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풀

3장 불멸의 코일

유전자는 인체의 제조를 간접적으로 제어하는데, 그 영향은 엄격하게 일방통행이다. 이것은 획득 형질이 유전되지 않음을 뜻한다. 생애에 수많은지식과 지혜를 얻었더라도, 유전적 수단으로는 그중 단 한 가지도 자식에게 전해지지 않는다. 각각 새로운 세대는 무無에서 시작해야 한다. 왜냐하면 몸은 유전자를 불변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유전자가 이용하는 수단이기때문이다. - P76

앞에서 설명한 대로 1개의 세포가 2개로 갈라지는 정상적인 세포 분열에서 그 각각의 세포는 46개의 모든 염색체 사본을 전부 받는다. 이처럼 정상적인 세포 분열을 ‘체세포 분열‘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감수 분열‘ 이라고하는 다른 형태의 세포 분열이 있는데 이는 생식 세포, 즉 난자 또는 정자를 만들 때에만 일어나는 세포 분열이다. 난자와 정자는 염색체를 46개가아닌 23개밖에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우리의 세포 중에서 특이한 존재이다. 물론 이 수는 46개의 절반이 수정에 의해 융합되어 새로운 개체를 만 - P80

들기에 안성맞춤인 수이다. 감수 분열은 정소와 난소에서만 일어나는 특수한 형태의 세포 분열인 것이다. 거기에서는 46개의 염색체의 완전한 두 세트를 갖는 1개 세포가 분열하여 한 세트에 23개의 염색체를 갖는 생식 세포가 된다(설명에서는 인간의 경우의 수를 쓰기로 한다). - P81

우리가 용어를 정의하는 데 있어 우리의 목적에 따라 우리가 좋아하는방식으로 정의하면 그뿐이다. 다만 정의는 분명히 오해의 여지가 없어야한다. 여기에서 사용하고 싶은 정의는 윌리엄스의 정의이다. 그에 의하면유전자는 잠재적으로 자연 선택의 단위로서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만큼 긴세대에 걸쳐 지속되는 염색체 물질의 일부로 정의된다. 앞장에서 사용한 말로 표현하면, 유전자는 복제 정확도가 뛰어난 자기 복제자라고 할 수 있다. 복제 정확도라는 것은 복제 형태의 수명의 길이를 나타내는 다른 표현이다. 여기서는 이것을 단순히 수명도라고 하기로 한다. 이 정의는 어느 정도 정당화를 요구한다. - P83

엄밀히 말해서 이 책의 제목은 ‘이기적 시스트론‘도 ‘이기적 염색체‘도아닌 어느 정도 이기적인 염색체의 큰 도막과 더욱 이기적인 염색체의 작은 도막‘이라고 붙여야 마땅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매혹적인 제목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유전자를 여러 세대 동안 존속할 가능성이 있는 염색체의 작은 도막이라고 정의하고, 이 책의 제목을 ‘이기적유전자‘라고 한 것이다. - P90

개체는 안정된 것이 아니다. 정처 없이 떠도는 존재이다. 염색체 또한 트럼프 놀이의 카드처럼 즉시 섞이고 곧바로 잊어버리게 된다. 그러나 섞인카드 자체는 살아남는다. 바로 이 카드가 유전자이다. 유전자는 교차에 의해서 파괴되지 않고 단지 파트너를 바꾸어 행진을 계속할 따름이다. 물론유전자들은 계속 행진한다. 그것이 그들의 임무이다. 유전자들은 자기 복제자이고 우리는 유전자들의 생존 기계인 것이다. 유전자는 지질학적 시간을 사는 거주자이며, 영원하다. - P93

개개의 세부적인 것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우세한(예컨대 수명이 긴) 유전자에 공통되는 어떤 보편적인 특성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반대로 어떤유전자를 ‘열세‘의 단명한 유전자라고 간단히 구별할 수 있는 특성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이 같은 보편적인 특성 중에서도 이 책에 특히 관계 깊은 특성은 바로 유전자 수준에 있어 이타주의는 열세하고 이기주의는 우세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정의한 이기주의와 이타주의에서 이처럼 열세하거나 우세할 수밖에 없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유전자는 생존 중에 그대립 유전자와 직접 경쟁한다. 유전자 풀 내의 대립 유전자는 다음 세대의염색체상의 한 자리를 놓고, 이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해야 하는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대립 유전자를 희생하여 유전자 풀 속에서 자기의 생존 기회를 증가하도록 행동하는 유전자는 어느 것이든, 오래 살아남는 경향이 있다. 유전자는 이기주의의 기본 단위인 것이다. - P95

이 장의 중심 과제로 돌아와 자연 선택의 기본 단위로 가장 적합한 것은종도 아니고 개체군도 아니고 개체도 아닌 유전 물질의 약간 작은 단위(이 - P99

것을 유전자라고 부르면 편리하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이 논의의 기초가 되는것은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유전자가 잠재적으로 불멸인 데 대하여 몸 이외의 다른 상위의 단위는 일시적인 것이라는 가정이었다. 이 가정은 두 가지의 사실, 즉 ‘유성생식‘과 ‘교차‘ 및 ‘개체‘는 죽는다는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명백한 것이지만 우리는 그것들이 왜 사실일 수밖에 없는가라는 의문을 끊임없이 제기한다. 왜 우리와 대부분의 다른 생존 기계는 유성생식을 하는 것일까? 우리의 염색체는 왜 교차하는 것일까? 그리고왜 우리는 영원히 살지 못하는가? - P100

‘우수한 유전자‘의 가장 일반적인 특성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이미 언급했다. 그리고 ‘이기성‘이 그중 하나임을 확인했다. 그러나 성공한 유전자가 가지는 또 하나의 일반적인 특성은 자기 생존 기계의 죽음을 적어도생식 활동 뒤로 미루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당신의 사촌과 증조부 가운데 유아기 때 죽은 자가 있다 해도 당신의 조상은 단한사람도 유아기 때 죽지 않았다는 것이다. 젊어서 죽지 않은 자야말로 조상이라고 할 수 있다. - P101

어떤 사람들은 진화를 지나치게 유전자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에 반대한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결국 실제로 살거나 죽거나 하는 것은 유전자 전부를 가진 개체다. 이 점에 관해 이견이 없다는 것은 이 장에서 충분히 설명했으므로 더 이상의 논의는 필요 없을 듯 싶다. 경기에 이기고 지는 것은보트 자체인 것과 마찬가지로 살거나 죽거나 하는 것은 개체이고, 자연 선택이 직접 나타나는 것은 항상 개체 수준이다. 그러나 개체의 죽음과 번식이 선택적으로 생기는 결과는 아니기 때문에 오랜 동안 유전자 풀 내의 유전자 빈도가 변하는 것으로 나타나게 된다.
조건부이기는 하지만 유전자 풀은 원시 수프가 옛날의 자기 복제자에 대해 하고 있던 것과 같은 역할을 현대의 자기 복제자에게 하고 있다고 할 수있다. 성과 염색체 교차에는 현대판 수프의 유동성을 유지시키는 효과가있다. 성과 교차에 의해 유전자 풀은 잘 섞여지며 유전자는 부분적으로 옮겨 다닌다. 진화는 유전자 풀 속에서 어떤 유전자는 수를 늘리고, 어떤 유전자는 수를 줄이는 과정이다. - P107

4장 유전자 기계

복잡한 세계에서 예측하는 일은 불확실한 결과를 동반하는 것이다. 생존기계가 내리는 결정은 모두 도박이다. 이때 평균적으로 이로운 결정을 내리도록 뇌에 미리 프로그램을 짜 놓는 일이야말로 유전자가 할 일이다. 진화의 카지노에서 쓰이는 통화는 생존이다.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유전자의생존인데, 여러 가지 면에서 볼 때 개체의 생존을 유전자 생물의 근사치로보아도 좋다. 만약 당신이 물을 마시러 물가로 간다면 물가에 접근하는 사냥감을 숨어서 기다리는 포식자에게 먹힐 위험이 크다. 그렇다고 해서 물가로 가지 않으면 결국 목말라 죽을 것이다. 어느 쪽을 택하든 위험이 따르지만 장기적 안목에서 자기의 유전자가 살아남는 기회를 최대화하도록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아마도 최선의 수단은 목마름을 참을 수 있는 데까지참다가 못 참을 지경일 때 물가로 가서 오랫동안 견딜 수 있도록 물을 잔뜩마시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물가에 가는 횟수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경우에는 물을 마실 때 오랫동안 머리를 숙이고 있어야 한다. 이를 대신할만한 가장 좋은 방법은 물을 조금씩 마시는 것일지도 모른다. 즉 물가 옆을뛰어가는 도중에 재빠르게 조금씩 마시는 것이다. - P124

이타주의와 이기주의는 도대체 이 모든 것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여기에서 이타적이든 이기적이든 간에 동물의 행동이 유전자의 제어하에 있다고 하는 주장은 단지 간접적인 의미에서뿐만 아니라 매우 강력한 의미의견해를 확립하려는 것이다. 생존 기계와 신경계를 조립하는 방법을 지령하는 것에 따라 유전자는 생존 기계의 행동에 궁극적 영향력을 미친다. 그러나 행동에 영향을 준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순간순간 결정해 가는 것은 신경계이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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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a dog who had learned to live among andserve humans as my sole purpose in life. Now, cut offfrom them, I was adrift. I had no purpose, no destiny, no hope. Anyone spotting me slinking along the shoresat that moment might mistake me for my timid, furtive first mother-that‘s how far back Victor‘s aban-donment had thrown me.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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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주의와 이기주의
생존 기계
유전자 선택설

1장 사람은 왜 존재하는가

어쨌든 이 책의 의도는 다위니즘의 일반적 옹호에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 논점에 대하여 진화론의 중요성을 추구함에 있다. 나의 목적은 이기주의와 이타주의의 생물학을 탐구하는 것이다. - P41

이 책이 주장하는 바는 사람을 비롯한 모든 동물이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기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성공한 시카고의 갱단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유전자는 치열한 경쟁 세계에서 때로는 몇백만 년이나 생을 계속해 왔다. 이 사실은 우리의 유전자에 특별한 성질이 있다는 것을 기대하게 한다. 이제부터 논의하려는 것은, 성공한 유전자의 기대되는 특질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비정한 이기주의‘라는 것이다. 이러한 유전자의 이기주의는 보통 이기적인 개체 행동의 원인이 된다. - P42

이 책은 흥미롭게 읽도록 의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도덕을 이끌어 내려는 사람이 있다면 하나의 경고로 다음 글을 읽어 주기 바란다. 만약 당신이 나처럼 개개인이 공통의 이익을 향하여 관대하게 비이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사회를 이룩하기를 원한다면 생물학적 본성으로부터 기대할 것은 거의 없다.
우리는 이기적으로 태어났다. 그러므로 관대함과 이타주의를 가르치도록 시도해 보자. 우리 자신의 이기적 유전자가 무엇을 하려는 녀석인지 이해해 보자. 그러면 적어도 우리는 유전자의 의도를 뒤집을 기회를, 즉 다른종이 결코 생각해 보지도 못했던 기회를 잡을지도 모른다. - P43

이처럼 이타주의와 이기주의의 정의가 주관적인 것이 아닌 행동적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행동의 동기에 대한 심리학에관여할 생각은 없다.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정말로‘ 숨겨진 혹은무의식적인 이기적 동기에 따라 그러한 행동을 하는지 안 하는지를 논의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그렇든 아니든 우리가 그것을 알 수는 없기에 이책에서 논의할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행위의 결과가 가상적이타 행위자의 생존 가능성을 낮추고 동시에 가상적 수익자의 생존 가능성을 높여 주는 것을 이타 행위로 정의한다. - P45

이 설명은 이미 말한 바와 같이 오해에 근거하고 있다. 즉 "생물은 종의 이익을 위하여‘ 또는 ‘집단의 이익을 위하여‘ 행위 하도록 진화한다"는 오해이다. 생물학에서 이 사고방식이 어떻게 자리잡게 됐는지는 쉽게 알 수있다. 동물의 생활은 대부분을 번식에 이바지하고 있고 자연계에서 볼 수있는 대부분의 이타적 자기 희생적 행위는 어미가 새끼에게 하는 것이다.
‘종의 존속‘이란 흔히 번식이라는 표현 대신에 사용되는 완곡한 표현이다. 그리고 확실히 그것이 번식의 결과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논리를 조금 비약시켜 번식의 ‘기능‘이 종을 존속시키는 ‘일‘ 이라고 추론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 사실로부터 동물이 일반적으로 종의 존속에유리한 방향으로 행동한다고 결론짓기에는 어느 정도 무리가 있다. 이제같은 동족에 대한 이타주의에 대해 생각해 보자. - P49

따라서 세계는 자기 희생을 치르는 개체로 이루어진 집단이 대부분 점령하게 된다. 이것이 ‘그룹 선택설Theory of group selection‘이다. 이 학설은윈-에드워즈V. C. Wynne-Edwards의 유명한 저서를 통해 소개되었고, 아드리의 「사회 계약」이란 책에 의해 널리 알려졌다. 이는 진화론의 상세한내용을 모르는 생물학자에게 오랫동안 진실이라고 생각되어 온 학설이다. 이와 다른 전통적 학설에는 ‘개체 선택individual selection‘이 있으나 나는 개인적으로 ‘유전자 선택설Theory of gene selection‘을 더 선호한다. - P50

아마도 그룹 선택설이 큰 매력을 갖는 이유는 그것이 대부분 우리가 갖고 있는 도덕적 이상이나 정치적 이상과 조화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으로서 우리는 종종 이기적으로 행동하지만 이상적인 면에서는 타인의 이익을 우선하는 사람을 존경하고 칭찬한다. - P52

동종의 일원이 다른 종의 일원과 비교하여 윤리상 특별한 배려를 받는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온 것이다. 전쟁 이외의상황에서 살인하는 것은 통상 범죄 중에서 가장 큰 죄로 생각되어 왔다. 우리의 문화에서 살인보다 더 강하게 금지되고 있는 유일한 것은 식인 행위이다(비록 이미 죽은 자일지라도). - P53

나는 선택의 기본 단위, 즉 이기성의 기본 단위가 종도 그룹도 개체도 아님을 논하고자 한다. 그것은 유전의 단위인 유전자이다. 일부 생물학자에게 있어 이 말은 극단적인 견해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어떤 의미로 그와 같은 논의를 하려는지 알게 된다면, 그들은 비록 그것이 낯선 방법으로 표현되어 있을지라도, 본질적으로 그것이 정통 이론이라는 것에 동의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러한 논의 전개에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므로 우선 생명 그 자체의 기원에서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 P55

2장 자기 복제자

한 사람의 일생에서 그 정도로 불가능해 보이는 일은 실제로 불가능한 것으로 취급된다. 마치 당신이 축구 도박에서 재미를 못 보는 이유와 같다. 그러나 생길 수 있는 것과 생길 수 없는 것을 판단할 때 우리는 수억 년이라는 세월을 다루는 데 익숙해 있지 않다. 만약 1억 년 동안 매주 축구 도박에 돈을 걸면 분명히 여러 차례 횡재할수 있을 것이다. - P63

더 복잡하게 생각해 보면, 각 구성 요소가 동종이 아닌 어떤 특정한 다른종류와 상호 친화성을 갖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 경우 자기 복제자는동일한 복제 주형이 아닌 일종의 ‘음각‘의 주형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다음에는 ‘음각‘ 이 본래 ‘양각‘ 의 정확한 복제를 만드는 것이다. 원래의 자기복제자의 현대판인 DNA 분자가 양-음형의 복제를 일으키는 것은 주목할만한 일이지만, 최초의 복제 과정이 양-음형이었는지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안정성‘이 갑자기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이다. - P63

우리는 잘못된 사본을 나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더욱이 인간의 문서인 경우에는 오류가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사례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리스어 판본 구약성서를 만든 학자들이 ‘젊은 여성‘이라는 히브리어를 ‘처녀‘라는 그리스어로 오역하여 "보라 처녀가 아들을 잉태하여......"라는 예언을 했을 때 저자는 적어도 그들이 대단한 일을 출발시켰다고 생각한다. - P64

예컨대 일정한 시기를 두고 수프에서 샘플을 취할 경우, 두 번째 샘플에서는 수명, 다산성, 복제의 정확성 등 세 가지 점에서 우수한 분자의 함유율이 보다 높아졌을 것이다. 이것은 생물학자가 생물에 관해 말할 때의 잔화를 의미하며, 그 메커니즘도 같은 것이다. 바로 자연 선택인 것이다. - P67

오늘날 자기 복제자는 외부로부터 차단된 로봇 속에 안전하게 거대한 집단으로 떼지어 살면서, 복잡한 간접 경로를 통하여 외계와 연락하고 원격조정기로 외계를 조작하고 있다. 그것들은 당신 안에도 그리고 내 안에도있다. 또한 그것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창조했다. 그리고 그것들의 유지야말로 우리가 존재하는 궁극적인 이론적 근거이기도 하다. 자기 복제자는기나긴 길을 지나 여기까지 걸어 왔다. 이제 그것들은 유전자라는 이름으로 계속 나아갈 것이며, 우리는 그것들의 생존 기계이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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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 0 : 서문 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
크리스틴 델피 지음, 김다봄.이민경 옮김 / 봄알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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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정치경제학에서 다루어지지 않던, 비-경제로 정의된 가정 내 경제, 유산, 상속을, 무가치한 것으로 취급된 가정 내 노동을 ‘발견‘하고, ‘성별’이라는 계급을 통해 가부장제에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연구할 출발점을 명료하게 알려준다. 계속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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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4-03 1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서문은 벌써 끝내신겁니까!! 꺅 >.<
저도 곧 시작할게요!

햇살과함께 2024-04-03 17:04   좋아요 0 | URL
80페이지에 판형도 작고 글자도 대빵 크구요^^ 날로 먹는 책 한 권 읽기^^
 

어마어마한 양의 재산이 시장을 통해서 이동하지 않고 가족 안에서 순환한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이 재산은 ‘유산‘이라고 불린다. 나는 또한 재산에 대해 모든 것을 다룬다고 알려진 경제학이 사실은 생산, 순환, 소비체계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 부분, 즉 시장만을 다루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 P7

흔히 ‘유산‘이라고 부르는 재산의 순환 방식은 ‘시장‘이라고 불리는 순환 방식과하나하나 대비된다. 바로 ① 교환이 아니라증여에 의해서 규정된다는 점 ② 행위자들은 서로 대체될 수 없으며 모부가 매긴 규칙에 따라 엄격하게 정해진다는 점 ③ 이때의순환은 행위자들, 즉 증여자와 수혜자의 선의에 의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로써 나는 정치경제학에서 다루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애초에 비-경제로 정의되는 경제적 측면을 찾아냈다. 경제학의 정의대로라면 경제는 시장과 불가분하기 때문이다. - P11

그러니 가정과 가정 내 노동을 살피게 된 사람은 나 혼자가 아니었던 셈이다. 하지만 다른 이들과 달리 나는 이미 교환이 아닌 증여로 특징지어지는 가정 내 재화의 순환 규칙에 대한 이론을 가지고 있었다. 이 이론은 가정 내 생산에 대해 경제학자들이 세운 전제에서 탈피한 관점을 가져다주었다. 그 전제란 바로 경제와 시장, 경제와 교환이 동의어이자 불가분의 관계라는 믿음이다.
가사노동의 무가치는 이 노동을 개념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에게 예나 지금이나 장애물로 남아 있다. 그런데 내게는 이것이 그 개념을 더욱 명료화하는 하나의 열쇠로 다가왔다. 사실 가사노동의 무가치와 여기에서 비롯된 교환 가치와 사용 가치의 대립은 시장에서만 의미를 지니는 개념이었다. - P16

내가 발전시킨 가정 내 재화의 순환 형태를 다룬 이론에 힘입어 나는 시장 가치가 없다는 것이 가정경제의 특징임을 알게 되었다. 가정경제는 경제 활동의 부재가 아니라다른 경제의 존재를 드러낸다. - P17

이 소비 양식은 그저 양적인 착취뿐 아니라 질적인 착취를 측정하기 위해서도연구할 필요가 있다. 부양을 구성하는 요소를 이해하고 부양이 어떻게 임금과 다른지알아내기 위해서다. 너무 많은 사람이 부양을 금전적인 교환가치로 ‘번역‘하고 있다. 마치 남성으로부터 외투를 받는 여성이 받은 것이 외투의 ‘가치‘인 듯 말이다. 그렇게함으로써 사람들은 임금 지급과 현물 지급간의 핵심적인 차이, 소비된 ‘가치‘와 무관하게 자유로운 소비와 자유롭지 않은 소비 사이를 가르는 이 차이를 지우게 된다. - P21

그리고 가족이 ‘단위‘로서만 경제적 측면을갖는다는, 즉 가족 바깥에 대해서만 그러할뿐 가족 기능 내에서는 경제적이지 않다는 주장을 거부한 바 있다. - P33

내 접근 방법의 근본적인 공리라 할만한 것은 바로 여성과 남성이 ‘사회적‘ 집단이라는 점이다. 나는 이 두 집단이 사회적으로 명명되었고, 사회적으로 구분되었고, 사회적으로 타당하게 여겨진다는 이론의 여 - P52

지 없는 사실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관행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이 사회적 관행은 어떻게 실현되며 어디에 쓰이는가? 이 사회적 측면에 최소한의 중요성만을 부여한다 해도, 우리가 그저 사회가 기능함에 있어 성별이 적절하다고 주장하는 데서 만족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이 적절성이라는 것이 결국 사회적 사실이라는 점, 따라서 마찬가지로 사회적인 설명을 요구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게 바로내 작업 가운데 많은 부분이 사회적 사실에 대해 자연적인 설명을 찾고자 하는 노골적으로 자연주의적인 접근 방식들을 규탄하는데 할애된 이유다. - P53

계급이라는 개념은 사회 구성의 개념에서 출발했으며 그 결과를 구체화한다. 집단은 더 이상 관계에 앞서 독자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관계가 집단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성별 분업을 구성함으로써 ‘성 - P70

별‘이라 일컬어지는 집단을 만드는 사회적관계와 사회적 관행을 밝혀내야 한다.
1970년대, 영어권에서 ‘젠더‘라는 개념이 탄생하면서 이론적으로 매우 주요한 발걸음을 떼게 되었다. 나는 1976년부터 이 개념을 사용했다. 젠더 개념은 처음 등장했을때 단 한 단어로 ‘성적‘ 이분법의 사회적 측면을 인정하고 그 사회적 측면을 사회적으로다뤄야 할 필요성을 포괄했으며, 결과적으로 사회적인 측면을 성의 해부학적·생물학적인 면과 분리했다. 젠더는 성 역할에 대한시선을 ‘성‘의 구성 자체로 이동하게 할 방편을 잠정적으로나마 가지고 있다. 어떻게 이잠재적인 힘을 발현시켜 가부장제를 연구하고, 여전히 부재하는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는 이어지는 책에서 다루려 한다. - P71

기획의 말_이민경

그의 글은 68혁명 이후 여성운동이 확대되던 프랑스 사회의 현실적인 맥락, 현실에 관여하는 남성 - P80

이론가들이 발휘하던 영향력과 긴밀히 얽혀 있다. 멜피는 교육과 계급 재생산의 관계를 분석한 부르디외의 『상속자들』에 대해 젠더 분석이 누락되었음을 반박했다. 또한 남성이 연대라는 명목으로 여성운동의선봉에 서고자 하는 현실을 지적하고 ‘상황적 지식‘의 개념을 지식장에 기입했다. 이 사실은 페미니즘과친숙한 이들에게는 그다지 새롭지 않게 받아들여질수 있다. 그러나 걸출한 분석에 대해 젠더 관점의 부재를 지적하거나 여성운동에서 남성이 대표를 자처하는 현실을 비판하는 문제가 익숙하게 받아들여지게 되는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델피의 언어가 있다. 이 이론서는 이제는 하나의 조류를 형성한 언어가 막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던 순간을 담고 있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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