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 시오리코 씨와 기묘한 손님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1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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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 책과 관련된 사건은 언제나 끊이지 않습니다. 어머니께서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기 위하여 무작정 박스를 뜯어버렸는데 내가 산 책이 아니어서 도대체 누가 보냈지!” 당황하는 일이라던가, 주소를 잘못 적는 바람에 다른 사람한테 가야 할 책이 나한테 온 경우, 혹은 있는 책을 또 샀거나 말 그대로 배달사고까지 참 별 일이 다 있습니다. 때문에 다사다난이 아니라 다서다난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입니다. 이 책 역시 다서다난 중 하나였습니다. 살 계획도 저한테 올 계획도 없는데 갑자기 와버렸습니다. 아는 이에게 갈 책이었는데 잘못 왔네요. 그이에게 연락하여 어떻게 하지. 나한테 책이 왔네.” 서로 이야기하며 웃고는 제가 먼저 읽고 택배로 다시 보내주기로 하기는 했습니다.

 

  

 

수줍은 미녀가 어설픈 휘파람을 부는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시오리코 씨와 기묘한 손님들

 

 

작년 11월에 친구들과 함께 인천에 다녀왔습니다. 어떤 곳으로 어떻게 돌아다닐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그저 카메라를 들고 룰루랄라 갔다가 헌책방 거리에 들렀습니다. 천장까지 닿은 수많은 책들과 퀴퀴한 냄새, 책에 대한 수많은 대화가 그저 즐겁더군요. 또 우연히 발견한 좋아하는 책과 그 책 위에 적힌 ‘3’이라는 글자는 어쩌면 그리 신비하던지!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 나오는 암호문보다 훨씬 더 반갑고 즐거웠습니다. (알고보니 그저 가격에 불과했지만. 3은 삼천원 2는 이천원.) 때문에 많은 추리소설가들은 자신의 작품 속에 고서점이나 책사냥꾼을 등장시키거나, 아예 그곳을 배경으로 하는 안락의자탐정을 내세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시오리코 씨와 기묘한 손님들(이하 비블리아~로 통일)처럼 말이에요.

 

    

 

여기, 작은 고서당이 있습니다. 딱히 의욕이 없어 보이는 고서당입니다. 별로 드나드는 사람도 없고요. 헌데 이 고서당의 주인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남자라면 한 번쯤 로망(!)을 꿈꾸는 검은 긴 머리에 가슴 큰 미녀 시노카와 상, 시노카와 상이 안경을 손가락으로 치켜 올리며 책장을 넘기며 작은 입으로 되지도 않는 휘파람을 불거나, 평소엔 말을 더듬거나 작은 소리로 겨우 말하면서 좋아하는 책 이야기를 할 때면 흥분해서 청산유수 말을 내뱉을 때면, 절로 가슴이 뜁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시노카와 상은 또 다른 매력 포인트가 있습니다. 바로 놀라운 통찰력! 시노카와 상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하여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마치 책 이야기를 할 때처럼 청산유수로 진실을 꿰뚫습니다. 이 책 비블리아~는 그 시노카와 상의 이야기입니다.

   

도움이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우리가 서로에게 필요한 사이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달짝지근하지만 가슴을 저미는 말 아니더냐?

p.164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시노카와 상은 나쓰메 소세키의 책에 얽힌 수수께끼를 풉니다. 이 수수께끼를 가져온 남자 다이스케는 묘한 사연이 있습니다. 바로 책을 읽지 못하는데 책을 좋아한다는 사연인데, 그 사연이 나쓰메 소세키의 책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에피소드의 제목으로 등장하는 책과 꼭 닮은 이야기입니다. 마치 그 이야기 속 줄거리에 등장하는 듯한 인물들이 나타나서는 나는 현실 속의 사람이지만 늘 책의 꿈을 꾸고 있소 하고 속삭이듯 자신의 사연을 들려줍니다. 한데 이것 참, 왜 저에겐 그 사연이 거짓말처럼 귀엽고 아름답게만 들리는지 모르겠습니다세 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사연 역시 귀엽습니다. 하지만 이 에피소드는 한 인물이 왜 지금 이렇게 살아가는가?”를 삼단논법으로 구성하기에 귀엽습니다. 소중한 책은 언제 어떻게 되더라도 늘 소중하다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해답을 제시한달까요. 네 번째 에피소드는 설명이 필요 없는 일본의 문호 다자이 오사무를 이야기합니다. 그의 우울한 삶처럼 우울한 이야기, 사연, 조금은 위험한 에피소드가 그간의 가벼웠던 사건들의 무게를 살짜쿵 내려놓습니다. 너무 무겁지 않게 그렇다고 해서 너무 가볍지도 않게 다지아 오사무의 언컷초판을 감싸 안는 조심스런 손놀림으로 하늘하늘 바닥에 이야기를 내려놓고 빙그레 미소 짓습니다. 되도 않는 휘파람으로 덧붙입니다. “이것으로 부족한 분들을 위해 별책부록 겸 에필로그를 준비했어요.”

 

       

 

지난 삼 주 동안 여러 책들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 오래된 책을 좋아하고, 책에 대해 말하는 걸 좋아한다는 점 말고는 그녀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사카구치 마사시처럼 자기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성격일까.

그래도 상관없다.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즐거우니까. (p.225)

 

 

섬세하고 귀여운 이야기로 가득찬 비블리아~는 아주 가볍게 이야기를 끝마칩니다. 다소 허전한 마음이 들긴 하지만 다음 편, 또 다음 편이 있다고 하니 일단은 기대하기로 합니다.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되는 결말로 끝이 났으니까요. 또 이야기 속 등장하는 캐릭터 하나하나가 매우 매력적이라서 이 인물들이 어떻게 이야기를 끌어나갈지, 책 속에서 책을 닮은 이야기를 어찌 풀이할지 무척이나 기대됩니다.

 

, 무엇보다 시노카와 상이 휘파람을 잘 불게 될지가 너무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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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 개정판
무라카미 류 지음, 정윤아 옮김 / 문학수첩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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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자주 쓰는 말이 있습니다. “나는 어디? 여긴 누구?” 바로 만화이자 애니메이션 시리즈 개구리중사 케로로의 케로로가 나츠미의 외할머니 놀라갔다가 산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 한 대사인데요, 저는 이 대사를 본 이후 나는 누구? 여긴 어디?”가 아니라 나는 어디? 여긴 누구?”라고 읊었다는 데서 감탄하여 그 이후 이 대사를 자주 따라합니다. 이 대사에 감탄한 이유는 미묘한 어감차이로 인한 웃음과 그 대사 자체가 가진 의미입니다. 사람들은 혼란을 겪거나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모를 때에 나는 누구? 여긴 어디?”라고 말하는데 나는 어디? 여긴 누구?”라니, 극심한 혼란을 겪을 때 할 수 있는 대사가 아니겠습니까? 또 우리가 어디에 있고 여기서 누구를 만나는가, 그것으로 인하여 우리는 혼란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요.

  

  그래, 연애가 마지막 희망이다 : 무라카미 류의 공항에서

   

 

무라카미 류는 설명이 필요없는 일본을 대표하는 문학가입니다. 그의 수많은 작품들 중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은 아마도 한없이 투명한 블루일 것입니다. 처음 우리나라에 출간되었을 때에 원제가 워낙 야해서 이렇게 제목이 붙었었죠. (저는 이 책의 원제 덕에 그 단어의 뜻을 처음 알았습니다.) 무라카미 류는 이후로도 충격적인 작품을 여러 편 선보였습니다. 그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무라카미 하루키가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쓸 때 영감을 받았다는 코인로커 베이비스라던가 69』 『초전도 나이트 클럽』 『오디션』 『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등이 있겠습니다. 무라카미 류는 이외에도 상당수의 에세이도 썼는데요, 저는 그 중 그래 연애가 마지막 희망이다를 무척 좋아합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제 연애관 및 인생관이 잡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궁금한 분들은 책을 찾아 읽어보시고.) 헌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자꾸 그래 연애가 마지막 희망이다가 떠오르더군요.

  

 

소설연작집 공항에서~에서라는 식으로 소제목을 붙여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이야기는 결코 이어지지 않지만 각기 이야기 속에서 몇 개의 열쇠key가 숨어 있습니다. 이 열쇠는 다른 이야기들과의 모종의 관계가 있음을 상징하기도 하고, 그 열쇠를 통해 공통되는 심상을 우리에게 전달하기도 합니다. 다가가면 사라지지만 뺨에 촉촉한 땀방울로 맺히고 마는 새벽안개처럼 느낌과 분위기가 이야기 전반에 가득합니다.

   

 

 

사람은 에너지가 완전히 바닥나면 무언가 자신을 지탱해 줄 것이 필요해. 뭐 어떤 거라도 상관없지. 지금에 와서 깨달은 거지만 정말로 믿을 만한 건 자기 자신의 생각밖에 없어. 다양한 곳에 가 보고, 음악도 실컷 듣고, 책을 열심히 읽지 않으면 나만의 생각은 손에 들어오지 않아. 그 셋 중에 내가 해 본 일이라곤 하나도 없잖아. 그렇다고 다시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었어. (p.27)

 

 

첫 번째 에피소드 편의점에서는 모두가 엑스트라이고 상품이 주인공인 편의점에서 엑스트라 중 한 명인 누군가의 시선을 보여줍니다. 술집에서는 분명 무리에 섞여 술을 마시는데도 타인인 듯 한 발짝 물러난 시선을 보여주고, 공원에서는 반대로 모두에게 끼어들어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끼어들 수 없는 누군가를, 노래방에서는 결코 한 공간에 있을 수 없는 남녀가 한 공간에 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존재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피로연장에서」 「크리스마스」 「역 앞에서는 각기 한 여자의 시선을 통해 과거와 미래를 통한 선택의 순간을 보여주고 마지막 에피소드이자 표제작이기도 한 공항에서는 그리하여 미래를 선택하는 한 여자의 모습을 그립니다.

 

 

 

화가는 어떤 사람이에요?

하루 스무 시간 동안 그림을 그리고도 질리지 않는 인간이 화가야.

  

 

이 여덟 개의 에피소드는 모두 타인에게서 유리된 인간을 보입니다. 또 이 안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합니다. 떠나고 싶어하는 곳도 떠나려는 사연도 모두 다릅니다만, 떠나고자 하는 마음만큼은 진실합니다. 그 사연들 중에는 우리가 떠나고자 하는 사연과 같은 것도 있을테고 반대로 결코 그런 이유로 떠나지는 않겠다는 이야기도 있겠습니다. 그 이야기들을 무라카미 류는 에세이를 쓰듯 무심한 손길로 더 이상 섬세할 수는 없을 것만 같은 조심스런 필치로 쓰다듬듯 이야기를 그려냅니다. 때문에 생각하고 맙니다. , 우리는 또 어디론가 떠나야만 하는 것인가. 지금도 우리는 어디론가 떠나고 있는 것인가. 우리가 지금 있는 이 어디에 있다는 곧 어디에 있었다로 바뀌겠지. 때문에 기대하고 맙니다. 만약 우리가 어디론가 떠난다면 그곳에는 보다 나은 무언가가 있었으면,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길을 걸어가더라도 마음 한 구석엔 언제나 사랑이라는 이름의 희망을 품고 꿈을 안은 채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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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드
무라카미 류 지음, 이영미 옮김, 하마노 유카 그림 / 문학수첩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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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를 읽었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작품들이 그러하듯 싯다르타 역시 두 명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이 두 명의 인물은 서로 다른 삶을 살며 한 가지의 답을 추구합니다. 그리고 여기, 쉴드에도 두 명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싯다르타에 등장하는 인물과 마찬가지로 『쉴드』라는 이름의 답을 추구하는 고지마와 기지마가 그들의 삶을 이야기합니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삽니까? 무라카미 류의 『쉴드』에서 자신을 찾다.

 

 

기지마와 고지마, 두 명의 아이가 있었습니다. 이 두 아이는 이름은 비슷한데 반하여 하는 행동은 전혀 달랐습니다. 콜리를 키우는 고지마는 언제나 방긋방긋 웃는 착한 아이였으나 기지마는 늘 불평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헌데 이 둘은 함께 있을 때엔 정 반대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언제나 방긋거리는 고지마가 기지마와 함께 있을 때만큼은 심술궂은 소리를 해댔습니다. 반대로 기지마는 그런 고지마의 이야기를 방긋거리며 들어줬고요.

 

 

“야하!”

면접장에서 기지마가 그렇게 말을 건넸습니다. 

“어어!”

고지마도 그렇게 인사를 받았습니다. (p.49)

 

 

때문에 둘은 서로의 삶과 스스로의 삶에 의문을 품었습니다. 나는 누군가를 위해 웃고 있다. 누군가의 신경에 거스르지 않기 위해 웃는다. 과연 이것이 옳은 삶일까? 나는 마음을 숨기고 싶지 않아 언제나 무뚝뚝하다. 하지만 이런 나 때문에 다른 이가 불편하다면 과연 이것이 옳은 삶일까? 두 아이는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갑니다. 바로 뒷 산에 사는 ‘이름 없는 노인’입니다. 그리고 이 노인은 수수께끼와 같은 답을 두 소년에게 들려주며, 두 소년에게 이제부터 펼쳐질 삶에서 ‘쉴드’를 찾으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소년은 살아갑니다. 자신들의 쉴드를 찾기 위하여.

 

 

인간은 몸 중심에 있는 부드럽고 연약한 그것을 어떻게든 지켜내야 해. 지키지 못하면 소중한 그것은 차츰 딱딱해지고 줄어들어서 결국에는 말라비틀어진 개똥처럼 변해버리지. 그렇게 되면 인간은 화석처럼 굳어서 감정도 감동도 경이로움도 생각하는 힘도 다 읽고 말아. (pp.29~30)

 

 

이 책 『쉴드』는 지금까지 본 그 어떤 무라카미 류보다 순수합니다. 이야기와 어우러진 하마노 유카의 삽화는 그저 귀엽습니다. 두 소년의 삶과 꼭 어우러진 이야기와 그림은 헤르만 헤세와 파울로 코엘료, 샐린저 등 문학을 통해 구도를 하는 소설가들과 꼭 닮은 꼴입니다. 때문에 놀랍니다. 도대체 이 사람이 어떻게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를 쓴 그 작가인가 싶습니다. 무라카미 류 하면 떠오르는 퇴폐가 이 안에는 전혀 보이지 않거든요.

 

 

“좋아한다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그보다 훨씬 소중한 대상이죠.”

그럼, 인생의 전부인가요? 여자가 그렇게 묻자, 고지마는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전부는 아니에요. 그 밖에도 소중한 것들이 많이 있죠. 다만 셰퍼드랑 같이 있을 때는 나 자신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무리가 가질 않아요.” (pp.120~1)

 

 

하지만 삶을 다루는 방식만큼은 무라카미 류 그대로입니다. 쉴드를 찾는 방식, 그 쉴드에서 많은 것을 깨닫는 두 소년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쩐지 그 안에 제가 아는 퇴폐적인 무라카미 류가 있는 것만 같습니다. 마치 싯다르타처럼 말이에요. 세속의 싯다르타와 신성의 싯다르타가 전혀 달라보이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하나의 뜻을 이루는 그 모습이 기지마와 고지마 안에 있었달까요.

 

때문에 많은 분들이 이 책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책 안에 든 이야기와 그 이야기에 꼭 어울리는 그림을 보며 많은 것을 생각하는 그런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나 뻔한 이야기 속에서 뻔한 감동을 느끼고 뻔한 우리를 생각하여 마침내는 뻔하지 않은 미래를 살겠다, 그렇게 한 발짝을 내딛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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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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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때 나는 엄청난 비만아였다. 최고 많이 나갔을 때엔 몸무게가 80kg를 넘었었다. 당시엔 심한 비만과 선천적인 이유로 디스크 때문에 제대로 된 운동은 무엇 하나 할 수 없었다. 체력장은 모두 패스였고 체육시간은 대체 왜 존재하는 걸까 그 존재의의를 진지하게 생각했었다. 몸무게가 서서히 빠져서 60kg대에 진입했을 때가 아마도 고등학교 2학년 혹은 3학년 때였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체중계를 싫어했거든.) 이유는 간단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별 생각 없이 했던 연극 덕에 자연스레 살이 빠졌다. 또 고등학교 2학년에 진입하면서 공부 대신 놀러 다니기에 맛을 들이는 바람에 더더욱 살이 빠져서 어떻게 60kg대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고 해서 날씬하다고 봐주기는 매우 힘들었지만 이때부터 체육시간의 존재의의를 생각할 정도로 싫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체육 시간에 적당히 몸을 풀기 위해 뛰는 게 언젠가부터 은근히 기다려졌다. 아마도 그 즈음부터 나는 걷기에 맛을 들였던 듯싶다   

 

달리고 싶다면 달리고 글을 쓰고 싶다면 글써라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어제 저녁, 상당히 화가 나는 일이 있었다. 가장 화가 나는 이유는 이 일이 나에게 일어났으나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제 3자라는 입장이었고, 그 다음으로 화가 나는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일의 중심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3자이자 중심일 수밖에 없는 일이라니 어불성설이지만 세상엔 그런 일이 참 자주 일어난다.) 나는 이 일을 접하자 일단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손에서 들고 있던 책을 탁 소리 나게 내려놓았다. 인상을 쓰며 바들바들 떨다가 끝내는 씨발.” 단발을 내뱉으며 눈물을 찔끔 흘렸다. 그러고도 분이 안 풀려 이래저래 어찌해야 하지 중얼거리다 결국 한 일이 퇴근이었다.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책이 손에 잡힐 리가 없었다. 읽을 책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공부해야 할 책은 더더욱 많았다. 때문에 화가 나는 반면 마음은 자꾸만 조급해졌다. 어찌할 바를 모르다 내려야 할 전철역에 도착해서는 여전히 분이 안 풀린 마음으로 무작정 걸었다. 처음엔 모든 게 짜증이 나서 걸음이 급했다. 하지만 점차 규칙적으로 다리를 놀리자 서서히 머리가 침착해졌다. 짜증이 났던 마음이 가라앉으면서 알고 있었으나 차마 인정할 수 없었던 그 사실이 발끝에서 무릎으로, 무릎에서 허벅지로 걷고 있다는 감각과 함께 차올랐다. 이렇게 화를 낸다고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글을 쓰는 것뿐이라는 생각 말이다. 집에 도착했더니 온몸이 근질거렸다. 뭔가 입에 댔다가 맛만 보고 떼버렸다는 마음이 들어 옷을 갈아입었다. “엄마, 나 뛰러 나간다.”라고 말하고는 옷을 갈아입었다. 엊그제 지나가다 오천 원이라는 가격에 혹해 구입한 일명 효리츄리링바지와 엄마의 등산용 파란 점퍼를 입고는 야구 모자를 푹 눌러쓰고 분홍 운동화를 신고 무작정 나갔다. 코스도 잡지 않고 일단 뛰었다. 다음 날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면 어쩌나 두려운 마음이 머릿속에 가득했지만 그보다는 잡생각을 가라앉히는 쪽이 먼저였다. 뛰었다. 조금씩 호흡이 가빠왔다. 근육이 움직였다. 본래 팔이 이렇게 움직였었나 내 심장은 이렇게 뛰었었나 놀라워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엄마의 손을 잡고 가는 아이들 아빠와 함께 걸어가다 무등을 타는 어린 남자아이를 보며 음, 밤이야 밤인데 나는 달밤에 뛰고 있어 중얼거리면서도 뜀박질은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계속해서 뛰다가 종착한 생각은 내 머릿속에 가득한 화의 정체였다. 처음엔 그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지금 이 상황에 대해 화가 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 지나자 그보다 좀 더 뚜렷한 무언가가 보였다. 한 마디로 말해 나는 칠칠치 못한 내 자신에게 화가 났다. 이 정도 일에도 중용을 찾지 못하는 내 자신이 싫어서, 여전히 대단찮은 작가인 내 자신이 싫어서 화가 났고 그 화를 이기지 못하여서 씩씩거리고 있었다. 아아, 그 사실을 알고 나니 무언가 뻥 뚫린 듯 마음이 시원해졌다. 그에 반비례하여 내 젖산은 지금 다리에서 꿈틀거리며 내일 아침만 되어 봐라 넌 이제 죽었다 후후후 비웃고 있겠지만.

  

얼마 전 무라카미 류의 책 두 권을 읽었다고 구구절절 서평을 올렸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두 권을 훑고 나니 어쩐지 이런 류의 책을 한 권 더 읽고 싶어졌다. 때문에 어린 시절 좋아했던 무라카미 류의 책 그래 연애가 마지막 희망이다를 읽어볼까 찾아보았다. 당연히 없었다(내 그럴 줄 알았다). 그렇다면 그 비슷한 책이라도 찾아볼까 기웃거렸는데 보인 책이 바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 책이었다(하루키와 류는 이름이 비슷하단 이유로 서점에 가면 늘 같이 있단 말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는 참 찰지다. 어느 정도로 찰지냐고 묻는다면,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다가 운 적은 없는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다가 운 적은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울었는지 스스로도 의아하지만 나는 먼 북소리를 읽으며 정말 많이 울었었다. 때문에 이 책을 슬쩍 들었다가 그대로 사버렸다. 에세이니까 분명 좋겠지 하고는. 그랬더니 정말 마음에 들었다. 내가 저 위에 길고 길게 구구절절 내가 뛴 이야기를 적고 싶어질 정도로 그렇게 참 좋았다.

 

그런 책이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참 할 말이 많아지는 책. 때문에 이렇게 밑도 끝도 없이 무언가를 내 안에서 뽑아내고 싶은 책. 이 책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말 그대로 내가 쓰고 싶게 만들다 못해 달리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다.

      

소설을 쓰자고 생각을 하게 된 날짜를 정확히 기억해낼 수 있다. 197841일 오후 1시 반 전후였다. 그날, 진구 구장의 외야석에서 나는 혼자 맥주를 마시면서 야구를 관전하고 있었다. 진구 구장은 내가 살고 있던 아파트에서 금방 걸어갈 수 있는 곳에 있어서, 나는 그 당시부터 꽤 열성적인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팬이었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고 봄바람은 따뜻하게 스쳐 지나가는 더 바랄 것 없는, 아주 기분 좋은 봄날의 하루였다. 그 무렵 진구 구장의 외야에는 벤치 시트가 없이, 경사면에 그저 잔디가 깔려 있을 뿐이었다. 그 잔디에 누워서, 차가운 맥주를 홀짝거리며, 때때로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느긋하게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다. 관객은늘 그렇듯이많지는 않았다. 야쿠르트는 시즌 개막 경기의 상대로 히로시마 카프를 홈구장에서 맞이하고 있었다. 야쿠르트의 투수는 야스다로 기억하고 있다. 작은 몸집의 땅딸막한 투수로, 아주 치기 힘든 변화구를 던진다. 야스다는 1회 초 히로시마 타선을 무실점으로 간단히 막아냈다. 그리고 1회 말 선두 타자인 데이브 힐튼(미국에서 막 건너온 새 얼굴의 젊은 외야수였다)이 좌측 방향으로 안타를 쳤다. 배트가 강속구를 정확히 맞추어 때리는 날카로운 소리가 구장에 울려 퍼졌다. 힐튼은 재빠르게 1루 베이스를 돌아서 여유 있게 2루를 밟았다. 내가 그렇지, 소설을 써보자라는 생각을 떠올린 것은 바로 그 순간의 일이다. 맑게 갠 하늘과 이제 막 푸른빛을 띠기 시작한 새 잔디의 감촉과 배트의 경쾌한 소리를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때 하늘에서 뭔가가 조용히 춤추듯 내려왔는데, 나는 그것을 확실하게 받아들였던 것이다. (pp.52~3)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 책에서 자신이 서른 살에 말 그대로 문뜩소설이 쓰고 싶어져 그냥 썼다고 말한다. 그러고 얼마 후에 또 갑자기 달리고 싶어져 그냥달렸다고 적는다. 누군가가 하라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며 그렇게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며 이 두 가지가 참으로 닮았고, 어찌 보면 장편소설은 마라톤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물론 열여섯 살이라고 하면, 아마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무척 골치 아픈 나이다. 세세한 일이 하나하나 맘에 걸리고, 자기가 서 있는 위치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없고, 아무것도 아닌 일로 우쭐해지거나 콤플렉스를 느끼거나 한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주워 담을 것은 주워 담고 버려야 할 것은 버리고 결점이나 결함은 일일이 세자면 끝이 없다. 그래도 좋은 점은 조금은 있게 마련이고, 가진 것만으로 어떻게 참고 갈 수 밖에 없다라고 하는 인식에 이르게 된다. (p.234)

    

내가 조금만 더 어렸을 때 이 책을 읽었다면 이 부분에서 그렇지 않아요.”라고 말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혈기왕성했을 때엔 앉은 자리서 몇 십 장이고 글을 써내릴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나이가 들어 이제 빼도 박도 못하는 30대 중반이 되어버리자 생각이 달라졌다. 한없이 제로에 가까운 가벼운 사상으로 가득했던 나도 나이라는 진득함이 몸속에 차버리자 이제는 진중함이 어떻게든 자리를 잡아 체중계의 눈금을 슬그머니 올려버리려는지 그리 쉽게 글을 쓸 수가 없게 됐다. 지금도 봐라. 작년부터 고민하던 그 장편을 아직도 고민하며 새롭고 재미나게 만들겠다고 여전히 책만 들입다 파고 있지 않은가. 이런 상황에서 이 책을 읽고 있다 보니 많은 위안을 얻었다. 지금 내가 걷고 있는 혹은 뛰고 있는 이 길이 결코 틀리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달까.

  

그래서 나는 달리기를 주위의 누군가에게 권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달리는 것은 근사한 것이니가 모두 함께 달립시다같은 말은 되도록 입에 담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만약 긴 거리를 달리는 것에 흥미가 있다면, 그냥 놔둬도 그 사람은 언젠가 스스로 달리기 시작할 것이고, 흥미가 없다면 아무리 열심히 권한다고 해도 허사인 것이다. 마라톤은 만인을 위한 스포츠는 아니다. 소설가가 만인을 위한 직업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나는 누군가에게 권유를 받거나, 요구를 받아 소설가가 된 것은 아니다(만류를 당한 적은 있지만). 느낀 바가 있어 내 멋대로 소설가가 되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사람은 누군가 권한다고 해서 러너가 되지는 않는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그렇게 될 만해서 러너가 되는 것이다. (pp.73~4)

   

이 책을 읽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제대로 뛰어본 적이 없었다. 언제나 뜀박질 자체가 아닌 또다른 목적이 있었다. 20대 때라면 누구나 그렇듯 다이어트 때문이었고(그러다 목적에서 이탈해서 그냥 걷고 싶어서 계속 걷기는 했다.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쭈욱.) 30대에는 제대로 뛰어본 기억 자체가 잘 나지 않았다. 등산이나 뭐 사진을 찍느라고 열심히 걸어본 적은 있었으나 달리기만을 목적으로 뛴 적은 전무했다. 때문에 나는 내일도 좀 뛸 생각이다. 지금 젖산이 내 종아리를 압박하려는 기세로 봐서는 분명 지독한 근육통이 찾아오겠지만 그래도 좀 뛰고 싶다. 아아, 달리고 싶다. 그리하여 뻥 뚫린 가슴으로 글을 쓰고 싶다.

 

지금 이 순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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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아이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욱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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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언제였는지는 모르겠는데, 언젠가부터 3월마다 눈이 옵니다. 벚꽃이 눈처럼 내려 봄눈이라는 문학적 표현이 아니라 정말 눈이 옵니다. 것도 폭설이요. 그리고 오늘 아침 또 눈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침에 출근을 하려는데 어머니께서 눈이나 비 온다더라.” 한 마디를 툭 던지시기에 리락쿠마 우산을 들고 나왔습니다. 하지만 출근길엔 비도 눈도 오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무언가 섭섭해 서점에 들렀습니다. 책을 한 권 들었습니다.

 

초등학교 육학년도 재미날,

미야베 미유키의 눈의 아이

 

어쩌다 보니 미미 여사의 책들은 야금야금 거의 다 읽었습니다. 그리 잘 읽을 수 있는 이유는 미미 여사의 글이 워낙 술술 읽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 재미있고요. 때문에 생각합니다. 재미난 소설의 첫 번째 조건은 쉽게 읽힐 것이다.

 

대학 수업 때 그런 말을 듣곤 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도 이해할 수 있도록 적어라.” 술술 읽히는 것과 더불어 재미난 책의 조건이 하나 더 있다면, 보편적인 소재일 것입니다. 예를 들어 모두가 좋아하는 도시괴담류라던가.

 

미미여사의 현대물, 특히 단편들은 도시괴담을 차용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지하도의 비는 그 중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단편선이고 홀로 남겨져역시 그런 단편들이 섞여 있습니다. 구적초역시 마찬가지로 으스스한 이야기에 초능력까지 더해져 이것 참, 어린아이들도 좋아할 만한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이러한 단편들이 단순하게 괴담만 이야기한다면 의미가 없겠다 하겠지만 미미여사의 책은 좀 다릅니다. 사회파 미스터리를 적는 작가답게 괴담 안에 사회에 대한 진중한 시선이 섞여 있습니다. 때문에 단순한 괴담은 이야기로써 힘을 갖고 우리에게 재미란 이름으로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이번 단편선 눈의 아이에 실린 다섯 편의 단편은 각기 다른 초자연현상이 나타납니다.

 

표제작인 눈의 아이에서는 말 그대로 오래 전 눈 내리던 날 살해당한 눈처럼 사랑스러운 초등학교 동창생 유령의 이야기입니다. 이 유령은 왜 동창회에 나타났을까. 그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일까. 장난감은 한 장난감 가게 노인 부부의 죽음과 수수께끼의 귀신 소동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가슴이 아프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너무나 사실적인 이야기라 어쩐지 뜨끔했습니다. 지요코는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시리즈를 떠올리게 하는 단편입니다. 인형 탈을 쓰는 아르바이트가 보통 일이 아니구나 라고 진지하게 생각했다고.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보는 것은 자기 마음의 내면뿐이다.

좋은 것도,

좋지 않은 것도,

아름다운 것도,

추한 것도.

p. 123, 돌베개

 

 

돌베개는 북스피어 블로그에도 적혀 있었듯이 미미 여사가 상당히 빠른 시간에 적어내린 단편입니다.

 

 미야베 미유키 간만에 현대물, 눈의 아이 http://booksfear.com/526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더더기가 전혀 없이 탄탄합니다. 너무나 뻔한 설정일 수밖에 없는 공원에 나타나는 수수께끼의 여자 유령이야기가 이렇게 색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니! 새삼 필력에 감탄했습니다. 마지막에 실린 성흔은 다른 단편들과 달리 좀 무겁습니다. 인터넷에서 우리가 쉽사리 던지는 덧글, 리플, 악플 이런 것들이 얼마나 큰일을 일으킬 수 있는가 새삼 깨닫습니다. 때문에 이 단편을 모두 읽었을 때 마음에 묵직한 무엇이 새겨집니다. 말 그대로 미야베 미유키라는 이름의 성흔이 가슴에 내렸습니다.

 

 

자기들만이 진실을 안다고,

정의를 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결국

그렇게 되어 버린다구요.

p. 175, 성흔

 

얇은 책을 훌렁 읽고 나니 하루가 훌쩍 지났습니다. 여운에 입맛을 다시며 퇴근하다 인터넷 뉴스를 보니 내일은 정말 눈이 온다고요. 하지만 저는 하루 일찍 눈을 만났으니 내일은 눈을 대신할 책을 만나야겠습니다. 예를 들어 눈의 엄마라던가, 미야베 미유키의 아버지라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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