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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의 왕자 - 노천명 수필집 노천명 전집 종결판 2
노천명 지음, 민윤기 엮음 / 스타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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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명의 수필집을 읽으며 드는 생각이 노천명작가를 왜 시인으로만 국한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시의 발표가 많아서이겠지만 수필을 읽으며 노천명 작가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낀다.


표지에 보면 정지용 시인이 노천명 작가의 작품에 대해 평하기를 "연둣빛 수채화 같은 은은한 삶의 향기가 풍긴다"라도 하였는데 노천명 작가의 수필속에서 특히나 진하게 그 향기를 맡을 수 있다.


노천명 작가의 수필들을 읽으면 글들이 참 정갈하다는 느낌이 든다. 노천명 작가의 소설들을 읽을 때는 어떤 작품은 뜻이 애매하다는 생각을 하였는데 수필에 와서는 작가의 성격처럼 단아하고 똑부러진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대문호의 작품을 이러구 저러구 한다는 것이 건방질 수는 있겠으나 개인적으로 화려하게 미사여구를 사용한 문체를 그리 좋아하지 않다보니 노천명작가의 문체가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노천명 수필집의 제목이 '언덕의 왕자'다. 무엇을 가리키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밭에서 피어난 맨드라미를 말한다.

지금 내 주위를 끄는 것은 한 포기의 맨드라미인데, 이거야말로 흡사 그 언덕 일대의 왕자다.(중략)

어떻게 해서 밭곡식이 나는 곳에 뜰에나 나는 화초가, 그야말로 '다른 밭'에 이렇게 났는지도 궁금하거니와, 그 봄직하고 탐스러운 꽃이 가까이서 지키지도 않는 밭에 가 남아 있느냐는 것과, 또 그 언저리에 낱곡식을 희생시켜 혼자 넓은 자리에서 마음껏 자라게 해 주고 열심으로 가꾸어 주었다는 그 점이다.

언덕의 왕자 28p


작가는 맨드라미를 보고 그 꽃에 반하기도 하지만 그 꽃을 가꾸는 주인의 마음씨에도 반하여 마지막에는 그 꽃을 가꾼 주인에 대한 칭송으로 마무리가 된다


노천명 소설집을 읽었을 때에도 당시의 시대상이 곳곳에 반영되어 나와 있지만, 수필집에는 더욱 자세히 나타난다. 당시의 상황뿐아니라 작가의 생각과 감정이 오롯이 담겨 있어서 노천명작가와 친밀해 지는 느낌이기도 하다.


이 책을 엮은 민윤기 시인은 이 수필집을 주제별로 분류하였는데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역시 '7장 여성의 눈으로' 이다. 제목대로 노천명작가가 여성으로서 느끼는 당시 사회의 모습을 주로 써놓았다. <국회의 싸움>이라는 글을 보면서 그 때나 지금이나 국회의 모습이 전혀 변한 것이 없다라는 생각에 씁쓸해지기도 한다.

국회는 요새 정말 볼 만하다. 허구한 날 여야 양당의 싸움으로 일관하고 있지 않은가.

(중략)

이 양반들이 도대체 어쩌자는 걸까? 전화 요금이 올라, 기차 값이 올라-관영 요금이 이렇게 뛰어오르는 바람에 일반 물가가 모두 지금 뛸 자세를 취하고 있는 판이요, 시중에는 돈이 돌지 않아 몇몇 재주 좋은 사람-비위 좋은 친구들 이외에는 사업하던 사람은 못하고 있고, 회사 문을 닫고 턱턱 나가 동그라지는 판인데, 도탄에 빠진 이 시급한 민생 문제는 하나도 무슨 방안을 세워 주지 않고 그저 자기네들의 싸움으로 날을 보내고 있으니 이런 염치는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국회의 싸움 425p


노천명 작가가 신문사에 취직하여 남자기자들로부터 차갑다는 평을 받았다고 하지만 수필속의 글들을 보면 정이 많고 여린부분이 많은 외로운 작가였음을 느낄 수 있다. <>이라는 글을 보면 유부남과의 사랑때문인지(글속에서는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안방 여성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M부인이 있는데 노천명작가와는 매우 친한 사이였던 모양이다. 어쩌면 노천명 작가도 두번이나 유부남을 사랑했던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이 M부인에게 무척 관대하다. 사랑한 것이 무슨 죄가 되느냐며 글 마지막 부분에 마무리한 글을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부끄러운 것을 치자면, 사기 협잡이나 중상 모략을 해서 무서운 구렁텅이에다 남을 몰아넣고도 그것이 하늘 무서운 일인지도 모르고 뻔뻔하게 다니는 남녀들이 부끄러울 것이지 남을 사랑했다는 일이야 무엇이 부끄러운 일이냐.

정일레 넘어지는 친구, 사랑일레 저지른 실수에 가혹한 평을 가하고 싶지는 않다.

정 249p

노천명 작가의 수필을 읽다보면 참으로 다양한 소재를 글감으로 삼아 자유롭게 글을 썼다라는 생각이 든다. 요즈음 줄줄이 출간되는 책들이 글쓰기 관련, 책쓰기 관련 서적들이다. 대부분이 무작정 글을 써라, 소재는 주위에 널려있다라며 글쓰기를 권한다. 또한 필사가 글쓰기연습에 좋은 방법이다라며 권한다. 만일 필사를 하기위해 책을 고른다면 노천명 수필집으로 하고 싶다. 물론 근대어들이 섞여 있어서 현대말과 다른 부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문장흐름에 있어서 그리 큰 장애가 되지는 않는 듯하다.


책의 뒤에는 부록으로 노천명 작가에 대한 에피소드와 생애 연대기가 나온다. 부록을 읽은 후 드는 생각이 글을 연도별로 분류하여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연도별로 분류해 보았다. 연도별로 분류해서 보니 웬지 글의 느낌이 또 달라졌다. 우선 내가 생각하는 분류는 일제강점기 이전의 글, 일제강점기의 글, 6.25 전쟁시의 글, 6.25 전쟁후의 글로 나누어 보았다. 일제강점기 이전의 글은 밝고 열정적인 느낌이 들고, 6.25 이후의 글들은 사회비판적인 내용이 많이 엿보였다. 작가의 심경의 변화들도 느껴졌다.


노천명 수필집이 재출간된다고 하면 이번에는 연도별로 분류하여 작가의 인생사를 좇아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 보는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개인적인 생각을 해 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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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장 - 노천명 소설집 노천명 전집 종결판 3
노천명 지음, 민윤기 엮음 / 스타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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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사의 여류문학가 노천명은 시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책에 보면 노천명 시인은 평생 소설을 쓰고 싶어 했다고 한다.

올해 소설을 하나 써보려고 했던 것이 은근히 내가 벼르고 있던 계획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내 이 하고 싶은 일은 날마다 쫓기는 일에 무참히도 고개조차 들어보지 못한 채 이 해를 보내게 되었다. (중략) 아직 손도 대지 못한 광우리 속의 숱한 일감 중에서 일감을 잡을 여유가 생긴다면 제일 먼저 집어 들고 싶은 일거리가 소설을 쓰는 일이다.

들어가는말 5~6p (1956년 12월 31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노천명 시인의 수필<올해 못한 일>의 일부라고 한다.)

이 책에는 표지 제목인 <우장>외에 7편의 단편소설들이 실려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우장>을 제외한 7편의 소설속에는 노천명작가자신의 모습 혹은 생활이 투영되어 있는 느낌이다. 특히 <오산이었다>라는 소설은 노천명 작가의 실명과 그의 친구인 김수임이라는 이름이 그대로 나와 자전적 소설과 같은 느낌을 준다. 들어가는 말의 설명에서도 <오산이었다>는 노천명작가가 6.25 한국 전쟁 기간 중 피난 가지 못하고 서울에 남았다가 공산당에 부역할 수 밖에 없었던 개인적 사정을 변호하는 신상 발언 같은 소설이라고 하였다.


오랜만에 근현대 소설을 읽어본다. 학창시절 대입시험을 보기 위해 국어시간에 줄기차게 읽어대고 외워대던 그 시절 이후 근현대 소설을 읽을 기회도 없었을 뿐더러 일부러 찾아 읽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부끄럽지만 노천명시인의 작품으로는 그 유명한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라는 <사슴>외에는 잘 알지 못한다. 문학소녀와는 거리가 멀었기에 학창시절 시험을 보기위해 급조하여 외운 문학작품들은 시험을 본 이후 바로 기억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일까, 나이가 들며 근현대사 작가들의 작품들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시만 쓴 줄 알았던 노천명 시인의 소설이라고 하니 웬지 더 궁금하고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을 읽어 보게 되었다


■사월이

소설속 '나'는 서울에 올라와 조카들과 생활하며 집안일을 해 줄 계집아이를 구한다. 어느 날 동네 언년어멈을 통해 열세살 먹은 '사월이'라는 여자아이를 데려왔고 집안일을 맡게 하였다. 사월이는 얼마되지 않은 나이지만 기구한 환경탓에 도통 곁을 주지 않는 아이다.'나'는 그런 사월이에게 따뜻한 사랑을 주려 하였고, 사월이도 조금씩 변하게 된다.


■우장

박초시네가 사는 작은 마을은 가뭄이 들어 이제나 저제나 비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날이 너무나 가문탓에 가벼운 병도 돌기 시작한다. 박초시네서 일하는 황 서방은 돈이 조금만 모이면 황막에 가서 술한잔 사먹는 것이 낙이었다. 황 서방이 지랄만 버르지면 사흘 안에 비가 온다고 한다. 그런 황 서방이 또 지랄 버르지고 만다. 술이 취한 황 서방은 주정을 하였고, 성난 소와 한판 싸움을 벌이다 소에 받쳐 죽는다. 그리고 하늘에서는 비가 오기시작한다.


■오산이었다

나(노천명)는 애써서 집을 한 채 마련했지만 괴뢰군이 동네에 주둔하고 부터는 집이 싫어졌다. 아니, 집에 있는 것이 무서웠다. 같이 사는 계집아이도 믿을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괴뢰군에게 매수를 당한 것 같다. 언제 나를 없앨지 불안했다. 어느 날 괴뢰군에게 불려갔다온 후 나는 더 이상 이 곳에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남쪽으로 피신을 갈 생각을 한다. 통행금지시간에 맞추어 보퉁이 하나들고 집에서 도망친다.


■외로운 사람들

선이는 6.25사변으로 남편도 잃고 모든 것을 잃었다. 그런 선이에게 살아갈 희망을 주는 것은 남편생전 남편과 함께 고아원에서 들여온 은주때문이다. 선이는 친정엄마와 은주와 셋이 살아간다. 과부가 된 선이는 히스테리칼한데가 생겨 친정엄마에게 성질을 부리다 후회한다. 사는데 바빠 은주에게 떡하나도 못 사먹인 것을 후회하기도 한다.


■결혼 전후

원희는 Y여고의 수재요 C읍의 미인이었다. 모교의 교비로 전문학교를 보내준다지만 원희의 집안형편때문에 전문학교에 진학할 꿈도 못꾼다. 어린 동생들까지 부양하려면 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이다. 원희의 어머니는 원희를 부잣집 최씨의 아들에게 시집을 보내려 준비하였다. 원희는 K와 교제중이었다. 그러나 원희와 K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원희는 최씨의 아들에게 시집을 갔다. 한량꾼이었던 최씨의 아들은 1년만에 새 생활을 찾아 일본으로 떠났다. 원희는 K와 재회를 하였다. K는 원희와의 결혼을 원하였으나 원희는 K의 미래를 위해 친구로 남는다.


■하숙

선옥은 객지 생활을 하며 하숙집을 전전한다. 하숙집을 구할 때마다 맘에 드는 집을 구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맘에드는 아담한 기와집을 발견하고 그 집에 하숙을 들어간다. 그 집 주인마누라는 사실 선옥을 아들의 며느리로 삼을 생각으로 선옥에게 하숙을 놓은 것이다. 주인마누라의 불순한 친절에 선옥은 다시 하숙을 옮겨야 겠다고 생각한다.


■일편단심

은실어머니는 000운동에 남편을 잃고 재산도 모두 잃었다. 그 후 여자 혼자힘으로 은실이 하나만 바라보며 일편단심 살았다. 오라버니가 권하는 재혼에 성을 내며 열녀의 기상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은실어머니는 병을 얻어 결국 세상을 떠나고 은실은 제일번으로 C여학교를 졸업하고 어머니의 산소를 찾는다.


■닭 쫓던 개

서대문으로 가려던 S는 짐을 잔뜩 든 단아한 여학생에 끌려 그녀의 짐을 들어주며 경성역까지 동행하였다. S는 내심 기대를 하였으나 경성역에서 단아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은 바로 S와 동반인 K였다.

8편모두 짤막한 단편소설이라 읽기에 부담이 없다. 그런데 <우장>은 대부분이 황해도 말로 되어 있어서 읽기가 쉽지 않고 모르는 단어들도 꽤 많았다. <우장>에 대한 설명에 따르면 한국문학사에 향토성 짙은 대표적 단편을 한 편 추가해야 할 만큼 대단히 중요한 문학적 사건이라고 한다.

향토성 짙은 대표 단편으로 정평이 난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 강원도 토착 방언을 능숙하게 구사함으로써, 당시 강원도에 살던 민중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준 수작이었다면, 노천명의 <우장> 역시 우리가 거의 알지 못하는 황해도 지방의 방언을 생생하게 구사하여 이를 훌륭하게 살려낸 명작이라는 것이었다.

들어가는 말 7p

<우장>을 읽으면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과 같은 느낌이다. 생생한 황해도 말투 때문인 듯하다. 소설의 결말은 씁쓸하다. 마치 황서방이 기우제의 제물이 된 것 같다고나 할까. 한 사람의 죽음보다 비가 오는 것을 더 기뻐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블랙코미디를 보는 듯하다.

노천명은 양녀를 들여서 함께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사월이>,<외로운 사람들> 을 읽으면 노천명과 그녀의 양녀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있는 듯하다.

<결혼전후>는 조금은 신파극 같은 느낌이 들지만 당시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서 살아가려는 신여성의 의지가 조금은 엿보이는 느낌이다. 그러나 개인적인 생각은 신여성으로서 완전한 해방을 이루었다고 보기에는 부족한 느낌이다. 아무래도 시대에 따른 사상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하숙>을 보면 지금의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습한 땅에 버섯 나듯이 마당 하나 펼 틈없이 업히고 업힌 게 경성안의 집들이요, 나날이 짓느니 새집이건만 밥 사먹는 나그네들을 위해서는 집 한 채는커녕 육 척 평방의 좁은 방 하나를 좀체로 허락하지 않는 박정한 인심이다."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현대에도 집은 많으나 내 집 한 간 없는 현실과 닮아 집없는 서러움은 고금을 막론하고 풀리지 않는 숙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일편단심>은 절개있는 여성상을 보여주려 한 듯하다. <닭쫓던 개>는 한편의 콩트와 같은 느낌이다. 노천명의 유머를 엿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이 작품은 문단에 데뷔할 때 발표한 작품이라고 한다.


소설은 당시대의 시대상을 알 수 있고, 작가의 사상이 깃들여 있다고 생각한다. 노천명 시인의 소설은 특히나 작가 자신의 모습이 많이 반영되어 있는 느낌이다. 위에서 노천명 시인은 평생 소설을 쓰고 싶어 했다고 한다. 그 이유가 어쩌면 시로 표현할 수 없는 작가의 심정을 소설속에 써보고자 함은 아니었을까.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낙인 찍힌 자신의 오명을 소설을 통해 해명해 보고자 한 것은 아니었는지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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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먹어도 또 먹고 싶어 - 내일이 기다려지는 모락모락 행복 한 끼 일상 먹툰
지엉이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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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중간에 덮어버렸다.

책을 읽다가 마는 경우는 두가지다. 하나는 재미가 없는 경우이고 또 하나는 한 번에 다 읽어버리기가 아까운 경우이다. 이 책은 당연히 후자에 속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땐 조금씩 아껴먹는다. 그처럼 책을 읽을 때도 한 번에 읽기 아까워서 천천히 음미하며 읽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언제부터인가 먹는 것이 무척 중요해졌다. 예전에는 살기위해 먹었고 배고파서 먹었다. 그러나 요즈음은 배고프지 않아도 맛있는 것이 있으면 찾고 먹기위해 사는 듯한 느낌이다. 티비를 보아도 먹는 프로그램이 즐비하고 드라마도 음식을 소재로한 드라마들이 만들어진다. 블로그나 각종 SNS의 대부분이 음식사진, 맛집사진으로 가득하다. 먹는 것으로 돈을 버는 유튜버들도 있다. 티비에 맛집이 나오면 그 집은 한동안 티비를 보고 찾아온 손님들로 정신없이 북적거린다. 많은 사람들이 먹는 즐거움으로 낙을 삼는 듯하다. 그러나 먹는 것은 나의 관심밖이다. 나는 배고플 때 먹는다. 있으면 먹고 없으면 안먹는다. 맛집이라고 몇시간을 줄서서 기다려 먹어야 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고 남이 먹는 것을 보고 즐거워 하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흔한 먹방 프로그램 한 번 보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은 먹는 것에 무심한 나 조차 군침이 돌게하고 배고플 때만 작동하는 나의 식욕을 책장을 넘길 때마다 시도때도 없이 자극하였다. 각종 SNS에 실제 음식보다 더 맛있게 뽀샵된 사진이 올라와도 맛있겠다며 눈길한번 주지 않았고 먹어보고 싶다며 군침한 번 흘리지 않았다. 그런 내가 이 책의 먹방그림에 꼴깍꼴깍 침을 넘기며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그만큼 저자의 음식그림은 세밀한 표현력으로 실사이상의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저자는 음식만을 세밀하게 표현해 낸 것이 아닌 음식속에 맛깔나고 정겨운 이야기까지 함께 담아내었다.

고급 레스토랑의 비싼 음식들이 아닌 어디서나 흔히 사먹을 수 있고 집에서 간단히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지만 그 음식들이 더 맛나보이고 먹고싶어지는 이유는 저자가 담아낸 음식속 이야기처럼 각자만의 음식속 이야기들이 하나씩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저자는 삼남매중 둘째이다. 언니와 남동생이 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잠시 집을 비우신 사이 배가 고파진 삼남매는 집안에 먹을 것을 찾았지만 마땅히 먹을 것이 없었다. 언니는 어린동생들을 위해(언니도 어렸지만) 냉장고속의 반찬들로 김치볶음밥을 해주었다. 저자는 그 맛이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내가 어렸을 때는 지금처럼 다양한 종류의 간식도 없었고 야식이라는 것도 없었다.(우리집이 가난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저 세끼니 밥 먹는 것이 최고였다. 그런데 가끔 밤이 되면 출출할 때가 있다. 내가 딸아이와 만화를 즐겨본 것처럼 엄마도 나와 만화 보는 것을 즐기셨다.(그러고 보니 내가 만화를 좋아하게 된 것이 엄마의 영향인지도 모르겠다 ㅎㅎ) 엄마는 책을 보다가 당신이 출출해지시면 은근 내게 출출하지 않느냐며 물어보신다. 그러면서 간단히 밥과 김치를 상에 내어오셨다. 그리고는 물에 밥을 말아 김치를 쭉쭉 찢어서 물에 말은 밥에 얹어 먹었는데 세상 꿀 맛이 따로 없었다. 가끔 그 생각이 나서 찬물에 따뜻한 밥을 말아 김치를 얹어서 먹어보지만 그 때 먹던 그 맛이 나지 않는다. 사실 어려서 먹은 그 맛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엄마와 함께 먹어서 좋았던 그 기억만이 뚜렷하게 남아 있을 뿐이다.

책의 뒷편에는 온 국민을 들썩이게 했던 월드컵이야기가 나온다. 대한민국이 하나가 되어 함께 응원하던 그 시절 축구를 본다며 사람들은 하나같이 치킨을 시켰다. 주문이 밀려 기본 2시간은 기다려야 한다며 치킨대란이 나기도 했었던 기억을 소환해 저자는 책 속에 담았다. 아마 이 부분은 대한민국 국민모두가 함께 느끼는 추억으로 공감이 되는 부분일 것이라 생각된다.



이 책은 글밥수가 많은 책보다 오히려 읽는 것이 더뎠다. 그림 하나하나 살펴보고 말풍선속 대화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며 읽었다. 책을 쓰는 작가들을 보면 멋있기도 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렇게 멋진 그림까지 곁들일 수 있다니 그 재능이 부러울 따름이다.

요즘들어 그림그리기에 부쩍 관심이 생겼다. 그래서 책도 보고 유튜브도 보면서 공부중이다. 지엉이 저자의 이 책을 보니 더욱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참 하고 싶은게 많다) 때로는 수많은 글보다 그림하나의 전달력이 더 나을 때도 있는 듯하다.

책 속의 캐릭터들도 재미있고 책 속의 캐릭터들이 어떻게 형성된 건지도 궁금해진다. 다음번 이야기에는 그런 주변이야기도 들어 있으면 좋겠다.

소실친구는 왜 머리가 없는지, 토끼친구는 왜 토끼로 했을까, 강아지언니는 왜? 두루미친구는 왜 두루미라고 했을까? 내가 너무 진지하게 본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가볍게 읽기 좋은 카툰에세이지만 읽고 나면 든든해지는 책이다. 책을 읽고 그 안에 꼭 교훈적인 내용이 들어있을 필요는 없다. 읽고 난 후 따뜻함이 남는 책이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책속의 음식들처럼 맛있는 음식속에 잊혀지지 않는 이야기가 담긴다면 그 음식은 평생 기억에 남는 생애 최고의 음식이 되지 않을까. 맛있는 책 한 권을 먹었다.

§소심하게 한마디!§

카툰은 나이적은이들의 전유물이어서 그런가. 글씨가 너무 작다. 나이든 독자를 위한 배려를 해주었으면 한다. 아직 돋보기를 낄 정도는 아니지만 깨알같은 글씨를 읽기에는 눈이 너무 피곤하다. 만화에서 멀어진 이유가 아마도 이런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나이든 독자를 위한 대형사이즈의 카툰이 나오면 어떨까 조심스럽게 제안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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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게 회사 빼고 다 재미있습니다만
롸이팅 브로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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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로망은?

내 사업을 하는 것? 내 가게를 갖는 것?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 1년간 세계일주를 하는 것? 최근 가장 핫한 디지털노마드가 되는 것?

각자 꿈꾸는 바가 모두 다를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된 점은 직장에 얽매인 삶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매일이 똑같은 직장인의 생활은 그야말로 지루하기 짝이 없는 삶이다. 그렇다고 해도 딱히 별다른 도리가 없다. 그저 하루하루 열심히 직장생활을 해 나가는 것이 잘 살고 있는 것이라고 매일매일 자기 암시를 할 뿐이다.

이 책은 그런 성실한(?) 직장인들의 마음을 뒤 흔들어 놓는다. 첫 장부터 충격이다. 멀쩡히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단다. 그것도 남들이 꿈꾸는 높은 연봉과 직책의 제안을 마다하고 회사밖의 세상으로 나왔다. 은퇴를 바라보는 나이도 아니다. 아이들이 다 큰 것도 아니다. 회사에서 가장 활발하게 일할 40대인데 베짱좋게 퇴사를 하였다. 저자는 과연 어떤 마음가짐으로 퇴사를 하였을까? 퇴사후 저자는 어떤 미래를 설계하고 있을까? 무척 궁금해진다.

저자는 15년차 직장인이었다. 여느 직장인이 그렇듯 열심히 일하였다. 직장을 다니면 걸리는 '주인의식'의 최면에도 걸려 몸바쳐 일했다. 가족보다 회사가 우선이었다. 내가 없으면 회사가 어떻게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어느순간 직장인들은 깨닫는다. 나하나 없어도 회사는 잘 돌아간다는 것을... 그것을 깨닫는 순간 어느새 '주인의식'최면은 풀리게 된다. 몸도 마음도 지쳐가며 회의마저 들게 된다. 저자는 결코 회사가 인생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회사밖에서 미래를 찾기로 하였다.

직원은 직원일 뿐 절대 회사의

주인이 될 수 없다.

PART01 일탈을 위한 4가지 마음가짐 20p

처음에는 저자의 이야기에 소심하게 반기를 들었다. 그래도 직장인으로서 일 할 곳이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지. 직장인이라면 당연히 열심히 일해야지. 그러나 읽어내려 갈수록 저자의 일탈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저자는 회사에서 처음으로 '육아'를 위해 탄력근무제를 사용하였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금은 회사에서 자율적으로 탄력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탄력근무제를 사용한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저자는 거의 선구적인 일을 시도한 것이다.

저자는 일탈에 대해서 크게 3가지로 나누었다. 돈이 되는 일탈, 아이들과 놀면서 하는 일탈, 남들 눈치 보지 않고 하는 일탈이다.

돈이 되는 일탈은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누구나 바라는 일탈이 아닌가 생각된다. 저자는 어떤 일로 돈도 벌면서 일탈을 하였을까.

에어비앤비호스트, 강사, 부동산 재테크, 작가, 심판자격증

솔직히 위에 적힌 것이 모두 결코 만만하게 이룰 수 있는 것들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 저자는 도전하겠다고 마음먹으면 그대로 해낸다. 그 이면에는 항상 철저한 자료조사와 준비과정 그리고 끈기있는 근성이 있었다.

3가지 일탈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일탈은 아이들과 놀면서 하는 일탈이었다. 사실 저자가 회사를 그만두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가족이었다. 우리가 직장을 다니면서 돈을 버는 이유가 결국은 가족과의 행복을 꿈꾸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새 주객이 전도되어 가족의 행복이 직장에 밀려나기 일쑤다. 저자는 일찌감치 깨닫고 가족과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일탈을 준비하고 일탈을 하였다.

저자는 8년째 육아 일기를 쓴다. 부끄러워진다. 아이가 갓난 아기 때 잠깐 메모수준의 일기를 쓴 것이 다였는데 저자는 8년이 넘도록 육아 일기를 써오고 있다고 한다. 8년씩이나 일기를 써온 아빠이니 아이들교육에 대한 관심이 어느정도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함께 등산을 다녀서 두 아이들이 모두 산 정상을 오를 정도이다. 적극적인 육아를 위해 보건복지부 프로그램에도 참가하였다. 아이들의 편식을 고치기 위해 시작한 베란다 텃밭은 행복의 일부가 되었다. 아이와 함께 공모전에 도전하는 것은 아이들의 성취감을 돋울 뿐 아니라 아이들의 흥미와 재미를 더 해줄 수 있어 효과적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육아가 엄마의 전담이라 생각되었지만 요즈음은 아빠들이 육아에 참여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더구나 아빠가 함께 육아를 하게 되면 쌍방의 육아가 이루어져 아이들에게는 최적의 가정속 성장환경이 된다. 만일 엄마 혼자 독박육아를 하는 집이라면 이 책을 꼭 남편에게 권해 주길 바란다. 육아를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보면 아이들과 어떻게 놀아주면 되는지 소소한 팁이 많이 들어 있다.




세번째 혼자하는 일탈을 보면 저자의 열정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였고, 유튜버로서 학생들의 취업 상담을 해주기도 하였다. 라디오 속 클래식 기타 연주에 반해 클래식 기타를 배우고 연주회까지 하였다. 비록 이웃들을 초청하여 집에서 한 연주회였지만 연주회 라는 형식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며 저자와 나는 같으면서도 다르다는 생각을 하였다. 하고 싶은 것이 많은 것은 같은데 저자는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행동으로 옮겼고, 나는 그저 생각만 하다 끝냈다는 것이다. 저자의 도전적이고 열정적인 모습이 부럽고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저자처럼 직장을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각자의 여건이 모두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하고자 하는 일이 있으면 생각만 하지 말고 도전해 보자는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저지르다보면 이루게 되고 이루고 나면 자신감이 생겨 나의 삶을 더욱 긍적적으로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용기는 후회를 뒤로 하고

행복을 앞세운다.

가벼운 1g의 용기가 일탈의 불씨가 된다. 36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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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상처가 되지 않도록 - 후회 없이 말하고 뒤끝 없이 듣는 감정 조절 대화법
노은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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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전화하던 친구가 연락이 뜸하다. 며칠 전까지 농담도 주고받으며 잘 지내던 직장 동료가 눈을 마주치지 않고 분위기가 쎄하다. 나도 모르는 사이 그들은 나의 말에 상처를 받고 나를 멀리한다. 가끔 억울하다. 남들하고 똑같이 이야기해도 왜 내 말에만 상처를 받았다며 나에게 등을 돌리는 것일까? 내가 하는 말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 것일까?

똑같은 말도 어떤 사람에게는 아무런 타격이 없고, 어떤 사람에게는

오랜 시간에 걸쳐 회복해야 할 상처가 된다는 것입니다.

프롤로그 4p

저자는 첫 장부터 속 시원하게 해답을 제시한다. 물론 나의 말이 실제로 문제일 수도 있지만 말을 듣는 개개인의 '삷의 역사'에 따라 말이 상대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달라진다고 한다. 우리는 자라오면서 부모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그로부터 각자의 '마음밭'이 형성된다고 한다. 부모에게 상처를 많이 받고 자란 사람들이 왜곡된 '내적지도(마음밭)'을 형성하기 쉽다는 것이다.

왜곡된 내적지도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왜곡해서 듣도록 하고 결국 스스로도 상처를 받아 똑같이 상대에게 되돌려 주어 상처를 주게 된다.

말을 바꾸면 달라질까?

말은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말속에 담긴 마음을 들여다봐야 하는 것이다.

나는 가끔 마음속과 다른 말을 할 때가 있다. 남편과 싸워서 화가 났을 때 남편이 말을 시키면 "말 걸지마!" 라고 하지만 사실은 나 화났으니까 내 기분을 풀어달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이처럼 저자는 말로 인한 실수를 줄이고, 바라는 바를 정확히 말하고, 남의 말을 왜곡 없이 들으려면,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한다.

나는 그런 의도로 이야기한 것이 아닌데 상대방은 오해하여 불쾌해 할 때가 있다. 비록 나는 선한 의도로 말을 하였다고 하여도 상대방의 상황과 마음에 대한 배려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상대가 느끼는 감정은 달라진다고 한다.

관계를 맺는다는 건 서로 다른 온도를 지닌 두 사람이 만나

서서히 온도를 맞춰가는 과정이다.

달리 표현하면 조금씩 두 사람의 중간색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어색한 사람과 온도를 맞추는 법 73p

처음 만나는 자리, 혹은 친하지 않은 이들과의 자리들은 어색함을 넘어 불편하기까지 하다. 혹은 너무 친밀하게 다가오는 이들도 달갑지 않다. 어떻게 균형을 맞추는 것이 좋을까?

어색한 사람과는 '사실 대화'로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상대방의 관심사를 파악하여 대화하기, 공감 표현하기, 공통점을 찾아 연결하기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부작용이 적다고 한다. 주의할 점은 대화중에 부정적인 단어나 부정적인 감정 표현은 상대방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으니 피하도록 하자.




가끔 ''할 때가 있다. 감정을 잘 다스리는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도 모르게 욱하는 감정이 생겨 쏟아내면 상대방뿐 아니라 나 자신도 당황스러워진다. 어떻게 다스리면 좋을까.

저자는 폭발 직전의 감정을 다루는 법에 대해 알려준다.

자신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상황이나 다른 사람의 말과 표정이 '자극'이라면, 그로 인해 솟구치는 감정을 표출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넘기거나 유머로 받아치는 것은 '반응'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욱하는 그 순간이 당신의 인격을 증명할 타이밍이다. 141p

화가 날 때 릴랙스 하라거나 한 템포 쉬라고 한다. 그것에 해당하는 것이 공간이다. '나에게는 감정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라고 한다. 욱하는 감정이 표출되는 것은 자극을 받은 후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바로 반응을 하기 때문이다. 만일 자극을 받고 공간에 잠시만 머물렀다가 반응을 한다면 욱하는 나는 사라질 것이다.




저자는 언어치료사이자 심리상담가로 수많은 내담자의 고민을 함께 해결해나가면서 개개인의 묵은 감정이 치유됨에 따라 관계와 소통의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소됨을 확인했다고 한다. 저자의 상담사례를 바탕으로 이 책에는 개인들이 말로 인해 겪게 되는 세세한 상황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자신을 자주 비하하는 경우, 가까운 이에게 함부로 하는 경우, 남의 험담을 좋아하는 경우, 거절이 힘든 경우, 남들에게 퍼주기만 하는 경우 등등 여러 가지 상황들이 나오고 그에 따른 해결책을 시원하게 알려준다.

나는 그중에서 나의 경우에 가장 해당하는 몇 가지를 위에서 소개해 보았다. 그 외에도 많은 사례들이 모두 나의 관계 속에서 필요한 조언들이고 실천해야 하는 것들이다.

이 책에서도 감정의 덩어리를 제거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글쓰기라고 한다.

감정 표현이 서툴고 속으로 삭이기만 해서 답답하다면 글쓰기를 통해 감정을 꺼내는 연습을 해보자.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매개체로 글쓰기만큼 안전하고 치유적인 도구가 없다. 글쓰기는 자신의 감정을 적절히 조절함으로써 생각을 올바르게 전하게 하고, 이로 인해 자기표현 능력을 발달시킨다.

글쓰기로 내면에 꽉 찬 감정의 덩어리 제거하기 217p

감정을 배출하는 글쓰기는 감정을 수용할 수 있게 해주고, 과거의 실수를 확대해석하지 않게 하며, 내면의 시간을 돌이켜 사건을 재구성할 수 있게 해주는 효과를 지닌다고 한다. 특히 저자가 권하는 방법은 '아우토반을 달리듯 쓰기'라며 감정을 쏟아내듯 기록을 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나의 감정을 글로 써본 적이 없다. 저자의 권유대로 나의 감정을 글로 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듯하다. 이 방법은 글쓰기 능력까지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하니 더욱 실천해 볼 만하다고 생각된다.




상담심리학을 공부한 저자는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어렵지 않고 쉽게 쓰여있어 이해하기 쉽다. 또한 사례로 들은 이야기들은 바로 생활 속의 나의 이야기처럼 확 와닿는다. 또한 그에 대한 해결방안들이 사이다처럼 시원하다. 가끔 보면 해결책이라며 제시한 방안들이 애매하고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는 책들이 있는데 이 책은 명쾌하다.

이 책은 말로 인한 관계의 소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다만, 읽고 끝나는 것으로 그친다면 의미가 없을 것이다. 실천으로 이어져야 비로소 나에게 변화가 생긴다. 그러나 책에서 말하는 대로 행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저자는 타인을 비난하는 말, 나를 낮추는 말, 좌절감을 부르는 말을 멈추고 지지와 보살핌, 사랑의 말을 내뱉는 훈련은 왼손으로 젓가락질을 다시 배우는 과정과도 같다고 한다. 쉬운 일은 없다. 좀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서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말로 인해 소통이 힘들고 관계 맺는 것이 어렵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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