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표지를 보면 아이들이 보령 머드축제 처럼 정해진 기간에, 정해진 계절과 장소에서
즐기는 진흙 놀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매일, 그것도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즐기는 놀이라는 것을 알았을때
충격을 받았고, 부러움에 그곳으로 이사를 가고 싶다는 충동을 받았어요.
책에 소개된 여러곳 중 세이시 유치원과 토리야마 어린이집의 교육방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선 세이시 유치원부터 살펴볼께요.
세이시 유치원 아이들은 등원하면 스스로 청소를 합니다.
3살, 4살 아이들은 교실 청소를 하고, 5살 아이들은 빗자루를 들고 나가, 맨발로 유치원 주변을 청소합니다.
한국엄마들은 아이들이 발이 다칠까봐 일부러 신발을 벗지 못하게 하는데,
이곳 아이들은 맨발이 더 자연스러운가봐요. 맨발로 흙을 밟으면 건강도 좋아진다고 하네요.
아이들은 11월이 될 때까지도 웃통을 벗고 매일 유치원 주변을 3km 달리기를 하고, 어른들도 힘든 42.195km 마라톤도 완주하고, 후지산 정상에도 오른답니다. 이런 비범한 아이들 뒤에는 건강한 체력과 정신력이 아이들의 성장에 밑받침이 된다는 교육철학으로 아이들을 지도하는 훌륭한 선생님들이 계신것 같아요. 수영을 할 때도 초급, 중급, 고급으로 나누지 않고 실력차가 있는데도 한 반으로 가르치지요. 우리나라처럼 평균적인 아이들을 기준으로 교육하는것 아니라 1:1 교육을 진행합니다. 때문에 속도는 달라도 모든 아이들이 높은 수준에 도달하지요.
또 우리나라와 다르게 모든 유치원에 운동장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마음껏 뛰어노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성장하니, 체력 뿐 아니라 학업성취력도 높아지는것 같습니다.
저희 아이는 7살인데, 스스로 청소한적이 없어요. 시켜도 겨우 장난감이나 책 정리가 다죠.
세이시 유치원 아이들을 보니, 아이를 탓할게 아니라 스스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고, 아직 어리니까 엄마가 제가 모조리 다 해버렸기 때문인것 같아요.
지난 시간들을 생각해보니 아이가 3살 무렵, 자기가 하겠다고 한적이 많았던것 같아요.
제가 청소기를 돌리면, 자기가 하겠다고 했는데..
시켜봤더니 엄마가 할 일만 늘어나고, 제대로 청소도 안되는것 같아서 못하게 했거든요.
그때 어설프더라도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주었다면
7살이 된 지금쯤은 스스로 청소할 수 있는 아이가 되었겠지요?
중요한 사실을 너무나 늦게 알아버려서 후회가 되긴 하지만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라 생각하고 아이의 독립심을 키워줘야겠어요.

다음은 아이들이 경쟁을 놀이로 느끼는 ‘토리야마 어린이집’입니다.
주변에 학원 하나 없는 시골마을에 위치한 어린이집이, 요즘 일본 교육계에 관심사로 급부상했다는군요. 책을 읽으면서 왜 일본 엄마들이 도쿄를 버리고 시골로 이사가는지 이유를 알겠더라구요.
사진의 모습처럼 달리기 경주가 인상적이었어요.
아이들은 제각각 출발선을 달리해서 출발을 하고,
선생님은 목이 터져서 한명한명의 이름을 부르면서 열심히 응원을 합니다.
달리기를 하는 실력은 같은 나이에서도 틀리고, 특히 서로 다른 나이에는 더 많이 차이가 나는데, 토리야마 어린이집에서는 3세, 4세, 5세 어린이들이 함께 달리기도 합니다.
개인의 실력차를 고려해서 출발점을 달리하면 잘하는 사람이 질수도 있고, 못하는 사람이 이길수도 있습니다. 승부는 항상 바뀔 수 있고, 누구나 1등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경쟁을 하면서도 경쟁을 놀이처럼 즐기는것 같습니다.
이런 환경 덕분에 아이들은 2살 때 이미 글을 익히고, 5살까지 2,500권의 책을 읽어내며, 10단 뜀틀도 거뜬히 넘을 수 있는 강인한 아이들로 성장하는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등원을 하면, 선생님이 미리 칠판에 적어놓은 칠판메모를 보면서 그날 할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합니다. 아이들의 칭찬도 함께 적어놓아 자신감도 높여주지요.
이 칠판메모는 글을 읽기 시작하는 3세반부터 시작하는데, 처음에는 간단한 문장을 썼ㄷ가 점차 연령이 높아질수록 문장이 길어지고 어려워집니다.
다른 서적을 보니 아이들은 자기 수준보다 약간 높은것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많다는 글이 있더라구요. 이곳 선생님들도 이런 점을 이용해서 아이들의 어휘력도 높아갔을것 같아요.
토리야마 원장님은 “이 세상에서 할 수 없는 아이는 없다”고 주장합니다. 교육자의 가장 큰 역할은 아이가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는 환경으 만들어 주는것, 그 다음엔 응원하며 기다려주는 것이란 말이 와닿았습니다.
모두가 1등인 달리기 대회, 모두가 1등은 세상에서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평범한 일본의 가정에서 촬영한 사진입니다.
3살 아이가 쌀을 씻고, 엄마가 옆에서 지켜보는 모습입니다.
그 가정의 큰 아이는 10살인데, 엄마의 아침식사 차리는것을 돕고, 능숙하게 실내화를 빠는 사진도 눈길을 끕니다.
아이가 어려서 못한다고 생각하면, 아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른으로 성장할꺼예요.
며칠전 저도 아이에게 쌀씻기를 시켜봤는데, 재미있어하고, 곧잘 잘하더라구요.
앞으로 이런 기회를 자주 줘야겠어요.
참 빼먹을뻔 했네요.
제일 마지막 장에 나오는 요시노 어린이집.
이곳 아이들은 밥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데요.
되돌아보면 아이가 이유식을 먹을때 흘릴까봐 먹여주고, 턱받이도 해주고,
돌아가닐까봐 부스터에 꽉 붙들어 앉혀놨어요.
하지만 요시노 어린이집 아기들은 스스로, 그것도 다섯 개의 손가락으로 오감을 느끼면서
음식을 먹어요. 그 덕분에 두 살만 되면 젓가락질도 능수능란하게 한다지요.
선생님들도 아이 스스로 흘리고 묻히면서 1시간 30분씩 밥을 먹는 것을 지켜봐 주는 인내심을 발휘하죠.
점심 식사 시간을 10시 30분부터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예요.
떠먹여주면 30분 이내에 끝날텐데, 스스로 먹을때까지 기다려주니 시간을 여유롭게 잡았나봐요.
이 대목에서 반성해야겠어요.
아침시간은 무지 바쁜에 아이는 엄마 마음도 몰라주고, 밥을 너무 느긋하게 먹어요.
빨리 먹어라. 빨리 먹고 유치원가야지. 지각하겠다.. 이런 말을 듣고 먹으면
식사 시간이 즐거운 시간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에 해내야 하는 시험이 될꺼같단 생각이 들어요.
음식을 흘리는 것이 싫어서, 늦게 먹는것이 싫어서 떠먹여주는 습관이 들어서 일것 같아요.
이곳 아이들은 매일 각종 채소가 든 된장국을 먹고, 2세 이상이 되면 백미 양을 줄이고
대신 현미를 주식으로 먹는다는군요.
아이의 건강을 위해 오늘 저녁부터는 건강밥상을 차려야겠어요.
읽으면서 내내 감탄했고, 더 늦기 전에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고,
과거를 반성하게 되었고, 앞으로 아이에게 더 최선을 다하는 엄마가 되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드는 훌륭한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