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나무
루크 아담 호커 지음, 이현아 옮김 / 반출판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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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면 어쩌지?
나무가 사라진 세상이라니!
주인공 소녀가 박물관에서 '마지막 나무'를 만난다는 설정에 가슴이 쿵하고 내려 앉는 것 같았다.
마치 내 탓이기라도 한 것처럼...

신록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오월의 한가운데서 아이러니하게도 루크 아담 호커 작가의 《마지막 나무》를 만났다.
절묘한 느낌의 세밀화로 그려진 펜 드로잉은 작품의 깊이를 더해 준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감정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주인공 소녀 올리브가 사는 세상에는 나무가 없다.
나무의 기록을 보관하고 있는 나무 박물관만 있다.

-이 곳은 나무 박물관입니다.
 나무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는 곳이죠.
 나무의 마지막을 함께 했던 사람들이 수년 전에 만들었어요.-

나무 박물관으로 체험 학습을 나온 아이들이 액자 속 나무 그림을 보면서 지나간다.
올리브의 시선이 한 그림 앞에서 머물렀다.
올리브는 작품명을 속삭이듯 불러봤다.
'마지막 나무'
그랬더니 세상에!
나무가 대답을 하는 것이다.
다음 순간 올리브는 나무와 마주보고 서 있게 된다.

-올리브는 가슴이 벅차올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둘은 침묵 속에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고요함 속에 서로의 언어가 일렁이듯 섞이고 있었습니다.-

보라!
시종일관 글과 그림이 자아내는 아름다움에 경탄하며 읽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가슴 벅찬 페이지를 꼽으라면 바로 이 두 장면이다.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는 순간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그 순간을 혼자가 아닌 함께 맞이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올리브는 아주 어릴 적부터 나무를 보고 싶어 하였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 꿈이 마침내 이루어지던 날, 올리브는 시대를 향하여 또 하나의 새로운 희망을 전해준다.
어린 올리브조차도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문득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다.
산불, 무차별 벌목, 기후 위기로 인한 재앙 등으로 인하여 산림이 사라져 가는 모습을 아프게 바라 보기만 할 뿐... 이러다가 진짜로 나무들이 모두 우리 곁을 떠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들의 이기적인 욕망 때문에 자연이 파괴되는 모습이 너무도 안타까운데 나는 대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올리브처럼 나도 나무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나무처럼 유익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놓지 않으려고 애쓰는 편이다.
이 책은 이런 나를 다시금 깨어나게 한다.

🌳나무와 마주보며 교감하기
🌳용기내어 나무 위로 올라가서 더 넓은 세상 조망하기
🌳사계가 흐르는 숲의 시간 이해하기
🌳숲에 사는 눈 맑은 동물들과의 조우
🌳숲에서 지내는 밤, 그리고 찬란한 별빛 샤워
🌳동굴 속에서의 야생 체험

내가 어렸을 때 나의 아버지는 한 그루의 든든한 거목 같았다.
천둥 번개가 치는 밤에도 집에 아버지만 계시면 무섭지 않았다.
어릴 때의 나는 지나치게 겁이 많아서 해가 지면 시키지도 않은 문단속을 스스로 했다.
저녁마다 대문이 잠겼나 확인하러 나갔던 것이다.
가끔 그 시절의 나를 바라볼 때가 있는데 기특하다고, 잘 했다고 인사를 건네곤 한다.
그림책을 가득 채우고 있는 아빠와 딸의 흐뭇한 모습, 올리브의 행복감이 내게로 밀려드는 듯 하였다.
올리브의 아빠 또한 둘도 없이 다정한 나무처럼 보였다.
작가의 전작인 《함께》를 통해 암울한 절망 속에서 건져 올린 휴머니즘을 읽었다면, 이 그림책에서는 세상의 끝에서 한 소녀가 전해주는 희망찬 미래를 볼 수 있었다.
책장을 덮으면서 그림책의 헌사를 떠올려 본다.
사랑하는 아들에게 보내는 작가의 마음이 오롯이 다가왔다.
아름답고 또 아름답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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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무슨 색일까요? - 2024 행복한 아침독서 선정 그림책 숲 31
밥 길 지음, 민구홍 옮김 / 브와포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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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그림책을 통해서 작가 밥 길이 다양한 매력을 지닌 미국의 아티스트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더욱 흥미로웠던 것은 그림책이 1962년에 영국에서 처음 출간되었고, 그동안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으며, 2023년에 이르러서는 한국의 브와포레에서 야심차게 출판되었다는 사실이다. 
무려 61년간의 대장정이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펼쳐보면 우리는 알게 된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역사를 다시 새롭게 이어갈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여러분의 세상은 무슨 색일까요?"

책이 건네는 질문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개인적으로 하루 중 파란 시간을 참 좋아한다.
낮에서 밤이 되는 시간...
깜깜한 밤이 아침을 향해 걸어가는 시간...
그 시간은 언제나 나에게 특별한 영감을 준다.
그래서 나의 세상은 파란색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었다면 분명 파란 세상을 그려 보았을 것 같다.

밥 길의 그림책을 읽으면서 나 또한 예술가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것은 놀라운 발견이었다.

-내 세상에서는 말이죠...
 왕은 초록색이 될 수 있어요.
 조개들은 보라색,
 벽돌은 회색과 검은 색이 될 수 있고요.
 그리고 내 마음에 들기만 하면...
 하늘은 노란색, 
 바다는 주황색으로 만들 수 있죠.-

앞표지의 예술가와 뒤표지의 밥 길은 같은 인물일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책 뒤쪽에 실린 옮긴이의 글을 찬찬히 읽고 있노라니 밥 길 작가가 더욱 친근하게 다가오는 듯 하였다.

-디자이너와 교육자로서 생각과 태도를 향한 그의 믿음은 이 책 《세상은 무슨 색일까요?》로 고스란히 이어집니다. 그의 다른 작품처럼 일러스트레이션과 타이포그래피가 산뜻하게 어우러지는 건 물론이고요. 책은 정원사에서 바닷가를 서성이는 사람, 군인, 벽돜공, 우유 배달원, 왕, 잠수부, 천문학자, 그리고 예술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을 따라가며 질문을 건넵니다. "세상은 무슨 색일까요?" 저마다 답을 쉽게 내놓는 다른 사람과 달리 예술가는 선뜻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예술가에게 색은 얼마든 달라질 수 있는 까닭입니다.-

이 책이 처음 출간된 1962년은 밥 길이 친구인 앨런 플레처,  콜린 포브스과 함께 디자인 스튜디오를 막 시작한 시기라고 한다. 
그림책의 헌사에 등장하는 바로 그 이름들이다.

-내 친구 앨런과 콜린에게-

작가는 절친들의 응원과 함께 새로 시작한 사업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담아 이 그림책을 만들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하게 된다.
내가 그림책의 헌사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러한 작가의 소망을 읽어내는 기쁨을 알기 때문이다.
참으로 아름다운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더우기 그들의 스튜디오가 오늘날 세계적인 디자인 회사로 손꼽히는 '펜타그램'으로 거듭났다고 하니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어느새 나의 그림책 사랑이 깊어졌나 보다.

한 가지 더 특별한 점이 있다면 보통의 그림책과는 달리 이 책은 앞ㆍ뒤면지가 따로 없다.
대신에 그 공간을 활용하여 출판사 서평과 함께 옮긴이의 글을 실었다.
겉표지에 사용한 인상적인 빨강이 계속 연결되어 사용되고 있어 강렬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 책 《세상은 무슨 색일까요?》는 여러분 같은 어린이는 물론이고, 엄마와 아빠에게 색에 관해 생각하는 방법, 나아가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방법을 일깨워줍니다.-<출판사 서평>

표제지를 비롯한 본문의 컬러풀한 색감들 또한 시선을 사로잡는다. 굵고 힘찬 서체도 매우 감각적이다.
근시안적인 시선과 자기 중심적인 세계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다양한 인물 군상들을 만날 때마다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세상 이치라는 것이 반드시 틀린 것도 맞는 것도 아니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가 서 있는 그 자리에서라도 시야를 확장하고 수많은 가능성을 믿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 아닐까!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을 만큼 울림이 큰 작품이다.
전 연령층을 통틀어 더 많은 독자들과 만나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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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 특공대, 내 몸을 지켜 줘! 좋은 습관 기르기 3
요시무라 아키코 지음, 고향옥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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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기 싫어하는 아이들과 함께 꼭 읽어야 할 좋은 책이다.
말로 하면 잔소리로 듣겠지만 그림책과 함께라면 언제나 잘 통할 테니까 말이다.
그림책은 힘이 세다. 
면역 특공대나 뽀득맨과 같은 어휘 선택도 아주 좋다.

-우리 몸을 지켜 주는 두 히어로가 있어.
 그건 바로 면역 특공대와 뽀득맨!
 나쁜 균을 물리치고 건강을 지켜 주는
 면역 특공대와 뽀득맨의 대활약!
 오늘부터 너도 뽀득맨이 되어 볼래?-뒤표지에서

본문 내용도 어찌나 다정하고 충실한지 읽으면서 저절로 고개가 끄덕끄덕, 마음을 쥐락펴락 하는 것이었다.
귀염뽀짝한 일러스트 또한 그림책 보는 맛을 살린다.

내 몸의 면역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나이가 드니까 더욱 절실하게 와 닿는 요즘이다.
유아 때도 마찬가지다.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읽으면서 세균과 바이러스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꼭 실천하면 좋겠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몸 속에 세균이 들어가지 않게 하는 거야!
 세균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아주 아주
 작아.-

드디어 뽀득맨이 등장하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장면이다.
뽀득맨의 필살기는 단연코 손씻기 기술이다.
코로나 펜데믹 시기에 마스크와 함께 가장 강조되었던 손씻기 7단계를 글과 그림으로 재미나게 그렸다.

1.거품 발사!
2.쓱쓱 싹싹 문지르기!
3.뱅글뱅글 폭격기!
4.깍지 펀치!
5.빙글빙글 회오리!
6.잘 가라, 세균아!
7.손 씻기 끝!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은 틀림없이 뽀득맨이 되고 싶어할 것이다.
왜냐하면 집에 있는 보자기만 두르면 되기 때문이다.
앗! 뽀득맨 말고도 변신 히어로가 더 있다고 한다.
그들은 또 누굴까?
뒤면지에서 반드시 멈추어 확인할 것!

우리는 여기서 면역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확실하게 알게 된다.
누구나 알고 있는 것처럼 잘 자고, 잘 먹고, 잘 놀면 된다. 거기다가 항상 몸을 따뜻하게 하고, 자주 웃는 것도 비결이다.
이처럼 그림책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좋은 습관을 기를 수 있다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두고 두고 읽고 싶은 가람어린이출판사의 '좋은 습관 기르기 시리즈 그림책'을 계속해서 기대하고 응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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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할 수 있는 손 손 손 생각이 톡
정연경 지음, 김지영 그림 / 책속물고기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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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뒤면지만 보아도 16가지의 기능을 접하게 된다.
뻗다, 누르다, 열다, 움켜잡다, 담다, 쓰다, 오리다,매달리다, 집다, 옮기다, 그리다, 가리키다, 쥐다, 들다, 닦다, 접다...
과연 손 하나가 열 일을 한다.
우리는 이 손으로 하루종일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많은 것을 이루어내는 것이다.

이 그림책은 손이 어떻게 생기고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기능하는지 놀이처럼 보여 주는 유아 과학 도서이다.
신체 중에서도 유난히 많은 일을 하고 있는 손이 주인공이라니 어린 아이들의 관심과 탐구욕구를 충분히 불러 일으킬만한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을 알고 언어를 이해하게 하는 통합 그림책이라는 출판사 서평에도 주목하게 된다.
일상의 당연한 사실이 과학의 발견으로 바뀐다는 시선은 더욱 흥미진진하다.

오늘 무리하게 손가락을 사용하다가 오른손 집게손가락에 탈이 났다.
박스를 개봉하는 중에 일어난 일종의 사고인데, 도구의 힘을 빌릴 걸 하며 후회하는 중이다.
당분간 집게손가락을 쉬게 해야 한다.
많이 불편할 것이다.
손가락이 열 개라도 모두의 쓰임이 다르고, 서로 합해져서 할 일도 있기 때문이다.

그림책을 읽은 아이들은 자기의 몸을 주의 깊게 관찰하려는 태도를 기를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과학의 시작이다.
글 작가의 생각 또한 다르지 않다.

-아이들이 손의 생김새와 기능에 관심과 흥미를 갖기를 바라며 이 책을 썼어요. 내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한 가지씩 늘어날 때마다 보람을 느끼기를 바라요. 내 손에 담긴 과학적 사실을 한 가지씩 깨달을 때마다 기쁨을 누리기를 바라요. 그리고 이러한 관심과 흥미를 내 몸 구석구석으로 뻗어 가길 바라요.-

<내 마음 ㅅㅅㅎ>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그림 작가 역시 같은 마음이었나 보다.

-그림을 그리며 발견했던 즐거움이 아이들에게 놀이처럼 닿길 바라요. 그리고 자기 손을 요리 보고 조리 보면서 더 멋진 생각을 떠올리면 좋겠어요.-

독후활동으로 활용하기 좋은 '독서지도안' 파일은 책속물고기 네이버 카페에서 언제든지 다운받을 수 있다.
책의 내용을 되짚어 가면서 활동하는 동안 인지능력과 함께 창의력을 신장시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알차다.

생각을 확장해 보면 우리가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도구의 발달로 인하여 앞으로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림책 속 문장에서도 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재주 많은 손과
 쓸모있는 도구로
 신나게 놀 수도 있지요.-

지금은 다 잊어버렸지만 한때 수화를 배운 적이 있는데, 그 또한 손으로 할 수 있는 엄청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림책의 마지막 문장을 읽을 때에는 나도 모르게 깊은 감정이 올라오면서 가슴이 웅장해지기까지 하였다.
아마도 내 손에 대한, 아니 내 몸에 대한 고마움과 신비스러움을 새삼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리라!
그림책으로 아이와 함께 다시금 성장하고 있는 모든 양육자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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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의 톱 너랑 나랑 1
동백 지음, 코끼리씨 그림 / 프롬아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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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인데도 양장본이다. 내지도 두껍다.
출판사에서 정성을 많이 쏟은 만큼 책의 퀄리티가 높아서 기분이 좋았다.

손에서 자라는 톱이 손톱이라니... 과연 그럴만하다.
책에 동봉된 톱 스티커를 손톱에 붙여보니 더욱 실감이 났다.
신체와 관련된 유쾌한 상상은 자못 언어적 유희에 빠져들게 한다.

-어깨에선 깨가 떨어지고,
  무릎에선 무가 자라고,
  배꼽에선 배가 열리고,
 복숭아뼈에선 복숭아가 열리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있다고?-

작가는 어쩌면 이런 생각을 다 했을까?
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었다.
차례만 읽어도 눈치챌 수 있다.
'어른들은 너무 바빠'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다.

-엄마 아빠가 바쁜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노상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엄마, 항상 피곤하다는 아빠. 어쩜 그렇게 매일같이 바쁘고 힘들 수가 있지? 서진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서진이는 부모님의 삶을 보면서 자기도 어른이 되면 바쁘게 일만 해야 하는 거냐며 따져 물었다.
대답이 궁색해진 아빠는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엄마는 옛날 이야기책 하나를 꺼내 왔다.
"엄마도 어릴 때 그게 참 궁금했어. 이건 엄마가 어릴 때 읽던 책인데 한 번 볼래?"

이야기 속의 주인공 이름은 '우리'이다.
'우리'는 마을 사람들의 손끝에서 자라는 손톱을 없앨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마을 대표로 뽑혀 기나긴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마을에서 가장 빨리 달리고, 가장 목소리가 크고, 물속에서 가장 숨을 오래 참고, 가장 지혜롭고 똑똑했기 때문이다.
사람의 신체에서 먹거리가 자라고 손끝에서 톱이 자란다는 상상은 전혀 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독특한 판타지의 세계를 경험하면서 너무나도 즐거웠다. 어른인 나조차도 이야기 속으로 쑤욱 빠져드는데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겠다.
진짜 재미나게 읽었다.
그것도 단숨에...

배꼽을 보면 달고 시원한 배가 생각나고,
쇄골을 만지면서 이크! 노란 토끼를 떠올리게 된다.
사람들의 무릎에서 자라던 무는 검은 멧돼지가 좋아한 음식이고, 복숭아뼈는 하얀 거북이가 과육만 먹고 남긴 자국이었다니...
페이지를 넘겨 갈수록 이야기는 더욱 흥미로웠으며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행복하였다.
'우리'가 모험을 하는 동안 만나는 동물들은 하나같이 '우리'의 몸에서 자라는 먹거리들을 탐내었다.
먹을 것이 다 없어지면 자신도 굶을 수밖에 없는데 오로지 초심만을 생각하면서 모든 것을 감내하는 '우리'의 모습은 매우 감동적이다.
결국 모든 것을 다 내어주고 '우리'가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책 뒤쪽 부록 페이지에는 이 책을 먼저 읽은 전국 초등학교 어린이 100인의 명단과 함께 몇몇 어린이 평가단의 솔직 리뷰가 실려 있다.
어린이들이지만 생각의 깊이와 그 수준이 상당하다.

'우리'는 막막하고 힘든 여정 속에서도 주변을 돌아보며 도움의 손길을 보낸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으로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돌보아주는데 그 마음이 참으로 고마웠다.
'내 코가 석 자'임에도 불구하고 슬픈 타인을 외면하지  않은 마음, 그리고 입은 은혜에 보답하려는 기꺼운 마음.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면서 '우리' 또한 그들로부터 직ㆍ간접적인 도움을 받으며 이야기가 풀려 나간다.

이 장면은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작은 오리를 위해서 꼬마 오리와 경주를 하는 모습이다.
사람이 어찌 헤엄으로 오리를 이길 수 있단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한계에 도전하는 '우리'의 지혜와 용기가 반짝거렸다.

다시 차례로 돌아가서 살펴보자.
'꿈을 찾아서'
마지막 챕터의 제목이다.
지금부터는 서진이의 여행이 시작되려나 보다.
서진이의 꿈을 응원한다.
나를 비롯한 모든 이들이 죽을 때까지 꿈꾸는 삶을 멈추지 않기를 소망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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