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문제를 붙들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분투한다는 점에서 
말 한 번 나눠본적 없는 이들에게 느슨한 동지 의식마저 느낀다. 
한편 그들은늘 나를 긴장시키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만큼은 써야 좋은작품이지" 하고 말하는 듯한 놀라운 소설을 발견할 때면 등근육에 힘이 들어간다. 그래, 질 수는 없지! 

소설에 이기고 지는 것이 어디 있겠냐마는 동료 소설가의 탁월한 소설은 언제나 나에게 정체하지 말 것을 주문하는 경고이자 축복이다.

소개하고 싶은 책들을 손꼽아봤지만 너무 추천을 줄줄 늘어놓았다가는 독자를 질리게 할 것 같고, 특히 한국 SF는 내가 속해 있는 장이기에 사심을 배제할 수 없어 일부러 언급을 줄이는 것에 양해를 구하고 싶다. 

그래도 내가 데뷔하기 전부터 큰 영향을 받은 단편들이 실린 네 권의 책, 
듀나 태평양횡단 특급 
배명훈 예술과 중력가속도」, 
정소연 『옆집의 영희씨』, 
김보영 『다섯 번째 감각만큼은 꼭 추천하고 넘어가야겠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소설가들의 각각 다른 개성과 매력이 담긴, 한국 SF의 강렬한 색깔을 담은 소설집들이다. 거의 모든 소설이 선명하고 아름답다. 그들과 동시대에 같은 장에서 소설을 쓰고 있음에 기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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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 그른 거 하나도 없다고요? 
이젠 맞는 게 제대로 없을 정도로 바뀌었어요. 
처가하고 화장실은 집에서 멀어야한다고 했는데, 처가가 윗집으로 이사 오고, 화장실이 안방에 들어갔어요.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면 뭐가 떨어진다고했는데, 이젠 결혼 준비의 기본이 남편 요리 실력이 되었어요. 
남자는 세 번만 울어야 한다고 했는데, 요즘은 그런 메마른 남자와 누가 살고 싶겠어요.

시대가 완전히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할머니도 농사짓고 
엄마도 농사짓고, 나도 시골에서 크니 
모르는 건 어른에게 물어보면 되었어요. 
사람의 수명은 짧고 지식과 경험의 수명이 길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십 년 전 지식과 경험이 불필요한 시대가 되고 있어요. 
할머니가 손주에게 물어야 세상을 살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요. 
예전에는 먹고 살기에 바쁜 시대에서 
이제는 마음을 알아주어야 하는 세상이 되었어요.

그런데 우리 마음의 습관과 고정관념이 참 무서워서 나는 다시 태어나면 결혼하지 않고 살겠다고 말하면서도, 
다 큰 아이 보고 언제 시집갈 거냐고 묻고, 
결혼한 자식에게 언제 아이를 가질 거냐고 물어요. 
또 아이들이 나보다 더 똑똑하다고 말하면서도, 
자꾸 가르치려 하고 혼내려 해요. 

정치도 세상도 

젊은이에게 묻고 
젊은이에게 양보해주세요.

학대

쉴 때 쉬지 못하는 건
나를 학대하는 병입니다.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아무 생각도 없는 사람처럼
쉴 때는 쉬어주세요.

나에게 가혹한 사람은
남에게 가혹해집니다.

편하고 따뜻한 대화를 이어갈 수 있게 돼요.

 내가 사랑을 고백할 때, 
상대가 들을 준비가 된 것을 분위기로 짐작할 수 있듯이,

조언하기 전에는 
상대가 내 눈을 바라보고 내 이야기를 듣고 싶어할 때, 조언해 주는 연습을 해주세요.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정성에 정성을 더하고, 
기다림에 기다림을 더해야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주세요.

가까운 사람에게는 감정적이다

가까운 사람에게는누구나 감정적이다.
숨김이 적어 수준이 드러나고,
가식이 적어 인격이 나타난다.
가까워서 더 다치기 쉽고,
맨살이라 더 상처가 깊어지는 법이니

편하게 대하되 무례하지 않아야 하고,
마음을 말하되 들어줄 줄도 알아야 한다.
이것이 기본이고,
기본을 실천하는 게 배려이며,
배려가 없는 사람은 혼자 지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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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서 알게 되는 것

가보고 아니라고 말하고,
해보고 안 된다고 말하고,
파보고 없다고 말해라.
맵던 김치가 맛있어지고,
뜨거운 열탕이 시원해질 때쯤
실패조차 소중하고,
실연조차 아름다운
삶의 맛을 알게 된다.
삶이란 알고 가는 게 아니라
가면서 알게 되는 것이다.

걱정은 모기다

걱정은 모기다.
누우면 많고,
서면 적고,
움직이면 사라진다.
그러니
일어나서 걸어라.

많이 힘들었구나. 내가 몰라줘서 미안해."
많이 속상했구나. 내가 몰라줘서 미안해."

짜증 내는 말을 끝까지 정성껏 들어준 후, 
연인이나 가족은 안아주면서 말씀해주시고, 안는 게 어색한 친구나 동료사이라면
 손잡고 눈 보면서 말해주세요. 
기적이 일어납니다. 엄청난 변화가 시작됩니다. 
꼭 실천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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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가로지르는 이상한 기시감을 느낄 때가 있다. 이를테면 어슐러 K. 르 귄이 『밤의 언어』에서 본격문학과 사실주의소설만을 높게 평가하는 문학계 분위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SF.판타지 작가가 폄하된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이나 아니면
"대체 착상을 어디에서 얻으시는 겁니까?"라는 질문을 모든SF 작가가 놀라울 만큼 주기적으로 받는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이 그렇다. 분명 에세이가 쓰인 시점과 지금은 반세기 정도의 시차가 있는데 말이다.
한편으로는 그것이 해외에서도 꼭 옛날 일인가 싶기도 하

흔히 경시되고 마는 어떤 일들, 그리고 여성의 나이듦의가치를 말하고 있어서 좋았다. 툴툴거리며 우주선에 오른 인류를 대표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엘리자베스 문의 『잔류 인구에서 얼마나 매력적으로 그려지는지 이미 목격했기에 더더욱 그렇다.

배명훈의 SF 작가입니다』는 당장 일하러 책상 앞으로 달려가고 싶게 만드는 SF 에세이다.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배명훈 소설가는 부지런한 연구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조망하고그 통찰을 SF에 녹여내는데 나는 늘 그 연구자적인 자세를 흠모하고는 했다. 이 에세이에서는 특히 그의 세상을 해석하는 태도, 세계관의 개성이 확연히 느껴진다. 

게다가 한국에서SF를 쓰는 작가라면 누구나 모호하게 체감할 어떤 현상을 아주 시원하고 명료하게 짚어내는 꼭지가 많다. 

한국에서 한국어로 SF를 쓰는 작가가 반드시 직면하는 장벽으로 언어와 공간의 문제를 든다든지, ‘일확천금을 꿈꾸며 성실하게‘가 직업모토가 되는 작가의 경제적 토대를 설명한다든지. 아무튼 여러모로 성실해지고 싶어지는 그런 기분을 일깨우는 책이다.

『장르 세계를 떠도는 듀나의 탐사기』도 매력적인 장르 에세이다. SF, 판타지, 호러, 미스터리 같은 각각의 장르가 어떻게형성되고 발전해왔는지, 장르 거장들은 얼마나 매력적이고

이제 나는 외계 유물을 역으로 설계하듯좋아하는 책들을 들여다본다. 아무리 경이로운 세계도 그것을 구성하는 원칙과 기술 위에 세워졌다는 것을 생각하며 책을 읽는다.

어느 날 작업실에 앉아 책장을 쭉 둘러보는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예전 같았다면 존재조차 몰랐을 책들이 눈에 잔뜩 들어왔다. 작가가 되지 않았다면, 필요해서 사들인 게 아니었다면 살면서 한 번도 들춰보지 않았을 책들이 책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순수한애정과 즐거움 대신 글을 쓰기 위해 책을 읽는 독자가 되었지만, 그래서 그게 일종의 직업병이라며 투덜대고 있었지만, 혹시 이 불순한 독서가 나의 세계를 확장하고 있는 게 아닐까?

잘못 탄 버스가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도시의 낯선 장소로 나를 데려가주는 것처럼.
나는 이 책들에 실려 뜻밖의 세계로 자주 향한다. 의외와우연의 영역들, 그것은 불순한 독서의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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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놀라운 자유를 경험한다. 함께 음식을 만들고, 휠체어를 탄 채 운동경기를 하고, 모든 결정을 스스로 하는 법을 배운다. 
장애인이 중심이 되는 이곳 캠프에서 그들은 자신들을 가둬온 것이 자신의 장애가 아닌 세상 자체였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더는 갇혀 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게 캠프 제네드를 거친 이들 중 상당수가 어른이 되어 장애 차별에 맞서 싸우는 활동가가 된다. 

더 나은 세상을 한번 겪고 온 사람들은 다시 그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들은미국 각지의 도로와 건물을 점거하고 시위를 벌이고 정부와 협상하며 권리를 쟁취한다. 더 이상 분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그들의 얼굴이 책을 쓰며 알게 된 사람들의 모습과도 겹쳐졌다. 장애중심적 기술을 만들어가는 당사자들,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로 장애권리운동을 펼치는 사람들,
한국에서 버스와 지하철을 멈춰 세운 장애활동가들.
그 많은 사람과 내가, 국적도 장애 유형도 삶의 경험도 너무나 다른 우리가 ‘장애의 경험‘이라는 느슨한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다는 것이 문득 좋았다. 
그들이 억압에 맞서 싸운, 각자의 전선에서 세상을 바꿔온, 비장애중심 사회에 끊임없이균열을 내온 존재들이라는 것이 고맙고 자랑스러웠다. 그제


없던 얘기를 지어낸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슨 성서를 만난 것도 아니다. 
그 작법서의 조언이 마음에 깊게 와닿았고, 그래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지만(참고로 그 책은 『소설쓰기의모든 것 1: 플롯과 구조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과거와 달리 소설 쓰기에 대한 환상을 덜어낸 이후였던 것이 크지 않았나 싶다. 
십대 시절에 나는 소설을 쓸 것이라면 해리포터나『룬의 아이들』 같은 소설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리즈로 이어질 만큼 길고, 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눈을 뗄 수 없는 극

대부분의 작법서가 고쳐 쓰는 과정에서 더 유용하다고생각한다. 
특히 지금 소개하는 『소설쓰기의 모든 것 5: 고쳐쓰기』는 고쳐 쓰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이 책은 총 다

섯 권의 ‘소설쓰기의 모든 것‘ 시리즈의 마지막 권으로 나에게는 시리즈 중 가장 활용도가 높았다. 
초고를 고칠 때야말로누군가의 조언이 절실한 순간이고 그럼에도 날카로운 조언에 가장 마음을 다치기 쉬운 순간이니까.

책의 1부에서는 인물, 구조, 시점, 장면, 대화 등을 수정할때 참고할 세밀한 기법들을 알려준다. 다루는 영역이 넓고 조언의 양도 방대해서 읽다보면 ‘고쳐서 쓰기에는 이미 늦었다!‘라고 느낄 수도 있다. 
나는 그럴 때마다 한 번에 하나를 발전시키자고 생각했다. 
한 작품에서 모든 요소를 완벽하게 채우기보다는 한두 가지 요소에만 좀 더 집중해서 수정해보자고, 
2부는 ‘고쳐쓰기 최종 점검 리스트‘를 제공한다. 이 목록의 질문은 역시 완성된 초고를 옆에 두고 짚어봐야 한다.
질문들을 따라가다 보면 내 초고의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를 직면할 수 있다. 
때로는 문제를 알면서도 해결할 능력이 없어서 손 놓을 때가 있지만, 문제가 무엇인지를 모르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일이다.

이런 책들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알지만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가장 도움이 된다.
 내 경우는 장편 초고를 쭉 써놓고 고치려고 했을 때 이런 의문이 떠올랐다. ‘어떤 부분을 쳐내야 하고 어떤 부분을 더 구체적으로써

저자가 경험하기를, 감정의 강도가 5단계이상이라면 ‘보여주기‘ 방식으로, 즉 장면을 구체적으로 풀어서 대화와 행동을 보여주며 전개하는 편이 낫고, 
그 아래 단계라면 ‘말해주기‘로, 빠른 장면전환과 요약으로 넘어가는 편이 낫다고 한다. 물론 매번 이렇게 수치화할 필요는 없겠으나이런 분석이 필요할 때가 있다. 

작가마다 받아들이기에 따라다르겠지만 나에게는 "말하지 말고 보여줘라"는 너무 단순한조언보다는 훨씬 유용한 조언이었다.

B. 단편을 쓰는 즐거움: 『단편소설 쓰기의 모든 것』SF는 단편이 유독 사랑받는 장르다. 판타지, 미스터리, 추리, 로맨스와 같은 다른 장르에서는 장편이 좀 더 대중적으로인기 있는 모양인데 SF에서는 단편 역시 장편만큼 인기가 많다. 나에게도 독자로서 SF 단편과 장편 중 더 즐겨 읽는 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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