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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 아일랜드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임희선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4월
평점 :
온라인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질문은 타인의 깊은 속내를 가늠할 수 있는 질문이다. 소설 속 [배틀 아일랜드]에서는 이 세가지 물건이 결국 생사를 좌지우지 하게 되는데, 8인의 등장인물들이 세 가지의 아이템을 가지고 무인도를 찾게 되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그린다.
책 제목 아일랜드는 도심에서 벗어난 동네에 있는 작고 어두컴컴하지만 아늑한 지하 술집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 곳의 주인인 "마스터"는 자신의 단골이기도 한 8인에게 무인도에서의 여행을 제안한다. 조그만 섬 무인도를 가지고 있는 마스터는 섬을 상속받을 만큼 부자다.
등장인물 중 유일한 여성인 "리리코", 그녀의 배경에 욕심이 많은 그녀의 약혼자 "오무라 슈이치"와 함께 섬을 찾는다. "리리코"의 배경에 의해 대기업에 입사하게 된 남자 신데렐라 "슈이치"는 각자 서로를 아이템으로 지정하고, "리리코"는 메이크업세트와 선크림을 아이템으로 선택할 정도로 무모하고 단순하다.
마스터는 8인을 꾀기 위해 자신의 아버지 유골을 뿌리러 간 아무도 없는 섬에서 자유롭게 수영을 하던 자신의 경험을 들려준다. (수상한 점 하나) 아버지 유골을 뿌리러 간 곳에서 수영이라니, 뭔가 복선을 알려주는 것만 같다. 엄청난 사치의 프라이빗한 공간인 무인도에서 꿈과 낭만을 실현할 수 있다는 생각에 8인은 마스터와 함께 그곳을 찾는다. 마스터의 제안에 따라 섬에 있는 기간은 각자가 정하기로 한다. (수상한 점 둘)
"리리코"는 무인도를 리조트로 착각한듯 9.5cm에 달하는 하이힐 뮬을 신고온다. "슈이치"는 "리리코"의 비위를 맞춰주면 연봉 2천만엔이 들어온다.
"유우 고이치"는 백만 유튜버를 목표로 무인도에 가는 영상을 담기로 한다.
"마스터"는 무인도에 가자고 발언한 인물이자 1종 면허보통은 물론 선박 면허까지 있다. (수상한 점 셋) 이후 마스터는 8인을 섬에 두고 떠나버린다.
page. 58,60
"이런 무인도까지 와줘서, 하지만 미안한데 난 먼저 가야겠어요. 여러분은 뭐랄까, 게임이라고 해야 하나, 실험이라고 해야 하나, 검증이라고 해야 하나, 으음, 그래도 게임이라고 하는게 제일 적당하겠네, 아무튼 그걸 좀 해줘야 겠어요. ,, 그래서 문득 흥미가 생겼어요. 이번에 가는 우리 멤버들이 각자의 아이템을 사용해서 서바이벌 게임을 하면, 누가 마지막까지 버틸 수 있을까? 그래서 결심했죠. 진짜로 배틀 로얄을 시켜봐야겠다고, 아니 그렇다고 서로 죽이라는 뜻은 아니고, 그냥 마지막 한 사람이 될 때까지 살아남으라는 거지, 10억엔(약 100억 원)이라면? 경쟁심에 불이 붙지 않나?"
이후 8인은 마스터가 어떻게 전화도 안되는 섬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을 알 수 있을까? 생각한다. 마스터는 매일 아침 9시 무렵에 섬을 내려다보는 영상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승부가 결정되면, 본인이 알아볼 수 있게 나무나 뭔가를 모래 사장에 늘어놓아서 표시해달라고 제시한다.
두 명이 살아남으면 상금은 반으로 준다. 마스터는 매일이 같은 하루하루에 흥분이 될 자극이 필요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들고 온 술병이나 육포, 마른 안주까지 회수해 갔다. 다른 사람의 아이템이 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챙겨서 섬을 떠났다.
유튜버인 "유우"는 스태빌라이저가 내장된 비디오카메라와 충전기가 달린 배낭, 그리고 서바이벌 나이프를 아이템으로 가진다.
낚시를 잘하는 낚시광인 영업직 "가와카미 고로"는 낚싯대와 만능 나이프와 청주를 아이템으로 가진다. (이후 누군가로 인해 가장 먼저 살해된다.)
page.73
" 이 중에서 가장 중시될 인물은 낚시가 가능한 가와카미일 것이다. 그 다음은 자연과학에 대한 지식이 있는 학원 강사 요시다, 의학지식이 있는 아마노 선생의 존재도 든든하다. 캠핑이나 아웃도어에 대해 잘 아는 스에히로도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다. 이츠키는 야산에서 하는 서바이벌 게임 경험이 풍부하고, 험한 숲속에서도 과감하게 앞장 서 나갈 수 있다. 그렇다면, 나약한 유튜버인 내가 이 중에서는 최하위인 셈이다. 식은 땀이 났다."
"스에히로 게이고"는 서바이벌 나이프와 미니 오토바이와 술을 아이템으로 가진다. "스에히로"는 얼핏 보면 행동이 철저하게 계산적인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한다. 혹은 편협한 사람일 것 같다는 선입견에 사로잡힌 사람일수도 있다.
"스에히로"는 "오무라 슈이치"와 "이시하라 리리코"를 제외하자고 말한다.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꺼라 쉽게 자신의 생각을 믿고 의심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환경과 상황이 실제 그렇게 보여지기도 한다.) "스에히로"는 가두리 양식장처럼 가든 물고기를 그 두 사람에게 나눠주자는 말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page.81
"내가 저 두사람을 잘라내야 한다는 것도 그 두 사람이 밉다거나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에요. 아까도 말했다시피 저런 사람들은 틀림없이 사고를 치거든요. 이 섬에도 야생짐승이나 독사, 독거미 같은 게 있을 지도 몰라요. 자칫 잘못하면 다 같이 죽을 수도 있다고요. 그러니까 저 두 사람하고 관계를 계속 가질거면 나는 빠지겠다는 거죠. 그냥 그거에요."
[배틀 아일랜드] 속 8인의 등장인물들은 순서대로 극을 이끈다. 등장 인물들은 소설 속 아이템에 맞춰 행동을 취하며, 자신이 가지고 있던 신념까지도 무너지게 만드는 상황에 놓인다. 세 가지 아이템들은 결국 등장인물들의 상징이 된다. 인물들이 바뀌면서 마지막을 향해가는 시점은 스릴러 소설의 뻔한 법칙이기도 한데, 이 부분은 서스펜스 소설에서 특히 배가 되는 것 같다. 아무도 믿지 말아야 하는 무인도,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게 만드는 행동적 구성, 8인의 등장인물 중에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아이템을 가진 인물이 극 중 포인트가 된다.
다른 사람을 배틀 로얄에 달려들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제일 먼저 카와카미를 죽인 범인이 말하는 이유도 그가 식량을 담당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두 명의 살인마가 나머지 6인을 옥째고 있다. [배틀 아일랜드]는 누가 범인인지 궁금해 끝까지 읽을 수 밖에 없게 만든다. 그리고 온 갓 인간 군상을 보여주며, 결국 궁지에 몰렸을 때 인간이 저지르는 행동에 주목하게 한다. 마지막 충격과 반전의 엔딩은 어떻게 펼쳐질까. <성모>, <작열>의 "아키요시 리카코" 의 작품을 읽었던 독자라면 주목해볼 만한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