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은 로맨틱 코미디
노라 에프런 지음, 박산호 옮김 / 브리즈(토네이도) / 2007년 5월
절판


내 진정한 열정은 아파트에 집중됐다. 성인이 된 이래 가장 암울한 시절, 아파트 덕분에 구원받았다고 난 진심으로 믿고 있었다.-61쪽

아, 내 나이 26살 한창일 때 1년 내내 비키니를 입고 지낼 것을.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아직 20대라면 지금 당장 나가서 비키니를 사 입으라고 충고하고 싶다. 34살이 될 때까지는 그 비키니를 절대 벗지 말기를.-18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남자의 자리
아니 에르노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4월
구판절판


물질적 필요에 얽매였던 삶을 그리려고 할 때, 내겐 예술의 편을 들 권리도, 무언가 <굉장히 재미있다>거나 <감동적인>것을 만들 권리도 없는 것이다. 나는 아버지의 말과 행동과 취향, 그의 생애의 주요 사건들, 나도 함께한 바 있는 그 삶의 모든 객관적 표징을 모아 볼 것이다.-21쪽

난 내가 사는 아파트와 루이 필리프풍의 시크리터리 책상, 빨간 벨벳의 소파며 하이파이 오디오 세트 등에 대해 얘기했다. 얼마 안 있어 그들은 더 이상 내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그 자신은 모르는 사치를 내가 누릴 수 있기만을 바라며 나를 키웠던 아버지는 흐뭇해 했지만, 던롭필로 가구나 옛날 서랍장 같은 것은 그에게 내 성공을 확증해 주는 것 이상의 다른 의미는 없었다. 이 모든 걸 요약하듯 그는 말하곤 했다. 그럼! 너희들은 당연히 누려야지!-111쪽

그는 나를 자전거에 태워 학교에 데려다 주곤 했다. 빗속에서도 땡볕 속에서도 저 기슭으로 강을 건네주는 뱃사공이었다.

그를 멸시한 세계에 내가 속하게 되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그의 가장 큰 자부심이요, 심지어는 그의 삶의 이유 자체였는지도 모른다. -12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 여자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5월
장바구니담기


나는 그녀의 사랑에 대해 확신했다. 또한 그녀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감자와 우유를 팔아 댄 덕분에 내가 대형 강의실에 앉아 플라톤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듣고 있다는 그 부당함에 대해서도.-66쪽

내가 집에 도착할 때면 그녀는 판매대 겸 계산대 뒤에 있었다. 손님들이 뒤를 돌아봤다. 어머니는 약간 얼굴을 붉히고 미소를 지었다. 우리는 마지막 손님이 떠나고 나서야, 부엌에서 키스를 나눴다. 여행과 학업에 관한 질문들. 그러고는 <빨랫감이 있으면 내놓으렴>, <네가 떠난 뒤로 신문들 다 모아 놨다>.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것은 더 이상 함께 살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보이는 친절, 거의 수줍음이라고 할 만한 것들. 여러해 동안 나와 그녀의 관계는 떠났다가 돌아감의 반복에 머물렀다.-67쪽

어머니는 자기 자체로는 사랑받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며, 자신이 주려는 것으로 사랑받기를 받았다. 우리 학업이 끝나는 마지막 해에는 재정적으로 우리를 도우려고 했고, 나중에는 우리가 무엇을 받으면 좋아할지에 대해 늘 염려했다.-72쪽

그녀는 자신이 살고 있는 삶이 아닌 삶을 꾸며 냈다. 파리에 가기도 했고, 금붕어 한 마리를 사기도 했고, 누군가 자신을 남편의 무덤으로 데려다 주기도 했다. 하지만 가끔씩 인식했다. <내 상태가 돌이킬 수 없게 될까봐 두렵구나> 혹은 기억했다. <나는 내 딸이 행복해지라고 뭐든지 했어.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걔가 더 행복한 건 아니었지>-102쪽

가공의 존재로서의 어머니가 실질적 부재로서의 어머니보다 더 강하게 다가오는 그 느낌이 아마도 망각의 첫 번째 형태이리라.-10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살을 할까, 커피나 한 잔 할까?
엘리엇 부 지음 / 지식노마드 / 2012년 6월
품절


삶에 지쳤다면 투정하지도 교만하지도 않으며 대화에 아무런 계략도 부리지 않는 죽은 사람들에게 의지하자.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46쪽

대부분의 사람들이 딱 해고되지 않을 만큼 열심히 일하고, 겨우 일을 때려치지 않을 정도의 급여를 받는다. 먹고살기 위해, 즉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순간 우리는 노예로 전락한다.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은 기차를 타는 것과 같다. 언뜻 당신이 시속 100킬로미터로 달린다고 착각하지만, 정작 100킬로미터로 달리는 것은 기차이고, 당신은 정지해 있을 뿐이다.(폴 게티)-51쪽

돈만 있으면 독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죽을 때까지 독립하지 못한다. 이 세상에서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줄 가장 확실한 담보물은 지식과 경험, 능력이다.(헨리 포드) -58쪽

돈은 추상적인 행복이다. 현실에서 더 이상 구체적인 행복을 누리지 못하게 된 사람들이 돈에 모든 것을 바친다.(쇼펜하우어)-59쪽

교육의 거대한 비밀은 허영의 대상을 정해주는 것이다(아담 스미스)-81쪽

늘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게 있다. 친절과 아량, 포용, 정직, 이해, 공감 등 우리가 칭송하는 인간의 자질을 우리 사회에서는 실패자들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교활, 탐욕, 소유욕, 인색, 자만, 이기심 등 우리가 혐오하는 온갖 특징을 두루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실패자의 자질을 칭송하면서도 성공이라는 결과를 원한다. (존 스타인벡)-105쪽

인생에는 두 가지 비극이 있다. 가슴 속 열정을 잃는 비극과 열정을 품는 비극. (조지 버나드 쇼)-107쪽

인간은 풀어야할 수수께끼와 같다. 이 수수께끼를 푸느라 일생을 다 보냈다고 해서 덧없이 시간을 낭비했다고 생각하지 말라. 나는 인간이 되고 싶어서 이 수수께끼를 연구하고 있다. (도스토예프스키)-108쪽

같은 일을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가 (알버트 아인슈타인)-110쪽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물다섯 살 이후에는 그냥 유령처럼 산다. (벤자민 프랭클린)

-111쪽

인생은 우리가 숨 쉬는 횟수가 아니라, 숨 막힐 정도로 멋진 순간들로 평가된다 (마야 안젤루)-114쪽

살므이 속도에만 정신을 팔다가 삶의 알맹이를 놓치는 어리석음. (간디)-125쪽

행복의 조건을 따지면 불행하고, 삶의 의미를 찾으면 더는 살지를 못한다. (알베르 카뮈)-145쪽

진리를 구하는 사람은 신뢰하되, 진리를 찾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의심하라. (앙드레 지드)-192쪽

예술의 목적은 영혼에서 일상의 먼지를 씻어내는 것이다. (파블로 피카소)-237쪽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이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유를 두려워하는 이유다. (조지 버나드 쇼)-291쪽

숭고한 사람은 보다 높은 이상을 기준으로 자기를 평가하고, 비천한 사람은 자기보다 아래 있는 것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전자는 열망을 낳고, 후자는 야망을 낳는다. 모든 죄는 열등감, 즉 야망에서 비롯된다. 야망은 가족을 외면하고, 감사의 마음도 앗아간다. 야망이 수많은 사람을 타락시킨다. 야망이 있는 사람은 가슴의 생각 따로, 혀의 생각 따로, 늘 이중의 생각을 준비한다. 보잘것 없는 권력, 약간의 헛된 명성, 몸을 누일 무덤, 잊힐 이름, 이것이 야망이 줄 수 있는 전부다. 야망이란 실패자의 마지막 도피처이다.

...안개에 싸인 미래로 나아갈 때는 두려움 없이 당당하라. 어둠을 두려워하는 아이는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 삶의 진정한 비극은 어른이 되어서 빛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두려움을 극복한 사람은 진정 자유로워지리라.-365쪽

어쩌면 사람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이해일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평범해지기 위해서 엄청난 정력을 쏟는 데도 이러한 진실을 아무도 모른다.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적어진다. 인생이 예술작품을 닮으면 좋을 텐데, 대개는 천박한 텔레비전의 판박이가 된다. 지식인의 말을 곧이곧대로 따른다면 절대로 연애를 할 수 없고, 우정도 나누지 못할 것이다. 세상을 냉소하게 되어 돈 버는 일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어차피 잘못될거야." ...그럼, 어떻게 살라고? 이런 쓰레기 같은 말은 쓰레기통에나 처박아 버려라. 늘 우리는 벼랑에서 뛰어내려야 하는 순간을 맞는다. 무조건 뛰어라, 떨어지는 동안에 날개를 만들면 된다. -369쪽

우울은 분노를 얇게 펼친 것이다 (조지 산타야나)
-389쪽

지루함은 모든 악의 근원이고, 삶에 대한 절망적인 불응이다. (키에르케고르)-399쪽

미숙한 사랑은 이렇게 말한다.
"(네가 필요해서) 사랑해."
그러나 성숙한 사랑은 이렇게 말한다.
"사랑해.(그래서 네가 필요해)"
-에리히 프롬-41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 위화, 열 개의 단어로 중국을 말하다
위화 지음, 김태성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위화의 소설을 눈물 줄줄 흘리며 읽은 적이 있다. 생의 온갖 역경을 헤치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노인이 하루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유일한 가족인 손주가 배고픔을 못 이겨 삶은 콩을 허겁지겁 먹다가 목이 막혀 죽은걸 발견하는 장면이었던가. 노인은 죽은 손주를 보고 통곡한다.(인생) 위화의 문장은 단순하고 간결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의 소설은 그 짧은 문장들로 무식하고 우스꽝스러운 주인공들의 캐릭터들을 묘사하며 경쾌하게 시작하지만, 결국엔 그 희극적인 모습과 대비되어 더 처절하게 느껴지는 비극을 던져준다.


위화의 소설을 몇 권 보고나선 더 이상 읽지 않았다. 단순히 너무 슬퍼서는 아니고, 그 슬픔의 원인을 제공하는 중국 사회의 광기와 어떤 맹목성이 어느 순간부터 무섭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저 사람들은 어쩌면 저럴수가 있지? 하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하지만 중국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었기에 '그냥' 중국이 그런가보다 하는 아주 손쉬운 방법으로 자체 이해를 끝내고 불편한 중국 현대 소설을 더 읽지 않았다. 근데, 이 책을 읽으니 그 불편함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이해가 된다. 


사실 그런 시대에는 한 개인의 운명을 결코 자기 것이라고 할 수 없었다. 모든 사람이 정치 상황의 파도에 따라 흔들렸고 자기 앞길에 행운이 기다리고 있는지 불행이 기다리고 있는지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


모두 나름의 최선을 다해 살지만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 단 하루도 장담할 수 없다. 어제의 혁명 영웅이 내일의 반혁명분자가 되어 거리에서 고깔을 쓰고 매를 맞을 수 있는 것이다. 내 운명이 내 것이 아닌 시대에서 살아간 수억명의 사람들에겐 내가 불편하게 느꼈던 그 광기와 맹목성이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였다. 아 그렇구나. 그랬구나. 하는 작은 깨달음.

위화의 소설은 운명에 휩쓸려 살아가는 소시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낭만이 아니라 구차함과 더 가까운 그런 운명의 이야기. 그리고 이 에세이는 그런 소설이 탄생할 수 있었던 20세기 중국, 이 시대를 증명한다.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에세이.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진 2012-10-28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안그래도 위화의 <인생>을 꼭 한 번 읽어보아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이 글을 읽으니 더 읽고싶은걸요 ㅎㅎ

LAYLA 2012-10-29 23:57   좋아요 0 | URL
인생 좋아요. 위화 소설 중에서 인생을 제일 좋아했던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