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말은 비참의 언어다. - P277

모든 굴욕들과 모든 비운들의 맨끝에는, 반항하고 행복한 현실들과 지배 권력들의 전체에 대해 투쟁에 들어가기를 결심하는 최후의 비참이 있다. 이 무서운 싸움에서, 어떤 - P280

때는 교활하고, 또 어떤 때는 격렬하고, 동시에 병적이고 가혹한 비참은 악덕에 의해 짓궂은 짓들로, 그리고 범죄에 의해결정적인 타격들로 사회질서를 공격한다. 이러한 투쟁의 필요를 위해 비참은 하나의 전투어를 발명했는데 그것이 곧 곁말이다. - P281

풍습과 사상 들의 역사가는 사건들의 역사가에 못지않은 엄숙한 사명을 띠고 있다. 사건들의 역사가는 문명의 표면을, 왕위 싸움, 군주의 출생, 제왕의 결혼, 전쟁, 집회, 국가의 위인, 백일하의 혁명 등 모든 외부의 것을 가지고 있고, 풍습과 사상 들의 역사가는 내면, 밑바닥, 일하고 고생하고 기다리는 민중, 짓눌린 여성, 고통 받는 어린이, 인간 대 인간의 은연한 투쟁, 은근한 잔인성, 편견, 공공연한 부정, 법률에 대한 지하의 반격, 영혼의 은밀한 진화, 군중의 눈에 띄지 않는 몸부림, 굶주림, 헐벗음, 가난뱅이, 낙오자, 고아, 불행자, 파렴치한, 암흑 속에 헤매는 모든 생령을 가지고 있다. - P282

인생을 자세히 보라. 인생은 도처에 형벌을 느끼도록 그렇게 만들어져 있다.
그대는 이른바 행복한 사람인가? 그런데, 그대는 매일 슬프다. 날마다 그날의 큰 슬픔이 있고, 또는 작은 걱정이 있다. - P285

인간의 참다운 구분은 이렇다. 즉 밝은 사람들과 어두운 사람들, 어두운 사람들의 수효를 줄이고 밝은 사람들의 수효를 불리는 것, 이것이야말로 목적이다. 우리가 교육이다! 학문이다! 하고 외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글을 배우는 것, 그것은 불을 켜는 것이다. 배우는 한마디 한마디는 빛을 던진다.
그런데 빛을 말하는 자는 반드시 기쁨을 말하지는 않는다. 사람은 빛 속에서 괴로워한다. 지나치면 탄다. 불길은 날개의 적이다. 날기를 그치지 않고 타는 것, 그것이야말로 천재의 기적이다.
알 때도 사랑할 때도 그대는 괴로워한다. 빛은 눈물 속에서 태어난다. 밝은 사람들은 설령 그것이 어두운 사람들 위에 지나지 않는다 할지라도 눈물을 흘린다. - P286

정열이 행복하고 순수할 때 사람을 완전한 상태로 이끌어간다고 믿는 것은 잘못이다. 앞서 확인했듯이, 그것은 사람을단지 망각의 상태로 이끌어 갈 뿐이다. 그러한 처지에 있을 때 사람은 악하기를 잊어버리지만, 또한 선하기도 잊어버린다. 감사도 의무도 귀찮고, 중요한 추억도 스러져 버린다. -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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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아침(이라고 하기엔 오전인가?) 독서는 시 읽기부터~
오늘은 나의 사랑 한용운님 시로~
12월에는 윤동주의 시가 6편으로 제일 많다. 그 다음 백석 시 3편. 1,2월도 마찬가지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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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시간을, 인생을 허비하고 있다고 부모님들은 말했는데, 그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내년이면 고등학교 졸업반이 될 터였기 때문에, 벌써 우리는, 우리가 별 볼일 없음의 정점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자각하고 있었다. 그 여름은, 우리가 아직 용돈을 받고 일자리를 얻지 않아도 될 만큼 어릴 수 있는 마지막 여름이었다. - P170

그녀는 언젠가 내게,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했다. 어떻게 마음을 다독이며, 매일 그런 슬픔 곁에서 지낼 수 있느냐고, "당신은 그것 때문에 우울해지지 않아?" 그녀가 언젠가 내게 물었다.
"아뇨." 나는 말했다. "오히려 반대예요. 그건 나를 행복하게 하지요."
그러자 그녀는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때에도 나는, 그녀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P195

어머니와 내가 지나고 있던, 침묵으로 가득찬 그와 같은 순간들이 그 집에서 보낸 나의 전 생애였다. 내게 줄곧 어머니는 근본적으로 슬픈 여인이었다. 어머니는 여러 면에서 아버지가 자신의 삶에 남긴 부재를 채우는 방법을 발견하지 못했다. - P228

어머니가 마침내 차로 돌아왔을 때, 나는 그녀가 울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집을 향해 가고 있는데 어머니가 그냥 나를 보았다. 그리고 한숨을 쉬었다. "네가 노력해서 나아지면 좋겠어, 스티븐." 어머니는 말했다. "우리 모두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무슨 뜻인지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나는 어쨌거나 고개를 끄덕였고, 차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면서 어머니의 손을 잡고 그러겠노라고 말했다.
"나아지려고 노력할게요. 약속해요."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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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울빅에서 평생을 살며 과수원 농부가 되어 시를 쓴 울라브 하우게

자연과 노동이 깃든 마음 포근해지는 시들.

진리를 가져오지 마세요

진리를 가져오지 마세요
대양이 아니라 물을 원해요
천국이 아니라 빛을 원해요
이슬처럼 작은 것을 가져오세요
새가 호수에서 물방울을 가져오듯
바람이 소금 한 톨을 가져오듯 - P11

고양이

고양이가 앉아 있을 겁니다.
농장에
당신이 방문했을 때
고양이에게 말을 걸어보세요 이 농장에서
그 녀석이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요 - P19

야생 장미

꽃노래는 많으니
나는 가시를 노래합니다.
뿌리도 노래합니다 -
뿌리가
여윈 소녀의 손처럼
얼마나 바위를 열심히
붙잡고 있는지요 - P25

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

눈이 내린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춤추며 내리는 눈송이에
서투른 창이라도 겨눌 것인가
아니면 어린 나무를 감싸 안고
내가 눈을 맞을 것인가

저녁 정원을
막대를 들고 다닌다
도우려고.
그저
막대로 두드려주거나
가지 끝을 당겨준다.
사과나무가 휘어졌다가 돌아와 설 때는
온몸에 눈을 맞는다

얼마나 당당한가 어린 나무들은
바람 아니면
어디에도 굽힌 적이 없다 -
바람과의 어울림도
짜릿한 놀이일 뿐이다
열매를 맺어 본 나무들은
한 아름 눈을 안고 있다
안고 있다는 생각도 없이. - P43

그들이 법을 만든다

그들이 국회에 앉아 있다
플라톤도 읽지 않은 그들이. - P63

비 오는 날 늙은 참나무 아래 멈춰서다

오직 비 때문에
길가
늙은 참나무 아래
멈춰선 건 아닙니다, 넓은 모자
아래 있으면 안심이 되죠
나무와 나의 오랜 우정으로 거기에
조용히 서있던 거지요 나뭇잎에 떨어지는
비를 들으며 날이 어찌 될지
내다보며
기다리며 이해하며.
이 세계도 늙었다고 나무와 나는 생각해요
함께 나이 들어가는 거죠.
오늘 나는 비를 좀 맞았죠
잎들이 우수수 졌거든요
공기에서 세월 냄새가 나네요
내 머리카락에서도.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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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 밖에서는 얘기라곤 나눠본 적이 없었지만, 나는 그와 함께 있다는 사실로 인해 이미 핏속부터 편안하고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아버지의 친구분들, 농담을 주고받기 쉬운 나이 많은 남자들, 젊고 매력적인 여자를 앞에 두고 부끄러워하는 모습 때문에 무해한 존재가 되는 그런 남자들과 있을 때 느껴지는 따스함이었다. - P91

"자만심은 물리학자에게 있어 가장 큰 방해 요인이지요." 그는 스토브에서 주전자를 들어 도자기 포트에 뜨거운 물을 옮겨 부으며 말했다. "뭔가를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발견의 기회를 없애버리게 되니까요." - P92

모든 물리학자에게, 자기를 넘어서는 수준의 사고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때가 와요, 자기가 절대 이해하지 못할 수준, 하고 그는 말했다. 가장 위대한 물리학자들도, 보어조차도, 그 지점에 도달했지요, 하고 그는 말했다. "음악과 같아요. 재능과 연습은 음악가를 멀리 나아가게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지요." - P94

가이것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느낌과는 아주 다른 감정이다. 나는 내가 그를 사랑하는지 확신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가 잠든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가 남은 생을 그와 함께 보낼 수 있으리란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그와 함께 가정을 일구고 그의 곁에서 늙어갈 수 있었다. 그와 함께라면 그런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리란 것을, 불행하지 않을 수 있으리란 것을, 나는 알았다. - P99

나의 행동이 배신임을 아는 것은 나 자신의 마음, 어쩌면 나 자신의 가슴뿐이었다. - P100

그가 그 순간, 내가 나 자신을 이해하는 것보다 나를 더 잘 이해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 P120

차 안의 침묵 속에서 나는 거리감을, 몇 년에 걸쳐, 서서히, 우리집의 어둠 속에서 우리 사이에 자라고 있던 거리감을 느낄수 있었다. 그날 밤, 나는 뜰로 나가 통곡했다. 나는, 지금도, 콜린이 내 통곡 소리를 들었는지 알지 못한다. - P124

그것은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만큼 쉽게 파괴도 시킬 수 있는 나의 일부다. 그것은 닫힌 문 뒤에 있을 때, 어두운 침실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고 제일 편안하다고 느끼는, 유일한 진실은 우리가 서로 숨기는 비밀에 있다고 믿는 나의 일부다. - P125

죄의식은 우리가 우리의 연인들에게 이런 비밀들을, 이런 진실들을 말하는 이유다. 이것은 결국 이기적인 행동이며, 그 이면에는 우리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진실을 밝히는 것이 어떻게든 일말의 죄의식을 덜어줄 수 있으리라는 추정이 숨어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죄의식은 자초하여 입는 모든 상처들이 그러하듯 언제까지나 영원하며, 행동 그 자체만큼 생생해진다. 그것을 밝히는 행위로 인해, 그것은 다만 모든 이들의 상처가 될 뿐이다. 하여 나는 그에게 말하지 않았다.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 그 역시 내게 그러했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 P126

정오 무렵, 형이 나를 밖으로 불러냈다. "이제 네 거야. 지금껏 나를 참아준 보답이다." - P153

그는 말했다—그것은 이후 좀체 내 마음을 떠날줄 모르는 말이다 그는 말했다. "얘야, 이 일은 너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란다."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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