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난데의 전사들 YA! 29
조나단 지음 / 이지북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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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난데의 전사들/ 조나단 장편소설/ 이지북




미르난데 -  '세상 모든 이야기의 세계' - 의 완성판 <미르난데의 전사들>이 출간되었다. 

'미르난데'라는 놀라운 세계를 창조하여 우리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조나단 작가는 <미르난데의 아이들> 이후 '화성'으로 떠난 새매와 친구들 - 한나와 도래솔, 맨디 - 의 다음 이야기를 작심하고 들려준다. 

'미르난데가 마지막 희망'이라 믿었던 한나와 친구들은 각자 다른 희망을 품고 '새빨간 해마호'에 오른다. 미르난데 우승 팀으로서 당당히 화성 이주권을 거머쥔 아이들은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미르난데위원회 해밀턴 박 위원장은 화성에서 미르난데 특별전을 치러야 한다고 전한다. 세 번의 세상 그리고 세 번의 미션이 한나와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우승자들도 참가했지만 아직 완주한 사람이 없는, 지구의 미르난데와는 다른 화성의 미르난데는 과연 어떤 세계인지 상상불가다. 

조나단 작가는 '화성'이라는 최종 목적지에 도달한 한나와 친구들을 또다시 이야기의 세계로 끌어들였다. 새매와 친구들은 지구에서의 미션과는 전혀 다른 수준에 당황하면서도 올바른 답을 찾아간다. 전작 <미르난데의 아이들>을 읽지 않았더라도 몰입하는데 불편함이 없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그래도 작품의 완성도는 두 권의 이야기가 결합되어야 한층 더 상승된다. 




지금의 화성은 지구 사람들이 생각하는 

인류의 낙원이 아니야. 





우주, 외계 생명체, 문명, 항성 간 여행 등 SF와 과학 그리고 정체성과 존재 이유에 관한 사유와 성찰 등 인문 ·철학, 다양한 분야를 두루 들여다보고 생각해 볼 수 있는,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난해한 미르난데의 미션을 용기와 지혜 그리고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는, 한나와 도래솔, 맨디의 모험과 성장이 확 와닿는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 친구 죽음에 대한 의문, 미르난데의 비밀을 파헤치고자 위험을 무릅쓰고 미르난데 '세상 모든 이야기의 세계'에 뛰어드는, 영웅들의 연약하면서도 강인한 내면에 감복하고 만다. 






<미르난데의 전사들>은 인류가 '우주'라는 무한한 공간에 대해 던지는 질문과 상상력을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이기를 활용하여 이야기로 구현해냈다. 문명을 지닌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창의적으로 그려냈다. 이토록 예의 바르고 무례한 초고도 문명인이라니! 그리고 이번 이야기의 키워드 '전령'의 마지막이자 처음을 상징하는 존재는 큰 인상으로 남았다. 


진실에 닿는 것은 얼마나 어렵고 두려운 일인가. 매번 진실을 목도하는 순간 분노와 배신감이 밀물처럼 쏟아진다. 그렇게 큰 파도가 지나가면 허망하기까지 하다. 원대한 뜻을 내세우지만 한 꺼풀 벗겨보면 인간의 탐욕과 두려움을 마주하게 된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한나와 도래솔, 맨디 그리고 저항군들이 있기에 한나의 말처럼 우리 인간은 더디더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미래에 빠지지 않는 '화성'을 배경으로 하는 특색 있는 이야기가 리스트에 하나 더 추가되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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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행
정명섭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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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꾼 정명섭이 들려주는 '귀신이 된 암행어사' <암행>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암행/ 정명섭 글/ 텍스티(TXTY)



처음 보았을 때 표지가 시선을 잡아끌었다. '공을 들인 작품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다 읽고 나니 그림에 담긴 의미가 한눈에 들어오면서 압도되었다. 소설의 전율에 '암행'과 '낙죽장도'가 강조된 표지까지 더해지니 여운이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암행>은 모든 것이 완벽했던 삶이 갑자기 안개가 덮치고 걷히면서 모든 것이 사라져버린 한 남자가 그 연유를 알고자 어둠의 길을 걸어가는 이야기다.






괴력난신이 팔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선, 병조판서의 외아들 '송현우'는 문과 장원급제를 하고 암행어사로 임명된다. 떠나기 전 서둘러 마음에 둔 벗 '이명천'의 누이와 혼례를 치르고 행복에 젖어 잠이 들었으나, 안개가 온 집안을 뒤덮고 사랑하는 이들이 처참하게 죽임을 당하고 만다. 감당하지 못할 슬픔과 분노에 이어 살인자라는 누명까지 쓰고 말았으니…… 






죽음을 뛰어넘는 분노의 힘을 조절하여 비극의 원인과 살인자를 찾아떠나는 '어사' 송현우의 앞에 어떤 어둠이 깔려 있을지, 그 길 끝에 기다리고 있는 진실은 과연 무엇일지… '복수'를 가슴에 품은 송현우는 어느 것 하나 뚜렷하지 않은 여정을 기꺼이 떠난다. 그 곁을 지키는 자 '진운'와 개 '어둠'은 조선 왕실을 보호하는 천격당의 당주 '소진주'가 붙여주었다. 



<암행>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대결이다. 존재 자체도 그렇지만, 속내도 그렇다. 




삶과 죽음은 희미한 경계선으로 나눠질 뿐이다.




'복수'를 하고자 어둠의 길을 걷는 송현우와 똑같은 연유로 그를 쫓는 벗 이명천처럼 목적이 명확하게 보이는 자들이 있지만, 사람을 마치 바둑돌처럼 부리는 임금과 천격당 당주 소진주 그리고 좌의정 심환처럼 속내가 보이지 않는 자들이 서로 얽혀있다. 하지만 그들 모두 '무원'에 이르기를 원하고 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안내자가 되어 '어둠의 길을 걷는 어사' 송현우는 길 위에서 날로 성장한다. 미스터리를 파헤쳐 나가며 진실에 한 걸음씩 다가가게 되면서 긴장이 고조된다. 








복수를 위해 분노를 조절하여 힘으로 사용하는 법을 터득해나가는 주인공 '송현우'가 스토리 안에서 보여주는 인간적인 매력은 강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비극의 주축인 '무원'과 '주박교'는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관해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사람 목숨을 가지고 장난을 쳐?"

"정해진 운명 앞에 인간은 하찮은 존재일 뿐이야.

그걸 깨닫지 못하면 죽음만이 있을 뿐이지."





숨 가쁘게 펼쳐지는 전개에 호흡을 맞춰 달리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의 끝에 다다른다. 타고난 이야기꾼 #정명섭 작가는 쉬이 결말을 손에 쥐여주지 않는다. 아쉬우면서도 아직 끝이 아닌 송현우의 길이 반가운 게 사실이다. 어둠을 걸으나 빛을 바라볼 줄 아는 송현우와 그 곁을 밝히는 진운과 어둠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진다. 

함께 기다릴 이들을 모으기 위해 보는 사람마다 <암행>을 쥐여주고 싶다. 펼치는 순간 마지막 장까지 놓지 않을 거라 장담한다. 붉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낙죽장도가 내는 서늘한 소리가 심장을 뛰게 만드는 이야기 <암행>을 추천한다. 





"근원이 없는 곳이라 

어디로 가야 할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길을 걷다 보면 마주칠 겁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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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가족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이귤희 지음, 이경석 그림 / 우리학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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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가족/ 이귤희 글 이경석 그림/ 우리학교


일도, 걱정도, 생각도 없이 살아가는 게 '행복'일까? 

돈만 있으면 다 해결되는 게 '삶'일까? 

<가짜 가족>은 짧은 글이지만 묵직한 한 방을 날리는, 힘 있는 이야기다.


출판사 우리 학교에서  출간된 따끈따끈한 신간인 이귤희 작가의 <가짜 가족>은 남 탓만 하고 책임질 줄 모르는 가족이 이사 전문 업체 '야반도주'의 도움으로 정말 야반도주를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우당탕탕 성장기를 담고 있다. 찬영이네 가족이 기이한 일을 겪으면서 자신의 선택과 결과에 스스로 책임지고자 하는 변화가 그려진다. 작가가 이를 위해 구상한 플롯이 실로 매력적이다.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갈망하던 내일이다.

- 소포클레스





소설이 시작되기 전 적혀있는 이 글귀를 소름 끼치도록 선명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고통과 시련 혹은 노력 없이 얻은 결과와 기쁨은 진짜 행복이 아니다. 간절하고 절박하고 진실한 땀과 눈물로 채울 수 있는 소중하고 평범한 일상의 오롯한 기쁨을 전하고 있다. 








찬영이네는 각자 감당하지 못하는? 인정하기 싫은? 문제들을 거짓말로 덮고 있다. 남 탓만 하고 책임지지 않은 채 위기에서 벗어날 궁리만 하는 이들 앞에 갑자기 손톱만 한 작은 스티커가 반짝반짝 나타났다. 그들은 별다른 고민 없이 '야반도주'를 선택했다. 





아무도 모르게 이사해서 새 인생을 설계해 드립니다.







'자식은 부모를 비추는 거울'이라 했던가. 엄마 아빠를 똑 닮은 찬영이를 보니 부모로서의 마음가짐을, 행동거지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하지만 자기가 두고 온, 떠나온 삶을 그리워하고 누구보다 되찾고 싶어 하는 모습에서 시련 속에서 단단하게 여물어 훌쩍 성장한 찬영이를 만날 수 있었다. 참혹한 현실에 주저앉아 벗어날 생각도, 의지도 없이 체념한 부모들과는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싸워 앞으로 나아가려 발버둥 치는 찬영이는 반짝거렸다. 







<가짜 가족>은 찬영이 가족 모두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책임지기 싫어서, 그저 편하고 싶어서, 쉽게 살아가려 도망친 '현실'을 누군가에게는 간절하게 원하는 '삶'으로 그려내면서 '삶의 태도'를 묻는다. 

영화 '비바리움'이 떠오르는 새집과 마을이 서늘함을 선사한다. 힘들게 일하기 싫어서 도망쳤는데, 주어진 일을 주어진 시간 내 끝내야 하는 새 인생은 돈이 넘쳐나도 행복하기는커녕 생각을 앗아가는 잠자고 먹고 일하는 단순 반복적인 삶이었다. 







행복하게, 잘 살아가기 위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 중요한 게 무엇인지 살피게 한다. 편한 게 행복이 아니라, 행복은 생각하고 선택해서 행동하고, 그 결과가 좋든 나쁘든 받아들이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에 있다. 


돈을 갚지 못하고, 드론을 망가뜨려 도망친 찬영이네가 가짜 가족에게 이후 생활을 물었을 때 들은 답변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 주식하다 망한 거 들켜서 사람들이 많이 괴롭혔죠? 난 그게 제일 무섭던데."

"별로 그렇지도 않았어요. 처음엔 어떻게 돈 갚을 거냐고 몰아붙이더니 나중엔 나쁜 마음먹지 말라고 걱정해 주더라고요."

"사람들이 우리 걱정을 했다고요? 그럴 리가."

"믿기 싫으면 말아요. 그러니까 해결할 생각은 안 하고 도망갔겠지."



그저 들키지 않고 넘어갈 방법만 찾던 비겁했던 찬영이네는 기상천외한 경험을 하고 따끔하게 혼이 났다. 정신이 번쩍 든 이 가족이 어떤 인생을 설계할지 무척 기대된다. 



힘들게 얻어야 만족을 느끼고, 

몸이 아파봐야 건강이 귀중한 걸 깨닫고, 

슬픔을 느껴야 기쁨도 느끼지. … 

최악의 고난을 극복하면 

최고의 만족을 느낄 수 있으니까.




"잘 살게요." 찬영이네 다짐처럼 우리 모두 잘 살았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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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셋 2025
김혜수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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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셋 2025/ 한겨레출판

출간 워크숍 2기 응모작 여섯 편을 묶은 <셋셋 2025>

'셋셋 시리즈'의 의미가 인상적이다. 아무도 이름 붙이지 않은 별자리에 최초의 이름을 붙이기 위해 작가, 출판사, 독자 '셋'의 만남을 '셋(set)'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매해 한국문학의 큰 샛별이 될 내일의 문학들이 한 걸음 빠르게 찾아온다. 



우리에게 닿은 내일의 문학은 

김혜수 - 여름방학

이서희 - 지영

김현민 - 동물원을 탈출한 고양이

이지연 - 아이리시커피

양현모 - 호날두의 눈물

전은서 - 경유지

여섯 편의 이야기다. 



작품들의 주제는 '구원'이다. 다른 소설 속 다른 인물들이 들려주는 구원에 관한 이야기는 다르면서도 비슷하고,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그렇게 다른 빛과 다른 온도로 다가온 여섯 편의 새로운 소설들은 어느새 '우리'의 이야기로 다듬어진다. 





자신조차 모르는 자신의 마음을 명명하여 명확하게 해줄 친구로, 하느님의 목소리로, 들어주고 안아주는 타인으로, 어린 시절 추억으로, 상실로 고통받는 이들이 애도하는 시간으로, 현역으로 뛰는 왕년의 스타 축구 선수에 대한 격려와 응원으로, 헤어진 전 남자친구의 부재가 상기시켜준 사랑의 기억으로 '구원'은 그려진다. 



어쩌면 결코 받을 수 없을 것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허망함을 입에 담지만 그럼에도 살아가기를 선택한 이들 안에서 또 다른 형태의 '구원'을 발견한다. 

버티고 살아남는 것…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의 연장선 위에서 힘을 내게 하고, 웃게 하는 순간들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소미 어머니와 소미를 찾는 희수처럼, 기꺼이 엄마 품에 안긴 아이로 남아 지금을 견뎌보기로 한 해연처럼, 서로가 잠시 기대어 쉴 수 있는 작은 땅이었던 상민을 그냥 그대로 기억하기로 한 예은처럼. 




여섯 편의 소설은 반짝반짝 빛나는 오늘은 아니지만, 힘을 내어 마음을 들여 살아가기로 한 인물들을 담아내고 있다. 작은 틈새로 빛이 들어오기를 바라고 있다. 미지근한 바람이 그들의 이마에 맺힌 땀을 식혀줄 거라 믿는다. 다분히 현실적이고 적당히 소설적이라 셋셋하는 이야기들이다. 


한겨레 하니포터10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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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의 철학 - 흔들리는 삶을 위한 16가지 인생의 자세
샤를 페팽 지음, 이주영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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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의 철학/ 샤를 페팽 지음/ 다산초당



철학을 다룬 책이 이토록 재미있어도 되는 건가. 

프랑스 철학자 샤를 페팽이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는 위태로운 시국을 지나는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실패를 대하는 태도가 주를 이루는 만큼 첨예한 갈등과 분열 그리고 위기로 점철된 우리나라의 오늘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준다. 시련과 실패를 불안과 무력감이 아니라 변화와 기회로 여길 수 있다. 이런 용기와 유연함을 여러 철학자와 유명한 과학자, 정치인, 화가, 소설가, 운동선수의 사례들을 들어 보여주고 있다. 







'흔들리는 삶을 위한 16가지 인생의 자세'라는 부제를 단 [태도의 철학]은 '삶'과 '나'를 마주하기를 권한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끄는 가치들은 숙연하게 만든다. 시련 앞에서 "왜 나에게만?" 부르짖지 않고 기꺼이 흔들리고 다시 일어서려는, 일어선 이들의 일화와 생각들은 많은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왜 그들은 그럴 수 있었고, 나는 그럴 수 없었을까? 우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큰 벽이다. 저자가 말하는 프랑스 사회가 오늘날 한국과 너무나 닮아있어서 소름 끼쳤다. 철학자이자 교육자로서 그가 바라보는 사회와 교육의 한계점이 바로 우리네 사회의 한계였다. 





수없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밑줄 치며 순식간에 빠져들어 읽게 되는 [태도의 철학]은 우리가 철학을 배워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지식이 아닌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성찰할 수 있도록 이끄는 질문과 행동이 되어주는 철학, 그 아름다운 여정을 그리고 있다.

이미 시도했고, 이미 실패했다. 하지만 상관없다. 

다시 시도하라. 다시 실패하라. 더욱 잘 실패하라.


실패를 경험한 이들이 현실과 충돌하고 부딪쳐가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일화들은 저자의 철학을 잘 뒷받침해 준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의사가 되려고 했으나 실패하고, 목사가 되려고 했으나 이 또한 적성에 맞지 않았다. 그 후 2년간의 긴 항해 길에 오르면서 자신의 적성을 깨달은 이가 바로 '찰스 다윈'이었다. 

애플을 세웠으나 쫓겨난 스티브 잡스는 이를 계기로 겸손을 배웠다. "괴롭도록 쓰디쓴 약이었지만, 꼭 필요한 약이었다." 이 경험으로 살면서 가장 창의적인 시기를 맞이한 것이다. 
베스트셀러를 써서 부와 성공을 거머쥐고도 피에르 레이는 심각한 우울증을 겪었다. 자신이 이룬 성공이 마음속 깊이 원하던 욕망과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었다. 진짜 욕망에 충실한 삶이야말로 성공한 인생이다. 

화가가 되고 싶었던 세르주 갱스부르는 그 압박감을 노래로 해소하였다. 그리고 국민 가수로 사랑받았다. 

가수 레이 찰스는 일곱 살에 시력을 잃고 열다섯 살에 어머니를 여의었다. 하지만 그는 "선택은 저에게 달려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성공한 사람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대부분 이런 시련과 실패 앞에서 현실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변화하고 성장해나갔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이를 기회로 여겨 딛고 일어서는 단단함을 우리는 목도했다. 확실한 답을 찾은 이여, 기쁨의 탄성을 지르자. 

위험이 있는 곳에는 구원도 함께 자란다.

- 독일의 시인 프리드리히 휠덜린




어려운 상황을 즐겨야 한다. 저자의 이 챕터가 마음을 울렸다. 독일의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진정한 정치란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것'이라 했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나가기 위해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무엇을 할 것인지 치열하게 묻고 답하자. 모든 변화는 그렇게 시작된다는 이 문장에서 희망을, 힘을 얻고자 한다. 헤겔의 변증법에 의하면 반대되는 것들은 서로 떨어질 수 없으며 최종적으로 '합'을 이룬다. 이 '합'이 어느 때보다 간절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시의적절한 독서였다.

[태도의 철학]을 어지러운 시국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권한다. 현실을 마주하고 나를 마주하자. 질문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지난하고 고통스럽지만 유익한 카이로스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우리가 되기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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