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테레사
존 차 지음, 문형렬 옮김 / 문학세계사 / 201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이너 필링스‘를 통해 알게 된 차학경, 테레사 차의 비극적인 죽음과 재판, 그를 둘러싼 가족의 이야기. 테레사의 오빠 존 차 작가가 쓴 동생 테레사를 온전하게 보내기 위한, 지극한 애정과 애도가 담긴 책이다. 천재 예술가의 비극적인 죽음을 애도하며. 그녀의 ‘딕테‘를 읽어보고 싶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곡 2022-11-18 0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명복을 빕니다...

햇살과함께 2022-11-18 17:47   좋아요 1 | URL
너무 안타까운 죽음이에요…
 

"이게 다 무슨 소리죠?"
윌리엄스 양이 힐난조로 다그쳤다.
"사람들은 마음의 눈으로 모든 것을 본다는 걸 알려 드리기 위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 P3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정 교사를 빠뜨리셨군요."
"아, 그렇군요. 가정 교사란 정말 불쌍한 사람들이에요.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으니까. 잘은 아니지만 희미하게는 기억이 납니다. 평범한 중년 여자였지만 꽤 유능한 교사였죠. 심리학자라면 그녀가 크레일에게 삐뚤어진 연정을 품어서 그를 살해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군요. 억눌렸던 노처녀의 히스테리 때문에요! 하지만 그건 아닐 겁니다. 아니에요, 희미하긴 하지만 제가 기억하는 바로 그 여자는 신경질적인 타입이 아니었습니다."
"아주 오래전 일이죠." - P46

"무엇이 그렇게 선명하게 보이십니까? 증인? 변호사? 판사? 피고석에 앉아 있던 피고?"
포그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바로 그겁니다! 제대로 짚으셨어요. 전 언제까지라도 그녀의 모습을 떠올릴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상한 일이죠, 낭만이라는 건, 그녀에겐 낭만적인 분위기가 풍겼습니다. 그녀가 정말 아름다웠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다지 젊지도 않았고, 피곤해보이는 데다 눈 주위도 거뭇거뭇했죠. 하지만 마치 그녀가 세상의 중심인 것 같았습니다. 모든 관심, 모든 소란의 중심에 있었어요. 하지만 정작 그녀는 그곳에 없었습니다. 몸만 그곳에 남겨 둔 채 정신은 어디론가 아주 먼 곳으로 떠났죠. 입술에 살짝 예의 바른 미소만 띤 채 침묵을 지키고 듣기만 했습니다. 그녀는 마치 빛과 그림자처럼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문인지 완벽한 몸매에 아름다운 얼굴, 생생한 젊음을 가진 그 아가씨보다도 더 생동감이 넘쳐 보였죠. 저는 배짱 두둑히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과 당당히 맞서 싸우며 결코 기죽지 않았다는 점에서 엘사 그리어에게 감탄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싸우지 않았다는 점에서, 빛과 그림자로 이루어진 자신만의 세계에 침잠했다는 점에서 캐롤라인 크레일에게도 감탄했습니다. 그녀는 싸우지 않았으므로 결코 패배하지 않았죠." - P47

자리에서 일어난 조너선 씨는 책장으로 가, 책 한 권을 꺼내 펼치더니 큰 소리로 한 구절을 읽었다.

당신의 애정이 진정이고 결혼할 생각이시라면
내일 사람을 보내겠으니 언제 어디서 결혼식을 올릴 것인지 알려주세요.
그러면 운명을 송두리째 당신 발밑에 내던지고
당신을 남편으로 삼아 이 세상 어느 곳이라도 따라가겠어요.

"줄리엣은 사랑을 젊음과 동일시하고 있어요. 조심성도 없고 망설임도, 여자다운 정숙함도 없지요. 사랑은 용기이고 집념이며 무자비한 젊음의 혈기에요. 셰익스피어는 젊음이 무엇인지 잘 알았던 겁니다. 줄리엣은 로미오를 선택하고, 데스데모나는 오셀로를 사로잡습니다. 이 젊은이들에게는 의심도 두려움도 자존심도 없었던 겁니다." - P62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이렇게 덧붙였다.
"젊음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습니다, 무슈 푸아로, 그건… 정말이지 지독할 정도로 감동적이죠." - P128

아이를 위한 최선은 부모가 모두 어느 정도 아이를 내버려 두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가족에서 자라는 아이와가난한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에게는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현상이죠. 그런 가정의 경우 어머니는 말 그대로 아이들에게 신경 쓸 시간이 없어 내버려 두게 되니까요. 하지만 아이들은 어머니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잘 알고, 어머니가 관심을 충분히 보일 수 없는 상황도 이해하죠. - P177

부유한 영지의 소유자가 "볼셰비키란…."이라고 말하듯이, 골수 공산주의자가 "자본주의자들이란……."이라고 말하듯이, 성실한 가정주부들이 "바퀴벌레란……." 이라고 말할 때처럼 윌리엄스 양은 "남자들이란!" 이라고 말했다.
오랜 독신 생활과 가정 교사 생활을 통해 과격한 페미니즘에 사로잡힌 모양이었다. 듣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면 윌리엄스 양은 남자들이란 모두 적이라고 말을 이었을 게 분명했다.
"남자에 대한 동정심은 없으신가요?"
푸아로의 질문에 윌리엄스 양은 냉담하게 대꾸했다.
"남자들은 이 세상에서 우월한 위치에 있죠. 하지만 언제까지고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 P17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제프리에게 묻는다.
"하워드는 테레사의 성장 배경에 대해 왜 그렇게 많이 이의를 제기한 거예요?"
제프리가 어깨를 으쓱하더니 답한다.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배심원들의 동정심을 사려고 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이었나요?"
"아닙니다. 나는 테레사가 어떤 사람인지, 산자 같은 놈이랑 어울리는 그런 류의 여성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 드리고 싶었던 것뿐입니다."
"만약 테레사가 꼬투리 잡힐 만한 성격이었으면, 그녀의 성장배경을 들먹일 사람은 오히려 하워드 재피였겠네요."
"당연합니다.
제프리가 머리 뒤로 깍지를 끼고 있다. 나는 좀더 많은 설명을 듣고 싶었지만 그 이상 설명은 없었다. - P240

"형사 사건에서는 수학적 정확성을 다루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상상할 수 있는 의심 이상으로 유죄를 입증할 필요는 없습니다."
난 그 말을 들으면서 판사가 수학을 좋아하는 나에게 말하고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재판 내내 산자의 범죄를 완벽하게 입증하는 한 방의 증거를 찾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리석은 갈망이었다. 그런 건 없다. - P283

마티가 헝겊 인형의 이상한 행동에 대해 설명을 해줬다.
"그들은 배심원들에게 산자가 피해를 주지 않는 부류의 남자라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던 거요. 깔끔하게 생긴 여자가 계속 그한테 매달려 있을 정도로."
내가 바깥에서 법정 안을 쳐다보고 복도를 왔다 갔다 하는 동안 재판은 후끈 달아올랐다. - P332

제프리는 증인 대기실로 서둘러 갔고, 어머니와 수잔, 샌디가 화장실에서 나왔다. 그들은 "머피가 시종일관 이의를 제기했어. 모든 단어 하나하나."라며 머피에게 화가 나 있었다. 샌디가 덧붙였다.
"그는 커다란 도깨비 상자에서 계속 튀어나오는 것 같았어요." - P335

증거 철회라는 건 다시는 할 짓이 아니다. 내가 재판을 망친 게 아닌가. 나는 증언대에서 방청석의 자리로 돌아왔고, 퍽 빌딩의 사람들이 증언에 나서 재판이 재개되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증언에 집중할 수 없었다. 나는 법정 바깥에 있는 것이 나았다.
내가 제프리에게 물었다.
"내가 잘못한 거죠? 그러니까 그 반지와 관련해서요."
제프리가 밝게 답했다.
"아닙니다. 나라면 그런 것은 걱정 안 할 겁니다. 모든 것이 괜찮습니다. 내일은 또다른 날이니까."
제프리가 나를 위로해 주는 말은 고마웠지만 기분은 편하지 않았다. 다행히 나는 그날 밤 잠을 잘 잤고 아침에 일어나자 기분이 훨씬 나아졌다. 우리는 일찍 법원에 가기 위해 나왔고 문을 열기도 전에 법정 앞에 도착했다. 나는 어머니, 수잔, 엘리자베스와 함께 밖에서 기다렸다. - P346

우리가 자동차에 대한 말싸움과 같은 평범한 하루의 일들을 삶과 죽음에 관련된 것으로 너무 쉽게 전환시키고 말았다. 놀라운 일이었다. - P400

나는 그의 목을 조르는 상상을 했고 14까지 숫자를 세었다. 그리고 놓아 줬다. 하지만 나는 상상일지라도, 그의 목을 계속 조를 수는 없었다. 그러나 나는 이런 생각을 했던 것이 내 마음을 진정시켜 주는 효과가 있었다고 인정해야만 할 것이다. 내가 균형감을 회복하기 위해서 자기 스스로 해독제를 처방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 P422

너는 고개를 새침하게 돌리곤 자꾸 웃는다.
나는 그게 그렇게나 뜨거울 줄 몰랐던 거다. 너는 웃더니 나한테 묻는다. 그냥 뜨거워 hot-hot? 아니면 많이 매워HOT-hot?
아니, 아니. 그 질문은 네가 아니라 네 언니 엘리자베스가 했던건가?
중복된 이미지들. 나는 단어들을 듣고, 너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런데 그 말을 하는 너의 얼굴은 보지 못한다. 나는 너의 얼굴을 본다. 네가 웃자 긴 검은 머리카락과 높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너의 조금 튀어나온 광대뼈가 흔들린다. 나는 숨을 참고얼굴을 찡그린다. 그리고 숨을 내쉬고 무지 뜨거워‘라고 말한다. 나는 내 말을 수정한다, 뜨겁고 동시에 매워서.
너는 얼굴을 찡그린다. 난 너의 얼굴이 나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반사한다고 상상한다. 그리고 동시에 너는 웃는다. - P42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점심을 먹고 나면, 어머니는 읽을 책들을 가져다주었다. 나는 책 읽기를 좋아해서 방이나 마루에서 책을 읽었다. 인쇄된 글자들은 마술 같았다. 나는 책에 관한 모든 것이 좋았다. 냄새, 종이의 질감, 그리고 그 안의 이야기들까지. 테레사도 나와 비슷하게 책을 느끼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책을 대했을 거다. 어머니가 우리에게 가르쳤던 것처럼.
"다정하고 조심스럽게 책장을 넘겨라. 책은 네 영원한 친구다. 힘주어 넘기려고 하지 말고, 손가락으로 너무 문지르지도 마. 구김 자국도 남기지 말고, 절대로 책에 낙서나 흔적을 남기면 안 된다. 그것은 신성한 것을 더럽히는 짓이어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제부터, 네게 책을 간수하는 법을 보여 줄게. 두꺼운 방습지나 보통의 포장지를 가져다가 책 주위를 쌀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잘라. 그러고 나서 커버 앞면과 뒷면의 끝 부분을 이렇게 잘라. 그리고 테이프를 붙이는 거야. 그렇게 커버를 만들어 책에 입히는 거다. 장갑처럼, 이제 너는 책을 깨끗하고 깔끔하게 보관할 수있을 거야." - P47

"당신 말이 맞아요. 내가 잘한 일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아요. 사람들은 내가 마지막에 망쳤던 것에 대해서만 기억합니다. 당신 여동생 사건처럼, 사람들은 모두 그 사건을 ‘사건 현장을 놓친 케이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당신한테 물어봐요. 사건현장을 발견한 가족 맞나요? 그들은 이야기의 절반밖에 모르면서 말이지요." - P86

그런데 지하실에서 발견한 네 장갑이 모든 걸 바꾸었다. 난 인생이 변한다는 걸 알았지만 어떻게 변할지는 몰랐다. 난 장갑의 이미지에 집착하고 다른 어떤 것도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 그 장갑이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을 껴안는 이미지는 언제나, 아무 때나 아무런 예고 없이 날 소름끼치게 만들었다. 그 시끄러운 포리니 식당에서 마티와 그의 동료들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도 장갑은 미스터리였다. 너는 우리가 장갑을 발견하도록 한 거야. 경찰이 아닌 우리가 그것을 발견했다. 그 이유가 뭘까? 넌 장갑으로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것인가? 하지만 난 몰랐다. - P93

폴과 마티가 실험 결과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여러 번 항의했다. 그들은 수사관의 직감으로 뭔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런데 사건 담당 검사는 생각이 달랐다.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더 조사를 할 수 없다고 해서 다른 검사가 배정되었다. 나는 뉴욕으로 가서 2월 16일에 그를 만나기로 했다. 새로 사건을 맡은 마일즈 말만 검사는 현재 수사가 힘든 상태에 빠져 있다고 했다. 수사관들이 플로리다 교도소에 수감된 산자에게 몇가지를 질문하러 가야 하는데, 뉴욕 시에서 장거리 수사 비용을 지원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마티를 만났을 때 나는 그에게 마일즈 말만 검사를 만났다고 말했다. 마티는 ‘뉴욕 시장 앞으로 가족 이름으로 된 편지를 보내요. 내가 편지 쓰라고 했다는 말은 절대로 하지 말구요.‘라고 말해 주었다. 나는 너의 책상 위에 놓인 레밍턴 타자기 앞에 앉아서 시장 사무실에 있는 형사 사건 주무관 존 키넌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 P94

이건 낙담할 만한 소식들이다. 지금까지 두 명의 검사가 왔다갔으니 이게 무엇을 의미할까? 과연 세 번째로 검사가 오기는 할까? 아니면 이제 수사는 중단되고 살인 사건은 풀리지 않은 채로 미궁에 빠지는 것일까? 뉴욕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살인 사건들이 해결은 되는 것일까? 다음달 내내 나는 밤낮으로 이런 궁금증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일상생활‘에는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뭐가 ‘일상생활‘일까. 그건 누가 어떻게 정하는 걸까? - P98

나는 그 사진 속에서 12세, 엘리자베스는 9세, 테레사 너는 7세, 제임스는 4세이었다. 그리고 버나데트를 내 위에 앉혔는데 겨우 100일 된 아기였다. 너는 단발머리였고 단순한 스타일이었다. 어떤 꾸밈도 없다. 머리카락이 반듯하게 내려와서 네모진 모양이다. 그런데 앞머리가 조금 이마 앞으로 내려와 있었다.
우리가 어른이 되고 나서 함께 그 사진을 본 적이 있다. 한 번은 너에게 물어봤지. 왜 그날 얼굴이 그렇게 울상인지. 너는 웃으면서 말했다.
"내 머리를 좀 봐. 이런 머리 스타일이면 오빠도 울상이지 않겠어?"
그때는 즐거웠다. 우리가 네 머리 스타일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웃던 시간이 얼마나 행복한 순간인지 그때는 몰랐다. - P109

버나데트는 자주 이런 전화를 했다. 그리고 우리는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일하고 있는 극단에 대해서 이야기한 후에, 최근 일하고 있는 작품, 순회공연, 수다, 새로운 작품 등에대해서 계속 더 이야기했다.
할리우드에서 있을 오디션 때문에 로스앤젤레스에 와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말했다. 남쪽으로 이사를 와야 하는지 고민한다고 했다. 나는 항상 전화를 끊을 때에는 이렇게 말했다.
"네가 하고 싶으면 그냥 해. 니가 하기 싫으면 그냥 하지마." - P127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곡 2023-11-01 14: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햇살과함께님 어제 대전의 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대전시립미술관에서 딕테가 모티브인 전시를 봤어요 이 책은 도서관에서 조금 읽었네요 ... 다시 한 번 명복을 빕니다 이 달 잘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햇살과함께 2023-11-01 19:01   좋아요 1 | URL
오~ 딕테 모티브 전시가 있군요 저도 보고 싶네요!
서곡님도 짧은 가을 잘 즐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