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제정신입니다 - 마메의 정신없는 날들
마메 지음, 권남희 옮김 / 사계절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신줄 잡는 메모패드와 <아직 제정신입니다> 만화책♡




こんにちは,(안녕하세요) 마메상?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가지게 되었네요. 감사해요.

같은 40대 주부로 공감하면서 읽었습니다.

단순한 그림체로 소소한 일상 속 소재들을 잘 포착해서 깔깔거리며 웃게 만들기도 하고,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하고, 위로를 건네기도 하는, 옆에 두고 지칠 때 꺼내서 보게 만드는 책이네요.

그냥 넘어가거나 시간이 흐르게 되면 잊어버리게 되는 추억들을

이렇게 그림과 글로 남겨두니 언제라도 얘기나눌 수 있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줌마 마메뿐만 아니라 젊은 시절의 마메까지 만나볼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또다른 책 소식 들으면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만날 거예요.

おあいできて、うれしかったです. また、あいましょう. (만나서 반가웠어요. 다음에 또 만나요.)




이 책의 작가 마메 씨는 그룹 BTS를 좋아하게 되어 다른팬들과 정보 교환 등 소통하기 위해 SNS를 시작하였다. 아이돌과의 망상만화를 계기로 일상의 일들로 소재가 확대되었다. 호응을 얻어 이제는 어엿한 만화가가 되었다.

 

요즘 아이들이 즐겨보는 화려한 색채와 자극적인 내용의 웹툰이 아니라 어린 시절 보던 4컷 만화같은 담백한 웹툰이다. 그림체도 단순하고 색감도 단조로워 무난하게 흘러간다. 특히나 내용이 일상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고 겪었을 만한 거라 더 정감이 간다.

 

<아줌마의 웃긴 일상 - 아줌마와 일 - 아줌마의 우정> 챕터로 꾸며진 책은 아줌마의 시선으로 바라본 하루, 싱글맘으로써 다양한 파트타임을 하면서 접하는 동료와 상황, 여러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을 콕콕 집어 보여주고 있다.

 

 

잠깐 한두개 정도 만화를 소개하자면,



의도치않은 행동이 사건, 실수가 되는 순간을 잘 포착하여 표현되고 있다. 세심한 그림체가 아니라 이런 굵직하고 단순한 그림체라 더 현실감이 드러난다.

 

 

꾸밈없으면서도 귀여운 허세를 부리거나(몇가지 에피소드가 웃음을 자아낸다; 우아하게 먹으려고 한 결과, 약 올리는 팬케이크... ) 40대 아줌마다운 거리낌없는 19금 표현을 하다가도 어처구니없지만 나도 하는 자잘한 실수가 펼쳐지니 기분좋게 볼 수 있는 책이다. 당당한 싱글맘이자 멋진 만화가로서 마메 씨를 절로 응원하게 된다. 가볍게 그렇지만 웃을 수만은 없는 현실적인 책, 잘 보았다. :D

 

<사계절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자들을 위한 심리학 - 자꾸만 나를 잃어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
반유화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자들을 위한 심리학>

 

 책을 좋아하지만 편식이 심한 나에게 심리학은 범접하기 힘든 영역이었다. 과연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여자들을 위한' 수식어에 힘을 얻어 읽기 시작했다.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반유화 전문의는 친절하고도 편한 문체로 현대사회 여성들이 겪고 있는 상황과 갈등, 문제들을 짚어주고 이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서술해 주고 있다. 심리학, 여성학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지금 고민하고 있는 2,30대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이 될 듯하다.

 

 

이 책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 나를 의심하지 않기로 했다.

Ⅰ. 결혼을 꼭 해야 하는 건가요

Ⅱ. 직장 상사에게 실망했어요

Ⅲ. 친구들과 대화가 안 통해요

Ⅳ. 거절을 못 하겠어요

Ⅴ. 친구가 낯설어요

Ⅵ.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2부 -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나만의 온도를 찾아가는 법

Ⅰ. 남동생과 차별하는 엄마가 미워요

Ⅱ. 일상이 불편해졌어요

Ⅲ. 내 안에 내가 너무도 많아요

Ⅳ. 꾸밀 때 눈치가 보여요

Ⅴ. 남자친구가 저를 질투해요

Ⅵ. 친구 같은 아빠에게 자꾸 불만이 생겨요

 

 

 2,30대 여성이 가정, 직장, 친구, 연인 사이에서 겪을 수 있는 평범하고 흔한 갈등이지만,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노력들이 요구된다. 밖에서 보면 간단하고 별 볼일 없는 상처일지라도 본인이 대상이 되면 크고 작고는 중요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한 챕터, 한 챕터 공감하면서 읽어나갔다.

 

 

그중 특히 공감이 가는 챕터가 있었다.

 1부< Ⅳ. 거절을 못 하겠어요> 대학생인 미소 씨는 전공실습을 담당하는 A 교수의 수업을 불참하고 싶은데 다른 조원들에게 폐 끼치는 것 같고 친구들과 멀어질 것 같아 결정을 못 하고 있다. A 교수는 여학생들, 특히 예쁜 여학생들을 편애한다는 것이 비밀 아닌 비밀로, 실습은 조별로 점수를 부여하기 때문에 미소 씨가 포함된 조는 만점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들 말하기 때문이다. 이런 불합리한 실습 관행에 반대하여 불참하는 여학생도 있다. 미소 씨의 친구 주현 씨로 호불호가 분명하고 스스로 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일에 대해서는 안 하는 쪽을 택하는 편이다. 미소 씨는 그런 주현 씨를 좋아하고 부러워한다.

 

 나 또한 거절을 잘 하지 못하는 타입이었다.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결과를 두려워하기보다는 그냥 "안돼요."라는 말을 꺼내기가 힘들었다. 나에게 부탁을 하기까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을 상대방을 떠올라 거절의 말을 입 밖으로 뱉어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다소 무리한 부탁이라도 들어주고자 했다. 하지만 상황이 일회성이 되지 않아 반복되면서 벅찬 상황이 되는 경우도 있어서 조금씩 달라지려 노력하고 있다.

 

 

<여자들을 위한 심리학> - 내가 나로 바로 설 수 있도록

 


 

 책에서는 갈등 후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건 결정에 대한 책임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능력이 있음을 의미한다고 한다. 잘못된 결정에 따른 손해를 감수하고, 다른 이들을 비난하지 않고 그 결과를 감당한다. 그리고 결정을 내리기 위해 다음의 단계를 조언하고 있다.

 

 

1단계: 지금 이 상황은 부당하다. 이런 상황에 처하지 않을 수 있다면 가장 좋았을 것이다.

2단계: 그러나 슬프게도 나는 지금 이 상황에 처해 있다.

3단계: 이 상황에 처한 건 내 탓이 아니다.

4단계: 내 탓이 아니지만, 선택은 내가 해야 한다.

5단계: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감수해야 한다.

6단계: 결국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괜찮다.

 

포기를 새로운 출발선으로 삼아라.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괜찮다. p.85~92

 

 

 어떤 선택이든 거기서 거기라는 의미가 아니라,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삶은 계속될 것이고, 또 다른 새로운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 말하고 있다.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때 가장 우선인 건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 즉 스스로를 존중하는 것이란다. 내가 나를 존중하는 데부터 모든 관계가 시작한다. 잊지 말고 기억해야겠다.

 

 

거절은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대상을 내쫓는 데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관계를 건강하게 지키는 데 있다.

거절의 선한 목적 p.126

 

 

 결혼 생활이 어렵다고 털어놓으면서도 결혼하지 않은 사람을 은근히 무시하는 친구, 딸을 감정 쓰레기통으로 대하는 엄마, 여성 혐오 이슈를 묵인하는 상사, 딸 바보이면서 집안일은 하지 않는 아빠, 자격지심을 드러내는 애인......

 

 이런 다양한 관계 속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부당함을 느끼는 여성들은 과연 예민한 걸까? 자신 또한 완벽하지 않다고 자기비난이나 자기 의심을 하게 된다. 하지만 <여자들을 위한 심리학>에는 자기 의심이 아니라, 자신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이해하며, 온전한 나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진심 어린 조언이 곳곳에 스며있다.

 

 

 우리는 관계를 맺으면서 기대하고 바라고 의존하기도 하고, 힘이 되어주기도 하고, 힘을 얻기도 한다. 그리고 실망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분노하게 된다. 어떤 상황이나 말에 대한 내 감정은 나 자신의 것이고, 네 감정은 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의 감정은 내가 해결해 줄 수 없는 부분이다.

 

 나를 둘러싼 현실에서 나 자신을 위한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고 내가 무엇을 얻을 수 있고 잃을 수 있는지를 지각한 후 결정을 해야 한다.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이 어디까지 원망하지 않고 감당할 수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표현할 줄 아는 힘을 길러야 한다.

 

 

나의 작은 고민들이 하나둘 모여 우리의 고민이 되고 사회의 고민이 될 때, 비로소 세상은 변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고민에서 우리의 고민으로 p.251

 

 

 이 책을 읽고난 후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관계 맺을 때 거부당할까봐 무조건 수용하는 사람인지? 타인의 눈치나 상황보다 자신에게 집중하여 행복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힘이 있는 사람인지?

 

 관계에는 '임시 보관함'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기억해야 겠다. 곤란한 감정과 복잡한 관계 안에서 괴로워하다가 아무 것도 결정되지 않은 모호한 느낌이 싫어서 섣불리 일을 처리할 때가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난 뒤에 그때의 결정을 아쉬워하거나 후회할 때가 많다. 그럴 때 모호한 상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영역을 만들어두면 숨통을 좀 트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 감정은 내 자신의 것으로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러므로 그 감정을 찬찬히 살펴보고 이유도 알아보고, '옳다, 그르다' 식의 태그는 붙이지 말아야 한다. 그 자체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부정적인 감정또한 감정 자체로 받아들이고 왜 그런 감정들이 생겨나게 되었는 지 관찰하여 조절할 수 있다면 나 자신을 잘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스스로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방향으로 선택과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으로 인한 결과는 받아들이고 감수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움츠려들고 우울한 시기인데 마음을 다스리고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다산북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모네이드 할머니
현이랑 지음 / 황금가지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산뜻한 노란색 표지 <레모네이드 할머니>

 추리소설광인 나는 두근거리는 맘으로 한장한장 읽어나갔다. 레모네이드처럼 상큼달콤한 맛을 전해줄 책일까?

 

 "아, 아아아…… 아아! 아……."

 할머니의 앓는 소리가 또 식당을 울립니다.

 

 - 첫문장 p.7 심통부리는 우리 레모네이드탐정님 ^^

 부유층의 늙은 치매 부모들이 생활하는 최고급 요양병원인 '도란마을'에서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겉에서 보기에는 평온하기만 했던 그곳에서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과연 무슨 일인지 파헤치기 위해 치매 할머니 탐정 '레모네이드'와 조수 '꼬마'가 나섰다. 과연 그들은 어떤 진실을 마주하게 될까?

 도란마을은 치매노인들을 위해 마을처럼 꾸며놓은 요양병원으로, 악기점, 영화관, 문구점, 마트, 공원 등 바깥 세상과 비슷하게 꾸며져 있다. 주민(치매노인)들은 물건을 고르고 계산대에 가져가기는 하지만, 계산은 하지 않는다. 1,000만원이 넘는 월세에 다 포함되어있다.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최상류층 요양병원인 것이다.

 

 자유롭게 외부인도 드나들 수 있는 이곳 쓰레기장에서 비닐봉지에 담긴 영아시체가 발견된다. 지금부터 우리의 주인공 환장의 콤비 레모네이드 탐정과 꼬마팀의 활약이 시작된다.

 

새삼 표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다.

등장인물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잘 표현되어 있다. ☆


 이 책은 챕터마다 화자를 달리하여 시선의 변화를 주고 있다. 작가, 레모네이드 탐정 할머니, 유치원생 꼬마, 요양병원 의사, 요양병원 직원, 요양병원장, 원장딸 등 다양한 화자들이 등장한다. 화자가 변하면서 문체나 관점이 변하고 각자가 처한 상황이 펼쳐진다. 본인이 직접 말을 하니 내용이 더 와닿는다.

 

꼬마 현우 엄마인 서이수 의사 시선 p.99


 시작은 영아사체유기 사건 조사였지만, 곧 곪을 대로 곪은 도란마을이 그 실체를 드러낸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각종 사회적 이슈들이 도란마을 안에서 다 벌어지고, 인간의 끝없는 탐욕이 내뿜는 악취는 책을 덮을 때까지 숨막히게 한다.

 

사건은 이렇게 일어난다. 맘을 놓는 순간 우리를 덮친다. p.105


 치매 걸린 할머니가 추리를 한다는 기발한 설정으로 시작하여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영아사체 유기, 비정규직의 실태, 가정 폭력, 청소년 문제, 불륜, 마약, 비자금 돈세탁 등 굵직한 사회문제를 다루며 인간의 추악한 면모를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다. 자본, 물질, 쾌락에 탐닉하여 소중한 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부끄럼없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어른들의 부끄러운 낯을 속속들이 파헤치고 있다.

 돈을 가장 우선시하며 살아온 레모네이드 할머니가 꼬마 조수를 만나 사건을 해결해가면서 인간미를 점점 뽐내고, 꼬마도 사건 해결에 집중하면서 자신의 아픔을 잊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까칠도도한 할머니이지만 옆에서 한몫을 톡톡히 해내는 꼬마 현우를 지켜보면서 차차 마음을 열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마무리는 완벽했다. 도란마을 사건뿐만 아니라 현우네, 윤비서 등 주위를 챙기는 마음씀씀이가 어른다웠다.

부끄러운 어른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그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이들이 있기에 아직은 괜찮지 않을까 싶다. 무엇이 소중한지 깨달아가고 자립할 수 있고 회복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는 이들이 남았기에 희망이 보인다.

 특히 레모네이드 할머니의 유언이 실현되는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반성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간 레모네이드 할머니를 존경하고 애정한다. ♥

 

 다시 만날 수 없는 ♡ 그래서 더 소중한 치매할머니 레모네이드 탐정과 꼬마 조수의 공조를 힘차게 응원한다.

 

그러고 보니 우린 서로 이름도 모른다. 원래 사람들이 만나면 이름부터 알려주는데. 우리는 첫 만남부터가 이상해서였나.

"알려고 하지 마라. 난 여기 얼마 안 있을 거야."

"내 이름은 ……."

"네 이름도 말하지 마. 알면 나중에 헤어질 때 슬퍼져.

넌 그냥 '꼬마'로 있으면 돼."


우리 까칠도도 레모네이드 할머니,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기에 정을 나누는데 인색하지만 그래도 볼매 ♬ p.60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 트리플 4
임국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뜨끈한 신간이 도착했다.

제목 만으로도 끌어당기는 힘이 가득한 책이다.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 '투니버스'라니 얼마나 가슴 설레는 단어인가! 1,20대에 만화책에 열광하고 만화에 심취해 살았던 나로서는 참 애틋한 단어이다. 궁금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책 첫장을 넘긴다. 새책 특유의 냄새에 벌써부터 행복해진다.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는 우주 너머 다른 시공간에서 반짝이고 있을,

지난 시절 내가 사랑했던 것들이 보내는 시그널이다. 라고 밝히고 있다.

작가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고 참다참다 독성 가득한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쏟아낸 방법이 소설을 쓰는 것이라 했던 것처럼, 이 책은 단순히 추억을 그리워하며 애틋함을 발산하는 레트로 열풍에 편승하지 않는다.

추억이 아닌 현재에도 자신의 취향에 집중하나 과거처럼 발산하지 않고 자신이 즐기는 데 집중하는 이, 과거가 아닌 현재 펼쳐지는 일처럼 시공간을 초월하여 그 안에 머물러 살고 싶은 이와 과거와는 인연을 끊고 일반인으로서 살아가고 싶은 이 등 여러 존재들의 이야기들이 버물러져 있는 소설이다.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

 

외행성 전사들이 나타났다.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 첫문장

 

 사는 일 자체에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는 초등학생 만경은 타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 지 몰라 관계맺는 걸 어려워한다. 그래서 주위의 관심에 반응을 하지 않았고 차차 없는 사람처럼 취급되었다. 그냥 남을 바라보는 관찰자, 구경꾼 위치에 있으면서 막연히 어른이 되면 이런 문제들이 저절로 해결되리라 기대했다.

 

 이런 만경이 동경하는 아이, 동급생 수진이가 있다. 수진이는 만경의 눈에는 만화 주인공 같은 존재이다. 그를 <슬램덩크>의 강백호 같다고 표현하는 데 조금은 폭력적이다 싶을 정도로 감정 표현이 솔직하지만 밉지 않고 매력적이다. 사과하고 반성하며 성장하고야 마는, 자기 삶을 사는 그런 붉게 타오르는 사람. 만경이에게 수진은 그런 사람이다.

 

 그리고 이 둘은 친한 형과 오빠에 의해 한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TV로 만화시청을 하면서 시간을 같이 보냈다 뿐이지 같이 무언가를 하는 건 아니었기에 서로 친해지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만경에게는 이유도 모를 급작스럽고 일방적인 일이었지만 충격적인 사건을 계기로 멀어졌다가 극적으로 연결된다. '봉신연의' 만경이는 정면승부수를 던졌고 수진이는 그에 넘어갔다. 그리하여 수진이는 새로운 문을 열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가고 표현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어린시절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어른이 된 만경의 모습도 나오고 수진의 소식도 들린다.

 만경은 과연 어린시절 기대처럼 일반인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친밀한 소통을 나눌 수 있는 어른이 되어 있을까?

 

이곳을 늘 위험하고 힘들므로 안전한 장소가 필요했다.

만경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p.42

 

 만경은 여전히 세상을 멀리서 바라보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수진은 여전히 만화를 좋아하고 그 연장선으로 만경을 떠올린다. 수진에게도 만경은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아이였다고 하니 서로 동경하고 관심을 가졌던 건 틀림없다.

 

 

 

 <코인노래방에서>

"장범준이 싫다고?"

「코인노래방에서」 첫문장

 

 나와 연인이 코인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고 난 후 산책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오는 일과를 그리고 있다.

 내용상 연인이 '수진'으로 예상되어진다. 여전히 그녀는 매사 확실하며 씩씩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앞 단편을 읽어보면 그녀가 따뜻하다고 느껴지는 대목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녀가 따뜻한 사람이라 생각되어진다. )

 

나는 갑자기 비밀 하나를 연인에게 털어놓게 된다. 어쩌면 그동안 털어놓은 상대와 순간을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갑자기 용기가 솟았던 걸까? 그렇게 시작된 나의 고백은 생각과는 다르게 연인에게 받아들여지고 거부되지않을거라는 믿음에 털어놨던 나는 괜시리 연인에게 화를 내게 된다. 자신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자신과 정우의 관계가 연인에게는 장난처럼 여겨지는 것 같아 서운하다. 또 자신이 좋아했던 정우또한 자신을 좋아한 것 같다고 말하는 연인에게 도리어 화를 내고 부정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어린 시절 자신을 불쾌한 아이로 간주하고 연인조차 무너뜨릴 수 없도록 견고한 담을 쌓는 그의 모습에 연민을 느낀다. 좋아하는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연인의 손끝이 내 손에 닿았다. 나는 빠르고 깊은 잠에 빠졌다.

잘 듣는 약이라도 삼킨 것 같았다.

나는 위로받은 것 같다. p.74

 

 나는 연인과 비밀을 공유했다. 털어놓은 비밀은 그들에게 흡수되어 소멸되어가고 나는 위로받았다고 생각한다. 

 

<추억은 보글보글>

 

<보글보글>을 할 때는 늘 혼자였다.

<추억은 보글보글> 첫문장

 

 원경과 도진의 이야기이다. 만경의 형인 원경은 성인이 되어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고 인정을 받으면서 새로운 활력과 기쁨을 찾았다. 하지만 수진의 오빠인 도진은 원경과 함께 (혼)(자)(는)(안)(돼) 2인 플레이로 게임을 즐기던 십대시절 안에서만 살아가고자 한다.

 이 단편은 화자가 계속 변한다. 원경이었다가 도진이로, 도진이었다가 원경이로. 각자의 입장과 기억에 기대어 진행되는 상황은 간극이 커서 같은 이야기인가 싶다. 그들은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던 것일까? 서로를 사랑하고 고마워하면서도 어긋나는 이들이 안타깝다.

 도진은 어린 시절 원경에게 분노를 표출한 적이 있다. 그 말과 행동에 지속적으로 상처를 받고 있는 데 가장 사랑하던 사람을 진심으로 경멸하고 혐오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일에 대해 얘기나누고 묻고 매듭짓고 싶은 데 되지 않고 의미없는 말과 행동만 되풀이하는 관계가 되어버렸다.

 원경은 도진의 죽음으로 그와의 마지막 술자리가 계속 떠오르게 된다. 그는 도진에게 옮았나보다 생각하지만 도진에게 상처주고 귀찮아하고 경멸했던 자신의 말과 행동이 이유일 것 같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 모두 죽어 없어진 것 같아.

도진의 혼잣말 p.125

 

 세월이 흘러 아이가 어른이 되었다하지만, 몸이 컸다고 어른이 된 건 아니다. 자신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밑받침되어 타인과 관계를 맺고 소통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하지않을까 싶다. 남에게 보여지는 자신이 아니라 좋든싫든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고 소중히 여길 수 있고 인정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할 듯 싶다. 어릴 때도 힘든데 어른이 되서는 곱절은 힘들 것 같지만, 일반인 코스프레가 아닌 자신으로 우뚝 설 수 있길 바란다. 사랑했던, 사랑하는 것들이 보내는 시그널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지않을까.

온갖 만화와 게임들이 등장하는 소설을 읽어서인지 집에 있는 아케이드 게임기를 한판 돌렸다. 보글보글, 역시나 끝까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Never Forget Your Friend.

Now, You Found the Most Important Magic in the world.

It's "LOVE" & "FRIENDSHP".

 

But, It was Not a True Ending.  

 

<자음과모음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코요테의 놀라운 여행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3
댄 거마인하트 지음, 이나경 옮김 / 놀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코요테의 놀라운 여행>을 만났다. 그 놀라운 만남으로 책장을 다 넘기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내 심장은 콩닥콩닥, 내 눈가는 빨갛게 부어올랐다. 대단원에 이르러서는 책에 눈물을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노력을 해야 했다. 뚝! 뚝! 뚝!

 

뭔가를 잃어버리면 그걸 얼마나 사랑했는지 깨닫게 된다.

계속 사랑했던 것이라 할지라도.

p.351

 

 스쿨버스 예거를 타고 여기저기를 여행하며 생활하는 삶을 택한 로데오와 코요테. 그들의 관계가 궁금해진다. 덥수룩한 머리와 얼굴이 수염으로 뒤덮인 히피 로데오와 맨발로 주유소와 편의점을 들락날락하는, 자유분방한 코요테. 56인승 스쿨버스가 집이라 소개하면 자신들을 향하는 다양한(수상하게 여기는 게 대다수인) 시선들을 떨쳐버리며 자유롭게 항해하던 중 세상이 멈출만한 소식을 접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의 아니 로데오의 규칙, 금지를 어기고 그리운 집이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 공원에 묻어놓은 추억 상자를 꼭 찾아야 한다. 목숨을 걸고 달성해야만 하는 이 미션을 코요테는 꼭 성공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렇게 놀라운 여행이 시작되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인연을 만나게 된다. 사람일 수도, 장소일 수도, 혹은 동물일 수도 있다. 코요테와 로데오 역시 길에서 그 인연들을 만난다.

 

○ 코요테가 좋아하는 책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이반>에서 이름을 딴 '아이반' 고양이가 첫 번째 손님이다. 그윽하고 상냥하고 친절한 눈을 가진 의젓한 아이반은 코요테에게 말이 필요 없는 친구가 되어주었다.

 

태미가 왜 완벽한지 말하지 말고, 태미가 왜 레스터에게 완벽한지 말해봐요.

태미의 어떤 점이 좋냐는 질문에 답한 레스터에게 다시 요구하는 코요테

 

◑ 두 번째 손님은 레스터 워싱턴은 가난한 음악가로, 여자친구 태미의 사랑을 얻기 위해 자신의 꿈을 접고 그녀를 찾아가는 중이다. 우리에게 사랑과 꿈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사랑은 그런 거잖아? 다른 사람이 소중히 여기는 걸

소중히 여기는 거. 그 사람을 소중히 여기니까.

그리고 그 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거지. 그렇지?

태미와의 사랑과 음악가로서의 꿈 사이에서 고민하는 레스터

 

 

◐ 세 번째 손님은 코요테를 위기에서 도와준 멋지고 용감한 가족으로 에스페란사와 살바도르 베가이다. 로데오와 예거를 타고 5년 동안 여행하면서 친구를 사귀지 못하고 수많은 작별을 해온 코요테에게 살바도르는 최고의 친구로 다가온다.

 너무나 갑작스레 찾아온 상실의 고통을 이기는 방법으로 이름도 고향도 다 버리고, 과거에서 저만큼 멀어지기 위해, 떠올리지 않기 위해, 로데오(아빠)를 지키기 위해 새로운 이름(로데오 선라이즈, 코요테 선라이즈 라니 @.@)으로 예거를 타고 앞으로 무작정 달리는 것을 선택하였다. 하지만 이는 로데오가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편으로 코요테는 매 순간 상처받고 있다. 12살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슬픔과 상처에 가슴이 메어진다. 살바도르와의 만남은 코요테에게 또래와의 관계 맺음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것임을 다시금 깨닫게 하기에 소중하다. 그리고 살바도르 역시 가정폭력이라는 큰 아픔을 가진 아이이기에 코요테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서로를 안아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어른이 어른답지 못해서 너무 일찍 철이 든 아이들이 애처롭다. 서로의 손을 꼭 잡아 힘을 나누는 코요테와 살바도르가 너무나 사랑스럽다.


 코요테는 살바도르를 위해 콘서트를 열어준다. 올랜도 청소년 오케스트라 제1바이올린 수석 연주자인데도 한번도 엄마한테는 들려주지 못한 후회를 풀어주기 위해서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멋진 무대를 마련해줬다. 살바도르 또한 코요테의 여정을 끝까지 함께 하며 힘을 보태준다. 그렇게 같이 성장해나간다.

 

 


● 네 번째 손님은 밸러리 베킷으로 동성애자 커밍아웃으로 부모님과 마찰을 겪고 가출한 청소년이다. 밸이 끝부분에 가서 큰 문제를 초래하지만 로데오는 너무나 부드럽게 위로해 준다.

 로데오는 역시 선량하고 친절하고 부드러운 멋진 사람이다. 이런 여린 사람이었기에 사랑하는 아내와 딸들을 잃고는 그 과거를 바로 보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한 채 떠돌아다녔던 것이리라. 하지만, 코요테에게 그는 아빠다. 코요테는 로데오가 아니라 자신을 '엘라'라 불러주는 아빠가 필요하다.

 

◎ 무려 다섯 번째 동행 손님은 글래디스이다. 글래디스는 긴 흰 털과 근사하고 우아한 뿔 한 쌍을 가진 90 킬로그램의 피니시 랜드레이스종 염소이다. 예거의 브레이크 라인이 고장 나서 수리를 받고 글래디스 배송을 부탁받게 되었다. 집염소라고 불리는 글래디스~ 아주 멋지게 코요테를 도와준다. 그 멋진 활약은 책에서 확인해보면 좋겠다. 꼭!!!

 


 


  

 

어떤 날은 중요하고 어떤 날은 별 볼 일 없고 어떤 날은 나쁜 일이 생기고 어떤 날은 좋은 일이 생기는데, 그중에서 어떤 날을 고르든 내 "옛날 옛적에" 이야기를 시작하는 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코요테의 놀라운 여행> 첫 문장

 

 어린 나이에 사랑하는 엄마, 언니, 동생을 잃은 코요테, 엘라는 아빠까지 잃어버렸다. 아빠를 버리고 로데오 선라이즈로 다시 태어난 그는 코요테 또한 가슴 아픈 과거는 뒤로하고 다시금 되돌아가지 않기를 원했다. 하지만 코요테는 엘라는 그럴 수 없다. 그들을 잊을 수 없다. 아빠 때문에 소중하고 그리운 그들의 이름조차 꺼낼 수 없지만 여전히 보고 싶고 여전히 사랑한다.

 아빠를 지키기 위해 오 년을 버텼지만, 소중한 가족들과 한 소중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여행을 시작한다. 그러면서 선하고 각기 다른 아픔을 가진 타인들을 만나 가족 같은 관계를 맺는다. 기쁨은 나누기 쉽지만 아픔을, 슬픔을 나눌 수 있는 관계는 흔치 않고 서로의 행복을 빌어줄 수 있는 용기는 더 소중하다.

 코요테의 말대로 세상에는 너무 많은 행복이 있다. 너무 많은 슬픔이 있다. 세상에는 정말이지 너무 많은 것이 있다.

 이 많은 것을 직접 겪고 느끼고 슬퍼하고 아파하고 감동받고 다 자기 속으로 받아들여 인생을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 이제 13살이 되는 엘라가 그 나이대의 아이처럼 좋아하는 책과 좋아하는 곳과 좋아하는 음식과 함께 행복하길 바란다. 

 


"나는 약속합니다.

엄마, 딸, 자매로서 엄마와 딸들, 자매를 마음속에 간직하기를.

그리고 오늘부터 십 년 뒤 이 비밀 추억 상자를 찾으러

바로 이 자리에 돌아올 것을 약속합니다. 아멘. 끝"

 

앤, 에이바, 엘라, 로즈는 이렇게 다짐을 하고 공원 나무 밑에 비밀 추억 상자를 묻는다.

한 사람에 대해서 가장 사랑하는 점을 적은 쪽지와 여러 가지 추억들이 남긴 물건들을 넣었다.

그리고 그들은 떠났다.

약속 대로 추억 상자를 되찾은 엘라는 두고 떠났던 엄마, 에이바 그리고 로즈를 다시는 두고 가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다시 가족이 되었다.

 

「코요테와 로데오, 예거에서의 생활을 추억하며」

▷ 만달때 소원(만사를 때려치우고 달려가야 하는 소원)

▷ 옛날 옛적에 이야기

▷ 수많은 애칭들 - 곰돌이, 블루베리, 설탕자두, 데이지......

▷ 예거에 다른 탑승자를 태우기 전 확인하는 3가지 질문

1. 제일 좋아하는 책이 뭐죠?

2. 제일 좋아하는 곳은 어디죠?

3. 제일 좋아하는 샌드위치는 뭐죠?

 이 모든 것들이 그리워질 것이다. 코요테가 버스에 태우는 사람들에게 수없이 질문했으면서도 정작 본인은 생각해 보지 않았던 3가지 질문에 대한 답처럼 <코요테의 놀라운 여행>을 정리하면서 나 또한 질문에 대한 답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만달때 소원 같은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줘야겠다.


<놀(다산북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