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가족이 마음의 안정을 주지 못한 지금,
민희와 하빈은 달리기 시작한다.

땀방울이 흐르고,
숨이 가빠지고,
다리가 단단해지면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두 소녀의 힘찬 달리기 여정이
그들만의 인생 지도를 조금씩 그려나가고 있다.
두 소녀의 달리기에 동참하여 같이 달리고 싶다. ☆

https://m.blog.naver.com/jamo97/222399290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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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스파이 스키 스쿨 1~2 세트 - 전2권 책이 좋아 3단계
스튜어트 깁스 지음, 김경희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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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파이 스키 스쿨> 

 

 

CIA, 첩보, 스파이, 작전, 악당

 

 

 어린이와 함께 어울리기 힘든 단어들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가슴이 뛰고 흥분되는 단어들이다. 온갖 모험들이 떠올라 손바닥에 땀이 맺히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스파이 스키 스쿨_스튜어트 깁스

 

 이번에 만난 <스파이 스키 스쿨>이 바로 어린이 + 스파이, CIA, 악당이 결합된 스파이 첩보물이다. 주니어 요원들이 어마어마한 악당을 상대로 활약을 펼치는 이야기로, 초등 고학년들이 즐겁게 읽을 수 있다.

 

 

 CIA 요원이 자신과 비슷한 연령대인 친구라는 설정에 호기심과 관심이 더 간다는 초6 아들의 평처럼 완벽하지 않고 다소 어수룩한 면을 보이는 십 대 요원 등장이 반갑다.

 그리고 틈틈이 서술된 스파이 교육 매뉴얼도 따라 해보면 기억력, 주의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눈에 띄지 않게 주변을 관찰하고 기억하는 훈련이 기억에 남는다.

 

 

 주인공 벤 리플리는 의도치 않게(지난 시리즈 참조, 이번이 무려 네 번째 시리즈라는 ♡) CIA 요원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래서 스파이 스쿨 다른 동료들보다 이론적인 측면은 약하지만, 이미 실전에서 익힌 생존능력과 천부적인 감으로 이번에 '눈토끼' 작전에서도 핵심요원으로 활약하게 된다.

 한 번도 타본 적 없는 스키를 배울 수 있고, 스파이 집안 출신 에리카 헤일과 함께 수행하는 작전이라 흥분한 벤 요원! 에리카를 좋아하지 않는 스파이 스쿨 학생은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정작 에리카는 연애 감정이 '0'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벤은 자신이 상대해야 할 악당의 존재를 알고는 긴장하게 되는데......

 

 

 스파이 세계라면 항상 따라다니는 거짓 신분, 가장 친한 친구 마이크한테조차 말할 수 없는 비밀. 진실을 말할 수 없기에 시작된 거짓은 결국 파장을 불러오게 되고, 마이크와 벤이 끝까지 우정을 지킬 수 있는 지도 이 소설에서 관전할 대목이다.

 

 

 요즘같이 옴짝달싹 못하는 팬데믹 시대에 로키산맥에 위치한 스키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스파이물은 우리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상상만으로도 시원하고 숨이 탁 트이는 스키장, 호화로운 호텔, 흰 눈으로 뒤덮인 로키산맥, 악당들을 제압하는 짜릿함까지 종합선물 세트이다. 그리고 벤, 에리카, 제시카, 마이크, 조, 자와 등 등장하는 십 대 아이들뿐만 아니라, CIA 요원들도 완벽하지 않고 나름의 흠을 가진 존재들이라 더 친근하다. (전기 벽난로에 마시멜로를 구워 먹으려고 하는 CIA 요원을 떠올려 보면 금방 이해가 될 것이다.)

 

 악당 레오 청과 골든 피스트 작전을 상대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띤 '눈토끼' 작전

 요원 개개인의 장점이 팀 활동 시에는 단점이 되기도 하고, 단점이 장점이 되기도 하면서 서로 힘을 보태주고 뒤받쳐주는 팀이 되어갔다.

 벤, 혼자 힘으로는 해낼 수 없지만 동료들과 힘을 합해 하나하나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능력을 보여주었기에 다음 행보도 무척 기대가 된다.

 

 악당 아버지의 정체를 모르는 십 대 딸 제시카 청과 친구가 되어 정보를 알아내야 하는 벤이 스키 스쿨을 계기로 접근하는 과정에서 제시카의 친구에 대한 갈망이 느껴져 마음이 짠해지기도 했다. 십대에서 친구 제하고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2권으로 편성되어 있지만, 무리 없이 읽을 수 있다. 어른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당돌한 주니어 요원들이 실수를 하기도 하지만, 특유의 유연함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함께 하다 보면 금세 마지막 장을 넘기고 있을 것이다.

 

 골든 피스트 작전을 화끈하게 날려버리는 이야기,

주니어 요원들이 활약하는 풋풋한 스파이물

<스파이 스키 스쿨> 강력 추천!!!

 

 

 

그리고 <스파이 스키 스쿨> 책을 읽기 시작하시오!!!

 

 

 

<알에이치코리아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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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나무들
헤르만 헤세 지음, 안인희 옮김 / 창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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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나무들 _ 헤르만 헤세 저

 

헤르만 헤세의 책을 받은 순간

탄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내용을 떠나(책은 물론 내용이 가장 중요하죠. ^^)

책 표지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자연과 함께 찾아온 선물 같았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는

나무와 삶에 대한 성찰을 담은

18편의 에세이와 21편의 시를 엮은 책입니다.

나무를 통해 인생을 얘기하는

헤르만 헤세를 만나볼 수 있는 시간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흐름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나무들의 다양한 변화와 상황,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 숨 쉬는

헤세의 감정, 생각, 고찰, 인생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헤세는 나무를 사랑합니다.

나무는 오랜 세월을 살기 때문에 긴 호흡으로

평온하게 긴 생각을 해 우리보다 지혜롭습니다.

그래서 나무의 말에 귀 기울일 수 있다면,

나무를 부러워하거나 갈망하지 않고

자기 자신이 되기를 갈망한다

하였습니다. 그것이 고향이며,

그것이 행복이라고 하였습니다.

나무를 통해 삶을 통찰하는 자세를 찾은 자,

바로 헤르만 헤세입니다.

 

 

헤세는 우세한 나무 종류가 없는

도시나 풍경은 완전한 이미지가 되지 못하고,

낯설고 무심하게 남는다고 하였습니다.

그에게는 본질적인 것이 나무였던 셈이죠.

오랜 시간을 보내고

많은 추억이 있어도 낯설다 하니,

헤세가 나무를 통해 자신의 많은 부분을

채워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을 읽으면서

나 자신이 인간이 만들어놓은,

정형화된 조형물 안에서만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을 배제하고라도,

너무나 많은 시간을

건물 안에서 보내고 있었네요.

 

 

그리고 책 속에 나온 나무들을

대부분 모르겠습니다.

물론 지리적 특성 때문에 자생하는

나무 종들이 다를 수 있겠지만,

나무에 대한 얕은 지식 때문이겠죠.

 

 

하지만, 식물이 좋아져서

요즘 원예에 취미를 들이고 있으니

조금은 달라질 거라 믿고 싶습니다.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화분 속 식물들의 변화에

행복해지는 순간순간들이 분명 있으니까요.

결혼하고 처음 신혼집에 방문하신

시부모님께서 선물로 사주신 화분을 시작으로,

집 안에 화분이 없었던 적은 없지만

세세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제각기 다른 생육 환경에 무지해서

몇몇 식물들과는 작별을 해야 했던

기억이 나네요.

과습을 싫어하는 아이,

습한 것을 좋아하는 아이,

햇빛과 바람을 받아야 하는 아이,

햇빛을 피해야 하는 아이......

그 다양성을 이제서야 받아들이고

귀 기울이는 저랍니다.

 

헤르만 헤세가 나무가 전하는

작고 소박한 기쁨과 위로에

마음을 달래고 힘을 얻을 수 있었던

자연 속 풍경을 저도 찾아봐야겠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내 안에 숨어 있는

삶의 목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그 삶의 목소리를 순순히 따르면서

내게 주어진 일을 하고 싶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는

대작가 헤르만 헤세의 통찰이

꽃피우는 책입니다.

그리고 그를 표현하는 필력, 문체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책입니다.

쉽게 읽을 수는 없지만,

천천히 읽으면 마음으로 와닿는

숨결 같은 바람입니다.

마음에 와닿은 글들을 추천합니다.

 

<동작과 정지의 일치>

자연의 흐름은 우리가 느끼기도 전에

찾아올 때가 많습니다.

꽁꽁 얼었던 눈이 어느 순간 녹아,

살얼음이 낀 개천에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앙상하던 나뭇가지에 연둣빛 싹이 돋아난

모습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분명 자연은 그 안에서 천천히 변신을

준비하고 있었을 텐데,

무심한 우리는 스쳐 지나가

눈길을 주지 않았던 거죠.

하지만, 은혜롭게도 변신의 순간을

목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헤르만 헤세 또한 변신을 목격하고

서술한 내용이 있습니다.

 

겨우내 그 강한 바람에도

마른 나뭇잎 한 장 떨어뜨리지 않고

서 있던 너도 밤나무가

숨결처럼 부드럽고 온화한 한줄기 바람에

수많은 잎들을 떨어뜨립니다.

그 광경을 목격한 헤세는

자신과 연관 지어 사유하게 되고,

그 일이 존재의 비밀이며,

그 자체로 아름답고 행운이며,

의미였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보리수꽃>

<온통 꽃이 피어>

                           p.82 삽화   &   p. 55 시


<시든 잎>

                     p.140 삽화   &   p.144 시



어느 날, 정원에 심은 자신의 복숭아나무 중

가장 큰 나무를 높새바람으로 잃었습니다.

오랜 시간을 알던 친구가 속하던 곳이

빈자리가 되어 작은 세계에

하나의 균열이 생겼고

그 균열을 통해

공허, 어둠, 죽음, 두려움이 몰려옵니다.

나무들도 믿을 수 없다니,

나무들도 사라질 수 있고 죽어버릴 수 있다니!

새로 나무를 심으려고 구멍을 파고

햇빛과 바람을 쐬어주고 퇴비를 주고 기다렸다

보슬비가 내리는

어느 온화한 날을 기다리게 됩니다.

하지만 다른 나무를 심지 않기로 결정합니다.

새롭게 순환을 시작하는 것에,

생명의 바퀴를 새로 굴려 욕심 많은 죽음에게

바칠 새로운 먹이를 키워내는 일에

저항하게 됩니다.

 

'이 자리는 그냥 비워둬야겠다.'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는

두고두고 읽으면서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책입니다.

 

잎은 잎대로,

꽃은 꽃대로,

열매는 열매대로

제 길을 가게 하는 것.

세찬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꼿꼿이 서서

자신의 힘과 청춘을 기뻐하기도 하고,

구부러졌다가도 도로 제자리로 돌아오는 존재.

안갯속에서는

어떤 나무도 다른 나무를 볼 수 없어

모두 혼자인 나무. 사람.

쪼개져서 부러졌어도

여러 해 동안 매달려

한 여름만 더, 한 겨울만 더

버티는 삶.

 

 

주위에 있는 나무가 새롭게 다가오는

책 읽기가 끝났습니다.

이제는 실제로 나무를,

주위를 살펴볼 시간이네요.

물론 나무를 살펴본다고

갑자기 마음이 닿고

진리가 깨우쳐지는 건 아니겠지만,

좀 더 여유 있는 삶을,

좀 더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삶을,

좀 더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삶이 되지 않을까.


<창비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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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 더운 우리 집
공선옥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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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 더운 우리 집>

공선옥 작가님의 집에 대한 생각이

담겨있는 책인 줄 알았는데,

읽고 보니 공선옥 작가님의 인생, 가치관이

담긴 책이었다.

 




 

집을 소재로 자신의 인생을

쭉 뽑아낸 이야기에 공감하기도 하고,

깨닫기도 하고,

의문도 가지면서 읽어나갔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에서는 집을 중심으로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2부에서는 자신의 집을 찾는 과정을,

3부에서는 인생에서 집의 의미를

밥과 연결해 풀어내고 있다.

 

 

은근히 공통점이 많았기에

읽기가 더 수월했던 것 같다.

전라남도 출생이며

시골마을에서 자란 어린 시절이 비슷하고,

이른 아버지의 죽음,

임대주택에서의 생활들이

나의 추억과 겹쳐져

눈앞에 생생한 장면으로 펼쳐졌다.

 

 

광주가 가장 가까운 도시였던 나도,

책을 읽으면서

휴일이나 특별한 날이면

버스 타고 친구들이랑

광주 충장로, 금남로 시내에

놀러나가던 기억이 나서

애틋해지고 그리워지기도 했다.

 

 

70년대 시작에 태어난 남편과

70년대 끝에 태어난 내가

공유하는 추억도 신기했는데,

60년대 태어난 공선옥 작가님과

동향에서 자라서

비슷한 기억들이 있다는 게

재밌기도 하고

사람살이가 다 비슷한 건가 싶기도 한다.

 



 

 

북향집을 시작으로 시작된

집에 대한 기억은

담양 수북, 석 달 열흘간 뚜덕뚜덕 지은

집까지 이어진다.

 

 

세상의 온갖 집들이 다 나오는 것을 보니,

이곳저곳 많이 떠돌아 사셨던 것 같다.

 

 

변소 위에 걸린 시렁에

닭둥우리를 올려놓아

동네 엄마가 달걀을 훔쳐 가기도 하고

구렁이가 달걀을 깨물어 먹던

첫 번째 북향집을 뒤로하고,

아버지가 지은

'부로꾸집'=블록집으로 이사한다.

 

 

이 집은 공선옥 작가님이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지만,

사랑한다. 그리고 미워한다.

그 깊은 애증의 감정은

집에게도 감정을 부여한다.

인격을 부여한다.

말을 하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는 집.

그렇게 큰 의미로 다가온

아버지가 지은 첫 집

'부로꾸집'이다.

 

 

집을 이런 애정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다니,

신기할 뿐이다.

요즘 집에 대한 관점, 논점은

집값, 인테리어, 편의시설 인프라인데,

집이 감정을 가지고

말을 건다니

괜스레 우리 집도 이곳저곳 눈여겨 살펴보게 된다.

너는 우리 가족에게 무슨 말을 건네고 있니?

 

 

작가님에게 아버지는 단편적인 기억이다.

계속 객지로 나가 일을 하시고

한 번씩 돌아오시면

집을 짓거나

농사를 짓거나

일을 벌이고 떠나버리는 존재이다.

자신의 소원대로 집을 짓지만,

항상 정상적인 범주에서 벗어나

온 동네 하수가 쏟아지는 집이거나,

비 오는 날이면 아궁이에 물이 고여

퍼내야 하는 집이다.

 


 

남들처럼 입식 부엌에

기름보일러를 놓는 것이 꿈이었던

아버지는 끝내 꿈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광주에서 학교를 다니기 위해

떠난 두 번째 '부로꾸집'을 끝으로

그렇게 고향 집 시절은 끝이 났다.

 

 

고등학교 시절 지냈던 식당 방,

서울 용산 여자 속옷 공장 기숙사를 거쳐

다시 광주 자취방(식당 방)으로 돌아오면서

다들 잘 적응해서 살아가는 데

자신만 아닌 것 같아 자책하게 된다.

 



 

 

책을 좋아하는 소녀가

척박한 세상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나가

평범하고 솔직한 이들의 시샘을 받으며

눈치도 챙기게 되고

남몰래 흘렸을 눈물이 많았으리라.

한껏 꾸미고 놀면서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이들도 있고,

작가님처럼 책을 통해

위안을 얻는 이들도 있을 텐데

자신과는 다른 이가 부러우면서도

미웠으리라 생각된다.

 


 

내게 내 집이란 어떤 집인가.

어디로 떠나도 언제고 돌아올 수 있는 집.

나와 오랜 세월을 함께한 내 물건들이 편히 자리 잡고 있는 공간.

 

 

그럼, 나에게 내 집이란 어떤 집인가?

책을 읽으면서 계속 생각해 봤는데

내 집은 우리 가족이랑 함께 웃고 울며,

떠들고 자며,

먹고 마시는 공간이다.

우리들의 역사가 새겨진 집이

내 집이면 좋겠다.

 

 

작가님 말씀처럼

우리네 어린 시절 집처럼,

할머니 할아버지 댁처럼,

보물창고요

역사가 되는 집이

우리 집이면 좋겠다.

 

 



 

하하하,

우리 집도 좋은 집이 되었다.

손볼 곳이 많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고

우리 집을 ?? 사랑해봐야겠다.

시간을 두고 사람을 사귀듯,

집도 하나하나 고쳐가고

바꿔가면서 정을 나누고

우리 가족을 익히게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3부. 밥이나 집이나 한 가지로>는

수북에 자리 잡은 후,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냈다.

 

 

 

생생한 표현들과 현실적인 대사가

인상적인 챕터이다.

우리네 어머니들의 푸근함과 아늑함이

가득한 이야기들이라

책을 읽는 중

가장 따스함을 느끼며 읽었다.

 


 

 

정말이지 내 마음이다.

나는 나 스스로 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에 그 어떤 것도

절로 크는 것은 없다.

내가 내 자식을 낳아 키워보니

이제서야 부모님의 은공을 깨달았다.

 

 


 

 

3부 중 <말의 온기> 챕터가 기억에 남는다.

작가님의 아버님은 신발을

아궁이 불에 대고

따뜻하게 데워주셨는데,

이를 신발을 구워준다고 생각했다.

그랬던 아버지에게

육성회비 고지서를 들이밀자,

 

 

"돈 없따아, 이놈아"

 

 

하셨다 한다.

그 단단하고 차가운 한마디 이후

아버지가 백날 신발을 구워주신다 한들,

그 신발의 따뜻함을 느낄 수 없게 되었다.

 

 

이 역시 아이를 낳고 키워보니,

이해가 된다.

고달프면서도 그득하고 뿌듯한,

그 마음이 담긴 말 한마디였다는 것을.

 

 



 

 

책을 읽으면서 '집'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게 되었다.

'의식주' 라 칭하며

살아가는데 중요한 부분이라 배우며 자랐건만

그 격차들이 커지고 있다.

 

 

옷도 추위를 막아주는 기능에서

자신을 표현해는 매개체로,

식사도 영양분을 공급해 성장하게 하고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역할에서

미각을 자극하고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영역으로,

집도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한 가족들이 모여

식사하고 눈 마주치며 얘기 나누고

지친 몸을 뉠 수 있는 보금자리에서

삶의 성공 척도, 평균을 알 수 있는 기준이거나,

돈을 투자하는 대상으로

변모하고 있다.

그래서 예전의 가치관으로

의식주를 대하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집은 그 격차가 엄청나서 파장이 크다.

부동산 정책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그에 따른 사람들의 반응, 대응도 격렬한 것을 지켜보면서

씁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집을 보금자리가 아니라,

돈으로 바라보는 세상이라

집값에 따라 요동치는 감정 기복.

나 또한 집값에 무심할 수는 없지만,

내 집값이 오르면, 또 다른 집들도 오르니

매양 똑같지 않나 싶다.

살 곳이 필요한 우리는 살고 있는 집을 팔더라도

또다시 집을 사거나 빌려서 살아야 하니 말이다.

 

 

너무 바쁘게 흘러가는 우리네 인생이

집도 자꾸 바꾸게 만드는 건 아닌가 싶다.

예전에는 한곳에 정착해서 살아가면서

필요한 부분들을 이웃들과 함께 채워갔지만,

지금은 필요한 부분들이 채워진 곳에

내가 가면 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아쉬움이 없고, 간절함이 없는 것 같다.

 

 

공선옥 작가님은 <춥고 더운 우리 집>을 통해

너무 빠르게, 간편하게 살아가려는 현대인들에게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마음가짐을

일깨워주시고자 한 것 같다.

수북에서 호미를 든 작가님의 모습이 그려진다.

버스 타고 장에 들러 온갖 유혹을 물리치고

필요한 것들을 손에 들고 돌아오는 모습이 그려진다.

 

 

참 따뜻하다.

 

 

<한겨레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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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면 삼키고 쓰면 좀 뱉을게요 -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는 인생
김혜원 지음 / 유영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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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내일>로 접한 김혜원 에디터님이

신작을 내셨다.

<달면 삼키고 쓰면 좀 뱉을게요>

요즘 책 제목들은 특색 있다.

제목과 표지만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이 책 역시 감각적인 일러스트와 색감, 제목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김혜원 작가님은 왠지 모르게 친근하게 다가온다.

<대학내일>로 접하긴 했지만,

책으로 만나긴 처음인데

오랜 시간 알아온 지인처럼 편안하다.

허세를 부리지 않고 자신을 포장하지 않고

진실되게 표현하기 때문인가 보다.

글 또한 그녀를 닮아 담백하고 읽기 편안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는 인생이란 무엇일까?

김혜원 작가님은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주는 확실한 기쁨 -

§남의 눈치 볼 시간에 내 마음을 돌본다

§나의 디테일을 기록할 시간을 갖는다

§심심하다고 아무한테나 연락하지 않는다

§생활의 틈에 좋아하는 것들을 채워 넣는다.

사람도 물건도.

§일요일 오후 세 시에도 떠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에도 진심을 다한다

§'아무거나' 하며 인생을 낭비하지 않는다

 

 

 

마지막 문장에 크게 한방 맞았다.

 


 

'아무거나'를 입에 달고 사는

나는 충격이었다.

나 자신을 게으른 사람이라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어느 순간 남에게는 부지런하지만,

정작 나 자신에게는 게으른 사람이 된 것 같은

죄책감에 휩싸였다.

나 자신에게 충실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그러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정리부터 해봐야겠다.

 




책을 읽으면서 공감한 글귀들을 먼저 정리해본다.


 

 

 

지하철 기관사님의 하차 안내 방송을 듣고

감동받아 문자메시지를 보낸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

 

김혜원 작가님은

 

무용한 것,

당장의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는 것에

진심인 사람들에게

나는 예전부터 약했다.

-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 p.73

 

라고 표현하셨다.

나는 이런 소소한 행동들이 이어져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따뜻해지고 행복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도 마음이 스르르 풀어진다.

 

 


 



'이게 아니면 안 된다'라는 납작한 관점으로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었다는 혜원 작가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마음이 가벼워지는 걸 알았으니

이제는 좀 더 느긋해졌으면 좋겠다.

 

나도 은근 완벽주의자라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타입이라 반성 좀 했다.

도망쳐도 괜찮다.

조이기만 해서는 삶이 힘들어지니까.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 조금은 풀어주자.

도망쳐도 된다. 정답은 하나가 아니니까.

 

 


 

맘에 드는 챕터

<사랑 빼고 다 하는 나의 단골 가게들> 中

코로나19로

원치 않는 가지치기를 당해

앙상해진 인간관계에서

마지막까지 남은 이들은

의외의 인물들이었다.

(중략)

단골 미용실 실장님, 세탁소 사장님,

그리고 반찬집 사장님이다.

……

그들을 사랑하진 않지만,

그들이 없으면

내 생활엔 커다란 구멍이 생긴다.

나는 그들을 믿는다.

그들에게 고마워하고

그들이 오래오래

내 곁을 떠나지 않기를 소망한다.

이쯤 되면 사랑 빼고 다 하는 셈이 된다.

                    p.203

 



 

글을 쓰는 일을 사랑하고

글을 잘 쓰고 싶어하고

타인에게 호의를 베풀고 싶어하고

섀도복싱을 하면서도 자신을 토닥여줄 수 있고

'self made 백과사전'을 만들고

식성 표를 친구들에게 돌려보고 싶어하고

기억하고 싶은 하루를 손글씨로 일기장에 써가는

사랑스럽고 부지런한 김혜원 작가님을

만나길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을 들여 책을 읽길 참 잘 했다.

 

이제 나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찬

리스트를 작성해봐야겠다.

내 인생을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줄

'취향(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아무 일이나 ______ 하지 않고,

아무 감정이나 ______ 느끼지 않고,

아무 관계나 ______ 맺지 않기!

 


<다산북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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