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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다는 착각
질리언 테트 지음, 문희경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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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인류학자들은 '문명'을 정의하기 위해 대조 대상이 되어 줄 식인종에 집착했다고 한다. 저자 질리언 테트는 식인종에 집착한 것은 아니지만, 이슬람과 정치 분쟁의 주제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러시아에 가면서 논쟁거리(공산주의)가 될 이슈를 들고 유학을 갈 수 없었고, 결혼 풍습을 연구하기 위한 이유를 대고, 소련의 비자를 받게 된다.
공산주의와 이슬람교의 차이점(충돌)을 연구하겠다 도착한 곳에서 저자는 정반대인 두 신념 체계가 당연히 충돌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비사페드(소련 마을의 이름)에서 지내면서, 이념의 충돌은 보이지 않는다. 애초에 인류학에 끌린 이유였던 세상을 탐색하고, 인간으로써 사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기 위해, 타지크어를 하는 작은 마을에서 그 이념의 차이를 느낄 수 있을까 했던 것이었지만, 환경은 달랐다.
'공적' 영역을 '사적' 영역과 다르게 취급하는 것에 '남성'과 '여성'의 차이점이 교차한다. 공적 영역은 남성이, 사적 영역은 여성이 지배하면서, 이슬람과 공산주의의 차이를 이 두 가지 영역으로 확장한 것으로 이해한다. "여성은 가정에서, 남성은 사회에서" 라고 부르짖지만, 사실은 여성이 집에서 라마단을 지킨다. 아이러니하다.
그가 말하길, "인류학자는 한 가지 미세한 차원의 주제나 의례나 풍습에 집중하다가 서서히 렌즈를 넓혀서 전체 풍경을 담는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생활을 관찰하고 그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인류학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다. 인류학 뿐만 아니라. 민족지학(문화충돌)도 세계관도 마찬가지다.
인류학에서 문화적 맥락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한데, 2장의 킷캣과 인텔의 인류학자의 부분을 보면, 중국인에게서 차(마시는 차)는 명상처럼 진정한 나를 드러내고, 소음과 오염 스트레스와 같은 자극적이고, 주의를 산만하게 만드는 요소를 제거하는 "빼기"의 관념이라면, 미국에서의 "차"는 더하기를 의미한다고 한다. 늦은 오후에 정신을 차리기 위해 설탕과 카페인을 첨가하는 식이다. 이런 방식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중국의 사업을 진행한 한 기업의 실패는 자연스럽게 문화의 흐름을 읽어들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고 있다.
문화적 차이를 이해해야 함정에 빠지지 않는 것은 한국과 중국의 "시계"에서도 같다. 괘종시계가 그 예시가 될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시계 그 이상의 의미가 없지만, 중국에서는 괘종시계를 선물해서는 안된다. 중국에서의 괘종시계는 죽음, 장례식을 뜻하기 때문이다. 문화의 차이를 이해해야 하는 것은 인텔이나 킷캣 같은 기업이 자사의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하기 위해서도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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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 병이 물리적으로는 똑같아 보일지라도 "러시아에서는 [코카콜라가] 주름살을 펴준다고 믿고, 아이티에서는 죽은 사람을 부활시킨다고 믿고, 바베이도스에서는 구리를 은으로 바꿔준다고 믿는다.", 칼라하리 사막의 쿵 부족은 비행기 창문에서 떨어진 콜라병을 숭배물로 여긴다.( 비행기에서 콜라병이 떨어질 확률이 있을까?)
저자는 사람들은 물건에 대해 저마다의 문화적 맥락에서, 각기 다른 의미 망을 형성하기 때문에 기업이 타국에서 사업을 할 경우, 그 문화적 맥락을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책의 차례를 보면 알 수 있듯, 인류학에서는 모든 주제가 연구 대상이 된다. 기후변화, 인공지능. 기후 위기, 정치 분쟁은 물론, 바이러스, 생물, 회계에 까지 걸쳐 연결되는 학문이 인류학이다. 인류학은 단일한 이론보다는 세계를 보는 독특한 방식으로 정의되기 때문에, 인류학은 말 그대로 인류가 진화하고 연구하고 움직이고 먹는 모든 것들이 그 대상이 된다.
책의 첫 부제인 낯선 것, 타지크인들의 결혼 풍습을 보며, 현대의 금융을 바라보게 하는 것처럼, GM의 부품을 빼돌리는 직원들이 현대의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개인정보가 실리콘벨리에서 끊임없이 소비되는 댓가로 어떤 이해 득실 관계가 형성되는지, 인류학적으로 시작하지만. 여러가지 정보와 의미로 다가온다. 책은 관심 부제에 따라 여러 번 읽으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