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는 민화다 - 이야기로 보는 우리 민화세계
정병모 지음 / 다할미디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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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이 담겨 있는 우리의 그림, 민화

 

언제부턴가 우리 옛 그림에 관심을 가지고 되었고, 옛 그림 감상하는 걸 좋아하게 되었다. 옛 그림을 보고 있으면 참으로 정겹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그리고 그림마다 사연과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추상화나 서양화와는 달리 어렵지 않게 그림의 내용이 읽힌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미술관이 있는데, 가끔 미술관에서 우리 옛 그림 전시회라도 열릴라 치면 아무리 바빠도 전시회 기간 중에 시간을 내어 아이들과 함께 가서 꼭 보고 온다. 전시된 그림을 한 작품씩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아이들과 그림 속 사연과 내용, 느낌, 감상 등을 주고받는 재미가 솔솔하다. 사실 그림 보는 법은 몇 년 전에 박신양과 문근영이 출연하여 단원과 혜원의 일대기를 다루었던 <바람의 화원>이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조끔 배웠다. 이 드라마는 재방송까지 챙겨 볼 정도로 아주 감명 깊게 본 드라마인데, 그 드라마 속에서 정조는 두 화원이 그린 시정의 풍속 그림을 통해 관리의 부정부패를 발견하여 죄를 지은 관리를 엄하게 문책하던 내용과 화원들이 그린 그림을 임금과 신하들이 품평하는 장면들이 많이 있었다.

민화(民畵)는 민화(民話). 같은 말 같지만, 한자가 다르다. 앞의 민화(民畵)는 백성들이 그린 그림, 백성의 그림을 뜻하는 민화이고, 뒤에 민화(民話)는 백성들의 이야기란 뜻의 민화이다. 책을 보고 솔깃했다. 사실 민화 중에서도 좋은 그림들이 많고, 예전에 보면서 이 그림을 도대체 왜 이런 모습을 하고 있는지? 도대체 나타내고자 하는 의도가 뭔지, 선뜻 와 닿지 않은 그림들이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조선시대 삶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한편, 조선시대 민화를 읽고 완상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을 것으로 잔뜩 기대가 되었다.

 

책가도, 조선시대 서가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그림이다.

이것은 책이 아니고 그림일 뿐이다. 1791년 정조가 어좌 뒤에 책가도병풍을 설치하고 신하들에게 작심하고 한 말이다. 이 한마디는 책 그림의 유행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책을 보면서 민화의 범위가 의외로 크고 넓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그림에는 풍속화, 인물화, 산수화, 수묵화, 문인화 등 다양한 장르가 있지만, 민화는 이 모든 개념을 포괄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민화는 우리의 사상, 정서, 감각 등을 담고 있는 그림이기에 한국화로 불리는 것이 맞다.” 2017년 솔거미술관에서 열린 경주민화포럼 행사에서 성파스님이 하신 말씀이다. 민화의 본질은 그림을 보면 알겠지만 가장 한국적인 그림이다. 민화 속에는 우리의 정서, 취향 말고도 우리의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궁중회화가 고급스런 한정식이라면, 민화는 김치나 된장처럼 구수한 그림이라 할 수 있다. 민화(民畵)는 문자 그대로, 서민의 그림, 일반 백성들의 그림이 모두 민화의 범주에 들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문화센터나 대학의 평생교육원에 가보면, 민화 퀼트, 민화 그림 반이 개설되어 있을 정도로 민화에 대한 관심도 높고 뜨거운 것 같다.

 

삼국지연의도 중 조자룡이 창을 잡고 말 위에 올라 유비의 어린 아들을 구하는 자룡단기구주는 실로 멋진 그림이다. 과거 영화나 텔레비전이 없었을 때 순수 글씨로 된 삼국지의 내용을 그림이 보여주는 힘은 정말 신세계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후에 기회가 된다면 조선민화박물관에 가서 큰 실물 그림을 꼭 한번 보고 싶다.

 

 

지난 추석에 차례를 지낸 다음날 연휴도 길고 해서 가족들과 경주 나들이를 갔다. 보문단지와 유명 관광지에서 사람들이 넘쳐날 정도로 많아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보문호 주변의 둘레 길을 걷다가 마침 경주 엑스포가 추석 연휴 기간에 무료개방이라고 해서 놀러가게 되었다. 행사장 곳곳을 둘러보다가 솔거미술관을 발견하게 되었고 자연 발걸음을 그곳을 향하게 되었다. 솔거미술관은 20172월 경주민화포럼이 열렸던 바로 그곳이었다. 경주민화포럼이 개최되었던 미술관답게 이곳 미술관에서 우리의 시골과 산, 들을 그린 멋진 우리 풍경화와 그림들을 다소 만날 수 있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그 그림들을 생각해 보니, 그 그림들이 바로 민화였다. 민화 그림 속 특유의 구불구불하고 거친 선들은 기교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는 순수한 표현 그 자체였던 것이다. 이 책을 보고 나서 민화의 그림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 민화를 모르고 볼 때는 저게 무슨 범이고, 호랑이인가? 외람되지만 민화 속 호랑이를 그림을 보고 피식 웃음이 나온 적도 있었다. 이제 막 그림을 배우는 초등학생이 그려도 저거 보다는 잘 그리겠다는 생각을 하며,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매우 어리석은 생각임을 알았다. 민화는 그림을 막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의 그림처럼 기교가 없고, 순수하며 천진하고 솔직한 그림이라는 사실을, 승화된 동심이 들어가 있는 수수한 그림이야말로 바로 우리 민화가 표현해 내고 담고자 했던 그림임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민화 그림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볼거리가 풍성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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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글, 뜻
권상호 지음 / 푸른영토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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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뜻에 담긴 한자 이야기

 

좋은 책을 만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좋은 책이라 하면, 일단 내용이 좋고, 가독성도 좋아 신나게 읽히는 책을 말함이다.

더하여 유용한 지식과 교훈, 배울 점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면, 최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 >과 같은 책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책 소개 글을 보고 굉장히 흥미롭겠다 싶었는데, 아니다 다를까 무척이나 흥미로운 책이었다. 평소 한자에 대해 관심이 있고, 한자 공부를 해 본 이들이라면, 정말 재밌게 그리고 신나게 읽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 , >은 많은 한자의 자원, 즉 한자의 생성원리의 풀이와 설명을 주된 내용으로 다루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고루하거나 답답한 한문 책과는 거리가 멀다. 더하여 책장을 넘길 때마다 삶의 정수를 담아낸 문장은 독자에게 교훈과 감동을 선사한다.

말과 생각은 느낌이 흐리는 강이며

글은 생각과 느낌을 담는 바다다.

 

우리는 잃은 게 너무 많다.

텔레비전을 얻은 대신에 대화를

컴퓨터를 얻은 대신에 생각하는 힘을

휴대전화를 얻은 대신에 독서를

인터넷을 얻은 대신에 더불어 사는 즐거움을

키보드를 얻은 대신에 붓마저 잃어버렸다.

 

잃어버렸다. 잃어버렸다.’ 책 첫 페이지에 나오는 문장부터 예사롭지가 않았다. 대단히 마음에 들었고, 첫 장을 읽을 때부터 기분이 좋았다. 당연한 말 같고, 쉬운 말 같은데, 담겨 있는 의미를 결코 허튼 소리가 아니다. 흔히 인생을 살면서 뭔가 하나를 얻고 나면, 나머지 하나를 잃게 된다고 했는데, 과연 정말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얻은 것에 비해 잃는 것들이 사실은 훨씬 더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 일까? 더불어 선조들의 삶과 지금 현재 우리의 삶이 극명하게 대조되는 것을 보면서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낙이불음(樂而不淫)하며 살았던 선조들과는 달리 매순간 자극적인 쾌락만을 찾아 헤매고 있는 현대인들은 기술과 정보를 얻은 대신에 결정적으로 머리와 가슴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매일 저녁 세상 돌아가는 기사와 뉴스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우리 사회가 점점 더 윤리와 도덕적 가치를 상실해 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 , 뜻 얼핏 보면, 비슷한 거 같은데, , , 뜻은 분명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는 어휘이다. 비슷한 것 같지만 서로 다른 의미. ‘치산치수(治山治水)’()’민주정치(民主政治)’()’는 같은 치()자 이다. ()다스리다는 뜻이다. ‘는 말이 되고, ‘는 글이 되며, ‘다스리다는 뜻이 된다. ‘()’를 온전하게 알려면, 말과 글과 뜻을 다 알면 된다. 말과 글과 뜻은 서로 다르지만, 서로 연계가 되어 있다. 한자 공부를 하며 늘 보던 치()자였지만, ()란 글자의 자원에 대해서는 그리 의미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치() 한 글자에 담겨 있는 의미와 해석이 참으로 놀라웠다. ()자를 뜯어보면, ‘물 마시고(=), 숨 쉬고(), 먹는()’ 일을 보살피는 것이라 하였다. ()자 한 글자에 백성들의 삶이 다 들어 있는 것 같다. 우리가 평소에 즐겨보는 책()이라는 글자도 대단히 흥미로웠다. ()이라는 글자는 마치 책꽂이 책이 나란히 꽂혀있는 모양으로 보이지만 책이라는 글자는 종이가 발명되고 대량으로 생산되기 이전에 대쪽에 글씨를 써서 끈으로 엮은 모양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 과연 그러고 나서 책()이라는 글자를 보니, 책꽂이에 책이 나란히 꽂혀 있는 모습처럼도 보이고, 예전 무협영화 속에서 보았던 죽간으로 된 무림 비서가 담긴 책처럼도 보였다. ()와 책() 외에도 많은 한자를 다루고 있는데, 한자에 관심이 있다면 분명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는 이런 문자 해석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문자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데, 읽으면서 빨간 펜으로 밑줄을 그은 부분도 대단히 많다. 한 구절 소개 해 보면,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자신을 지켜야 한다. 책의 숲 속에 아름답게 닦여져 있는 문자의 길을 산책하며 지혜의 샘물을 마시고 행복의 열매를 따 먹을 줄 알아야 한다.” 뭐 이런 식이다. 이 문장을 너무 좋아서 이면지에 따라 옮겨 써 보았을 정도다.

바쁜 세상이다 보니, 책 읽을 여유조차 내기 어려운 세상이 되어 버렸다. 그렇지만 또 시내 큰 서점가에 가보면, 책을 읽고 있거나 책을 사러 온 많은 독서인들을 볼 수 있다. 이 책은 한자 공부를 해 봤거나 한자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한자의 유래와 만들어진 원리에 관해 아주 대단히 유익한 책으로 생각된다. 내용 또한 심오하거나 어렵지 않아, 편하게 읽으면서 한자의 생성 원리를 깨우칠 수 있다. 다만 이 책에서 한 가지 아쉬웠던 부분은 뒷 부분에 한자 색인이 있었다면, 책에서 읽었던 한자를 바로 찾고 싶을 때 바로 찾을 수 있어 좋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아마도 오래 곁에 두고 볼 책 같다. 소장가치가 매우 높은 아주 기분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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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에서 팔자가 활짝 피셨습니다 - 농부 김 씨 부부의 산골 슬로라이프
김윤아.김병철 지음 / 나는북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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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에 사는 부부 자연인

봄이 오면, 산골에서는 바빠진다. 덩달아 봄나들로 밥상이 푸짐해진다.

다래순, 두릅, 당귀잎사귀 그 외 다양한 봄나물과 식용 가능한 약초 잎들은 겨우내 잃었던 입맛을 북돋워준다.

도시에서는 비싼 값을 주고 사 먹어야 하는 산나물, 들나물들도, 산골에서는 그야말로 지천으로 널려 있으니 맘만 먹으면 언제든 원 없이 뜯을 수 있다. 싱싱한 걸로 따져도 으뜸일 것이고 향기야 두말할 것도 없다.

싱싱한 자연산을 맘껏 먹을 수 있는 것이 산골에서 사는 하나의 즐거움이 될 수 있다.

 

열매 열리고 꽃이 피는

풍요의 계절 여름이 오면

매실, 고욤, 오디, 산딸기 등을 따 먹을 수 있다.

역시 도시에서는 귀하디 귀한 열매들이다. 하지만 산골에서는 한 두 나무만 심어도 매년 양껏 먹을 수 있다.

햇빛 짱짱하면 햇빛 짱짱한대로, 소나기가 내리면 소나기가 내리는대로 산골에서는 즐겁다.

나뭇가지 젓가락, 한 여름 산골 밥상 이야기

감자밥, 머위짱아찌, 여름 파김치, 동치미국수, 오이지와 깻잎장아찌

책 속의 사진 만으로는 눈이 호강하고 저절로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산 속에서 생활은 어떨까? 불편하지 않을까? 따분하지 않을까? 지루하지 않을까? 답답하지 않을까? 외롭지 않을까? 산속생활이라고 하면, 예전에는 이런 생각들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공기 좋고 물 좋은 자연이 있는 산 속에서 살아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름 산 속 생활이 재밌을 것도 같고, 산에 살면 무엇보다 건강해 질 것 같고, 부지런해 질 것 같으며, 세상만사 모든 시름에서 벗어나 마음이 편안해 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요즘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공통된 병은 거의 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다. 내가 산골에서의 삶을 동경하게 된 건, 아마도 순전히 어떤 한 TV프로그램의 영향이지 싶다. 소위 3040 시청률 1위라고 하는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를 보면서 막연하게나마 산 속 생활의 재미와 즐거움,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 이 프로를 보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산골, 산속에서 사는 사람들을 보면 고립, 단절, 불통이라는 이미지가 먼저 연상되었는데, 지금은 나도 모르게 자연인의 삶을 부러워하게 되었다. 무한 경쟁 사회에서 남과 비교할 필요도 없고, 남들보다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아둥바둥 거릴 필요도 없이, 그저 불편하면 불편한데로, 아쉬우면 아쉬운데로 만족하며 사는 삶. 사실은 진정한 행복은 그런 게 삶이 아닐까싶다.

지금 이 순간 행복하냐고 김씨에게 물었다.

김씨는 비로소 행복을 찾았다고 말했다.

 

타인의 삶과 비교하지 않는 순간

누구에게 강요받지 않는 순간

잣대의 대상이 되지 않는 순간

그 모든 것에서 벗어나는 순간...

 

사실 도시에서의 삶은 산골에서의 삶과 모든 게 정반대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일단 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또 여유가 없다. 무조건 빨리 빨리 해야 한다. 일이 없어도 시간에 쫓겨 항상 바빠야 하고, 누군가의 간섭을 받아야 하고, 결재를 받아야 하며, 또 누군가에게 일부러 잘 보이기 위해 눈도장을 찍어야 하고 일이 없어도 괜히 바쁜 척, 일을 하는 척, 척척척 해야 한다. 이것저것 남을 의식하고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너무도 많다. 문제는 이게 쌓이고 쌓여서 스트레스가 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산골 부부의 삶을 동경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산골에서 팔자가 활짝 피셨습니다>를 보면서 참 용감한 부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 나가는 사업체를 뒤로하고 산 속으로 떠난 부부. 이 부부는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그리고 산골에서 어떻게 팔자가 활짝 피었다는 말일까? 호기심과 궁금증이 일었다.

 

행복과 함께 찾아온 두 번째 삶 그리고 꿈

손수 만드는 도자기와 가구

사진으로 만나는 아름다운 풍경과 소박한 살림살이

날마다 소풍처럼 보내는 귀농 생활

 

책장을 넘기면서, 신혼부부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알콩달콩한 부부의 산 속 생활 모습이 너무 낭만적이었다.

 

누군가 봄이 왔다고 속삭여주지 않아도 제일 먼저 연둣빛 여린 원추리 새싹들이 기지개를 켜고 냇가 주변으로 몰려나왔다. 덕분에 멀리 발품을 팔지 않고도 금세 소쿠리 하나를 채울 수 있었다.(87)

 

더우면 언제라도 시원한 계곡물에 발 담그며 더위를 식히고, 집만 나서면 매일 등산이요, 산행 중에 산토끼를 만나 숨바꼭질도 하고, 산에서 뜯어온 나물들로 도시에서는 사 먹어야 하는 각종 장아찌와 반찬들을 일일이 정성 들여 만들어 먹고, 겨울이면 화목 보일러에 수시로 땔감을 넣어 집안을 훈훈하게 만드는 삶. 행복은 스스로 만족할 때 비로소 찾아온다. 물론 때론 산 속에서의 삶이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불편하고 느려서 더 만족스럽고, 누구의 간섭도, 잘 보일 필요도 없어서 신경 쓸 게 없는 자연 속에서의 삶을 꾸려나가는 이들 부부의 하루하루 일상이 너무도 행복해 보였다. 이들 부부는 산골에서 팔자가 활짝 핀 경북 영양의 노루모기에 사는 자연인이다. 언젠 한번 기회가 된다면, 이들 부부가 살고 있는 노루모기로 한 번 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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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패턴 500 플러스 (회화 연습 워크북, 저자 해설강의 등 8가지 학습자료 포함) - 말문이 터지는 영어회화 공식
이광수.이수경 지음 / 넥서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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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문이 터지는 영어패턴 500 플러스

 

영어는 어려운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에 가서까지 그토록 오랜 시간, 기간 동안 영어를 접하고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영어가 되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영어는 말문이 중요하다. 외국인과 대화 한 마디 나누지 못하는 영어, 소통이 불통인 나 홀로 영어는 더 이상 곤란하다. 주말에 아이 캔 스피크라는 영화를 봤다. 구청의 블랙리스트 1호인 일명 도깨비 할매 옥분과 원칙과 절차만을 고집하는 9급 공무원 민재.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두 사람이 영어를 통해 운명적으로 엮이게 되는 그런 이야기였는데, 특히 옥분 할머니가 영어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영어를 배우려고 고군분투, 안간힘을 쓰면서 박주임에게 영어를 배우는 과정과 에피소드가 흥미로웠으며, 영화 속에서 옥분 할머니가 구청 공무원인 박주임에게 영어를 배우는 과정과 방법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받아 적고 암기하는 게 아닌 생활 속에서 말문이 터지는 영어 학습법을 제시하며 영어 스터디 중에 알까기 게임과 놀이를 통해 생활 영어를 익히는 장면은 실제 영어 학습에 적용시켜도 대단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공항 출입국시에 외국인이 옥분 할머니에게 “Do you speak English?”라고 묻자, 옥분 할머니가 “of course”라고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말하는 장면이 생각난다. 영화를 보고 나니, 영어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며 학습 의욕이 솟구쳤다. 나 역시 외국인에 나에게 “Do you speak English?”라고 물었을 때, 자신 있게 of course라고 말할 수 있게 되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어패턴 500+>“Do you speak English”, “of course”의 꿈을 이루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어패턴 500+>는 대단히 흥미로운 책이다. 기존의 영어 어학 교재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내용 구성이 잘 되어 있고, 효율적인 영어 학습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패턴 학습법은 영어든, 중국어든, 일본어든 관계없이 모든 외국어 학습에 적용시켜도 무방할 것 같다.

 

“What kind of~~”어떤 종류의~~?” 라는 뜻인데,

이 문장을 기본으로 “music do you like”라고 하면 어떤 종류의 음악을 좋아해?”가 되며 “pasta do you like”라고 하면 어떤 종류의 파스타를 좋아해?”라는 뜻이 된다.

 

Why didn’t you say so? 왜 그 말 안 한 거야?

Why didn’t you come to me? 왜 날 찾아오지 않은 거야?

Why didn’t you call me? 왜 나한테 전화 안 한 거야?

 

“Why didn’t you”, “~~안 한 거야?”만 알고 있으면 나머지는 상황에 맞게 응용만 하면 여러 가지 표현들을 쉽게 익힐 수 있다. 외국어를 공부할 때 가장 효율적인 단어 내지 문장 학습법은 일상생활에서 자기가 즐겨 사용하는 단어와 문장, 표현들을 익혀 두는 것이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즐겨 쓰는 표현들을 영어로 익히면 생활영어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글로벌 시대, 바야흐로 외국어 필수인 시대가 되었다. 지구촌 다양한 국가의 언어들을 조금씩이라도 모두 다 구사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외국어 중에서 비중도와 선호도가 높은 영어만 잘해도 세계 어느 나라에 간들 큰 불편함은 없을 것이다. 앞으로 미래 사회에서 영어는 평생 해야 하는 것이다. 영화 속 9급 공무원 박주임의 유창한 영어실력이 생각난다. 영어는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다. 매일 꾸준히 조금씩이라도 반복해서 하면 된다. <영어패턴 500+>은 대단히 획기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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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음식 속 조선 야사 - 궁궐부터 저잣거리까지, 조선 구석구석을 우려낸 음식들 속 27가지 조선사, 2018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도서
송영심 지음 / 팜파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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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음식 속 조선 야사

 

간만에 아주 참신하고 재밌는 역사서 한 권을 만났다. 흔히 역사라고 하면 조정 관료들, 즉 임금과 신하들이 편전에서 주요 국가현안을 두고 갑론을박하는 거창한 정치 이야기를 생각하지 쉽지만, 사실 역사는 조정 정사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백성들의 삶과 애환, 고충이 스며 있는 일상 속 이야기가 더욱 현실감 넘치는 살아있는 역사로 인식될 때가 더 많다.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음식 속 조선 야사>와 같은 책이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책을 받고, 목차만 그냥 쭉 훑어봤는데도 굉장히 큰 흥미가 일었다. 챕터마다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소개되는 글의 멘트도 아주 좋았다. 눈의 피로도 풀어줄 겸 다음 내용을 더욱 궁금하게 만들어 주었다.

 

주모 잠을 청하려 하니, 배가 출출하오. 뭐 먹을 것이 없소?

아이고, 운도 좋으셔라.

딸아이 생일이라 낮에 인절미를 만들어 놓았습지요.

허허 배가 호강하겠구려. 내 고마우니 인절미가 왜 인절미가 되었는지 이야기 해 주리다.

인절미에 재미있는 사연이라도 있는가 봅니다요?

 

요즘에도 시장에서 흔하게 사먹을 수 있는 인절미는 조선시대부터 있어 왔던 떡이라고 한다. 조선시대에도 백성에서부터 임금까지 모두의 사랑의 받은 떡이 바로 인절미였다. 그런데 인절미가 인절미로 불리게 된 데에는 조선시대 인조반정 후 이괄의 난과 관계가 있다고 한다. 반정 후 공신 책봉에 불만을 품었던 이괄은 반란을 일으켜 한양 도성으로 진격하게 되고, 인조는 반란군의 기세에 쫓겨 도성을 버리고 공주 공산성으로 피신하게 된다. 피란 중이라 음식이 변변치 못했던 인조에게 공주에 사는 한 부자가 인조에게 떡을 바치게 되는데, 시장하던 차에 떡 맛을 본 인조는 그 맛에 감탄해 신하들에게 떡 이름을 물었지만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다고 한다. 이에 인조는 가장 맛있는 떡이라는 뜻의 절미(絶味)’에 임씨 집에서 가져왔다고 하여 임절미라고 부르게 하였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발음하기 힘든 으로 바뀌어 오늘날의 인절미가 되었다고 한다. 숙취 해소에 좋아 즐겨 먹지만 보관을 잘못하면 금방 변해 버리는 숙주나물은 세조를 임금으로 만든 1등공신 신숙주와 관계가 있으며, 입맛 없을 때 다른 반찬이 필요 없는 젓갈은 조선시대 유명한 폭군이었던 연산군과 관련이 있었다. 이 밖에도 간장게장을 둘러싼 영조의 경종 독살설, 지금도 겨울이면 생각나는 조선시대 대표 구황작물 고구마가 우리나라에 오게 된 내력, 지금도 흔하게 즐겨먹을 수 있는 설렁탕, 개장국, 삼계탕, 곰탕, 순대, 동래파전, 전주비빔밥 등 우리 고유의 전통음식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고,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게 되었는지 그 유래와 관련된 이야기가 매우 흥미진진하게 소개되어 있다.

삼계탕(蔘鷄湯)은 원래 계삼탕(鷄蔘湯)으로 ()’보다 ()’, 즉 닭이 먼저였다.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인삼은 일반 가정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그런 약재가 아니었다. 아주 귀한 약재로 양반가에서만 더운 여름철에 몸을 보하기 위해 백숙에 인삼을 넣어 계삼탕(鷄蔘湯)을 먹었다. 하지만 19세기 이후 중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 인삼의 효과가 널리 알려지면서 인삼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고, 인삼을 널리 재배하게 되면서 시중에서 쉽게 수삼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계삼탕(鷄蔘湯)이라고 불리던 음식이 슬그머니 삼을 앞세워 삼계탕이라고 불리게 된 것이라고 한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입학식이나 졸업식, 생일날 등 특별한 날만 겨우 먹을 수 있었던 음식이 바로 자장면이었다. 자장면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고 하는데, 자장면이 나타나게 된 배경에는 서글픈 우리 근대화의 역사가 자리하고 있었다. 자장면은 조선의 아픈 근대화의 역사를 품고 탄생한 음식인데, 그 내용이 궁금하다면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기 바란다. 자장면과 관련한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접하게 될 것이다.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음식 속 조선 야사>는 음식과 조선이라는 주제로 조선 음식 이야기를 담고 풀어낸 역사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주제와 내용이 매우 참신하고 흥미로운 책이었다. 목차를 보면 알겠지만, 사실 우리가 일상에서 즐겨 먹는 음식의 경우, 분명 그 이름이 붙게 된 내력이나 이유가 있을 터인데, 이제까지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냥 막연하게 처음에 만든 누군가가 이렇게 이름을 붙였겠지 생각하고 먹었었는데, 음식에 담긴 유래와 의미를 알고 나니, 그 음식이 전과 다르게 느껴졌다. 서민들의 삶과 애환이 고스란히 녹아 있으면서도 기존의 역사서와는 다르게 조선시대 음식과 관련지어 역사 이야기를 풀어낸 저자의 능력이 참으로 놀라웠다. 그 밖에 책의 이해를 돕기 위한 그림과 사진 자료들은 이 책의 또다른 재미와 볼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매우 훌륭하였다. 오랜만에 대단히 흥미로운 기획 역사책을 만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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