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 (양장) 소설Y
천선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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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을 만났다.


나인/천선란/창비/소설Y


한 번쯤 누구나 해봄직한 생각들이

지구에 우리 인간만 살까? 다른 외계 생명체들이 인간의 외형을 한 채 섞여서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나인>을 통해 청아하면서도 단단한 느낌으로 펼쳐진다.

 

정의롭고 용감한 17살, 하지만 평범한 고등학생인 유나인의 일상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진다.

식물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처음 본 남학생이 우리는 같은 종족이며 인간이 아니라고 한다.

갑자기 열 손가락 손톱에서 싹이 나기 시작한다.

나인은 이 모든 상황이 혼란스럽기만 한데, 지모(유지 이모 -> 지모)는 차분하게 비밀을 알려준다. 그들은 리겔리 행성의 누브 종족이며, 수명이 다해 멸망한 행성에서 지구로 이주해왔다.

나인처럼 시기가 되면 손가락 끝에서 새싹이 나고 그 열 개의 새싹 중 세 개 미만의 새싹이 종자를 키워낸다. 그 종자가 나인처럼 아이로 자라는 거란다.

 

 

 

이런 나인에게는 절친 현재와 미래가 있다. 현재는 감수성이 풍부한 공감력 좋은 아이이고, 미래는 침착하고 똑부러지는 성격의 어른스러운 아이이다. 나인은 갑자기 밝혀진 탄생의 비밀을 친구들에게 털어놓을지 말지 털어놓는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걱정인데 그보다 더 큰 사건과 추악한 비밀이 기다리고 있다.

 

2년 전 나인이 다니던 고등학교 학생 박원우가 실종된 사건이 있었다. 경찰은 수사 후 급하게 가출로 사건 종결지었다. 모두에게 그렇게 잊혀 가지만 오직 원우 아버지 원승만이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찾기 위해 실종 전단지를 동네 곳곳에 붙이고 박카스를 들고 담당 형사를 찾는다. 나인은 본인의 정체를 깨닫고 능력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박원우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다.

 

소수가 다수를 이기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지겹고, 지긋지긋하고, 진절머리 나게 구는 것이라고. 지모는 나인에게 가장 못 견디겠는 것 하나만 지키며 살라고 했다. 나인이 위험해지지 않는 한에서.

 

잘 짜인 플롯이 감탄을 자아낸다. 식물의 소리를 듣는 외계인을 소재로 이야기가 시작되지만, 실상은 편협하고 오만한 어른들의 세상이 저지른 오류를 바로잡는 심지 있고 용감한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어른들의 그릇된 시선으로 한 아이를 배척하고 끝내는 그 아이를 살릴 수 있었음에도 비열한 방법으로 덮어버린다. 사회적 지위와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

 

 

 

 

실타래처럼 얽힌 등장인물들의 연결고리가 하나둘 밝혀지면서 맞춰지는 퍼즐 그림은 나인에게 각성의 계기가 된다. 나인은 누브 족이 가진 능력으로 상처받은 인간에게 베푼 호의와 친절이 가져온 결과에 책임감을 느꼈다.

하지만 과연 누브 족의 잘못일까? 만약 외계인을 봤다는 말을 하는 이가 원우가 아니었다면? 원우처럼 아버지와 단둘이 오래된 주택에서 사는 이가 아니라 목사 아버지와 입시학원 원장 어머니를 가진 도현이었다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너희 가족도 본 적 없는 하느님 믿잖아. 근데 나는 봤어. 본 걸 믿는 게 도대체 뭐가 그렇게 문제냐. 왜 너희 아버지는 사람들한테 존경받고 돈도 많이 버는데 왜 나는 미친놈이 되냐. 믿으라고 한 적도 없는데. 나만 다시 보겠다는데. 할 말이 있어서 그 말만 좀 하겠다는데.

 

나인과 같은 해에 태어났다는 누브 족 해승택, 그의 아버지 해가한은 지구로 이주한 누브 족의 우두머리로 '종족을 위해'라는 말로 포장하여 이기적이고 끔찍한 일을 벌이려고 한다. 나인의 친구 미래는 너무 다른 성향의 엄마 아빠 사이에서 상처받고 힘들어하고 엄마보다는 엄마 애인인 요한과 더 스스럼없이 이야기 나눈다.

도현은 쇼윈도 가족 속에서 자존감이 점점 낮아지고 진정한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한 채 살아있지만 죽어가고 있다.

 

가장 가까운 존재인 가족에게 상처받거나 외면당하지만 그들은 다시금 앞으로 나아간다. 끔찍한 것을 끔찍하다고 느낄 수 있는 마음과 자신이 저지른 죄를 깨닫고 후회하고 죄스러워하고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 할 수 있는 죄책감을 느낄 수 있는 마음으로 고통스럽지만 살아있기에 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나아간다.

 

집에는 그렇게 버려진 말이 많았다. 먼지처럼 뭉쳐 있다가 어느 순간 정말 먼지가 되어 버렸다. 닦아 내면 사라지고 마는.

 

누브 종족만이 타고난 힘이 있듯 인간에게도 인간만이 타고난 힘이 있지 않을까. 나인은 질문의 답을 찾지 않았지만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박원우 아버지 원승을 보면 그 해답이 보이지 않을까 싶다. 아들을 끝까지 놓지 않고 찾아다니던 그, 제 아들을 죽인 이에게 이제라도 말해줘서 고맙다고 벌 다 받고 죄지은 거 다 뉘우치면 밥 한 끼 먹자고 권하는 그, 2년 만에 뼛가루로 돌아와 엄마가 있던 납골당에 안치한 아들에게 돌아와서 다행이라고 하는 그.

아들을 떠올리면 괴로웠던 과거를 이겨내게 해준 고마운 나인과 친구들에게 언제든 놀러 오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인간만이 타고난 힘을 찾고 싶다.

 

카메오로 <어떤 물질의 사랑> 라현이 등장해서 반가움을 안겨준다. 우리 인간은 결코 몰랐을 것이다. 이 행성에 외계에서 온 수많은 방문객이 있다는걸. "그냥 놀고 떠들어" 이렇게 천선란 작가의 상상력 넘치는 이야기가 없었다면 말이다.

 

<소설Y 클럽 1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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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있는 계절
이부키 유키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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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돌모 초창기 멤버 유카를 기다리는 유기견 고시로가 전해주는, 풋풋하면서도 세상에 진심인 열여덟살 고등학생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어린시절 추억을 소환하는 어여쁜 청춘 이야기에 응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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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언니들의 갱년기 - 70년대생 여자 셋의 지극히 사적인 수다
김도희.유혜미.임지인 지음 / 일일호일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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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호일 - 일상의 건강한 이야기가 교류하는 공간, 서촌 건강책방 -

첫 번째 책 [요즘 언니들의 갱년기]를 만나다.


요즘 언니들의 갱년기/김도희, 유혜미, 임지인 지음/일일호일

 


'70년대생 여자 셋의 지극히 사적인 수다'

책을 읽다 보니 일일호일 카페에서 수다 떠는 언니들의 이야기가 들리는 듯하다. 따뜻한 차 한잔 들고 살며시 옆에 앉아 경청해 본다.

 

갱년기 스테레오타입이 아닌 다양한 '갱년기' 담론이 형성되기를 바라는 3인의 수다를 따라가다 보니 저절로 갱년기 뿐만 아니라 내 인생 지도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70년대생 여자 셋의 도전으로 갱년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생각을 밖으로 표출하여 이렇게 책으로 나오기까지의 여정을 출판 후기로 접하니 뜻깊고 의미 있는 행보에 후배로서 감사 인사를 드린다. 코로나19로 인해 Zoom으로 만난 수다도 있고, 만나서 수다를 떨었으나 마스크를 쓴 채여서 제대로 녹음이 되지 않기도 하는 등의 우여곡절 끝에 나온 한 권의 책이 반향을 일으켜 갱년기, 중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제도 정착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갱년기'하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다. '폐경', '여성호르몬 감소', '땀', '홍조', '불면증', '짜증', '우울증'...... 하지만 지금은 '갱년기'를 좀 더 유연하게 수용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불안하고 막막한 기분이었다면 갱년기에 대해 한차례 쭈욱 훑아보니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대비할 수 있는 요령이 생긴 것 같다.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이다.

 

 

 


아직은 갱년기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배우는 입장으로 저자 세 분의 말씀을 들었고 갱년기를 대하는 마음가짐을 정리할 수 있었다. 갱년기는 누구나 겪는 일이기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몸과 마음을 관찰하고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갱년기에 대한 인식은 고착화되어 있지만 겪는 증상이나 시기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기에 나 자신의 갱년기 지도를 잘 그리려면 준비하고 집중하는 자세가 요구될 것이다. 이제껏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며 바쁘게 살아왔던 시간을 멈추고 내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귀 기울이는 시간으로 여겨 반갑다고 표현하는 부분에서 뭉클했다. "좋아지려고 먹는 것이 아니라 유지하려고 먹는 것이다."라는 말은 요즘 들어 건강보조식품을 챙기기 시작한 내 마음과 닿아있다.

 

"예전에는 옷과 구두에 몸을 억지로 맞추었다면, 지금은 몸에 자연스럽게 맞추고 있어요."

"갱년기나 노화로 인한 몸의 불안정한 변화가 사실 일상의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내는 계기가 되어 주고 있어, 좋은 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내가 갱년기인가? 갸우뚱거릴 때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갱년기 자가 진단 인덱스가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안심이 된다. 정확한 정보는 아니지만 나의 상태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쿠퍼만 지수, 맨콜지수, 아르거시 테스트.

 

유럽의 주치의 제도나 여성전문 케어센터는 기본적으로 안정감을 줄 것 같아서 매우 부럽다.

주치의 제도는 매번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선생님께서 관리해 주시고 케어해주시니 개인 맞춤 의료 행위를 받을 수 있어 신뢰도 높아지고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여성전문 케어센터는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상 환자 1명당 3,5분 밖에 투자할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할 때 도입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임신, 출산에 초점이 맞춰진 산부인과 보다 더 편하게 여성의 몸에 대한 전문적인 진단, 상담, 의료를 받을 수 있다면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니 '갱년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이 개선되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게 만드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어쩌면 고마운, 꼭 필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과는 다르게 평균수명이 길어진 오늘날 갱년기를 단순히 노년이 시작되는 시기, 폐경, 성 기능 감퇴, 주 호르몬 감소 등의 관점만이 아니라 그 이후 자신의 삶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외부의 자극이 아닌 자신의 몸과 마음을 살피면서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한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스스로 선택해가는 시간으로 만들어야겠다. 그렇기 위해서 저자들은 '갱년기'를 새롭게 네이밍 하는 것도 어떨지 내비친다. 그리고 이렇게 '갱년기'에 대한 다양한 우리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들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길 바란다. '애완동물'이 '반려동물'로 바뀐 것처럼 사회적 합의를 통해 탄생한 단어는 사람의 생각과 가치관을 이끄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의견에 공감한다. 하지만 <요즘 언니들의 갱년기>를 읽은 나는 이렇게 갱년기를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는 시간들이 많아진다면 나처럼 '갱년기'에 대한 인식 자체가 변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기대감이 있다. '갱년기(更年期)' 다시 '갱'의 의미가 좋아서 명칭보다는 '갱년기'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모색하는 쪽으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완경' 생리는 해도 불편 안 해도 걱정인 나의 꼬리표처럼 느껴지는 건강 바로미터이다. 주기적으로 만나면 '또~ 시작이구나.' 싶으면서도 안심이 되고, 시작이 안되면 몸이 안 좋나 불안해진다. 이런 생리가 끝나면 어떨까? 지금은 시원할 듯싶은데 주위의 반응은 허하다는 표현도 있었다. 폐경이 아닌 완경으로 잘 마무리했다, 수고했다는 나에게 위로와 격려와 칭찬을 해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끝맺음이 아닐까 싶다. 시작하고 끝내고 또 다른 시작을 하는 인생이 아닐까 싶다.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여자에게 생리는 의미가 크기에 다들 '완경'을 잘 맞이하길 바란다.

 

몇 년 전 남편의 행동이 달라진 적이 있었다. 갑자기 말이 없어지고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저녁식사를 마치면 창가 쪽 의자에 앉아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자연스레 집안을 짓누르는 침묵이 나와 아이들을 힘겹게 했다. 몇 차례 대화를 시도하려고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남편은 예전으로 돌아왔다. '그냥 우울하고 아무 말도 하기 싫었다'라고 말하던 남편이었다. 그때가 처음으로 갱년기를 인식한 순간이었다. 남자 갱년기 말로만 들어봤지 40대 중반의 남편이 겪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참 순진한 생각이지만 갱년기에 대한 정보, 인식, 관심이 적은 30대 후반이어서 그랬을 거다.

 

 


시대가 변하면서 생활 패턴이 변하고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전반적인 의미들이 개인적으로 많이 달라지고 있는데 사회 전반적 인식은 그대로이거나 세대 간 인식 차이만 극명해지는 경우가 있다. 갱년기, 결혼, 임신, 출산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갈등과 문제 상황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렇게 갱년기의 중요성, 가치에 대해 논의와 담론을 형성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호르몬과 삶의 질'로 귀결되는 우리 세대의 보편적인 건강 문제로 보는 접근에 공감을 표한다. 사회적 차원의 관심과 교육이 필요한 인생의 변환기인 갱년기로 다양하고 복잡한 면면들을 공유하면서 사회적 공감을 형성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실천적인 방안들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흘러갔으면 좋겠다.

 

☆ 갱년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막막함을 <요즘 언니들의 갱년기>를 통해 털어내는 단초가 되었습니다.

내 문제로 생각해 깊숙이 들어가 보지 않고 그렇다더라. 하는 주변 이야기에 휘둘렸던 지난 시간은 지우고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찾아올 나의 변화를 섬세하고 예민하게 감지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적정한 자존감을 찾아가도록 내가 나에게 주는 소중하고 귀한 시간으로 여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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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의 세계 A.C.10 - 코로나 쇼크와 인류의 미래과제
JTBC 팩추얼 <A.C.10> 제작진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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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화제의 다큐멘터리 <A.C.10>

'팬데믹이 멈춘다면, 우리는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 시대의 질문을 세계 석학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1여 년의 시간을 들여 그들이 보내준 답변을 정리하여 무모하지만 한 줄로 압축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B.C.(Before Corona)는 가고, A.C.(After Corona)가 시작된다."

 

JTBC 다큐 3부작 <A.C.10>은 팬데믹 이후 다가올 빅 뉴노멀 시대에 인류가 당면하게 될 미래 과제를 크게 세 가지로 정리했다.

백신과 바이오 패권 전쟁을 다룬 1부 '백신의 욕망'

AI 사회와 이에 따른 노동시장의 변화를 다룬 2부 '노동의 재구성'

빅브라더 딜레마와 정부의 역할을 다룬 3부 '국가의 이유'

세계 지성인들의 날카로운 예측과 탁월한 식견을 편성시간의 제약으로 다 담아내지 못한 제작진들은 <코로나 쇼크와 인류의 미래과제 - 팬데믹 이후의 세계 A.C.10>책을 통해 그들의 놀라운 탁견을 풀어내고자 했다.


팬데믹 이후의 세계 A.C.10/JTBC 팩추얼 <A.C.10> 제작진 지음/중앙북스

 

우선 300 페이지가 되지 않는 적당한 두께와 논리정연한 구성, 도표와 사진, 이미지를 잘 활용해서 부담 없이 핵심 포인트를 잡아주는 편집으로 가독성이 좋다. 챕터별 주제에 따라 정리된 세계 석학들의 의견은 영상으로 접하는 것처럼 다가온다. 대화체를 잘 살려서 친근하게 느껴지고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번역한 노력이 느껴졌다.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2019년 12월에 창궐했을 때만 해도 세계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하였다. 하지만 어느덧 2년여의 시간을 코로나19로 잃어버린 세계는 기나긴 방역과 봉쇄, 통제의 시간을 보낸 후 '위드 코로나'를 바라보고 있다. 코로나19의 종결이 아닌 코로나19와의 공존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오늘날,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 시대의 주요한 변화와 특징을 파악하고 우리 현대인들에게 요구되는 자세와 마음가짐을 고민해 봐야 할 때인 듯하다.

코로나19는 전 세계를 휩쓸었고 국가마다 달랐던 초기 대응에 의해 결과는 사뭇 달랐다. 우리나라는 방역의 성공으로 K-방역으로 존재를 세계에 각인시켰다. 그 성공의 저변에는 정부의 통제와 정책에 신뢰를 가지고 스스로 개인위생과 방역에 힘쓴 한국인의 희생이 깔려있다. 특히나 자영업자의 희생과 의료진들의 노고에 끝없는 감사를 표한다.

세계적인 대중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은 팬데믹과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민 사이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명령은 아니더라도 상호 동의와 서로를 어떻게 존중을 해야 하는지 등의 이 명문화된 룰이 신자유주의에 의해 무너져버린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유럽과 미국의 방역이 실패했던 이유를 여기서 찾았다.

 

우리나라 K-방역은 예방에 큰 비중이 실려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 공공의료 부문이 낙후되어 있기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단계별로 시행하고 지역 확진자 발생 시 질병관리청 산하 각 시. 군. 구마다 있는 보건소를 이용하여 발 빠른 선제 검사를 통해 지역 확산을 막는 시스템이 잘 꾸려진 덕분이다. 하지만 '위드 코로나'를 실행하고자 하는 이 시점에서 가정의학과 전문의이자 공공의료 연구자인 문정주 교수의 의견처럼 공적인 의료체계를 확립해야 하는 과제 해결을 우선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공적인 의료체계가 수도권에 집중되지 않고 전국적으로 의료 사각지대가 없이 운영될 수 있어야 한다. 또 공적 체계 안에서 충분한 숫자의 의료진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작년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 의대 설립 정책에 반대해 집단행동에 나섰던 의대생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씁쓸한 마음으로 공공재로서의 의무와 권리를 고민해 보게 된다.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방안은 백신 접종으로 바이러스가 최초로 발견된 후 15개월 만에 백신이 완성되었다. 이 놀라운 성과로 고무되어 접종을 시작하고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었으나 문제는 백신이 공평하게 공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백신 국수주의로 일부 국가에서 독점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자원 제한 국가에서 간호 및 의료 교육 지원을 제공하는 SGH(Seed Global Health)의 CEO인 바네사 캐리는 이런 백신관리로는 세계가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접중을 하지 못한 나라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하게 되면 백신을 접종한 나라 또한 그 변이로 위험성이 증가하게 된다. 세계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앞당겨진 4차 산업혁명

AI, 로봇, 메타버스 등 새로운 IT 기술은 노동 시장의 대지각 변동을 가져올 것이다.

산업혁명 때마다 일자리에 대한 불안으로 공포 분위기가 조성된다. 물론 사라지는 직종도 있지만 새로운 직종이 생겨나기에 일자리 자체는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그 안에서 우리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일의 개념과 형태를 점검하고 새로운 변화에 자신을 맞춰가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다.

4차 산업혁명, 자동화 시대의 가속화는 플랫폼 자본주의를 확대시키고 플랫폼 노동자를 양성하게 된다. 배달대행업, 대리운전앱 등 임시직, 프리랜서 계약직, 저임금, 불안정한 신분으로 대표되는 플랫폼 노동이 전면화되더라도 사회안전망이 튼튼하다면 최소한의 인간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가이 스탠딩은 코로나19로 더 심화된 소득 불평등을 '홍익인간'의 정신으로 진짜 민주주의를 이루고 수입 분배 체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제안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해결하기 위해 공동체의 건강과 안위를 보호하는 가치와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동체의 건강과 안위를 보호하기 위해 개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 정보는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시 동선 파악, 밀접 접촉자 분리 등 빠른 대처에 도움이 되고 있다. 지금은 팬데믹으로 이런 통제와 감시가 허용되고 있지만 그 정보의 소유권은 개인에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접근과 사용에 있어서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독일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주장한다.

빅브라더. 어쩌면 국가보다 더 힘이 강한 미디어를 경계해야 한다. 인포데믹스(잘못된 정보의 전염병)은 개인의 사생활 침해는 물론 경제, 정치, 안보 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근거 없는 '카더라' 정보가 끝도 없이 이어져 가짜 뉴스가 되어서 불안감을 확산시켜 보건의 심각한 위기와 정치적인 분쟁과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미국 IT 산업을 주도하는 대표 기업이자 가장 인기 있는 전통 기술주 5개


정부가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공개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팡(FAANG)'이라 부르는 기업들이 수집한 개인 정보들이 더 방대하고 사용자의 행동 양식을 예측하고 데이터화하는 행위에 대한 관리와 문제 제기가 중요하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는 우리는 인류 역사상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목격하고 있다. 하지만 전염병이 유행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들이 있었다. 경제학자인 자크 아탈리는 1998년에 발표한 저서 <21세기 사전>에서 이미 대규모 전염병의 창궐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리고 2020년에는 팬데믹 기간 동안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분석한 책 <생명경제로의 전환>을 발표했다. '생명경제'라는 개념을 소개하며 팬데믹 이후 인류는 이타주의적 생명경제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타인과 다음 세대를 생각해 다양한 영역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를 인간에 대한 경고로 보고 경제중심적, 발전 중심적 인간활동에 대한 회의와 반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후 위기와 함께 인간이 자연과 공존하지 않으면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 공감한다. 이제는 발전이 목적이 아닌 공존, 화합, 연대의 시대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책과 함께 다큐멘터리 3부작 <A.C.10> 시청을 권한다. 이제는 적극적인 시민의 참여가 시대의 흐름이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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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데아 케이스릴러
장해림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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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Metaverse)- Meta + Universe 합성어로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 경제, 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 -가 무서운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5G 상용화와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온라인 활동이 증가하면서 메타버스가 주목받고 있다. 회사 취업 면접, 대학 축제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 적용되는 뉴스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최근 페이스북이 메타로 사명을 변경하고 메타버스 시장에 올인한다는 소식은 메타버스의 기세를 확인시켜주었다. 

 

이 메타버스가 소설에 상륙했다. 고즈넉이엔티 K스릴러 시즌3 6번째 도서 <가족이데아>가 메타버스 스릴러로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책소개 

 

욕망을 실현하는 가상현실 게임 '가족이데아'가 탄생한다. 

현실을 지옥으로 여기는 이들은 가상현실의 달콤함에 속절없이 빠져든다. 

가상과 현실 사이에서 드러난 진실이 이들을 조여온다!

 

가족이 지옥인 이들을 위한 새로운 세계

가상현실 게임 '가족이데아'가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가족이데아/장해림/고즈넉이엔티

 


<가족이데아> 소설 시작부터 끝까지 독자를 뒤흔드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서사에 눈을 뗄 수 없다. 

메타버스 스릴러라는 색다른 시도가 호기심을 자극하고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강한 소설이다. 

 

학교폭력, 가정폭력, 사이비 종교, 청년취업 등 현실 사회 문제로 점철된 가족 구성원들이 참혹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가상현실 게임 '가족이데아'에 빠져들게 되면서 현실과 가상의 극명한 대비에 비극이 시작된다. 

 

모든 일의 시작은 상원의 딸 '지희'의 죽음이다. 자살로 마무리 지어진 그 죽음을 타살로 확신하고 상원은 복수를 시작한다. 과연 지희의 죽음은 어떤 비밀을 숨기고 있을까? 

 

'가족이데아' 게임을 만든 상원은 원형에게 접근해 '가족이데아' 게임 출시 전 테스터 자리를 제안한다. 

원형은 공무원이 되고자 하나 매번 실패해서 좌절한 청년으로 술에 찌들어 세상에 불만 넘치는 아버지를 증오하고 짐이라 느껴지는 가족을 벗어나고자 몸부림친다. 제안받은 게임 속 재벌 3세 역할에 빠져서 욕망의 화신으로 변해간다.

원형의 동생 원미는 상원의 딸 지희와 친구로 상원이 지희를 죽인 범인이라고 확신하는 인물이다. 

상원은 원미뿐만 아니라 원미를 그렇게 키운 부모, 오빠 가족 모두를 복수의 대상으로 삼는다.

원형과 원미의 엄마 순영은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림받고 사이비 종교단체인 '헤븐'에서 학대를 당하다 도망쳐 나온 인물로 상원의 복수에 핵심이 되는 존재이다. 그녀가 가정을 책임지고 있고 원형이 가장 사랑하는 존재이기에.

 


원형, 원미는 가상현실 게임 '가족이데아'에서 이상적인 가족, 이상적인 자신을 구현하고자 노력한다. 처음에는 현실과는 너무 다른 자신과 주위 환경에 빠져 달콤함에 취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생각과는 다르게 게임이 진행되고 끔찍한 현실의 모습을 닮아간다. '가족이데아'의 버그인지 인생의 교훈인지 모르겠지만 가상현실의 달콤함은 영원하지 않다. 

 

그래, 그들은 진짜 가족이 아니야. 가족의 탈을 쓰고 잘난 체하는 재벌 캐릭터일 뿐. 다 내가 만들었으니 죽일 권리도 나한테 있어. _p.72

 

원형은 상원이 의도적으로 본인의 가족에게 접근했음을 깨닫고 스스로 가상현실을 빠져나온다. 

 

고글, 아바타, 정체불명의 음료. 가상현실로 들어가는 데는 도구가 필요했지만 가상현실을 나가는 데는 어떤 도구도 필요치 않았다. 눈에 보이는 이 모든 것이 가짜라는 걸 깨닫는 것. 그게 전부였다. _p.303

 

원형은 원하는 대로 혼자의 몸이 되었지만 홀가분하지 않았다. 그저 현실이 나아지길 바랐다. 가족과 행복해지길 바랐다. 현실의 원형은 게임 속 원형, 자신을 무시하는 가족,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회에 인정받고야 말겠다는 집념 하나로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악인처럼 될 수 없었다. 그는 가족을 구하는 영웅이 되고자 한다. 그는 과연 가족을 구할 수 있을까?

 

가족을 선택할 수는 없다. 부모도 자식도 본인의 선택으로 가족이 되지는 않는다. 

진정한 가족의 의미는 무엇이고, 행복한 가족은 과연 무엇이며 어떻게 가능할까?

현실에서는 선택할 수 없는 가족을 가상현실에서는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가족이데아' 속 가족들 또한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가상임을 알기에 그런 것일까?



지희의 일기 - 밝혀지는 그녀의 실체 & 비밀을 풀 열쇠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조금씩 밝혀지는 지희의 실체와 그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상원의 본모습을 꿰뚫으면서 원미가 바라던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이 얼마나 허상이었는지 깨닫는다. 다른 존재가 되면서 이루려고 했던 꿈은 신기루처럼 허망한 것이었다. 

 

나에게는 이데아, 원형이 철학 용어로 다가왔다. 플라톤의 이데아, 융의 원형, 종교적 낙원 헤븐 등 철학적인 용어와 개념들이 현실과 가상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진 지점에서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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