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가 뜨려면
스므리티 프라사담 홀스 지음, 데이비드 리치필드 그림, 윤보라 옮김 / 템북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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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사유를 담아낸 
시적 문장의 절절한 아름다움이 
메마른 가슴을 적시다!

아껴가면서 천천히 읽었다.
한 장면 한 장면에서 고귀한 사랑이 느껴졌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데이비드 리치필드 작가님의 그림을 좋아한다.
이번 작품은 특히 더 아름다운 것 같다.
글 작가의 메시지 또한 그러하다.
출판사에서도 애정을 듬뿍 쏟은 듯 커다란 판형에다 고급진 표지 디자인까지 마음에 쏙 들어왔다.
게다가 교실 수업 지원을 위한 워크북 프로그램까지 제공하고 있어서 더욱 감동적이다.

무지개가 뜨면 우리는 환호성을 지르게 된다. 엄청난 축복이라도 받은 듯 호들갑을 떨면서...
실제로 서양에서는 예로부터 행운의 상징이었다고 한다.
무지개는 대기 중 수증기에 의해 빛이 굴절, 반사, 분산되어 보이는 자연현상이지만 맞닥뜨리기가 쉽지는 않다.
조건이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비가 온 직후, 대기 중 물방울과 태양빛이 서로 반대편에 위치할 때 비로소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무지개는 다양한 상징 및 신비적 소재로도 널리 쓰이고 있다.
본문 중 '무지개가 뜨려면 비가 와야 한다'라는 문장에 한껏 매료되었다.
과학적 상식을 뛰어넘어 그림책의 고귀한 가치가 마음을 사로잡는 순간이었다.
거대한 세상에서 폭풍우를 만날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전할 그림책이라고 하여 나도 꼭 만나보고 싶었는데 과연 그러하였다.

여정을 함께 하는 여자 아이와 여우가 주요 등장인물이다.
둘은 어떤 관계일까?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표제지로 다시 돌아가서 보니 웅장한 성 한 채가 폭풍우 속에서 불타고 있다.
둘은 가족과 집을 잃었던 것이다.
웬일인지 나는 여우에게 자꾸만 마음이 갔다.
둘의 여정은 결코 녹록치 않다.
처음 길을 떠나던 날, 
안개와 비와 구름으로 뒤덮인 불타버린 성을 안타까이 뒤돌아보는 여자 아이와는 달리 여우의 시선은 곧장 정면을 향하고 있다.
몇 번의 낮과 밤이 지나가고, 비로소 둘의 여정이 끝날 때까지 여우는 내내 아이의 든든한 보호자이며 동반자였다.
그리고 그 여정의 끝에는 찬란한 무지개가 떠올랐다.

"용감하고 아름다우며 멋진 나의 언니 스와프나에게 사랑을 담아"

글 작가인 스므리티 프라사담-홀스의 헌사다.
자매간의 사랑이 뭉클하게 느껴져서 마음을 흔드는 문장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림책 속 여우의 모습이 딱 그랬다.
'용감하고 아름다우며 멋진...'
앗! 전율이 일었다.
그렇다면 이것은 우연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은 글대로, 그림은 그림대로 독자적이면서도 서로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감탄을 넘어서서 경이롭기까지 하였다.

내가 꼽은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다.
모든 페이지가 다 좋았는데, 특별히 더 유의미하게 다가온 이유는 무엇일까? 
비록 우리 삶이 곤궁하고 남루할지라도 끝내 꿈을 잃지 말기를...

허걱! 명작의 탄생이다.
펄떡이는 심장처럼 요동치는 거센 파도는 모든 것을 다 집어 삼킬 듯 괴기하다.
강력한 흡인력으로 몰두하게 한다.

보석같은 문장과 보물같은 일러스트를 선물처럼 내어주는 고귀한 그림책이다.
그림책 한 권으로 서로에게 힘이 되는 존재가 되어줄 수 있다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내 곁의 좋은 사람들과 꼭 함께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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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음악의 역사 어린이를 위한 역사
메리 리처즈.데이비드 슈바이처 지음, 로즈 블레이크 그림, 강수진 옮김 / 첫번째펭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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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책장에 이런 책 한 권 딱 꽂혀 있으면 정말 좋겠다.
'동물 뼈 악기에서부터 케이 팝 스타까지'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만큼 정말 방대한 분야를 다루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이 같은 책을 통하여 어렸을 때부터 음악에 대한 지식과 이해의 폭을 넓힌다면 삶은 더욱 풍요로울 것이라 확신한다.
음악은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닌, 삶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달리 어떻게 말할 수 있으랴!
어린이들 뿐만이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무척 유용하다.
분량이 꽤 되는데도 단숨에 읽힌다.
흥미로운 소재들이 많아서 멈추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필요는 없다.
관심이 가는 페이지만 골라서 읽어도 되고, 순서를 바꾸어서 읽어도 된다.
음악 이론을 어려워하기도 하고 그동안 접할 기회가 없었던 많은 이들에게 교양을 갖추는 차원에서도 참 좋을 것 같다.
컬러풀한 이미지와 엄선된 지식 정보를 바탕으로 기획 의도가 뚜렷하고 똑똑한 논픽션 그림책 한 권을 만나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차례부터 살펴보자.
전체 내용은 7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마다 '지식 더하기' 항목을 덧붙여 관련 정보를 깨알같이 제공한다.

1.음악이란 무엇일까요?
2.음악의 세계로 떠나요
3.음악을 만들어요
4.음악을 감상해요
5.음악을 기록해요
6.음악을 공연하고 즐겨요
7.미래에 음악은 어떻게 변할까요?

캐릭터와 함께 하는 작가 소개도 재미있다.
"이 책을 쓴 작가 메리예요. 저는 바이올린을 연주해요. 또 예술 분야 중에서도 특히 음악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해요."
"이 책을 쓴 또 다른 작가 데이비드예요. 영화와 TV에 나오는 음악을 작곡해요. 메리와 함께 다양한 악기를 연주해요. 학교에서 오케스트라도 지도하고 있어요."
"이 책의 그림을 그린 일러스트레이터 로즈예요. 영국 런던에서 합창단 활동을 하고 있어요. 그림을 그리면서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해요."

논픽션이지만 어린이 책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일러스트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으며, 그림 작가 캐릭터가 페이지마다 등장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는 설정도 좋았다.

"최초의 음악가는 누구일까?"
"최초의 악기는 무엇일까?"

어느 날 문득 당신에게 이런 질문이 생긴다면 반드시 이 책과 만나야 한다. 매우 유익할 뿐만 아니라 즐거움을 취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자, 이제 여행을 떠나 볼까요? 지금까지 만들어진 놀라운 음악을 찾아내고, 그것을 만들어 낸 사람들도 만나봐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챕터 2, '음악의 세계로 떠나요' 이다.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음악이 우리 삶과 함께 해 온 기능적인 역사를 훑어볼 수 있었다.
고대의 음악, 신과 종교를 위한 음악, 권력과 나라를 위한 음악,  사람들이 즐기기 위한 음악 이야기가 시공간을 초월하여 묵직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마치 박물관의 큐레이션 전시장을 둘러보는 느낌이었다.

한 마디로 배움이 많은 독서였다.
개인적으로는 '음악을 듣는 방식과 기술의 발전사' 전반을 들여다 볼 수 있어서 더욱 특별하였으며 여러 가지 다양한 모습의 음악과 음악가들, 새롭게 얻은 정보들... 모두 다 귀하게 다가왔다.
이렇게 좋은 책을 만나서 감사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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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는 법
사이다 지음 / 모래알(키다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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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그림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예사롭지 않다.
마치 화산이 분출하는 듯한 역동성을 느꼈다.
종이를 찢고, 겹치고, 오리고, 구멍을 뚫어서 벌리는 등 흥미로운 작업을 거친 그림책은 마치 종이 놀이를 하는 공간으로 독자들을 직접 초대하는 듯한 분위기다. 
태어나는 것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여기 저기서 수런수런, 들썩들썩 한다.
수많은 생명들의 서로 다른 탄생의 순간들을 포착하고, 보여주는 이 그림책은 그래서 매우 감동적이다.
태어나는 모든 것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고싶은 작가의 메시지가 귀하고 가치롭다.

여행하는 식물의 씨앗부터 알을 깨고 나오는 새, 부화되어 바다로 이동하는 거북들, 나무 열매들까지 모두가 새롭게 태어나는 다 같은 존재들이다.
작가가 바라보는 세계는 넓고 크다.
우주 만물의 탄생과 소멸, 자연의 대순환 속에서 우리 인간의 삶 또한 다른 생물들과 다르지 않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겉모습이 다를 뿐 그 속에 깃든 생명은 모두가 하나라는 생각을 그림책이라는 형식을 통하여 자유롭게 표현하고 있다.
게다가 생물학적인 탄생 뿐만 아니라 개인의 내적 깨달음이나 사회적 지위의 변화로 인한 새로운 탄생까지도 다루고 있어서 놀라웠다.

-태어났다고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야.-

아뿔싸!
무사히 바다에 도착했지만 아기 거북들을 노리는 상어가 있었으니...
그로부터 자기 새끼를 지키는 아빠 거북의 모습은 멋지고 당당했지만 왠지 울컥하기까지 했던 장면이다.

-우리가 태어날 때 엄마도 태어나지.-

무한 공감할 수 있는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첫 아이를 낳고 막막했던 그때의 심정이 덜컥 떠오르면서 나도 모르게 위로가 되었나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부끄러운 일들이 참 많았지만 처음이라 완벽하지 않아도 되었다고 말해 주는 듯 하였다.
오래도록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을 것 같다.

지난 가을 땅 속에 묻어두었던 알뿌리들의 싹이 트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이어서 내심 걱정이 되었는데... 세상에!
언 땅을 뚫고 뾰족하게 올라오는 새싹들의 푸른 생명력은 압도하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마치 땅 속으로부터 솟구치는 푸른 주먹과도 같은...

사실은 그림책의 모든 장면이 다 소중하였다. 
작가의 손끝 열정과 마음에 담긴 진정성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더 눈길이 가서 한참을 머물렀던 장면이 있어 소개하고 싶다.

-매일매일 새롭게 태어날 수 있어.-

앙리 마티스의 <춤>을 딱 연상시키는 그림도 좋았지만, 단호한 듯 부드러운 이 문장에 꽂혀서 몇 번을 되뇌이는 것이었다.
반복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졌다.

《태어나는 법》이라는 제목은 매우 유의미하다.
2023년 새로운 봄을 맞이할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그림책의 메시지는 무엇일까?
뒤면지의 작가 프로필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밤이 되어 잠이 들면 어제의 나는 죽습니다.
 아침이 되어 눈을 뜰 때 오늘의 내가 태어납니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다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비록 캄캄한 어둠이 찾아오더라도 내일은 또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고, 내 안에는 다시 새롭게 태어나는 힘이 있음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피워낸 그림책 세상!
절제된 색감과 흰색 종이의 두터운 질감이 신비로운 정서를 자아내면서도 순수하고 고급지다.
함께의 가치, 공존의 철학을 공유하며 독자와 소통하는 사이다 작가님 파이팅!
실존에 대한 여러 생각들이 많아지는 요즘의 나에게 진짜 친구처럼 스승처럼 다가왔다.
그림책을 만나는 순간, 따스한 지지를 받는 것처럼 행복했다.
늘 곁에 두고, 자주 만져보고 싶은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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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이뿌이 모루카 : 교통 체증의 이유는? 뿌이뿌이 모루카
미사토 도모키 지음, 고향옥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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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유튜브 인기 애니메이션 <뿌이뿌이 모루카>의 스톱모션 그림책이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를 평소에 좋아하지만 사실  미처 몰랐던 작품이었다.
궁금해서 유튜브를 찾아보았다.
벌써 1기 12화가 올라와 있었고, 2기도 새롭게 시작되었다.
그림책은 2분 40초 짜리 애니메이션 1기 제 1화 '뿌이뿌이 모루카-교통 체증의 이유는?' 을 그대로 오롯이 담아내었다.
감독과 각본을 맡은 토모키 미사토에 따르면 모루카는 기니피그를 보고 떠올린 자동차 캐릭터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완전 찐이다.
모루카가 훨씬 더 귀엽지만...

부록 페이지를 통해서 등장인물 소개도 하고 있다.
주인공 포테토, 구급 모루카, 그리고 DJ 모루카가 나온다.
모루카에 사람이 타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각 모루카와 탑승객은 서로 다른 인격이다.
포테토는 평소에는 아주 느긋한 성격이지만 어려운 일을 당한 친구를 보면 앞장서서 돕는 용기있는 모루카다.
아픈 사람과 다친 사람을 병원으로 데려다 주는 용감한 구급 모루카 속에는 응급 환자가 타고 있었다.
DJ 모루카는 항상 헤드폰을 쓰고 다닌다니 진짜 웃겼다. 
영상을 보면 이러한 사전 정보가 하나도 없이 사건을 빠르게 따라가게 되어 있는데 그림책으로 만들면서 텍스트를 추가하였다.

-모루카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여기는 귀여운 자동차 모루카가 달리는 거리예요.
 모루카 포테토는 오늘도 
 운전자 누나를 태우고 회사에 가고 있어요.
 그런데 도로가 모루카들로 꽉 막혀 있어요.-

귀염뽀짝한 캐릭터들 보는 맛이 일품이다.
박진감 있는 스토리도 한 몫 한다.
영상을 본 아이든, 보지 않은 아이든 누구라도 이런 매력에 푹 빠져들겠다.
그나저나 교통 체증의 이유는 무엇일까?
얼토당토 않은 상황들이 벌어지지만 나름의 생각 거리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
가장 통쾌하게 보았던 바로 이 장면, 영상으로 보면 더 신난다. 영상으로 보고 온 아이들은 그림책을 더 흥미롭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뿌이...
뿌이?
뿌이!
뿌이뿌이뿌이~!
뿌이뿌이뿌이뿌이뿌이뿌이~!
뿌뿌뿌뿌뿌 뿌뿌뿌이~!
뿌~잇!
뿌잇☆

그림책 속 모루카들이 의사소통 하면서 내는 소리다.
실제로 기니피그들의 울음소리는  '꾸이꾸이...' 로 들린다.
모루카들은 자동차이므로 그들의 언어는 다름아닌 '뿌이뿌이...'가 맞다.
혼자서 별별 생각을 다하면서 재미나게 읽었다.
참 신기하지 않은가!
유아 대상 애니메이션에 어른도 이렇게 푹 빠질 수 있다니 말이다.
과연 아이들 반응이 어떨지는...안 봐도 딱이다!
다양한 굿즈 상품과 함께 다음 편들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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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나의 옷은 당당하고 아름다워 열린어린이 그림책 28
마라 록클리프 지음, 후아나 마르티네즈-닐 그림, 황유진 옮김 / 열린어린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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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름다운 발견이다.
최초의 임부복과 플러스 사이즈의 옷을 디자인한 인물을 그림책으로 만났다.
생각없이 당연히 받아들이는 이 모든 혜택들이 어디서 누구로부터 비롯되었는지를 안다는 것은 신선한 깨우침이다.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의 위인전은 너무 재미가 없어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멋진 인물그림책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밖에...
그림이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탄성이 절로 나왔다.
반짝거리는 레이스의 질감을 어쩌면 이리도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여성의 몸에 꼭 맞는 옷을 처음 디자인한 레나 브라이언트라는 인물에 대하여 특별히 호기심이 생겼다.
한때는 나도 반 아이들에게 '패셔니스타'라는 별칭을 들을 정도로 의상과 장신구에 관심이 많았던 적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시대 여성들은 맞지도 않은 옷에 자기 몸을 맞춰 입었나?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보았을 문제인데 행동으로 옮긴 인물은 '레나 브라이언트' 딱 한 사람이라는 거였다.

레나는 조부모님 손에 자랐다.
러시아 황제가 유대인 어린이의 교육을 금지해서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홈스쿨링을 받아야 했다.
할아버지가 읽기와 쓰기를, 할머니에게서는 바느질하는 법을 배웠다.
랍비였던 할아버지는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라고 늘 말씀하셨고, 레나는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결코 잊지 않았다.
16살이 되던 해 레나는 먼 친척들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에 먼저 와 있던 언니는 레나가 뉴욕에서 일을 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고달픈 삶이었지만 꿈을 이룰 수 있게 된 레나는 언니와 함께 행복했다.
하고 싶었던 패션 공부도 시작했다.
그러던 중에 근사하고 부드러운 남자를 만나 결혼까지 하였으며 아기도 생겼다.
하지만 얼마 후 남편이 갑자기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나고 만다.
레나는 재봉틀을 사서 일을 시작해야만 했다.
신기하게도 레나의 드레스는 다른 누구의 옷보다 편안하게 잘 맞았다.
어느 날 임신한 손님이 찾아왔다.
부른 배를 조이지 않고 편안하게 늘어나는 옷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레나는 지금껏 그런 옷을 본 적이 없었다.
과연 레나가 해낼 수 있을까?

-레나는 천을 드리우고 자르고 바느질해서,
 실크와 레이스로 드레스를 만들었어요.
 편하게 잘 늘어나는 드레스를요.
 드레스는 우아하고 편안했어요.
 무척 성공적이었지요.-

이 일로 명성을 얻은 레나는 더 큰 가게를 빌리고, 바느질을 도와주는 직원을 뽑아 사업장을 열었다.
크고 빠른 재봉틀은 근사하고 편안한 옷을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게 해 주었다.
쪼이지도 부대끼지도 않게, 다양한 여성들의 몸에 꼭 맞는 디자인으로...
레나가 세상을 떠나던 1951년 당시, 레나의 회사는 미국 전역에서 우편 주문 사업과 매장을 통틀어 수천 명의 직원이 일하는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란다."

어렸을 적 할아버지의 말씀을 평생 잊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의 노력으로 일구어낸 성공 신화의 주인공 레나 브라이언트.
레나의 회사인 '레인 브라이언트'가 건강 보험, 연금, 이익 배분, 장학금과 생명 보험 등 직원 복지를 도입한 최초의 기업 중 하나라고 하니 정말 놀랍지 않은가!
뿐만 아니라 토네이도나 화재 등 재해로 옷장을 잃어버린 손님에게는 대체할 만한 옷을 무료로 보내 주고, 2차 세계 대전 이후에는 유럽 난민들에게 수많은 옷을 보내 주기도 했다니...
그녀의 멋지고 당당하며 성공적인 삶이 더할 나위 없이 생생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나 역시도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이 '도전하는 용기와 성취하는 기쁨'을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아름다운 그림책을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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