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랑에 빠진 물고기 ㅣ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112
이란 지음, 홍순미 그림, 정세경 옮김 / 봄봄출판사 / 2023년 1월
평점 :
"잘 자~"
부드러운 달님의 미소에 마음이 저절로 평안해지는 듯 하였다.
사랑에 빠진 작은 물고기는 못말리게 앙증맞은 캐릭터다.
나와는 성향이 정반대라 더욱 매력적이다.
매일 어디론가 나가 신기한 존재를 발견하고 그 모든 것들과 사랑에 빠진다니...
작은 물고기가 사랑에 빠지는 대상들을 호명해 보았다.
달과 해, 바람, 파도, 작은 배, 작은 섬, 코끼리, 나무, 민들레, 왕자님, 공주님, 그러다가 마지막에는 결국 자신과 비슷한 모습의 다른 작은 물고기를 만나게 되고, 한 바퀴 돌아서 둘이 함께 달님 곁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다.
금권으로 물들어 가는 혼탁한 세상에서 우리가 붙들고 있어야 할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였다.
이처럼 따스하고 사랑스런 이야기를 읽으며 잠자리에 든다면 분명 좋은 꿈을 꾸게 될 것만 같다.
잠자리 그림책으로 딱이다.
내가 ○○을 사랑하게 됐어요.
나도 너를 사랑해.
○○도 널 사랑하면 좋겠어.
그럼요. ○○도 날 많이 사랑해요.
그림책은 이렇게 온통 사랑의 문장으로 가득하다.
그러니 꿈조차 사랑 꿈을 꿀 수밖에...
작은 물고기가 가장 먼저 사랑한 대상은 달님이다.
달님 또한 작은 물고기를 사랑하였다.
그림책은 둥글었던 달이 그믐달로 변화할 때까지 15일간의 사랑 이야기를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달님의 사랑은 내리사랑이다.
조건도 없고, 대가를 바라지도 않으며 성심성의껏 응원하고 열렬한 지지를 보낸다.
마치 우리들의 어머니 같은 존재다.
그렇다면 작은 물고기는 어떨까?
낮 동안 있었던 모든 일들을 달님과 나누며 다정하게 잠자리 인사를 하는 작은 물고기의 모습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스러웠다.
예뻐서 따라 그려보고 싶었던 장면이다.
화사한 봄의 빛깔과 달님의 미소가 어우러져 무척 아름답다.
오일파스텔로 그려 본다면 또 다른 멋이 느껴질 것이다.
작은 배를 사랑하게 된 작은 물고기라니 꽤 낭만적이지 아니한가!
작은 물고기가 코끼리를 사랑한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황당했는데 생각해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거니 했다.
민들레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작은 물고기가 애틋한 감동으로 다가온 것은 내 마음이 투사되었기 때문일까?
그림책을 읽는 내내 아이처럼 순수한 감성의 작은 물고기를 응원하면서 내 마음을 온전히 실어 보기도 하였다.
이 그림책의 가장 큰 특징은 정형화된 서사의 틀이 반복적인 형식으로 구조화 되었다는 것이다. 자칫 지루할 수도 있지만 뻔하지 않은 작은 물고기의 파트너들이 호기심을 만족시키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노래부르듯이 읽기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잘 자, 물고기야."
"잘 자요, 달님."
마지막 장면은 독자들의 마음까지도 훈훈하게 만든다.
여러모로 멋진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판형은 크지도 작지도 않아서 품 안에 폭 들어오는 사이즈다.
잠자리 그림책으로 적극 추천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