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세계
막스 피카르트 지음, 최승자 옮김 / 까치 / 200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침묵한다. 서로 충분히 사랑하며 서로 충분히 기쁘게 하길 원하며, 서로를 충분히 알고 서로를 충분히 이해하며 각자 나름대로 충분히 함께 하며, 충분히 같고, 서로 나란히 오랫동안 고요한 거리를 따라 걷는 두 친구, 그들은 행복하여라. 함께 침묵할 줄 알 만큼 서로를 사랑하는 두 친구는 행복하여라. 침묵할 줄 아는 나라에서, 우리는 올라가고 있다. 우리는 침묵했다.

밤이 되면 침묵은 지상에 좀더 가까이 다가간다. 지상에는 온통 침묵이 스며들어 있고 침묵은 지면 속으로까지 뚫고 들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밤의 침묵에 의해서 낮의 말은 용해되어 가라앉아버린다.-  본문 중에서 인용

한낮의 열기가 봄을 훌쩍 건너 뛰어 여름으로 달리고 있음을 말해준다. 여행을 다녀왔다. 깊고 깊은 침묵의 늪으로의 여행.
이 여행길에 ’침묵의 세계’를 동반했다.
가만히 타오르는 태양속에서 늪을 바라보며 새 소리를 들었고 물의 일렁이는 소리를 들었고 바람의 흐느낌을 들었다.
침묵 속이었지만 침묵이 아니었다.
마음에 드는 문장을 만나면 몇번이고 곱씹어 음미하며 침묵의 세계를 읽는다.
내 자신 나에게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다. 나는 충분히 유쾌하고 명쾌한 인간인 줄 알았는데 침묵의 세계를 읽으며 그렇지 않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된다.
어렵다.
내 남편 왈, 다섯줄만 읽으면 잠이 쏟아질 것 같다고.
솔직히 어렵다. 그런데도 술술 읽히는 묘한 매력이 있는 책이다.

인간의 본질은 인간의 형상보다는 인간의 말 속에서 더 잘 보인다.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말하라! 내가 그대를 볼 수 있도록!"

별을 하나 뺀 이유 - 막스 피카르트는 이 멋진 책을 좀 더 대중적이게 썼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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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잘못이 아니야, 나탈리! 어린이작가정신 저학년문고 3
질 티보 지음, 이정주 옮김, 마리 클로드 파브로 그림 / 어린이작가정신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얇고 얇은 책을 십오분에 걸쳐 읽으며 그토록 눈물이 흘렸고 그토록 가슴이 떨렸을 수 있었을까.
나는 '탁'소리가 나게 책을 덮어 침대 밑에 처박아 버렸다. 다시는 읽고 싶지 않았고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게 감추어 버리고 싶었다.
나에게 딸이 없으니 나는 안심이라는 생각도 전혀 들지 않았다. 나에게는 아들이 있다. ..
아들은 언젠가 자라서 남자가 될 것이다. 나는 그 아들에게 이따위 책은 보여주고 싶지 않다. 누구보다 맑고 밝은 내 아들....

딸보다는 아들을 잘 키워야 이세상에 '성'에 의해 행해지는 죄악이 없으리라는 생각은 딸갖은 부모 못지않게 크다. 그러나 나는 가끔 성추행범이나 기상천외한 인간같지 않은 범죄자의 얼굴을 공개하라는 여성단체들의 시위를 볼때 가슴이 떨린다.
내가 무슨 인권주의자거나 그런것도 아닌데. 나는 그 범죄 당사자의 인권보다 그 가족의 인권에 가슴이 아프다. 얼굴도 모르는 그의 어미되는 이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그런 범죄자의 엄마도 똑같은 인간이니 그런대접은 받아 싸다고 몰아붙일수 있을까..?
아.. 얘기가 비약되었다. 

부모, 어미라는 이름은 내 자식은 어느 누구보다 순수하고 맑고 밝은 아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자의 이름일 것이다.
'네 잘못이 아니야, 나탈리!'를 읽고 세상에 어떻게 이럴수가 하는 절절한 가슴 아픔이 아니라... 주위에 많이 일어나고 있는 이런 끔찍한 일을 이렇게 간단히 이렇게 아프게도 표현할 수 있다는 데에 가슴이 떨렸다.
조심스럽게 침대 밑에 처박혀 있던 책에 먼지를 털고 아들 책장에 꼽아주었다.
아직은 이 책의 의미를 모를것이다. 그것은 내 아들이 순수하고 맑아서가 아니고 정말 순전하게 아직은 어린애이므로..
그러나 멀지않은 내일 내 아들은 이 책의 의미를 읽을 것이다.
나는 내 아들이 남자라는 이름으로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주는 사람이 되지 않길 바라는 어미다.

내 아들은 그렇게 자랄 것이다.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알고 존중할 줄 아는 그런 인격체가 되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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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 전2권 세트
로렌 와이스버거 지음, 서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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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재미면에서 별이 다섯개.
<침묵의 세계>와 <나와너>를 읽고 난 후라 <악마는 프라다를>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여고시절 교과서 밑에 하이퀸로맨스를 감춰 읽던 것처럼 짜릿했다.

소설은 앤디라는 여인이 자신이 원하는 잡지사에 취직하기 위해 경멸(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이해 못하는 것은 경멸하기도 한다)해 마지않는 패션지 편집장의 에디터로 일하는 일년동안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작자 와이스버거가 실제로 <보그>에서 편집장 에디터로 일년간 일했다는데 어디까지 작자의 경험으로 보아야 하는걸까?

미란다(편집장)이란 인물은 아주 특이하고 흥미롭다. 그녀의 이름만 대면 모두들 동경해 마지 않고 그녀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모두들 머리를 조아린다. 미란다는 그런장면을 즐기는 여자이다. 모두들 자신의 말한마디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확인해야만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는 사디스트 아닐까 싶다. 이 여자야의 욕구불만은 그런것이 아닐까 자기를 확 휘어잡아 줄 인간이 없다는것!
미란다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바닥을 치는 인간.
사회적 공감능력과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은 같은 것일까 다른것일까. 내생각엔 다르다.
사회적 공감은 ’통상적인 겉으로 들어난’을 말하고 타인에 대한 공감은 ’겉으로 보여지지 않는 상대방의 감정’ 따위가 아닐까.
미란다는 ’사회적’이 아닌 ’타인에 대한’이 극히 떨어지는 인간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이 쥔 칼자루로 상대가 피를 뚝뚝흘리는걸 두눈으로 확인할 필요며 가치가 없다고 보여지니깐. 적어도 내 눈엔.

앤디는 미란다의 에디터로 일하는  일년동안 결과적으로 백만명쯤의 여자들이 원한다는 일자리를 잃고, 사년동안 사귀어왔던 남자 친구를 잃었다.
그러나 그 일년동안 얻은것은 무한이었다. 진정으로 자신에게 소중한게 무엇인지, 자신이 원하는게 무엇인지 알게 되었으며 소설가로 데뷔할 수 있는 자료를 얻었고 심지어 중고로 내다 팔아도 일년치의 생활비를 보장해주는 화려한 의상과 가방, 악세사리까지 얻었으니.....

보여지는 삶을 사는 사람들.
패션업계 사람들은 보여지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그것이 그들의 삶인 것이다. 그 삶이 나와 다르다고,  치즈버거나 기름이 뚝뚝 흐르는 스프따위를 먹지 않는다고 그들의 삶을 그렇게 비관적으로까지 표현할 필요는 없었다고 본다.
다른건 그냥 그대로 인정해주면 그뿐이니까.
그러나 와이스버거가 다름을 그냥 인정하고 말았다면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은 탄생하지 않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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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며 키우며
강백향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아이는 키우는 것이 아니라는 컬럼을 보았다.
왜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을 키우고 가르켜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갖게 된걸까.
내 어린 시절을 돌이켜본다.
엄마가 이러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다 자라 엄마가 되고 보니 나는 어느새 내 어머니와 똑같은 행동을 아이에게 서슴없이 행하고 있다.
답습... 이란 말이 있다.
역활모델... 이란 말이 있다.
부모가 아이를 가르치고 훈계하며 충고하는 건 적어도 나보다 나은 삶을 살라는 바램에서 출발할 것이다.
그런데 내가 배운데로 아이를 가르키면 나만한 인간밖에는 안되는 것이 아닐까...?

나는 아이가 나처럼 살지 않기를 바란다.
또 한편으로 우리 부모가 나만큼만 나한테 해줬더라면 내가 지금의 나보다는 나은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발칙한 상상도 해본다.
그러나 역시 나는 나 이외의 다른 인간이 될 수 없었을것이라는 결론을 내게된다.
아이도 아이가 가진 것 외의 다른 능력을 펼치며 살게 되진 않으리라.
그래도 약사 집안에선 약사가나오고 장삿꾼 집안에선 장사꾼이 나온다던데......

기질은 무시 못할 것이고. 환경이라도 더 나은 조건을 마련해 주고자 하는 어미의 욕심은 끝이 없다.
육아서를 섭렵하고, 독서지도 책을 섭렵하고, 아이의 집중력을 키워줄 독서를 하며 내 욕심만큼 자라지 않는 아이를 원망하고 미워할 수도 있으리라.
어느 순간 나는 아이에게 내 욕심을 버리기 시작했다.
아이도 나도 지금은 조금 행복하다.
마음껏 간지럼을 태우며 웃고 체험학습을 이틀씩 내고 여행을 가기도 한다.
아이의 공개수업에 발바닥에 땀나게 쫓아다니며 왜 발표하지 않느냐고 조바심 내기도 포기했다.

그저 나는 밥을 주고 사랑을 주고 책을 읽어 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며 기다리기로...
이 책의 제목을 바꿀지어다.
읽어주고, 읽어주고, 그저 읽어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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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잘못일까요? - 엄마, 아빠의 불화가 나 때문일까 고민하는 아이를 위한 책, 유아를 위한 생활동화 속속들이 시리즈 05
제니퍼 무어-말리노스 글, 마르타 파브레가 그림, 이경희 옮김, 이루다 도움글 / 예꿈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내 아이에 읽히고 싶은 이유.

1. 엄마 아빠도 싸운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2. 그렇지만 그건 너때문이 아니라는 걸 말해주고 싶어서
3. 생각이 다르면 서로 싸우기도 한다는 걸 말해주고 싶어서
4. 싸운다고 해서 서로 사랑하지 않는건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5. 때로는 떨어져 있는 것도 사랑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6. 싸움은 서로의 문제이지 결코 누구 때문이 아니라는 걸 절대절대 강조하고 싶어서

내 남편은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
허구헌날 조금만 거슬리면 소리를 꽥꽥 질러대는 나로서는 아이 앞에서만 성인군자인 내 남편이 죽이고 싶게 밉다.
나한테 좀 그렇게 자상해보라지~(내 안의 성인아이는 질투의 화신이 된다)

어느날 나는 작정하고 남편에게 따졌다. 도대체 아이가 잘못한 일도 엄하게(소리지르기와 엄하게 다루기 구별도 못하는 나 ㅡ.ㅡ)하지 못하는 이유가 뭐냐고 남편을 달달 볶았다.
남편 왈,
아이가 세살이나 되었을 무렵 샤워를 시키다가 밖에서 꽥꽥대는 나를 향해 소리를 꽥 질렀단다.
그때 본 아이의 눈빛...... 울듯울듯 하면서 애처롭게 웃던.......을 잊을 수가 없단다.
생각해보시라
세살이 겨우 된 아이의 공포에 질린 웃음을.......

아이가 지금은 아홉살이 되었다.
얼마전 밤 크게 싸움이 났다 남편과
발단은 아이이야기 였다.
나는 안방문을 꼭 닫고 내나름 조용조용 말했는데 그것은 내 생각일 뿐이다.
남편도 나도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거의 발악 수준으로 다투고 남편은 현관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나가버렸다. 현관문을 꽝 닫는 소리를 제 방에 들어가 방문을 닫고 있는 내 아이도 들었을것이다.
나는 안방에서 한참을 울다가 퍼뜩 아이생각에 아이방으로 갔다.
방문은 잠겨있고.... 아무리 두들겨도 열리지 않았다.
베란다를 통해 겨우 아이방에 들어가서야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제정신이 들었다.
아이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 쓰고 울다가 잠들어 있었다.........

이 책이 배송된 날 아이가 먼저 읽고 그다음 내가 읽고 아무렇지도 않게 난 아이에게 물었다.
너도 이런적 있어....?
있지..
어땠어 그때?
내가 잘못했으니까 엄마 아빠가 싸웠지.... 그래서 무서웠지.... 다음날도 다음날도 엄마도 아빠도 무서웠어. 그런데 그 다음날 서로 사과하고 풀려서 내가 다시 행복해졌지...

나는 아홉살 내 아이 앞에 할 말이 없다.
키가 훌쩍 내 목까지 커버린 아이인데도 엄마 아빠의 싸움이 자기 탓이라고 생각을 한다.
혹시라도 자기때문에 우리가 불행해져 버릴까봐.......

나는 다시 아이에게 설명한다.
봐... 이거 애들 그림책인거 같아도 너한테 꼭 보여주고 싶었어.
너 알지? 네 잘 못 아닌거?
응 알아.. 그리고 우린 행복하잖아...

아이가 네살이든 아홉살이든 열세살이든..
엄마 아빠의 싸움으로 불안한 아이가 있다면 이 그림책 권해주고 싶다.
아이도 엄마도 많이 생각하게 될 책이니까...

그리고 말해주고 싶다.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그건 있지... 너를 생각하지 못한 내 잘못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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