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자유를 위한 정치 - MB를 넘어, 김대중과 노무현을 넘어
손호철 지음 / 해피스토리 / 2010년 2월
품절


문득 인종차별이라는 구조적 폭력을 고발해온 진보적인 흑인 레게가수 피터 토시의 노래가 떠오른다
"우리는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정의이다"-228쪽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에 따르면 현재 우리사회의 시간강사는 약 7만 명으로 이들이 현재 대학강의의 약 절반가량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들 7만명 중 80%는 강의로 생계를 유지하는 전업강사라는 사실이다. 게다가 시간 강의마저 얻기가 어려워 이들은 평균 주 4.2시간의 강의를 하고 한 달 평균 40만 6000원의 강의료를 받아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238쪽

중산층은 민주당의 집권기간인 1997년에서 2006년 사이에 61.1%에서 53.4로 7.7% 줄어들었다. 그리고 53.4%는 OECD평균에 비해 20% 정도 낮은 수치이다. 반면에 하류층은 34.6%에서 45.2%로 10.6%나 늘어났다.-3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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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공간>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역사의 공간 - 소수성, 타자성, 외부성의 사건적 사유
이진경 지음 / 휴머니스트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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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규교육과정에서 배운 '역사'는 무엇일까? 획일적으로 만들어진 교과서를 벗어나 배운 대학 교양 근현대사 수업은 무엇이었나? 보다 근본적으로-역사를 '배운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시간의 순서에 따라 정리된 일련의 중요한 사건들, 그 속에서 인과관계의 고리를 찾아 이해하고 여러 역사적 순간 속에서 어떠한 보편성을 찾아내는 것이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시간 순서대로 정리된 일련의 사건들'이라는, 내가 믿어왔던 역사의 정의 자체를 부정한다면?  

저자 이진경은 지금까지 우리에게 익숙하게 받아들여지던 바로 이러한 인식, 역사의 총체성을 거부하며 새롭게 역사읽기를 시도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맑스주의 역사관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부분이었다. 그는 맑스주의 역시 역사를 선형적으로 보는 기존의 관점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독자들에게 물음을 던진다. "생산력의 발전이란 관점에서만 보자면 식민지화 된 아프리카의 생산력은 분명 예전보다 발전되었다. 이걸 우리는 역사의 '발전'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여기 저기 쓴 글을 모아서 두서없게 느껴지기도 하고 하나로 챡-정리되어 감기는 책은 아니지만 이런 의문을 제기하는 학자답게 역사를 그냥 역사로 놔두지 않는 묵직함이 느껴진다. 어떻게 역사는 만들어지는가 학자의 손으로 수집한 자료를 보여주고, 우리의 역사는 지금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날카롭게 지적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하나의 선으로만 존재한다고 믿었던 역사가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선을 넘어서 입체적으로 존재한다는 걸 책으로 보여주고 있으니 '역사의 공간'이라는 제목은 참 잘 붙여졌단 생각이 든다.

 

*오자 - 454쪽 마지막 문단 ; 이는 가족 건강 보건관리 대상으로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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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공간 - 소수성, 타자성, 외부성의 사건적 사유
이진경 지음 / 휴머니스트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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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도시에서 파업을 하거나 대투쟁이 벌어질 때면 노동자들이 제일 먼저 달려가서 부수는 것이 작업시작을 알리는 종이었는데, 그래서 이 종을 부순 자는 사형에 처한다는 규정이 각 도시마다 있었다고 한다. 시계적 시간에 노동자들을 동조하게 하기 위한 부르주아들의 집요한 노력은 공장이라는 장치의 출현과 더불어 시작되었지만 이것이 본격화된 것은 산업혁명기였다. 산업혁명은 새로운 정류의 기계를 통해 노동의 흐름을 장악하려고 한 시도였고, 이로써 노동의 리듬을 부르주아가 장악하려는 계급투쟁이었다. 이는 더욱 집요하고 강박적인 방식으로 진행된다. 노동자의 미시적인 동작 하나하나까지 자본가가 장악하고자 했던 테일러주의가 그것이다. 농촌에서 올라온 노동자들을 공장의 시계적이고 기계적인 시간에 맞추어내고자 했던 다양한 종류의 시간 규율, 학생들의 일상을 시계와 시간표에 맞추어내려는 시도는 신체적 리듬을 장악하려는 부르주아적 시도의 연장선상에 있다. -53쪽

소수자의 역사에서 좀 더 근본적인 난점은 다수자의 악덕에 대한 고발이 소수자의 미덕의 증명이 될 순 없으며, 피해와 억압의 부정적 역사가 소수자의 긍정적 잠재력을 보증해줄 수도 없다는 것이다. 물론 레비나스의 생각처럼 고통 받는 타자의 고발이 그 고통 받는 얼굴을 직시하는 양심의 호응을 야기할 수는 있겠지만, 거기에 머문다면 일종의 '고통과 양심의 공모관계'로 귀착될 수 있는 게 아닐까? 즉 그것은 의도와 무관하게 고통 받는 자는 계속 고통받는 자로서 지속되게 만들 것이고 역으로 양심적인 자로서는 소수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양심 이상으로 밀고 나가기 어렵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서루가 적절하게 필요로 하는 지점에서 관계가 안주하게 되지 않을까?-88쪽

맑스주의에서 진보라는 말만큼 실재적 힘을 갖는 개념이 또 있을까? 맑스주의자들은 자신의 입장을 막론하고 자신이 진보적임을 믿으며, 그래서 '진보'라는 말 아래 쉽게 하나의 자리에 선다고 믿는다. 무엇이 옳은가 그른가를 가르고 어떤 행동이 적절한가 아닌가, 어떤 생각이 타당한가 아닌가를 가를 때, 진보라는 개념은 과학 이상으로 빈번하게 잣대로 등장한다. 진보적인가 반종적인가? 진보인가 퇴보인가? 혹은 진보할 것인가 정체되고 말 것인가? 등등. 이러한 진보의 개념이 사회나 역사라는 개념과 결합하여 사회나 역사 전체의 발전을 정의하게 되는 총체적 개념이 되었음은 따로 지적하지 않아도 잘 알려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진보의 개념이 단지 맑스주의자들만의 것이라고 생각해선 곤란하다. 굳이 로스토같은, 이미 거의 잊힌 근대화론자의 낡은 이름은 그만둔다고 해도, 그런 진보의 개념을 사회.역사적 개념으로까지 확장하여 적극 사용한 사람들이 19세기의 부르주아 사상가들이었음은 지적해두는 게 좋을 듯하다. 헤겔이나 콩트, 스펜서 같은 사람들이 그렇다. 그들은 혁명이 아닌 '질서'를 위해 진보의 개념을 사용하고자 했고, 그런 진보의 개념으로 -107쪽

역사를 총체화하려고 했다. 진화의 개념이 다윈 이전에 이미 그런 관념을 통해 산출된 것이며, 사실은 전혀 다른 종류의 '진화'개념을 생각한 다윈조차 그런 통념과의 타협을 피하지 못했으며 그것이 이른바 '사회진화론'을 과학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귀착된 바 있음을 상기해두는것도 좋을 것이다. -107쪽

가령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죽으면 죽었지 노동을 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은, 그리고 토지에 대한 소유관념을 갖고 있지 않았던 것은 결국 사라져 마땅한 무지와 몰이해로 간주된다. 그러나 전사적 문화 속에서 살았던 유목민족이 경작을 거부하는 것이 당연하고 토지 소유의 관념이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들이 보기에 '노동'이란 대가(임금)을 얻기 위해 타인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인데, 그들로서는 타인을 위해 일을 한다면서 대가를 바라는 것은 더없이 부도덕하고 치욕적인 것이었던 것이다. 이런 '인디언'들의 무지를 깨주기 위해 미국이나 캐나다 정부 관리는 '노동'의 신성함과 시간의 소중함을 가르치기 위한 강연을 반복했다. 그런데 흔히 '에스키모'라 불리는 이누이트족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강사가 "시간은 금이다"라고 말하자 통역자는 당황에서 멈칫하다가 이렇게 통역했다. "시계는 비싸다" 이유는 그런 종류의 추상적인 시간을 표현하는 단어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119쪽

1991년 암스덴(A.Amsden)이라는 스웨덴의 학자는 미국에서 교육받은 한국인 경제학자(american-trained korean economists)라는 말을 줄여 atke라고 지칭하면서, 이런 집단이 한국에서 급속히 늘어나는 현상이 한국의 경제 모델에 잠재적 위협을 초래할 수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그의 예언대로 일까? 몇 년 뒤 한국은 이른바 IMF사태라고 불리는 경제 위기에 처하게 된다. 미국의 <경제문헌저널>에 따르면 1987년-1995년 사이 미국 내 경제학과 박사학위 취득자 가운데 9.7%이상이 즉 8040명 가운데 776명이 한국인이었다고 한다. 미국 경제학 박사의 10퍼센트가 한국 학자라는 것이다. 경제 학자만이 아니다. 2002년에 이어 2003년에도 미국 내에서 박사학위 쥐득자를 가장 많이 낸 대학은 버클리 대학이었고 2위는 서울대학교였다고 한다. 또 1997~2006년 미국 박사학위 취득자 누계에서는 여전히 서울대 출신이 3,420명으로 미국 이외 대학 가운데는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 대학 출신자를 합한 전체 집계에서도 서울대는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의 4298명에 이어 전체 2위를 차지했다. 이렇게 미국서 학위를 취득한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에 들어와 관료가-503쪽

되거나 교수가 되거나 영향력 있는 자리를 차지했을 것이 틀림없다. 배운 것은 물론이고 삶의 방식이나 사고방식이 미국적인 사람들, 미국의 상류사회를 꿈꾸며 공부하고 미국적 가치 척도가 몸에 밴 사람들, 이들이 지금 한국의 영향력 있는 자리를 차지하고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한국 정부의 통상관료들 대부분은 통상장관 김현종처럼 미국에서 변호사를 하거나 하던 사람들이다. 정부 관료들, 특히 경제 관계 계통의 관료들은 모두 ATKE라고 불리는 미국식 경제학자들이다. 행정고시로 관료가 된 사람들 역시 한결같이 정부가 돈을 들여 미국으로 유학을 보내 미국식 기술관료로 교육시킨다. 이런 기술관료들이 미국적 가치관과 미국적 사고방식, 미국적 이론으로 무장한 관료가 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들은 자신이 한국을 위해서 일한다고 굳게 믿고 일할 때조차 미국적 가치에 따라 미국이란 방향을 목표로 삼아 미국식으로 일할 것이라고 믿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들은 철저하게 미국적인 사고와 태도가 몸에 밴 아메리카주의자들인 것이다. 그들이 그러한 이념을 내세우든 말든 간에 말이다. -504쪽

이명박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에겐 어떤 이념도 없고, 오직 능력과 성과만을 중시하는 실용주의만이 있다고 믿으며, 바로 그것이 노무현 정부와 반대로 성공의 기반을 제공할 것라고 믿는 것 같다. 정말 그럴까? 가령 조성환 교수는 실용주의란 "있는 그대로의 사실에서 문제를 착안하고 그 바른 해결책을 찾는 것"이라고 한다. 어떤 이념적인 목적 없이 주어진 문제에 대해 결과만 좋으면 좋다는 식으로 해결책을 찾는 것. 그러나 목적없는 실용주의, 아니 이념 없는 실용주의라는 게 있을 수 있을까? 예컨데 흔히 이용되는 덩사오핑의 고양이 얘기에서도, 목적없는 실용주의란 있을 수 없다. 덩샤오핑의 고양이는 쥐를 잡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덩샤오핑의 실용적 선택은 근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었다. 이런 점에서 근대화는 덩샤오핑 이후 중국 정부의 모든 정책을 끌고 나간 이념이었다. 사회주의 이념을 대체해가고 있는 하나의 이념인 것이다. 평등, 자유, 공정성 등은 이념이 될 수 있지만 시장.경제발전.근대화,돈벌이, 투기 등은 이념이 될 수 없다는 말일까? 그거라면 그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결국은 돈벌이로 귀착되는 그런 단어들이 '이념'이라는 -523쪽

말에서 느껴지는 품위나 고상함과는 정반대로 너무 천박하고 처절한 욕망을 지칭한다는 점에서 '이념'이라고 부르기엔 부적절하다는 뜻이라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고상한 이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내놓고 남들 앞에 내세우기엔 너무 남세스러운 그런 욕망이 이념의 자리를 차지하여 사람들의 삶이나 정부의 정책을 끌고 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그 말은 틀렸다. 그걸 이념이라고 감히 명명하진 못하지만, 실질적으로 실용적 '하결책'이나 정책, 조치들의 목적이 되고 있다면 실제로는 이념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목적 없는 실용성만큼이나 이념 없는 실용주의는 있을 수 없다. 다만 이념을 감춘 실용주의나, 내놓고 말하기 부끄러워 이념 없다고 잡아떼는 실용주의가 있을 뿐이다. -5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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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알랭 드 보통 지음, 이강룡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5월
구판절판


돈이 없어서 좋은 점은 돈을 벌면 모든 게 잘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을 수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일단 부자가 되고 나면 오히려 자신에 대한 불만만 많아질 것 같아요.-67쪽

다른이의 삶에 대해 알고 싶을 때 간단한 방법은, 그가 좋아하는 음악 밴드 세 개를 파악하는 일이다.-148쪽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냉장고에 커드 치즈를 다시 집어넣으며 이사벨이 말했다.
"침대로 끌어들이기 전에 서로에 대해 좀더 친밀해질 수 있는 과정을 거쳐야 하겠지"
"이를테면?"
"음, 질투를 갖게 된다든가 맹세하는 것, 솔직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거나 토하기, 코 후비기, 발톱 깎는 모습까지 보여주는 것?"
"왜? 당신 발에 뭐가 있나?"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어보았다.
"그게 아냐"
"그러면?"
"발톱을 깎는다는 것은 아주 사적인 일이잖아. 발톱이 발가락 위에 놓여 있다면 아무렇지도 않겠지만 일단 깎이고 나면 쓰레기가 되잖아. 그 순간 사적인 것이 되는 거지. 그냥 누군가의 머리칼을 보는 것과 욕실에서 그의 머리카락을 발견하는 것의 차이라고 할 수 있지"
"발톱 깎는 일이 섹스보다 더 친밀한 행위라고?"
"앞에서 태연히 발톱을 깎아도 민망하지 않을 정도가 됐을 때 섹스를 해야 한다는 말이야"
이사벨은 사적인 자아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요소들의 정의를 환기해 주고 있었다. 그것은 조금 미묘했지만 분명 중요한 말이었다. 이사벨이 열거한 것들은 현대 전기 작품과는 분명 일치하진 않지만, 그 적나라한 기준에 견주어보면 아주 훌륭한 -156쪽

것이었다. 그 적나라한 기준에 견주어보면 아주 훌륭한 것이었다. 사생활이라는 이름으로 격리된 삶은 과연 어떤 기반 위에 서 있을까? 아마도 다른 사람에게 폭로됐을 때 어떤 모습으로 비쳐지고 얼마나 상처를 주는가와 연관된 문제일 것이다. 발톱 깎는 것은 사적인 행위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유쾌하지 못한 행위며, 지켜보는 사람에게 이해심이 요구되는 성질의 것이기 때문이다. 화장이나 몸단장을 하지 않은 채로 아침 식탁에 나타나도 된다는 믿음 같은 것이다.
따라서 친밀해지는 것은 유혹과는 정반대의 과정을 거친다. 친밀함을 보인다는 것은 상대방으로부터 비호의적인 판단-사랑할 가치가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이 초래될 수 있는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혹이 자신의 가장 멋진 모습 또는 가장 매ㅗㄱ적인 정장차림을 보여주는 것 속에서 발견된다면, 친밀함은 가장 상처받기 쉬운 모습 또는 가장 덜 멋진 발톱 속에서 발견된다. 복잡한 과정이다. -157쪽

아이들에게 비밀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은 그들이 낯선 것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는 것이고, 그들이 행동하고 느낀 것들을 아주 개인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인생의 끝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전에는 비정상적이고 부끄러운 행동처럼 보였던 것들이 인간이기 때문에 그랬던 것임을 깨닫게 되며 비밀을 훌훌 털어버린다는 것을 상항할 수 있다.-164쪽

책은 여행하지 못한 이국으로 우리를 데려간다고 하는데, 역설적으로 보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장소-그곳과 여행지는 일치하지 않는다-를 계속 떠올리게 할 뿐이다.-233쪽

이사벨은 플로 할머니의 외향적 성격이나 지성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상냥하고 친절한 것에만 중점을 두어 이야기하고 있었다. 낯선 누군가를 알고자 할 때 어떤 것에 초점을 두는지 살펴보면 그의 보헤미안적 혹은 자유 성향을 밝혀낼 수 있다.-279쪽

인간 속성을 전기의 세 가지 범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중요도 순으로 정리한 아래 목록을 살펴보자
1) 비범한 동기가 평범한 결과로 (의자에 앉기, 아이 출산)
2) 평범한 동기가 비범한 결과로 (살인, 복권당첨)
3) 평범한 동기가 평범한 결과로 (감자칩 먹기, 우표사기)-3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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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0-02-17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에- 왠지 맛있을 것 같은 책입니다.(웃음)

LAYLA 2010-02-17 16:34   좋아요 0 | URL
사실 좀 지루했어요 ^^; 뭐. 질렸다고 싫어하는 분들 많던데 전 그래도 아직 알랭드보통 좋아합니다. ^^
 
Grievous Angel (Paperback)
Jane Hill / HarperCollins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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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보실 분 없을 거 같아서 줄거리 쫙 다 적었습니다 스포일러 싫으신 분은 읽지 마세요 특히 '결론은' 이후로 절대 절대 절대 읽지 마세요!!!^^  

세일 하길래, 그렇고 그런 로맨스 소설이구나 하고 읽기 시작했다. 대략의 설명에 따르면, 십대 시절 열렬히 사랑했던 구남친이 할리우드 무비스타로 성공하였는데 주인공 녀성은 서른 아홉살이나 먹고서도 아직도 그 옛사랑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설정. 그러던 차에 무비스타 구남친이 영화 촬영 도중 실종되고... 그가 남긴 마지막 쪽지가 무언가를 암시한다고 생각한 그녀는 그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로맨스 소설 쫌 읽어봤다는 독자라면, 이 출판사의 기본적 설명만 듣고서도 소설의 기승전결을 얼추 90퍼센트 이상 막힘없이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구남친과 주인공은 정말 열렬히 사랑했지만 어쩔수 없는 이유로 인해 헤어졌겠지...구남친은 주인공을 떠올리며 뼈를 깎는 노력으로 헐리웃에서 성공했을거야!!! 사랑을 되찾기 위해서 말이야!!! 그리고 정점의 자리에 올라섰다고 확신한 순간 돌연 사라진거지 중요한건 그녀이지 커리어 따위가 아니거든..!!! 구남친과 주인공은 몇가지 사소한 일들을 해결하고서 다시 재회하게 될거야....마침내 둘의 사랑을 확인하는거지!!!그리고 해피리에버애프터를 하는거즤!!!! 하하하하핳ㅎ하하  이렇게 가벼운 맘으로 이 책으로 시간이나 때우자, 깜칙한 계획을 세웠던 내가 마지막 챕터까지 남자주인공이 등장하지 않았을 때 느꼈던 심정은 뭐랄까 ...시.망. 정도..........................? 굳이 마지막 챕터까지 가지 않아도 절반정도 읽었을 때 이건 아니다 싶은 감 정도는 잡았었다.  

여주인공은 십대 시절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갔다 껄렁한 미국 남자를 만나 hoplessly 사랑에 빠진다. 스프링쿨러가 돌아가는 젖은 진흙 잔디밭에서 첫 경험을 하고 온갖 파티를 돌아다니고 기숙사 낡고 좁은 침대에 엉켜 킬킬거리는 전형적인 10대 스러운 관계였다. 몇 달간의 짧은 교환학생 기간은 그렇게 순식간에 지나갔고 둘은 몇 주 뒤 뉴욕에서의 재회를 약속하며 헤어진다. 하지만 몇 주뒤 약속한 뉴욕의 그 장소에 남자주인공은 나타나지 않았다. 여주인공은 쓰라린 가슴을 안고 고국인 영국으로 돌아간다. 사랑했던 사람과 어이없이 헤어지게 된 상황이 힘들었던 여주인공은 일자리를 얻고 본래의 생활로 돌아가기 위해 무던히 노력한다. 그런데, 정확히 1년 뒤, 구남친이 나타났다. 영국의 집으로 찾아와 문을 두드린 것이다. 왜 뉴욕에서 그날 나타나지 않았냐는 그녀의 물음에 '미안 길이 막혀서 늦고 말았어' '난 다음날 MOMA에서 널 하루종일 기다렸는데' 'SHIT 난 구겐하임에서 하루종일 기다렸었다구' .............둘은 다시 불 붙었고 하루하루가 꿈결같이 지나간다. 심지어 해안가를 산책하다 그에게 정열적인 프로포즈까지 받았다!! 녹지 않는 것이 신기한 그 캔디같은 생활은 2주가 되지 않아 쫑난다..격렬한 섹스 도중 삔 손목을 치료하러 병원에 들른 사이 그는 사라진 것이다. 거울에 립스틱으로 thanks 4 everything 이란 메세지만 남기고. 아, 이유를 모르는 실연의 고통을 아는지라 주인공의 삽질을 나도 절절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무슨 말을 했더라, 내가 이 말을 했었더라면, 그 말은 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무슨 행동을 했길래??? 이 끝없는 자학은 그가 몇 년후 그가 영화배우로 데뷔하며 더욱 심해진다. 그녀는 그가 나오는 모든 잡지를 사모으로 그의 영화를 수없이 반복해서 보고 그에게 편지도 쓰는 그녀..안녕..잘 지내니..새 영화 좋타...그리고 답장이 돌아오길 미친듯이 기다린다......새 남자와의 연애는 잘 될리가 없다. 나 옛날에 장동건이랑 섬씽 좀 있었어^^** 맨날 이 소리하는 여친을 감당할 이 누구인가.... 그녀의 이 집착이 거의 책 반권동안 이어지니 짜증이 나지 않을리가. 그때까지 로맨스 소설이라는 건 당연하다 믿었기에 장르에는 의심을 품지 않고 다만 내가 구린 로맨스 소설을 고른 것이라 생각했다. 맨 뒷페이지 작가 사진 보며 욕 좀 했었다. 이거 순 당신만의 판타지 아냐? 마른 금발 영국인 여 주인공. 스스로 안 이쁘다고 하지만 모든 남자가 그녀에게 빠져들지(남주인공 빼고 주변 남자들이 모두 여주에게 대쉬함. 심심찮게 술마시다가 사고도 침) 학창시절 미국으로 교환학생 다녀온 추억 너무 우려내고 계신거 아니신지.  

근데. 딱 그 절반정도 시점을 넘어서니 이야기가 급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구남친이 촬영현장에서 사라지고 어쩔줄 모르던 여주는 그가 남긴 마지막 메세지가 그녀의 언니가 남긴 자살메모와 비슷하단 걸 알아차리고 그 역시 자살했을 거라 추측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끈을 놓지 못하고 아버지가 유산으로 남겨주신 은행계좌를 터서 미국으로 날아간다. 단지 그의 흔적을 뒤좇기 위해.......근데 그의 고향에서 시작한 여행은 처음부터 꼬이기 시작한다. 그가 고향이라고 말했던 곳은 그의 고향이 아니고, 그가 이야기해 준 고향에 대한 추억은 모두 지역안내리플렛 내용이다. 모다.???? 힘들게 찾아낸 학교 동창은 말한다. "난 사실 너 불쌍하다 생각했었어..걔랑 사귄건 나였잖아? 넌 그냥 장난감이었고. 나 걔량 2년 사귀었고 여름엔 유럽여행도 갔었어" 유럽여행 기간은 구남친이 여주를 방문한 2주정도 시간과 겹친다.."우리 유럽에서 싸워서 파리에서 헤어졌었어. 그리고 미국에서 다시 만났지" 헐........여기서부터 미ㅓ니ㅓ라ㅣㅓ미ㅓㅏ  하나하나 밝혀지는 미스테리한 그의 과거..엇갈리는 기억들..'그는 누구? 나는 어디에 있는거지?? 하지만 그건 사랑이었어!! 진짜라구!!' 여주인공의 외침이 페이지를 넘어 들려온다.

결론? 

마침내 그녀는 구남친을 찾아낸다. 하지만 어느 오래된 모텔에 숨어 은거하고 있던 그는 그녀의 등장에 그동안 기대하던 사랑의 미소가 아닌 냉소어린 비웃음을 보낸다. 그가 쓰고 있던 대본을 발견한 그녀는 자신을 스토커로 묘사한 대본의 내용에 손을 부들부들 떨 뿐. 사랑했잖아, 라고 외치는 그녀에게 그는 말한다. '넌 심지어 내 여친도 아니었어. 니가 날 따라다닌 것일 뿐이잖아?' '그럼 왜 뉴욕에서 보자고 한건데?' '널 입닥치게 할 방법은 그것밖에 없었거든. 얼마나 옆에 들러붙어서 주절거리는지' '그럼,,, 여름방학 때 우리집엔 왜 찾아온건데???' '내 여친이랑 파리에서 싸웠는데 호텔 들어갈 돈이 없더라고 ㅋㅋㅋ 유럽에 아는 사람이 있어야지...뭐 너네 동네 좋긴 좋더라?' '그럼...그 프로포즈는 뭐였는데?' '무슨 프로포즈?????????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였냐고!!!' '니가 딴데보는 사이에 자빠졌는데 너무 쪽팔리더라고 그래서 프로포즈하는 척 한거지..그건 조크아냐? 넌 그걸 다 기억하냐?' 20년 동안 구남친 생각만 하고 살았고 동네 사람들에게 '한때 탑 무비스타랑 사귀었던 애'로 기억되는 것에 무한 자부심을 느끼던 여주가 느꼈을 배신감이야. 그리고 로맨스 소설인 줄 알고 시작했던 내가 이 결말에 이르러 느낀 감동을 뭐라 말할 수 있을까(웬만한 로설보다 10배쯤 나은 전개아닌가) 분노로 가득찬 여주는 맥주병을 집어들고 그를 쳐죽이기 위해서 뛰쳐나간다. 그리고 그의 대갈을 맥주병으로 시원하게 날린다...동시에 빈 수영장 옆에서 얼쩡거리던 구남친은 지 알아서 자빠져 수영장 바닥과 합체하시고 수영장을 피로 물들여주신다. 짝짝짝짝짝  

여주가 구남친을 그리는 과정이 너무 절절해서 이 소설이 이런 식으로 끝나리라곤 상상도 못했었다. 너무 좋을 뿐. 우리가 기억하는 옛사랑이란 결국 혼자만의 착각이요, 기억을 재가공해 만들어낸 판타지일 뿐이란 듣기 좋은 소리 갖다 붙이지 않더라도 그냥 스토리만으로 통쾌^^하고 재미있는 책이었다. 특히나 백미는 구남친과 재회한 후 교차되는 그와 그녀의 대화내용. 왜 프로포즈 했냔 물음에 '자빠졌는데 자빠졌다고 하기 쪽팔리니까'이건 정말 밑줄긋기 할 만한 대목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 그의 찌질함은 책 내내 그려지던 dreamy한 그의 이미지와 교차되며 한층 더 상황을 비극적으로 몰고간다.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장을 덮으며 내 구남친을 떠올려보았다...어떻게든 좋게 생각하려는 나의 노력은 이제 접어야 하는것인가..? ㅋ.ㅋ.ㅋ  

바라만 보아도 엄마미소짓게 만들던 이가 구남친이 되는 순간 찌질해지는 자연불변의 이치와 진리.....아 사랑의 불가사의란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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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2-19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LAYLA님의 이 리뷰를 읽으니 이 책이 무척 읽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책 정보를 보니 아직 번역본이 나온건 없나봐요. 전 원서를 못읽는데, 말씀하신 것 처럼 둘이 재회하고 나서의 내용이 참 읽고싶어지는데 말이죠.

2010-02-19 2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