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숫가 작은 집 ㅣ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106
토머스 하딩 지음, 브리타 테켄트럽 그림, 김하늬 옮김 / 봄봄출판사 / 2022년 5월
평점 :
'호숫가 작은 집'은 제목만으로는 매우 서정적이다. 그러나 시대적, 공간적 배경이 제 2차세계대전 독일 베를린 근처라고 하면 아픔이 느껴진다.
표지 그림만 보아도 충분히 긴장된다.
하늘에는 전투기가 날아다니고, 짐을 싸들고 집을 떠나는 가족의 모습이 보인다.
가족들은 언제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이 집은 1927년에 처음 지어졌다.
토머스 하딩 작가의 증조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네 자녀들을 위해 주말 별장으로 마련한 집이었다.
이곳에서 가족들은 집과 함께 행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치로 인하여 그들은 원치 않게 집을 떠나야 했다.
-집은 이제 혼자였어요.-
1년 뒤 '호숫가 작은 집'을 찾아오는 두 번째 가족은 게슈타포에게서 이 집을 헐값에 사들였다.
작곡가 빌 마이젤 가족이었다.
새로운 가족 또한 이 집에서 행복하게 살았다.
하지만 1944년 마이젤 가족은 전쟁때문에 오스트리아로 도피하게 되었고, 집은 또 다시 버려졌다.
그림책은 줄곧 집의 마음을 읽어준다.
그것은 단순한 서사가 아니라 장대한 역사적 기록이다.
페이지를 넘겨갈수록 전쟁과 공포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만큼 몰입도가 높다.
-비행기 그림자가 지붕을 덮었고,
부엌의 컵과 접시가 달그락 떨렸어요 .
하늘은 붉게 불타올랐죠.-
오스트리아에 머무는 동안 빌 마이젤은 친구인 하르트만 부부를 위하여 이 집을 내어준다.
'호숫가 작은 집'으로 걸어 들어온 세 번째 가족이었다.
집은 두 부부의 은신처가 되어 주었다.
그것도 잠시, 1945년 4월 소련군이 탱크를 앞세워 마을로 들어왔고 집은 다시 혼자가 된다.
-집은 오랫동안 텅 비어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쓴 남자가 집으로 걸어왔습니다.
그의 두 아이는 기쁨에 넘쳐 소리를 지르면서, 어두운 방에 빛을 비추며 집 안으로 뛰어 들어왔습니다.-
1958년부터는 볼프강 쿤의 가족이 이 집을 임대하여 살게 되었다.
'호숫가 작은 집'에서 가장 오랫동안 살게 되는 네 번째 가족이다.
그는 거리 청소부였는데, 슈타지(동독 비밀 경찰)를 위해 이웃들을 염탐하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아침, 털모자를 쓴 남자는 집 밖에서 울리는 기계 소리에 잠에서 깼습니다.
군인들이 정원을 가로질러 거대한 벽을 쌓고 있었습니다.-
1961년 8월 13일에 집과 호수 사이에 울타리가 세워졌으며 나중에 콘크리트 장벽이 추가되었다.
이른바 '베를린 장벽'이다.
지난 여름, 독일에서 한 달을 머물면서 베를린에도 다녀왔다. 말로만 듣던 베를린 장벽을 직접 목격했을 때의 그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벽 박물관'을 비롯하여 거리 곳곳에서 만나는 추모의 흔적들이 너무도 인상적이어서 경이롭기까지 하였다.
다시는 그런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호숫가 작은 집' 또한 그러하다.
2013년 토머스 하딩 작가는 집에 예전의 영광을 되찾아 주었다.
'알렉산더 하우스'가 교육과 화해의 장으로 새로이 문을 열게 된 것이다.
이제 '호숫가 작은 집'은 누구의 집이 아니라 모두의 집이 되었다.
다음에 또 베를린을 방문하게 된다면 그때는 이곳에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집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http://alexanderhaus.org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장면 한 장면, 브리타 테켄트럽의 놀라운 표현력에 감탄하면서 읽었다.
판화와 콜라주 기법의 대가답게 예술적 극치미를 선물해 준 멋진 그림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