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말해 "문제적 경험으로서의 사유의 재의미화"인데, 이를 통해 학생들은 ‘젠더 문혜력(gender literacy)‘을 획득할 수 있었습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젠더 문해력을 획득하는 교육과정을 탁선미 선•생님은 장 자크와 에밀의 평등한 의사소통 관계교육의 경험에서 드러난 ‘고백화행‘으로 간주합니다.
특히 초기 제자들이 영페미니스트로서 정체성을 자율적으로 갖출 수 있었던 데에는 이러한 평등한 의•사소통의 경험이 토대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이 경험은 단지 수업을넘어서서, 동아리, 독서회, 토론회, 문화행사 등으로 파생되면서 여성주의를 미시적인 공론장으로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고 그 장들을 연결짓도록 했으며, 장춘익 선생님은 이러한 활동들에 관심을 가지고 격려하며 지지를 표명했다는 것입니다. 장 선생님이 보여준 "상대에 대한 인간적 관심을 유지하며 평등하게 마주서는 순수한 관계"는 학생들로 하여금 자기 스스로를 신뢰할 수 있도록 돕고, 자율적으로 삶을 꾸려갈 수 있는 "내면의 정신적 길잡이"의 역할을 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수평적으로 평등한 관계의 교육 경험에 의해 영페미니스트들은 선생님과 "작업동맹 (workingalliance)"을 맺고, "소통과 교류, 이해와 지지에서 자아 효능감과 세계신뢰를 되찾는 ‘회복적 관계 경험‘, 내적 위기의 순간에 돌아와 의지할 수 있는 ‘안전기지(safety base)"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저 역시 생각합니다. 저는 바로 이 지점에 ‘여성주의철학‘이 ‘여성주의교육‘으로 실천될
때 기억해야 할 중요한 단서들이 있다고 봅니다. 명료한 이론이나 지식을 통해서 ‘젠더 문해력‘을 키워내는 과정에서, 한편으로는 일상에서 겪는 성차별, 성불평등, 성폭력의 경험을 비판적으로 사유하고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것이 긴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안전하고 지지적인 ‘수평적인 관계‘를 경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저는 앞서 언급했던 ‘철학상담‘에서 철학자의 ‘철학함‘이라는 철학적 활동이 지니는 의미를 장 선생님의 <여성주의철학>과 연관시켜서 다시금 숙고해보고 싶습니다. 먼저 철학자의 ‘철학함‘은 한편으로 ‘전통으로부터 전해져온 사유된 것들‘인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 일상적 삶에서 기존의 사회문화적 전제조차 지금 여기서 새롭게철학적 사유 과정을 통해 비판해보는 ‘무전제적인 자유로움‘을 의미합니다. 장춘익 선생님의 <여성주의철학>은 대학생들이 일상에서 겪었던 성불평등과 성차별의 경험에 대해 ‘철학자의 철학함‘이 지니는이중성을 매우 잘 녹여내고 있습니다. 이 수업은 한편에서 강의를 통해 직접적인 여성주의 이론의 역사와 테제들의 핵심을 배우도록 정리하지만,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 지금 여기서의 성차별과 성불평등문화, 일상에서의 성폭력과 미투 등의 다양한 현상들에 숨겨진 성별이분법적 사고와 그 위계 등의 부당한 논리적, 윤리적 전제들에 대해비판적인 사유를 하고 자유로운 대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페미니스트인 Y에게 "너의 지식이 너의 페미니즘에 설득력을 가져다주"도록 하라고 촉구하거나, 남학생들로 하여금 즉
그는 최정은의 영향으로 여성주의 동아리 ‘날‘ 활동에도 간헐적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날‘에서 주관한 생리대 부가세 폐지 서명운동이나 성교육 강좌같은 사업을 할 때, 대자보 쓰고 붙이는 걸 도우면서 조금씩 함께했어요. 그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조금씩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성교육 강좌 때는 콘돔 착용 시범을 하는데 커플이 왔다는 얘길 듣고 ‘아, 그게 여자나 남자가 한쪽이 알아서 하는 게 아니라 같이 그렇게 할 수도 있는 거구나‘ 알게 되기도 했고요. 만약 ‘날‘ 활동이나 대응모임이나 그리고 <여성주의철학> 수업이 없었다면 많이 달랐을 것 같아요. 누군가 문제가 되는 발언을 해도‘농담인데? 농담이야‘ ‘재미있자고 그냥 한 얘기야‘라고 하면, 지도 ‘그런가?" 하고 별다른 문제의식을 못 가졌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이저 알게 된 거죠.
무엇이 잘못된 것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사회에 나와서도 그런 일들은 벌어지더라고요. 제가 사회복지사로 일할 때 직장 동료가 성추행을 당한 사건이 있었어요. 그 동료랑 같이여성단체에 찾아가서 상담을 받았어요. 가해자가 상사라서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동료와 함께해야 하고 이런 일은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여성주의철학 수업 때 그 말이 왜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있는지모르겠는데요. 급진주의[1970년대 시구 래디컬 페미니즘)와 관련된 얘기있어요. ‘급진주의에서는 이런 걸 이렇게까지 바라보고, 여성의 민권을 위해 이런 것까지 해야 된다‘라는 주장을 한다. 그런 얘기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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