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유물론은 계급 차원에서의 사회적 대립에 대한 분석에 기초하고 있는데, 이때 계급은 생산 과정에서의 위치로 정의된다. 그러나 여성의 여성으로서의 상황에 대한 연구에 이러한 원칙을 적용하려 하면서도, 여성이 생산과 맺는 구체적인 관계에 대한 분석은 간단하고 완전하게 누락하고 말았다. 계급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 P6

따라서 마르크스주의 노선의 존재는 결과적으로 운동에 방해물이 되는데, 이는 자명하게도 우연이 아니다. 여기서 우리의 목적은 여성들 자신에 의해서 해당 노선이 채택된 기제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며 여성억압에 자본주의 계급 이외의 객관적 이해관계가 존재한다는 주장에 추가적인 증거를 대기 위함도 아니다. 그저 마르크스주의 노선이 여성 해방을 객관적으로 방해하는 역할을 하며, 따라서 여성의 예속에 이해관계가 결부된 집단의 행위로 볼 수밖에 없고, 비과학적으로 이런 예속을 합리화하는 마르크스주의의 탈을 쓴 이론, 즉 이데올로기일 뿐이라고 말하는 정도로 충분하겠다. - P9

다시 말하지만, 우리의 목적은 마르크스주의 노선을 하나하나 점검하려는 게 아니다. 이 절차는 다른 때에 행해지게 되겠지만, 당장의 목적은 지금 운동에 가장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데 있다. 바로 여성 억압의 유물론적 분석기반을 마련하는 일이다. - P10

앞서 언급한 글들은 여성 억압을 분석할 때 여성이 생산(재생산만이 아니라)에 참여하는 구체적인 내용에 집중한다. 이들은 가정 내 노동과 아이 양육에 주목하며 이를 생산적 과업이라고 분석한다. 그리하여 이 글은 마르크스주의 원칙에 근거한 급진적 페미니즘 분석의 배양토가 된다. 가정이 다른 무엇보다 자본주의적 착취를 간접적으로 옹호하고 그 경제적 기능은 간과하는 이데올로기를 ‘미래의 생산자들‘에게 교육하는 장소라고 여기는 유사 이론을 거부하는 이 글들은 가정이 여성에 대한 경제적 착취의 공간임을 조명한다. - P11

‘사회주의적‘ 사회를 비롯해, 현재 모든 사회는 자녀 양육과 가정 내 봉사라는 여성의 무급노동에 기초한다. 이 서비스는 남편이라는 개인과의 특정한 관계하에서만 제공된다. 이 서비스는 교환의 영역에서 배제되고, 따라서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이 서비스는보수를 지불받지 못한다. 여성이 받는 수당은 제공한 노동과 독립적이며, 노동에 대한교환으로, 즉 임금으로 부여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권리가 아니라 증여로 취급된다. 남편의 유일한 의무-그에게 이익이 되는것이 자명한는 아내의 필요를 충족시키는것으로, 달리 말하면 아내의 노동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 P13

우리는 이와 반대로, 여성들이 행하는 노동의 성격이 여성들의 생산 관계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이 관계야말로 여성들의 노동이 가치의 세계에서 배제되었음을설명한다는 주장을 견지한다. (교환의) 시장으로부터 배제된 것은 경제 행위자로서의여성들이지 그들의 생산이 아니다. - P15

지배 계급이 생산적 노동이 자신의 지배 아래 있는 계급에 의해 이루어지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 P17

전형적인 농민 경제에서는 가정 내에서 소비되는 재화의 상당량이 가정에서 생산된다. 가정이 스스로 생산한 결과물의 일부를 직접적으로 흡수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생산물은 상품화될 수도 있다. 다시 말하면 교환 가치와 사용 가치 간에 구분이 없는 것이다. 가족에 의해서 소비되는, 그렇기 때문에 사용가치를 갖는 재화는 시장에서 교환될 수도있기에 교환 가치 역시 갖는다. 한편 자가생산되지 않는 재화의 경우에는 시장에서 구매한 동등한 재화로 대체되어야 할 것이다. - P25

요약하자면, 여성과 남성이 함께 만들어내는 사용 가치는 다음과 같다.
① 사용 가치는 사실상 교환 가치다. 여성과 남성은 소비와 교환에 필요한 우유, 달걀, 농작물 등을 생산해낸다. 얼마나 소비하고 얼마큼의 현금을 얻기를 원하느냐가 시장에 도달하는 생산물과 자가소비되는생산물을 결정한다.
② 사용 가치는 생산으로 집계된다.(국내총생산에 포함된다.)
③ ‘생산적‘인 사용 가치는 ‘비생산적‘ 즉 전적으로 가사노동에 의해 발생하는 사용 가치와 다르지 않다. - P29

노동의 무보수성이 노동의 성격에 의해서 달라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은 여성들이 가정밖에서 이 노동을 제공하면 급여를 받는다는 데서 증명된다. - P32

외부의 노동은 가정 내 노동을 면제하기는커녕, 가정 내 노동에 해로운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 따라서 여성의 자유는 약간의 경제적 독립을 위해 이중 노동을 제공한다는 뜻에 다름 아니다. - P43

제공한 노동과 무관하게 보상받기 때문에, 여성들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는 자원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들에게 유일한 해결책은 더 부유한 남성에게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상향혼을 향한 경주는 여성 노동의 무가치성에서 논리적으로 도출된 결과라 할 수 있겠다. - P51

결혼 관계에 깃든 노동 전유와 착취는 모든 여성이 경험하는 공통의 억압이다. - P54

앞선 논증에 비추어 보면 부르주아의아내를 부르주아라고 부르는 것은 플랜테이션 농장주의 노예를 농장주라고 부르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런 표현은 일상적이다. 마찬가지로, 노동자의 아내와 (여성) 노동자도 흔히 혼동된다. 이는 여성에 한해서는, 그들이 속한 계급이 때로는 계급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인 정의-생산에 대한 관계ㅡ에 의해, 때로는 아내를 남편의 재산 혹은 남편의 연장으로 보는 시각에 의해결정된다는 뜻이다. - P56

즉각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주장은 가부장제의 생산 및 재생산 체계를 총체적으로 파괴하지 않고는 여성 해방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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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의 발명 - 은근하고 다정한 마음의 방문 쓰는 존재 6
김병수 지음 / 행성B(행성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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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고 흔한 일상의 풍경, 사물, 단어, 존재, 관계에서 ‘의미’를 ‘발명’해가는 다정하고 섬세한 시선과 마음이 가득 담긴 책이다. 세상에 거저 주어지는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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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적의 새끼 수

7장 가족계획

여기서 인구 문제를 우려하는 사람들까지도 때때로 놓치는 사실이 하나있다. 그것은 사람들이 아이를 몇 명이나 낳느냐는 것뿐만 아니라 출산 연령에 의해서도 인구 증가가 좌우된다는 것이다. 인구는 각 세대마다 일정한 비율로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내므로, 만약 각 세대의 간격을 보다 넓게하면 매년 증가율은 완만하게 될 것이다. 한 가정에 아이는 두 명까지‘라는 표어 대신에 ‘아이를 낳는 것은 30세부터‘ 라고 해도 거의 같은 효과를기대할 수 있다. 여하튼 인구의 가속적인 증가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게된다. - P205

출생률이 조절되는지 조절되지 않는지에 관해 의견 대립이 있는 것이 아니라 왜 출생률이 조절되는가에 있다. 바꿔 말하면 자연 선택의 ‘어떤‘ 과정에 의해 가족계획은 진화했는가 하는 관점에 대해 의견 차이가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동물의 산아제한은 집단전체의 이익을 위해 실행되는 이타적인 것인가, 아니면 번식을 하고 있는 개체의 이익 때문에 실행되는 이기적인 것인가라는 두 견해 중의 어느 쪽을 취하느냐에 있다. 이 두 이론을 차례로 살펴보기로 하자. - P208

랙과 윈- 에드워즈의 견해 차이는 "누구의 입장에서 보아 최적인가"라는물음에 대해 답하는 방법에 있다. 이에 대해 윈-에드워즈는 모든 개체가 따라야 하는 중요한 최적은 집단 전체의 관점에서의 최적 알 수라고 주장 - P213

할 것이다. 한편 랙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각각의 이기적 개체는 어미가 키울 수 있는 새끼의 수를 최대로 할 수 있는 한 둥지의 알 수를 선택하는 것이다. 만일 제비의 한 둥지의 최적 알 수가 3개라면 이것에 대한 랙의 해석은 다음과 같다. 네 마리의 새끼를 키우려고 하는 개체가 최종적으로 키울 수 있는 수는 세 마리밖에 되지 않을 때 경쟁자가 키울 수 있는 새끼 수보다 결국 적어지게 될 것이다. 명백한 이유로서 생각되는 것은 네 마리의새끼를 키운다면 각각의 새끼에게 분배되는 먹이의 양이 부족하기 때문에성숙 단계까지 살아남는 것이 거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4개의 알에분배되는 난황의 양, 그리고 부화 후 새끼에게 주어지는 먹이의 양, 둘 모두에 해당되는 것이다.
랙에 따르면 개체가 한 둥지의 알 수를 조절하는 이유는 전혀 이타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이 산아제한을 행하는 것은 집단을 위한 자원을과잉으로 이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자기의 살아남는 새끼 수를 실제로 최대화하기 위해 그들은 산아제한을 실행하는 것이다. 이것이 보통 우리들이 산아제한에 결부시키고 있는 이유와는 정반대의 목표가 된다. - P214

이 장에서 얻는 우리의 결론은 개개의 어미 동물이 가족계획을 실행하되그것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오히려 자기 출생률의 최대 활용화라는 의미에서 실천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최종적으로 살아남는 자기 새끼의 수를 최대화하려고 힘쓰고 있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새끼의 수가 지나치게 많아도 안 되고 지나치게 적어도 안 된다. 개체에서 너무 많은 수의 새끼를 가지도록 하는 유전자는 유전자 풀 속에 계속 살아남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종류의 유전자를 체내에 가진 새끼들은 성체가 될 때까지 살아남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 P223

8장 세대간의 다툼

이 책에서는 동물 개체를 유전자의 보존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활동하는 생존 기계로 보기 때문에 우리는 부모와 자식간의 다툼, 즉 세대간의 싸움에 대해서도 논할 수 있다. 이것은 양쪽 모두가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전개하는 섬세한 싸움이다. 자식들은 부모를 속일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그들은 실제 이상으로 배고픈 척하거나 실제보다 어리광을 부리거나 실제 이상의 위험에 처한 것처럼 보이려고 한다. 부모를 물리적으로 위협하기에는자신이 너무 무력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들에게는 허위, 위장, 이기적 이용등 자유로이 쓸 수 있는 심리적인 무기가 있다. 그들은 그것들에 의해 혈연자가 받는 불이익이 유전적 근친도가 허용할 수 있는 한도에 달하는 아슬아슬한 선까지 그러한 모든 심리적 무기를 구사한다.
한편 부모들은 사기나 위장에 대해 방심을 해서는 안 되며 그것에 속지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것은 언뜻 보아 간단한 것처럼 생각된다. 공복 상태에 관해 자식들이 거짓말쟁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부모는 자식에게 일정량의 먹이만 주고 아이가 계속 소리치더라도 그 이상의 먹이를 주지 않겠다는 방책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방책을 취할 때 문제가 되는 점은 아이가 거짓이 아닌 진실이었을 경우인데, 먹이를 먹지 못해 죽고 만다면 그 부모는 귀중한 유전자의 일부를 잃는 것이다. 야생 조류는 단지 몇시간 동안 먹이를 먹지 못해도 굶어 죽는 경우가 있다. - P239

배우자간의 대립 문제를 취급하는 다음 장은 현재 자식들에 대해 또는서로 상대에 대해 헌신하고 있는 인간의 부모들에게는 아주 냉소적일 뿐만 아니라 비참함을 주게 될지도 모른다. 여기서 나는 또 한 번 "의식적 동기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강조해야겠다. 나는 자식들이 자기 몸 속에 있는 이기적 유전자의 충동 때문에 의도적이고 의식적으로 부모를 속인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다시 한 번 말해 두어야할 것이 있다. 즉 "자식은 사기나...... 거짓, 속임수, 이기적인 착취.... . 등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는 식으로 내가 말할 경우 ‘할 리가 없다‘는 말을 어떤 특수한 의미로 쓰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런 종류의 행동이 도덕적이기 때문에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단순히 그와 같이 행동하는 자식 쪽이 자연 선택에서 유리한 경향이 있으며, 그 때문에 야생 동물을 관찰할 경우 가족 내에서 벌어지는 사기 행위와 이기적 행위가 보일 것으로 기대될지 모른다고 말하는 것뿐이다.
"자식은 속이는 행위를 할 것이다"라는 표현의 진의도 자식에게 사기 행위를 하게 하는 경향을 가진 유전자가 유전자 풀 속에서 유리하게 나타남을 지적하는 데 불과하다. 이 논의에서 인간적인 교훈을 도출한다면, 우리는 자식들에게 이타주의를 가르쳐 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자식들의 생물학적 본성의 일부에 이타주의가 심어져 있다고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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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생각했다. 세상 흔한 것들이 나를 돌보고 있다. 항상곁에 있어 존재를 잘 느끼지 못하는 것들. 이를테면 나무와풀과바람, 흙과 물과 공기, 바위 같은 것. 흔한 것이 흔한 이유는 오히려 꼭 필요해서 흔해지지 않으면 큰일이니까 흔하게 된 것이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자주 잊고 산다. 우리가 무시하는 흔한 것들 덕에 무사히 살 수 있다는 사실을. - P49

왜 여유에는 ‘찾는다‘는 말을 붙일까? 술래가 "여기 있네!"하고 찾아내면 머쓱하게 튀어나오는 숨바꼭질처럼, 여유는 여기저기 들추어 찾아내는 능동적 감정이라서 그런 걸까? 시간이 아무리 많거나 넓은 공간에 혼자 있어도 여유는 그냥 생기지 않는다. 백조의 여유로운 모습을 물아래 수많은 발길질이 만들어내듯, 여유는 거만하게 ‘부리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찾는‘ 것이다. - P53

수월하지 않은 상황은 언제든 나타난다. 그럴 때 중요한 것은 대처하기 위한 힘을 바깥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불씨는 항상 내부에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 그 불씨가 불꽃이 되도록 모으는 것이다. 힘은 항상 내면에서 출발하며 모여서 완성된다는 사실을 얼음과 펭귄에게서 배운다. - P67

손톱, 발톱, 그리고 머리카락 같은 털. 매번 적절히 깎아줘야 하는 것들이라서 그때마다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된다. 거울을 보거나 키보드를 누르다가 또는 양말을 신다가 문득 벌써 깎아야 할 시간이 되었네, 한다. 남성 듀오 ‘어떤 날‘의 노래 <출발>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하루하루 엇비슷하게 살아가다가 은근히 자라난 손톱을 보니 뭔가 달라져 가고 있음을느끼게 된다고. 자라는 손톱을 보며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아닌 듯싶다. - P74

소통 관련 강연 전문가 김창옥 씨의 강연 영상을 보았다. 무뚝뚝한 아버지와의 소통을 이야기했는데, 그동안 하지 않던 배웅을 하겠다고 공항에 나온 아버지에 대한 어색함, 그리고 그때 새롭게 보인 아버지의 뒷모습에 대해 말하며 그는 덧붙였다. 누군가의 뒷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면 사랑이 시작된거라고. 아이들의 뒷모습이 보이면 엄마가 된 것이고, 학생들의 뒷모습이 보이면 선생님이 된 것이고, 남편과 아내의 뒷모습이 보이면 부부가 된 것이라고 했다. - P83

국어시험에 곧잘 나오는 문제가 있었다. ‘~로서‘와 ‘~로써‘의 구별 문제. ‘~로서‘는 자격을, ‘~로써‘는 수단을 나타내는말이라서 ‘판사로서 재판하고 판결로써 결론을 낸다‘와 같이써야 맞다. 그런데 ‘부모로서‘라는 말이라면 느낌이 좀 다르다. 자격이라기보다는 의무에 훨씬 가깝게 느껴진다. - P138

아침에 일어나서 시작하는 하루는 어제의 내가 패스한 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비몽사몽 패스받은 시간을 몰고 나가 이리저리 뛰다 보면, 어느덧 내일의 나에게 시간을 패스해야 할 밤이 찾아온다. 시간을 잘 패스해 보내는 것이밤에 할 일이라면, 엉뚱한 곳에 질러놓았을 때 내일의 내가 고생하겠다. 그렇게 자주 후회하고 가끔 기대하며 밤과 아침 사이 패스가 연속되는 삶을 살아간다. - P141

내 생활이 밝을 때는 다른 이의 어둠이 잘 눈에 띄지 않는다. 밝음에 익은 눈에는 어둠은 그냥 컴컴하게만 보인다. 어둠 - P162

속에 있는 많은 사물은 같이 어둠 속에 몸을 담가야 비로소제 모습을 드러낸다. 어두운 길에 천천히 적응하며 한참 걷고 나면 알게 된다. 어둠은 솔직함과 통한다는 것을, 어둠 속에서는 시각 외에 다른 모든 감각이 더 예민해지며, 사람의 마음도 마찬가지로 어둠 속에서 더 열린다는 것을. - P163

살면서 맺는 관계도 가만히 보면 숨은 그림이나 다른 그림을 찾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엔 눈에 잘 띄지않지만 계속 들여다보면 문득 드러나는 숨은 그림처럼, 어떤이와 오랜 시간을 보내다 보면 발견하게 되는 그림이 있다. 이런 성격이 있었는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미처 몰랐던. 잘 살피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었을, 당신에게 숨은 여러 모습의 그림들. 나는 그것들을 얼마나 찾아냈을까, 또 아직 남은 그림들은 얼마나 될까? 어쩌면 나는 내 안에 감춰진 숨은그림조차 못 찾고 있는 건 아닐까?
지금 내가 그리고 있는 그림은, 옛날에 생각했던 그림과 무엇이 다른지 살펴보는 일 역시 나 자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 - P176

대학 때 받은 교양 미술 수업 생각이 났다. 담당 강사가 두장의 슬라이드 그림을 보여주었다. 먼저 르누아르의 <무도회>그림. "매일 같이 열리는 이런 무도회. 옷이 참 화려하죠? 혹시 이런 옷들은 매일 누가 세탁하는지 생각해 봤나요?" 그다음 슬라이드, 도미에의 <세탁부>가 나타났다. 강가에서 빨래를 마친 후 아이의 손을 잡고 돌아가는 어머니의 고단한 모습이 무채색으로 투박하게 그려져 있었다. 무도회의 화려한옷은 아마 저 커다란 빨래 꾸러미 안에 있겠다. 동시대의 두화가는 색채만큼이나 서로 다른 세상을 보고 있었다.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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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Dog's Purpose: A Novel for Humans (Mass Market Paperback) - 영화 '베일리 어게인' 원작 소설
W. 브루스 카메론 / Forge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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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번의 다른 생을 살았으나 Ethan이라는 소년과 함께 한 생을 가장 사랑하여 다음 생에서도 마침내 그를 찾아낸 Bailey이자 Buddy. 그렇지만 그 Dog의 Purpose가 그 소년의 행복이어야 하나? 오롯이 Dog 자신의 행복이면 안되는 것인가? 개의 관점으로 포장한 인간의 관점인 것 같아 불만. (내 영어 실력에 대한 불만 포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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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4-04-14 14: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영화로 만들어진 거 아시죠? 저는 재밌게 봤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하아. 암튼 그렇게 싫은 느낌이 없는 것 보면 중간은 하는 영화였던 것 같아요. 책을 읽으셨다면 영화도 보시길.^^

햇살과함께 2024-04-14 16:53   좋아요 0 | URL
네 영화 두편 있죠~ 저희 아이들도 둘 다 좋아하던 책과 영화에요. 아무래도 제 짧은 영어실력의 문제인 듯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