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깊어 시와서 산문선
나쓰메 소세키.다자이 오사무 외 지음, 박성민 옮김 / 시와서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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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여름이 타고 남은 것

여름은 샹들리에, 가을은 등롱. - P19

나는 지금까지 소위 선종의 깨달음이라고 하는 것을 오해하고 있었다. 깨달음이란 어떠한 경우에도 아무렇지 않게 죽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깨달음이란 어떠한 경우에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 있는 것이었다. - P87

인간은 어느 정도의 극한까지는 고통을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상상한 극한의 고통이 나 자신의 몸에 찾아올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한다. - P92

미에키치의 소설에 따르면 문조는 "치요치요"하고 운다고 한다. 그 울음소리가 꽤 마음에 들었던지 미에키치는 "치요치요"하고 몇 번이나 써넣었다. 어쩌면 ‘치요‘라는 여자에게 반한 적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 P109

꽤 오래전 어느 가을밤의 추억이다. 솨아 솨아, 바람이 불고, 별이 모닥불처럼 깜빡이는 밤이었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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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은 단정하게 - 볼티모어 부고 에세이
매리언 위닉 지음, 박성혜 옮김 / 구픽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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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어머니는 혼자서 일곱 아이들을 키우며 풀타임으로 일했다. 친구는 장녀인 동시에 동생들의 두 번째 엄마였다. 어린 시절을 이렇게 보낸 여자들이 훗날 가정을 꾸리지 않는건 어찌 보면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은 이미 다 겪고 난 일일 테니까. - P37

여든 살이 되면 많은 것들로부터 멀어진다. 힘든 결정들, 어려운 시기, 후회, 이 모든 게 이제는 멀리 떨어져 있다. - P80

‘암과의 짧은 투쟁‘이었다고 부고는 전했다. 예순다섯 살은 너무 젊은 나이였지만 짧은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구나 싶다. - P84

엄마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쥐었던 걸 내려놓아야 하는 수많은 순간들로 이루어진다. - P131

그는 무슨 일이든 제시간에 맞추는 법이 별로 없었고, 물려받은 재산이라도 있는 것처럼 돈을 썼고, 글쓰는 속도가 느렸으며, 성적 욕망이 강했다. 또 그는 레스토랑에서 늘 특별한 주문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초콜릿 케이크 한 조각을 다시 전자레인지 앞으로 보내면서 웨이터에게 살짝 녹여 달라고, 조지아 사투리로 말하는 식이었다. 그의 단골 가게들은 그가 오면 바로 얼음물과 얇게 썬 레몬 여덟 조각을 테이블로 가져다줬다. "내가 온 걸 아네요." 그가 설명했다. - P181

그녀는 어딜 가든 그 개를 데리고 다녔다. 마치 볼티모어가 파리인 것처럼 함께 다녔다. 그리고 1년에 몇 달은 진짜 파리에 가 있었다. 아마 파리에서는 식당이나 극장에 개를 데리고 갔을 때 덜 거부당하지 않았을까 싶다. 개와의 동반 입장이 허락되지 않을 때 그녀는 답했다. "알았어요, 젠장!" 그러곤 티켓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집으로 갔다. - P184

록 스타는 두 부류로 나뉜다. 그 사람이랑 같이 자고 싶거나 그 사람처럼 되고 싶거나. - P81

그러나 어쨌든 나는 중요한 지점을 깨달아 가기 시작했다. 예술과 혁명에 관한 거창한 생각들이 얼마나 쉽게 자기 파괴라는 어리석은 로맨스에 물드는지. - P166

세면대 위의 커다란 거울을 들여다보자 어머니가 그곳에 있었다. 부모를 잃은 사람이라면 아마 그 느낌을 알 것이다. 그들의 존재를 물리적으로 느끼는 것, 분리된 실체나 유령이 아니라 내 피부 아래에 일종의 층을 이룬 느낌. 얼굴 근육이든 어깨든 손이든 그 아래에 존재하는 것. 부모를 막 잃고 힘들었던 시절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시간이 흐르면서 얻은 위안과도 같은 것.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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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봄 2022 소설 보다
김병운.위수정.이주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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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이야기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일치할 때 비로소 한 문장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해요.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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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봄 2022 소설 보다
김병운.위수정.이주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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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혜 작가님이 궁금해서 읽었고 완전히 압도되었다. 시대가 요구하는 이야기를 이렇게 우아하게 풀어낸 한국단편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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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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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서툰 초기 단편들 사이에서 빛나는 한 편 ‘헛간을 태우다‘. 실망스러운 나머지 작품들을 다 만회하고 남을만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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