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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2월
평점 :
이 책은 저자가 남극 등 일흔여 개 나라를 탐사하며 보낸 세월을 자전적으로 돌아보는 책이다.
저자는 샌퍼낸도밸리에서의 어린 시절 자연과 함께하고 자연 속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웠던 것 같다. 어린 아이의 눈에 비친 자연의 모습이 눈에 선하듯 그려진다.
어머니의 재혼 후 시작된 뉴욕 맨해튼의 생활에서도 캠프 등 자연 속에서 생활하고 그 속에서 많은 경험들을 했고 그러한 청소년기의 경험이 저자가 세계를 여행하고 그것을 글로 그려내는 일을 하는 밑바탕이 된 것 같다.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현지의 꾸며진 보여주기 위한 모습이 아닌 실상 즉 실질적인 삶의 모습이 주는 감동, 기후변화로 인한 폐해, 각 여행지나 유적들에 담긴 역사적 의미, 각 여행지에서 구입한 기념품들에 담긴 의미와 이야기 등 여행이라는 것이 단순히 경치를 구경하는 것이 아닌 그곳의 역사와 삶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여행의 경허을 통해 이야기되는 정치, 경제, 역사, 인문, 사회학적 이야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여행을 기록한 서적이기 전에 인류의 역사와 철학을 이야기하는 인문학 서적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고 더군다나 이러한 인문학적 사유들이 여행지와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을 보듯 묘사된다는 점이 아름다움 자체였다.
이 책에서는 파울웨더곶, 스크랠링섬, 푸에르토아요라, 자칼 캠프, 포트아서에서 보타니베이까지 그리고 그레이브스누나탁스에서 포트패민 도로까지 여섯부분으로 나누어 자신이 여행했던 곳을 그리고 있다.
오리건 코스트 하이웨이, 코스트 산맥, 파울웨더곶이라 불리는 해안능선 그리고 제임스 쿡, 맥도널드 등의 행적과 업적, 월시의 심해탐사 등을 이야기하는 파울웨더곶이라는 제목의 장에서는 북아메리카 서부, 오리건주 해안 등의 풍경과 자연, 생태, 별자리 등을 그림 그리듯 묘사하면서 그 안에 인류의 역사, 철학, 정치, 경제, 과학, 문학, 예술 등 인문학적 지식을 덧칠해 나가며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훼손과 물질적 부의 축적에만 집착한 야만적이고 잔인했던 시민지배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다.
스크랠링섬이라는 장에서는 캐나다 하이악틱, 스크랠링, 빙하 등을 묘사하고 그곳에서의 유적탐사와 유적을 통한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유추해 그려내고 있다.
푸에르토아요라라는 장에서는 갈라파고스 제도와 과거 노예무역 등 제국주의 시대의 선주민에 대한 횡포와 만행 그리고 사회적 불평등 등을 그곳의 자연풍경과 생태, 역사 등을 통해 묘사하고 이곳과 땔 수 없는 진화론의 다원에 대해서도 여러 각도로 조명하고 있다.
자칼 캠프라는 장에서는 동부 적도 아프리카, 투르카나, 투르크웰강 유역 등의 자연과 동물들에 대한 묘사와 인류의 기원과 진화에 대한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포트아서에서 보타니베이까지 라는 장에서는 포트아서 역사 유적지, 클리프턴 호수, 카리지니, 댐피어 등을 묘사하고 포트아서 교도소에서의 비극과 참사 그리고 회복...
사회적 참사나 자연과 생태계 훼손과 회복에 대해 고찰한다.
그레이브스누나탁스에서 포트패민 도로까지라는 장에서는 남극 대륙에서의 현지 탐사대 생활을 통해 남극지역의 자연환경, 기후, 생태, 운석 그리고 남극과 남극탐험에 대한 이야기들이 옆에서 직접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세히 묘사된다.
이 책은 북극과 남극를 비롯해서 사람들의 손길이 비교적 미치지 않은 지역을 여행, 탐사하고 그 풍경 등을 마치 현장에서 보고 있는 느낌으로 실감나게 묘사하면서 그 안에 역사, 문학, 정치, 경제, 예술 등 인문학적 지식을 스며들게 하여 자연을 통한 사회현상의 해석과 인간에 대한 이해를 녹여낸 위대한 초장편 기행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