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의 비밀 친구
모니카 라빈 지음, 마리아 페루호 라빈 그림, 이아람 옮김 / 라플란타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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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그림책이라고는 하지만 전혀 낯설지 않았다. 
교실 풍경도 그렇고, 작가님들의 마인드도 그렇다.
멕시코의 엄마와  딸이 만들고 한국의 엄마와 두 딸이 번역한 그림책이라는 소개글과 함께 마음 따뜻한 헌사도 실려 있어서 좋았다.
 
-모든 가족 그림책 작가들을 위하여
 토마스를 위하여-

나는 헌사가 있는 그림책을 좋아한다.
마치 작가가 내게 건네는 인사 같기도 해서 그럴 것이다.
나 또한 '토마스'라는 이름을 기억하며 축복을 보내기로 한다.

아이들은 무엇이든 슥슥 그리며 이야기를 잘 짓는 타고난 그림책 작가라는 의견에도 적극 동의한다.
엄마와 아이가 서로의 비밀친구를 공유할 수 있는 멋진 그림책이라고 해서 나도 꼭 만나보고 싶었다.
그림책을 읽다보니 어린시절 비밀 친구가 그리워졌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의 경우에는 비밀 친구가 많았던 것 같다. 동화 속 주인공에 감정이입이 되어 그림을 그리고 색칠 놀이를 하거나, 인형 옷 입히기 같은 시리즈에 흠뻑 빠져서 지냈다.

-카를로스는 츄츄를 만났어요.-

그림책의 첫 문장이다.
카를로스와 비밀 친구 츄츄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츄츄는 카를로스가 유치원생이었을 때 그렸던 그림 속의 아이였다고 한다.

-"그거 알아? 우리 마녀들은 아이들의 그림에서 태어난다는 사실 말이야."-

카를로스의 엄마가 그 그림들을 옷장에 잘 보관해 두었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고 보니까 나 또한 우리 아이들의 그림이라든가 일기장 같은 것들을 지금껏 보관하고 있는데, 언젠가 좋은 선물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츄츄는 어떤 캐릭터일까?

-마녀가 있었어요.
 온통 초록색 투성이 꼬마 마녀였어요.
 마녀는 끝이 뾰족한 모자를 쓰고, 보라색 원피스를 입고, 엄청나게 커다란 은장식이 달린 보라색 구두를 신고 있었어요.
 "이제야 꺼내 주다니!"
 꼬마 마녀는 따지듯이 말했어요.-

츄츄는 과연 여간내기가 아니었다.
말썽꾸러기에다가 사고뭉치이지만 카를로스에게는 무척 소중한 존재다.
학교에서는 츄츄 때문에 한 시간 동안 벌을 받기도 하였고, 집에 와서는 카를로스의 숙제를 방해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를로스는 자신의 비밀 친구를 지키기로 한다.
학교에 데려갈 수는 없었지만 집에서 함께 놀 생각에 신이 났다.
그런데 바지 주머니 속에 숨겨 두고 학교에 간 사이에 츄츄가 사라졌다. 아니, 옷장 깊숙이 넣어둔 회색 바지가 사라진 것이다.

-"엄마, 제 회색 바지 어디 있어요?"
 "세탁소에 맡겼단다. 다음 주 토요일, 할아버지 생신에 입~~~~"
 엄마의 말씀이 끝나기도 전에, 카를로스는 거리로 뛰쳐나왔어요."-

다행히 구사일생으로 츄츄를 구할 수 있게 된 카를로스는 자신의 소중한 친구를 지키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게 무엇일지 궁금하지 아니한가?
얼른 뒤페이지를 넘겨 보았더니, 카를로스가 츄츄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자기 모습도 함께 그렸다.
둘이 언제까지나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을 담은 그림 속에서 츄츄도 카를로스도 웃고 있다.
이곳에서는 무서운 일도 위험한 일도 일어나지 않을테니까...

부록 페이지를 통하여 작가의 말을 들어보기로 하자.

-상상은 항상 우리와 함께 하며 미소짓게 해 주는 인물을 창조할 수 있어요.
 카를로스의 친구 츄츄가 여러분에게 기쁨을 주고, 친구가 되는 멋진 경험을 하게 해 주기를 바래요. 또한 친구들도 나만의 책 속에 살아 숨쉴 비밀 친구를 만들어보기를 바래요.-

그림책의 뒤면지다.
카를로스와 츄츄의 이야기를 읽은 독자들을 향하여 또 다른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보라고 권유하고 있다.
참으로 특별한 경험이다.
새롭게 탄생할 너와 나의 이야기가 궁금하지 아니한가!
이야기로 가득찬 세상에서 그림책이 가르쳐 준대로 나만의 비밀 친구를 기억하는 순간을 가질 수 있어 행복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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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모자를 찾아서 신나는 새싹 192
김종혁 지음, 최소린 그림 / 씨드북(주)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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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쓰기 꼴등을 해서 속상한 아이의 내면을 다 품어주는 그림책이다.
땅 요정이라는 캐릭터도 흥미롭고, 모자에 관심이 많은 취향 덕분에 더욱 관심이 갔다.
머리에 쓸만한 것들을 주변에서 찾아본다는 설정도 재미있다. 
고무장갑, 비닐, 종이컵, 약통... 아이의 받아쓰기 시험지로 만든 종이배까지...
무심코 버려진 것들이 누군가의 소중한 모자로 쓰인다는 이야기는 괜시리 뜨끔하였다.
"오늘은 놀아도 돼!"
주문처럼 중얼거리기만 해도 기분이 괜찮아지는 마법을 배울 수 있는 그림책이라니 솔깃해졌다.
손톱처럼 생긴 달이 뜰 때마다 벌어지는 땅 요정들의 파티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등장인물은 꼬마와 땅 요정 그리고 다른 땅 요정들이다.
처음 읽었을 때는 잘 안 보였던 그림들은 자세히 들여다 볼수록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게다가 매우 예술적이다. 
흥겨운 축제의 분위기를 잘 표현한 이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잠시 번뇌를 내려놓고 그림책과 함께 춤이라도 추고 싶었나보다.

꼬마는 오늘 반에서 받아쓰기 꼴등을 하였다.
혹시 집에 들어가기 싫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길가에 보이는 집들조차 모두 검은 색이다.

꼬마의 기분이 무지개 빛깔로 전환되는 이 장면도 좋았다.
엉망진창이었던 기분을 단숨에 바꾸어준 것은 땅 요정과의 만남이었다.
이 땅 요정은 꼬마네 부엌에 있던 땅 요정 인형이었는데, 받아쓰기 시험지로 만든 멋진 모자를 선물 받고 매우 기뻐하였다.

"-난 빨간 선들이 창피했는데 그게 멋지다니,
 땅 요정들 세상은 뭔가 다르구나!"-

게다가 뜻밖에도 땅 요정들의 파티에 같이 가자는 제안을 받았다.

-"정말? 내가 가도 괜찮을까?"-

파티에 가려면 주문이 필요하다.
꼬마가 가장 좋아하는 말로 주문을 외우면 된다.

-"우와! 내가 땅 요정만큼 작아졌어!"-

신나는 마법의 순간이었다.
생각해 보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무엇일까?
실제로 좋아하는 말을 떠올린 뒤 입 밖으로 가만히 내뱉기만 해도 기분이 전환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외롭다고 느껴질 때마다 불러보는 그리운 이름들이 그렇고,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랑스러운 존재들 또한 그러하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마법의 순간들을 놓치지 말기를...

그림책에서 이야기하는 중요한 이슈가 또 하나 더 있다.
윙크하는 꼬마의 모습이 정말 귀엽지 않은가!

-땅 요정은 꼬마가 윙크를 하자 의아했어요.
 "왜 한쪽 눈을 깜박여?"
 "이건 윙크라는 거야. '우리끼리만 알고 있자'라는 뜻이지."-

이 말을 들은 땅 요정은 신기하고 재미있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자기들에게는 엉덩이를 양쪽으로 한 번씩 흔드는 인사법이 있다고 소개하였다.

-"그건 무슨 뜻이야?"
 "이건 무슨 말이냐면, '나는 당신이 좋아요'라는 뜻이야. 그렇지만 엉덩이를 흔들다가 방귀가 나오지 않게 조심해야 해. 그건 '당신이 너무 싫어서 방귀가 나왔어요."라는 뜻이거든."-

이런 문화의 차이때문에 서로를 오해하는 상황이 생기면서 위기가 찾아오기도 하지만 꼬마의 재치로 무사히 넘어가게 된다.
꼬마는 모든 땅 요정들의 기분을 좋게 해 주고 싶어서 한 번 더 꾀를 내기로 했다.

-"좋아, 아까 일등을 정해 달라고 했지?
 각자 멋있는 점이 다 있고, 또 다 달라
 난  그래서 너희 모두 일등이라고 생각해."-

이 말은 꼬마가 스스로를 위로하는 말이 될 수도 있겠다.
비록 받아쓰기는 잘 못하지만 종이접기나 공 차기는 꼬마가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땅 요정들 앞에서 의기양양한 꼬마의 모습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멋져 보였다.

그런데 이 장면은 또 어떤가?
서로 자기가 일등이라며 가마로 우르르 몰려드는 땅 요정들.
어디서 많이 보던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경쟁 구도에서 허우적대는 우리들의 가난한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이지만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점들을 많이 내포하고 있어 다양한 각도에서 심도있는 나눔이 필요할 듯 하다.
다문화 이해라든지 학업 스트레스, 그리고 쓰레기 문제까지도...
하지만 나는 그 무엇보다도 두근두근 불안했던 꼬마의 마음을 알아주는 땅 요정의 윙크가 참 좋았다.
마지막 페이지의 여운이 따뜻한 강물처럼 마음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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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 물고기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112
이란 지음, 홍순미 그림, 정세경 옮김 / 봄봄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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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
부드러운 달님의 미소에 마음이 저절로 평안해지는 듯 하였다.
사랑에 빠진 작은 물고기는 못말리게 앙증맞은 캐릭터다.
나와는 성향이 정반대라 더욱 매력적이다.
매일 어디론가 나가 신기한 존재를 발견하고 그 모든 것들과 사랑에 빠진다니...
작은 물고기가 사랑에 빠지는 대상들을 호명해 보았다.
달과 해, 바람, 파도, 작은 배, 작은 섬, 코끼리, 나무, 민들레, 왕자님, 공주님, 그러다가 마지막에는 결국 자신과 비슷한 모습의 다른 작은 물고기를 만나게 되고, 한 바퀴 돌아서 둘이 함께 달님 곁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다.
금권으로 물들어 가는 혼탁한 세상에서 우리가 붙들고 있어야 할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였다.
이처럼 따스하고 사랑스런 이야기를 읽으며 잠자리에 든다면 분명 좋은 꿈을 꾸게 될 것만 같다.
잠자리 그림책으로 딱이다.

내가 ○○을 사랑하게 됐어요.
나도 너를 사랑해.
○○도 널 사랑하면 좋겠어.
그럼요. ○○도 날 많이 사랑해요.

그림책은 이렇게 온통 사랑의 문장으로 가득하다.
그러니 꿈조차 사랑 꿈을 꿀 수밖에...

작은 물고기가 가장 먼저 사랑한 대상은 달님이다.
달님 또한 작은 물고기를 사랑하였다.
그림책은 둥글었던 달이 그믐달로 변화할 때까지 15일간의 사랑 이야기를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달님의 사랑은 내리사랑이다.
조건도 없고, 대가를 바라지도 않으며 성심성의껏 응원하고 열렬한 지지를 보낸다.
마치 우리들의 어머니 같은 존재다.
그렇다면 작은 물고기는 어떨까?
낮 동안 있었던 모든 일들을 달님과 나누며 다정하게 잠자리 인사를 하는 작은 물고기의 모습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스러웠다.

예뻐서 따라 그려보고 싶었던 장면이다.
화사한 봄의 빛깔과 달님의 미소가 어우러져 무척 아름답다.
오일파스텔로 그려 본다면 또 다른 멋이 느껴질 것이다.
작은 배를 사랑하게 된 작은 물고기라니 꽤 낭만적이지 아니한가!
작은 물고기가 코끼리를 사랑한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황당했는데 생각해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거니 했다.
민들레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작은 물고기가 애틋한 감동으로 다가온 것은 내 마음이 투사되었기 때문일까?
그림책을 읽는 내내 아이처럼 순수한 감성의 작은 물고기를 응원하면서 내 마음을 온전히 실어 보기도 하였다.

이 그림책의 가장 큰 특징은 정형화된 서사의 틀이 반복적인 형식으로 구조화 되었다는 것이다. 자칫 지루할 수도 있지만 뻔하지 않은 작은 물고기의 파트너들이 호기심을 만족시키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노래부르듯이 읽기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잘 자, 물고기야."
"잘 자요, 달님."

마지막 장면은 독자들의 마음까지도 훈훈하게 만든다.
여러모로 멋진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판형은 크지도 작지도 않아서 품 안에 폭 들어오는 사이즈다.
잠자리 그림책으로 적극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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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동네 웅진 우리그림책 97
나오미양 지음 / 웅진주니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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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겨울 동네가 너무 예뻐서 첫 눈에 반한 그림책이다.
겨울은 추워서 싫지만 눈 쌓인 겨울 풍경은 좋아하니까...그 풍경을 떠올리기만 해도 힐링이 되니까...
눈 그림책 모아둔 것만 해도 꽤 된다.

지난 2월에 일본 북해도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림책에서 묘사하고 있는 겨울 동네와 신기할 정도로 똑같아서 깜짝 놀랐다.
그렇게 많은 눈은 난생 처음이었다. 트럭들이 눈을 한가득 싣고 어디론가 달리는 모습을 심심찮게 목격하고도 눈을 의심했을 정도였다.
밤새 내린 눈으로 동화 마을이 되어버린 창밖 풍경, 하루종일 송이 눈이 나풀나풀 내리는 낯선 동네를 걸어 다니며 얼마나 즐거웠던가!

-그곳은 아파트와 빌딩 대신에 산과 숲이 있고
 겨울 내내 얼음과 눈으로 뒤덮여 있대요.
 하지만 나를 설레게 하는 건
 이모네 뒷마당에 사슴이 가끔 놀러온다는 거예요!

 겨울 동네에 도착했을 때,
 나는 소금병 안에 들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케이크 위에 서 있는 것 같기도 했어요.
 잘게 부순 별사탕이 밤새 하늘에서 쏟아졌어요.

 겨울 동네는 낮이 짧아 금세 어두워져요.

 나무도, 흙도, 바위도, 작은 폭포도
 모든 것이 꽝꽝 얼어붙어 있어요.

 큰길에 둔덕처럼 쌓여 있는 눈 무더기
 뒷마당, 골목의 입구
 모든 것이 아침 햇살을 받아 다정하게 반짝거렸어요.-

그림책을 읽는 동안 나는 우연처럼 겨울 북해도 여행을 계속 떠올리게 되었고, 그만큼 더 많이 행복하였던 것 같다.
나오미양 작가가 쓰고 그린 첫 그림책이라고 하여 특별히 주목하며 읽었다.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작가들의 첫 그림책에 유난히 관심이 많아서 기회가 닿으면 수집까지 하고 있는데 그래서 더욱 반가웠을 것이다.

눈이 내린 날, 아무도 걷지 않은 숲길을 걷다보면 여러 동물들의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눈은 지상의 모든 결점을 덮어주기도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던 숲 동물들의 존재를 부각시키며 불현듯 조우하게 한다.
고라니, 토끼, 직박구리... 어쩌면 멧돼지일 수도 있는 발자국들을 만날 때마다 문득 말을 걸고 싶었었다.
잘 지내느냐고...괜찮냐고...

그림책에서도 동물 발자국을 찾아보는 장면이 나왔다.
뒷발이 움푹 들어간 건 토끼 발자국이라고 한다.
사슴 발자국은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하였다.
일본 북해도의 숲에는 여우와 사슴이 많이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호기심이 발동했지만 그것들과 마주칠 기회는 없다는 생각에 그냥 흘려 들었다.
하지만 주인공 아이는 사슴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설레임을 품고 기꺼이 겨울 동네를 방문하였다.
그 꿈이 꼭 이루어지를 바랐다.

우리 시골집 뒷산에는 고라니가 산다. 
개체수가 꽤 많은지 자주 맞닥뜨린다. 
고라니는 사슴보다 매력이 덜하지만 겅중겅중 산을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경이로움 그 자체다.
우는 소리를 들은 적도 있는데 진짜 생긴 거와는 다르게 토악질을 하는 것처럼 이상한 소리를 낸다.
사슴은 그에 반해서 동경할 만큼 아름답지 아니한가!

-나는 사슴을 만났어요.-

그림책의 하이라이트는 아이와 사슴이 함께 노는 장면이다.
그림책의 여덟 페이지나 할애하였다.
사슴의 몸짓과 표정이 매우 미려하다.
환상적인 색감과 화려한 디테일에 사로잡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림 참 잘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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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앉아도 될까? 미운오리 그림동화 6
수잔네 슈트라서 지음, 김여진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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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읽었는데 한 편의 연극 무대를 보고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참으로 특별한 경험이었다.
앞면지부터 살펴보자.
무대 한가운데에 3인용 소파 하나가 놓여 있다.
푸른색 소파에는 두 개의 살구색 쿠션과
비슷한 톤의 머플러 한 장이 걸쳐져 있다.
소파 밑으로는 빨강 털실 한 뭉치와 슬리퍼, 그리고 손전등 한 개가 보인다.
무대 오른쪽으로 흰색 출입문이 있고, 소파의 왼쪽에는 스탠드 조명이 서 있는데 편안한 파스텔톤 색감의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얘들아, 모여 봐! 우리 같이 책 읽자!"-

해맑은 여자 아이의 목소리가 객석을 향해 울려 퍼졌다.
곧 이어 조명이 들어오고, 책을 펴든 채 소파의 가운데 앉아 있는 아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드디어 연극이 시작되었다.
그림책의 첫 페이지다.

-"좋아!"
 햄스터가 기뻐서 소리쳤어요.
 "다른 친구들도 데려올게."

어떤 친구들일까?
표지에서 미리 만나보았던 얼룩말과 고양이와 아이와 햄스터 그리고 사자가 막 책을 읽으려는데...

-"잠깐, 기다려!
 얼룩말이 히잉히잉.
 "황새가 안 왔어!"

흰색 문틈으로 황새의 빨간 색깔 부리와 한 쪽 발이 보인다.
이런 저런 디테일을 살린 색감 연출은 꽤 성공적이다.
선명하고 조화로운 일러스트 또한 독자들의 마음에 편안하게 다가간다.
반복적인 텍스트와 서사 구조가 재미를 더하면서 특유의 매력적인 요소가 되었다.
책을 읽을 준비가 안 된 동물친구들이 저마다 '잠깐만'을 외치는 상황이 웃음을 자아낸다.
동물 이름이 반복적으로 읽히는 것 또한 리듬감을 즐기게 할 뿐만 아니라 지적 호기심을 유발한다.
유아 그림책으로 딱 맞춤이다.
아이와 함께 소리내어 읽을 수 있는 유쾌하고 떠들썩한 이야기라는 출판사 서평 그대로 즐겁게 읽었다.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더욱 환호할 것이다.

잠깐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출연진이 더 있기 때문이다.
정보에 의하면 금붕어와 코뿔소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허걱! 소파는 이미 꽉 차버린 건 같은데 모두가 다 앉기에는 너무 비좁지 않을까?
어항에 담긴 채 출연하는 금붕어는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렇게 되면 땅과 물과 하늘 동물들이 싹 다 모인 셈이다.
작가의 남다른 안목에 주목하게 되는 포인트이다.
그런데 이 금붕어, 늦게 왔으면서도 제일 좋은 자리에 앉고 싶어한다. 

-"가운데 앉아도 될까?"-

이때, 다른 동물 친구들 누구하나 반대하지 않는다.
모두가 평화로운 분위기 조성을 위하여 양보하고 배려하는 듯 하였다.
코뿔소만 빼고...
슬리퍼를 찾으러 왔다며 불쑥 들어와서는 소파를 후다닥 밀쳐버리는 통에 커다란 소동이 일어났다.
소파가 뒤집히고, 털실뭉치가 풀려서 고양이의 몸을 친친 감아버렸다. 얼룩말은 뒤로 벌러덩, 황새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책 밑에 얼굴이 깔렸고, 사자도 깜짝 놀라서 두 눈이 동그래졌다. 햄스터는 머플러를 뒤집어 썼으며 스탠드도 꽈당, 그 와중에 그래도 아이만큼은 순발력을 발휘하여 어항을 지켜내었으니 덕분에 금붕어는 무사하였다.
이 모습을 바라보며 코뿔소도 미안했던지 볼이 빨개졌다.

휴!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아이와 동물 친구들은 무사히 책을 읽을 수 있을까?
마지막 장면을 상상해 보시라!
객석이 들썩거릴만큼 신바람 나는 무대였다.
연극이 끝난 뒤에도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관객이 많을 듯 하다.

단순한 서사이면서도 깊이가 느껴지는 것은 정겨운 동물 캐릭터들과 리듬감을 극대화시킨 운율, 그리고 생동감 있는 의성어와 유머 코드 설정 등의 재미 요소를 효과적으로 배치하고 활용했기 때문이다.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다.
'내가 할 거야!'가 아니라 '내가 해도 될까?'로 표현하는 말본새도 배울 수 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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