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나무들
헤르만 헤세 지음, 안인희 옮김 / 창비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 _ 헤르만 헤세 저

 

헤르만 헤세의 책을 받은 순간

탄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내용을 떠나(책은 물론 내용이 가장 중요하죠. ^^)

책 표지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자연과 함께 찾아온 선물 같았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는

나무와 삶에 대한 성찰을 담은

18편의 에세이와 21편의 시를 엮은 책입니다.

나무를 통해 인생을 얘기하는

헤르만 헤세를 만나볼 수 있는 시간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흐름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나무들의 다양한 변화와 상황,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 숨 쉬는

헤세의 감정, 생각, 고찰, 인생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헤세는 나무를 사랑합니다.

나무는 오랜 세월을 살기 때문에 긴 호흡으로

평온하게 긴 생각을 해 우리보다 지혜롭습니다.

그래서 나무의 말에 귀 기울일 수 있다면,

나무를 부러워하거나 갈망하지 않고

자기 자신이 되기를 갈망한다

하였습니다. 그것이 고향이며,

그것이 행복이라고 하였습니다.

나무를 통해 삶을 통찰하는 자세를 찾은 자,

바로 헤르만 헤세입니다.

 

 

헤세는 우세한 나무 종류가 없는

도시나 풍경은 완전한 이미지가 되지 못하고,

낯설고 무심하게 남는다고 하였습니다.

그에게는 본질적인 것이 나무였던 셈이죠.

오랜 시간을 보내고

많은 추억이 있어도 낯설다 하니,

헤세가 나무를 통해 자신의 많은 부분을

채워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을 읽으면서

나 자신이 인간이 만들어놓은,

정형화된 조형물 안에서만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을 배제하고라도,

너무나 많은 시간을

건물 안에서 보내고 있었네요.

 

 

그리고 책 속에 나온 나무들을

대부분 모르겠습니다.

물론 지리적 특성 때문에 자생하는

나무 종들이 다를 수 있겠지만,

나무에 대한 얕은 지식 때문이겠죠.

 

 

하지만, 식물이 좋아져서

요즘 원예에 취미를 들이고 있으니

조금은 달라질 거라 믿고 싶습니다.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화분 속 식물들의 변화에

행복해지는 순간순간들이 분명 있으니까요.

결혼하고 처음 신혼집에 방문하신

시부모님께서 선물로 사주신 화분을 시작으로,

집 안에 화분이 없었던 적은 없지만

세세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제각기 다른 생육 환경에 무지해서

몇몇 식물들과는 작별을 해야 했던

기억이 나네요.

과습을 싫어하는 아이,

습한 것을 좋아하는 아이,

햇빛과 바람을 받아야 하는 아이,

햇빛을 피해야 하는 아이......

그 다양성을 이제서야 받아들이고

귀 기울이는 저랍니다.

 

헤르만 헤세가 나무가 전하는

작고 소박한 기쁨과 위로에

마음을 달래고 힘을 얻을 수 있었던

자연 속 풍경을 저도 찾아봐야겠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내 안에 숨어 있는

삶의 목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그 삶의 목소리를 순순히 따르면서

내게 주어진 일을 하고 싶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는

대작가 헤르만 헤세의 통찰이

꽃피우는 책입니다.

그리고 그를 표현하는 필력, 문체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책입니다.

쉽게 읽을 수는 없지만,

천천히 읽으면 마음으로 와닿는

숨결 같은 바람입니다.

마음에 와닿은 글들을 추천합니다.

 

<동작과 정지의 일치>

자연의 흐름은 우리가 느끼기도 전에

찾아올 때가 많습니다.

꽁꽁 얼었던 눈이 어느 순간 녹아,

살얼음이 낀 개천에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앙상하던 나뭇가지에 연둣빛 싹이 돋아난

모습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분명 자연은 그 안에서 천천히 변신을

준비하고 있었을 텐데,

무심한 우리는 스쳐 지나가

눈길을 주지 않았던 거죠.

하지만, 은혜롭게도 변신의 순간을

목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헤르만 헤세 또한 변신을 목격하고

서술한 내용이 있습니다.

 

겨우내 그 강한 바람에도

마른 나뭇잎 한 장 떨어뜨리지 않고

서 있던 너도 밤나무가

숨결처럼 부드럽고 온화한 한줄기 바람에

수많은 잎들을 떨어뜨립니다.

그 광경을 목격한 헤세는

자신과 연관 지어 사유하게 되고,

그 일이 존재의 비밀이며,

그 자체로 아름답고 행운이며,

의미였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보리수꽃>

<온통 꽃이 피어>

                           p.82 삽화   &   p. 55 시


<시든 잎>

                     p.140 삽화   &   p.144 시



어느 날, 정원에 심은 자신의 복숭아나무 중

가장 큰 나무를 높새바람으로 잃었습니다.

오랜 시간을 알던 친구가 속하던 곳이

빈자리가 되어 작은 세계에

하나의 균열이 생겼고

그 균열을 통해

공허, 어둠, 죽음, 두려움이 몰려옵니다.

나무들도 믿을 수 없다니,

나무들도 사라질 수 있고 죽어버릴 수 있다니!

새로 나무를 심으려고 구멍을 파고

햇빛과 바람을 쐬어주고 퇴비를 주고 기다렸다

보슬비가 내리는

어느 온화한 날을 기다리게 됩니다.

하지만 다른 나무를 심지 않기로 결정합니다.

새롭게 순환을 시작하는 것에,

생명의 바퀴를 새로 굴려 욕심 많은 죽음에게

바칠 새로운 먹이를 키워내는 일에

저항하게 됩니다.

 

'이 자리는 그냥 비워둬야겠다.'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는

두고두고 읽으면서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책입니다.

 

잎은 잎대로,

꽃은 꽃대로,

열매는 열매대로

제 길을 가게 하는 것.

세찬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꼿꼿이 서서

자신의 힘과 청춘을 기뻐하기도 하고,

구부러졌다가도 도로 제자리로 돌아오는 존재.

안갯속에서는

어떤 나무도 다른 나무를 볼 수 없어

모두 혼자인 나무. 사람.

쪼개져서 부러졌어도

여러 해 동안 매달려

한 여름만 더, 한 겨울만 더

버티는 삶.

 

 

주위에 있는 나무가 새롭게 다가오는

책 읽기가 끝났습니다.

이제는 실제로 나무를,

주위를 살펴볼 시간이네요.

물론 나무를 살펴본다고

갑자기 마음이 닿고

진리가 깨우쳐지는 건 아니겠지만,

좀 더 여유 있는 삶을,

좀 더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삶을,

좀 더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삶이 되지 않을까.


<창비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춥고 더운 우리 집
공선옥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춥고 더운 우리 집>

공선옥 작가님의 집에 대한 생각이

담겨있는 책인 줄 알았는데,

읽고 보니 공선옥 작가님의 인생, 가치관이

담긴 책이었다.

 




 

집을 소재로 자신의 인생을

쭉 뽑아낸 이야기에 공감하기도 하고,

깨닫기도 하고,

의문도 가지면서 읽어나갔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에서는 집을 중심으로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2부에서는 자신의 집을 찾는 과정을,

3부에서는 인생에서 집의 의미를

밥과 연결해 풀어내고 있다.

 

 

은근히 공통점이 많았기에

읽기가 더 수월했던 것 같다.

전라남도 출생이며

시골마을에서 자란 어린 시절이 비슷하고,

이른 아버지의 죽음,

임대주택에서의 생활들이

나의 추억과 겹쳐져

눈앞에 생생한 장면으로 펼쳐졌다.

 

 

광주가 가장 가까운 도시였던 나도,

책을 읽으면서

휴일이나 특별한 날이면

버스 타고 친구들이랑

광주 충장로, 금남로 시내에

놀러나가던 기억이 나서

애틋해지고 그리워지기도 했다.

 

 

70년대 시작에 태어난 남편과

70년대 끝에 태어난 내가

공유하는 추억도 신기했는데,

60년대 태어난 공선옥 작가님과

동향에서 자라서

비슷한 기억들이 있다는 게

재밌기도 하고

사람살이가 다 비슷한 건가 싶기도 한다.

 



 

 

북향집을 시작으로 시작된

집에 대한 기억은

담양 수북, 석 달 열흘간 뚜덕뚜덕 지은

집까지 이어진다.

 

 

세상의 온갖 집들이 다 나오는 것을 보니,

이곳저곳 많이 떠돌아 사셨던 것 같다.

 

 

변소 위에 걸린 시렁에

닭둥우리를 올려놓아

동네 엄마가 달걀을 훔쳐 가기도 하고

구렁이가 달걀을 깨물어 먹던

첫 번째 북향집을 뒤로하고,

아버지가 지은

'부로꾸집'=블록집으로 이사한다.

 

 

이 집은 공선옥 작가님이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지만,

사랑한다. 그리고 미워한다.

그 깊은 애증의 감정은

집에게도 감정을 부여한다.

인격을 부여한다.

말을 하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는 집.

그렇게 큰 의미로 다가온

아버지가 지은 첫 집

'부로꾸집'이다.

 

 

집을 이런 애정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다니,

신기할 뿐이다.

요즘 집에 대한 관점, 논점은

집값, 인테리어, 편의시설 인프라인데,

집이 감정을 가지고

말을 건다니

괜스레 우리 집도 이곳저곳 눈여겨 살펴보게 된다.

너는 우리 가족에게 무슨 말을 건네고 있니?

 

 

작가님에게 아버지는 단편적인 기억이다.

계속 객지로 나가 일을 하시고

한 번씩 돌아오시면

집을 짓거나

농사를 짓거나

일을 벌이고 떠나버리는 존재이다.

자신의 소원대로 집을 짓지만,

항상 정상적인 범주에서 벗어나

온 동네 하수가 쏟아지는 집이거나,

비 오는 날이면 아궁이에 물이 고여

퍼내야 하는 집이다.

 


 

남들처럼 입식 부엌에

기름보일러를 놓는 것이 꿈이었던

아버지는 끝내 꿈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광주에서 학교를 다니기 위해

떠난 두 번째 '부로꾸집'을 끝으로

그렇게 고향 집 시절은 끝이 났다.

 

 

고등학교 시절 지냈던 식당 방,

서울 용산 여자 속옷 공장 기숙사를 거쳐

다시 광주 자취방(식당 방)으로 돌아오면서

다들 잘 적응해서 살아가는 데

자신만 아닌 것 같아 자책하게 된다.

 



 

 

책을 좋아하는 소녀가

척박한 세상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나가

평범하고 솔직한 이들의 시샘을 받으며

눈치도 챙기게 되고

남몰래 흘렸을 눈물이 많았으리라.

한껏 꾸미고 놀면서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이들도 있고,

작가님처럼 책을 통해

위안을 얻는 이들도 있을 텐데

자신과는 다른 이가 부러우면서도

미웠으리라 생각된다.

 


 

내게 내 집이란 어떤 집인가.

어디로 떠나도 언제고 돌아올 수 있는 집.

나와 오랜 세월을 함께한 내 물건들이 편히 자리 잡고 있는 공간.

 

 

그럼, 나에게 내 집이란 어떤 집인가?

책을 읽으면서 계속 생각해 봤는데

내 집은 우리 가족이랑 함께 웃고 울며,

떠들고 자며,

먹고 마시는 공간이다.

우리들의 역사가 새겨진 집이

내 집이면 좋겠다.

 

 

작가님 말씀처럼

우리네 어린 시절 집처럼,

할머니 할아버지 댁처럼,

보물창고요

역사가 되는 집이

우리 집이면 좋겠다.

 

 



 

하하하,

우리 집도 좋은 집이 되었다.

손볼 곳이 많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고

우리 집을 ?? 사랑해봐야겠다.

시간을 두고 사람을 사귀듯,

집도 하나하나 고쳐가고

바꿔가면서 정을 나누고

우리 가족을 익히게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3부. 밥이나 집이나 한 가지로>는

수북에 자리 잡은 후,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냈다.

 

 

 

생생한 표현들과 현실적인 대사가

인상적인 챕터이다.

우리네 어머니들의 푸근함과 아늑함이

가득한 이야기들이라

책을 읽는 중

가장 따스함을 느끼며 읽었다.

 


 

 

정말이지 내 마음이다.

나는 나 스스로 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에 그 어떤 것도

절로 크는 것은 없다.

내가 내 자식을 낳아 키워보니

이제서야 부모님의 은공을 깨달았다.

 

 


 

 

3부 중 <말의 온기> 챕터가 기억에 남는다.

작가님의 아버님은 신발을

아궁이 불에 대고

따뜻하게 데워주셨는데,

이를 신발을 구워준다고 생각했다.

그랬던 아버지에게

육성회비 고지서를 들이밀자,

 

 

"돈 없따아, 이놈아"

 

 

하셨다 한다.

그 단단하고 차가운 한마디 이후

아버지가 백날 신발을 구워주신다 한들,

그 신발의 따뜻함을 느낄 수 없게 되었다.

 

 

이 역시 아이를 낳고 키워보니,

이해가 된다.

고달프면서도 그득하고 뿌듯한,

그 마음이 담긴 말 한마디였다는 것을.

 

 



 

 

책을 읽으면서 '집'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게 되었다.

'의식주' 라 칭하며

살아가는데 중요한 부분이라 배우며 자랐건만

그 격차들이 커지고 있다.

 

 

옷도 추위를 막아주는 기능에서

자신을 표현해는 매개체로,

식사도 영양분을 공급해 성장하게 하고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역할에서

미각을 자극하고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영역으로,

집도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한 가족들이 모여

식사하고 눈 마주치며 얘기 나누고

지친 몸을 뉠 수 있는 보금자리에서

삶의 성공 척도, 평균을 알 수 있는 기준이거나,

돈을 투자하는 대상으로

변모하고 있다.

그래서 예전의 가치관으로

의식주를 대하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집은 그 격차가 엄청나서 파장이 크다.

부동산 정책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그에 따른 사람들의 반응, 대응도 격렬한 것을 지켜보면서

씁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집을 보금자리가 아니라,

돈으로 바라보는 세상이라

집값에 따라 요동치는 감정 기복.

나 또한 집값에 무심할 수는 없지만,

내 집값이 오르면, 또 다른 집들도 오르니

매양 똑같지 않나 싶다.

살 곳이 필요한 우리는 살고 있는 집을 팔더라도

또다시 집을 사거나 빌려서 살아야 하니 말이다.

 

 

너무 바쁘게 흘러가는 우리네 인생이

집도 자꾸 바꾸게 만드는 건 아닌가 싶다.

예전에는 한곳에 정착해서 살아가면서

필요한 부분들을 이웃들과 함께 채워갔지만,

지금은 필요한 부분들이 채워진 곳에

내가 가면 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아쉬움이 없고, 간절함이 없는 것 같다.

 

 

공선옥 작가님은 <춥고 더운 우리 집>을 통해

너무 빠르게, 간편하게 살아가려는 현대인들에게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마음가짐을

일깨워주시고자 한 것 같다.

수북에서 호미를 든 작가님의 모습이 그려진다.

버스 타고 장에 들러 온갖 유혹을 물리치고

필요한 것들을 손에 들고 돌아오는 모습이 그려진다.

 

 

참 따뜻하다.

 

 

<한겨레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면 삼키고 쓰면 좀 뱉을게요 -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는 인생
김혜원 지음 / 유영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학내일>로 접한 김혜원 에디터님이

신작을 내셨다.

<달면 삼키고 쓰면 좀 뱉을게요>

요즘 책 제목들은 특색 있다.

제목과 표지만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이 책 역시 감각적인 일러스트와 색감, 제목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김혜원 작가님은 왠지 모르게 친근하게 다가온다.

<대학내일>로 접하긴 했지만,

책으로 만나긴 처음인데

오랜 시간 알아온 지인처럼 편안하다.

허세를 부리지 않고 자신을 포장하지 않고

진실되게 표현하기 때문인가 보다.

글 또한 그녀를 닮아 담백하고 읽기 편안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는 인생이란 무엇일까?

김혜원 작가님은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주는 확실한 기쁨 -

§남의 눈치 볼 시간에 내 마음을 돌본다

§나의 디테일을 기록할 시간을 갖는다

§심심하다고 아무한테나 연락하지 않는다

§생활의 틈에 좋아하는 것들을 채워 넣는다.

사람도 물건도.

§일요일 오후 세 시에도 떠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에도 진심을 다한다

§'아무거나' 하며 인생을 낭비하지 않는다

 

 

 

마지막 문장에 크게 한방 맞았다.

 


 

'아무거나'를 입에 달고 사는

나는 충격이었다.

나 자신을 게으른 사람이라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어느 순간 남에게는 부지런하지만,

정작 나 자신에게는 게으른 사람이 된 것 같은

죄책감에 휩싸였다.

나 자신에게 충실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그러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정리부터 해봐야겠다.

 




책을 읽으면서 공감한 글귀들을 먼저 정리해본다.


 

 

 

지하철 기관사님의 하차 안내 방송을 듣고

감동받아 문자메시지를 보낸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

 

김혜원 작가님은

 

무용한 것,

당장의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는 것에

진심인 사람들에게

나는 예전부터 약했다.

-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 p.73

 

라고 표현하셨다.

나는 이런 소소한 행동들이 이어져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따뜻해지고 행복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도 마음이 스르르 풀어진다.

 

 


 



'이게 아니면 안 된다'라는 납작한 관점으로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었다는 혜원 작가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마음이 가벼워지는 걸 알았으니

이제는 좀 더 느긋해졌으면 좋겠다.

 

나도 은근 완벽주의자라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타입이라 반성 좀 했다.

도망쳐도 괜찮다.

조이기만 해서는 삶이 힘들어지니까.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 조금은 풀어주자.

도망쳐도 된다. 정답은 하나가 아니니까.

 

 


 

맘에 드는 챕터

<사랑 빼고 다 하는 나의 단골 가게들> 中

코로나19로

원치 않는 가지치기를 당해

앙상해진 인간관계에서

마지막까지 남은 이들은

의외의 인물들이었다.

(중략)

단골 미용실 실장님, 세탁소 사장님,

그리고 반찬집 사장님이다.

……

그들을 사랑하진 않지만,

그들이 없으면

내 생활엔 커다란 구멍이 생긴다.

나는 그들을 믿는다.

그들에게 고마워하고

그들이 오래오래

내 곁을 떠나지 않기를 소망한다.

이쯤 되면 사랑 빼고 다 하는 셈이 된다.

                    p.203

 



 

글을 쓰는 일을 사랑하고

글을 잘 쓰고 싶어하고

타인에게 호의를 베풀고 싶어하고

섀도복싱을 하면서도 자신을 토닥여줄 수 있고

'self made 백과사전'을 만들고

식성 표를 친구들에게 돌려보고 싶어하고

기억하고 싶은 하루를 손글씨로 일기장에 써가는

사랑스럽고 부지런한 김혜원 작가님을

만나길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을 들여 책을 읽길 참 잘 했다.

 

이제 나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찬

리스트를 작성해봐야겠다.

내 인생을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줄

'취향(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아무 일이나 ______ 하지 않고,

아무 감정이나 ______ 느끼지 않고,

아무 관계나 ______ 맺지 않기!

 


<다산북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이너마이트 사계절 아동문고 101
김민령 외 지음, 이윤희 그림 / 사계절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지금, 오늘의 어린이들에게 어떤 사람, 어떤 사건, 어떤 시공간이

자신을 이전과 다른 '나'로 만드는 계기가 될까요?

♧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같이 찾아보아요. <다이너마이트> ♬




우리는 후세에 코로나19로 팬데믹을 겪은 세대로 기억될 것이다.

코로나19로 일상에 많은 변화가 생겼고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우리는 이런 혼란 속에서

끊임없이 시도하고 맞춰나가면서

적응을, 성장을 하고 있다.

우리 어린이 또한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가

다를 것이다.

그렇게 다른 '나'를 만드는 일들은 무엇일까?



사계절 아동문고 시리즈 100권 기념으로 기획된 이 책은 앤솔로지 문학으로

삶의 변곡점이 될 수 있는 계기에 대한 이야기들을

여러 작가들이 들려주고 있다.

7가지 작품을 통해

지금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우리 어른들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그들의 생각은 어떤지?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고 구체화할 수 있었다.

 

 

7분의 작가님들이 참여한 덕분에

더 풍성해진 단편집 

한 권을 읽었는데

이렇게 다양한 색채, 소재와

상황을 접할 수 있으니 더욱더 좋다.


사계절아동문고 101 <다이너마이트>



7편의 이야기 중 가장 재밌게 읽은 작품은

김선정 작가님의 <상병차포마>이다.

 

 

학교 가기 싫어하는 나에게 이모가 해준 이야기로

장기와 관련이 있는 글이다.

이모는 원래 학교 가는 게 싫었지만,

3월이 그렇게 싫었단다.

낯선 친구, 낯선 선생님, 낯선 교실문,

이렇게 낯선 것들로 꽉 찬 공간이

얼마나 두려웠을까?

 

그러다 등굣길에 만난 장기 두는 할아버지 덕분에

학교가 재밌어졌다.

이모는 아빠한테 배워

어렸을 때부터 장기를 둬왔던 터라

장기판을 읽을 줄 알았다.

할아버지 장기판에 따라

학교에서 일이 벌어지니 신기할 따름이다.


한 칸씩 천천히 가야지. 서두르면 다치는 법이야.

차 너무 좋아하지 마라.

앞에 적당히 막는 것도 있어야 돌아가기도 하고 멈추기도 하는 거지.

하고 싶은 말이 많을수록 마음에 좀 묵혀 뒀다 해야 되는 법이지.

다 네 마음에 달려 있는 거여.

장기 할아버지의 훈수



이모에게 찬찬히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장기 할아버지의 말씀이

눈에 쏙 들어온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다가가

마음을 여는 방법을 알려주신다.

다 네 마음에 달려 있는 거여.

무슨 말인지 잘 알 수는 없지만

괜히 마음이 놓여

고개를 끄덕였다는 이모.

그 뒤로는 학교 가는 게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마법 같은 일들이 벌어졌지만

씩 웃으면서 서로를 바라보는 이모와 아이를 지켜보니

진실이든 거짓이든 중요치 않다.

 

 

변화가 유난히 두렵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누구에게나 있다.

두려워 움츠려든 마음을 몰아붙이지 않고

자신을 서서히 드러내 보일 수 있도록

응원하고 지켜봐 줄 수 있는 이들이 곁에 있으면

두려움 대신 웃음으로 바꿔갈

힘이 생길 것이다.




기억에 남는 작품은

김민령 작가님의 <고양이가 한 마리도 오지 않던 날>,

김태호 작가님의 <멍한 하늘>이다.

 

계속 내리는 빗줄기에도 남을 위해

무너진 다리 앞을 지키고 있는 이,

비를 피해 대피하는 도로에서

집에서 싸온 따뜻한 김밥을 건네는 이,

2달 동안 계속된 비에 길고양이들이 걱정되어

눈물 흘리시는 고양이 할머니.

 

힘든 상황에서도 주위를 둘러볼 수 있고,

기꺼이 수고를 감수하는 이들이 있기에

힘든 오늘. 괴로운 오늘. 마음이 추운 오늘.

각박한 오늘. 매정한 오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힘을 얻고

등을 펴고 몸을 일으켜

다른 생명에게

손을 내밀 수 있게 된다.

 

 

코로나19로 상상력을 발휘하기

힘든 요즘이지만,

오늘이 어제보다 조금 더 따뜻한 하루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지.

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묵직한 주제인 가정폭력, 아동학대.

자신을 온전히 사랑해 주고

양육해 줘야 하는 이들에게 당하는 폭력은

다른 폭력보다 더 끔찍하다.

더욱이 반항하지 못하는 어린 생명들에게

행해지는 폭력은

비겁하고 최악이다.

 

개인적인 문제라 치부하던 옛날에 비해

정부, 학교, 마을에서 소외된 아동들에 대해

관심과 애정의 손길을 건네고 있지만,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다.

김태호 작가님은

이웃의 무관심과 의도적인 무시를

끄집어내고 있다.




무서워 외면했던 인호가

두손 벌려 하늘이와 하늘이 엄마 사이에

무작정 끼어든 모습이, 

물을 크게 틀고 설거지를 하던 인호 엄마가

고무장갑을 끼고

"이게 뭔 짓이야!"

외치는 모습이 고맙다.





표제작 김중미 선생님의 <다이너마이트>

기존 선생님 책과 결을 같이 하는 이야기로, 



주위 사람들을 환하게 비추는 다이너마이트 같은 불꽃이 되고 싶다.


도훈이처럼 용기 있는 이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힘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7편의 단편과 이윤희 작가님의 그림으로

만난 <다이너마이트>

어제의 존재와 다른 오늘의 존재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전과 다른 '나'를 만드는 계기는

모르는 사람이 베푼 호의일 수도 있고,

상상력일 수도 있고,

나와 너를 구분하지 않고 우리라는 마음일 수도 있고,

풋풋한 사랑의 감정일 수도 있다.

갑자기 나에게 벌어질 수 있고,

내가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용기가 필요하고 선택을 해야 한다.

다른 '나'를 떠올려보자.


코로나19로 힘든 지금,

상상력이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느꼈다.

우리 모두 즐거운 상상을 해요!!!

 

<사계절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다이너마이트, #사계절아동문고101, #변곡점, #이윤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험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소설!
권여선 작가님의 평에 호기심이 생기네요. ♡
3편의 단편으로 각기 다른 다양한 매력 발산하는,
긴장감이 흐르는 소설, 기대됩니다.

https://m.blog.naver.com/jamo97/22237202756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