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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엄마
김지연 지음 / 그리고 다시, 봄 / 2025년 3월
평점 :
눈이 시리도록 보고 또 보고, 연신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한순간 품에 와락 안겨오는 감동으로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이었다.
세상 엄마들을 향한 세레나데...
달콤한 멜로디에 실려오는 저녁 바람이 평화와 안식을 가져다 주듯이 나직한 위로를 전하는 그림책의 메시지가 사랑스럽다.
나 또한 붉은 엄마라서 안심되었고, 마음이 한 뼘 더 넓어진 것 같았다.
그림책의 화자는 붉은 엄마다.
아이들과 모처럼 휴가를 나왔다.
-공항이 사람들 열기로 가득해요.
비행기에서 내리니 정말 실감나요.
배낭에 설렘을 가득 채워 발걸음이 가벼워요.
오랜만에 휴가를 왔어요.-
특정 지명이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휴가지는 제주도인 듯...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지난 해 제주에서 한달살이를 했던 기억들이 생생하게 떠오르며 더불어 즐거웠다.
-드디어 도착했어요.
이번 휴가를 보낼 아늑하고 조용한 바닷가예요-
문득 궁금해졌다.
제주 어느 해변일까?
내가 방문했던 21개 해변 중 하나일 거라고 짐작하면서 그림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이번 그림책은 일러스트가 매우 독특하다.
볼펜의 무수한 선들이 그려내는 폭발적인 감수성에 그 누구라도 압도 당하지 않을 수 없다.
엄마는 이 곳에서도 여전히 바쁘다.
과연 휴가지에서의 진정한 쉼은 어떠한 모습으로 표현될 것인가!
-으라차차! 파라솔도 세우고,
아이들 돌아오면 앉을 뽀송한 수건도 깔고,
아이들 간식도 시원하게 준비됐고,
그동안 읽고 싶던 내 책도 챙겼고,
아, 음악을 안 챙겼네.
아이고, 허리야. 등이야.
아이고고고. 일단 좀 눕자.-
마침내 휴식 모드에 돌입한 엄마는 흐뭇하게 웃음꽃을 피워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불편해 보이는 이 느낌은 뭘까?
잔뜩 웅크린 몸, 너무 작은 깔개, 옹색한 그늘...
궁핍함과 압박감이 동시에 밀려오면서 가슴을 짓누르는 듯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엄마의 휴식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마침내 그늘을 잃고 만 엄마는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붉게 붉게 타오르고 만다.
나에게 묻는다.
살면서 가장 뜨거웠던 순간은 언제인가?
워킹맘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야만 했던 그때 그 시절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인간 관계, 일, 육아, 쉼...
모든 순간마다 나는 붉게 붉게 타올랐다.
마음이 여리고 스트레스에 민감한 성격도 한몫 했을 것이다.
생각해 보니 일을 그만두고, 아이들이 모두 성장한 지금도 여전히 나는 뜨겁다.
그래도 괜찮다.
여름이라서 뜨겁고, 내가 살아있으므로 뜨거운 것이기 때문이다.
내 안의 열정이,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이 아직 식지 않았기 때문에 뜨거운 것이리라!
그림책을 읽는 동안 내내 행복했다.
오랜만에 나에게 집중할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 되었다.
감사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