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 비용 데버라 리비 자전적 에세이 3부작
데버라 리비 지음, 이예원 옮김, 백수린 후기 / 플레이타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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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만 160페이지 정도이지만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곱씹게 된다. 자꾸 줄치게 된다. 자유를 누리기 위해 대가를 지불하며 새로운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작가의 이야기. 백수린 작가의 후기도 좋다. 3부작 중 1부도 읽어봐야겠다.

쨍한 노란색 겉표지와 선명한 초록색 속표지, 톤다운된 초록글씨, 책 만듬새도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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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슨 웰스가 일러 주었듯 해피 엔딩인지 아닌지는 어디서 이야기를 끊느냐에 달려 있다. - P8

남자가 말했다. "원래 말이 많은 편인가 봐요?"
여자는 돌길 중앙의 광장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시가와 축구 셔츠를 팔고 있는 두 10대 소년에게 눈을 돌리고는 손가락으로 머리칼 끝을 빗질하며 이 말을 곱씹었다. 남자는 여자보다 어지간히 나이가 많았고, 그런 그에게 이 세상이 남자인 그뿐 아니라 여자인 그의 세상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온전히 전달하기란 만만찮은 일이었다. 합석을 제안함으로써 남자는 모험을 감수한 셈이었다. 어쨌거나 여자란 여자 딴의 삶과 성욕을 장착하고 오기 마련이니까. 남자는 미처 깨닫지 못한 거다. 여자가 스스로를 조연으로 치부해 가면서까지 남자인 그를 주연으로 간주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 P9

원래 말이 많은 편인가 봐요?
느끼는 대로 삶을 말하고 표현하는 것도 하나의 자유이지만 우리는 대개 이 자유를 택하려 들지 않는다. 그러나 그날 내가 엿본 여자의 내면은 하고 싶은 말들, 다른 사람은 물론이고 자기 자신에게도 불가사의하게 다가오는 말들로 살아 생동하고 있었다. - P12

처음엔 배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으려나 싶었는데, 곧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음을 깨달았다. 혼돈은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대상인 양 포장되지만 난 차츰, 실은 우리가 가장 간절히 원하는 것이야말로 혼돈이라고 믿게 됐다. - P14

삶은 허물리고 무너진다. 우리는 와해되는 삶을 지키려 뭐든 손 닿는 대로 부여잡는다. 그러다 깨닫는다. 그 삶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없음을. - P14

이 남자는 행사 자리에서 만난 여자들 이름을 십중팔구 잊는 편이어서 어쩜 저럴 수 있을까 의아할 정도였다. 그래서 늘 이름 대신 누구누구의 와이프 또는 여자 친구라고 칭했다. 마치 그 여자들에 대해선 누구의 배우자 또는 동반자인지 아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듯이 말이다.
우리에게 이름이 없다면 우리는 과연 누구인 걸까? - P18

보트로 헤엄쳐 돌아가지 않은 것이야말로 내 평생 가장 잘한 일이었다. 한데 그 대신 어디로 가야 좋단 말인가? - P20

남자와 아이의 안위와 행복을 우선 순위로 두어 오던 가정집이라는 동화의 벽지를 뜯어낸다는 건 그 뒤에 고마움도 사랑도 받지 못한 채 무시되거나 방치되어 있던 기진한 여자를 찾는다는 의미다. 모두가 즐거이 누리는 가정, 순조롭게 기능하는 가정을 짓는 일은 수완과 시간과 헌신과 공감 능력을 요한다. 다른 이들의 안녕을 건설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넉넉한 인심에서 비롯하는 행위다. - P21

그리 손수 짓고 꾸린 가정집에서 정작 스스로는 겉도는 느낌과 대면하는 순간, 사회와 그 여성 불평분자들이라는 한층 큰 차원의 이야기가 촉발된다. 그간 희망과 자부심과 행복감과 다른 여러 모순되는 감정과 분노 가운데 본인이 연기해 온 - 성립시켜 온-사회적 이야기에 아주 무릎 꿇지 않는 한, 그는 이야기 자체를 바꿔 놓을 것이다. - P22

자유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 자유를 쟁취하고자 분투한 사람치고 그에 수반하는 비용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 P26

불확실하던 그 시절, 내가 불확실에 내재된 불안을,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음에서 오는 불안감을 감당할 수있게 해 준 얼마 안 되는 활동 중 하나가 글쓰기였다. - P41

소설을 쓰려면 수백 시간을 가만히 앉아서 보내야 한다. 장거리 비행을 하듯. 단 최종 목적지가 어딘지는 알 수 없고 그저 대략적인 경로 정도만 잡힌 장거리 비행인 셈이다. - P46

자기가 쓴 책들에 대해, 그리고 아파서 집에 있는 자기 와이프(이름은 없었다)에 대해 한참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내겐 질문 하나 하지 않았고 심지어 이름조차 묻지 않았다. - P62

나와 같이 산책하던 남자 동료가 여자들 이름을 좀처럼 기억하는 적이 없는 사실에 내가 느낀 반발감을 납득하는 데 도움이 됐다. 이는 내 가장 친한 남자 친구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로(이 친구는 ‘푸른 수염‘이란 별명마저 붙었다), 이혼하기 전까지는 와이프들 이름을 절대 언급하는 법이 없었다. - P63

그럼에도 남자들이 쓰고 여자들이 연기해 온 이 여성성이 21세기 초입을 여전히 기웃거리는 기진한 유령이라는 점만은 명백했다. - P77

시몬 드 보부아르는 사랑 없는 삶이 시간 낭비임을 알았다. 사르트르를 향한 그의 꾸준한 사랑은 호텔에서 생활할 것, 사르트르와 가정을 꾸리지 않을 것, 이 두 가지를 전제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은데, 1950년대만 해도 이런 선택은 지극히, 어쩌면 보부아르 본인이 자각한 것보다도 훨씬 더 급진적이었다. - P85

아버지가 세계에 나아가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할 때, 우리는 그게 아버지가 응당 해야 할 몫이라며 용인한다. 어머니가 세계에 나아가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할 때는 어머니가 우리를 버렸다고 느낀다. 이리도 모순되고 사회의 가장 강력한 독기를 머금은 잉크로 쓴 메시지를 어머니가 용케 건져 내는 게 가히 기적이다. 그러니 이성을 잃지 않을 수가 있나. - P106

장례식에서 울었던 남자가, 오랜 세월을 함께한 연인이 세상을 떠났을 때 자기도 한동안 방향 감각을 잃고 지냈다고 말해 줬다. - P123

내게 헤엄치는 법과 노 젓는 법을 가르쳐 주셔서 고맙습니다. 냉장고가 비지 않도록 타이핑 일을 손에서 놓지않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나로 말하자면, 이 세상에서 해야 할 일들이 있고 계속 그 일들을 해 나가면서 어머니보다도 더 가차 없이 살아야 합니다. - P157

이런 것이 여자를 위해 마련된, 그가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 손에 쥘 수 있는 가부장제의 왕관에 박힌 보석들이다. 눈물지을 순간이 넘치는 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아무런 가치도 없는 그 보석들에 손을 뻗느니 검고 푸르스름한 어둠을 두 발로 통과해 지나는 편이 낫다. - P161

당신이 지금 읽고 있는 이 글은 삶의 비용으로 만든 글이며 디지털 잉크로 만들어졌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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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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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이야기로 시작. 눈과 촛불의 이미지. 간접적이고 몽환적인 전개 방식과 시적 문장으로 제주 4.3의 비극을 말한다. 모든 비극은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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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 삼만 명의 사람들이 이 섬에서 살해되고, 이듬해 여름 육지에서 이십만 명이 살해된 건 우연의 연속이 아니야. 이 섬에 사는 삼십만 명을 다 죽여서라도 공산화를 막으라는 미군정의 명령이 있었고, 그걸 실현할 의지와 원한이 장전된 이북 출신 극우청년단원들이 이 주간의 훈련을 마친 뒤 경찰복과 군복을 입고 섬으로 들어왔고, 해안이 봉쇄되었고, 언론이 통제되었고, 갓난아기의 머리에 총을 겨누는 광기가 허락되었고 오히려 포상되었고, 그렇게 죽은 열 살 미만 아이들이 천오백 명이었고, 그 전례에 피가 마르기 전에 전쟁이 터졌고, 이 섬에서 했던 그대로 모든 도시와 마을에서 추려낸 이십만 명이 트럭으로 운반되었고, 수용되고 총살돼 암매장되었고, 누구도 유해를 수습하는 게 허락되지 않았어. 전쟁은 끝난 게 아니라 휴전된 것뿐이었으니까. 휴전선 너머에 여전히 적이 있었으니까. 낙인찍힌 유족들도, 입을 떼는 순간 적의 편으로 낙인찍힐 다른 모든 사람들도 침묵했으니까. - 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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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독립서점 3탄

만춘서점

네이버에 제주 서점 검색하면 1순위로 나오는 핫플!

건물이 2개 였는데, 이날 아침 일찍 한라산 다녀오고 너무 피곤해서 작은 건물만 들어가서 제대로 구경도 못하고 급하게 책만 구매..

풀무질 사장님이 주신 오름맵의 미니가이드북이 있어서 사고,, 다음날 오름 투어에 참고~

4탄, 5탄도 해보려 했으나, 독립서점 월, 화가 정기휴일인 곳도 많고 추석명절 임시휴일인 곳도 많아서 전화 몇군데 하다가 포기! 책방 투어는 여기까지..

한라산 구경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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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9-23 18: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햇살님 멋집니다! 제주 하늘은 서울보다 더 푸릇 ^^

햇살과함께 2021-09-23 18:31   좋아요 2 | URL
날씨가 도와줘서 잘 다녀왔어요~

새파랑 2021-09-23 18: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예술이네요. 제대로 된 독서 여행이네요. 부럽네요^^

햇살과함께 2021-09-23 18:32   좋아요 3 | URL
저도 한라산은 처음 갔는데, 막 찍어도 예술인 날씨와 풍경이었어요^^

mini74 2021-09-23 18: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라산도 책도 멋져요 *^^*

햇살과함께 2021-09-23 18:5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미니님^^ 이제 저만 열심히 읽으면 됩니다^^

cyrus 2021-09-23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주 책방 투어에다가 자연 경관까지 구경하려면 최소 한 달은 여행해야겠어요. 여행이라기보다는 ‘살아보기’에 더 가깝군요. 제주에 오래 살아본 분들이 왜 제주를 그토록 가보라고 하는지 사진을 보니 알겠어요. ^^

햇살과함께 2021-09-23 21:05   좋아요 1 | URL
제주 한달 살기, 저의 은퇴후 버킷리스트 입니다^^

대장정 2021-09-26 23: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영실쪽에서 오르신거 같네요 윗세오름 다녀오셨군요. 두번째 사진이 오백나한이죠. 날씨가 아주 좋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너무 좋죠 👍 👍 한라산 가족들과 두번, 혼자서 몇번 갔습니다. 관음사나 성판악으로도 다녀오세요.

햇살과함께 2021-09-26 23:34   좋아요 3 | URL
대장정님 한라산 전문가시네요!! 처음이라 말씀하신 대로 가장 초급 영실코스로 다녀왔어요~ 너무 좋아서 다른 코스도 다음에 가보려고요^^

대장정 2021-09-26 23:37   좋아요 2 | URL
ㅎㅎ 전문가는요 무슨. 과찬이십니다. 쬐끔 아는 수준이죠. 한라산은 어디서 오르든 정말 멋진 산입니다. 한라에서 백두까지~~언젠가는 대장정에 나서봐야 하는데요. 그런날이 우리 생에 오길 간절히 바랍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