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아무나 쓰지 못하는 잘 쓰여진 글임은 잘 알겠는데 그닥 와닿지 않는다. 낯선 나의 모습이라는 소재는 이미 너무 진부한 것이 아닌지. 체스터턴의 `목요일이었던 남자`를 생각나게 하는 분위기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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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그림자 - 김혜리 그림산문집
김혜리 지음 / 앨리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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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키드가 아닌지라 김혜리의 글은 처음 읽어보았다. 섬세한 문장을 만들고자 집어넣은 다소 생경한 단어들이 중간중간 걸리기는 하였지만 손발이 오그라드는 종류의 문장은 아니었다. 글로 따지자면, 김혜리는 어울리지 않는 엉뚱한 단어들을 짝지워 주는데 재능이 있는 것 같다. 전체로서의 문장이 안좋은 건 아니었지만 그것보다 더 마음을 붙잡은 건 글 한토막 한토막의 제목들이었다. 감각적인 하이쿠 같은 그 제목을 몇초간 음미하고 본 글을 읽어나갔다.

마음에 들었던 제목들은

 

느리고 고된 섬광
몽상가를 사랑한 현실주의자
아늑한 황량함

 

등등


단순히 그럴듯한 단어만 조합해 놓은게 아니라, 그림에서 자신이 느낀 복잡미묘한 감정을 심플한 단어 몇개에 응축시키는 힘이 좋았다.능력자네. (글을 읽어보시면 무슨 말인지 아실듯)


책에 대해 말하자면 그림을 이야기 하는 책이라기 보다는 김혜리란 사람의 취향력을 보여주는 책이고 그것이 이 책이 다른 책들과 차별화 되는 지점이다. 김혜리의 안목이 아니었으면 무심히 지나쳤을 작품들을 그녀만의 시선으로 읽어낸다.

 

뭐 어떤 그림책인들 저자의 주관성이 담기지 않았겠냐마는 김혜리의 주관성이 좋은 건 여러가지 의미로 그림 앞에 쫄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작가의 재능앞에 홀리지 않고, 태산 같은 미술사에 기죽지 않고, 그림을 마음으로 보되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는 태도. 냉소하지 않으면서 그런 적당한 태도를 취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에 아 이 언니는 정말 어른이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이란 이름으로 쏟아져 나오는 그 무엇들이 이 정도 수준만 지켜준다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울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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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4 17: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알케 2011-12-14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혜리기자의 글이 가장 반짝일 때는 인터뷰...
지금 말고 5년 전 무렵의 GQ 편집장 이충걸의 문장을 뛰어 넘고
이동진을 찜쪄먹죠 ㅎㅎ

LAYLA 2011-12-14 22:33   좋아요 0 | URL
아..인터뷰를 봐야겠군요.
이 한권만 봐도 이충걸이랑은 비교가 안된단건 알겠어요. 감수성 넘치는 십대에 이충걸을 보고도 오그리토그리 했었으니..
 
그림과 그림자 - 김혜리 그림산문집
김혜리 지음 / 앨리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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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고 고된 섬광

불꽃놀이란 대개 군중 속에 섞여 보게 되지만 개인의 내밀한 기억으로 애장된곤 한다. 왜일까? 우선 소중한 사람과 함께 구경하는 일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예고된 불꽃놀이를 부러 탐탁지 않은 사람과 보러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63쪽

몽상가를 사랑한 현실주의자

돈키호테는 사회가 꿈꾸기를 허용하지 않을 때 그 거대한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개인이 오히려 윤리적일 수 있음을 주장하는 문학적 마스코트다.-76쪽

작가 다이앤 애커만은, 우리가 극소수의 사람들만을 머리카락의 길이 안으로, 즉 위험과 낭만의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허락한다고 쓴 적이 있다. -81쪽

아늑한 황량함

많은 첫 번째 소설이 저녁상을 치우고 난 식탁 위에서 쓰인다는 이야기가 있다. 부엌에서 태어난 소설들은 서재에서 집필된 작품과는 다른 향을 품고 있을 것이다. 영국 랭커셔 출신의 화가 로런스 S.라우리는 60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밤 10시부터 새벽2시 사이에 그림을 그렸다. 아버지가 빚을 남기고 떠나자 그는 생계를 위해 회사를 다니며 밤마다 어머니가 잠든 다음에야 붓을 들었다. 화가는 이렇게 회상했다.

"고독하지 않았다면 한 장도 그리지 못했을 것이다."

라우리는 1910년 한 부동산회사의 임대료 징수원으로 취직해 42년 동안 장기근속하며 작품 활동을 병행했다. 라우리가 30대에 발견해 말년까지 꾸준히 천착한 화재는 평생 살았던 잉글랜드 북부 공업도시의 풍경이었다. 물론 그는 본인과 이웃의 생활을 통해 노동이 무엇인지 익히 아는 화가였다. -83쪽

우리는 한 인간의 장점이 그를 망치고 결핍이 그를 구원하는 예를 많이 알고 있다. -135쪽

외설적인 고독

잊기 위해 마시고, 기념하기 위해 마신다. 스스로를 치하하려 마시고, 벌하려고 마신다. 타인과 어울리기 위해 마시고, 철저히 혼자가 되고 싶어서 마신다. 우리는 수천의 핑계를 싸들고 술에 투항한다. 술은 행복과 불행, 섹시함과 분노를 모두 부풀리기에, 아주 잠시나마 삶이 꽉 차 있는 듯한 감각을 준다.-1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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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비밀 - Secrets, Objects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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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이 오그라들긴 하지만 주류 영화가 절대 그리지 않는 40대 여성의 판타지를 그려낸단 점 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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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1 2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올 댓 드라마티스트 - 대한민국을 열광시킨 16인의 드라마 작가 올댓시리즈 2
스토리텔링콘텐츠연구소 지음 / 이야기공작소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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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세요, 그것도 많이 읽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이것이 곧 작가로서의 밑천이고 재산입니다. 특히 고전을, 모든 세계 문호들의 책을 섭렵하세요. 현대 문학도 훑으세요. 그다음에는 모든 분야의 책을 다 읽으세요. 책이라고 생긴 것은. 드라마 작가의 작업에 필요한 책이 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읽어 여러분의 창고 숫자와 크기를늘리세요. 이것이 곧 작가로서의 내공입니다. -김수현-15쪽

드라마 작가가 끝까지 붙들고 매달려야 할 것은 무엇인가? 건강하고 아름다운 인간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전들이 무엇이겠습니까? 역시 본질에 대한 가르침 때문이겠죠. 드라마도 결국은 인간의 본질을 파고드는 작업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풍조나 시류를 신경 쓰지 마세요. 좋은 대본이면 됩니다. 행여 자극적이고 엽기적인 것으로 작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그런 생각도 버리세요. 결코 되지도 않고 되어서도 안 되는 일입니다. 작가는 자기 작품에 창피해하지 않아야 합니다. 지능이 낮은 콩쥐팥쥐, 인생을 날로 먹자고 덤비는 신데렐라...그런 걸 써서 사람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요? 엉성하게 작업하지 마십시오. 드라마는 세공으로 여겨야 합니다. - 김수현-21쪽

그녀는 자신이 드라마 작가가 된 이유가 미련해서라고 생각한다. 2박 3일 동안 앉아서 드라마 대사 한 줄 고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대본의 전체 신을 60개라고 할 때, 그중 40개는 극 진행상 저절로 써지는 신이다. 문제는 20신이다. 그 나머지 20신은 어쩔 수 없이 쩔쩔매게 된다. - 이선희-98쪽

그녀에게 가족은 그런 의미다. 연인끼리 입 맞추고 손잡고 하는 것도 좋지만 부모 형제와 같이 뒹굴고 웃는 행복도 참 좋다고, 그런 기억들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다고 말한다. 무슨 짓을 해도 이해하고 용서가 되는 가족이기에, 가족과 함께한 어려웠던 시절은 아픔이라기보다 그리움으로 남는다.-174쪽

영화는 관객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읽지만, 드라마는 오히려 조금은 관조적이라고 할 수 있지요. 훨씬 더 감정에 기대는 장르이고. 영화와 드라마의 차이? 글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제 생각으로는 영화는 하고 싶은 얘기를 하고, 드라마는 하고 싶은 얘기까지 해야 하는 차이라고나 할까요? 한 인간의 바닥까지 들여다보는, 인성을 드러내기엔 드라마가 더 강하다는 생각입니다. - 박계옥-1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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