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엽 감는 새 1 - 도둑까치 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199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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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힘들지. 하지만 기다려야 할 때는 기다려야 한다구. 그동안은 죽은 셈치면 돼.

-옛날부터 용기가 없었어요?
-옛날부터도 없었고 앞으로도 아마 그렇겠지.
-호기심은 있어요?
-호기심이라면 조금 있지
-용기와 호기심은 비슷한 게 아닐까요? 용기가 있는 곳에 호기심도 있고 호기심이 있는 곳에 용기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글쎄, 분명 비슷한 점은 있을지도 모르지. 그리고 네가 말하는 것처럼 경우에 따라서는 호기심과 용기가 하나가 될 수도 있겠지.
-몰래 남의 집에 들어간다든지 할 경우에는요
-그렇지. 몰래 남의 집 정원에 들어간다든지 할 때는 호기심과 용기가 함께 행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그리고 때로 호기심은 용기를 불러일으키고 북돋워 주기도 해. 하지만 호기심이라는 것은 거의 대부분의 경우 금방 사라져 버리지. 용기 쪽이 훨씬 먼 길을 가야 한다구. 호기심이라는 것은 신용할 수 없는, 비위를 잘 맞춰 주는 친구와 똑같지. 부추길 대로 부추겨 놓고 적당한 시점에서 싹 사라져 버리는 거야. 그렇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혼자서 자신의 용기를 긁어 모아 어떻게든 해나가야 한다구.

인간의 운명이라는 것은 지나가 버린 후에 되돌아보는 것입니다. 앞질러서 보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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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 김영하의 인사이트 아웃사이트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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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이어지지 않을 죽음 후에는 전혀 무서워할 것이 없다는 사실을 진정으로 이해한 사람에게는 삶 또한 무서워할 것이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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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다 - 김영하에게 듣는 삶, 문학, 글쓰기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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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실패 전문가다. 소설이라는게 원래 실패에 대한 것이다. 세계명작들을 보라. 성공한 사람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노인과 바다의 노인은 기껏 고생해서 커다란 물고기를 잡는 데 성공하지만 결국 상어들에게 다 뜯기고 뼈만 끌고 돌아온다. 안나 카레니나의 안나와 마담 보바리의 보바리 부인은 자살하고 만다.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는 옛사랑을 얻기는커녕 엉뚱한 사람이 쏜 총에 맞아 젊은 생을 마감한다. 문학은 성공하는 방법은 가르쳐줄 수 없지만 실패가 그렇게 끔찍하지만은 않다는 것, 때로 위엄 있고 심지어 존엄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그러니 인생의 보험이라 생각하고 소설을 읽어라.

글은 한 글자씩 씁니다. 제아무리 빠른 사람도 글자 열 개를 한꺼번에 뿌릴 수 없습니다. 한 글자씩 한 글자씩 써야 단어가 만들어지고 이 단어들이 모여 문장이 됩니다. 그렇게 한 문장 한 문장이 차례대로 쌓여야 글을 끝낼 수 있다는 것은 의외로 중요합니다. 글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한 글자 한글자 쓰는데요. 이렇게 써나가는 동안 우리에게는 변화가 생기고 이게 축적됩니다. 우리 마음속에 숨겨진 트라우마나 어두운 감정은, 숨어있기 때문에 무시무시한 것입니다. 막상 커튼을 젖히면 의외로 별 볼일 없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차마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을 한 글자 한 글자 언어화하는 동안 우리는 차분하고 냉정하게 그것을 내려다보게 됩니다.

예술가는 될 수 없는 수백가지의 이유가 아니라 돼야만 하는 단 하나의 이유로 예술가가 되는 것입니다.

세계 문학사를 봐도 이민자 출신, 식민지 출신의 중요한 작가들이 참 많았거든요. 일본에서는 재일교포 작가들이 그런 역할을 했고요.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은 두 언어를 사용하는 부모 덕분에 언어적 감수성이 민감할 것이고 불안정한 상태에서 살아가느라 굉장히 예민하게 날카로운 자의식으로 아웃사이더의 시점에서 한국사회를 바라볼 거예요. 그에 반해서 토종 한국인 중산층 가정의 아이들은 지나치게 평준화되어 있어요. 아파트 단지에 사는 4인가족 혹은 3인 가족 속에서 학원에 다니며 아주 평균적이고 보편적인 삶을 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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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푸트니크의 연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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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소설에서 늘 걸렸던 건 여성독자로선 이해가 가지 않는 느닷없는 섹스로의 전개. 혹은 여성캐릭터와 관계를 맺는 꿈을 꾼다던지 하는 부분이 채식남 같은 남성화자와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 전개라고 생각했기에 개연성은 커녕 읽기가 불쾌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내 이야기를 들은 한 미국친구가 이 책을 말하며 "그런 불편함이 좀 덜한 책"이라 해서 읽어 보았다. 그리고 나는 첫 문장에서부터 빨려들어가고 말았다. 하루키의 에세이만을 좋아하던 내가 두번째로 하루키에게 반한 느낌. 젊은 시절의 그가 쓰는 문장은 지금의 쿨한 문장보단 미문에 가깝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대해서도 이제 조금은 더 이해를 할 수 있을 거 같다. 또, 이 책에서도 남자 주인공은 친구인 여자를 보며 참을 수 없는 강한 성육을 느끼고 발기를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 문맥이 이해가 되고 어찌보면 지극히 현실적인 서술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심지어 한 챕터의 마지막에선 이쯤에선 자위를 해야 할 것 같은데...란 생각까지 하였다.) 그것이 이 책에 한정된 감상인지, 아니면 독자로서의 내가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기 때문인지는 다른 책을 더 읽어봐야겠지만 지금 당장의 감상이라면 하루키가 스물아홉에 쓰기 시작한 그의 소설을 나는 스물아홉이 되어서야 겨우 이해를 하는건가 싶은. 어쨌든 그의 모국어에 가장 가까운 언어가 나의 모국어인 탓에, 원문에 가깝게 그의 글을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을 하였다. 뉴요커 친구가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문판은 분명 내가 읽은 하루키와는 다른 작품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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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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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가치 있게 만들려면 위험하게 살아야 해.

애국가 가사 알지? 거기서 뭐라고 해? 하느님이 보우하는 건 내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야. 만세를 누리는 것도 내가 아니라 대한민국이고. 나는 그 나라를 보전하기 위해 있는 사람이야. 호주 국가는 안 그래. 호주 국가는 "호주 사람들이여, 기뻐하세요. 우리들은 젊고 자유로우니까요."라고 시작해. 그리고 "우리는 빛나는 남십자성 아래서 마음과 손을 모아 일한다."고, "끝없는 땅을 나눠 가진다."고 해. 가사가 비교가 안 돼.

밥을 먹는 동안 나는 행복도 돈과 같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 행복에도 자산성 행복과 현금흐름성 행복이 있는 거야. 어떤 행복은 뭔가를 성취하는 데서 오는 거야. 그러면 그걸 성취했다는 기억이 계속 남아서 사람을 오랫동안 조금 행복하게 만들어 줘. 그게 자산성 행복이야. 어떤 사람은 그런 행복 자산의 이자가 되게 높아. 지명이가 그런 애야.`내가 난관을 뚫고 기자가 되었다.`는 기억에서 매일 행복감이 조금씩 흘러나와 . 그래서 늦게까지 일하고 몸이 녹초가 되어도 남들보다 잘 버틸 수 있는거야.

어떤 사람은 정반대지. 이런 사람들은 행복의 금리가 낮아서. 행복 자산에서 이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이런 사람은 현금 흐름성 행복을 많이 창출해야 해.그게 엘리야. 걔는 정말 순간순간을 살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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