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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대안기업가 80인
실벵 다르니 외 지음, 민병숙 옮김 / 마고북스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세상을 이롭게 하면서 돈을 벌 수는 없을까?
퇴보한다는 느낌 없이 인간과 인간, 자연과 인간을 파괴하는 현대 문명의 흐름을 거스를 방법은 없을까?
방법은 어딘가에 존재한다. 프랑스의 젊은이들인 저자 중 한명은 '무하마드 유누스'라는 인물을 통해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창의적인 방법이 이미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무하마드 유누스'는 방글라데시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소액신용대출 사업으로 크게 성공한 은행가다. 일반 은행에서는 대출이 전혀 불가능해서 소액으로라도 자본금을 마련하려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신용대출을 통해 자립을 길을 열어주는 게 '무하마드 유누스'가 운영하는 그라민 은행의 비전이다.
두 젊은이는 제2, 제3의 '무하마드 유누스'를 찾아 전세계를 떠돌아다닌다. 유럽, 아시나, 남아프리카, 남미를 여행하는 동안 백명이 넘는 소위 '대안기업가'를 만나게 된다. 그 중 가장 영향력이 큰 80인을 뽑아 그들과의 인터뷰를 소개한 게 바로 이 책이다. 책을 읽다보니 이 세상에서는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위대한 일들이 참 많이 벌어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인상깊었던 만남을 몇몇 소개한다.
스칸딕 호텔은 스칸디나비아에서 가장 큰 호텔 체인이다. 90년대 초반 이 호텔의 재정상태는 매우 나빴다. 그러나 사장인 롤랜드 닐슨은 호텔 경영에 있어 모험을 감행한다. 바로 환경친화적인 호텔로의 변신을 꾀한 것이다. 몇몇의 경영진이 머리를 맞대고 전략을 짠 게 아니라 5천명이나 되는 직원 모두에게 이 비전을 심어줬다. 위에서는 기본적으로 문제에 대한 접근만 유도했을 뿐, 방법과 수단은 직원들이 스스로 찾도록 동기부여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3년간 에너지 사용이 24퍼센트, 물 소비는 12퍼센트, 쓰레기 배출은 45퍼센트 감소했다. 초기 투자비용이 24만 달러였는데, 시행 후 5년 동안 약 240만 달러를 절약했다.
인도에서 가장 유명한 안과병원은 '아라빈드 안과병원'이다. 노화나 영양실조에 의해 생기는 백내장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인공수정체로 교체하기만 하면 되는데 인공수정체의 가격은 150~300달러에 이르렀다. 당연히 인공수정체 시장은 다국적기업의 차지였다. 아라빈드 병원 설립자인 '닥터 브이'는 아예 다국적기업의 특허를 피해 인공수정체를 인도에서 직접 생산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침내 기존 가격보다 15~30배 저렴한 인공수정체를 개발하여 단돈 10달러에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아라빈드 그룹은 현재 5개의 병원을 운영하면서 연간 20만 건의 수술 중 47퍼센트는 무상으로, 18퍼센트는 원가보다 저렴하게 서비스한다.
월가에는 S&P500 지수만 있는 게 아니다. 월가와 썩 어울리지는 않지만 사회적 책임이 있는 지수인 '도미니 사회지수'도 있다. 월가의 열혈여성 에이미 도미니는 윤리적 기준으로 선별된 미국의 400개 대기업들을 편성하여 책임있는 기업에 돈을 투자하는 독특한 펀드를 만들었다. 당연히 담배, 무기, 포르노, 도박, 주류, 핵 분야의 기업은 배제된다. 놀랍게도 '도미니 400 사회지수'는 미국의 500개 우량기업으로 편성된 'S&P 500'의 실적을 지난 10여 년 동안 줄곧 능가했다. 그녀가 해낸 일은 바로 이거다. 훌륭한 윤리의식을 갖고 있는 투자자로 하여금 '원칙과 투자' 사이에서 고민할 필요가 없도록 만든 것이다.
브라질의 꾸리찌바는 지속가능한 도시의 대명사다. 서른 셋의 나이에 꾸리찌바의 시장으로 임명된 '자이메 레르네르'는 대책없는 대도시 꾸리찌바를 변화시키기 위해 먼저 대중교통망을 재구성했다. 지하철에 비해 돈은 적게 들지만 대중교통의 대대적인 변화는 시민의 극렬한 반대를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자이메는 멋지게 해냈다. 1972년에는 30명 중 단 1명만이 대중교통을 이용했지만, 지금은 매일 4분의 3이 넘는 시민들 즉, 190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 수백 개의 버스 노선들이 꾸리찌바의 가장 후미진 곳까지 연결되고, 정류장은 장애인들이 사용하기에 편리하도록 만들어졌으며, 평균 2분 마다 버스가 지나간다. 돈이 없을 때는 '아이디어'로 정면승부한다.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현대식 쓰레기 분류공장을 만드는 대신 시민들이 스스로 참여해서 쓰레기를 분류하는 공터를 만들었다. 유기물 쓰레기는 농민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생물학적 비료로 재탄생했다. 생활환경의 변화는 더 뚜렷하다. 1970년에는 시민 한 사람당 누릴 수 있는 녹지면적이 0.5평방미터였지만 현재는 1인당 52평방미터의 녹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최근 시에서 발간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꾸리찌바 시민의 99퍼센트가 자신들이 세계에서 삶의 질이 가장 높은 도시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이 책에 소개된 80명의 대안 기업가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먼저 '인간'을 생각하고 '환경'을 소중히 여긴다는 점이다. '주주'를 생각하고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관행적인 기업인들은 감히 생각도 못할 일들을 벌이는 괴짜들이다. 지구의 운명은 어쩌면 이들의 손에 달려 있는게 아닐까? 그리고 이 세상은 더 많은 괴짜들을 원한다. 공동체로서의 인간생활,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꿈꾼다면 나 자신부터가 이런 괴짜가 되어야 한다. 이런 괴짜들이 더 이상 괴짜소리를 듣지 않게 될 때 그때야말로 참으로 평화로운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