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2012) 유전자와 개체를 분리해서 생각하고, 유전자를 의인화해서 마치 어떤 독립적인 생명체인 것처럼 설명하는 것이 무척 낯설었고 와닿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책을 읽으며 계속 머리 속으로 나와 내 유전자를 분리하고, 분리하고. 우리는 유전자에 의해 조작되는 기계란 말인가. 또 하나 강력하게 남은 단어가 있으니 책 후반부에 나오는 밈(meme)이다. 그 당시 읽을 때는 도킨스가 뭔가 자기만의 용어를 창조하려 애썼네 좀 억지스럽네 이런 생각이었는데. ㅎㅎ 무례하다! 그 이후 모바일 세상이 되면서, 그 밈이란 용어가 - 학문적 분석이나 위상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 이렇게 유명해지고 일상화 될 줄이야. 도킨스님 몰라 뵈어 죄송합니다.


이제 30주년 기념판 서문과 개정판 서문과 초판 권두사를 지나 초판 서문을 겨우 읽고 있지만, 해러웨이 책 읽고 나니 아주 술술 읽힌다(는 좀 거짓말).


해러웨이 책에서, 루시 쿡의 <암컷들>에서 많이 언급되는 도킨스. 처음과 달리 어떤 지점에서 다르게 보일지, 다르게 판단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계속 읽어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직, 도쿄
임진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준 도쿄 생활자인 작가와 함께 골목길을 따라 킷사텐과 노포식당을, 서점과 문구점을, 미술관과 공원을 산책하는 소소하고 다정한 여행이 귀여운 그림과 함께 한다. 그런 발길 닿는 여행이, 원하는 곳에 맘껏 머무는 여행이 좋다. 여행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아 살짝 지루한 감이 있었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본 여행의 좋은 점이라면 어디에 머물거나 어디론가 향하더라도 그 지역 그 동네 그 골목만의 킷사텐을 만날 수있다는 점 아닐까. 넓은 도쿄에서 다종다양한 동네와 사람을 멀찍이 바라보며 그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방법은 거리의 킷사텐에 앉아 있는 것. 부담 없이 슬며시 녹아드는 느낌을 고작 몇백 엔만으로 지닐 수 있다. 동네에 존재하는 대화들을 듣고있으면 그 동네의 표정이 그려진다.
게다가 커피뿐 아니라 각종 토스트며 나폴리탄 등 음식도 갖춰져 있으니, 배가 고파지면 곧장 식사 모드로 나를 고쳐 앉게 만들면 그만이다. 어느 킷사텐에서는 ‘졸음 금지‘ 메모를 보고 어떤 여유가 느껴져 오히려 꾸벅꾸벅 졸고 싶어진 적도 있다.
킷사텐이 갖추고 있는 매력이란 입장 전의 외관과 간판, 점내 분위기와 메뉴, 한 장소에 긴 시간을 담고 있는 점주, 그리고 어떤 그리움이 아닐까. 이방인이기 때문에 킷사텐이 이끌어온 그리움의 주인공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킷사텐으로 향하게 만드는 매력은 분명히 느끼고 있다. - P74

한 시절의 감성을 충분히 담아낸 음악가는 훗날에도 끊임없이들려지며 존재한다. 지난 시절을 한 곡의 노래로 기억하기도 하니까. 서니 데이 서비스가 96년도에 발표한 노래 「동경(東京)」을듣고 있자면 내가 모르던 90년대의 도쿄를, 그것도 벚꽃이 피는시기의 도쿄를 마치 알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슬로우 라이더」를 들을 때면 서니 데이 서비스 노래 중에는 역시 이 곡이 제일이라는 생각이 확고하게 든다. 초등학교 정문을통해 등·하교 하며 가끔 딴 길로 새고 싶을 때면 후문으로 나가는 게 전부였던 삶을 살 때에 이런 노래도 존재했구나 싶은 음악의 힘은 강하다. 노래가 존재했을 당시의 나를 돌이켜보게 된다.
시티 컨트리 시티에 처음 방문한 때는 2007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입사한 회사에서 입사 두 달 만에 떠난 도쿄 출장이었다. 당시의 대표와 나는 비슷한 음악 취향을 지니고 있었다. 그 취향의 시작이 나보다는 훨씬 이르게 시작된 사람이었기에 부러 출장중에 시티 컨트리 시티를 찾아간 것이었고, 나는 그저 그 곁에 있었을 뿐이었다. - P159

"그렇네요. 내 삶은 요즘 파도 같다고나 할까."
마키짱은 파스타를 먹던 손으로 파도의 물결을 그렸다. 웃으면서 말이다.
거절하면 일이 줄어들까 봐 무리해서 수락한 탓에 바쁠 때에는힘들도록 바쁘고, 일이 없을 때는 바다 밑바닥까지 주저앉는 생계의 파도. 그 말에 슬프게 따라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하. 나도 나도. 파도입니다."
오랜만의 시티 컨트리 시티였기에 맥주를 마시고 싶어 두리번거리는데 마키짱이 먼저 맥주 이야기를 꺼냈다. 파스타와 함께 맥주를 마시고 싶지만 며칠 전에 치과 치료를 해서 마실 수 없다고.
"하지만 너무 마시고 싶어."
"그럼, 우리 다음에 만나면 술 마셔요."
인사치레를 싫어하는 자의 용기 낸 한마디. 이 말을 인사치레로 받아들이지 말아달라는 듯 상체를 앞으로 내밀고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 언어의 다름은 상관이 없구나. 그 어디라 해도, 나의말과 상대의 말이 같은 박자를 가지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 P163

신주쿠의 베르크.
커피를 파는 카페이기도, 끼니가 해결되는 메뉴가 있는 식당이기도, 술과 함께 안주가 될 만한 메뉴도 갖춰져 있으니 술집이기도 한 가게. 너무 소중하다. 가보기 전부터 좋아하게 될 거라는 환상만으로 완벽한 곳.
와세다대학에서 신주쿠까지 걷자고 한 건 홍구 씨였다. 역시나좋은 선택의 일인자다. 어두운 길거리에서 타이야키(붕어빵)를으며, 크레페가 나오면 크레페를 사서 입에 넣으면서 걸었다. 난생처음 걷는 도쿄의 길을, 도쿄의 저녁을 걸으며 캐치볼 같은 대화를 나누면서.
신주쿠로 향하는 길은 신주쿠 같지 않았다. 신주쿠 같은 건 대체 무얼까. 어쩌면 내가 마주했던 신주쿠역의 모습은 신주쿠답지않을지도 모른다. 지하철로 도착하지 않으니 또 다른 곳이다. 그동안 역 안에서 늘 헤매던 내 탓이 컸다. 거리에 사람은 많지만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는 정도였다. - P172

미술관은 이와사키 치히로가 생의 마지막 22년 동안 작품 활동을 했던 집 겸 아틀리에의 터에 세워졌다. 『창가의 토토 표지 그림은 ‘아! 이 그림!‘ 할 만한 유명 작품이지만 치히로 미술관은 이전시로 처음 알게 되었다. 이와사키 치히로가 그린 작품에 대해서 자세히 찾아본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날 미술관에서 불어오는 그의 기운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 P231

"왜 하필 비가 오는 거야"가 아닌 "비가 와서 더 좋다"라는 말.
서로의 입에서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흘러나왔다. 비가 와서인지 동네는 유난히 더 고요했다. 사람 없는 미술관에 단둘이 앉아있으니 왠지 우리가 작은 벌레가 되어 큰 나뭇잎 아래에서 쉬는느낌이랄까. - P239

영화 「카페 뤼미에르」는 아주 쉽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오즈 야스지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며 만든 영화로, 대만 감독 허우 샤오시엔이 연출했다. 좋아서 몇 번이나보았다. 가장 처음 본 건 개봉했을 당시 대학생 시절, 아마도 혜화의 하이퍼텍 나다에서. 그 이후에도 작은 영화제에서 상영이 되면 반드시 영화관으로 향했다. 이제는 없어진 아트 선재 시네마에서 마지막으로 보았다. - P245

그런 만화 생활 중 ‘대단하다‘라는 감상 끝에 ‘나도‘ 하며 작은욕구가 마음 언저리에 걸터앉은 적이 있다. 국내에는 지금까지네 권의 만화책(놀랍게도 2019년 3월에 두 권이 출간되었다)과 단 한권의 어린이책만이 번역된 타카노 후미코의 만화를 봤을 때 이세상에서 그린 그림이 아닌 듯한 그림체와 이 세상을 겪고 나서삼켜버린 듯한 세계관을 지구라는 배경을 토대로 이야기하는 방식에 마음을 뺏겼다. 분명히 지구에 살며 만화책을 읽고 있는데, 지구를 벗어나 옛 별을 그리워하는 기분이 들곤 했다. 그 감상의끝에서 알 수 없는 응원이 돋아나 ‘어쩌면 나도 하며 슬며시 만화를 그리고 싶은 욕구가 고개를 내민 것이다.
2016년 타카노 후미코의 『막대가 하나』가 번역 출간되었을 때, 어느 심야에 만화책을 넘기던 나는 점점 몸을 웅크렸다. 그 안에그려진 어린아이, 만화 속 작은 말풍선에 점점 가까워지고 싶었다. 한 컷 한 컷이 나의 각기 다른 모든 인생을 대변할 것만 같은, 타카노 후미코만의 우주 같은 맥락들이 내 삶에 퍼즐처럼 다가왔다. - P267

그리고 돌아서는데 신기한 일이 있었다. 방금까지 내가 앉아있던 담화실에, 평소 좋아하는 뮤지션인 에머슨 키타무라 씨가있는 게 아닌가. 좋아하는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과 취향이 맞다니 달려가서 인사를 건네고 싶었지만 나를 꽉 잡았다. ‘개인의 시 - P274

간을 지켜주자‘라는 내 캠페인을 실천했다. 멀리서 손을 모으고살짝 인사를 건네며 그렇게 박물관을 빠져나왔다.
한 달 뒤 홍대 공중캠프에서 그의 공연이 있었고, 당연히 그를보러 갔다. 공연 후 바리바리 가져간 CD에 사인을 받으며 그제야말을 건넸다. 타카노 후미코의 전시를 보러 갔다가 당신을 보았고, 의외의 장소에서 우연히 만났기에 혼자서만 기뻤다고. 한 달만의 늦은 주절거림에 신이 났다.
돌아온 건 서니 보이 북스의 타카하시 씨와 같은 반응이었다.
"그러니까, 타카노 후미코 씨의 전시를 보기 위해서 도쿄에 간겁니까?" - P275

또 하나의 다정한 기억이 있다.
전시 소식을 나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접한 킷사 퍼블리크 팔러 SAMPO의 점주분께서 부러 전시를 보기 위해 서니를 찾아주었다. 그리고 이런 후기를 남겨주었다.
이전에 카페에 내점했을 때, 기회가 있다면 꼭 작품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한국의 일러스트레이터 임진아 씨의 개인전에.
진아 씨의 언어와 일러스트는, 마치 통풍이 잘되는 곳에 몸을 두고 있는 것같아서 참으로 상쾌해집니다.
다른 도시에서 각자의 일상을 살아가다가 그림이 액자 안에 담 - P369

기고, 그 액자가 창문이 되어서 어떤 기운을 전하고 전해 받는다는 것. 어린 시절 보았던 만화처럼 혹은 장난 같은 마법처럼, 도쿄의 작은 마을에 작은 비밀의 문이 창문처럼 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발을 담그고 싶은 비밀의 문.
전시를 보는 사람과 책을 넘기는 사람이 잠시나마 작은 숨을들이쉬고 내쉬는 시간을 선명히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누군가는 그런 시간을 가진 것이니, 정말 기뻤다. 통풍이 잘되는곳에 몸을 두고 있다는 표현을 어찌 할 수 있었을까. 과연 명언의나라, 후기의 나라라는 생각을 지나며 강한 감동을 받았다. 분명, 일상에서 때때로 그런 순간을 맞이하는 사람이 아닐까. 아, 정말좋은 일상이 아닐 수 없다. - P370

나는 더 이상 나의 눈치를 보지 않기로 했다. 남겨질 만한 자국들을 신경 쓰자고 다짐할 수 있었다. 나는 대체 무엇을 하고 싶은걸까.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일? 예술 혹은 일러스트? 스스로던진 질문에 울지 않고 대답할 수 있었다.
"자국을 남기는 사람이야. 나로부터 생기게 되는 모든 자국들. 지금이기에 가능한, 나를 써서 없어지지 않게 된 자국을 기분 좋게 표현하고 싶은 것뿐이야." - P371

그리고 끝까지 다정한 언어를 선물받았다. 전시가 끝난 후에도타카하시 씨가 마음을 써주어 기간 한정으로 서니 홈페이지 온라인 스토어에서 그림 몇 점을 판매했다. 멀리서 전시를 보러 오지못한 이들을 위함이었다. 게시한 이튿날 타카하시 씨로부터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자기 전에(그림 제목)」가 조금 전 온라인으로 여정을 떠났습니다.
퇴근길 버스 안에서 이 문장을 읽으며 건강에 좋은 웃음과 동시에 눈가에 물이 가득 찼다. 답장을 하기 전에 한강을 잠시 바라보았다. 성산대교 밑 한강에 비친 각종 빛들이 울렁였다. 이 명언의 나라에 사는 사람으로부터 사사로운 태도를 끝없이 배우며 서울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온라인 세상의 보이지 않는 어떤 길을 따라, 서니에서부터 출발해 누군가의 장소에 다다르는 내 그림을 상상해본다. 가방을메고 신칸센을 타는 상상까지.
부디, 무사히 도착하길. - P37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 자연의 재발명 Philos Feminism 4
도나 J. 해러웨이 지음, 황희선.임옥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에 넘쳐나는 이분법, 이원론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젠더라는 그 오묘한 개념에 대해서도. 언젠가 이 책을 이해하여 해러웨이에게 나의 진정한 오별을 바치고 싶다. 10번 읽으면 가능할까? 이걸 한 번 읽었다고 할 수 있나? 사이보그 되기는 어렵구나.

댓글(9)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4-03-26 2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곧 따라갈게요. 그런데 저는 이 책 크리스테바 만큼 어렵네요ㅠ 전 오별은 못주겠어요. 이해가 하나도 안돼요 ㅠㅠ

햇살과함께 2024-03-26 23:15   좋아요 1 | URL
오별은 북펀딩 때 한거라 기대오별? 삼별로 고칠까하다가 그냥 두었어요 ㅠㅠ 저도 크리스테바에 버금가는 난해입니다 ㅠㅠ

다락방 2024-03-26 22: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읽느라 고생하셨어요. 완독 너무나 부럽습니다!!

햇살과함께 2024-03-26 23:1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도 화이팅입니다! 아직 5일 남았어요! 다음 달은 이정도는 아니겠죠 ㅠㅠ

잠자냥 2024-03-26 2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저도 펀딩 후 100자평 5별 줬는데… 여러분들 고생하는 거 보니 읽을 엄두가 나질 않고 🤣🤣🤣

햇살과함께 2024-03-27 00:01   좋아요 1 | URL
ㅋㅋㅋ 잠자냥님은 읽고 오별 준 줄~ 역시 똑똑하신 분~ 했는데 아니었어요? ㅋㅋㅋㅋ

잠자냥 2024-03-27 06:39   좋아요 1 | URL
그거 그때 펀딩 후 기한 내에 100자평 쓰면 적립금 더 준대서 ㅋㅋㅋㅋㅋㅋ 욕망에 눈이 멀었읍죠 🤣🤣

단발머리 2024-03-27 08: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백자평도 너무 좋네요, 햇살과함께님!
무척 부러운 마음입니다!

햇살과함께 2024-03-27 09:17   좋아요 1 | URL
부러워 하실 필요는..이건 읽은 게 아니에요....흑
 

도킨스

9장 상황적 지식

거트루드 스타인(Gertrude Stein)에게는 죄송하지만, 그런 와중에 아버지의 법이 도래했고, 객관성의 문제는 언제나 이미 부재하는 지시체, 지연된 기의, 분열된 주체 그리고 기표들의 끝없는 유희에 의해 해소되었다. 무언가에 치우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젠더, 인종, 세계 자체 같은 것들에 말이다. 이 모든 것들은 우주적인 역장(force field) 안에서 기표들의 유희가 보여 준 그야말로 초고속 효과처럼 보인다. 모든 진리는 시뮬레이션의 하이퍼 리얼 스페이스에서 드러난 초고속 효과가 된다. 하지만 우리는 단어에다 이런특정한 유희를 집어넣을 수 없다. ‘자연스러운‘ 세계에 관한 신빙성 있는 지식을 고안하는 프로젝트는 편집증적인 장르나 냉소적인 SF에 양도될 수는 없다. 정치적인 사람들로서는 사회구성주의가 현란한 냉소주의를 발산하면서 부식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기 때문이다. - P332

그런 교훈은 곤충의 겹눈으로 본 세계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나 혹은 정찰위성의 카메라 눈이나 혹은 커피 테이블 색깔 사진으로 변형되었던 목성 ‘근처‘ 우주 탐침으로 감지된 차이들을 디지털로 전환한 신호로 전송된 사진에서도 배울 수 있다. 근대적인 기술과학을통해 이용 가능해진 ‘눈들‘은 시각이 수동적이라는 어떤 생각이든 산산조각 낸다. 이렇게 인공 보철화된 시각 장치들은 우리 자신의유기체적인 눈을 포함하여, 능동적인 지각 체계이며 번역과 특수한 보기 방식, 다시 말해 특수한 삶의 방식을 바탕으로 구축된다는 점을 우리에게 보여 준다. 몸들과 기계에 대한 과학적 설명에서 아무런 매개가 없는 사진이나 수동적인 카메라 옵스큐라 같은것은 없다. 오히려 고도로 특수한 시각적 가능성만이 있을 뿐이다. 그들은 각자 세계를 조직하는 대단히 훌륭하고 세밀하며, 적극적이면서도 부분적인 방식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 P344

상대주의에 대한 대안은 부분적이며 자리 가능한(locatable) 비판적 지식이다. 그런 대안은 정치학에서 연대라고 일컫는 것이자 인식론에서 공유된 대화라고 일컫는 연결망의 가능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상대주의는 어디에도 없으면서도 동시에모든 곳에 똑같이 존재하는 방식이다. - P346

과학은 출발부터 유토피아적이고 예지적인 것이었다. ‘우리‘가 과학을 필요로 하는 이유 중 하나다. - P347

‘존재‘는 생각보다 훨씬 더 문제적이고 우연적이다. - P348

이와 같은 분석적•역사적 서사 논리는 최근의 페미니스트 이론 역사에서 섹스/젠더구분에 관한 나의 과민 반응을 설명할 수 있다. 섹스는 젠더를 다시-재현(re-representation)하기 위해 ‘자원화‘된 것이다. 그렇게되면 ‘우리는‘ 자원화된 섹스를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섹스/젠더구분을 포함하여, 자연/문화의 이분법과 그것의 발생론적 계보에바탕하여 구축된 전유주의자들의 지배 논리가 갖는 함정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 P359

10장 포스트모던 몸의 생명정치

거대 자본은 실제로 고갈된다. 작은 것은 아름답다. - P393

도킨스(1976, 1982)는 사이보그 생물학적 전체론을 가장 급진적으로 폭파시킨 이론가 중 한 사람이자, 그런 의미에서 포스트모던 의식을 깊숙이 이해하고 있는 이론가이기도 하다. 그런 포스트모던 의식에서 텍스트적 · 테크노적 · 바이오적인 것들 사이의 침투 가능성의 논리와 전략적 조립으로서 가능한 모든 텍스트와 몸들의 심화된 이론화의 논리는 ‘유기체‘ 혹은 ‘개체‘의 개념을 지극히 문제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그는 신화적인 것을 무시하지만, 그의 텍스트에 신화적인 것은 도처에 널려 있다. ‘유기체‘와 ‘개체‘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유기체와 개체는 충분히 탈자연화되었을 뿐이다. 말하자면 유기체와 개체는 존재론적으로 우연적인 구성물이라는 주장은 생물학자들의 관점이며, 문화비평가들이나 페미니스트 과학사가들의 느슨한 헛소리에서 나온 것이 야니다. - P39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