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랑

언제나 생산자 쪽이 움직여야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여겨왔는데, 생산자들은 대개 치열한 경쟁 상황에 있어 원래 하던 방식을 내려놓는 데 거부감이 큰것 같다. 소비자의 선택이 모이면 더 큰 영향력이 있을수 있겠다는 생각을 위의 경험으로 하게 되었다. ‘사은품 선택하지 않음‘에 함께 체크하고, 이미 소장한 책의리커버는 눈으로만 즐기고 패스하는 분들이 늘고 있어반갑다. 독서가와 장서가가 갈리는 지점이 분명하다. 좋아하는 책의 모든 판본을 모으는 장서가 분들께는 요새의 흐름이 죄송스러울 뿐이다. - P24

여행 겸 강연을 위해 방문한 곳이었던 구미의 책방 ‘책봄‘이 특별히 기억에 남아 있다. 그날따라 독자 분들과의 대화가 유난히 물 흐르듯이 편안했고, 마지막으로 가져오신 책들에 서명을 하는 동안 보통은 자신의 책에 사인을 받으면 자리를 뜨시기 마련인 독자 분들이 모두 남아 계셨다. 왜 남아 계시나, 뒤에 다른 행사가 있나싶었는데 내가 떠날 때 다 같이 환송해주시기 위해서였다! 그런 환송을 받아본 적은 처음이었다. 사실 화장실에 들르고 싶었지만 극히 다정한 환송이라 감격하여 그대로 나왔다. 독립 출판물도 출판하시고, 친환경 마켓도여시고, 장기적인 테마의 독서 모임도 꾸리시고 여러모로 탁월한 공간이라 서점이 공동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덕분에 명확히 인식하게 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갔 - P60

던 대구의 ‘책방 이층‘에서의 기억도 뜻깊은데, 대화의흐름이 좋았던 공간은 오래 마음에 남는 듯하다. 가을저녁에 들렀던 청주의 ‘휘게 문고‘도 환하게 머릿속에남아 있고, 풍성한 시집 코너가 최고인 경주의 ‘어서어서‘도 인상 깊었다. 속초의 문우당서림과 동아서점도 여러 번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속초에 관한 책들을 속초의 서점에서 만나는 경험은 완전히 달랐다. 수원의 ‘탐조책방‘은 탐조인이라면 꼭 한번 가보실 만한다. 방문한서점마다 핀을 꽂아 전국 지도를 가득 채우고 싶어진다. - P61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마침 《인문360>의 <이달의 인문 쟁점 - 질문과 답변> 코너의 질문 쪽을 쓰게되어, 나오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책들에 대해 질문해보았다. 답은 표정훈 선생님이 해주셨는데 헌법 관련 조항에서부터 국내외의 사례를 망라하며 함께 고민해주셨다. 이 주제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시면 좋을 글이다. 결론은 "시민들의 건전한 판단력"과 "문화 자정 능력"을신뢰하며 "안전한 통제"보다는 "위험한 자유"를 택하자는 것이어서 알고 있었던 답이었지만 신중한 문장들을읽으며 마음은 다소 편안해졌다.
시민사회가 지금보다 성숙한다면, 끔찍한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 앞으로도 범죄에 닿은 책들이 나오기야 하겠지만 시민들의 외면을 철저히 받았으면 좋겠다. 그런 미래를 상상하면서 삼키기 어려운 괴로움을 소화해내고 싶다. - P78

김동신

우리에게 익숙한 책의 형태, 종이 여러 장을 겹쳐서 한쪽 변을 묶고 표지로 감싸는 코덱스(Codex) 형식은 역사상책이 취했던 여러 형태 가운데 한 가지이지만 다른 경쟁자들을 제치고 지금까지 살아남아 책의 대명사가 되었다. 오랜 세월 사람 가까이에 자리했기 때문일까. 책의 세부를 일컫는 명칭을 살펴보면 신체 부위를 뜻하는 말에서 가져온것이 많다. 책머리, 머리띠, 책배, 책발………… 앞표지는 자주 ‘책의 얼굴‘로 비유되며, 표지 종이를 판형 폭보다 길게 내어 안쪽으로 접어 넣은 부분은 ‘날개‘라고 부른다. 디자인 저술가 엘런 럽튼(Ellen Lupton)은 「책의 몸」이라는 글에서 책과 타이포그래피 관련 용어에 몸과 관련된 것이 많은 것은 글쓰기가 신체의 확장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눈이 볼 수 없는 영역을 카메라를 통해 보고 발로 갈 수 없는 거 - P110

리를 자동차로 쉽게 도달하듯이 글은 생각을 그 소유자로부터 시간적·공간적으로 분리해 스스로 존재할 수 있도록해준다. 글이 생각의 몸이라면 책은 글의 몸이다.
신체와 관련된 책의 세부 명칭 가운데 가장 절묘하다고생각하는 것은 책등이다. 등에는 인체를 지탱하는 기둥인 척추가 있기 때문이다. 코덱스의 구조적 정수가 종이를 엮었다는 점인 만큼 엮인 부분들이 모여 만들어진 면을 등이라고 일컫는 것이 퍽 적절하게 들린다. 영어권에서는 직접적으로 spine이라고 부르는데, 실제로 노출 바인딩으로 제작한 책에서 표지를 입히지 않은 책등을 보면 종이 묶음을실로 엮은 모습이 뼈마디와 닮아 보이기도 한다. - P111

로고를 미워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것은 통제할 수 없는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디자인의 실행은 내가 만든 형태, 내가 고른 색깔, 내가 선택한 글자가 내가 세운 질서에 따라비어 있던 지면을 채우면서 존재하지 않았던 하나의 이미지를 있도록 하는 과정이기도 하고, 이 순간 느껴지는 감정가운데 모종의 전능감이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로고는 디자이너의 개입 이전에 이 책에 태생적으로 주어져 있는 것이다. 내가 만들지도 선택하지도 않은 이 조그만 아이콘은 디자이너의 얄팍한 뿌듯함에 쉽게 균열을 냈다. 로고가 표지 안으로 들어오면 요소들 사이에 흐르던 긴장감이 맥없이 풀리면서 아까까지는 썩 괜찮았던 표지가순식간에 진부하게 바뀌어버리는 것만 같았다. 그렇다고넣지 않을 수는 없었다. 자본이 자신에 기반하여 만들어진사물에 지울 수 없는 인을 찍어 넣는 것이 로고의 본질이니까. 이 위력에 반항해보겠다며 이런저런 시도를 했던 몇 년이 있었다. - P119

책이라는 사물의 차원에서는 작가와 출판 노동자의 관계에서 비슷한 구도가 반복된다. 물론 최근 여성 작가의약진이 눈부시긴 하지만 여전히 저명한 저자의 다수는 남성이고 그와 소통하며 책을 만드는 편집자 역할은 여성이맡는 경우가 많다. 편집자들은 종종 원고 내용이나 제작에관한 업무적 소통을 넘어 저자가 글쓰기를 잘할 수 있도록심리적·생활적 돌봄에 가까운 일까지 떠맡기도 한다. 드물지만 편집자가 작가가 써낸 글을 책이 될 만한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 거의 새로 쓰는 것에 가까운 작업을 하는 경우도있다(물론 이런 경우에도 책은 저자의 이름으로 나온다). 백번 양보해서 창작이라는 정신적 노동의 특성 때문에 공과 사의 영역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여기에 고정된 성역할에서 비롯한 압력, 즉 ‘천사‘의 속삭임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 P143

디자이너가 늘 수동적인 약자 혹은 피해자라고 보는 것도 타당하지 않을 것이다. 어제까지의 관계가 내일은 달라질 가능성이 완전히 닫혀 있는 것만은 아니고, 때로는구조에 기꺼이 순응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다. 사실진정한 천사는 후자에 가깝다. 누구의 강요도 아닌 그렇게해야 내 마음이 편하다는 내면의 소리. 눈에 띄지 않기를원하는 마음. 큰 목소리로 무언가를 말할 때 느껴지는 수치심과 죄책감. 이것의 어디까지가 타고난 성격이고 어디부터가 권력이 내재화된 결과일까.
버지니아 울프는 그래서 천사와의 싸움에서 어떻게 했을까. 목을 졸랐다고 한다. 끊임없이 속삭이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그 목을. 아마 그래봐야 천사는 다음날 또 살아날 테지만 그때는 다시 목을 조르고, 또 썼을 것이다. - P148

신연선

책의 민망하리만치 소소한 판매부수를 보면 알 수 있다. 언젠가 책에 별달리 관심 없는 친구에게 "책이 한 권 나오면 몇 권이나 팔릴 것 같은지" 물은 적이 있다("참고로 인구가 5천만이라는 점을 기억해봐......"). 친구는 잠시 고민한 뒤 답했다. "한...... 10만 권?" 약간 서러워지는 얘기였다. 그러니 출판계에 있는 친구들과 "이거 어차피 다만든 사람이 사고, 쓴 사람이 사고, 산 사람이 만들고, 쓰는 거 아니냐고!"라면서 자주 눈물 섞인 웃음을 짓는 것이다. - P185

"우리는 필요 이상으로 친절을 베풀어야만 합니다. 특별히 이 말, 이 개념을 좋아하는 까닭은, 인간으로서 우리가 지니고 살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일깨워 주기 때문입니다. 여유가 있어서 친절을 베푸는 게 아니라, 친절을 선택한다는 말입니다."
RJ 팔라시오 <아름다운 아이>

일터에서 친절은 가치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분명한업무 능력의 문제이기도 하다. 내가 일터에서 여러번 자리를 바꾸어가며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도 변함없이 반갑게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것은, 그들과 불필요한 불안감이나 긴장감, 쓸데없는 에너지 소모 없이 수평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내가 나의 긍지를 위해 삼았던 친절과 다정의 태도 덕분이라고 믿는다.
나는 동료들과 친절로 호감을 나누었고, 그 호감은을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 즉 책임감으로 돌아와 사회생활의 양분이 되었다. 실제로 그렇게 일할 때 일의 결과도 좋았다. - P190

집집마다 김치 맛이 다르듯 책마다 의미가 다르다는 것도 중요하다. 같은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해도 어떤 삶의 맥락을 가진 사람이 그 이야기를 하느냐에 따라 전혀달리 읽힌다.
이에 관해 생각할 때 나는 오드리 로드의 "새로운 아이디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을 느끼는 새로운 방식이 있을 뿐"이라는 문장을 떠올린다. 이 말은 얼마나 진실인지. 예를 들어 「나의 가련한 지배자」 「작별 일기」「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는 모두 딸이 엄마를 써내려간 책이지만, ‘딸이 엄마를 써내려간‘이라는 수식어를 빼면 도무지 하나로 묶이지 않는, 제각각의 의미가 아주 남다른 책들이다.

오드리로드, 「시스터 아웃사이더 (후마니타스, 2018), 44쪽 - P220

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자기효능감‘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일을 할 능력이 있다고 믿는 마음. 타인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다는 확신.
이때 자기효능감은 많은 사람의 관심이 집중되는 유명하고 커다란 프로젝트를 해야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것 같다. 아무리 하찮게 느껴지는 일도 그 일이 필요한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고 수행한 뒤 끝내 완수하고 나면 차곡차곡 쌓이는 것이 자기효능감이다.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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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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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4-04-14 14: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귀엽네요.ㅋ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4-04-14 16:50   좋아요 0 | URL
네이트 너무 웃겨요 ㅎㅎ 가끔 가볍게 영어만화책으로 읽기^^
 

9장 암수의 다툼

원한다면 개구리에 대해 ‘성 1‘과 ‘성 2‘ 라는 등의 명칭을 제멋대로붙여서 성을 둘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동식물을 통하여 수컷을 수컷, 암컷을 암컷이라고 명명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특징은 수컷의 성세포(즉, 배우자gamete)는 암컷에 비해 매우 작고 그 수가 많다는 것이다. 이점은 동식물 어느 것을 취급할 때도 마찬가지다.
대형의 성세포를 가지고 있는 개체의 한 그룹을 편리하게 암컷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다른 그룹은 편리하게 수컷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이 그룹은소형의 성세포를 가지고 있다. 양쪽의 차이는 파충류와 조류에서 특히 뚜렷하다. 이들 동물에게는 난세포 하나가 충분히 커서 발육하는 새끼에게몇 주 동안에 걸쳐 충분한 먹이를 공급할 만하다. 알이 현미경에서 볼 수있는 크기밖에 안 되는 사람에게도 난세포는 정자보다 훨씬 크다. 나중에살펴보겠지만 다른 모든 성의 차이는 이 하나의 기본 차이에서 파생했다고해석할 수 있다. - P256

이러한 상황을 볼 때 수컷은 가치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또 ‘종의 이익이라는 단순한 입장을 취하면 수컷은 암컷보다 수가 적어질 것으로 예상할 - P258

것이다. 이론적으로 한 마리의 수컷은 암컷 100마리 정도의 하렘을 상대할수 있을 만큼의 정자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동물 집단 중에서 암컷의 수는수컷의 100배 정도가 있어도 합당하다는 것이 된다. 다른 각도에서 이것을표현하면 종에 따라 수컷은 더욱 ‘무가치적‘이고 암컷은 더욱 가치있는존재이다. 종 전체라는 관점에서 보면 위의 견해는 완전히 타당한 것이다. - P259

포유류의 경우 성은 유전적으로 다음과 같이 결정된다. 모든 난자는 암수어느 쪽으로도 발달할 수 있다. 성을 결정하는 염색체는 정자로서 수컷이 만드는 정자의 반은 딸을 만드는 X정자이고 나머지 반은 아들을 만드는 Y정자이다. 어떤 정자도 같은 외양을 하고 있다. 다만 두 정자는 하나의 염색체만을 달리하고 있을 뿐이다. 아비에게 딸만 만들게 하려는 유전자는 수컷이X정자만을 만들도록 하여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어미에게 딸만을 낳게 하려는 유전자는 어미가 정자를 선택적으로 죽이는 물질을 분비하게 하거나 아들이 될 태아를 유산하도록 하여 그 목적을 달성할 것이다.
우리가 찾는 것은 진화적으로 안정된 전략ESS 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전략이란 표현은 공격을 다루었던 장에서와 같이 단순한 비유로 생각하기바란다. 개체가 문자 그대로 아이의 성별을 선택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유전자가 한쪽 성별의 아이를 가지는 경향을 나타내도록 작용하는 것은가능하다. 그렇다면 가령 한쪽으로 기운 성비의 출현을 촉구하는 유전자가존재한다고 할 때 이 같은 유전자가 같은 성비의 출현을 촉구하는 대립 유전자보다 유전자 풀 속에서 다수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일까? - P260

그러므로 평균적인 유전자는 수많은 세대를 경과하는 사이에 경과 시간의 약 반을 수컷의 몸, 나머지 반을 암컷의 몸 속에서 지낸 셈이 된다. 유전자 효과 중에는 한쪽의 성에서만 발현되는 것이 있는데, 이를 제한적인 성유전자 효과‘라고 한다. 페니스의 길이를 지배하는 유전자는 수컷의 몸에서만 이 효과가 발현된다. 그러나 그것은 암컷의 몸에도 있으며, 거기서는전혀 다른 효과를 나타내는지도 모른다. 긴 페니스를 가진 성질이 어미로부터 유전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 P262

그러므로 적어도 배우자가 아직 어린 시기에 자식을 내버릴 경우, 아비가 자식을 버리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지만 어미가 자식을 버리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와 같이 암컷은 처음뿐만 아니라 자식의 생장의 전기간에 걸쳐서 수컷 이상의 투자를 한다고 예상된다. 예컨대 포유류의 경우 자기 체 - P263

내에서 태아를 키우는 것도 암컷이고, 태어난 자식에게 젖을 주는 것도 암컷이며, 자식의 양육과 보호의 부담을 지는 것도 암컷이다. 암컷이란 착취당하는 성이고 착취를 낳게 한 근본적인 진화적 기초는 난자가 정자보다크다는 데 있다. - P264

그러나 암컷이 그 배우자로부터 가해지는 착취의 정도를 줄이기 위해 스스로 선수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암컷에게는 강력한 수단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교미를 거부하는 것이다. 이는 크고영양이 풍부한 난자라는 지참금을 암컷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교미에 성공한 수컷은 자식을 위한 귀중한 영양 공급원을 얻는다. 교미의 암컷이라면 잠재적으로 배짱 흥정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러나 일단 교미가 끝나면 수컷에게 이미 난자가 제공됐기 때문에 암컷은 최후의수단을 써 버린 셈이 된다. 수컷에게 배짱으로 흥정한다고 말하기는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배짱을 부리는 흥정에 대응할 만한 일이 자연 선택에 의해 진화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있는 것일까? 여기서 대표적인 두 가지의 가능성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그 하나는 가정의 행복을 우선으로 하는 수컷을 선택하는 전략이고, 또 하나는 남성다운 수컷을 선택하는 전략이다. - P268

10장 내 등을 긁어 다오, 나는 네 등을 타고 괴롭히겠다

사회성 곤충의 한 집단은 거대한 가족이고 모든 개체는 같은 어미에서유래하는 것이 보통이다. 일벌레는 스스로 번식을 하는 일이 거의 또는 전혀 없고, 종종 몇 개의 분명한 계급으로 구별된다. 이들에게는 예컨대 작은일벌레, 큰 일벌레, 병정 그리고 꿀단지개미 같은 고도로 특수화된 계급이있다. 번식 능력을 나타내는 암놈을 여왕이라고 부른다. 번식 능력이 있는수놈을 수벌(수개미) 또는 왕벌(왕개미)이라고 부른다. 고도로 발달된 사회적인종에서의 번식 개체는 자식 생산 이외의 일은 전혀 하지 않는다. 먹이와보호는 일벌레에 의해 이루어지고 애벌레의 시중도 일벌레의 몫이다. 개미와 흰개미의 몇몇 종에서 여왕은 토실토실하게 부풀어 오른 거대한 알 공장이 된다. 몸의 크기는 일개미의 수백 배에 달하고 거의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이것이 곤충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이다. 여왕개미는 계속 일개미의 시중을 받는다. 일개미는 여왕의 몸을 돌보거나 먹이를 주기도 하고, 또한 여왕이 계속 출산하는 알을 공동의 보육원으로 운반하기도한다. 이 거대한 여왕이 왕실을 이동할 때에는 여왕을 그 상태 그대로 고되게 일하는 큰 무리의 일개미의 등에 업혀서 운반된다. - P304

사회성 곤충에서 개체는 애 낳는 자와 애 키우는 자의 두 주요 계급으로나뉘어져 있다. 애 낳기를 담당하는 자는 번식력이 있는 암컷과 수컷이고애 키우기를 맡는 자는 일벌레들이다. 일벌레 중에서 흰개미류의 경우는암수가 모두 불임인데 기타의 모든 사회성 곤충에서는 암놈이 불임이다. 애 낳기와 애 키우기의 어떤 형태의 개체도 자기의 일에만 전념하기 때문에 그것에 관해서는 아주 효율적으로 임한다. 그러나 도대체 누구의 입장에서 효율이 좋은 것인가? 다윈 이론에 크게 반발하는 물음은 다음과 같다. "그런 짓을 해서 일벌레에게 무슨 이익이 있는가?" - P304

다른 종의 개체와 상호 이익을 주고받는 관계를 ‘상리 공생‘ 이라고 한다. 다른 종의 개체는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지고 협력할 수가 있으므로 때로는 서로 큰 이익을 주고받을 수도 있다. 이와 같은 기본적 비대칭성은 진화적으로 안정된 상호 협력 전략을 발생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진딧물은 식물의 즙을 흡입하기에 적합한 구기를 가지고 있으나 그와 같은 흡입용의 구기는 자기 방어에는 별로 적합하지 못하다. 한편 개미는 식물의 즙을 흡입하기에는 서툴지만 싸움에는 유리하다. 따라서 진딧물을 보호하고 시중드는 유전자가 개미의 유전자 풀 속에서 유리하게 됐고, 개미와 협력을 바라는 유전자가 진딧물의 유전자 풀 속에서 유리하게 됐다는것이다. - P317

상호 이익을 가져오는 상리 공생적 관계는 동식물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예컨대 지의류는 언뜻 보면 하나의 개체 식물처럼 보이나 실제로 그것은 균류와 녹조류의 밀접한 상리 공생적 결합이다. 어느 쪽도 다른 쪽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그들의 결합이 좀더 밀접했다면 지의류가 도저히 이중생물이라고는 판별 못했을 것이다. 만일 그렇다고 하면 아직도 우리들이 알지 못한 이중 생물 또는 다중 생물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마 우리들자신까지도. - 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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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sixth-grader Nate Wright, life is one big game. So when he suits up for any sport, he does it with an unmistakable swagger. From fine-tuning his trash-talking skills on the basketball court to his cocky ‘tude in the soccer goal, Nate can be a bigger challenge to his teammates than their opponents. Enjoy Nate and his friends‘ mostly hapless sports encounters through not-always-highlight-reel moments in Big Nate: Game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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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강한 인공지능과 인간-인간 강화와 인간 잉여의 패러독스》
포스트휴머니즘과 트랜스휴머니즘

지역의 이중소외 현상
지역정당
다르게 살기
돌아가기
주민자치
주민 정체성

인공지능과 민주주의_장정일

한국의 학부모들 사이에 고등학교는 ‘알파고‘라는 썰렁한 농담도 떠돌았지만, 알파고(인공지능)의 충격은 경제·사회의 혁명적인 변혁을 예상하게 만들었고, 새삼스럽게 ‘인간‘존재에 대한 심문도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김진석의 《강한 인공지능과 인간-인간 강화와 인간 잉여의 패러독스》 (글항아리, 2019)는 후자의 문제를 깊고 폭넓게 고민한 저작으로, 이 주제의 책으로는 가장 먼저 참조할 책이다. - P33

포스트휴머니즘 논자와 트랜스휴머니즘 논자들은 인간을 세계의 중심에서 밀어내거나 로봇과 공생해야 하는 지위로 추락시키고, 다른 한편 생명공학적 개입을 통한 인간강화(human augmentation)는 니체가 말한 ‘초인‘을 실현시킬지도 모른다. - P35

철학자 김진석이 내놓은 인간 생존의 방책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인간과 기계 사이의 대립이라는 모호한 가설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 다른 하나는 인간이 새로운 환경에서 생존하고 진화하기 위해서는 인간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 "앞으로 등장할 인공지능 로봇들이 순전히 기계이기만 할 리는 없다. 뇌-컴퓨터의 연결을 추진하는 과학기술은 다름 아니라 인간과 기계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사이보그를 탄생시키려 한다."(146쪽) - P36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에서, 인공지능이란 빅데이터를 활용한 알고리즘 혹은 대량의 빅테이터를 알고리즘에 투입해서 얻는 결과를 뜻한다. 알고리즘은 국가정책과 기업활동뿐 아니라, 극히 전문화되어 있는법조계와 의학계에서도 이미 활용하고 있다. 그런 뜻에서 우리는 이미인공지능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를 실감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에 덧입혀진 사이보그나 안드로이드와 같은 의인화의 외양을 벗겨내야 한다. - P37

인공지능은 기업과 권력을 가진 엘리트의 도구이지 인류를 멸망시키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
마크 코켈버그도 두 사람의 의견에 동의한다. "세상에는 우리를 억압하는 ‘인공지능‘ 같은 것은 없다. 인공지능을 고립된 인자나 많은 구성요소로 이루어진 인공적 행위자로 생각해서도 안될 것이다. 인공지능은 항상 인간과 연결되어 있다. 인공지능이 권력에 미치는 영향은 늘인간 때문이고 인간을 통해 일어난다. 인공지능이 조금이라도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면(인간을 지배하는 권력 등), 그것은 인간을 통한 권력이자 사회를 통한 권력이다."(197쪽) - P40

인공지능, 거대기술과 자립의 삶_정형철

디지털과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이 시대의새로운 거대기술은 우리의 모든 관계망을 디지털 가상공간에 결박해버렸다. 사회적 관계망이라고 제멋대로 이름 붙여 부르는 소셜미디어 공간은 거대한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본색을 드러낸 지 오래다. 공짜 놀이터라고 착각하게 만들어 놓고 그 속에서 사용자들이 놀고 간 흔적들로막대한 이윤을 남긴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의 진짜 고객은, 보통의 사용자가 아니라 사용자의 흔적을 팔아넘길 광고주라는 사실을 정작 사용자들은 모르고 있다. 온갖 콘텐츠를 자진 헌납하면서도 그 콘텐츠가 플랫폼 업체에 무상으로 제공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이렇게모인 사용자의 소중한 데이터는 인공지능을 위한 기계학습의 빅데이터가 된다. - P47

그렇다면 왜 기술의 방향이 이러한 안락과 편의를 제공하는 데 맞춰져 있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안락과 편의가 인간의 본질적 욕망인 것처럼 간주되는 것은 소비자본주의 시스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리가사는 사회에서 안락과 편의는 이미 철저히 상품화되었다. ‘편안한 상태‘는 스스로 누리는 것이 아니라 모종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제공받아야 하는 것이다. 상품과 서비스에 극도로 의존하는 생활이 우리 삶대부분을 지배하고 있다. 자신의 노동뿐만 아니라 다른 활동도 모두 상품이나 서비스로 여기고 싶어 한다. 서비스에는 대가가 필요하다. 주는 - P48

쪽이든 받는 쪽이든 그것은 일종의 거래가 된다. 심지어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나 돌보는 행위도 서비스로 간주하거나 간주당한다. 소비사회에서 인간은 스스로 소비자로 태어났다는 환상을 갖는다. 아주 어린 나이부터 소비 주체로 길러진다. 상품과 재화, 서비스를 구매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고 스스로를 규정한다. 생존을 위한 소비가 아니라 소비를위한 생존이다. 이런 사회에서 소비하지 않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취급받는다. - P49

거대기술이 포섭하는 삶 바깥에서 자치와 자립, 공생의 삶이 회복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기술사회가 현혹하는 안락과 편의를 소비하는 삶의 방식으로부터 과감히 탈피해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은 애초에 우리의 필요와 선택에 의해 만들어진 기술이 아니다. 이러한 거대기술이야말로 인간을 잉여로 만든다는의미에서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불필요하다는 의미에서 잉여기술이다. 기술의 폭주 바깥에서 우리의 삶을 따로 돌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먼저 우리 삶이 어떤 ‘좋은 삶을 지향해야 하는지부터 생각해보아야 할것이다. 그리고 주변에서 함께할 사람들을 만나자. - P53

포스트휴먼 세계의 영성_카비르 헬민스키

일반적으로 이것은 ‘의식‘이라고 일컬어지는데, 나는 이 의식이 단순한 정신적인 경험들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가치, 질(質), 관계에 관한 것까지 포함한다는 중요한 사실을 환기하고 싶다. 바로 이것이 "생존을 위해서 필요하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삶을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드는"(C. S. 루이스) 것이다. - P55

인공지능은 점진적으로, 거의 눈에 띄지 않는 방식으로 인간을 능가할 것이고, 우리는 십중팔구 인공지능에 의해 설계된 틀에 종속될 것이다. 우리 중에서 일부는 인공지능이 지배하고 어쩌면 통제하기도 할 경제·사회에서 유의미하고 경쟁력 있는 존재로 남아 있기 위해서 어쩔 수없이 자신의 생물학적 지능을 증강해야 할지도 모른다. 포스트휴먼 세계, 즉 인간이 일을 해야 할 필요는 줄어들고 인간의 주된 사회적 기능은 소비‘가 되었을 때, 인간이 경제에서 유용한 역할을 해내기 위해서소득이 보장돼야 하고, 우리가 밥만 축내는 성가신 존재가 되어버린 세계에서 인간존엄성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 - P59

영국의 그레이엄 다우닝 박사는 인공지능 및 인간적 가치들에 대한형이상학적 무지로 인해서, 인간의 인식과 관련한 세 개의 문(門)이 영향을 받게 되었다고 말한다.
첫째는 외부 세계를 향한 문이다. 가상현실이 부상하면서 실제의 세계는 평가절하되고 있고, 인공지능에 의해서 상업적, 정치적, 이기적 속성이 강화된 만들어진 현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우리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가상현실이 우리의 내부 세계가 될 때에는 이 문은 닫혀버릴 것이다.
마지막으로, 영적 세계로 들어가는 문은 그 어느 때보다 작아질 것이다 - P62

정치 개혁은 주민자치로부터_좌담

황종규_이런 이야기를 저는 계속 했어요. 중앙정부를 상대로 ‘지방의 몫‘을 요구하는 운동은 작은 공동체나 소지역 단위에서 다시 몫을 배분해야 하는 문제가 되면 소위 거점 중심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이죠. 위로부터의 자원 배분이 아니라 일상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가는 작은 단위의자치적 실천이 지역의 지속성에 관건적 요소라는 것이지요. - P69

윤현식_선거법 얘기도 해야겠는데, 2004년 17대 국회에서 민주노동당이 10명의석을 차지했는데 그중 8명이 비례였어요. 선거제도가 바뀌었기때문에 덕을 봤던 것이죠. 그런데 그게 그때는 득인 줄 알았는데 지나고 보니 독이 된 거죠. 2007년에서 2008년이 되면서 그 비례 자리를 누가 가져가느냐를 두고 싸움이 났던 것이니까요. 일정한 민주노동당의지지율만큼 자리는 분명히 있다는 확신이 생기니까 그 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의 싸움이 돼버렸던 겁니다. 정책적 지향을 가지고 토론을 통해서 경합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앞자리 순번을 받을 것이냐의 싸움이되었다는 거예요. 저는 비례대표제가 진보정당이 이용할 수 있고 활용해야 될 수단이지만 동시에 극복하지 않으면 안되는 양날의 무기가 됐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지역과 현장뿐이라고봅니다. 바로 그래서 지역정당이 필요한 것이죠. - P71

황종규_‘특별자치‘는 한마디로 개발을 위한 것이었죠. 중앙정부가가진 개발 관련 권한을 제주도에 부여함으로써, 말하자면 분권 시범사업을 정부 주도로 추진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제주는 특별자치도가 되면서 기초자치단체를 두지 않도록 되어 있어요. 이것 자체가 반자치적인 일이지만 ‘특별한 자치‘, ‘분권‘이라는 말에 주민들이 현혹된 것이죠. ‘지방분권‘은 본질적으로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와 얼마나 나눌 것인가를 뜻하는 행정적 접근입니다. - P76

하승수_제주도가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의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고, 따라서 그것을 극복하려는 시행착오를 우리 모두 관심을 갖고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까 ‘자치주의‘라고 표현하셨는데, 그 대점에 중앙집권주의가 있다면, 지역 단위 안에서 그것은 개발주의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특별자치도를 ‘특별개발도‘로 생각하는경향이 제주도에서 있었지만, 이제 강원도와 전라북도도 특별자치도가되면서 마찬가지로……. - P78

황종규_한국사회가 당면한 거대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자꾸 어떤 큰해결책을 찾는데, 저는 그런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제가 ‘돌아서기‘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것은 당사자로서의 주민이 자신의 생활공간에서 정치의 주체가 되는 데서 출발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봅니다. 꼬리를 잡아서 머리를 흔든다는 표현을 하잖아요. 지역의 자치가 복원되지않은 상태에서 현재의 복잡한 문제들을 건드리려고 하다가는 오히려 - P90

체제의 논리에 동화될 가능성이 더 큽니다. 그래서 지역정당의 경우에도 작은 생활권의 정치를 복원하는 역할에 주력하고, 주민자치가 공식적으로 자리 잡아 자치제도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P91

황종규_우리나라 지방자치의 가장 큰 약점이 규모예요. 자치단체의 평균 인구규모가 세계에서 제일 커요. 그리고 편차도 엄청나게 큽니다.
많은 학자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일상의 문제를 스스로의 힘으로 풀어가면서 주민들이 정치적 효능감을 느끼고 삶에 대한 만족감이 높아져 - P91

서 지역에 남게 하려면 자치의 단위가 잘게 나누어져야 됩니다. 그런데우리는 이 단위가 이미 너무 큰데 메가시티다 뭐다 하면서 더 크게 만들면 행복해진다는 신화를 못 버리고 있지요. 자치는 곧 주민자치, ‘Selfrule‘이죠. 굳이 ‘주민자치‘라는 말을 쓰는 나라는 일본하고 우리뿐입니다. 이건 한국의 지방자치 현실을 말해주는 동시에, 우리가 자치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방식도 함의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치의 주체와 자치권을 가진 사람은 일치해야 하는데, 우리는 단체자치가 있고 주민자치가 있는 것처럼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정부가 해결해주고 보충적으로 주민들이 할 수 있는 것 하는 정도로 자치를 인식합니다. 이런 통념을 바꾸려면 결국 의회나 자치단체장이 최종 결정권을 갖는 구조부터 바꾸어야 해요.
유엔이 2011년부터 여러가지 행복지표를 조사해서 발표하고 있잖아요. 우리로서는 충격적인 지표가 한두 개가 아니지만 제가 눈여겨보는건 삶에 대한 선택의 자유도인데요, 거의 백몇십 위입니다. 한국인의삶이 그만큼 시장종속적이라는 것이죠. 삶의 기준이 획일화되어서 개인이든 공동체이든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갈 여지가 거의 없다는 거예요. 그러나 현재의 방식은 사회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그리고 정치적으로도 한계에 왔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결국, 내 삶의 경로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기 위해서 정치를 재구성해야 하는 것이고, 그리고 일상의 정치를 활성화하는 데서 출발해보자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재미를 느끼고 행복을 느끼는 지점을 다양하고 풍부하게 만들어보자. 한나 아렌트가 정치야말로 인간 실존의 본질이라고 그랬잖아요.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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