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해도 괜찮아 - 나와 세상을 바꾸는 유쾌한 탈선 프로젝트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장바구니담기


세상에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건 차가운 진실입니다. 그걸 알면 세상이 스산하게 느껴지죠. 그런데 그 진실이 주는 자유가 있습니다.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들의 반응에 일일이 신경쓸 필요는 없으니까요.-105쪽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에너지가 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전달되는 내면의 힘 같은 거죠. 앞서 말씀드린 '궁합'도 아마 이런 에너지 사이의 일치를 지칭하는 단어일 겁니다. '헤어질 수 있는 용기'를 갖는 다는 것은 상대방과 독립된 인격체로서 자기 위치를 확보한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그런 용기 또는 에너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에게 전달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우습게도 그런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관계를 유연하게 지속시킬 수 있습니다. 관계를 유지하는 데는 관계를 끝장낼 용기가 필요하다는 말씀입니다. 이 원칙은 거의 모든 관계에 적용됩니다. -120쪽

이런 결기, 눈빛, 에너지는 인간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여전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런 결기, 눈빛, 에너지는 한순간의 결단이나 기교로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헤어질 수 있는 용기, 관계를 끝장낼 수 있는 용기는 근본적으로 '혼자 서는 용기'와 연결됩니다. 애인과 헤어지지 않으려면 헤어질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직장상사와 좋은 관계를 이어가려면 그 관계를 끝장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데 필요한 것은 절교할 수 있는 용기입니다. 혼자 있고 싶지 않다면, 혼자 있을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혼자 있을 때 행복한 사람만이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인생의 슬픔과 묘미가 있습니다.-124쪽

"흔히 조기교육, 영재교육이 우수한 과학자를 만들어낼 거라고 생각하잖아. 그래서 과학고도 만든 거고. 근데 그거 완전히 착각이야. 너 창의성이 뭔지 아니? 남과 다른 생각을 하는 거지. 그런데 창의성이 과학고에서 만들어질 것 같아? 전혀 아니야. 창의성이란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남과 다를 수 있는 용기'야. ...새로운 이론에는 늘 소극적이지. 창의적이 되려면 당연히 용기가 필요해. 그런데 조기 교육, 영재교육이 그런 용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봐."-209쪽

커피숍에 앉아 있는 남녀들의 성기 사이의 거리가 1미터를 넘지 않는구나. 그런데 참 용케도 그걸 감추고 살고 있구나. 사람의 인생이라는 게 결국은 그 거리를 마이너스 10센티미터로 바꾸기 위한 노력이구나!-228쪽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호텔 장부를 비롯한 여러 증거를 들이대며 추궁하면, 한쪽이 먼저 자백하기 마련입니다. 문제는 그렇게 먼저 자백하는 쪽이 거의 예외없이 여성이라는 겁니다. 무서워서가 아니라 조사받으면서 느긴 비루함, 덧없음 때문에 어느 순간 "그래,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다, 그래서 한번 했다, 처벌할 테면 하라"고 자백한다는 얘기죠. 그렇게 먼저 자백하고 나서는 모든 것을 털어낸 자유로운 모습, 당당하고 맑은 얼굴로 조사를 받는다고 합니다. 그와 반대로 남자들은 끝까지 "손만 잡았다, 절대 그런 일이 없었다, 오해다"라며 버티고, 나중에는 "저 여자가 유혹해서 그렇게 되었다"는 너저분한 변명을 늘어놓는 경우도 많답니다.-281쪽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licia 2012-06-11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얘기의 반복이 아닐까 싶어서 망설였는데 레일라님 밑줄긋기 땜에 읽고싶어졌어요! ㅎㅎ

LAYLA 2012-06-13 02:55   좋아요 0 | URL
알리샤님이 보시기엔 같은 얘기의 반복..네 맞습니다 ㅎㅎ 같은 이야기를 좀 귀엽게 하시지요 ㅋ

프레이야 2012-06-11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재미나게 읽었어요. 생각해볼 거리도 많더군요.
228쪽의 저 대목도 놀라운, 드러내어 생각해보지 않고 말하지 않았던 진실,
욕망의 거리랄까요.ㅎㅎ

LAYLA 2012-06-13 02:58   좋아요 0 | URL
네 놀라운 통찰인데 확실히 여자들은 짚어내지 못할 부분 같더라구요 ㅋㅋㅋ

반딧불,, 2012-06-14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걸, 블로그에서 매번 즐겨봤어요.
전 헌법의 풍경(?):요사이 거의 모든 것이 떠오르지 않는 병에 걸린 관계료^^;;
이후로 팬인지라. 정확한 판단은 안서지만 뭐 김두식님 글 참 좋죠???

LAYLA 2012-06-15 00:03   좋아요 0 | URL
나이 먹은 잘 나가는 남성이 조심스럽게 풀어놓는 이야기의..그 태도가 참 좋달까요? 귀여워요. 확신으로 가득찬 자기계발서에서 튀어나온 듯한 사람은 싫더라구요. ㅎㅎ 같은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요.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 장영희 교수의 청춘들을 위한 문학과 인생 강의
장영희 지음 / 예담 / 2012년 4월
품절


나는 한 시간의 독서로 누그러들지 않는 어떤 슬픔도 알지 못한다
- 몽테스키외-13쪽

"그래서 전쟁과 평화가 무엇에 대한 이야기이든? 그리고 무얼 느꼈지?"
조카는 순간 당황했는지 잠깐 생각하더니 눈을 반짝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응, 전쟁은 나쁘다고."
그것은 너무나 간단하고 엉성한 대답이었지만 완벽하게 정확한 답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 말을 하기 위해 톨스토이는 5백 명이 넘는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여러 가지 갈등이나 사랑의 관계, 상황 등을 설정해서 '전쟁이 나쁘다'는 것을 좀 더 비유적으로, 좀 더 아름답게, 좀 더 간접적으로 , 좀 더 감동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호소하고 이야기한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문학의 본질입니다. 그러니까 좀 더 재미있는 방법으로 우리에게 삶의 진리를 제시하는 것, 그것이 바로 문학입니다.-29쪽

남북전쟁이 북쪽의 승리로 끝나고 노예 해방이 되었을 때 링컨 대통령은 <엉클 톰스 캐빈>을 쓴 해리엇 스토 부인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당신이 바로 그 거대한 전쟁의 원인이 된 작은 여인이시군요."-37쪽

미국에서 공부할 때 저는 부전공으로 '비소설 쓰기'를 선택했습니다. 넓게 말하면 수필도 거기에 해당됩니다. 그런데 그러한 글을 쓸 때 철칙으로 얘기하는 것이 대문자 Man(인류나 인간) 에 대해서 쓰지 말고 소문자 man(한 남자)에 대해서 쓰라는 것입니다.-83쪽

미국의 유명한 경영대학원에서 한 교수님이 시간 쓰는 법에 대해 특강을 했습니다. 교수님이 항아리 하나를 탁자에 올려놓고 주먹만한 돌들을 집어넣기 시작했습니다. 항아리 위까지 돌이 차자 교수님이 물었습니다.
"이 항아리가 가득 찼습니까?" "네"
이번엔 항아리를 흔들어 가며 자갈을 채웠습니다.
"이제 가득 찼습니까?" 학생들은 다시 "네"하고 대답했습니다. 교수님은 다시 모래를 가득 붓고 물었습니다.
"이제는 가득 찼지요?" "네"
그러자 교수님은 물을 항아리에 가득 부었습니다.
"지금 내가 여러분에게 보여준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학생 중 하나가 손을 들고 말했습니다.
"아무리 스케쥴이 꽉 찼다 해도, 언제든지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닙니다" 교수님은 대답했습니다.
"항아리에 자갈이나 모래를 먼저 집어넣으면 큰 돌은 결코 집어넣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인생의 큰 돌, 즉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십시오. 그리고 그것을 우선적으로 여러분의 마음 항아리에 집어넣으십시오."
-111쪽

내가 살아 보니까 내가 주는 친절과 사랑은 밑지는 적이 없습니다. 내가 남의 말 듣고 월급 모아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한 것은 몽땅 망했지만, 내가 무심히 또는 의도적으로 한 작은 선행은 절대로 없어지지 않고 누군가의 마음에 고마움으로 남아있습니다. 소중한 사람을 만나는 데는 1분이 걸리고 그와 사귀는 데는 한 시간이 걸리고 그를 사랑하게 되는 데는 하루가 걸리지만, 그를 잊어버리는 데는 일생이 걸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니 남의 마음속에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것만큼 보장된 투자는 없습니다. 사람은 단지 인에서 끝나지 않고 인간, 즉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형성되어야 그 존재 의미가 있습니다.-121쪽

삶은 해답 없는 질문이지만 그 질문의 위엄성과 중요성을 믿기로 하자
-테네시 윌리엄스-125쪽

너희 아버지가 대단히 훌륭한 사람이란 건 아니야. 윌리 로우맨은 큰돈을 번 일도 없고, 신문에 이름이 난 적도 없어. 하지만 그러니까 소중히 대해 드려야 해. 늙은 개처럼 객사를 시켜서는 안 돼.
-세일즈맨의 죽음-137쪽

안타까운 것은 아직 우리나라 문단이나 독자들 사이에 수필에 대한 인식이 별로 높지 못하다는 거예요. 미국이나 다른 서양 문화권에서는 수필을 뚜렷한 자기 정체성을 가진 하나의 문학 장르로 평가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아요. -14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옥수수와 나 - 2012년 제36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김영하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2년 1월
장바구니담기


"별은 빛나고 우리들의 사랑은 시든다. 죽음은 풍문과도 같은 것. 귓전에 들려올 때까지는 인생을 즐기자."-87쪽

옛날에도 이런 순간들이 있었다. 미경은 찾아와 울고, 들어보면 바오로 얘기였다. 바오로가 찾아와 우는 때도 있었는데 들어보면 미경 얘기였다. 그들은 털어놓아야 할 뭔가가 있었다. 나는 그들이 부러웠다. 나에겐 누군가의 영혼에 어둠을 드리울 그 무언가가 없었다. -95쪽

마음속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는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장 잘 알게 되는 것은 자신이 쓴 소설을 통해서입니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왜 그 소설을 썼는지를 알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문학을 자기 구원의 예술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116쪽

그녀의 현재의 허물 같은 지나간 모든 시간을 내던지듯 최의 가슴에 안긴다. 이 순간의 선택으로 앞으로 꽤 긴 시간을 끊임없는 후회 속에서 소모하겠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어제 같은 오늘보다는 후회라도 할 수 있는 하루하루가 더 인간적일지 모른다는 단순한 변명에 그녀는 한 번만 더 기대보고 싶었다.-280쪽

네가 스무 살 때는 이런 슬픈 일이 생길 거야. 하지만 걱정 말렴. 그 일이 계기가 되어 너는 몇 년 후, 그 일이 계기가 되지 않았으면 도저히 경험하지 못할 어떤 기쁨을 누릴 테니까. 하지만 그 서른 살을 지나치게 기뻐하지 말렴. 넌 또 그 일이 계기가 되어 슬픈 일을 겪을 거니까. 그렇지만 너무 울지 말렴. 그게 씨앗이 되어 너에겐 다시 좋은 일이 생길 테니까. 원래 인생이란 그런 거지...-34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윤정 옮김, 무라카미 요오코 사진 / 문학사상사 / 2001년 4월
구판절판


증류소마다 나름대로의 증류 레시피를 가지고 있다. 레시피란 요컨대 삶의방식이다.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 것이나에 대한 가치 기준과도 같은 것이다. 무언가를 버리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45쪽

"내가 위스키 만드는 일을 좋아하는 까닭은 그것이 본질적으로 낭만적인 직업이기 때문이지." 하고 짐은 말한다. "내가 지금 이렇게 만들고 있는 위스키가 세상에 나올 무렵, 어쩌면 나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지도 몰라. 그러나 그건 내가 만든 위스키거든. 정말이지 멋진 일 아니겠어?"-50쪽

아일레이는 풍요롭고 아름다운 섬이지만, 거기에는 고요한 슬픔과도 같은 것이 떨쳐 낼 수 없는 해초 냄새처럼 끈끈히 배어 있다. 여행을 하면서 언제나 이상하다고 느낀 것이지만, 세상에는 섬의 수만큼 섬의 슬픔이 있다.-62쪽

내가 경험한 바로는, 술이라는 건 그게 어떤 술이든지 산지에서 마셔야 가장 제 맛이 나는 것 같다. 그 술이 만들어진 장소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좋다. 물론 와인이나 정종도 마찬가지다. 맥주 역시 그러하다. 산지에서 멀어질수록 그 술을 구성하고 있는 무언가가 조금씩 바래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흔히 말하듯이, "좋은 술은 여행을 하지 않는" 법이다. -130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춤추는인생. 2012-05-27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일라. 먼북소리 읽어봤어요? 갠적으로. 하루키여행기중에 요거 최고였어요 ^^. 나두 하루키처럼 그리스외딴섬에 앉아 생선도 구어먹고 맥주도 마시고파요 ~.

2012-05-29 0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남자의 일생 3
니시 케이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11월
품절


독특한 개성이 있는 아이는 어릴 때는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운 법이죠. -13쪽

혼자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야. 혼자가 싫어서, 하지만 둘이 있는 것에도 자신이 없었던 것 뿐이야..-16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