못하다. 사건이 워낙에 복잡하고, 또 개입된 나라들 또한, 청과 일본을 넘어 미국, 영국, 러시아, 독일 등의 열강들이 앞두어 관계되어 있기 때문에 이 시대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이 시대를 정확하게 공부할 수 있어 너무 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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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을 보다 2 - 이미지와 스토리텔링의 조선사 여행, 인종~현종 조선왕조실록을 보다 2
박찬영 지음 / 리베르스쿨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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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만큼 역사를 공부하기 좋은 시절이 또 있을까 싶다. 인터넷, 역사 드라마, 애니메이션, 사극 영화, 만화, 역사 저널, 역사 다큐, 다양한 계층을 위한 역사서적 등은 어렵고 복잡한 역사를 쉽게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지난 학창시절 중 ․ 고등학교에서 배웠던 역사, 국사는 무조건 외워하는 공부였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많은 학생들이 역사라는 말만 들어도 기겁을 하거나 짜증을 내면서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덩달아 역사 공부도 등한시 하였고 또 입시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아닌데, 고조선, 삼국시대, 통일 신라 후 남북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까지 거의 2000년이 넘도록 이어져 내려온 유구한 역사이다 보니, 그 기록들이 얼마나 많고, 또 외워야 할 내용은 얼마나 많겠는가? 더군다나, 미래가 아닌, 과거의 기록을 왜 골치 아프게 외워야 한다는 말인가? 중고교 학창시절에는 나 역시도 역사, 국사란 과목에 관해서는 그다지 큰 관심과 비중을 두지 않았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시험 칠 때마다 머리에서는 쥐가 나고, 넌덜머리가 났었던 것 같다. 역사 흐름에 있어서 중요한 년대는 지금도 헷갈린다. 또 특정 인물의 생애, 언제 태어나서 언제 죽었는지... 도대체 나랑 친하지도 않은 이 사람의 생년몰은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왜 기억을 해야 하는가?

대학에 와서 인문학을 전공하면서 내 전공과 관계되는 부분에 국한 해서 역사에 관심을 두고 공부했었는데, 시근이 들어서인지 어느 날부터 이 역사라는 과목에 재미와 매력, 중요성을 느끼지 시작했다. 시작은 아마도 이덕일이라는 역사학자가 쓴 책을 읽게 되면서부터 였던 것 같다. <사도세자의 고백>이란 책과 <조선왕 독살사건>, <조선선비 살해사건> 등의 시리즈로 이어지는 책들을 접하게 되면서부터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내가 이들 책을 보게 된 건, 사극 드라마를 시청하게 되면서 과연 그 일들이 사실일까 하는 추측과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 같다. 아무튼 이후 나는 자연스럽게 다른 역사분야의 책들에도 관심을 가지면서 틈틈이 공부를 하였다. 그러다가 언젠가 ebs 모 인문학 강좌에서 섬진강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국민 교사 김용택 선생님의 강연을 듣게 되었는데, 강연 중에 이런 말씀이 귀에 들렸다. ‘자국의 국민으로서 자국의 역사에 대해 무지하고 알지 못하면, 이는 정신적 불구자다’ 아마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청소를 하면서였던지, 아니면 뭘 다른 걸 하면서 들었던 것 같은데 암튼, 나는 그 하던 것을 중단하고 텔레비전에 비선을 고정하고 강연에 몰입해서 들었다.

당시 선생님의 이 말은 나에게 굉장히 충격적으로 들렸고, 이후 우리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고려나 그 이전의 삼국시대보다는 비교적 근대와 가까운 조선에 특히 관심을 가지고 되었고, 2000년 대 초반에 휴머니스트 출판사에서 출간된 박시백 화백의 만화 조선왕조실록을 접하게 되면서, 조선시대를 들여다 보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 이후 영화든, 만화든, 전공서적이든 간에 가리지 않고 보게 되었다. 특히 박시백 선생님의 만화 조선왕조실록을 통해 조선왕조의 큰 맥락과 흐름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입문하려고 하는 지인들이 있다면, 두말 않고 권해 주는 책이 바로 이 만화책이다. 그런데 이번에 르베르스쿨에서 아주 흥미롭고 재밌게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책이 출간된 것 같다. 만화에서 다 보여주지 못한 내용을 이 책과 함께 공부를 한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다는 2권의 주요 내용은 왜의 침략으로 벌어진 7년 전쟁, 임진왜란과 임란 후 명청 교체기 조선의 외교정책과 연관이 있는 두 번의 호란, 즉 청의 침략으로 일어나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이 일어난 이야기가 핵심이다. 초기에 비해 중기로 넘어오면서 조선의 국력은 형편없는 지경에 이른다. 일본의 침략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청나라의 침략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은 조선의 국력과 군사력이 얼마나 형편없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이 건국되기 바로 직전, 고려 말 최영이 명나라를 정벌하기 위해 군사를 일으킨 것과 세종 때 이종무가 대마도를 정벌하여 일본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것에 비하면, 조선중기에 이르러 군사력이 어떠했는지 짐작할 만 하다. 특히 임진왜란 한 가운데 있었던 선조의 경우, 칼과 총을 든 왜적들에게 무기가 아닌 시로 그들을 상대하려 한 행위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사였다. 하지만, 유성룡, 이산해, 이항복, 이덕형, 이순신 같은 명신하, 명장이 있었기에 국난을 그나마 이겨내고 수습할 수 있었다. 그때 만약에 국난을 극복해 내지 못했더라면, 지금 우리의 역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조선왕조실록을 보다>를 통해 조선중기에 역사 현장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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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을 보다 1 - 이미지와 스토리텔링의 조선사 여행, 태조~중종 조선왕조실록을 보다 1
박찬영 지음 / 리베르스쿨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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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매주 주말 <역사 저널 그날>이란 프로를 일부러 꼭 챙겨서 본다. 보면서 역사를 어떤 관점과 시각에서 보고, 또 역사를 어떻게 공부하고 인식해야 하는가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다. 이 프로는 참 여러므로 유익한 프로인 것 같다. 중국의 동북아 공정,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맞물여 많은 국민들이 역사에 대해 다시 관심을 가지거나 주목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역사는 무엇일까? 왜 미래가 아닌 과거의 지난 이야기를 알아야 하는걸까?

최근 극장가에 조선을 건국한 태조와 왕자의 난으로 그 자리를 차지한 세종의 아버지인 태종 이방원 사이의 알력과 갈등을 주제로 한 영화 <순수의 시대>가 한창 상영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예고편을 보고, 영화가 재밌을 것 같아 주말 쯤 해서 이 영화를 보러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미 보고 오신 동료 샘이 말하기를, 애로인지 사극인지 내용도 없고, 희안한 영화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던지는 말씀이 예고편을 아주 잘 만든 영화라고 하시면서 마지막 비수를 꽂으셨다. 예고편을 이미 여러 차례 봤던 차라, 한순간 보러 갈 마음이 싹 사라져 버렸다. 가만 보면, 매년 거르지 않고 해마다 조선을 배경으로 한 사극, 드라마가 제작되는 것 같다. 작년에는 정조의 암살을 다룬 <역린>과 조선 건국을 둘러싼 <해적>, 그 전년도에 송강호가 주연했던 <관상>은 아주 재밌게 보았다. 그런데 이 영화들은 모두 호불호가 갈렸다. 역사적 지식과 배경을 알고 이 영화를 보면, 감독이 얼마나 연출과 각색을 잘 한 영화인 줄 알지만, 역사적 지식 없이 보면, 그저 아주 난해한 영화 된다. 사극의 특성이 그럴 수 밖에 없다. 암튼 이런 영화와 드라마들이 꾸준히 제작되는 건 역시 역사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싶다.

오랜만에, 박시백 화백의 <조선왕조실록> 이후 <조선왕조>에 대해 다룬 책으로 아주 훌륭한 책이 출간된 것 같다. 이 책은 구성과 편집이 모두 다 아주 훌륭하다고 극찬을 할 만하다. 이 책은 총 3권의 세트로 이루어져 있는데 조선왕조 500년을 이끌어온 창업군주 태조부터 국권을 빼앗긴 비운 임금 순종에 이르기까지 조선을 다스렸던 27명의 왕을 왕조 순으로 중요한 사건을 들려주는 방식으로 서술하였다.

1권은 태조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으로 조선이 건국 된 후 안정적인 왕위 세습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5째 아들인 이방원이 두 차례 왕자의 난을 치른 후 왕이 되는 과정과 이후 문치의 조선을 열고자 했던 세종의 치세 그리고 이어지는 문종 사후 왕위 자리를 탐한 문종의 아우인 수양의 피 비린내나는 왕위 찬탈, 요순으로 불린 아버지 성종과 폭군이 될 수 밖에 없었던 비운의 왕자 연산군, 신하들의 반정에 의해 왕이 된 중종까지 조선이 건국 후 정착되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특히 조선의 역사와 운명을 바꾸는 일대 사건인 왕자의 난과 같은 비극은 태조와 태종의 욕심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26세의 이방원, 11살의 이복동생에게 세자 자리를 내주다’ 두 사람 중에 한 사람만이라도 양보를 했더라면, 이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태조와 태종은 둘 다 욕심이 많은 인물들이었다. 이 업보로 인해, 단종애사가 일어나게 된다. 태종은 왕이 되기 위해 배다른 어린 이복 동생들을 죽였고, 수양은 왕이 되기 위해 친 형님의 아들인 친 조카, 그것도 세자가 아닌 군왕 이 된 조카를 왕위에서 끌어내려 죽이고 말았다. 책을 읽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거져 얻어지는 것도 없고, 정치란 게 하나를 얻으면 반드시 하나를 내 주거나 잃게 된다는 사실을.. 이 밖에도 조선전기에 일어났던 중요한 사건과 기록들이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 되어 있다. 이 책을 통해 조선전기에 일어난 다양한 사건과 기록을 공부하며 역사 공부의 재미와 감동은 물론 해박한 역사적 지식과 처세의 교훈까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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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의 길에서 오늘을 묻다 - 조선통신사 국내노정 답사기
한태문 지음 / 경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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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의 국내노정 답사기

 

난 여행을 참 좋아한다. 직접 가는 여행도 좋고, 책을 통해서 조선시대로 혹은 그 이전 시대로 과거 여행을 떠나는 것도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일까 사실은 예전부터 참 궁금했었던 것이 있다. 연암의 열하일기를 읽으면서도 느꼈던 것인데, 조선시대, 혹은 그 이전의 사람들은 어떻게 여행을 했을까? 국내 여행은 그렇다 치더라도, 중국이나 일본은 어떻게 갔으며, 가는데 기간은 얼마나 소요가 되었고, 여행을 하면서 먹고, 자고, 싸는 지극히 생리적인 문제들은 또 어떻게 해결했을까 등등 궁금한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 책은 이런 나의 목마름에 어느 정도의 갈증의 해소시켜 주었다.

조선통신사의 국내노정 답사기, 사실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땐, 한양에서 일본까지의 전 여정인 줄 알았다. 하지만 책을 받고 나서, 우리나라 노정만을 다루었음을 알았다. 그래도 큰 수확이었다. 조선통신사의 사신행차 노정이 오늘날 국토대장정의 원류가 되었다고 하니, 그 사실만으로 참 신기했다. 그러고 보면, 국토대장정을 기획한 이들 또한 참 대단한 것 같다. 어떻게 조선통신사의 노정을 보고 국토대장정을 기획할 수 있었을까? 이야말로 진정한 온고지신(溫故知新)이 아니겠는가?

 

통신사, '서로 신의로 통하는 외교사절'(19면)

조선통신사는 조선시대 전반에 걸쳐 파견되었지만, 흔히 임진왜란을 경계로 그 이후인 1607년부터 1811년까지 약 200년간 12차례 행해진 후기의 외교사절을 지칭한다. 조선통신사는 한일문화 교류의 공식통로 역할을 수행하였다.(23면)

각 분야에서 조선을 대표하는 최고의 재능을 가진 400~500명으로 구성되었다.(26면)

 

책을 펼쳤는데 시작부터 좋았다. 길, 떠남의 공간이자 돌아옴의 공간, 지향의 공간, 자기 성찰의 공간, 인연을 맺고 연결하는 소통의 공간, 길이란 한 글자에 참으로 많은 공간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나는 여기에 새로운 만남의 공간, 고행의 공간을 더 추가하고 싶다. 600년 전, 조선통신사는 일본과 소통을 하기 위해 서울에서 출발하여 하루에 20km씩 20여일을 걸어 부산에 도착했다. 자동차로 5시간 30분, 고속철을 타면 1시간 4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를 무려 20여일 동안이나 걸어야만 도착할 수 있었다. “조선통신사의 길에서 오늘을 묻다”는 책의 표지 지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조선통신사의 서울에서 부산, 부산에서 다시 서울까지의 노정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예천을 떠난 사행은 풍산에서 점심을 먹고, 안동에 도착하여 하룻밤을 보내는 것이 관례였다.(147면) 의성, 영천을 떠난 사행은 경주에서 머물고 울산을 지나서 마침내 부산에 도착하였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조선통신사에 대한 개괄이다. 조선통신사의 의미와 인물들의 구성, 노정(27~28면)에 대해 소개해 놓았다. 2부와 3부가 책의 핵심 내용에 해당되는데, 2부는 서울 즉 한양에서 부산까지의 노정을 다루었고, 3부는 다시 부산에서 한양까지의 노정을 다루었다. 2부와 3부가 이렇게 나뉜 데에는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하행 노정과 부산에서 서울로 가는 상행 노정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이들 조선통신사 일행은 왜 하행노정과 상행노정 길을 달리 했던 것일까? 이 책은 조선통신사 국내노정에 관하여 읽을거리, 볼거리, 사진, 그림, 도표 등 알찬 내용을 가득 담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나라 전역이 국토 박물관임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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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외전 - 이외수의 사랑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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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독특하면서 기발한 상상력을 다시 언어로 절묘하게 표현해내는 이 시대 최고의 감성작가, 낭만시인, 언어의 마술사로 불리우는 영혼의 연금술사.

그는 이 지구촌에 단 하나 뿐인 마을, 밤하늘에 현기증이 날 정도로 별이 총총한 감성마을에 산다.

신비로운 건 이 별들이 가끔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이면 감성옹이 사는 집안 마당으로 우수수 떨어진단다. 그럼 이 집에 사는 감성옹께서는 별이 유달리 많이 떨어진 날에는 그 별들을 잔뜩 주워서 목걸이를 만들어 아내에게 걸어주신단다. 참 낭만적인 어른이다. 그런데 반전이 있당. 

글쎄 다이아를 좋아하는 사모님의 눈에는 정작 이 별 목걸이가 보이지 않는단다. 하악하악..  

 

촌철살인(寸鐵殺人) 언어의 미학

그가 풀어내는 사랑의 비전, 사랑외전.

그 속에는 우리의 영혼을 자극하는 어떤 비전들이 담겨져 있을까?

이외수 선생님께서는 <사랑외전>에서 어떤 글들로 어떤 마술을 부려 우리들의 감성을 자극해 줄까? 그리고 우리들 마음속에 있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어떤 언어로 형상시켜 표현했는지

두근두근 몹시 부푼 기대감을 안고 낙엽이 바짝 말라 떨어지는 춥고 쓸쓸한 이 계절을 맞아

이 시대 최고의 기인 이외수 선생님께서 풀어낸 마법 같은 사랑의 비전 속으로 들어가 본다.

 

우문현답(愚問賢答)

그대 오늘은 사랑을 굶지 않으셨나요.

아니요. 저는 매일매일 사랑에 굶주렸습니다.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저는 사랑에 굶주렸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굶주리고 싶지 않습니다.

아니, 더 이상 굶주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운명은 인간의 노력으로 바꿀 수 있지만

숙명은 인간의 노력으로 바꿀 수 없습니다.

운명은 인간의 소관이지만

숙명은 하늘의 소관입니다.

 

어머니의 빈번한 퇴짜로 40이 넘도록 결혼을 못한 만득이.

이번에는 외모도 성격도 어머니를 빼닮은 여자를 구했습니다.

어머니는 매우 흡족한 표정으로 결혼을 허락하셨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그녀와 결혼을 하면 집을 나가겠다고 하십니다.

 

다른 건 몰라도 사랑만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입니다.

사랑은 상대로부터 비롯되는 생로병사, 희노애락 모두를 아무 불평 없이 굳게 끌어안는 것입니다.

 

진품과 가짜를 구분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사랑하면 보인다.”

사랑은 점괘도 밥도 초월한다.

 

국민할배, 남자의 자격, 부활의 김태원이

1990년 과천 교도소에 있을 때,

심심해서 아내가 보내 준 책을 읽었는데 

제목이 벽오금학도였다고 한다. 참 흥미로웠단다. 책이 이렇게 재미있다는 걸 처음 알았단다.

그때부터 이외수 작가를 흠모했단다. 우연한 기회에 남자의 자격 1회를 화천에서 찍게 되었는데

따로 이외수 작가를 만나러 가서 밤새도록 대화를 했단다. 우주에 관해서...

(김태원, 우연에서 기적으로)

 

감성마을에 사는 감성어른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기분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유쾌, 통쾌, 상쾌해져 있다.

이외수 선생님의 글을 읽고 있으면 막혔던, 답답하던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비유하자면,

느끼한 것 먹고 속이 더부록 할 때,

시원한 사이다 한 잔 벌컥벌컥 꿀꺽 마시면 나오는 바로 그 트림.

딱 그런 기분 느낌이다.

감성옹의 <사랑외전>은 정말 재미 있으면서 교훈과 울림이 담겨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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