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스트 - 줄거리를 회수하라
김연주 지음, 박시현 그림 / 풀빛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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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줄거리를 회수하라/ 김연주 지음/ 도서출판 풀빛





책 읽기를 게임처럼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예전만큼 책을 읽지 않는 오늘날이다. 책을 들던 손에는 휴대폰이 들려져 있다. 우리 아이들이 게임, 유튜브, 숏츠처럼 스스로 책을 읽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깊어진다. 요즘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 소재와 이야기라면 권하기가 더 쉬울 것이다. 그 요건에 딱 부합하는 책이 바로 도서출판 풀빛에서 출간된 김연주 작가의 신작 [퀘스트 줄거리를 회수하라]이다.





주인공 하나가 게임 플레이어처럼 책 속으로 들어가 캐릭터가 되어 주어진 퀘스트를 수행하며 엉켜버린 줄거리를 회수하는 이야기다. 퀘스트, 보상, 인벤토리, VR, 플레이어 등 친숙한 게임 관련 용어들이 흥미를 불러일으켜 접근성이 좋은 작품이다. 스토리텔러, 동화자, 시간여행자 등 소설 속 인물들이 각자의 재능을 발휘하여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모험 가득한 이야기로, 몰입감과 재미가 크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눈의 여왕>, <어린 왕자>, <별주부전>, <토끼와 거북이> 등 친숙하고 널리 알려진 고전 명작의 줄거리를 꼬이게 한 발상부터 신선하다. 잘 아는 이야기가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에 직면한 하나와 같이 덩달아 당황스럽다. 줄거리를 회수하려 애쓰는 하나의 분투는 '고전 다르게 쓰기'의 또 다른 버전 같다. 오랜 시간 읽혀온 이야기에 다른 이야기를 결합시키거나 현대 문물이 끼어들어 변주된 고전은 반짝이는 상상력의 산물이었다. 아는 이야기를 다른 시선으로 풀어내는 작업만큼이나 헝클어진 이야기를 원래 시선으로 되돌리는 작업도 독창적인 시선과 상상력이 필요했다. 이런 접근을 시도하다니, 김연주 작가의 창의력에 새삼 경이를 표한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자신의 매력을 뽐내면서도 조화를 이루며 뒤죽박죽된 줄거리를 회수하는 과정과 사건의 본질을 파헤쳐 나가는 과정이 함께 그려져나간다.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X'의 존재와 외계물질 NF3908 '책 속으로 향하는 문'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나가는 길 위에서 '예외'적인 존재인 '서하나'의 활약은 종횡무진이다. 막연하게 느껴졌던 진로, 꿈, 미래에 대한 고민이 우연한 기회로 '확신'으로 바뀌게 되는 것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다. 우연한 기회였지만, 하나는 자신에게 주어진 퀘스트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자신의 꿈을 찾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소설은 자신의 꿈에 진지하게 도전하는 하나에서 시작한다. 현재 자신에 찬 모습의 근거를 과거의 회상에서 찾을 수 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이야기의 풍미를 돋우고 있다.







이야기의 힘은 상상력과 구성력의 탁월한 조합에서 나온다. 기발한 상상력과 탄탄한 구성력을 바탕으로 찰진 이야기가 그려지는 [퀘스트 줄거리를 회수하라] 만나기를 퀘스트로 추천한다. 재미와 상상력, 독해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저는 꿈이 없어서 고민이 많았는데

직업 체험을 통해 결국 꿈 찾기 퀘스트를 완수해

냈지요. 앞으로도 저는 여러 고민이 생길 텐데,

그때마다 이야기를 읽고 그 속에서 퀘스트를

풀어 나가고 싶어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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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 온 키다리 아저씨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23
정서휘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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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 온 키다리 아저씨/ 정서휘 지음/ 자음과모음





"소중한 건 거는 게 아니고 지키는 거야."




[지옥에서 온 키다리 아저씨]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사유하고 깨우쳐 나아가도록 곁에서 지켜봐 주는 이야기다.


'못나고 모나고 못된 인물에 마음이 간'다는 정서휘 작가는 조손가정에서 성장한 중학생 '안미운'을 주인공으로 어른과 아이 중간에 서 있는 청소년의 심리를 심층적으로 그려냈다. 미운은 진정한 관계 맺기를 갈망하는, 사랑을 갈구하는, 위태롭고 갈팡질팡하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학교생활을 중심으로 미운의 일상을 통해 청소년 시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친구', '우정'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지옥에서 온 키다리 아저씨]는 진정한 친구를 가지고픈 미운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다룬다. 음악 취향까지 속이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긋나기만 하는 친구들과의 관계에 힘겨워하는 미운은 괜스레 할머니에게 역정을 낸다. 미운은 자신의 질문에 '나이' 핑계를 대며 기억이 나지 않는다, 미안하다만 반복하는 할머니가 안쓰러우면서도 지긋지긋하다. 살갑지는 않지만 미운이를 잘 챙겨주는 할머니와 갑자기 나타나 차에 치일 뻔한 자신을 구해준 키다리 아저씨가 '안미운'의 곁에 있어주는 존재이다. 



"못된 일을 저지르는 건 우리가 시키는 게 아니라 
인간들이 스스로 하는 거야. 
악마가 악마인 이유는 대가 없이는 
선을 행하지 않기 때문이야. "





정서휘 작가는 '악마'를 '키다리 아저씨'로 소환하여 특색 넘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악마의 보편성을 비틀어서 인간 군상의 다양하고 현실적인 모습들을 강조하고 있다. 갖가지 이유로 소중한 것을 걸고 악마와 계약을 맺는 인간과 대가를 받고 소원을 들어주는 악마가 공존하는 세계에서 미운은 '악마'를 자신의 키다리 아저씨이자 친구로 여긴다. 진실이면서도 거짓인 이 관계의 이면이 밝혀지는 순간 슬픔이 벅차올랐다. 


악마는 '친구'가 필요하다는 미운의 말에 '친구'가 무엇인지 물어본다. 




"기쁠 땐 같이 기뻐하고, 슬플 땐 같이 슬퍼하고, 

고민이 있으면 털어놓기도 하고. 

또, 취미 생활도 같이하고, 맛있는 거 있으면 

같이 먹고, 쇼핑도 같이 가고…"




미운의 답을 들은 악마의 말이 인상적이다. 친구인 그 사람 자체를 인정하고 소중히 여기는 게 아니라 클론 같은 존재를 바라는 건 아닐까. 서로의 감정을 그대로 투영할 수 있는 존재는 없다. 각자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공감하고 응원하는 거다. '친구가 전부'인 청소년 시기라 친구에 대한 기대가 클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친구란 무엇인지 [지옥에서 온 키다리 아저씨]는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런 게 친구야? 너무 부담되겠는데.

네가 느끼는 대로 똑같이 느낄 상대를 찾는 거 아니야?

상대는 네가 아닌데 어떻게 그게 가능해?"





사랑하는 소중한 존재를 위해 무엇이든, 목숨마저 걸 수 있는 게 '인간'이고, 자신의 행복을 위해 거짓 소문으로 남을 괴롭히고 힘들게 할 수 있는 것도 '인간'이다. 초딩, 돼지 등 겉모습과 행동으로 평가하고 다가서지 않았던 예전과 다르게 조별 과제를 계기로 그들과 어울리게 되면서 조금씩 달라지게 된다. 미운이가 그토록 원한 소중하고 진정한 관계에 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친구라고 믿었던 아이들이 오히려 자신이 감추고 싶어 하는 비밀로 힘들게 하고 조롱하는 일을 겪으면서 진정 중요한 게 무엇인지 깨닫게 된 것이다. 







미운이는 할머니의 지극한 사랑과 악마 아저씨와 유나 덕분에 진짜 소중한 것과 그것을 지켜내는 방법을 깨우치고 있다. 사랑받지 못한 아이라는 자격지심에 사랑받기 위해 본모습이 아닌 남이 바라는 자신으로 살았던 미운은 그 힘겨움에 자신의 곁을 지켜주는 유일한 존재인 할머니에게 온갖 감정을 쏟아붓었다. 하지만 이제는 친구의 말을 거절해도 괜찮다는 걸 안다. 또 소중한 할머니와 즐거운 시간을 같이 보내고 기억하고자 한다. 


미운이 등교할 때마다 외치는 할머니 말씀 "차 조심해."에 담긴 마음을 알고 나니, 온 마음이 먹먹해졌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반복되는 할머니의 하루가 이제는 외롭지 않을 것이다. 미운과 할머니의 아름다운 하루가 '일기장'에 차곡차곡 쌓여갔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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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스토브 - 오시로 고가니 단편집
오시로 고가니 지음, 김진희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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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스토브 오시로 고가니 단편집/ 오시로 고가니/ 문학동네




페이지 한 장, 만화 한 편, 인물 한 명도 빈틈 없이 마음에 딱 들어찬 만화책을 만났다. 이 감각적인 만화는 표면으로 뚫고 나오지 않은, 미묘해서 표현하기 힘든 감정, 생각들을 캐치하여 그려내고 있다. 


고속도로를 질주하고자 마음이 급한 현대인이 아니라 고즈넉한 시골길을 천천히 풍경을 음미하며 걸어가고자 하는 '사람'이 있어 여유롭다. 바쁘게 흘러가는 사회에서 부속품으로 소모되는 게 아니라 자신에 천착하여 '살아있다'는 감각을 느끼며 제자리를 찾아가고자 집중하는 이야기다. 살아있다! 사랑한다! 좋아한다! 살갗에 작은 소름이 돋는, 간지러운 느낌처럼 마음을 흩뜨리는 기분을 만끽하게 한다. 어느새 입꼬리가 올라가고 미간이 찌푸리며 노려보듯 [해변의 스토브]에 몰입하였다.



오시로 고가니 만화가의 첫 단편만화집이다. 첫 단편집으로 2023년 <만화대상>에 노미네이트, 2024년 <이 만화가 대단하다!> 여자편 1위에 올랐다. 만화 강국인 일본에서 신인으로 이렇게 인정받다니 놀랍다. 하지만 읽어보니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화' 장르를 향한 고정관념을 과감히 무너뜨리는 작품이다. 간결하고 명확하게 주제를 표현하기에 '만화'가 얼마나 탁월한지 증명하고 있다. 




만화집에 담긴 7편의 작품 모두 아름답다. 

표제작인 <해변의 스토브>는 판타지 형식으로 연애의 현실적인 고민을 담백하게 그려내고 있다. '사랑은 표현'해야 하는 교류다. 직류가 되면 언젠가는 소멸하게 된다. 스미오는 미움받을까 두려워 움츠려들었다. 그래서 헤어지게 되었으니 떠나간 후 흘리는 눈물과 후회처럼 그 순간 제대로 표현했더라면…… 아쉽다. 스토브는 추위를 잘 타는 스미오와 찰떡궁합이다.




해변의 스토브 中



<설녀의 여름>, <바다 밑에서>, <소중한 일> 3편은 삶을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일과 요구되는 역할에 대한 질문과 고민을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이다. 

<설녀의 여름>은 산을 떠날 수 없고, 기억되기 위해 사람을 얼려 죽어야 한다는 설녀 세계의 규칙을 강요받으며 자라온 설녀 유키코가 인간 지나쓰를 만나 일탈을 벌이는 이야기다.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잖아."




세계가 정한 한계에 갇혀 자기를 억누르면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손 내밀어 주는, 다정한 말이었다. 설녀 유키코가 보낸 뜨겁고 차가운 여름을 결코 잊지 못할 것 같다. 



설녀의 여름 中




<바다 밑에서>, <소중한 일>은 진정 하고픈 일이 아닌 생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일을 하고 살아가는 모모와 시미즈가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살아 숨 쉬게 해주는, 자신을 인정하게 해주는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이야기다. 부러울 정도로 둘 다 너무 행복해 보여서 눈물이 났다. 잔잔한 행복이 나에게도 스며들었다. 


<당신이 투명해지기 전에>, <눈을 껴안다> 2편은 '몸'을 소재로 '존재'에 관한 질문을 환기시키는 작품들이다. 불의의 사고로 투명 인간이 된 남편 모리조와 아내 이즈미 그리고 임신을 한 여성 와카바가 주인공이다. 

투명 인간이 되었지만 일상에서 큰 변화가 없던 부부가 '투명'해진 몸으로 인한 부재를 현실적으로 깨닫게 되면서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과정을 천천히 따라간다. 남편의 몸을 좋아하던 아내는 이제 그 몸을 보지 못함을, 남편은 몸이 투명해져 점차 무엇을 느끼는지 마음이 어떤지 모르고 신경 쓰지 않게 될 것임을 두려워한다. 그 막막한 두려움을 이겨내고자 서로의 몸을 힘껏 껴안는 그들을 뒤에서 힘껏 안아주고 싶어졌다. 




당신이 투명해지기 전에 中




오시로 고가니 만화가는 모든 작품에서 여자의 심정을 잘 그려냈지만, 특히 <눈을 껴안다>에서 그 감각이 돋보인다. 내재된 여자의 불안과 공포를 간곡하게 표현하여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내 몸을 독점하고 싶어요. 

다른 누구에게도 주고 싶지 않아. "





투박한 그림체가 초기작이 아닌가 싶은 <눈 내리는 마을>은 약간 결이 다르다. 하지만, 그 담백하고 담담한 어조가 '오시로 고가니 답구나' 생각이 들었다. 과하지 않게 적당한 선에서 주제를 표현하고 전달하는 능력이 탁월한 작가 같다. 독자를 이끌어주면서도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남겨주는, 다정하고 영리한 작가. 그래서 감동의 깊이가 배가되었다. 





눈을 껴안다 中



그냥 살아가지 말고,

느끼면서 살아가기를, 

자신의 마음과 생각, 몸 그 모든 것을 소중히 여기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생각하고 표현하고 서로 공감해 주는 우리를 오시로 고가니는 그려내고 있다. 열심히 그려준 만큼 열심히 보고 느끼는 것은 우리 독자의 몫이다. 온몸이 시원해지고 또 뜨거워지는, 담백하고 또 진한, 조용하고 또 들뜨는 이야기가 끌리는 당신에게 [해변의 스토브]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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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에 투자하세요 - 제5회 틴 스토리킹 수상작
황이경 지음 / 비룡소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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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에 투자하세요/ 황이경 장편소설/ 비룡소

비룡소 출판사에서 실시한 제5회 틴 스토리킹 수상작 [멸망에 투자하세요]가 출간되었다. 개성 넘치고 색채 강렬한 그림체의 표지가 제목과 어울려 시선을 잡아끈다. '멸망'에 투자하라고? 과연 어떤 이야기일지 예측불가한 [멸망에 투자하세요]였다. 

황이경 작가의 소설 [멸망에 투자하세요]는 상상력의 힘을 실감하게 해준 이야기다. 미래, 꿈, 운명, 긍정, 투자 등 현대사회와 미래사회를 논하는 자리에서 빠지지 않는 화제들로 흥미로운 작품을 탄생시켰다. 많이 소모된 소재로 실제가 없는 미래 사회를 그려내는 작업 뒤에는 작가의 통찰력이 있다. 현대 사회를 면밀히 관찰하여 미래 사회를 예측하고 주제를 명확하게 전달하였다. 십 대 심사위원들의 선택을 받아 당당하게 수상작이 된 작품답게 매력적이며 유쾌하지만, 예리한 시선으로 우리의 사회를 관통한다. 가독성이 좋고 생각거리가 넘치는 소설로, 미래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청소년에게 좋은 자극이 될 것이다. 






2055년 미래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인공지능의 발달로 사회가 확연하게 달라졌다. 극도의 창의성을 발휘하거나 인간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극소수의 직업을 갖지 못하는 대부분의 많은 인간들은 단순직 노동자가 되었다. 인공지능이 총지휘하는 노동 생태계의 최하위에 있는 단순직 노동자들은 노동의 보람, 자부심 없이 지쳐만 갔다. 그래서 더욱더 투자에 집착하게 되었다. 


'미래 예측 테스트' 줄여서 미예테는 전국의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 중 졸업시험을 통과한 이들의 두뇌를 스캔해 미래의 가능성을 미리 내다보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과한 이는 전 국민의 투자를 받을 수 있다. 




이야기는 열악한 가정환경에 반 꼴찌인 대폭등 고3 백소망이 투자대상자로 선정되어 미예테의 실체를 알게 되면서 일어나는 한바탕 소동을 그리고 있다. 단순직 노동자인 엄마 정안을 위한 단순한 마음이 나라 전체를 뒤흔드는 스캔들이 되고 말았다. 


투자청의 미예테는 '미래를 선도할 학생'을 선발할 뿐 아니라 '특별한 능력을 가진 능력자'를 발굴한다. 그렇게 '예언자' 최선과 '파멸자' 백소망이 세상에 소개된다. 테스트 전부터 자신을 '미래를 멸망시킬 아이'라 부른 최선과 함께 미예테와 투자청의 본모습을 파헤치게 된다. 


소망은 졸업하기 얼마 전 읽은 자기 계발서에 꽂혀 '긍정 스위치'를 켜는 데 진심이다. 이런 행동의 기저에는 매사 무기력하고 부정적인 엄마 정안에 대한 마음이 깔려있다. 세상이 자신을 '파멸자'라 불러도 투자 유치에 열을 올린다. 자신은 절대 '파멸자'가 아니기에!




"예언은 그냥, 사람들이 각자의 자유의지로

뭘 선택할지 알고 있다는 말에 불과해. 

네 미래는 그 사람들의 말 한마디에 

결정되는 게 아닐까?

그건 그러니까 그냥 …… 그렇지, 

세뇌 같은 거야."

- 써니가 소망에게




예언자 최선의 말을 통해 전달되는 '운명과 미래'에 관한 황이경 작가의 말은 곱씹어 읽으면 읽을수록 깊은 울림을 자아낸다. 쉽게 받아들이고 믿게 되는 순간 힘이 커지는 예언, 운명에 대해 온몸으로 부딪쳐 더 나은 방향으로 흐름을 바꾸려는 소망의 의지와 끈기는 더 경이롭다. 두렵고 무섭지만 옳고 그름을 알고 더 좋은 세상을 꿈꾸기에 다시 일어나 손을 잡고 달리는 소망, 선, 주연을 어느새 목청껏 응원하게 되었다. 



"난 운명을 믿지 않아! 사람에겐 자유의지가 있다고. 

만약 운명을 믿게 된다면, 

그럼 난 아무런 희망도 남지 않아."

- 소망이가 써니에게




엄마 정안은 타인을 함부로 '실패작'이라 부르는 나 박사 면전에서 따끔하게 쏟아붓고는 아들 소망에게 굳은 믿음을 보여주었다. 그 당당함이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지, 삶의 주체가 된다는 게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선택은 애가 하는 거니까, 

잔소리는 집어치우시죠."

- 정안이 나 박사에게


"생존보다 중요한 건 존엄이야. 

당당하게 살지 못할 거라면 

멸망하는 게 나아. 그러니까 너 지켜."

"굶어 죽게 만드는 것도 

허황한 생각이지만, 

인간답게 살게 해 주는 것도 

허황한 생각인걸."

- 정안이 소망에게





소망의 친구 태슬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내비친다. 그 두려움이 지나쳐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뭘 좋아하는지 모른다며 나라에서 정해주면 얼마나 좋냐고 한다. 오늘날 우리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불안이 아닌가 싶다. 막막함에 기대보다는 불안이 커진 우리 아이들이 오버랩되어 가슴 아렸다. 하지만, 자기 길은 스스로 찾아가는 거다. 그 하나하나의 선택이 모여 미래가 되는 거다. 미래는 운명처럼 정해진 길이 아니라, 수많은 가능성 중 스스로 찾은 길 그 하나이다.




"실패가 어때서! 

실패하지 않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어! 

실패하지 않고는 아무것도 배울 수 없고!"

- 소망이가 써니에게




'인간이 끝없이 실패한다는 말은, 끝없이 도전하는 존재'라는 소망이의 연설에 무릎을 탁 쳤다. 

단 한 번의 좌절로 넘어지는 것이 진짜 멸망입니다. 






[멸망에 투자하세요]는 우리가 가진 가능성을 힘껏 열어준 작품이다. 스스로에게 언제든 기회를 줄 수 우리가 되자. 최첨단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이야기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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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 - 우리 근현대사의 무대가 된 30개 도서관 이야기
백창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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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숙한 공간이자 고마운 공간인 '도서관'을 심도 있게 알 수 있는 [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이 출간되었다.

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 백창민 지음/ 한겨레출판


우리의 역사 현장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는, 살아 숨 쉬었던 '한국 도서관'에 관한 이야기를 여러 관점에서 정리하여 전달하고 있다. 저자는 '도서관 덕후'로 여러 채널을 통해 도서관 유산과 이야기를 찾아 전달하고 있는 '도서관 스토리텔러' 백창민이다. 


도서관을 애정하여 '도서관 여행'을 다니다 '우리 도서관'에 관한 궁금증이 생겨 질문을 쌓여 '도서관 이야기'를 수집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우리에게 다시 들려주고 있다. 우리 근현대사를 함께 한 도서관, 그리고 그 공간에서 역사를 일궈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여러 감정들을 느끼게 하였다. 평소 도서관을 가깝게 생각했지만, 이렇게 역사적인 관점에서 도서관을 살펴본 적은 없어 흥미로웠다. 저자가 들려주는 역사 속 도서관 이야기는 '책'과 '사람'과 '정치'의 유기적 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이용하는 도서관을 역사적인 가치를 기진 '공간'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정치적인 공간'으로서 도서관을 다룬 1부에서 정치 지배 권력에 맞선 시민들이 '투쟁의 무대'로 활용한 도서관 이야기 2부로 이어진다. 그리고 3부에서는 정치 세력이 세운 국가 도서관 이야기를, 4부에서는 도서관의 숨은 역사를 밀도 있게 다루고 있다. 

일상 속 공간으로 친숙하게 이용하던 도서관을 정치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살펴보는 여정은 신선하고도 인상적이었다. 도서관의 어제를 통해 도서관의 오늘을 더 나아가 미래를 그려나가는 시간이었다. 도서관의 여러 이야기들이 모여 '도서관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겨주었다. 


정치 지배 세력의 전유물이었던 도서관이 시민 혁명을 통해 공공도서관으로 재탄생한 역사적 사실을 되짚어볼 때, 도서관은 태생부터 '정치적'이다. 








철도 도서관, 종로도서관, 용산도서관 등 여러 도서관들이 정치권에 의해 세워지고 이용되었다. 하지만 오늘의 우리는 그 도서관의 역사에 무지하였다. [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을 통해 공공도서관의 어제를 알아가면서 씁쓸한 기분이 커져 갔다. 


부정선거의 주역인 이기붕 집터에 자리 잡은 4ㆍ19 혁명기념도서관, 부마민주항쟁의 무대가 된 부산과 마산의 대학 도서관, 광주의 학생독립운동과 민주항쟁이 새겨진 광주 시내의 도서관, 6월 항쟁 등 민주화 투쟁의 현장이자 민주화의 무대로 기능한 여러 대학교 도서관과 광장 등의 기록은 시민과 학생의 뜨거운 피와 숭고한 희생으로 일궈낸 민주주의의 역사를 되돌아보게 했다.


정치권력이 주도하여 설립하고 운영한 국가 도서관을 다룬 3부 이야기 중 '황실 도서관' 중명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을사늑약을 체결한 '망국의 현장'이자, 헤이그 특사 파견으로 망국을 막으려는 '구국의 몸부림'이 모두 그곳에서 벌어졌다. '광명이 계속 이어져, 그치지 않는 전각' 중명전은 우리 역사에서 최악의 '암흑기'가 시작된 곳이다. 그 유일무이한 역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사서도 모르는 도서관의 숨은 역사>는 백창민 저자의 '도서관'을 향한 애정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준다. 도서관에 관한 갖가지 이야기들은 도서관의 변천사를 톺아본다. '도서관', '사서', '칸막이 열람실'이 일제강점기의 잔재라는 사실부터 길상사의 길상도서관 아니 다라니다원까지 음지에 갇힌 도서관 이야기를 양지로 펼쳐놓았다.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고, 여러 군데를 다니는데 오래전에 지어진 도서관들의 입지가 좋지 않아 불편했다. <도서관은 왜 '산'으로 갔을까> 꼭지에서 그 답을 얻었다. 


'도서관' 이야기로 가득 찬 이 책은 문화 시설로서 책을 읽고 모임·동아리 활동을 하고 강연을 듣고 공연을 감상하는 현대의 공공도서관 너머 존재했던 역사 속 도서관을 재현해냈다. 도서관의 '어제'는 도서관이 가고자 하는 방향, 목표가 현실과 충돌하고 갈등하며 사라지거나 변화하여 발전해나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도서관의 '오늘'은 이를 기반으로 오늘날 우리 사회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숨 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서관의 숨은 역사는 우리를 도서관으로 이끈다.


한겨레 하니포터10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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