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으면 초능력 1 - 논어를 잡다
이병안 지음, 로따뚜이 그림 / 애니온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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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 초능력 1.논어를 잡다/ 애니온

비룡소의 만화 브랜드 '애니온'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읽으면 초능력> 시리즈로, 고전을 읽으면 생기는 놀라운 초능력과 그 힘을 사용하는 캐처들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 







초능력, 그 강한 힘을 '책'에서 얻을 수 있다는 발상이 신선하다. 초능력자 '캐처'처럼 멋진 캐릭터의 활약 덕분에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고전을 좀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다. 







대망의 첫 번째 고전은 바로 '논어'이다. 공자가 질문에 대답하고 토론한 내용인 '논'과 제자들에게 전해준 가르침인 '어'를 기록한 책이다. 공자는 책을 읽고,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읽으면 초능력>의 주제와 일맥상통하다. 








주인공 정수호는 책 읽기를 좋아한다. 

공자와 그의 제자 자로를 직접 만나 가르침을 받고 깨달음을 얻는 순간 논어 속 문장이 나타나고 묘한 기운이 자로와 수호에 흡수된다. 과연 수호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호기심이 샘솟고, 글의 뜻도 궁금해진다. '힘과 배움', '능력과 배움' 그리고 '삶의 자세'에 대한 공자의 가르침은 틈을 파고들어 힘만을 앞세우며 살았던 자로를 무릎 꿇게 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해야 하는 일들을 단순히 해야 하니까 하기보다는 '왜' 해야 하는지 이유와 이치를 알고 하는 게 중요하다. <읽으면 초능력 1>에서는 논어를 읽고 왜 배워야 해야 하는지를 깨우치고 힘을 얻을 수 있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

공자





<읽으면 초능력>은 고전을 초능력의 원동력으로 삼아 어린이 독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고전을 통해 얻은 초능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도 생각해 보게 한다. 

소심하고 책만 파고드는 '정수호'가 책을 통해 동서고금을 망라하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자들, 신화에 적힌 자들의 능력을 '캐치업'해 성장해나가는 모습은 우리 아이들에게 큰 자극이 되어줄 것이다. 게임에 익숙한 세대에게 탁월한 접근법이다.  빌런 일루미나티와의 대립 구도 또한 긴장감을 높이면서 흥미를 끌어올린다. 








본문 외에도 <사서 샘과 독서 톡! Talk!>, <똑똑해지는 인문 고전 캐치업!>, <캐치업 노트>, <핵심 문장 익히면 나도 캐치업!>, <캐릭터 정보>, <초능력 미리 보기!> 등 다양한 꼭지로 호기심을 키운다. 








1편에서는 논어 속 인물인 '공자'와 '자로'에 관한 정보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알지 못했던 내용을 통해 역사적인 인물들을 좀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다음 이야기에서는 철학자 플라톤의 <국가>을 만날 수 있다. 동서고금을 망라한 고전 코믹스 <읽으면 초능력> 시리즈는 점점 뜨거워질 예정이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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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무법자
크리스 휘타커 지음, 김해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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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무법자/ 크리스 휘타커 지음/ 위즈덤하우스


끔찍하고 슬프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사랑하는 이를 위해 인간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서사시, 그 비극 속에서 끝끝내 살아남은, 작은 무법자에게 뜨거운 눈물 가득한 박수를 보낸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수십 시간이 흘렀건만 뜨거운 감정 덩어리가 울컥울컥 치솟아 버겁다. 여운이 이토록 긴 이야기를 만난 이 시간이, 이 감각이 놓아주지 않는다. 오열하면서 읽어 토끼 눈이 되어버렸지만, 그 진한 감정이 흐르고 흘러 사라지는 게, 흩어지는 게 마냥 아쉬운 이야기다.








케이프 헤이븐, 해안가에 위치한 한마을에서 벌어진 사건이 한마을을, 사람들을 어떻게 지배하고 짓누른지 예리하게 써 내려간다. 의도치 않은 사고였지만 열다섯 소년의 삶은 어둠 속으로 깊이깊이 가라앉았다. 그리고 유가족과 주변 인물들의 삶 또한 사건의 중력에 갇혀 다른 시간을 튕겨버렸다. 

더욱 슬프고 시린 점은 상흔이 대물림되어 고통의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다. 어린 딸을 잃은 아버지 핼, 동생을 남자친구 빈센트 때문에 떠나보낸 언니 스타, 스타의 자녀 더치스와 로빈까지 래들리가 삼대를 소용돌이 한복판으로 몰아붙인다. 불행과 어둠은 생명을 지닌 것처럼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강해졌다. 누구보다 서로를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사이기에 사실과 진실은 왜곡되고 감정은 불타올라 오히려 그들 사이의 공기를 고갈시켰다. 곁에서 지켜줄 수 없는 사랑은 그 크기만큼의 끔찍한 고통이었다. 

더치스, 핼, 빈센트, 스타… 그래도 마지막까지 그들과 함께 고통의 길을 걷다 보면 기구한 삶에 웃음이 스며든 기억을 만날 수 있다. 시간은 그저 흘러가고 우리 인간은 찰나를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전부인 그 순간을 격렬하게 그려낸 [나의 작은 무법자]는 경외스러운 작품이다.










[나의 작은 무법자]를 읽으면서 어린 더치스 앞에 놓인 삶의 냉혹함에 치를 떨었다. 가녀린 소녀에게 한 줌도 허락되지 않는 따뜻한 빛줄기가 야속했다. 읽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저릿한 통증이 가슴을 사정없이 휘젓는데 이 가녀린 소녀는 어떻게 매번 상처 속으로 뛰어들 수 있는지……. 결코 고개 숙이지 않는 투지를 한 꺼풀 걷어내면 여리고 여린 사랑스러운 심성이 웅크리고 있다. 그래서 더 거칠고 매정하고 차갑게 자신의 겉모습을 꾸미는 더치스였다. 동생 로빈을 위해 자신을 무법자로 칭한 소녀의 여정은 깊은 흔적을 새겼다. 그 흔적은 어떤 것으로도 지울 수 없는 상처이자 영광이었다. 


[나의 작은 무법자]는 동생 로빈을 지키고자 분투하는 더치스와 지나간 과거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워커 경감이 탄탄한 두 기둥이다. 가여운 워커는 친구 빈센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죄책감과 우정으로 굳어버렸다. 워커는 과거와 현재의 사건 모두를 집요하게 파헤치면서 진실을 쫓는 경찰이자 친구이다. 참과 거짓이 뒤범벅된 사건 속에서 숨겨진 진실을 찾아 길 위를 헤매는 그는 지독히도 외롭고 처절했다. 하지만 그 길을 끝까지 걸었기에 더치스도 그 자신도 가혹한 운명에서 벗어나 내일의 해를 바라보게 되었다. 








드디어 밝혀진 진실 앞에 참담하면서도 자신의 죄를 참회하며 번뇌와 고통을 감내하며 묵묵히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온 삶에 감읍했다. 눈물을 참고 참았던 더치스가 드디어 눈물을 흘리는 결말에 나를 가득 채웠던 수많은 감정들이 빠져나갔다. 온 마음으로 읽은 [나의 작은 무법자]는 그렇게 나를 비웠고 또 서서히 나를 채워갔다. 

세상에 버려진 존재였다 믿었던 더치스, 불공평한 세계를 비웃었던 무법자 더치스, 상처를 거친 몸짓과 말로 감췄던 우리의 여공작 더치스가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 단 한 번의 실수가 몰고 온 참담한 비극 앞에 무너져 버렸지만, 사랑하는 이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사람들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 [나의 작은 무법자]가 오래오래 가슴에 머무르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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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고양이 6 - 깨어난 북극 바이러스 책 읽는 샤미 43
박미연 지음, 이소연 그림 / 이지북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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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고양이6/ 박미연 글/ 이지북



<시간 고양이> 시리즈 여섯 번째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녹아내리는 북극이 눈앞에 그려지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부여안고 빠져들어 읽게 되는 환경 판타지 동화 <시간 고양이 6>이다.

2160년 갑자기 바닷물이 차오르면서 많은 육지가 사라지게 된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이서림'뿐이라는 간절한 호소에 서림은 리호와 은실이와 함께 또다시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된다. 


"제발 아프론타 나무의 멸종을 막고, 

옥사나 박사를 구해줘. 

다시 한번 우리의 미래를 부탁할게."



자연스럽게 이전 시리즈와 이야기의 흐름을 연결해나가는 구성이 좋았다. 소장이 아프론타 나무 씨앗을 들고 사라진 이후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탄탄한 줄거리가 뒷받침되어 늘어지지 않고 힘 있게 이끈다. 생각하는 힘을 길러줄 수 있는 좋은 구조로, 시리즈물 특유의 장점이 빛나는 작품이다. 그리고 다음 모험이 기다려지는 재미까지 갖춘 <시간 고양이>다.

이번에도 역시나 불시착! 메이의 헐렁함은 여전했고 그 덕분에 시작부터 박진감이 넘쳐흘렀다. 48시간의 제약을 뚫고 이번에도 훌륭하게 임무를 해낼 서림과 리호 그리고 은실이였다. 개성 넘치는 세 캐릭터들과 북극에서 만난 새로운 친구들과의 멋진 조합과 활약은 시시각각 달라지는 북극의 자연만큼 시선을 강탈하였다. 

인간의 이기심 그리고 사랑을 여러 각도로 조명해 주고 있는 <시간 고양이 6>이다. 

소장이나 권현욱 연구원의 이기심과 탐욕은 지구와 생태계를 뒤흔들어 놓았다. 악당들은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기 위해 악행을 서슴지 않는다. 극악스러운 계획에 동조한 권현욱 연구원의 마지막 모습은 씁쓸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나눅(강한 북극곰)은 부모님을 위해 친구를 배신한다. 리호는 배신감에 치를 떨지만, 서림이는 그 마음을 헤아려준다. 오히려 아픈 부모님을 치료해 줄 약을 꼭 얻었으면 한다. 나눅이 보여준 행동은 이기적이지만, 근간은 사랑이라는 점에서 재고해 볼 여지가 있다. 


서림과 리호 그리고 나눅, 세 친구가 힘을 합쳐 엔피웜 바이러스에 걸린 감염자들을 피해 아프론타 나무 씨앗을 구하러 떠나는 모험은 고대로 떠나는 역사 여행이었다. 동굴 벽화와 오래된 지도의 도움을 받아 유일한 아프론타 나무를 찾는 여정은 순조롭지는 않았지만, 모두의 기지로 잘 헤쳐나갈 수 있었다. 

<시간 고양이 6>은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어려움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도전 정신 그리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따뜻한 마음을 우리 아이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미래 북극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사건으로 영구 동토층, 메테인, 고대 바이러스 등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환경에 관한 경각심을 심어주었다. 과학으로, 용기로, 사랑으로 눈앞의 위기를 해결해나가는 친구들의 모습은 우리 아이들 마음속 깊이 각인될 것이다. 



그 모든 위험한 순간에 서로가 있어서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과학 지식이 풍부한 서림이와 긍정적이고 운동 신경 좋은 리호 그리고 예민한 감각으로 막막한 순간마다 묘책을 알려주는 신통방통한 고양이 은실이의 북극 대모험은 잘 마무리되었다. 덕분에 지구는 무사하다! 

[깨어난 북극 바이러스]를 잘 해결한 <시간 고양이> 팀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진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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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루키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8
김영리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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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청소년, 열정, 스포츠. 

이 재료들을 한데 모아 우리를 뜨겁게 달구는 소설

<슈퍼 루키>





슈퍼 루키/ 김영리 장편소설/ 다산책방






김영리 작가가 쓴 <슈퍼 루키>는 '배구'를 좋아하는 '구나인'이 여러 일들을 겪으며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다. 

가제본으로 읽고 정식 출간본으로 다시 읽고~ 읽으면 읽을수록 심장이 요동치고 에너지 넘치는 십 대 청춘의 성장 이야기다. 경쟁자가 아닌 팀으로 우뚝 서 꿈을 향해 뛰어오르는 아이들을 흠뻑 응원한다. 사랑한다.



우선 '배구'를 소재로 한 소설이라 배경지식으로 배구에 대한 설명이 제공된다. '배구'에 관한 설명과 포지션, 기술에 대한 정보는 <슈퍼 루키>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여섯 살, 진짜 어린 나이지만 '배구'에 온 마음을 빼앗긴 그날 이후 꿈은 정해졌다. 마음만큼 실력도 좋아 청소년 국가대표 중 유일한 중학생으로 출전한 국제 대회에서 큰 부상을 당하고 만다. 수술을 하고 코트로 돌아왔지만, 예전과 달라진 상태에 나인이 본인도, 팀도, 가족도 모두 당황한다. 정해진 엘리트 코스 대신 다른 길에 도전하는 '나인'의 앞날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실패를 모르고 내달리던 중학생 구나인은 열여섯 살에 수술을 받고 가려던 배구 명문고 '정예고' 대신 '석탑고'로 진학하게 된다. 한번 경험한 좌절은 나인의 발목을 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천재'라 불리며 주목을 받으며 승승장구하던 나인이었기에 더 뼈아픈 상처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신체적 약점을 노력으로 극복해서 

재능으로 만들어버린 거지. 

우리 나인이도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다 극복할 수 있을 거야! 

엄마는 우리 나인이 믿어."




석탑중 배구팀 감독인 아빠에게 바라는 것은 다정한 위로와 격려, 응원이었는데 질책과 잔소리가 이어지니 더더욱 서러운 나인이다. 더욱이 아빠의 배구를 하는 세주와 한 팀이 되어 뛰어야 하는 현실에 마음과는 다르게 엇나가기만 한다. 




트라우마로 꿈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올까 봐 두려운 아이, 엄마에게 꿈을 인정받지 못해 화난 아이, 엄마에게 꿈을 강요받아 괴로운 아이… 17살의 다양한 모습, 하지만 또 비슷한 모습이기도 한 우리 청소년의 오늘이다. 





<슈퍼 루키>는 나인이 부상으로 짊어지게 된 두려움과 불안을 떨쳐내고 다시 코트 안에서 팀원들과 함께 힘차게 경기를 해나가기까지의 도전기다. 성장기다. 

다시 옛날의 자신으로 돌아가고픈 마음에 사로잡힌 나인의 치기 어린 모습부터 넘어지고 부딪치는 싸우는 모습에서 석탑고 배구팀에 팀원으로서 녹아들어 경기하는 모습까지 생생하게 펼쳐진다. 


길이 18미터, 너비 9미터의 직사각형 배구 코트에서 땀방울을 흘리며 뛰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질 정도로 등장인물들의 말과 행동이 인상적이다. 함께 '1점'을, '1승'을, '승리'를, '우승'을 목표로 서브하고 공격하고 수비하는, 가슴 벅찬 시간들이, 노력들이 다 담겨있다. 석탑고 배구팀의 진심이 닿아 심장을 뛰게 하고 소리 지르며 응원하게 만든다. 스포츠가 지닌 매력이자 힘, 바로 코트 안과 밖이 하나가 되는 듯한 집중과 쾌감을 선사한다. 우리는 노력한다. 우리는 할 수 있다. 우리는 해낸다. 





<슈퍼 루키>는 우리는 배구 코트에서뿐 아니라,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혼자가 아니다는 사실을 뜨겁게 전해준다. 꿈을 일찍 정한 나인이도, 꿈을 인정받지 못한 세주도, 아직 꿈을 찾지 못한 하준이도 모두 한 팀이 되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진짜 원하는 순간은 

딱 바닥에 주저앉고 싶을 때 찾아온다. 




다리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산 정상에 스스로 올라가야 하겠지만, 함께 올라가는 동료가 있다면 힘을 더 낼 수 있다. 오늘도 하이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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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는 조각난 세계를 삽니다 - 돌봄부터 자립까지,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이 함께 사는 법
윤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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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는 조각난 세계를 삽니다/ 윤서 지음/ 
한겨레출판


[내 아이는 조각난 세계를 삽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먹먹했다. 모른 채 살아온 세상의 문을 열어 보여준 윤서 작가의 용기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무지하기에 더 두려워하고 더 피하게 되는 정신질환 '조현병'을 앓는 아이와 보내온 18년의 시간을 담담한 어조로 기록한 그 마음이 파랗게 전해졌다. 고백하기까지 지난한 마음의 줄다리기가 얼마나 이어졌을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하지만 나무와 그 가족들이 들려준 내밀한 이야기는 '조현병'을 앓는 다른 환자와 가족뿐 아니라 그들과 함께 '지금'을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소중한 것을 일깨워 준다. 우리는 저마다의 세계를 살고 있고, 그 세계를 속속들이 알 수 없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의 세계를 이해하려 상상하고, 함께하는 지금을 잘 보내려고 한다. 주체적인 삶과 사랑 덕분에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더디더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그리고 오늘날의 사회에서 경제적 자립은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요건이다. 그렇기에 '조현병'을 앓는 당사자가 삶의 주체가 되어 사회 속에서 일상을 보내고 또 보내기 위한 여러 시도들은 더 큰 의미로 다가왔다. 

발병부터 현재까지 나무네 가족이 걸어온 길은 고통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소아 조현병 진단을 받고 완치가 아닌 완화를 목표로 입원과 약물, 전기경련치료 등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면서도 나무의 자존감과 가족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재활을 위해 학업을 이어갔다. 이런 선택과 도전이 쌓이고 쌓여 나무는 서른 살 청년이 되었고, 네 가족은 무너지지 않고 더 견고한 관계를 다지게 되었다. 당사자와 가족 모두 고통과 슬픔에 침잠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와 사랑을 품은 결과였다. 






흔히 이럴 것이다. 제삼자가 너무 쉽게 일반화한 생각과 오해에 당사자가 상처받고 힘들어하는지 안다 여겼지만 이 글을 읽으면서 이 또한 오만이었다는 걸 알았다. 지레짐작으로 무심히 던진 말이 한 사람의 세계를 뒤흔들 수 있다. 경각심을 키워주었다. 끊임없이 세상을 향해 두드린 나무와 가족들 덕분에 '조현병'을 면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단순히 조현병 환자가 아닌 병을 앓고 있지만 호기심이 많고 좋아하는 일이 있는 상냥한 청년으로 사회에서 제자리를 찾고픈 이웃인 나무를 만났다. 


건강하게 태어나 건강하게 자라다가 갑자기 환청과 망상에 시달리게 된 나무. 그 아이를 위해 여러 치료법을 시도해 보고, 여러 번 이사를 하면서 돌봄에 적당한 환경을 찾고자 분투한 가족. 이렇게 당사자를 돌보면서도 자신을 돌보는 것을 등한시 않았기에 기나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담담한 이야기에 깔린 버팀의 시간에 박수를 보낸다. 




'조현병'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치료법, 특수교육, 돌봄, 장애인 지원, 장애인 등록, 장애인 자립 등으로 확장되어간다. 사회 시스템의 미비와 구조적 한계는 여전히 아쉽고, 사회적 인식은 부족하다. 일본의 '베델의 집'과 서울 서대문구의 '태화샘솟는집' 같이 정신질환을 가진 당사자들이 지역사회에서 존중받는 동료와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곳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무조건 배타적인 태도로 일관할 게 아니라 정신질환자들 또한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내 아이는 조각난 세계를 삽니다] 

이 글을 통해 '조현병'이 심리적인 병이 아니라 뇌 신경계의 문제로 뇌의 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00명당 1명꼴이라는 조현병, 흔한 질병이면서도 환자마다 증상이 다르기에 스펙트럼이다. 제대로 아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18년이라는 시간을 '조현병'과 함께 살아온 나무와 가족들의 기록은 조현병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보들이 가득하다. 앞서 걸어간 그 길에서 몸으로 부딪쳐 얻은 팁이 잘 정리되어 있다. 


"엄마 때리는 사람 없어요? 괴롭히는 사람 없어요?" 망상과 환청에 불안한 마음을 드러내는 질문 대신 

"엄마, 나는 엄마하고 데이트하는 날이 좋아요. 우리 다음 달에는 뭐 먹을까요?

나는 햄버거, 햄버거로 정했어요." 즐거움을 마음껏 표현하는 질문을 하는 나무가 있다. '조현병' 필터를 끼고 세상을 보지만, 누구 못지않게 자신을 사랑하고 배우고 하고 싶은 일이 많은, 꿈꾸는 청년 나무가 있다. 이런 나무가 일하고 사랑하며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켜봐 주는 나무들이 있다. 그들이 드리운 그늘 아래서 나무가 밝고 다정하게 성장했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오래도록 든든하게 그 자리를 지켜줄 수 있는 나무가 되어주는 희망을 품어본다. 


한겨레 하니포터10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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