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평전 - 개발독재자
김삼웅 지음 / 앤길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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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평전

 

1945815일 광복

1950625일 남북전쟁 발발

그리고 11년 뒤 5...

정확히 1961516일 새벽, 2군 부사령관인 소장 박정희와 8기생 주도세력은 장교 250여 명 및 사병 3,500여 명과 함께 한강을 건너 서울의 주요기관을 점령하였다. 이들은 곧바로 군사혁명위원회를 조직하여 전권을 장악하면서 군사혁명의 성공과 6개항의 혁명공약을 발표하면서 제2공화국은 막을 내리게 된다. 군사정권의 군사혁명위원회는 국가재건최고회의로 재편하여 3년간의 군정통치을 하다가 1963년 말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를 승리로 이끌고 제3공화국은 정식 출범하게 되고, 박정희는 1961516일부터 197910월 김재규에게 암살되기 까지 18년 이란 긴 세월 대한민국을 통치하게 된다.

드라마 제3공화국, 영화 그때 그 사람들 등등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 방송, 도서 등을 통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삶과 업적, 그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보고 들으며 접해 왔다. 독재라는 수식어를 빼면, 한강의 기적을 통해 이룬 경제발전은 가난한 코리아로 인식되던 대한민국의 놀라운 발전과 성장을 가져왔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은 인물은 바뀌었지만 세력은 그대로였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수평적 정권교체는 청와대 주인만 바뀌었을 뿐, 국회, 사법, 검찰, 재계, 언론, 대학, 연구소 등 한국사회의 상층부, 지배구조는 대부분 박정희체제의 지속상태였다. 더 소급하면 일제강점기 친일세력에 닿고 이들의 뿌리는 조선조 노론 벽파 계열에 속한다. 이들은 뿌리가 깊고 몸통이 든든하며 가지가 왕성하다. “우리가 남이가로 상징되는 끈끈한 지연, 학연, 혈연의 연결고리와 기득권이라는 물적기반, 범죄에도 면죄부를 안겨주는 검찰과 사법부, 항상 그들을 홍보하여 권력의 정통성을 만들어주는 족벌언론과 관제방송, 때마다 이념과 이론의 틀을 제공해주는 어용학자 그룹을 거느리고...(9)

조승우, 이병헌의 주연했던 영화 <내부자들>과 최민식, 심은경이 주연했던 <특별시민> 등을 보면서 이런 면들을 많이 엿볼 수 있었다.

마르크스는 이런 말을 했다. “역사는 반복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과 인물들은 두 번에 걸쳐 나타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한국 현대사에 대입하면 영락없이 박정희의 쿠데타는 비극, 박근혜의 집권은 희극이라고 말한다. 당시에는 알았을까? 박정희 시대가 반복될 줄을. 하지만 결국 반복되었다. 마르크스의 말 그대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것도 아버지의 신화 덕분이었다. 아마 전 시대의 연민, 동정, 향수, 추억 등이 강하게 작용했던 것 같다.

사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박정희처럼 애증이 갈리는 경우는 드물다.

그는 위대한 통치자인가? 아니면 독재자인가?

이건 아마도 영원한 딜레마이자 풀어야 할 숙제일 것이다. 사실상 이제껏 방송되고 출간된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된 이야기는 상당 부분은 그를 신격화 내지 영웅화시킨 것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 출간된 <박정희 평전>은 다르다. 한 인물의 생애와 업적을 다루는 <평전>답게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삶에 주목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애를 추적하고 살핌은 물론, 이해하기 쉬운 평론을 덧붙이고 있다. 출생과 성장부터, 보통학교 교사, 만주군관학교와 일본육사의 다가키 마사오, 해방 이후 남북전쟁과 군대 생활, 5·16 군사쿠데타 전야, 박정희의 전성기, 3공화국, 궁정동 술판과 피살 그리고 김재규에 이르기까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삶을 자료와 증언을 통해 객관적으로 재고해볼 수 있게 한 점은 이 책만의 차별 점으로 꼽을 수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여러 문헌, 영화, 만화, 드라마, 다큐 등을 접했지만, 평전은 처음이다. <박정희 평전>을 통해 개발과 독재 사이 이른바 박정희 시대의 빛과 어둠에 대해 조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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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라는 은하에서 - 우리 시대 예술가들과의 대화
김나희 / 교유서가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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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라는 은하에서>

 

드라마, 영화, 뮤지컬, 연극 등의 예술 공연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어떤 작품의 경우에는 그 작품보다 음악이 더 아름답고 매혹적일 때가 있다.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부치지 못한 편지는 정말 대단히 큰 감명을 불러 일으켰다. 이 영화를 생각하면, 이병헌, 송강호 두 배우와 함께 김광석의 부치지 못한 편지가 머리속에 자연 연상된다. 오래전에 본 영화인데, 한석규와 전도연이 주연했던 영화 <접속>의 멜로디도 대단히 강렬하고 인상적이었다. 하도 오래되어 영화의 내용은 가물가물한데, 주제곡이었던 A Lover's Concerto는 여전히 생생하다. 영화 쉬리의 When I Dream 역시도 영화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린 곡이었다. <예술이라는 은하에서> 무슨 책일까? 순간 호기심과 궁금증이 일어 책 소개 글을 읽게 되었는데, "나의 언어는 음악이다"라는 말은 대단히 인상적으로 와 닿았다. 그러면서 우리시대 예술가들과의 대화라는 부제에 급 관심이 갔다. 물론 26인의 예술가들 가운데 박찬욱, 봉준호, 신경숙 등 잘 아는 감독이나 소설가도 있었고, 전혀 낯선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력을 보니, 잘은 몰랐지만, 모두가 다 한 시대를 풍미한 각계 각층의 다양한 예술가들임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언제나 글을 쓴다. 이번 생이 다할 때까지-신경숙

소설은 언어로 이뤄진 건축물. 까다로운 프랑스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 <엄마를 부탁해>. 소설 속의 세계는 인간의 세계이기 때문에 남루하고 누추하다. 음악은 완전무결을 추구하며 완벽으로 향하고자 하는 예술이지만 소설은 흠과 오류가 용인되는 세계다.(63~75)

 

반드시 음악이어야만 생은 의미를 갖는다-폴로랑 보파르

학교에서는 수학을 좋아했고, 리옹을 거쳐 파리국립고등음악원에 진학한 후에도 수학과 음악 사이에서 무척 갈등했다. 모든 것이 정체된 수의 세계는 음악만큼 매혹적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건 허수 개념이었다.(159)

 

운명처럼 만날 수만 있다면, 생에 한번은 정말 꼭 만나보고 싶은 예술가들이 있다. 그 중에는 시인도 있고, 작가도 있으며, 영화감독도 있고, 화가도 있다. 책을 통해서가 아닌 현실에서의 만남은 어떤 느낌일까? 인터뷰 집을 읽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들이 많이 들었다.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저자가 파리에 거주하며 그곳을 중심으로 칸, 엑상프로방스, 브뤼헤, 베를린, 루체른, 런던 등 유럽의 여러 도시들을 누비며 정명훈, 박찬욱, 조성진, 마렉 야놉스키, 미셸 슈나이더 등 예술 분야의 다양한 인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인터뷰 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개중에는 귀를 솔깃하게 하는 무척 흥미로운 이야기도 있었고, 예술가들이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고 탄생시키기까지의 고뇌와 고충, 고통까지도 일정부분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도 있었다. 세상에 무엇 하나 쉬운 게 없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다시 태어나도 음악을 할 것인가?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음악에는 숨기거나 속일 수 있는 것이 없다.

인생의 대부분을 피아노 앞에서 보내야만

그나마 음악다운 음악을 할 수 있고-피에르로랑 에마르

 

지금 시대를 살고 있는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예술이라는 은하에서>라는 책을 통해 이 시대 거장 예술가들을 만나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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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 세계사 10대 사건 전말기 맥을 잡아주는 세계사 12
심현정 지음 / 느낌이있는책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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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 했던 역사의 순간들

 

최근 남한산성이라는 영화를 봤다. 청나라 군대에 쫓겨 도성을 버리고 피신한 남한산성. 고립된 남한산성에서의 삶은 한 나라를 이끄는 임금과 신하라면 말이 무색할 정도로 궁핍함의 극치였다. 그런데 더 놀라웠던 건, 적에게 쫓겨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놓인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예법을 운운하고, 절차와 법도를 따지며 옥신각신하는 군신들을 모습이었다. 저게 정말 16세기 조선의 현실이었고, 조정 중신들의 현실이었단 생각이 들자, 실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에서 제 정신이 박힌 인물로는 오직 역적으로 기록에 남고 역적으로 기억될 것을 알면서도 오직 현실만을 직시하는 최명길 한 사람 뿐인 듯 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든 생각은 조선조정을 이끈 인조와 당시 조정 신하들의 무능함과 엉뚱함의 극치였다. 차라리 광해군이 폐위 되지 않았더라면, 조선의 역사, 운명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 속에 계속 맴돌았다. 이처럼 역사는 실제 있었던 사건을 토대로 만약이라는 어휘를 내세워 새로운 가정을 해보면, 또 다른 흥미와 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역사라는 거대한 물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일정 지점마다 어떠한 사건, 즉 대전환점이 되는 사건이 존재함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바로 그 점에 주목을 하고 거기에서부터 이야기의 물꼬를 텄다. 만약 그 사건을 겪지 않았다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 역사가, ‘그 사건을 겪음으로써 물줄기를 틀게 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작업은 흥미로움과 놀라움의 연속이었다.(8)

 

그 때 그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지금 현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살라미스 해전에서 그리스가 아닌 페르시아가 승리했다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52~3) 만약 피사로의 잉카 침략이 실패로 끝났다면 남미의 운명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무엇보다도 오랫동안 식민지배를 당하며 남미 고유의 색깔을 잃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세계적인 문화유산 마추픽추 앞에 비밀의 도시라는 수식어가 붙는 일은 없었을 것이며, 살아남은 잉카와 마야 문명이 북미까지 영역을 넓혀 현재의 미국은 그 모양새가 완전히 달라졌을지도 모른다.(210~211) 물론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책은 만약에로 시작하는 의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가정과 궁금증을 토대로 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에서 인류 역사 전체를 꿰뚫는 놀라운 안목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파란만장 세계사 10대 사건 전말기>는 제목답게 굉장히 흥미로운 세계사 이야기가 담겨 져 있다. 사실 어느 역사든지 간에 파란만장하지 않은 역사가 있겠는가마는 특히 이 책에 소개된 10대 사건은 세계의 역사를 뒤바꾼 실로 굵직굵직한 사건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토리 라인이 매우 흥미롭다보니, 영화나 연극, 뮤지컬 작품의 소재로도 단골로 사용되어 다양한 작품들이 제작되기도 하였다. 챕터1의 살라미스 해전은 영화 300 2편으로 제작되어 큰 흥행을 거두었다. 살라미스 해전은 유럽 역사의 흐름을 바꾼 엄청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이야기의 원전은 역사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헤르도토스의 <역사>초반부에 등장한다. 이 외에도 종교 갈등으로 발발한 십자군 전쟁, 유럽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은 검은 바람, 흑사병 등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스토리이다. 콜럼버스의 대발견 역시, 그 이면의 역사는 원주민 대학살로 이어진다.

 

반란인가? 혁명인가?

여러분! 기뻐하십시오. 용맹한 프랑스시민들이 바스티유 감옥을 함락시켰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를 옥죄던 신분의 굴레에서 벗어날 절호의 기회입니다.

이제 그들은 왕도 귀족도 무섭지 않았다.

부르봉 왕조는 물러가라! 이제 민중의 시대가 도래했다.”

농민들이여! 농기구도 좋다. 무기로 쓸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가릴 게 없다. 그동안 우리를 업신여겼던 영주들에게 본때를 보여주자.”(222~223)

 

빅토르위고 소설 <레미제라블>에서 보여주는 프랑스 혁명 또한 유럽의 역사를 뒤흔든 사건으로 유럽의 역사를 논하면서 결코 빼 놓을 수 없는 세계사의 대사건이다. “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민중의 노래이란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가사로도 알 수 있듯이 프랑스 대혁명은 절대 권력과 부패 정치에 억눌려 억압받던 민중들이 반기를 든 민중 봉기 사건으로 봉건제를 타파하고 유럽인, 나아가 전 세계인들의 자유, 평등, 박애를 가져온 획기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유럽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를 본 기억이 있는 이들이라면, 책을 읽다가 드라마나 영화 등의 작품에서 봤음직한 장면들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오히려 이 책을 통해 편린 적으로 기억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이나 내용들이 어떻게 일어나게 되었는지 역사적 배경의 전후맥락을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역사는 현재의 거울이란 말이 있다. 과거의 기록과 사실을 통해서 미래의 삶을 예측해 내는 것, 이게 진짜 살아 있는 역사 공부라 할 수 있을 터이다. 시작이 어렵고, 접근하기가 벅차서 그렇지 제대로 된 좋은 텍스트를 골라 마음먹고, 요모조모 뜯어보고 공부하다 보면, 역사, 세계사만큼 흥미롭고, 놀라우면서 신기한 사건, 이야기들이 가득한 책도 드물 것이다. 세계사는 인류의 역사는 물론 지구촌 세계의 흐름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매력적인 학문이다. <파란만장 세계사 10대 사건 전말기>는 살라미스 해전, 십자군 전쟁, 잉카의 멸망, 프랑스 혁명, 히틀러와 세계대전의 발발 등 인류 세계사를 뒤흔든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주제별로 파악하기에 더없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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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것을 사랑한다는 것 - 노자 <도덕경> 나를 살리는 마음공부
구로사와 이츠키 지음, 박진희 옮김 / 살림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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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경에서 배우는 마음 공부

 

현자의 얼굴은 하나가 아니다

당신 주변에 혹여 무슨 일이 일어나도 미동조차 하지 않으며, 똑같은 얼굴로 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부디 조심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2,500년 전 고전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고전은 이미 대단히 매력인적 텍스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수 백 년이 지나고 몇 천 년이 지나도 고전 속에 담겨 있는 진리는 쉽사리 왜곡되거나 변형되지 않는다.

오랜만에 책 제목이 시선을 끄는 예쁜 책을 만났다. ‘살아가는 것을 사랑한다는 것’, 그냥 무심코 읽었는데도 제목이 참 예쁘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다. 그리고 그냥 읽기에는 대단히 쉬운 제목의 글 같지만, 곱씹어 읽어보면, 담겨 있는 의미가 예사롭지 않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이 책은 노자의 <도덕경>을 감명 깊게 읽은 구로사와 이츠키가 <도덕경>을 읽으면서 한 고민과 생각, 느낌 등을 자신의 시각과 관점에서 재해석 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잘 알다시피 <도덕경>은 대략 2,500년 전 노담, 우리에게는 노자로 익숙한 이가 지은 책이다. 그런데 하고 많은 고전 중에 하필이면 <도덕경>인가?

이츠키는 학교 졸업 후 그래픽디자이너로 첫 취업했을 당시 직장에 다니면서 늘 남들과 비교하며 진로에 대해 고민을 했다고 한다. ‘과연 이게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일까?’ 저들은 행복해 보이는데, 나는 왜 불행하지?‘ 발전을 위한 고민은 하지 않고 매일매일 불평하며 엉뚱한 생각을 하던 중에 머리를 식힐 겸 찾았던 동네 서점에서 우연히 노자의 <도덕경>을 접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단순히 교과서에서나 보던 책이라 무슨 고릿적 이야기가 들어 있나 하는 호기심에 열어본 책에서 한 대 얻어맞은 듯한 문장들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츠키는 <도덕경>을 읽은 다음 만난 세상은 이전의 세상과는 전혀 달랐다고 하며 <도덕경> 공부에 침잠했다고 한다. 궁금했다. 무엇이 새롭고, 이전의 삶과 지금의 삶이 <도덕경> 공부로 인해 뭐가 어떻게 달라졌다는 말인지, 알고 싶었다. 알려면 일단은 읽어야 했다.

 

사실 요즘에는 실제 자신보다 더 크게 보이고자 무언가를 어필하려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그런 자기주장은 그저 남은 밥에 불과하다. 차려 놓은 음식을 배불리 먹고 나면 사람들은 남은 밥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이츠키의 책 속에는 삶에 지침이 되는 나침판 같은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 있었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읽어두면 삶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더 낫거나 못한 것은 없다. 마음을 비우면 살아나는 것들, 마음을 텅 비우는 법, 버드나무에 눈이 쌓여 부러질까, 쓸모없는 인생은 없다 등등 세상을 살아가는데 알고 두면 유익한 이야기들이었다. <도덕경>은 고리타분하고 내용이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지레 짐작했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전혀 어렵거나 고리타분한 책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무한 경쟁 사회에서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가는 법, 많이 소유하지 않고서도 만족하며 사는 법, 세상이 주는 압박에서 벗어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 등 이 책을 통해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사람들 입에 회자되는 도덕경의 내용을 현대적인 언어와 의미로 재해석하여 도덕경의 내용을 한층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한문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해 번역과 한자로 된 원문이 챕터 말미마다 들어가 있다. <살아가는 것을 사랑한다는 것>을 읽으면서 한자, 한문도 익히고, 교양과 교훈까지도 아울러 배우고 익힐 수 있어 여러므로 유익한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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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오름, 기행 - 제주를 두 번째 여행하는 당신을 위한 오름 40곳
손민호 지음 / 북하우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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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오름, 기행

 

오름의 맹주, 어승생악

어승생악 정상에서 한라산 정상부를 바라다보면, 산이 덩어리째 서 있는 아주 멋진 풍광을 볼 수 있다. 하여 어승생악 정상은 한라산의 북쪽 모습을 조망하는 최고의 포인트가 된다.

서우봉은 전망이 빼어난 오름이다. 물결 잔잔한 함덕 바다 뒤로 한라산이 보인다.

초록이 번지는 세상, 사려니숲길과 사려니 오름,

사려니숲길은 이름도 예쁘고, 길도 예쁘고, 이야기도 예쁜 길이다. 사려니숲길을 아는 사람은 많지만 이름에 담긴 뜻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려니숲길은 사려니오름 가는 길이다. 사려니라는 이름도 실상은 오름에서 빌려왔다. 사려니숲길은 비 내릴 때 더욱 좋다고 한다.

 

오름에 오르면 제주가 보인다는 말이 있다. 오름에 오름으로서 진짜 제주다운 제주를 만날 수 있다는 의미로 보면 될 것 같다. 사실상 오름은 제주의 그 어떤 관광명소보다 더 제주다운 제주의 매력이 담겨 있는 곳이다. 오름 이야기를 담고 있는 <제주 오름 기행>을 보면서 많은 다양한 오름을 만났다. 제주도를 가게 된다면 꼭 한번 가보고픈 오름도 있었다. 사실 제주도를 여행하면서 오름은 몇 번 가봤지만, 이 곳이 오름인 줄 모르고 간 곳이 대부분이었다. 진작에 오름에 관한 책이 있는 줄 알았더라면 미리 공부를 하고 갔을텐데, 아쉬움이 남았다.

업무든 휴양이든 일 년에 1~2차례는 꼭 제주도를 방문하게 되는 것 같다. 그렇게 해서 다녀온 횟수가 제법 된다. 한 번, 두 번 제주도를 다니다 보니, 사람들이 들끓는 유명 관광지보다는 제주 본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으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썩 그리 많이는 닿지 않는 제주다운 제주를 찾게 되는 것 같다. 제주의 숨은 비경을 자랑하는 명소는 여러 곳이 있겠지만, 최근 주목받고 있는 각광지가 바로 올레 길 코스에 있는 명소와 오름들인 것 같다. 오름은 제주의 자연생태를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오름은 화산 분화구에 의해 생긴 야트막한 산을 의미하는데 제주도에는 이 오름이라는 이름의 산이 무려 368개나 있다고 한다. 올레길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오름, 오름이 가진 최고의 매력은 정상에 올라 제주도의 동서남북, 전후좌우를 마음껏 조망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리고 좋은 점은 맑고 깨끗한 제주의 청정 공기를 마음껏 들이키며, 겨우 30~40분 정도면 야트막한 정상에 올라 시시때때 변화무쌍한 제주의 다양한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368개의 제주 오름 중에서 여행자가 한 번쯤 들러보면 좋을 오름 40곳을 소개하고, ‘나다(화산 그리고 오름)’, ‘살다(사람 그리고 오름)’, ‘들다(숲 그리고 오름)’, ‘걷다(올레 그리고 오름)’, ‘울다(김영갑 그리고 오름)’의 다섯 개 주제로 분류해 놓고 다양한 이야기와 사연, 사진 등을 담고 있다. 사진이 주는 오름의 이미지는 보는 순간 직접 가서 보고 싶을 정도로 대단히 강렬했다.

가만 생각해보면, 일 년 사시사철 가운데 여행하기 가장 좋은 적기가 바로 지금 이 맘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여행이라는 단어를 연상하면, 나도 모르게 머리 속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이 바로 제주도이다. 산이 있고, 바다가 있으며, 천혜의 자연경관이 빚어낸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꼽으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두말 않고 제주를 꼽을 것이다. 물론 과거에는 비싼 항공료 때문에 제주 여행도 큰 마음먹고 가야했지만, 지금은 KTX 운임비 보다 더 저렴한 저가항공료에 다양한 게스트하우스, 펜션 등의 저렴한 숙소와 가격 착한 다양한 먹거리 거기다 입장료 없는 아름다운 곳도 많아서 최소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누리며 아름다운 제주를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용눈이 오름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의 바람.

몇 년 전 송중기와 박보영이 열연해서 화제가 되었던 영화 <늑대소년>의 촬영지 중 한 곳이 바로 이 곳 용눈이오름이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온갖 매체에서 가장 자주 보이는 오름이 바로 이곳이라고 한다. 유명해지다보니, 오름 아래에는 화장실과 매점을 갖춘 주차장까지 생겼다고 하는데, 나중에 제주에 가게 된다면, 이 곳 오름은 꼭 한번 올라가 보고 싶다.

 

성산일출봉도 오름이다. 그러나 성산일출봉은 오름 이상의오름이다. 클래스가 다르다.

바다를 노려보며 성채처럼 우뚝 선 이 화산암 덩어리의 의의와 가치는 낱개의 오름이 감당할 수준과 범위를 한참 넘어선다. 누구나 성산일출봉을 아는 것처럼 말하지만, 성산일출봉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성산일출봉의 원래 이름은 성산(城山)이다. 산이 성처럼 서 있어서 성산이다. 조선시대 많은 문인들이 이 곳 성산에 대한 감상을 글로 남겼으며 얽힌 전설만 해도 책 한 권 분량은 거뜬히 된다고 한다.

 

<제주, 오름, 기행>을 읽으면서 책에 정성이 가득 담겨 있다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왜 그런가 곰곰히 생각 해 봤더니, 이 책에는 오름만 있는 게 아니고, 사람, 사람이 있었다. 저자에게 오름의 존재를 알려준 지금은 고인이 된 어느 사진작가가 있었고, 제주 올레 길을 연 여인이 있었으며, 가난했던 시절 소 그림을 그렸던 예술화가도 있었다. 제주와 관련이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 제주만의 역사와 문화, 숨결 등이 마음을 짠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건 눈이 아니라 귀로 쓴 이야기였기에, 손이 아니라 발로 쓴 이야기였기에, 또 하나 정작 중요한 것은 이 책에 나오는 많은 이야기들이 길에서 만나 허다한 인연에 의해 얻어 진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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