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5장 공격 - 안정성과 이기적 기계

메이나드 스미스가 제창하고 있는 중요한 개념은 ‘진화적으로 안정된 전략evolutionarily stable strategy, ESS‘ 이라고 불리는 것인데 그는 이 개념이 원래 해밀턴W. D. Hamilton과 맥아더R. H. MacArthur의 착상이라고 한다. ‘전략‘이라는 것은 미리 만들어진 프로그램의 행동 방침이다. 전략의일례를 들어보면 "상대를 공격하라. 그가 도망치면 쫓아가고, 응수해 오면도망쳐라" 이다. 이러한 전략의 중요한 점은 개체가 이를 의식적으로 고안해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서 동물을 근육을 제어하는 미리 만들어진프로그램의 컴퓨터를 갖는 로봇 생존 기계라고 생각해 온 것을 상기하기바란다. 이 전략을 한 세트의 단순한 명령으로 축약하여 말로 표현하는 것은 이것을 활용하는데 편리한 방법이다. 알지 못하는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동물은 마치 이들의 명령에 따르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 P145

이 사실은 우리의 가상 사례의 임의 득점 시스템을 사용하여 설명할 수있다. 매파 7/12, 비둘기파 5/12로 된 안정된 개체군 내의 한 개체의 평균득점은 6인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그 개체가 매파이든 비둘기파이든같다. 그런데 이 6이라는 것은 비둘기파 개체군 내의 비둘기파 개체의 평균 득점(15)보다 훨씬 낮다. 전원이 비둘기파로 되는 것을 동의만 한다면 어느 개체나 유리해질 것이다. 단순한 그룹 선택설에 의하면, 전원이 비둘기파로 되는 것을 동의하는 집단은 어느 것이나 ESS에 머물러 있는 경쟁자집단보다 성공할 확률이 높다(실제로 전원 비둘기파로 되려고 합의된 집단이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집단은 아니다. 매파 1/6과 비둘기파 5/6인 집단에서는 싸움당평균 득점이 16이다. 이것이 가능한 최선의 합의이지만 당장의 목적에서는 무시해도좋다. 전원 비둘기파가 되는 단순한 합의에 대해서도 각 개체는 15점의 평균 득점을가질 수 있고 이 집단은 ESS 집단보다 모든 단일 개체에게 훨씬 좋다). 따라서 그룹선택설은 매파가 7/12의 비율로 포함되어 있는 집단은 전원 비둘기파보다덜 성공적일 것이기 때문에 전원 비둘기파로 되는 합의를 향해 진화할이라고 예언함에 틀림없다. - P149

불행하게도 현재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의 비용과 이익을 실제의 수치에 맞추어 보기에는 인간의 지식이 너무도 부족하다. 그러므로 우라는 임의로 정한 수치에서 간단히 결론을 내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우리에게 중요한 일반적 결론은 ESS가 진화하는 경향이 있을 것이라는것, ESS가 집단의 합의에 따라 달성되는 최적 상태와 같은 것이 아니라는것, 그리고 상식은 사실을 잘못 이해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P154

철저하게 거짓말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무표정한 얼굴을 하는 편이 좋은것은 왜 그럴까? 역시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안정된 전략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개체가 지구전에서 정말로 장시간 버틸 작정일 때에만 목의 털을세운다고 생각해 보자. 상대의 대응되는 계략이 진화될 것이다. 즉 상대가목털을 세우면 즉시 포기하는 작전이 된다.
그러나 여기서 거짓말이 진화되기 시작한다. 실제로는 장시간 버틸 작정이 없는 개체가 어떤 지구전에서나 털을 세워 쉽게 승리의 이익을 얻게 될것이다. 이렇게 해서 거짓말쟁이의 유전자가 퍼져 나갈 것이다. 드디어 거짓말쟁이가 대세를 차지하면 선택은 이제 그 속임수를 감지한 개체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이 때문에 거짓말쟁이는 다시 그 수가 감소할 것이다. 지구전에서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 진실을 말하는 것보다 진화적으로 안정된 전략이라고 할 수 없다. 무표정한 얼굴은 진화적으로 안정적이다. 결국 항복한다고 해도 그것은 돌발적이고 예측 불가능해야 한다. - P156

자기 종의 구성원 또한 고기로 되어 있다. 그러면 왜 서로 잡아먹는 일이비교적 드물까? 검은머리갈매기의 경우에서 보았듯이 성숙한 갈매기는 때때로 자기 종의 새끼를 먹는다. 성숙한 육식 동물이 자기 종의 다른 성숙한개체를 먹으려고 적극적으로 추격하는 일은 결코 없다. 왜 없을까? 우리는여전히 진화에 있어서 ‘종의 이익‘이라는 견해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사자는 왜 다른 사자를 사냥하지 않는가?"와 같은 아주 타당한 질문을 하 - P164

지 않는다. 또 거의 들을 수 없는 좋은 질문 중에 "영양은 왜 반격하지 않고사자로부터 도망치는가?"라는 것이 있다.
사자가 사자를 잡아먹지 않는 것은 그것이 그들에겐 ESS가 아니기 때문이다. 동종끼리 서로 잡아먹기 전략은 앞의 예에서 매파형 전략과 같은 이유로 불안정하다. 또 보복의 위험도 너무 크다. 그러나 이것은 다른 종간의다툼에는 별로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대개 먹이가 되는 동물이 보복을 하지 않고 도망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것은 다른 종의 두 개체간의상호 작용에 있어 같은 종의 구성원보다 큰 비대칭이 조립되어 있다고 하는 사실에 근거한다. 서로간의 다툼에서 큰 비대칭이 있을 때의 ESS는 항상 그 비대칭에 의존하는 조건부 전략으로 되는 것 같다. 다른 종간의 다툼에서 이용되는 비대칭은 얼마든지 많이 있으므로 "작으면 도망가라, 크면공격하라"는 식의 전략이 훨씬 진화되기 쉽다. 예컨대 사자와 영양은 다툼에 본래 존재하던 비대칭이 계속해서 증대하도록 강조해 온 진화적 분기뼈에 의해 일종의 안정 상태에 도달해 있다. 그들은 각각 추격의 수완과 도주의 술책에 고도로 숙련되어 있다. 사자에게 맞서는‘ 전략을 취하는 돌연변이의 영양이 있다 해도 그는 지평선 너머로 사라져 도망치고 있는 영양보다 성공적일 수 없을 것이다. - P165

유전자 풀은 유전자의 장기적인 환경이다. ‘우수한‘ 유전자란 맹목적으로 선택되어 유전자 풀에서 살아남은 것이다. 그것은 이론이 아니다. 그것은 관찰된 사실도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동어반복이다. 흥미로운 사실은유전자가 우수하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첫 시도로서 유전자가 우수하다는 것은 유능한 생존 기계, 즉 몸을 만드는 능력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제는 이 진술에 단서를 달지 않을 수 없다. 유전자 풀은 하나의 진화적으로 안정된 유전자 세트이다. 어떠한 새로운 유전자에 의해서도 침입될 수 없는 유전자 풀로 정의된다. 돌연변이나 재조합이나 이입에 의해 생기는 새로운 유전자는 대부분이 자연 선택에 의해 벌을 받아 즉시 도태되고 진화적으로 안정된 유전자 세트는 복원된다. 때때로 어떤 새로운 유전자가 그 세트에 침입하는 데 성공하여 유전자 풀 내에퍼져 나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불안정한 과도기를 거쳐 드디어 하나의 - P168

새롭고 진화적으로 안정된 조합을 이룬다. 작은 진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 P169

6장 유전자의 친족 관계

이기적 유전자의 목적은 무엇인가? 그것은 유전자 풀 속에 그 수를 증대시키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개개의 유전자는 기본적으로 그것이 생존하고 번식하는 장소인 몸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도와주고 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유전자가 다수의 다른 개체 내에 동시에 존재하는 분산된존재라고 하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 P172

단순한 오류가 아니라 이기적 유전자론을 부정하는 증거라고 생각될 만한 극단적 오류의 예가 하나 있다. 새끼를 잃은 어미 원숭이가 다른암컷으로부터 새끼를 훔쳐서 그 새끼를 보살펴 준다는 것이 그것이다. 나는 이것을 ‘이중 오류‘ 라고 본다. 왜냐하면 이 양모는 자기의 시간을 낭비할 뿐만 아니라 경쟁자인 암놈이 새끼를 키우는 부담에서 벗어나게 해주며, 더 빨리 다음 새끼를 낳도록 해 주기 때문이다. 이것은 철저하게 연구할 가치가 있는 중대한 예라고 생각된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그것이 어느 정도의 빈도로 일어나는가? 양모와 양자 사이의 평균 근친도는 어느 정도인가? 자식을 잃은 진짜 어미의 태도는 어떠한가? 새끼를 양자로 뺏기는것은 최종적으로 진짜 어미의 이익인가? 어미들은 일부러 미숙한 젊은 암놈들을 속여서 자기 새끼를 양육시키려고 할 것인가?(양모와 새끼 도둑이 값 - P191

진 양육 기술을 획득하는 것으로 이익을 얻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등이다. - P192

이러한 이치로 이타주의의 진화에서는 ‘진짜‘ 근친도가 어느 정도인가 - P195

하는 것은 동물이 어느 정도 근친도를 잘 추정할 수 있는가 하는 것만큼 중요하지는 않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 사실은 아마도 자연계에서 어미에 의한 보살핌이 형제자매의 이타주의에 비해 왜 그렇게도 빈번하고 헌신적인지, 또 동물이 왜 자기 자신을 몇 명의 형제 이상으로 높이 평가하는가라는 의문을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여기서 말하려는 요점은 근친도에 더하여 확실한 지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친자 관계는 유전적으로형제자매 관계 이상으로 가깝지는 않으나 그 정확도는 훨씬 높다. 보통은누가 자기의 형제인가보다는 누가 자기의 새끼인가라는 편이 훨씬 확실하다. 그리고 누가 자기 자신인가라는 것은 더욱더 확신할 수 있는 것이다. - P196

부모의 자식에 대한 이타주의가 형제간의 이타주의보다 더 흔하다는 사실로 이야기를 되돌려 보면 ‘식별의 문제‘에 의해 이것을 설명하는 것은 이치에 맞는 것처럼 생각된다. 그러나 이것은 부모 자식 관계의 기본적인 비대칭성을 설명하지 못한다. 부모 자식의 유전적 관계는 대칭적이고 근친도의 확신은 어떤 입장에서 상대를 본 경우에도 똑같이 큰 반면, 부모는 자식이 부모에게 대하는 것보다 훨씬 자식의 시중을 잘 든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부모 쪽이 나이도 많고 매사에 더 능숙해서 자식을 도울 수 있는 좋은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아기가 부모에게 먹이를 주려고 해도 아기는 실제로 그렇게 할 능력이 없다.
친자 관계에서는 형제 관계에는 해당되지 않는 또 다른 비대칭성이 있다. 아이들은 항상 부모보다 젊다. 이것은 항상 그렇다고는 할 수 없으나대개의 경우 자식의 평균 여명이 길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에서 강조한 대로 평균 여명은 동물이 이타적으로 행동할 것인가 아닌가를 결정할 때에가급적 정확히 ‘계산‘ 에 넣어야만 할 중요한 변수이다. 자식이 부모보다평균 여명이 긴 종에서는 자식의 이타주의 유전자는 불리한 입장에 서게될 것이다. 그것은 이타주의자 자신보다 노쇠하여 죽는 개체의 이익을 위해 이타적 자기 희생을 치르려고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부모의 이타주의 유전자는 그 계산식의 평균 여명의 항에 관한 한 그것에 상응하는유리함이 있을 것이다.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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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양극화

인공지능에 대한 물음에 대한 물음_손화철

프랑스의 기술철학자 자크 엘륄은현대 기술이 자율성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탄하면서, 거기에 더해 기술(technique)과 구별되는 기술에 대한 담론(technologie), 즉 기술을 궁극적인 문제 해결의 전형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가 사태를 악화시킨다고 보았다. - P22

생성형 인공지능 관련해서 자주 제기되는 문제로 할루시네이션 현상과 편향성 문제가 있다. 할루시네이션 현상은 챗GPT와 같은 대형언어모델(LLM)에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정보를 제공하거나 엉뚱한 대답을 하는 경우를 말한다. - P23

인공지능의 편향성 문제는 인공지능이 학습 데이터의 편향을 반영한결과를 산출하는 현상을 말한다. ‘교수‘는 남성과, ‘청소‘는 여성과 더가깝게 연결짓고, 피부색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일상의 편견이 우리가생산하는 데이터에 반영되기 때문에 그 데이터를 학습해서 나오는 결과에도 그런 편향이 묻어 있는 것이다. - P24

좀더 직접적인 경우로 인공지능의 기능을 위해 인권침해적 노동이용인되기도 한다. 주로 제3세계에 퍼져 있는 일명 ‘유령 노동자‘는 인공지능이 부적절한 내용을 산출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입력 데이터를 가공하거나 생성형 인공지능에게 가상의 질문을 던지고 부적절한 대답을삭제하는 일을 한다. 이들은 때로 끔찍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보거나읽어야 하고, 비정기적으로 불시에 부여되는 일감을 선착순으로 얻어내기 위해 상시 대기해야 한다. 작업의 질에 따라 보수가 달라지기 때문에 노동강도가 높지만, 실수도 반항도 용납되지 않고 노동자 인권은전혀 보장되지 않는다. 챗GPT에 포르노 소설을 쓰라는 것 같은 부적절한 쿼리(정보 요청 명령문)를 입력하면 대답을 유보하는 것은 기술적 탁월함이 아닌 비인간적인 노동의 결과다. - P26

현대 기술사회의 사고방식을 ‘기술의 패러다임‘이라 이름 붙일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일을 문제풀이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 P30

"모든 문제에는 해결책이 있고, 그 해결책은 언젠가 발견되며, 만약 해결책이 없다면 처음부터 문제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 패러다임은 모든 물음과 생각거리를 재빨리 문제와 문제 해결의 조합으로 바꾸어버린다.
기술의 영역에 특화된 이런 사고방식을 교육, 정치 같은 인간 삶의다른 영역에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이는 기술에 대한 담론에서도마찬가지다. 기술에 대한 담론은 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에대한 다양한 논의가 일정한 범위 안에서 맴돌며 더 깊고 넓은 차원으로나아가지 못하는 이유도 문제와 문제풀이의 틀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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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풀

3장 불멸의 코일

유전자는 인체의 제조를 간접적으로 제어하는데, 그 영향은 엄격하게 일방통행이다. 이것은 획득 형질이 유전되지 않음을 뜻한다. 생애에 수많은지식과 지혜를 얻었더라도, 유전적 수단으로는 그중 단 한 가지도 자식에게 전해지지 않는다. 각각 새로운 세대는 무無에서 시작해야 한다. 왜냐하면 몸은 유전자를 불변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유전자가 이용하는 수단이기때문이다. - P76

앞에서 설명한 대로 1개의 세포가 2개로 갈라지는 정상적인 세포 분열에서 그 각각의 세포는 46개의 모든 염색체 사본을 전부 받는다. 이처럼 정상적인 세포 분열을 ‘체세포 분열‘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감수 분열‘ 이라고하는 다른 형태의 세포 분열이 있는데 이는 생식 세포, 즉 난자 또는 정자를 만들 때에만 일어나는 세포 분열이다. 난자와 정자는 염색체를 46개가아닌 23개밖에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우리의 세포 중에서 특이한 존재이다. 물론 이 수는 46개의 절반이 수정에 의해 융합되어 새로운 개체를 만 - P80

들기에 안성맞춤인 수이다. 감수 분열은 정소와 난소에서만 일어나는 특수한 형태의 세포 분열인 것이다. 거기에서는 46개의 염색체의 완전한 두 세트를 갖는 1개 세포가 분열하여 한 세트에 23개의 염색체를 갖는 생식 세포가 된다(설명에서는 인간의 경우의 수를 쓰기로 한다). - P81

우리가 용어를 정의하는 데 있어 우리의 목적에 따라 우리가 좋아하는방식으로 정의하면 그뿐이다. 다만 정의는 분명히 오해의 여지가 없어야한다. 여기에서 사용하고 싶은 정의는 윌리엄스의 정의이다. 그에 의하면유전자는 잠재적으로 자연 선택의 단위로서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만큼 긴세대에 걸쳐 지속되는 염색체 물질의 일부로 정의된다. 앞장에서 사용한 말로 표현하면, 유전자는 복제 정확도가 뛰어난 자기 복제자라고 할 수 있다. 복제 정확도라는 것은 복제 형태의 수명의 길이를 나타내는 다른 표현이다. 여기서는 이것을 단순히 수명도라고 하기로 한다. 이 정의는 어느 정도 정당화를 요구한다. - P83

엄밀히 말해서 이 책의 제목은 ‘이기적 시스트론‘도 ‘이기적 염색체‘도아닌 어느 정도 이기적인 염색체의 큰 도막과 더욱 이기적인 염색체의 작은 도막‘이라고 붙여야 마땅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매혹적인 제목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유전자를 여러 세대 동안 존속할 가능성이 있는 염색체의 작은 도막이라고 정의하고, 이 책의 제목을 ‘이기적유전자‘라고 한 것이다. - P90

개체는 안정된 것이 아니다. 정처 없이 떠도는 존재이다. 염색체 또한 트럼프 놀이의 카드처럼 즉시 섞이고 곧바로 잊어버리게 된다. 그러나 섞인카드 자체는 살아남는다. 바로 이 카드가 유전자이다. 유전자는 교차에 의해서 파괴되지 않고 단지 파트너를 바꾸어 행진을 계속할 따름이다. 물론유전자들은 계속 행진한다. 그것이 그들의 임무이다. 유전자들은 자기 복제자이고 우리는 유전자들의 생존 기계인 것이다. 유전자는 지질학적 시간을 사는 거주자이며, 영원하다. - P93

개개의 세부적인 것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우세한(예컨대 수명이 긴) 유전자에 공통되는 어떤 보편적인 특성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반대로 어떤유전자를 ‘열세‘의 단명한 유전자라고 간단히 구별할 수 있는 특성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이 같은 보편적인 특성 중에서도 이 책에 특히 관계 깊은 특성은 바로 유전자 수준에 있어 이타주의는 열세하고 이기주의는 우세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정의한 이기주의와 이타주의에서 이처럼 열세하거나 우세할 수밖에 없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유전자는 생존 중에 그대립 유전자와 직접 경쟁한다. 유전자 풀 내의 대립 유전자는 다음 세대의염색체상의 한 자리를 놓고, 이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해야 하는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대립 유전자를 희생하여 유전자 풀 속에서 자기의 생존 기회를 증가하도록 행동하는 유전자는 어느 것이든, 오래 살아남는 경향이 있다. 유전자는 이기주의의 기본 단위인 것이다. - P95

이 장의 중심 과제로 돌아와 자연 선택의 기본 단위로 가장 적합한 것은종도 아니고 개체군도 아니고 개체도 아닌 유전 물질의 약간 작은 단위(이 - P99

것을 유전자라고 부르면 편리하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이 논의의 기초가 되는것은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유전자가 잠재적으로 불멸인 데 대하여 몸 이외의 다른 상위의 단위는 일시적인 것이라는 가정이었다. 이 가정은 두 가지의 사실, 즉 ‘유성생식‘과 ‘교차‘ 및 ‘개체‘는 죽는다는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명백한 것이지만 우리는 그것들이 왜 사실일 수밖에 없는가라는 의문을 끊임없이 제기한다. 왜 우리와 대부분의 다른 생존 기계는 유성생식을 하는 것일까? 우리의 염색체는 왜 교차하는 것일까? 그리고왜 우리는 영원히 살지 못하는가? - P100

‘우수한 유전자‘의 가장 일반적인 특성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이미 언급했다. 그리고 ‘이기성‘이 그중 하나임을 확인했다. 그러나 성공한 유전자가 가지는 또 하나의 일반적인 특성은 자기 생존 기계의 죽음을 적어도생식 활동 뒤로 미루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당신의 사촌과 증조부 가운데 유아기 때 죽은 자가 있다 해도 당신의 조상은 단한사람도 유아기 때 죽지 않았다는 것이다. 젊어서 죽지 않은 자야말로 조상이라고 할 수 있다. - P101

어떤 사람들은 진화를 지나치게 유전자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에 반대한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결국 실제로 살거나 죽거나 하는 것은 유전자 전부를 가진 개체다. 이 점에 관해 이견이 없다는 것은 이 장에서 충분히 설명했으므로 더 이상의 논의는 필요 없을 듯 싶다. 경기에 이기고 지는 것은보트 자체인 것과 마찬가지로 살거나 죽거나 하는 것은 개체이고, 자연 선택이 직접 나타나는 것은 항상 개체 수준이다. 그러나 개체의 죽음과 번식이 선택적으로 생기는 결과는 아니기 때문에 오랜 동안 유전자 풀 내의 유전자 빈도가 변하는 것으로 나타나게 된다.
조건부이기는 하지만 유전자 풀은 원시 수프가 옛날의 자기 복제자에 대해 하고 있던 것과 같은 역할을 현대의 자기 복제자에게 하고 있다고 할 수있다. 성과 염색체 교차에는 현대판 수프의 유동성을 유지시키는 효과가있다. 성과 교차에 의해 유전자 풀은 잘 섞여지며 유전자는 부분적으로 옮겨 다닌다. 진화는 유전자 풀 속에서 어떤 유전자는 수를 늘리고, 어떤 유전자는 수를 줄이는 과정이다. - P107

4장 유전자 기계

복잡한 세계에서 예측하는 일은 불확실한 결과를 동반하는 것이다. 생존기계가 내리는 결정은 모두 도박이다. 이때 평균적으로 이로운 결정을 내리도록 뇌에 미리 프로그램을 짜 놓는 일이야말로 유전자가 할 일이다. 진화의 카지노에서 쓰이는 통화는 생존이다.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유전자의생존인데, 여러 가지 면에서 볼 때 개체의 생존을 유전자 생물의 근사치로보아도 좋다. 만약 당신이 물을 마시러 물가로 간다면 물가에 접근하는 사냥감을 숨어서 기다리는 포식자에게 먹힐 위험이 크다. 그렇다고 해서 물가로 가지 않으면 결국 목말라 죽을 것이다. 어느 쪽을 택하든 위험이 따르지만 장기적 안목에서 자기의 유전자가 살아남는 기회를 최대화하도록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아마도 최선의 수단은 목마름을 참을 수 있는 데까지참다가 못 참을 지경일 때 물가로 가서 오랫동안 견딜 수 있도록 물을 잔뜩마시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물가에 가는 횟수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경우에는 물을 마실 때 오랫동안 머리를 숙이고 있어야 한다. 이를 대신할만한 가장 좋은 방법은 물을 조금씩 마시는 것일지도 모른다. 즉 물가 옆을뛰어가는 도중에 재빠르게 조금씩 마시는 것이다. - P124

이타주의와 이기주의는 도대체 이 모든 것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여기에서 이타적이든 이기적이든 간에 동물의 행동이 유전자의 제어하에 있다고 하는 주장은 단지 간접적인 의미에서뿐만 아니라 매우 강력한 의미의견해를 확립하려는 것이다. 생존 기계와 신경계를 조립하는 방법을 지령하는 것에 따라 유전자는 생존 기계의 행동에 궁극적 영향력을 미친다. 그러나 행동에 영향을 준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순간순간 결정해 가는 것은 신경계이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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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a dog who had learned to live among andserve humans as my sole purpose in life. Now, cut offfrom them, I was adrift. I had no purpose, no destiny, no hope. Anyone spotting me slinking along the shoresat that moment might mistake me for my timid, furtive first mother-that‘s how far back Victor‘s aban-donment had thrown me.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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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주의와 이기주의
생존 기계
유전자 선택설

1장 사람은 왜 존재하는가

어쨌든 이 책의 의도는 다위니즘의 일반적 옹호에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 논점에 대하여 진화론의 중요성을 추구함에 있다. 나의 목적은 이기주의와 이타주의의 생물학을 탐구하는 것이다. - P41

이 책이 주장하는 바는 사람을 비롯한 모든 동물이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기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성공한 시카고의 갱단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유전자는 치열한 경쟁 세계에서 때로는 몇백만 년이나 생을 계속해 왔다. 이 사실은 우리의 유전자에 특별한 성질이 있다는 것을 기대하게 한다. 이제부터 논의하려는 것은, 성공한 유전자의 기대되는 특질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비정한 이기주의‘라는 것이다. 이러한 유전자의 이기주의는 보통 이기적인 개체 행동의 원인이 된다. - P42

이 책은 흥미롭게 읽도록 의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도덕을 이끌어 내려는 사람이 있다면 하나의 경고로 다음 글을 읽어 주기 바란다. 만약 당신이 나처럼 개개인이 공통의 이익을 향하여 관대하게 비이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사회를 이룩하기를 원한다면 생물학적 본성으로부터 기대할 것은 거의 없다.
우리는 이기적으로 태어났다. 그러므로 관대함과 이타주의를 가르치도록 시도해 보자. 우리 자신의 이기적 유전자가 무엇을 하려는 녀석인지 이해해 보자. 그러면 적어도 우리는 유전자의 의도를 뒤집을 기회를, 즉 다른종이 결코 생각해 보지도 못했던 기회를 잡을지도 모른다. - P43

이처럼 이타주의와 이기주의의 정의가 주관적인 것이 아닌 행동적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행동의 동기에 대한 심리학에관여할 생각은 없다.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정말로‘ 숨겨진 혹은무의식적인 이기적 동기에 따라 그러한 행동을 하는지 안 하는지를 논의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그렇든 아니든 우리가 그것을 알 수는 없기에 이책에서 논의할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행위의 결과가 가상적이타 행위자의 생존 가능성을 낮추고 동시에 가상적 수익자의 생존 가능성을 높여 주는 것을 이타 행위로 정의한다. - P45

이 설명은 이미 말한 바와 같이 오해에 근거하고 있다. 즉 "생물은 종의 이익을 위하여‘ 또는 ‘집단의 이익을 위하여‘ 행위 하도록 진화한다"는 오해이다. 생물학에서 이 사고방식이 어떻게 자리잡게 됐는지는 쉽게 알 수있다. 동물의 생활은 대부분을 번식에 이바지하고 있고 자연계에서 볼 수있는 대부분의 이타적 자기 희생적 행위는 어미가 새끼에게 하는 것이다.
‘종의 존속‘이란 흔히 번식이라는 표현 대신에 사용되는 완곡한 표현이다. 그리고 확실히 그것이 번식의 결과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논리를 조금 비약시켜 번식의 ‘기능‘이 종을 존속시키는 ‘일‘ 이라고 추론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 사실로부터 동물이 일반적으로 종의 존속에유리한 방향으로 행동한다고 결론짓기에는 어느 정도 무리가 있다. 이제같은 동족에 대한 이타주의에 대해 생각해 보자. - P49

따라서 세계는 자기 희생을 치르는 개체로 이루어진 집단이 대부분 점령하게 된다. 이것이 ‘그룹 선택설Theory of group selection‘이다. 이 학설은윈-에드워즈V. C. Wynne-Edwards의 유명한 저서를 통해 소개되었고, 아드리의 「사회 계약」이란 책에 의해 널리 알려졌다. 이는 진화론의 상세한내용을 모르는 생물학자에게 오랫동안 진실이라고 생각되어 온 학설이다. 이와 다른 전통적 학설에는 ‘개체 선택individual selection‘이 있으나 나는 개인적으로 ‘유전자 선택설Theory of gene selection‘을 더 선호한다. - P50

아마도 그룹 선택설이 큰 매력을 갖는 이유는 그것이 대부분 우리가 갖고 있는 도덕적 이상이나 정치적 이상과 조화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으로서 우리는 종종 이기적으로 행동하지만 이상적인 면에서는 타인의 이익을 우선하는 사람을 존경하고 칭찬한다. - P52

동종의 일원이 다른 종의 일원과 비교하여 윤리상 특별한 배려를 받는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온 것이다. 전쟁 이외의상황에서 살인하는 것은 통상 범죄 중에서 가장 큰 죄로 생각되어 왔다. 우리의 문화에서 살인보다 더 강하게 금지되고 있는 유일한 것은 식인 행위이다(비록 이미 죽은 자일지라도). - P53

나는 선택의 기본 단위, 즉 이기성의 기본 단위가 종도 그룹도 개체도 아님을 논하고자 한다. 그것은 유전의 단위인 유전자이다. 일부 생물학자에게 있어 이 말은 극단적인 견해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어떤 의미로 그와 같은 논의를 하려는지 알게 된다면, 그들은 비록 그것이 낯선 방법으로 표현되어 있을지라도, 본질적으로 그것이 정통 이론이라는 것에 동의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러한 논의 전개에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므로 우선 생명 그 자체의 기원에서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 P55

2장 자기 복제자

한 사람의 일생에서 그 정도로 불가능해 보이는 일은 실제로 불가능한 것으로 취급된다. 마치 당신이 축구 도박에서 재미를 못 보는 이유와 같다. 그러나 생길 수 있는 것과 생길 수 없는 것을 판단할 때 우리는 수억 년이라는 세월을 다루는 데 익숙해 있지 않다. 만약 1억 년 동안 매주 축구 도박에 돈을 걸면 분명히 여러 차례 횡재할수 있을 것이다. - P63

더 복잡하게 생각해 보면, 각 구성 요소가 동종이 아닌 어떤 특정한 다른종류와 상호 친화성을 갖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 경우 자기 복제자는동일한 복제 주형이 아닌 일종의 ‘음각‘의 주형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다음에는 ‘음각‘ 이 본래 ‘양각‘ 의 정확한 복제를 만드는 것이다. 원래의 자기복제자의 현대판인 DNA 분자가 양-음형의 복제를 일으키는 것은 주목할만한 일이지만, 최초의 복제 과정이 양-음형이었는지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안정성‘이 갑자기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이다. - P63

우리는 잘못된 사본을 나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더욱이 인간의 문서인 경우에는 오류가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사례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리스어 판본 구약성서를 만든 학자들이 ‘젊은 여성‘이라는 히브리어를 ‘처녀‘라는 그리스어로 오역하여 "보라 처녀가 아들을 잉태하여......"라는 예언을 했을 때 저자는 적어도 그들이 대단한 일을 출발시켰다고 생각한다. - P64

예컨대 일정한 시기를 두고 수프에서 샘플을 취할 경우, 두 번째 샘플에서는 수명, 다산성, 복제의 정확성 등 세 가지 점에서 우수한 분자의 함유율이 보다 높아졌을 것이다. 이것은 생물학자가 생물에 관해 말할 때의 잔화를 의미하며, 그 메커니즘도 같은 것이다. 바로 자연 선택인 것이다. - P67

오늘날 자기 복제자는 외부로부터 차단된 로봇 속에 안전하게 거대한 집단으로 떼지어 살면서, 복잡한 간접 경로를 통하여 외계와 연락하고 원격조정기로 외계를 조작하고 있다. 그것들은 당신 안에도 그리고 내 안에도있다. 또한 그것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창조했다. 그리고 그것들의 유지야말로 우리가 존재하는 궁극적인 이론적 근거이기도 하다. 자기 복제자는기나긴 길을 지나 여기까지 걸어 왔다. 이제 그것들은 유전자라는 이름으로 계속 나아갈 것이며, 우리는 그것들의 생존 기계이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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